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대구 STOP

이희중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새해가 되면 하나쯤은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대부분 잘 이뤄지지 않지만 목표를 세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나쁠 것은 없다. 올해는 교통사고로 인한 두부 외상 환자의 X-선 사진, CT 혹은 MR 영상을 덜 봤으면 하는 것도 소망 중 하나다. 아침에 출근해 전공의 선생님과 밤새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통계도 이런 체감을 뒷받침한다. 2013년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1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나 일본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5명 수준. 우리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다행히 작년 상반기 언론에 보도된 대구의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전년 대비 사고 건수는 4.4%, 부상자는 6.4%, 그리고 사망자 수는 26% 정도 감소하였다고 한다. 사망자 수가 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머리에 손상이 있다면 평생 장애를 가진 채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장애는 미만성 축삭 손상이다. 건물의 위층이 외력을 받아 아래층과 어긋나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연결되어 있던 골조뿐 아니라 배수관, 전선 등이 모두 끊어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가해진 힘으로 뇌의 표층인 회질과 심층인 백질이 어긋나게 되고 회질에서 출발한 신경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 미만성 축삭 손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많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면밀한 분석 없이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선진국과의 교통문화 차이다. 지켜지지 않는 정지 표지판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표지판은 팔각형의 빨간 바탕에 '정지', 그 아래쪽에 'STOP'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의 베테랑 운전자들이 미국 운전면허 취득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지 표지 위반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STOP 표지판이 있으면 교통 상황과 상관없이 서행할 게 아니라 차를 완전히 세워야 한다. 3초간 정지 후 주위를 살피며 진행하면 된다.

미국에선 학교 버스가 정차할 때도 버스에 붙은 STOP 표지판을 펼친다. 이때는 추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대편 차량까지 정지해야 한다. 통학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그 경우 차를 세웠다가는 뒤에서부터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STOP은 수동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정표이자 성숙한 공동체를 향한 출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 앞이나 어린이 차량 뒤에서 잠시 멈춘다면, 그것은 멈춘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구로 나아가는 것이다. 올 연말에는 반월당 네거리에 세워져 있는 대구 교통사고 사망자 알림 표시의 숫자가 100을 넘지 않은 상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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