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영업자 무덤 대구, 반듯한 직장이 필요하다

대구 신생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5년 생존율이 29.6%에 불과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생멸행정 통계 결과'다. 개업한 지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기업도 10곳 중 3곳 이상(33.7%)에 달했다. 말이 좋아 기업이지 소멸기업은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도소매, 음식업종이거나 1인 기업, 자영업 같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다. 경기 부진이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소멸기업이란 2017년까지 매출 종업원 기록이 있지만 2018년에는 그 기록이 '0', 즉 사라진 기업이다. 이는 2017년 중 어느 시점인가에 폐업했음을 뜻한다. 이는 물론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나 대구가 유독 심했다. 전국적으로 신생기업 수는 늘었으나 대구에선 줄어든 것도 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전국 신생기업은 전년보다 0.7% 늘어 91만9천854개를 기록했지만 대구는 3.0% 줄어든 3만7천789곳이었다. 이는 대구의 개업 여력이 타 도시에 비해 떨어지고 설혹 개업을 해도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대구가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구의 가젤기업 수가 전국 추세와 역행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가젤기업이란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를 넘는 성장기업이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이런 성장기업이 2천865곳에서 2천923곳으로 늘었는데, 대구는 95곳에서 88곳으로 줄었다. 인구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절대 비중도 부족한데 그나마 줄어들고 있는 것은 더 문제다.

자영업자들이 생존 여부가 지극히 불확실함에도 개업에 나서는 것은 직장에서 밀려났거나 달리 반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제조업과 생계를 책임진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자영업 개업과 폐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기준 25%로 EU의 16%나 일본의 10%보다 훨씬 높다. 과도한 가계부채나 정책 부실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경우 그만큼 피해가 커지게 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대구가 심하다.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반듯한 직장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영업이 아니라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 지금 대구는 가게가 아닌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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