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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완벽한 가족' '걸' '미스터 존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완벽한 가족' '걸' '미스터 존스'

◆완벽한 가족감독: 로저 미첼출연: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엄마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자신만의 계획을 고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의 신작.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샘 닐 등 탄탄한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두 딸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릴리(수잔 서랜든)는 어느 날, 오직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특별한 인생 플랜을 세우기로 결심하고 모든 가족들을 부른다. 그리고 평생을 옆에서 함께 버텨 준 남편 폴(샘 닐)의 도움으로 릴리는 일 년 중 가장 반짝거리는 하루,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에 가족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하게 된다. 영화는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용기와 왜 그렇게 결단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걸감독: 루카스 돈트출연: 빅터 폴스터, 아리 보르탈테르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살 라라(빅터 폴스터)가 호르몬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와 도전을 그린 벨기에 영화.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오직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꿈으로 가족과 함께 유명 무용학원 근처로 이사를 온 라라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빠 마티아스(아리 보르탈테르)와 어린 남동생 밀로(올리버 보다트)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무용학교의 강사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라라의 당당함과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하는 노력을 인정해주지만, 또래 친구들은 그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태어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미스터 존스감독: 이그네츠카 홀란드출연: 제임스 노튼, 바네사 커비 1933년 소련을 여행하며 스탈린 정권의 참혹한 진실을 밝혀낸 젊은 기자 가렛 존스의 이야기를 담은 폴란드 영화. 1930년대 초 런던.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주목받은 전도유망한 기자 가렛 존스(제임스 노튼). 그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고 직접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존스는 뉴욕타임스 지국장을 만나 협조를 청하지만, 이미 그는 현실과 타협한 상태. 존스의 투철한 기자정신에 마음이 움직인 베를린 출신의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가 그에게 실마리를 던져준다. 계속되는 미행과 도청, 납치의 위협 속에서 가까스로 우크라이나로 잠입한 존스는 마침내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런던으로 돌아와 참상을 폭로한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1-08 06:0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차인표'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차인표'

배우 차인표는 '바른맨' 사나이다.가정적이고 젠틀하면서 로맨틱한, 마치 깎은 듯한, 그래서 다소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흔한 스캔들이나 인간적 실수 하나 없으니 말이다.그가 '바른맨'이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007 영화의 악역을 차 버린 것이다. 2002년 '007 어나더데이'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북한군 문대령으로 이 영화의 최고 악당역이다. 그는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해 미국과 맞서 싸우려는 신세대 엘리트 군인이다.007 영화는 세계적인 흥행을 보장받는 오락 액션영화다. 본드걸도 그렇지만, 악당도 상당한 카리스마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그걸 걷어찼다? 출연료만 하더라도 상당할 텐데.출연을 거절한 것이 한반도 남북분단 상황을 오락거리로 이용하는 것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로서 다소 의외의 이유였다. 차인표는 인기에 연연하는 단순한 배우나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영화 속 픽션까지 자신의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바른맨'이라는 것을 그때 느낄 수 있었다.그 이후 그가 출연한 배역은 모두 한 치의 흠결도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그래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차인표가 그리웠던 차에 지난주 한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아예 그의 이름이 제목이 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다.그동안 그가 공들여 쌓은 '멋지고, 강인하고, 젠틀한' 차인표를 모두 벗어버린 영화다. 진흙탕에 구르고, 유치하면서 '진정성'만 외치는 한물 간 배우로 자신을 '셀프 디스'한다.영화 속 차인표는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빛바랜 배우다.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4대 천왕에 오르고 싶지만, 그것은 헛된 바람이다. 그래서 세인들에게 잊혀진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전국적 신드롬을 일으킨 자신이 아닌가. 가죽 재킷에 모터 사이클, 색소폰으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검지를 흔드는 제스처는 지금까지도 유효하지 않은가.그가 협찬으로 받은 운동복을 입고 산에 올랐다가 진흙탕에 구른다. 여고 샤워실에 들렀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갇히고 만다. 구조될 수도 있지만, 나신인 자신의 치부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어 매니저 아람(조달환)을 부른다.'차인표'는 시도가 참신한 코미디 영화다."왜 모두 나를 망가트리려고 할까?"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차인표의 물음이다. 차인표는 견고한 틀을 가진 배우다. 스스로는 모든 미덕을 다 갖추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것이 틀이 되어 그 속에 갇혀버린 것 같은 답답함도 느껴지는 배우다. 그 틀을 깨 관객들에게 웃음과 쾌감을 주겠다는 시도다.5년 전 이 영화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5년 후 그는 나름대로 고민 끝에 이 영화에 출연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차인표가 입고, 걸치고 있던 모든 갑옷을 벗어버리고 발가벗고 건물더미에 갇힌다."차인표로는 이제 투자도 안돼!", "언제까지 손가락만 흔들건데", "한물 갔다는 말이야!" 등 처절하면서 아픈 현실을 그대로 목도한다. 그리고 그는 깨달음, 각성의 시간을 갖는다.자신의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한 배우의 고심과 용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과거와 달리 차인표의 철없고, 소심하면서 가벼운 이미지도 귀여운 중년남의 매력이 한껏 보인다. 그가 나왔던 CF 등을 패러디하는 것도 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재미있는 설정이고,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아내인 신애라와의 대화(목소리 출연)도 반갑다.그러나 영화적 구성과 내러티브는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매끄럽지 않은 설정에 그래픽, 학교 관리사인 김주사(송재룡) 등 등장인물의 과장된 연기, 안이한 연출 등 외형적 틀은 실망스러운 영화다.차인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헌신'을 좀 더 깊이 있는 상징성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럼에도 차인표의 '진정성'은 충분히 느껴지는 영화다. 매니저 아람은 "도대체 진정성이 뭔데?"라고 외친다. 진정성은 설명하기 모호하지만, 예술가로서는 꼭 가져야 할 덕목이다.그가 부르짖는 진정성이 처음에는 가식적인 배우가 갖고 있는 허위처럼 느껴지지만, 영화 '차인표'를 본 후, '007 영화'도 걷어찬 그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1-08 06:00:00

송중기도 코로나19 못 뚫어, '승리호'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에서 2월 공개

송중기도 코로나19 못 뚫어, '승리호'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에서 2월 공개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국내 SF 영화 '승리호'가 오는 2월 5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넷플릭스는 6일 '승리호'의 포스터와 함께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인기 영화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에서 '승리호'는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여름부터 개봉을 지연하다 결국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했다.'승리호'는 2092년, 병든 지구를 떠나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돈이 되는 우주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등장한다.이들이 우주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한 대량살상무기,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위험한 거래에 뛰어들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그린다.[김윤지 인터기자]

2021-01-06 14:42:12

[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케이크 메이커 속 '블랙 포레스트'

[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케이크 메이커 속 '블랙 포레스트'

