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간경화 앓고 있는 유정은 씨

딸에게 간 받아 새 생명 얻은 엄마의 눈물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 중인 유정은(가명) 씨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 사진 우태욱 기자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 중인 유정은(가명) 씨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 사진 우태욱 기자

환자복을 입고 검사실로 향하던 유정은(가명'49) 씨가 계속 뒤를 돌아봤다. 한두 발짝 뒤에서 불편한 걸음걸이로 자신을 따라오는 남편이 신경 쓰여서다. 정은 씨는 남편이 다가올 수 있도록 걷는 속도를 늦췄다. 정은 씨는 "검사 정도는 혼자 받아도 되는데 남편은 걱정되는지 따라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정은 씨가 어디를 가든 따라나선다. 종아리뼈 신경을 다쳐 걷는 게 버겁지만 아내가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날을 생각하면 홀로 둘 수 없다. 지난 8월 정은 씨는 마트에서 일을 하다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간 병원에서 남편은 "부인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다. 십수 년을 내버려뒀던 C형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됐고, 결국 아내를 쓰러뜨린 것이다. 의사는 "이제 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내를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남편은 수술비 2천500만원에 눈앞이 캄캄했지만 "어떻게든 살리자"고 딸과 약속했다.

◆어머니와 언니를 쓰러뜨린 C형간염

정은 씨는 10여 년 전 헌혈을 하러 갔다가 'C형간염'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와 언니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지만, 자신도 같은 병을 앓게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C형간염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치료비가 너무 비쌌고, 피로감 외에는 크게 불편한 증상이 없어 정은 씨는 치료를 미뤘다.

정은 씨는 병을 안고 한 달에 110만원을 받으며 마트에서 일했다.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10년 전 발병한 종아리뼈 신경 손상으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 몇 개월이면 완치가 된다던 병은 수년이 지나도 낫지 않았고, 3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게 미안했던 남편은 간의 일부를 내놓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조직검사 결과, 이식에 부적합하다는 진단을 받은 탓이다. 결국 딸(23)이 정은 씨에게 간을 나눠주기로 했다. 딸은 미안해하는 부모를 오히려 위로했다. "엄마, 나는 겁나지 않아. 빨리 수술받고 싶어.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다 끝나 있을 거야. 걱정 마."

◆보금자리 팔아 수술비 마련할 판

딸은 어려서부터 정이 많고 의젓했다. 재활운동을 하러 가는 아빠에게 작은 어깨를 내주며 "아빠, 내 어깨를 지팡이 삼아 걸어요"라던 딸이었다. 정은 씨가 일하는 마트 주변에서 주운 동전으로 군것질을 하면서도 용돈 달라는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학원이나 과외는 꿈도 못 꿨지만 딸은 국립대 국어교육학과에 합격했다. 정은 씨는 "딸은 국어교사가 돼서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래요. 어린 딸에게 시를 읊어주던 남편이 참 좋아해요"라고 했다.

정은 씨 가족은 "부족한 형편에도 워낙 사이가 좋아 늘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가족들은 식사할 때 TV를 켜지 않고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눈다. 세 식구의 취미는 '함께 영화 보기'다. 정은 씨는 "빠듯한 살림에도 세 식구가 뭐든 함께 하며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 식구의 오랜 보금자리였던 49.5㎡ 크기의 아파트는 곧 팔릴 신세다. 월세 20만원을 내며 10년 가까이 친척 소유의 아파트에서 살아왔지만, 친척이 수술비를 보태주겠다며 아파트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수술과 회복이 끝나면 정은 씨네 가족은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할 생각이다. 정은 씨가 말했다. "수중에 돈 한 푼 없고 빚만 2천만원 가까이 쥐고 있어요. 힘이 돼주는 친척들이 있어 힘이 되지만 언제까지 손을 벌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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