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미래 일자리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

이장우 경북대 교수 이장우 경북대 교수

4차 산업혁명으로 조장되는 양극화
국가뿐 아니라 도시 간 격차 더 벌려

지방정부 새로운 성장 선점할 기회
기득권보다 혁신가 목소리 경청을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일자리 문제다. 미래 기술 변화가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이 생기는 가운데 촉발되는 사회적 갈등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기술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직 충분히 체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변방에 머물고 있는 지역에도 큰 위기가 걱정되지만 기회가 함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와 정보화 물결에서 추격자 전략으로 성공 신화를 일구어낸 우리는 기술 변화에 대해 대부분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변화하는 기술이 일자리도 만들어주고 소득도 높여주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 위치에서는 기술 변화의 어두운 면도 함께 고려해야 할 입장이 됐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 교수는 '기술 함정'(Technology Trap)이라는 저술에서 산업혁명의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패턴을 강조했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혁신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부를 축적하게 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것이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낙후되는 역사적 패턴을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저항이 큰 것은 21세기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인들의 58%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를 금지시키는 데 찬성하고 있다. 미주리주의 트럭 운전사들은 자율주행차 금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LA 근처 부둣가에서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라는 파업이 일어나고 테네시주에서는 머리 감기는 서비스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게 만들었다.

1차 산업혁명에서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낙후된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영국이 앞선 것은 영국 정부가 신기술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기득권층보다는 힘없는 혁신가 편에 섰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러다이트라는 폭동 수준의 기계파괴운동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기계파괴금지법을 만들고 나폴레옹과의 전쟁 때보다도 더 많은 군대를 파견할 정도였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2차 산업혁명에서는 마부들의 기득권 때문에 '붉은 깃발'로 상징되는 규제에 묶여 자동차 등 산업화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한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이번에는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기존 경제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영국에 1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내준 독일, 정보화 시대에 성장을 멈춰버렸던 일본, 그리고 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모든 산업혁명에서 낙오했던 중국 등이 미래 주도권 다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일자리와 관련된 변화에 대한 저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정치권은 경제성장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더 원하는 것 같다. '타다' 관련 공유자동차 논쟁이나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저항에서 보듯이. 따라서 산업혁명이 단순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서로 타협하고 투명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제도적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이고 공평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손해와 피해가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갈등을 감추기보다는 먼저 투명하게 드러내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손해를 보상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조용하고 무탈한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산업혁명으로 조장되는 양극화는 국가 간 차이뿐만 아니라 도시 간 격차를 더 벌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앙정부가 못하는 제도 혁신을 지방정부가 창조적으로 먼저 추진한다면 새로운 미래 기회를 지역이 먼저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득권보다는 혁신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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