케잌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래서 케잌이라면 어떤 종류이건 만들어 보고 싶고 먹어 보고 싶은 1인에게 너무나 눈에 띄는 제목이다.영화 'the Cake Maker'◆독일인 남자와 유대인 남자의 동성애정말이지 케잌을 만드는 내용인 줄 알았다. 뭐 중간 중간 몇 가지 에피소드 정도는 얽히겠지 정도는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제과점을 하는 독일인 남자와 유대인 남자 사이의 동성애와 이별, 그리고 그들 앞에 놓여진 많은 고난으로 인한 심한 정체성의 혼란 등. 인간 자체에 대한 성찰과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들이 영화 전반을 둘러싸고 있었고 매 순간 중요한 매개체로 케잌이나 쿠키가 등장한다.제과점을 운영하는 독일인 남자인 토마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독일로 출장을 올 때마다 자신의 동성애인 토마스를 만나 밀회를 즐기는 유대인 남자, 오렌. 그는 분명 유대인 집안의 엄격한 훈육 아래에서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 여자와 결혼 해 다시 유대인의 한 세대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정체성 속에는 자신이 평범한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임을 막을 수 없었고 독일에 있는 토마스와의 밀회를 멈춤 수 없었다.그러나 밀회란 불안정한 것이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것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 속 한 곳의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자 하는 심리와도 같은 것이다. 결국에 안정된 사랑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찾아 가겠노라 말하는 오렌에게 미치도록 화가 나고 참을 수 없는 배반감과 모욕감을 느낀 그의 유대인 아내, 아나트는 그를 집 밖으로 쫒아 버린다. 집에서 쫓겨 난 그가 갈 곳은 호텔뿐. 하지만 오렌은 호텔로 가던 길에 자신이 가진 스스로의 내적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하나도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유대인 아내에 쫒겨난 오렌그 사이 카메라는 독일의 베를린으로 와 있다. 상대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떠나는 애인의 모습을 창 너머로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오렌의 동성애인 토마스. 그의 떠나는 뒷모습을 볼 때면 토마스는 항상 의문에 잠긴 듯한 눈빛을 띤다. 그리고 마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그가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는 날 토마스의 시선은 오렌을 길게 그리고 아주 오래 따라 간다.기다리는 자와 떠나는 자, 언젠가는 돌아 올 것이라 믿는 자와 언젠가는 함께 할 것이라는 자... 이 둘 사이에서 이미 마음으로 약자가 되어버린 토마스는 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쫓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떠나보낸 오렌이 돌아와야 할 시간에 돌아오지 않자 토마스는 불안해 지기 시작한다. 걱정에서 시작된 그의 감정은 오렌이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봐, 더 나아가 , 참된 자신의 '가족'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 되어 더 처절하게 매달리고 사랑을 갈구한다.◆오렌의 자취를 쫒아 이스라엘에 도착한 토마스이러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토마스는 결국 오렌의 자취를 쫒아 그가 사는 이스라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듣게 된 오렌에 관한 비보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 하고 싶은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인 아나트의 옆을 서성인다. 그러다 그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의 요리 실력과 커피를 주문한 손님의 찻잔에 쿠키 한 조각을 얹어 내는 센스로 가계의 매출은 조금씩 늘어난다.여기에 힘을 얻어 남편을 잃은 이의 슬픔과 자신의 애인을 잃은 이의 슬픔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치유해 간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아나트의 저녁 초대를 받은 토마스는 소나기를 만나 옷이 흠뻑 젖어 버리고 이를 본 아나트는 그에게 남편의 옷을 토마스의 죽은 애인의 옷을 건낸다. 죽은 남편의 모습을 보는 듯한 아나트, 죽은 애인의 옷을 입는 행위로 자신이 오렌과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토마스. 그 옷을 입은 토마스와 아나트의 감정선 사이에는 미묘함이 흐른다.그러나 '코셔인증'을 받는 음식만을 고집하는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가 만든 음식, 더구나 다른 나라도 아닌 독일인이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는 토마스로 하여금 철저히 이방인의 외로움 속으로 가두어 버린다. 그렇게 토마스가 심리적 외로움과 정체성의 혼돈 속에서 방황할 때 아나트 역시 토마스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그와의 관계를 시작한다.하지만 토마스의 건전한 선의를 알게 된 아나트는 그를 신뢰하게 되고 그 둘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그들이 점점 가까워져 갈 때 토마스의 요리 실력으로 카페는 매일 손님들로 가득하다. 어느 날, 아나트는 많은 양의 케잌을 주문 받게 된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그녀는 케잌을 만든 재료를 사기 위해 토마스와 함께 장을 보고 함께 음식을 만든다.◆토마스와 오렌의 아내 아나트의 사랑,그 이후....하지만 토르테의 값을 받고 주문 받은 케잌을 건내 주기로 한 날 아침, 누군가 그녀가 운영하는 매장 입구 유리창에 '코셔가 아닌 사람이 만든 요리를 파는 곳이니 주의 요망'이라는 종이가 붙는다. 아나타는 그동안 케잌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걱정은 물론 토마스에 대한 미안함마져 느낀다. 그녀 뒤로 비춰지는 케잌이 담겨 이쁘게 리본으로 묶여 차곡차곡 쌓여 있는 하얀색 상자와는 정 반대로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도 잠시, 토마스가 죽은 남편의 동성애인이며 그 때문에 남편이 자신을 떠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나트의 감정은 분노를 넘어 처절함으로 치닫는다. 사랑하고 의지하던 남편이 갑작이 죽어 힘들어 하던 그녀에게 다가와 진실로 힘이 되어 준 사람이라 믿었던 그가, 내 가정을 파괴하고 내 남편을 죽음으로 몬 바로 그 당사자란 사실이 그녀를 더욱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든 것이다.이렇게 더 이상 이스라엘에 머무를 이유조차 없어진 토마스는 아나트가 운영하는 카페를 나와 독일로 쫒겨나듯 돌아간다. 아나트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다만 토마스가 곁에 없을 뿐이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토마스의 레시피로 만든 쿠키와 케잌을 찾으면서도 독일인이 만들었는지부터 묻는다. 그 사람의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은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이 단지 독일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토마스가 직접 만드는 것은 싫어하는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장면이다.◆토마스가 오렌에게 추천한 '블랙 포레스트'영화의 첫 장면은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그 평화로운 공간에 오렌이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영화는 시작되고 등장인물들의 절제된 연기 속에서 눈빛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오렌이 독일로 출장을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토마스의 가게에 들러 카페의 주인과 단골 손님의 관계로 그날의 케잌을 추천 받아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와 함께 맛을 보고 이스라엘에 있는 아내 아나트를 위한 시나몬쿠키 한 상자를 구입한다. 이 첫 장면에서 토마스가 추천해 오렌이 맛보게 된 케잌이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블랙 포레스트 토르테'이다. '토르테'란 독일식 명칭으로 높이가 낮은 케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질 좋은 체리로 만든 체리 조림에서 체리만을 골라 초코 반죽에 넣어 함께 구운 두꺼운 초코시트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가득 올리고 빛깔고운 체리로 마지막 장식을 한다. 그리고 옆면에는 하얀색 생크림이 보이지 않게 칼로 긁은 다크 초콜릿을 붙힌다. 초코시트, 생크림, 체리 이 세 가지가 블랙 포레스트의 필수 3대 요소이다. 그러나 요즘은 변형된 형태의 '블랙 포레스트'가 여기저기 많이 보이기도 한다.오늘은 다른 장식 없이 순수하게 독일의 정통 블랙 포레스트 토르테를 만들어 보려 한다. 어려운 레시피는 아니니 꼭 한번 만들어 독일 정통의 맛을 느껴 보시길 권한다.정다운 베이킹 스튜디오 원장 ◆블랙 포레스트▷재료초코 체리 제누와즈: 계란 100g, 설탕 57g, 벌꿀 5g, 물엿 5g박력분 52g, 코코아 파우더 5g버터 8g, 우유 13g생크림: 동물성 유지방 90% 이상의 휘핑크림 450g설탕 40g다크 초콜릿 긁은 것, 질 좋은 체리 통조림 속 체리 적당량, 장식용 체리 적당량 ▷만들기계란 100g, 설탕 57g, 벌꿀 5g, 물엿 5g을 볼에 넣고 리본 상태까지 휘핑 하기-> 함께 체 친 박력분 52g, 코코아 파우더 5g을 볼에 넣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기-> 날가루가 보이지 않으면 전자렌지에서 함께 데운 버터 8g, 우유 13g을 넣고 재빨리 섞기-> 1호 무스링에 종이 호일을 깔고 반죽 붓기-> 통조림 속 체리의 물기를 체에 받친 뒤 체리만 반죽에 적당량 넣어 주기->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간 굽기-> 구워진 체리 코코아 시트는 1.5cm 높이로 2장을 컷팅 하기-> 컷팅한 시트 윗면에는 키리쉬와 체리조림 원액, 그리고 약간의 물을 섞어 체리 시럽을 만들어 발라주기-> 생크림을 두 장의 시트 사이에 얇게 펴 발라 한 장의 시트처럼 붙히기-> 1호 무스 틀에 맞추어 높은 무스 띠를 두르고 시트를 바닥에 먼저 놓고 그 위로 시트의 두께만큼 높게 휘핑한 생크림 올리기-> 옆면까지 생크림을 얇게 펴 바른 뒤 긁은 다크 초콜릿 조각을 생크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붙혀 주기-> 윗면에는 생크림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짜 주고 그 위에 체리를 올려 장식 하기

