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진, 집단 트라우마 확산] "외벽 10곳 금이 가도 흥해체육관 외 갈 곳 없어"

[로포]텐트로 가득 찬 구호소…포항 내진설계 된 대피소 없어 400명 이주민 한가득
11일 포항서 발생한 규모 4.6 지진으로 대피 이주민이 다시 늘어났다. 12일 흥해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급식소에서 이재민들이 간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1일 포항서 발생한 규모 4.6 지진으로 대피 이주민이 다시 늘어났다. 12일 흥해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급식소에서 이재민들이 간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내진설계가 된 대피소가 포항에 없으니, 불안해도 지금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도 여러 사람이 같이 있으니, 불안감은 조금 더는 것 같네요."

12일 운영이 재개된 임시구호소 흥해실내체육관. 오전 7시부터 대한적십자사의 배식이 시작되자 이재민들은 구호소 내 텐트에서 자리를 털고 나와 메뉴인 소고기 불고기와 밥을 받아 들었다. 지난 11일 규모 4.6 지진을 겪으며 한결 수척해진 모습들이었다.

사실 흥해실내체육관은 전날 규모 4.6 지진에 크게 흔들리면서 건물 내'외부 균열이 더 늘었다. 건물 한 바퀴를 둘러 외벽 10여 곳에 금이 가고, 뒤편 천장과 외벽 이음매 콘크리트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전문가들이 안전진단을 실시해 기본 철골구조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포항시설관리공단 관계자의 말이지만 이재민들은 못 미덥다. 매일같이 건물을 보고 사는 이재민들이 보기엔 같은 균열이라도 더 벌어져 보이고, 파손된 콘크리트 자리도 커 보이는 탓이다.

이재민 최모(62) 씨는 "전날 새벽에 건물에서 들린 소리는 이재민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뒤틀리는 듯한 소리를 내 안에 있던 이재민들이 혼비백산하지 않았나"라며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싶어도, 그날 경험을 했다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체육관 안은 텐트가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지난 9일 듬성듬성하다고 느낄 정도로 공간이 많았지만, 10일 기쁨의교회 이재민 등 일부가 들어오고, 11일 새벽 집을 두고 뛰쳐나온 지역민이 몰리면서 다시 체육관이 텐트로 가득 찼다. 10일 149가구 312명이었던 이재민 수는 12일 현재 196가구 400명으로 늘었으며, 텐트는 11'15 포항 지진 당시와 같은 221개 쳐졌다.

이재민 김모(55) 씨는 "구호소가 텐트로 다시 꽉 차서 그런지 휑한 분위기도 없어지고, 북적북적해지니 불안한 마음도 누그러지는 것 같다. 든든하게 밥을 먹으면 힘도 나지 않겠나. 이곳 아니면 갈 곳도 없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구호소에 들어오려고 대기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지진이 다시 나지 않는 이상 구호소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만약을 대비해 구호소로 사용할 곳을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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