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250마리, 또 집 잃을 처지…대구 최대 시설 보호소 '눈물'

"사육 금지 구역·무허가 건물" 동구청 내달 18일 폐쇄 명령 "폐쇄 막자" 靑 청원 1만여명

16일 오후 대구 동구 한나네 유기견 보호소 관리자가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다. 이 보호소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구청으로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철거명령을 받은 상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6일 오후 대구 동구 한나네 유기견 보호소 관리자가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다. 이 보호소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구청으로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철거명령을 받은 상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6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산 인근의 한 마을. 작은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오르자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다가가니 분변 냄새가 코를 찔렀고, 곳곳에 쌓인 사료 포대들이 눈에 띄었다. '한나네 보호소'라고 쓰인 작은 팻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개들이 달려와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한나네 보호소에는 현재 개와 고양이 등 250마리 이상의 반려동물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동물들이다.

신상희(53) 씨는 이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17년간 유기동물들을 돌보고 있다. 비교적 개체 수가 적었던 초기에는 사비를 털어가며 버텼지만, 100마리가 넘은 후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기부를 통해 근근이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 지역 최대 규모의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로 어렵게 버텨온 이곳은 다음 달 18일 폐쇄될 예정이다. 동구청이 최근 한나네 보호소에 사용중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가축 사육이 제한된 지역인 데다 악취와 소음,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는 게 주된 이유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곳은 가축 사육이 금지된 것은 물론 건물까지 무허가인 상태다. 수년 전부터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유기동물이 늘어나고만 있어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구시 민생사법경찰과도 가축분뇨법 위반 혐의를 들어 지난 11일 신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신 씨는 "누군가 악의적으로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그는 "실제 이곳에 살지도 않으면서 땅값 때문에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많다.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25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50㎡ 안에 집어넣으라는 것은 다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져도 갈 곳 없는 동물들을 위해 벌금을 내면서라도 시설은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유기동물 보호소 구실을 한 이곳이 최근 폐쇄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폐지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한 누리꾼은 "보호소가 폐지되면 수백 마리 동물들이 길거리에 떠도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람에게 버려져 상처를 입은 동물들이 다시는 상처를 입지 않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16일 오후 5시 현재 1만2천여 명의 누리꾼들이 동의하며 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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