2020-12-30 11:29:32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썸머 85'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 '100% 울프:푸들이 될 수 없어'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썸머 85'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 '100% 울프:푸들이 될 수 없어'

◆썸머 85감독:프랑수아 오종출연:펠릭스 르페브르, 벤자민 부아쟁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신의 은총으로'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1985년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배경으로 10대 소년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영화. 17세의 다비드(벤자민 부아쟁)는 물에 빠진 알렉스(펠릭스 르페브르)를 구해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알렉스는 자신을 구해준 다비드에게 빠져들고 둘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다비드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하려는 알렉스가 너무 부담스러워 둘은 멀어진다. 그리고 다비드의 죽음 소식이 전해진다. 다비드는 '내 무덤 위에서 춤을 춰 줘'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그리고 생애 처음 죽음과 이별을 경험한 알렉스는 그의 말에 집착한다. 에이단 체임버스의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감독:찰스 마틴 스미스출연:루크 트레더웨이, 밥 '내 어깨 위 고양이, 밥'(2017)은 기적 같은 실화로 전 세계에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마약 중독자와 상처 입은 길고양이가 만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는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1편이 길고양이 밥을 만난 주인공이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적 같은 만남 이후 런던에서 버스킹을 하며 살아가는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와 밥. 그러나 누구보다 밥을 아끼는 제임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밥과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밥에 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산타 옷을 입은 밥의 귀여운 모습이 영화 내내 미소를 짓게 한다. 92분. 전체 관람가. ◆100% 울프:푸들이 될 수 없어감독:알렉스 스타더만목소리 출연:손선영, 원에스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에니메이션. 유서 깊은 늑대인간 가문의 후계자 프레디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위기에 빠진 인간들을 구하는 임무를 수행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변신의 순간. 늑대가 아니라 귀여운 푸들로 변해 버리고 만다. 프레디는 자신이 100%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문의 비밀이 담겨 있는 보물을 찾아 나선다. 꿀벌 마야의 모험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알렉스 스타더만 감독의 신작. 늑대인간이 뜻밖에 강아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거리의 개 친구들과 힘을 합쳐 음모를 파헤치면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96분. 전체 관람가.

2020-12-23 13:37:33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원더 우먼 1984'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원더 우먼 1984'

23일 개봉한 '원더 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는 1984년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 슈퍼 히어로가 인류를 구한다는 영웅 액션 영화다.코로나19로 초토화된 극장가에 60%가 넘는 예매율로 슈퍼 파워를 자랑하며 개봉했다. 개봉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온라인 개봉을 한 '뮬란'과 같은 '꼼수' 없이 정면 돌파를 꾀한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반가운 히어로 영화다.'원더 우먼 1984'는 2017년 개봉한 '원더 우먼'의 속편. 이번에는 두 명의 빌런을 등장시키고, 전편의 사랑과 재회하는 등 색다른 원더 우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1984년은 미국으로서는 풍요의 시대. 전편에서 1차 대전의 전장을 누비며 인류를 구했던 다이애나(갤 가돗)는 자신의 능력을 감춘 채 박물관의 고고학자로 살아간다. 간혹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도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다.그런 그녀 앞에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 보물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66년 전 사망한 연인 스티브(크리스 파인)를 살려내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 앞에 두 명의 빌런(악당)이 등장한다. 원더 우먼은 여러 모로 색다른 코믹 캐릭터였다.'놀라운 여성', 요즘으로 보면 다소 남녀차별적 요소를 가진 원더 우먼은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 파워를 가진 '맨'들 틈바구니에서 여성적 섬세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헤로인(히어로의 여성형)이었다.중년 관객들은 빙글빙글 돌면서 원더 우먼으로 변신하던 린다 카터를 떠올릴 것이다. 깎은 듯 예쁜 얼굴에 잘록한 허리, 섹시함을 강조한 코스튬은 원더 우먼의 상징이었다. 1976년부터 4년간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의 모습이다.그녀가 탄생한 것은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확전일로에 있던 시기로 막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이 또 다른 시련에 들어가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여성의 힘이 필요했고, 또 여성의 권익이 움트던 시대였다.'맨' 중심의 히어로 세계에 원더 우먼이 나타난 것은 당시 사회적 여건과 힘이 작용한 덕택이었다. 그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 코믹 작가가 아닌 심리학자였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윌리엄 마스턴은 만화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하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남성 중심의 마초가 아닌 사랑과 선함을 가진 여성 영웅이 필요한 시대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를 고안했다. 원더 우먼은 헤라 여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마존 종족 여왕의 딸이다. 점토로 빚어 생명을 얻은 반신반인이었고, 헤라클레스의 힘과 아테나의 지혜,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어난 영웅으로 완벽한 삼위일체의 캐릭터였다.'완벽함'은 캐릭터의 완성이지만 한편으로 패착이 되기도 했다. 시대에 맞춰 성격을 달리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함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래서 원더 우먼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재탄생되면서 새로운 인기를 구가하던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는 빌런이 없던 것도 악재였다.그랬던 것이 2017년 이스라엘 배우 갤 가돗이 주연을 맡은 '원더 우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1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라는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21세기형 원더 우먼의 등장을 알렸다. 그동안 히어로 영화계의 마블에게 밀렸던 DC의 야심찬 출발이었다. '원더 우먼 1984'는 히어로 영화답게 첫 장면부터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아마존 여전사들의 경기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친다. 그러나 영화는 액션 보다 원더 우먼의 삶과 생활, 사랑에 방향성을 맞춘다.여타 히어로물이 액션 위주였다면 '원더 우먼'은 멜로가 가미된 것이 다르다. 선과 악의 승부 앞에 사랑이란 말랑함과 달콤함을 주입시킨 것이다. 전편에서 처음 느낀 스티브와의 사랑이 이번에는 시대를 넘는 애틋함으로 커졌다.매력 있고 당당한 다이애나를 동경한 동료와 욕망에 사로잡힌 사업가가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파괴력이나 긴장감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대신 인간과 섞여 살아가려는 원더 우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원더 우먼 1984'는 올해 개봉된 몇 안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이후 4개월 만이다. 대부분의 기대작들이 연내 극장 개봉을 포기한 가운데 만난 히어로영화라는 것이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23 13:37:01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리플레이' '언플랜드' '퍼스트 러브'

