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등학생 사이버 성폭력 피해 심각

영어에 '그루밍'(groom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루밍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 동물의 털 손질이나 몸단장, 차림새라는 뜻이다.

요즘 이 표현이 더 주목받는 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도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물을 주인 마음대로 길들이는 행위에서 착안해 피해자에게 친절과 호감을 갖게 만든 뒤 심리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면서 성적 대상으로 삼는 '길들이기 성범죄'를 뜻하는 용어다. 주로 어린 여자 초등학생이나 중고생 등이 대상이다.

통신매체를 악용한 그루밍이 성행하고 있다. 초등학생 B(9) 양은 평소 관심이 많던 동영상 콘텐츠에 댓글을 남겼다. 댓글을 통해 B양에게 접근한 A(19) 군은 먼저 B양의 SNS 아이디를 알아낸 뒤 이모티콘 선물 등으로 환심을 샀다. B양과 친해진 A군은 자신의 가슴 사진을 찍어 B양에게 보낸 후 B양의 가슴 사진을 요구했고, 사리분별이 떨어지는 B양은 순순히 따랐다.

B양의 알몸 사진까지 전송받은 A군은 B양에게 음란행위 영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때야 겁을 먹은 B양이 거부하자 A군은 B양의 알몸 사진을 퍼트리겠다고 겁을 준 후 음란행위 동영상을 전송받았다.

이처럼 판단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성폭력 범죄가 은밀하게 번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초등학생의 과반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사이에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고, SNS 이용이 확산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아직 범죄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사이버 성폭력 범죄의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의 패턴은 일정하다. 범죄자들은 우선 SNS와 동영상 콘텐츠 사이트, 채팅앱 등을 통해 무작위로 접촉을 시도한다. 이후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임이나 콘텐츠를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게임 아이템, 이모티콘, 문화상품권 등 선물로 환심을 산다. 이어서 아이들의 이름, 나이, 학교 등 각종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둘만 아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며 음란행위를 제안한다. 범죄자들은 아이들이 쉽게 들어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점점 수위를 높이고, 사리판단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쉽게 넘어간다. 범죄자들은 아이들에게서 받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아이들을 협박하고, 아이들은 협박에 못 이겨 더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은 국가의 미래다. 건전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다. 이와 같은 사이버 성폭력은 피해 아동에게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고, 영상이 유포되면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가정과 학교의 관심과 교육이 절실하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에 빠지지 않도록 지도하고, 온라인상에 개인정보는 최소한만 기재하거나 비공개로 해놔야 한다. 일상이 담긴 SNS는 친구 공개로 제한한다.

평소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모르는 사람과 접촉하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이 이유 없이 선물을 하면 경계하도록 해야겠다. 이미 범죄에 노출된 경우 알몸 사진을 보내는 것이 위험한 행동임을 인지시키고 이런 요구를 강력히 거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평소 자녀들과 소통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요구를 할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모나 교사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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