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 자문안] '자치 분권 강화' 헌법에 반영했지만 기대 못 미쳐

국민헌법자문특위 보고 주요 내용

정해구(가운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연합뉴스 정해구(가운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연합뉴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이하 자문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오랜 숙원이자 핵심 과제인 지방분권과 관련해서 애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자문특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견 수렴 및 분과위 논의를 거친 자문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자문안은 국민주권 실질화, 기본권 확대, 자치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내실화, 민생 안정 등 5대 기본원칙 아래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번 자문안에는 ▷기본권 향상 ▷4년 연임 대통령제 ▷대선 결선투표 도입 ▷예산법률주의 강화 ▷지방분권 ▷법률에 수도 명기 등이 담겼다.

관심을 끈 지방자치'분권강화 자문안은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도록 자치분권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자치기관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입법, 재정, 조직 등에서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대의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방정부 조직'운영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실질적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조항도 넣기로 했다. 자문특위 관계자는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자치입법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할지는 여러 가지 안이 나왔다"며 "자치재정권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역시 복수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문특위는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는 지방분권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고 자의적 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자문특위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주요 개헌 의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방분권 강화에 찬성하는 국민은 1만2천244명, 반대는 1만1천975명이었다.

정해구 자문특위 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지방분권이라는 큰 흐름에 찬성했다"면서도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 명시'에 반대 의견이 많았고 '보충성의 원리'(지방에서 공공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하기 힘든 부분에 한해 보충적 수준에서만 인정한다는 원칙)를 담는 것에는 찬성이 많은 등 의견이 혼재했다. 이는 지방정치에 불신이 큰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민 여론을 핑계 삼아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는 데 소극적 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그간 개헌 논의를 보면 중앙 권력구조 향배가 최우선으로 다뤄지고 지방분권은 후순위로 취급됐다"며 "이번 자문안도 마찬가지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나 지역민에게는 중앙권력 집중의 폐해를 없애는 것이 더 절박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입법으로 할 수 있는 것조차 국회에서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도 이런 수준이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자치단체가 예산을 따내려 중앙 인맥과 권력을 이용하는 로비활동이 만연한 지금이 더 문제"라며 "지방정부와 토호세력의 유착 등 비리로 얼룩질 수 있다는 시선은 중앙 기득권이 만들어낸 편견"이라고 했다.

이번 자문안에서 정부형태(권력구조)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설계됐다. 현행 제도와 달리 대통령 연임이 가능해 임기는 최대 8년(4년+4년)까지 늘어난다. 다만 국무총리 등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 구성 권한은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이 밖에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부 인사권을 축소'조정했다. 특히 최초로 헌법 표기를 한글화했으며 일본식 표기 어법 등을 국어 문법에 맞게 바꿨다. 헌법 문장과 생활언어를 가급적 맞추고자 표준말 사용을 원칙으로 했다.

한편 이번 개헌 자문안 마련은 국민 참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한 총참여자 수는 약 589만 명이다.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자문특위 관계자는 "분과위에서는 '2박 3일 합숙토론' '1박 2일 끝장 토론' 등 총 17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며 "네 차례 전체회의와 조문화 소위 등을 거쳐 자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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