[김중기의 필름통] 새영화 '리플레이' '언플랜드' '퍼스트 러브'

◆리플레이감독: 데이비드 하인즈출연: 조 퍼디, 앰버 루바스 아직 잊을 수 없는 9·11 테러. 그날의 상처를 보듬는 숱한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2017년에 제작된 '리플레이'는 두 명의 음악인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희망을 얘기한다. LA에 머물던 무명의 뮤지션 엘리엇(조 퍼디)은 콘서트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탄다. 그런데 9·11 테러가 일어나며 모든 여객기의 운항이 정지된다. 공항에 발이 묶인 엘리엇에게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조니(앰버 루바스)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엘리엇은 병든 어머니의 간병 때문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니와 함께 캠핑카로 뉴욕까지 이동하는 긴 여정에 오른다. 우연히 만난 둘이 LA부터 뉴욕까지 14개 주를 캠핑카로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두 주인공은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언플랜드감독: 척 콘젤먼, 캐리 솔로몬출연: 애슐리 브랫처, 브룩스 라이언 낙태 반대 단체에서 활동했던 애비 존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낙태에 대한 기독교적인 시각이 담긴 영화다. 비영리 단체 '가족계획연맹'에서 낙태를 권하던 애비 존슨(애슐리 브래처)은 최연소 소장으로 승진까지 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낙태 경험자로서 자신과 같은 기로에 선 여성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성실히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이 뒤바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한다. 세포 단계에 불과해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태아가 실제 수술실에서는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던 것이다. 수술을 목격한 후 자신이 걸어왔던 것에 후회를 느낀다. 곧 생명을 수호하는 일에 힘쓰기로 결정한 애비 존슨은 '가족계획연맹'이 감춰왔던 실상을 폭로한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퍼스트 러브감독: 미이케 다카시출연: 쿠보타 마사타카, 코니시 사쿠라코 '짚의 방패'(2013), '악의 교전(2012)'을 감독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신작이다. 제목은 첫사랑의 달달함을 연상하게 하지만, 그가 그런 영화를 만들 리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유혈이 낭자한 범죄물이다. 아버지의 사채를 갚고 있는 모니카(코니시 사쿠라코)는 야쿠자의 감시 아래 과거의 상처와 마약 중독에 빠져있다. 무명 복서 레오(쿠보타 마사타카)는 뇌종양 시한부를 선고받는다.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는 그는 한 남성에게 쫓기던 소녀 모니카를 돕는다. 그러면서 야쿠자와 경찰의 한탕 계획 속에 빠져들고 만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환영에 시달리는 모니카에게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엉뚱한 설정과 잔혹한 폭력이 가미된 킬링타임용 영화.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0-12-18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호프'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호프'

'희망'은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는 불쏘시개다.온갖 불행과 불운이 몰려와도 '내일은 괜찮을거야!'라며 긍정한다. 설령 이것이 끝이고, 내일이 없다하더라도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며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사람이다.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어느 순간에도 마지막에는 하늘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내려와 자신을 안아줄 것이라 기대한다.17일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호프'(감독 마리아 쇠달)는 그런 주인공을 통해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다.공연 무대감독 안야(안드레아 베인 호픽)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병원에서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린다. 결과는 최악이다. 폐암이 뇌로 전이된 것이다. 의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시한부 선고를 내린다.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위경련과 메스꺼움이 몰려와도 가족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호프'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10일간 안야의 심리와 상황을 날짜순으로 그려낸 영화다. 그 열흘에는 크리스마스가 있고, 연말 불꽃놀이가 있고, 또 밝아오는 새해가 있다. 한 해의 가장 행복하고 희망에 찬 기간에 안야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그녀에게 다행인 것은 사랑하는 토마스(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있다는 것이다. 둘은 사실혼 관계로 몇 번의 결혼식을 준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자식은 그의 아이 셋에 그녀의 아이 셋, 모두 여섯 명. 아직 철없는 아이들이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부정'하고 '분노'하다,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타협'하며, 그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는 '우울'하다, 결국 '수용'하는 단계다.안야 또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이, 아니, 못한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녀 없는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미친 듯 집안 청소를 하다가, 화가 치밀어 애꿎은 토마스에게 퍼붓기도 한다. 수술을 하면 괜찮을지 수소문도 해 본다.'이 영화는 내 기억 속의 내 이야기다'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영화 '호프'는 안야의 일상을 지극히 담담하게 그려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그 어떤 판타지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인공미 없이 열흘간의 일상과 그녀의 심리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 마치 안야가 쓴 10일간의 일기장과 같은 것이다.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친 후 안야가 토마스와 섹스를 하다 화가 나서 오열하는 장면은 삶에 대한 애착과 절망이 뒤섞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내가 죽은 후 다른 여자 만나도 돼"라고 토마스에게 얘기하지만 그녀의 속뜻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정정한다. "다른 여자 만나지 마!"죽음을 앞둔 초인의 의지는 소설 속에나 있는 것이다. 토마스에게 그동안 바람피운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도 그렇다.(토마스) "사실, 한눈판 적이 있어. 그러나 큰 의미는 없는 것이야."(안야) "나는 남에게 키스한 것은 아이들에게 한 것이 전부야. 그렇지만 마음을 빼앗긴 적은 있어."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한다. "아이들이 6명이지만, 내 아이를 더 사랑했던 것 같아." 이런 이야기들은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안야에게 닥친 것은 절망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는 안야의 기복이 심한 심리와 감정 속에서 서서히 희망을 얘기한다. 안야의 절망에서 희망의 실타래를 건져 올려 관객에게 건네주는 것이다.거대한 로맨스와 부와 명예, 깜짝 놀랄 이벤트만이 희망의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찬 새해'도 박제된 표현일 뿐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도 마음의 울림이 없으면 연례행사일 뿐이다. 안야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한다.그리고 후회와 슬픔을 던져버린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비발디의 오페라 '주스티노'의 아리아처럼 말이다. '주스티노'는 사랑과 전쟁, 에로티시즘과 폭력, 유령과 모험이 뒤섞인 오페라다. 그렇지만 그 속에 흐르는 '나의 사랑하는 님 만나리'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아리아다.영화는 이 아리아를 통해 세상의 모든 혼돈과 절망, 슬픔과 고통을 녹여버린다. 안야를 통해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고 관객에게 얘기한다.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안야와 토마스 역을 맡은 두 배우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대표 배우다. 노르웨이의 안드레아 베인 호픽은 절망에 빠진 안야를 치열하게 연기하고, 스웨덴의 명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안야 곁을 지키는 토마스를 섬세하며 안정적으로 연기한다.안드레아 베인 호픽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라면서 "한국관객들을 극장에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얘기했다.가혹하고 혹독했던 한 해가 저무는 지금, 잔잔하게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우리를 위로하는 영화다. 125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18 06:30:00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2020’… 대구 독립영화 특별전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2020’… 대구 독립영화 특별전

