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누구를 위한 리허설 무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최근 한 무용가 공연의 공연비평문을 쓰기 위해 일찍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 공연이 1회 공연이라 한 회 공연을 보고 글을 쓸 때 아쉬운 점이 있어서, 리허설 할 때 미리 한 번 더 보려고 일찍 간 것이다.

깜깜한 객석을 더듬어 한 쪽에 앉으니, 피날레 장면을 체크 중 이었다. 주제 속에 꽃이 나오니 무대 상부에서 거대한 화관(가랜드)이 내려오고 있고, 무용수들이 꽃비를 받듯이 조용히 팔 벌려 화관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웠다.

최종 리허설이 시작되고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데, 공연 도중 안무자의 무대, 조명, 위치 등을 수정하는 마이크 소리로 어수선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무대장치는 자리를 정하지 못해 오르락내리락 헤매고, 조명은 주인공과 바뀌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해 산만하게 이리저리 비추고 있었다. 소도구들은 조명 아래 훤히 드러나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조력자들은 아직 정리 중이었다. 최종 리허설인데 이렇게 산만할까 맘이 불평으로 불편했다. 필자도 마음을 바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찾아보기로 했다.

본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의 숨소리와 시선, 호기심 등이 올라가는 무대 막과 더불어 공연에 합세하게 된다. 관객은 공연의 또 다른 출연자이다. 관객이 있기 때문에 무대는 빛이 나고, 응원의 에너지로 공연자들은 힘을 받고 혼신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리허설과 전혀 다른 공연이 펼쳐졌다. 소재는 같을지라도 분위기와 흐름이 다른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것 같아 감동이 됐다. 조명은 고즈넉하게, 때로 천상에서 내려오는 듯한 강렬한 빛으로 무대를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었다. 장치는 제 자리를 찾아 조용히 역할을 감당하고, 눈치 못 채게 아름답게 장치들이 변화되어 나갔다. 무대 소품들이 조명의 힘으로 무대 밖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보여줘야 할 것은 훤히 드러냈다.

리허설은 본 무대를 위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무대이다. 사전의 뜻에 의하면 '실제 공연 전의 연습'에 불과하고, 막이 올라가기 전, 무대에서 해보는 마지막 연습인 것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지인들이 공연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개인사정으로 리허설을 보러오기도 하고, 공연을 본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리허설을 보고 싶다면, 본 공연을 본다는 전제 하에 봐야 한다. 전혀 다른 감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무자나 공연관계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극장 문 닫고 리허설을 하세요." 특히 공연문화를 아는 예술가들이 리허설 때 잠시 들렀다 가는 태도는 관계자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인사만 하고 가야한다. 리허설은 본 공연 관객을 위하여 준비하는 연습 무대이기 때문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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