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지진 트라우마' 시달리는 포항시민 어찌 달래나

11일 새벽에 발생한 포항 지진의 피해 정도는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시민들의 심리적 정신적 불안감은 더할 수 없이 커 걱정스럽다. 지난해 11월 15일 지진에 이은 여진이라고는 하나, 규모 4.6으로 이례적으로 강도가 셌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포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포항을 잠시 떠났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고민하는 시민이 한둘 아니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본지 12일 자 2면에 게재된 '포항시민 피난행렬' 사진은 충격적이다. 지진 발생 1시간이 지난 새벽 6시 8분에 촬영된 이 사진은 차량들이 한꺼번에 포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기다랗게 줄 서 있는 장면을 담았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도시로부터의 탈출' 상황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시민들이 지진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학교 운동장, 공원 등에서 추위에 떨며 해 뜨기를 기다렸다고 하니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하루 동안 규모 2.1~2.4의 여진이 네 차례 더 찾아왔기에 긴장과 초조함을 느낀 시민이 많았다.

일부 전문가는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해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바람직한 행동인지 의문스럽다. 이번 지진을 두고 새로운 본진이라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단층을 자극해 연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도 있다. 현대과학으로 땅속 움직임을 추론할 뿐이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어느 설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에게 공연히 불안감을 안겨주는 언행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진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뛰는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오죽했으면 포항을 떠나고 싶어하겠는가. 정부와 포항시는 물질적인 피해 보상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심리상담, 교육홍보 등을 통해 '지진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도시 전체의 '집단 트라우마'는 사상 초유의 일이므로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에만 매몰되지 말고 51만 포항시민의 정신건강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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