대구 독립영화 특별전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2020'이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37)에서 18일(금)부터 20일(일)까지 사흘간 열린다.특별전은 올 한 해 동안 제작된 대구지역 독립영화를 총망라한 자리다. 총 25편의 영화를 한 데 모아 사흘 동안 상영한다. 최초 공개되는 신작 단편부터 8월 있은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수상작, 배리어프리 영화로 재탄생한 지역 영화를 잇따라 스크린에 올린다.'미쓰 홍당무',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만든 이경미 감독과 함께하는 대구영화학교 시네마클래스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강연은 신청자에 한하며 오오극장과 대구영상미디어의 SNS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관람료=일반 7천원, 경로·청소년·장애인=6천원. 문의=(053)425-3553. 〈주요 상영 영화〉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인 '데마찌(감독 김성환)', '수성못'으로 친숙한 유지영 감독의 신작 실험영화 '크라임 씬', '할머니의 외출' 등 앞으로 대구독립영화를 이끌어 갈 새로운 얼굴들의 작품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수상작과 딮숏 & 피칭을 통해 제작된 신작도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찾아간다. 국내 경쟁 대상작인 '그녀를 지우는 시간(감독 홍성윤)'과 우수상작 '실(감독 이나연, 조민재)', 애플시네마 대상작인 '외숙모(감독 김현정)'와 우수상작 '홈(감독 전윤진)'이 앵콜 상영된다. 대구단편영화제 사전제작 워크숍인 '딮하고 숏하게'와 제작지원 사업인 '피칭포럼'을 통해 제작된 대구지역 신진 감독들의 영화 4편도 상영될 예정이다.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들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 지난여름 코로나19로 축소 개최되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지 못했던 영화제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과정'을 통해 재제작한 세 편의 영화도 상영된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화면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넣어 재제작한 영화다.

2020-12-15 10:34:54

[김중기의 필름통] 스펙터클 전쟁 영화 '800'

[김중기의 필름통] 스펙터클 전쟁 영화 '800'

한때 우리나라에도 국책영화라는 것이 있었다.국군의 애국혼과 인민군의 비열함이 주된 플롯인 1970년대 전쟁영화들이다. '증언'(1973),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 등 정부가 거액의 제작비를 들이고 군인과 군 장비까지 동원해 제작된 스펙터클한 전쟁영화들이다. 국민에게 반공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용 오락영화였다.50년 뒤, 21세기 첨단 IT 시대에 중국 '국뽕영화'를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모름지기 신문의 영화 지면이란 것이 좋은 영화를 소개해 독자들의 교양 있는 문화생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지만, 오늘은 중국 '국뽕영화'의 그 적나라한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신다.참고로 '국뽕'이란 국가와 마약인 히로뽕의 합성어로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대놓고 찬양하는 문화콘텐츠를 일컫는 신조어다.지난 10일 개봉된 2020년 중국영화 '800'(감독 관호). 제목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파르타 전사 300인을 그린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300'을 연상시킨다. 1937년 일본군 2만 명에 대항해 싸운 중국군 800인의 용맹함을 칭송한 전쟁영화다.1937년 10월 말 중일전쟁 초기 상하이. 일본군에게 거듭된 패배로 퇴각하던 중국혁명군 524연대는 상하이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들의 숫자는 800명. 강력한 화력의 일본군에 맞서 사흘 밤낮 격전을 펼친다. 급기야 일본군은 격전지 건물을 폭파할 계획을 세우고, 남은 400여 명의 병사들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한다.'800'은 제작기간 10년에 제작비가 1천2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올해 8월 중국에서 개봉해 4천900억 원의 입장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의 대성공을 거뒀다. 2시간 29분의 긴 러닝타임에 화려한 그래픽, 처절한 전투장면 등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이 영화는 피아가 맞붙는 여느 전투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로 관객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투의 무대는 '사행창고'라고 부르는 일종의 5층 물류창고 건물이다. 쑤저우 강을 사이에 둔 건너편이 바로 공동국제조계지. 이곳은 여전히 환락의 공간이다. 테라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경극을 공연하는 자유지역이다. 네온 불이 번쩍이는 화려함과 죽음에 맞서는 800 용사의 극과 극, 강 하나를 두고 천국과 지옥이 나뉜 전장인 것이다.'800'의 가장 흥미로운 설정이자 '국뽕 만발'의 장치다. 천국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관전한다. 심지어 일본군과 중국혁명군의 승부를 예측하는 도박까지 한다. 그러나 800인의 사투를 목격하면서 안타까워 하다가 기부금을 걷고, 귀중품을 내놓고, 전화선을 놓기 위해 목숨까지 던진다. 이들의 행동변화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오글거림의 극치를 보여준다.거기에 800 용사들의 면면도 신파의 극점까지 치닫는다.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떨던 병사가 관우처럼 큰 칼을 들고 대항하거나, 냉소적인 병사가 갑자기 애국의 화신이 된다. 강 건너 꼬마의 경례에 부대원이 모두 일어서 답하는, 50년 전 한국 국책영화에나 있을 법한 미장센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배우들의 목소리는 연극처럼 크고 과장되고, 비장함은 우람하며, 대사는 철저히 중화사상과 애국으로 점철된다. 연기와 연출, 설정과 표현 등 모든 영화적 장치가 '국뽕'으로 치닫는 영화다.중국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은 영화의 애국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나 비현실적인 신파성으로 치닫는다. 강 건너 한 소녀가 일본 저격병의 총격을 무릅쓰고 청천백일기를 온 몸에 감고 강을 건넌다. 한밤중에도 눈에 잘 띄는 흰 옷을 입었지만, 저격병은 맞추지 못한다. 이 국기는 이튿날 건물 옥상에 게양되고, 전 부대원이 도열해서 경례를 한다. 이때만 일본군의 집중포화는 없다. 곧이어 일본군 비행기가 등장한다. 총격으로 국기가 넘어지자 수십 명이 총에 맞아 죽으면서 국기를 세운다. 주인공의 소총을 맞은 비행기는 퇴각한다.이런 만화적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화면으로 옮겨내는 뻔뻔함은 중국영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뜬금없이 경극의 초패왕이 적진을 달리고, 총격이 쏟아지는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백마는 주제의 상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색해진다.역사적으로 이 전투에 참가한 병력은 452명. 전투가 시작되기 전 800여 명이라고 한다. 6일 동안의 전투에서 중국 군인의 사상자는 47명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일본군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거액의 제작비가 들어서 전투 장면은 나름 볼만하다. 그러나 긴장감을 주는 것은 초반 30분 정도. 영화의 타이틀이 20분 경과 후에 나오니 첫날 전투 이후는 지루한 신파의 연속이다.'800'은 과대 포장된 중국 '국뽕영화'의 현실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영화다. 돈을 들여 치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유아적인 단계임을 확인하게 한다. 한편으로 이런 수준인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가. 14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2-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레벨16' '조제'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레벨16' '조제'

