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중증 화상 입은 김동준 씨

월세 10만원 단칸방살이에 치료비는 눈덩이

김동준(59) 씨는 대구 북구 하중도에서 작업 중 중증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박상구 기자 김동준(59) 씨는 대구 북구 하중도에서 작업 중 중증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박상구 기자

중증 화상을 입은 김동준(59) 씨는 눈을 제외한 온 얼굴이 반창고로 뒤덮여 있었다. 투명한 살색 반창고가 아니라면 미라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양쪽 귀는 어그러져 있었고, 반창고 뒤로는 붉게 달아오른 피부가 보였다.

신체 면적의 16.5%가 불에 타는 화상을 입은 김 씨는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화상 부위 곳곳에는 합성피부 대용물이 자리했고 앞으로도 수차례의 수술이 예정된 상황이다. "치료과정도 고통스럽고 수술비 마련도 쉽지 않네요. 병원에서 일단 치료는 계속 해주고 있지만 막막한 것이 사실입니다."

◆화재 막으려다 사고, 신체 16.5% 불에 타

김 씨가 화상을 입은 것은 지난 10월 7일, 나들이 온 시민들로 가득했던 대구 북구 하중도에서였다. 시설관리 업무를 하던 김 씨는 여느 때처럼 꽃밭 정리를 하고 있었다.

사고는 트랙터에 넣을 경유 두 통을 가져오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통 안에 든 기름이 경유가 아닌 휘발유인 것 같다고 했지만 동료는 한사코 경유를 가져온 것이 맞다고 맞섰다. 격앙된 동료가 확인을 위해 땅에 기름을 뿌린 뒤 라이터를 켜자 불이 났다. 땅에 뿌려진 기름은 휘발유였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기름통으로 향했다. 자칫하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보통 경유가 든 통에는 파란 리본을 묶어놓는데 동료는 기름통에 파란 리본이 묶여 있어 당연히 경유라고 생각한 듯하다"며 "당시 하중도에서 코스모스 축제를 하고 있었고 주말 오후라 시민들이 상당히 많았다. 기름통에 불이 붙어 폭발이라도 하지 않을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김 씨는 기름통으로 달려가 안전한 곳으로 던졌다. 그 순간 불길은 기름통 대신 김 씨의 온몸을 뒤덮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김 씨를 보고 놀란 동료들이 달려가 물과 옷가지를 이용해 불을 껐지만 이미 심각한 화상을 입은 뒤였다. 김 씨는 "불에 타는 고통이 가장 괴롭다던데 정말이었다. 불이 꺼진 뒤에도 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분간이 안 될 만큼 끔찍한 기억"이라며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정신이 들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5천만원까지 늘어날 치료비 막막

문제는 치료비다. 계속된 수술과 입원 생활로 치료비는 3천200만원까지 늘었다. 향후 치료까지 감안하면 김 씨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는 5천만원에 이른다. 월세 10만원의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김 씨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액수다. 김 씨는 "사정을 들은 집주인이 보증금 800만원을 돌려줬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병문안을 와서 5만원씩 주고 갔다"며 "참 고마운 일이지만 여전히 내야 할 돈이 훨씬 많다. 너무 막막해서 차라리 먹여주고 재워주는 교도소에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고 직후 김 씨를 마치 영웅인 것처럼 추켜세웠던 직장에서는 정작 치료비 지원에는 난색을 표했다. 법적으로 치료비를 지원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씨는 "처음 병문안을 와서는 시민을 구했으니 상이라도 주고 싶다며 지원 방법을 알아보겠다더니 얼마 전 어렵겠다는 얘기를 해했다. 일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니 서운하기도 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온몸에 반창고가 붙어 있는 신세이지만 김 씨는 여전히 일하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병원에 따르면 김 씨는 약 2년 뒤에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황이다. 치료가 끝나더라도 상당기간 피부를 햇빛에 노출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퇴근 후에 술 한 잔 기울이던 생활이 너무도 행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살면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막노동을 하며 행복을 찾았어요. 치료비도 마련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꼭 일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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