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도 대상도 안 정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준다했다니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졸속이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 가구의 선정도 안 돼 있다. 또 지급 기준 월 소득에 근로소득 이외에 금융·연금소득이나 임대 수입 같은 자산소득이 포함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부동산, 자동차 등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할지도 미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문의가 폭주했으나 정부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지난달 31일 부랴부랴 소득 산정 기준을 마련해 다음 주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결국 최소한의 사전 준비 작업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은 덜컥 발표부터 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발표에 앞서 지금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관련 부처에 물어보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의문을 낳는다.

전혀 그렇지 않음이 드러난 사실에 비춰 문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엇에 쫓기듯 발표를 서두른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준비가 안 됐음에도 발표를 강행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총선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선거가 아니라면 혼선을 야기해 여론의 비판을 받는 졸속 발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심은 정부가 지급 시기를 총선 이후 5월로 잡았다는 사실로도 '보강'된다. 한 달도 더 뒤에 지급할 것을 왜 지금 그것도 전혀 준비 없이 발표부터 하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조치가 완성된 대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난지원금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의심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이 순수한 위기 대응과 재정을 동원한 매표(買票) 시도의 구분선을 넘나든다는 점이다. 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대책이 나왔다는 사실은 어느 쪽인지 판단할 중요한 준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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