◆미드나이트 스카이감독: 조지 클루니출연: 조지 클루니, 펠리시티 존슨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 북극에 남겨진 과학자가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지구와 연락이 끊긴 우주 비행사와 짧은 교신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어드벤처 영화. 머나먼 행성 K-23에서 2년 간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호의 우주비행사 설리(펄리시티 존스). 지구와 3주째 교신을 시도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한편 북극에서 근무하던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은 에테르호에게 지구에 종말이 닥쳤다는 경고를 주고자 한다. 북극과 우주라는 장엄한 공간 속에 남겨진 두 사람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미국 소설가 릴리 브룩스돌턴의 데뷔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영화화했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레벨 16감독:다니쉬카 에스터하지출연:케이티 더글러스, 셀리나 마틴 여학생만으로 구성된 한 기숙사학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공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의 덕목을 강요받으며 자란 비비안(케이티 더글러스)은 레벨 16단계로 올라간다. 이 단계만 끝내면 곧 좋은 가정으로 입양된다. 어린 시절에 불결하다는 명목으로 벌을 받았지만 비비안은 여성의 덕목과 규율을 지키는 생활을 삶의 목표로 여기며 시설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그러나 16단계에선 고자질과 체벌이 일어나고,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하며 그녀들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은 CCTV를 통해 감시를 받는다. 이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억압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청결을 강요받아야 할까. 한 여성이 불합리와 폭력을 딛고 자신을 찾는 영화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조제감독:김종관출연:한지민, 남주혁 2003년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17년 만에 한국 버전으로 제작한 리메이크 영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살고 있는 조제(한지민)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영석(남주혁). 몸이 불편해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조제는 혼자 집을 나섰던 날, 우연히 영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 조제의 매력에 빠져들고,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모를 특별한 감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의 감정이 설레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조제는 영석을 밀어낸다. 그러나 굳게 닫혀 있던 조제의 세계는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고, 그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2-11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이웃사촌' '프리키 데스데이' '로그'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이웃사촌' '프리키 데스데이' '로그'

◆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출연: 정우, 오달수, 김희원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이사와 벌이는 코믹 드라마.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 온 도청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한밤중에 나는 부스럭 소리까지 수상한 가족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면서 새로운 비밀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1985년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크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배우 오달수가 도청 타깃이 된 유력 대선주자인 정치인 이의식 역을 맡았다. 그는 2018년 2월 여배우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칩거해 왔다. 이 영화는 당시 막바지 촬영 중이었고, 그래서 개봉도 늦춰졌다.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프리키 데스데이감독: 크리스토퍼 랜던출연: 빈스 본, 캐서린 뉴튼발랄하고 경쾌한 공포 영화. 작은 도시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파티를 벌이고 있던 네 명의 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한 것. 사건 이후 소심한 고등학생 밀리(캐서린 뉴튼) 앞에 소문만 무성했던 무자비한 살인마가 나타난다. 밀리는 온 힘을 다해 살인마로부터 벗어나려 애쓰고, 일촉즉발의 순간 경찰인 언니가 나타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잠을 자던 밀리는 온갖 악취와 찬바람이 부는 버려진 공장에서 눈을 뜨게 되고 깜짝 놀란다. 그의 몸이 그가 만났던 살인마로 변했던 것이다. 밀리는 몸이 뒤바뀐 뒤 24시간이 지나면 평생 돌아갈 수 없는 저주를 풀고 원래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작비 대비 26배의 흥행 수익을 올린 '해피 데스데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두 번째 슬래셔 무비. 102분. 청소년 관람 불가.◆ 로그감독: 마이클 J. 바셋출연: 메간 폭스, 필립 윈체스터'트랜스포머'에서 강렬함을 선사한 배우 메간 폭스가 인질 구출 대장으로 출연한 액션물이다. 샘(메간 폭스)이 이끄는 용병팀 로그는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납치된 주지사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파견된다. 가까스로 타깃 구출에 성공하지만, 잔혹하고 무자비한 알샤바브의 추격은 계속되고, 급기야 팀원들이 포위되는 위기까지 맞게 된다. 치열한 전투 속에 또 다른 적이 나타났으니 바로 맹수인 사자. 과연 로그팀은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총격전부터 흙먼지 날리며 벌이는 추격전, 헬리콥터 격추까지 강렬한 액션 장면이 연출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인질 구출과 함께 사자의 공격이라는 색다른 설정이 이색적이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1-26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여전히 빛나는 소피아 로렌 '자기 앞의 생'

[김중기의 필름통] 여전히 빛나는 소피아 로렌 '자기 앞의 생'

