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valley가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매혹적 끌림 현상 '주성'

정자는 난자를 어떻게 찾아갈까?

너무 작아서 뇌도 없는 작은 동물이나 세포가 무작정 아무렇게나 이끌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센서가 있어서 신호를 감지하고 전달하여 물리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정자가 난자를 찾을 수 있는 이유도 화학주성 때문이다. 너무 작아서 뇌도 없는 작은 동물이나 세포가 무작정 아무렇게나 이끌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센서가 있어서 신호를 감지하고 전달하여 물리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정자가 난자를 찾을 수 있는 이유도 화학주성 때문이다.

마주 오는 빨간 옷의 여자를 쳐다봤다가 같이 걷던 여자친구에게 혼나는 남자. 혼날 줄 알면서 왜 쳐다봤을까? 바로 앞에 타죽는 것을 보면서 불로 뛰어드는 나방. 심지어 머리가 없어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냥 끌려가는 작은 동물들. 이들을 끌어당기는 유혹의 실체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뿌리칠 수 없는 그 강렬한 유혹의 맛을 살짝 느껴보자.

◆정자는 난자를 어떻게 찾아갈까?

이탈리아 그린자네 카보르성에서 2017년열린 경매에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이 올라왔다. 이때 홍콩의 어느 사업가가 850g의 하얀 송로버섯을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샀다. 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자라는 송로버섯은 땅속의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유럽에서는 후각이 뛰어난 돼지나 개를 훈련시켜서 땅속의 송로버섯을 냄새로 찾아 채취해오고 있다.

이처럼 냄새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방식은 큰 동물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동물에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 몸의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가 난자를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대해서 최근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아무리 많은 수의 정자가 출발한다 하더라도 아무 방향으로나 무작정 달린다면 난자를 만나 수정하기 어렵다. 정자의 크기는 0.05㎜인데 이 중의 90%가 꼬리다. 정자의 머리라고 불리는 곳에 뇌는 없고 DNA만 잔뜩 들어있다.

도대체 정자는 난자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갈까?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스티븐 제이콥슨 연구팀이 정자가 난소 물질을 향해 헤엄친다는 것을 발견하여 2006년분석화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심지어 연구원들이 난소 액체를 10만 배나 묽게 희석했는데도 일부 정자는 난소 물질 쪽으로 헤엄쳐갔다. 이처럼 어떤 화학물질에 끌려서 이동하는 현상을 화학주성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세균들도 특정 냄새를 맡아서 이동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국 오크리치국립연구소의 이고르 주린 박사 연구팀은 세균과 같은 미생물의 50% 이상이 화학주성을 가진다는 연구결과를 2010년 사이언스 시그널링 학술지에 발표했다. 즉 대장균과 같은 작은 세균이 맛있는 먹잇감의 냄새를 맡고 그곳으로 헤엄쳐가며 해로운 독성물질이 있는 곳으로부터 피해서 도망친다는 말이다.

◆짜릿한 전기 맛에 빠진 박테리아

전기뱀장어와 전기가오리는 스스로 수십에서 수백V의 전기를 만드는 무서운 포식자다. 스스로 전기를 만들지 못하는 다른 동물들도 전기의 짜릿한 맛은 느낄 수 있다. 어떤 동물은 전기 자극이 가해지면 양극이나 음극으로 이동하는 주전성을 나타낸다. 세균이나 원생동물은 음극을 좋아해서 음극으로 이동하고, 새우나 해파리는 양극으로 이동한다. 또한 세균 중에는 몸속에 자철광(FeO, Fe2O3)이라는 나노 크기의 자석을 가진 것이 있다. 이 세균은 몸속의 자석을 이용해서 지구의 자기장을 인식하여 움직인다.

우리는 몸속에 자석이 없어서 지구의 자기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지구가 큰 자석 덩어리라는 것을 잊고 산다. 그렇지만 철새와 거북이처럼 지구의 자기장을 인식해서 길을 찾아가는 동물들이 주변에 많다. 마치 몸속에 내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어서 길을 안내해주는 것과도 같다.

◆빛의 노예가 되어버린 곤충

살아있는 메뚜기를 로봇처럼 조종하고 싶으면 빛을 이용하면 된다. 빛을 곤충의 양쪽 눈에 똑같이 비추면 앞으로 똑바로 간다. 그런데 빛을 오른쪽 눈에만 강하게 비추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간다. 곤충은 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행동을 일으키는 운동기에 연결되어 강제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버린다.

많은 동물들이 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광주성을 나타낸다. 즉 오징어, 멸치, 짚신벌레, 유글레나, 광합성세균, 나방, 날벌레와 같은 동물은 빛을 좋아한다. 그러나 바퀴벌레, 지렁이, 플라나리아는 빛을 싫어해서 어두운 구석으로 숨는다.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겐이치 와카바야시 교수팀이 작은 단세포생물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reinhardtii)가 빛을 감지하는 아이스팟(eyespots)이라 불리는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2016년에 PNAS 학술지에 발표했다. 클라미도모나스는 이 아이스팟으로 빛을 감지해서 그 방향으로 열심히 플라젤라 꼬리를 휘저어서 헤엄쳐간다.

◆병균을 꼭 안아서 죽이는 백혈구

트로이 목마처럼 몸속으로 몰래 침입하는 병균들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호중구라고 불리는 백혈구는 혈관 속을 계속 돌아다니며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찾아 없애는 일을 한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식으로 호중구가 혈관 속에서 어쩌다 병균을 잡는 것이 아니다. 호중구는 아주 집요하게 병균이 있는 곳에서 방출되는 유인물질을 감지하여 그곳으로 이동해간다. 이 과정에서 호중구가 이러한 유인물질에 이끌려 세포 골격을 조립하면서 이동해간다는 것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징송 수 연구팀이 발견하여 2003년 셀 학술지에 발표했다. 호중구는 평상시에 공모양인데 병균을 만나면 길게 팔을 뻗어서 병균을 꼭 감싸 안아 잡아먹는다. 이렇게 몸속에 침입한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잡아먹은 호중구는 다시 대식세포에게 잡아먹혀서 결국 병균과 바이러스를 없앤다.

너무 작아서 뇌도 없는 작은 동물이나 세포가 아무렇게나 이끌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센서가 있어서 신호를 감지하고 전달하여 물리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최근에 세균보다 더 작은 약물을 가진 나노 로봇이 환자의 아픈 부위로 찾아가서 약물을 방출하도록 만들기 위해 주성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매혹적인 끌림현상인 주성을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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