매일신문

[경제칼럼] 합리적인 직무발명제도의 당위성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책임 공방이 결국 무역전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무역전쟁의 핵심 사안은 관세와 기술 냉전 심화로 요약된다. 자국의 첨단기술 유출에 민감한 이유를 정치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 G2로 대표되는 두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는 데 첨단기술이 가장 큰 관건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국내로 돌려보자. 최근 반도체, 무선통신, OLED 분야 등 첨단 분야 기술 유출 관련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기술이 유출되는 대표적 대상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의 기술 규제에 따라 중국은 '독자 생존'을 위한 기술개발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개발은 장기간의 투자가 필수적이니 그들에게는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가장 발 빠른 방법일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전문 인력이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직접적인 금전적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아 보이니 향후에도 기술 유출 관련 뉴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핵심 기술 관련 인력 유출 방지책은 일정 기간 동종 업계 취업 제한,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적용, 국정원의 산업기밀보호센터 적발 정도이다. 모두 사후처방인 셈이다. 법적 조치를 취한 후에는 이미 상당량의 기술이 유출된 상태이다. 사전 보호 대비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통상 핵심 기술은 특허로 출원해 보호받기 마련이다. 개발 주체인 연구원을 발명자로 해 기업이 출원인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허출원은 직무발명으로 규정돼 특허권은 회사 소유로 하되 발명자는 그에 따른 보상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위 직무발명제도이다.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5%의 국내 기업이 직무발명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기업이 직무발명제도를 도입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보상에 관한 것이다. 기업은 노동의 대가로 종업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직무상 결과물인 특허에 대해 발명자(종업원)에게 급여 외 추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그러나 직무발명제도는 종업원 등의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즉 보다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법정 인센티브 제도이다.

그런데 근자에 연구자와 사용자 간 기여도에 대한 보상 관련 분쟁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2012년 디지털 고화질 디스플레이 연구자에게 60억원 실시보상을 판시한 사건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다수의 직무발명 보상 관련 보도들이 그것이다. 보도 대상은 대기업의 경우이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분쟁까지 고려하면 실제 다툼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지난 12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지식재산협회 산하에 직무발명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한다. 보상금 분쟁의 경우 판례의 비일관성과 예측 불가능으로 경영 불안 요소가 될 우려가 존재해 현실적인 기준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경영 리스크로 파악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기준이라는 것은 자칫 당사자 한쪽의 입장만이 대변될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적 기준보다 합리적 기준의 도출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생산 기술·제품·시장을 창조하는 기업의 혁신(innovation)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통한 시장 창조의 출발은 연구개발이며 그 주체는 연구원이다.

결국 합리적인 직무발명 보상은 단순한 지출 항목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장 창조를 위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모쪼록 합리적인 직무발명제도의 정착이 기술 유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전 조치의 기능과 동시에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순환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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