소피아 로렌하면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1970)를 떠올릴 것이다.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한 이탈리아 여인의 절절함을 잘 연기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이었다.이제 85세가 된 노배우.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영화 '자기 앞의 생'(감독 에도아르도 폰티)이 지난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감독은 그녀의 아들 에도아르도 폰티. 이탈리아의 제작자 카를로 폰티 사이에 난 아들이다. 그는 2002년부터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으며 '자기 앞의 생'은 기획, 각본에 연출까지 맡았다.'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영화다. 세네갈에서 온 12살 고아 모모가 매춘부들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마담 로사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피아 로렌이 마담 로사를 맡았다.원작 소설인 '자기 앞의 생'은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였다.모모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다. 인종 차별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창녀들, 친구 없는 노인, 성전환자, 가난한 사람, 병자 등 세상의 중심에서 이탈되고 소외받는 인생들의 이야기였다. 그 안에서 모모는 상처를 보듬는 법을 배운다.이 소설은 사연이 많은 작품이었다. 1975년 발표된 신인 작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쿠르상까지 수상했다. 작가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는 이 신인 작가에게 상을 수여했다.그러나 아무도 이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다. 1980년 소설가 로맹 가리가 죽고 나서 드디어 밝혀진다.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란 글을 남겼고, 그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소책자로 발간된다.이 책자에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가 본인의 필명인 것을 밝힌다. 로맹 가리는 1956년 장편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 상은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여되지 않는 상. 로맹 가리는 비록 필명이지만 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가 됐다. '자기 앞의 생'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진지한 성찰을 던져주는 소설이다.영화는 원작의 무대를 이탈리아로 옮겼다. 모모가 길에서 로사의 골동품을 훔치면서 둘이 만난다. 모모의 후견인인 코엔 박사가 골동품을 돌려주며 모모를 로사에게 맡긴다. 억지로 모모를 떠안은 로사. 모모도 늙은 로사가 싫어 비뚤어진다.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 간다. 로사는 어린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기에 모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러나 로사는 뇌질환으로 남은 날이 없는 상태. 모모는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킨다.영화는 러닝타임이 1시간 34분.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많이 들어냈고, 무엇보다 모모의 섬세하고 순수한 영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마담 로사도 원작의 이미지와 다소 차이가 있다.원작을 읽은 이들에게 영화는 너무나 평범하고, 안일한 연출에 실망할 수 있다. 원작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현대적 각색이 억지스럽기도 하다. 모모의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바뀌니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은 모모보다 로사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듯하다. 실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할까.그럼에도 원작과 비교 없이 영화를 감상하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시민들의 삶을 잔잔하게 엿보게 하는 영화다. 홀로 남겨진 모모처럼 모두는 상처를 안고, 상실의 슬픔을 묻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삶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이 영화의 진가는 무엇보다 소피아 로렌이다. 그녀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감회가 새로워지는 영화다. 후반부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져 가는 로사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여든 중반의 노인이 됐지만, 그녀의 눈빛과 몸짓, 표정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것이 반갑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26 14:30:00

동성아트홀에서 마련한 영화 감독과의 힐링 타임…'제4회 시네마테라피'

동성아트홀에서 마련한 영화 감독과의 힐링 타임…'제4회 시네마테라피'

대구 동성아트홀은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제4회 시네마테라피'를 연다. 시네마테라피는 가장 대중적 장소인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감독과 전문 의료진의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기획된 특별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여유와 휴식의 소중함이 절실한 이때, 영화를 보며 같이 위로 받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일상 속 치유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27일(금) 오후 7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상영 후 임대형 감독, 김홍완 감독과 함께 영화 주제,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2017년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첫 장편으로 지금 계절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로 보다 가깝게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28일(토) 오후 3시 20분 '폭스캐처'를 상영한다. 경북대병원 신경과전문의 이종목 교수와 옥진주 감독과 함께 영화 인물 속 캐릭터 분석, 다양한 인간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29일(일) 오후 7시에는 'In Us Brass' 앙상블과 음악치료사가 함께하는 뮤직테라피가 마련된다. 음악 해설과 함께 영화 OST 연주 등 뮤직테라피를 통해 영화와 음악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전석 7천원, 예매 동성아트홀 및 인디&아트 홈페이지, 문의 동성아트홀(053-425-2845).

2020-11-25 14:44:23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택스 콜렉터' '런' '안티고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택스 콜렉터' '런' '안티고네'

◆택스 콜렉터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출연: 샤이아 라보프, 바비 소토LA 지역 갱단들에게 상납금을 수금하는 조직과 이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조직의 패권전쟁을 그린 하드코어 액션물. LA 지역 갱들을 관리하며 상납금을 수금하는 최고의 파트너 크리퍼(샤이아 라보프)와 데이비드(바비 소토).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이들 앞에 조직을 통째로 삼키려는 무법자가 등장한다. 무법자는 기습적으로 이들 조직을 공격해 LA 지역의 균형을 깨고, 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피의 살육전을 벌인다.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데이비드 에이어의 스타일리시한 잔혹 액션영화다. '트랜스포머'의 샤이아 라보프가 터질 듯한 분노에 사로잡혀 거친 살육을 펼치는 주인공을 맡았다. 액션이 크지는 않지만, 하드코어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95분. 청소년 관람 불가.◆런감독: 아니쉬 차칸티출연: 사라 폴슨, 키에라 앨런십 수년간 지켜오던 비밀이 밝혀지며 시작된 엄마와 딸의 지독한 추격전을 담은 스릴러. 한적한 시골 마을의 외딴 집. 태어날 때부터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았던 클로이(키에라 앨런)는 힘들지만 엄마(사라 폴슨)와 함께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클로이는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 안에서 한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의 정체를 파헤치던 중, 미소를 띠고 있던 엄마의 표정 뒤에 희미한 광기가 새어 나오고 있음을 눈치 챈다. 믿었던 모든 것들이 의심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클로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엄마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서치'(2018)를 연출해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연출작. 90분. 15세 이상 관람가.◆안티고네감독: 소피 드라스프출연: 나에마 리치, 라와드 엘-제인동명의 고대 그리스 희곡을 현대 난민 이야기로 재해석한 영화다. 주인공 안티고네(나에마 리치)는 알제리에서 온 난민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경찰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큰 오빠가 죽고 이에 분노한 둘째 오빠가 경찰을 때리면서 추방 위기에 놓인다. 이를 막기 위해 안티고네가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문신을 팔에 새겨 감옥에 있는 오빠를 빼내고 자신이 감옥에 들어간다. 영화는 소녀 안티고네를 통해 법과 규율에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가족과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존의 법과 제도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안티고네를 연기한 나에마 리치는 비전문 배우이지만, 안티고네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영화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1-18 14:05:24

[김중기의 필름통] '여성'을 뛰어넘은 위대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영화 '마리 퀴리'

[김중기의 필름통] '여성'을 뛰어넘은 위대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영화 '마리 퀴리'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열정과 집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은 그 만큼의 노력과 고난을 요구한다. 어린이 위인전에 빠지지 않는 마담 퀴리(1867~1934)는 그런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여성의 참정권도 없는 시기, 1903년 여성 최초로 노벨상(물리학)을 수상했고, 1911년 노벨 화학상까지 받으며 세계 최초로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했다. 소로본 대학 최초의 여교수가 되기도 했다. '여성'이란 한계를 뛰어넘은 과학자이자 위대한 인간이었다.그녀의 삶은 위인전 속에서 화려한 업적을 주입하는 용도로만 쓰이곤 했다. 과연 그녀는 업적만큼 그렇게 화려했을까.18일 개봉한 '마리 퀴리'(감독 마르잔 사트라피)는 세상을 바꾼 그녀의 도전과 성공, 고난과 상실, 고뇌와 확신을 입체적이며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전기영화다.여성 최초로 파리 소로본 대학에 입학한 마리(로자먼드 파이크)는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연구실에서 쫓겨난다. 평소 그녀의 연구를 눈여겨 본 과학자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가 공동 연구를 제안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연구에 미친 둘은 한 여름에도 불 앞에서 광석을 녹여 새로운 원소를 얻는데 성공한다. 폴로늄과 라듐이다. 4톤의 우라늄석을 40톤의 약품과 400톤의 물을 사용해 4년 동안 실험해서 얻은 결과다.이로써 둘은 노벨상을 수상한다. 마리 퀴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벨상 시상식에 가지 못한다. 그래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녀는 두 번에 걸친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2014년 '더 보이스'를 연출한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은 만화가에 배우, 감독에 시나리오 작가까지 다재다능한 이란 출신 여성 영화인이다. 그는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 박힌 돌(?)처럼 출현한 마리와 그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그녀의 도전과 열정에 카메라를 고정시킨다. 그렇다고 한계를 넘어선 위대한 여성이란 통속적인 프레임에 매이지도 않는다.마리 퀴리의 내면과 고통을 섬세한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다. 남편 피에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폴란드인이라는 인종차별, 다른 과학자와의 염문으로 인한 거센 비난도 담대하게 그려낸다.이 정도라면 위인전의 틀을 벗어나지 않겠지만, 그는 마리 퀴리의 업적이 인류에게 미친 파급력을 전제하며 새로운 고민과 방향을 제시한다.영화의 원제는 '방사능'(Radioactive)이다. 방사능은 1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술이다. 병원의 엑스레이 촬영에 암 방사능 치료, 공항의 보안검색대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마리 퀴리는 남편이 발명한 전압기를 통해 역청우라늄석에서 나오는 광선을 연구했다. 불안정한 원자가 방출하는 광선을 방사능이라 명명하고 개념을 확립했다.라듐과 폴로늄 그리고 방사능은 의학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인류 비극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1945년 히로시마, 1961년 네바다의 원폭 실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을 보여주면서 위대한 발명이 전쟁과 이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인간에게 재앙이 되는 것을 염려한다.노년의 마리 퀴리는 딸 이렌(안야 테일러 조이)과 함께 엑스레이 구급차를 마련해 1차 세계대전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봉사를 펼치기도 한다. 순금으로 된 두 개의 노벨상 메달을 녹이라면서 영국 정부를 협박(?)한 끝에 그녀는 전장으로 달려갈 구급차를 마련했다. 영화는 마리 퀴리가 이후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포탄이 발명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용감한 그녀의 면모를 그린다.여느 전기영화와 달리 '마리 퀴리'는 풍성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속도감 있게 한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실제 같은 연구실, 두 번째 노벨상 수상 장면의 연설 등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영화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안정적인 연기로 마리 퀴리의 삶을 잘 표현한다. 혈기 왕성한 20대부터 연구로 인한 심한 두통, 참을 수 없는 기침으로 고통 받는 60대까지 치열한 그녀의 삶을 연기한다. 피에르 퀴리 역은 '말레피센트' 등에 출연한 샘 라일리가 맡았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18 14:03:31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가 죽던 날' '힐빌리의 노래' '애비규환'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가 죽던 날' '힐빌리의 노래' '애비규환'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출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되어 섬마을에서 보호를 받던 소녀가 사라진 이후의 상황을 그린 범죄 드라마.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녀가 사라진다.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김혜수)는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짓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소녀의 보호를 담당하던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리고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을 만나 그녀의 행적을 추적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는 소녀에게 점점 더 몰두하게 된 현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 앞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마주하게 된 이들의 모습을 탐문수사 형식으로 드러낸다.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힐빌리의 노래감독: 론 하워드출연: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조우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감동 실화. '뷰티풀 마인드'(2001), '다빈치 코드'(2006)의 론 하워드 감독의 연출작이다. 1997년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를 따라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온 J.D(가브리엘 바소)는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생을 포기한 듯 생활한다. 소식을 들은 할머니 보니(글렌 클로즈)는 J.D를 데려와 키워 예일대 법대에 진학시킨다. 엄마 베브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직장마저 잃게 되고, J.D는 다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찾게 된다. '힐빌리'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미국 백인을 의미한다. 가난을 이기고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의 실화를 그렸다. 116분. 청소년 관람 불가.◆애비규환감독: 최하나출연: 크리스탈(정수정), 장혜진, 최덕문5개월 차 임산부 주인공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남자친구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코믹 드라마. 연하 고교생 호훈(신재휘)과 불꽃 사랑으로 임신한 대학생 토일(크리스탈)은 부모에게 임신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누구를 닮아서 이 모양이냐"는 핀잔만 돌아올 뿐. 이에 토일은 친 아빠를 찾아 확인해 보기로 한다. 최 씨에 기술가정 선생님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무작정 대구로 떠난다. 그러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친아빠를 찾았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온다. 거기에 호훈까지 연락이 두절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혼 가정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과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1-1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영화 '인퍼머스'

[김중기의 필름통]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영화 '인퍼머스'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11일 개봉한 '인퍼머스'(감독 조슈아 콜드웰)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강도짓을 하는 20대 여자의 위험한 질주를 그린 영화다. 자신의 범죄를 SNS에 실시간 중계하면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까지 충족시킨다.'팔로워 49명'. 주인공 아리엘(벨라 손)은 따분한 이 동네를 벗어나는 것이 꿈이다. 엄마는 형편없는 새 아빠에 빠져 있고, 친구들도 하나같이 철없고 덜 떨어지는 애들 뿐. 아리엘은 유명해져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현재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49명. 시골 소녀의 변함없는 일상이 주는 성적이다.'뉴 팔로워 147명'. 어느 날 클럽에서 남자를 유혹하다 그의 여자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녀의 거친 폭력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올라 일파만파 퍼지면서 일탈의 충격을 경험한다. 할리우드로 가기 위해 한푼 두푼 모은 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아리엘은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는 딘(제이크 맨리)과 함께 도망간다.'팔로워 3천 명'. 돈이 필요한 둘은 강도짓을 하게 된다. 총을 겨누고 윽박지르며 돈을 요구하는 딘을 아리엘이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순식간에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아리엘은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원했던 유명세와 돈을 너무나 쉽게 얻었던 것이다.'팔로워 178만 명'. 이후 그녀의 돌출적이고 공격적인 욕망은 끈이 풀리고, 마약처럼 범죄를 반복한다. 이제 강도짓은 돈이 아닌 유명세를 위한 일이 되고, 폭주기관차를 탄 둘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인퍼머스'는 유명(famous)해지고 싶은 주인공의 욕망이 악명 높은(infamous) 범죄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린 액션영화다. SNS가 일상을 좌우하는 현실의 뒤틀린 욕망도 터치한다. 희망 없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둘은 더욱 큰 수렁에 빠진다. 잠깐 느끼는 희열은 허상일 뿐, 더 이상 내일이 없는 극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인퍼머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의 인스타그램 버전과도 같은 영화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보니와 클라이드도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내일을 포기하고, 오늘을 위해 대담한 강도행각을 벌인다.배우이자 감독인 조슈아 콜드웰은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인 영상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아리엘이 총을 구입해 신상을 자랑하듯 스마트폰으로 찍는 장면이나, 강도 행각의 스틸 사진 등은 모두 인스타그램 유행을 반영한 것이고 화면 가득 큰 자막으로 인스타그램의 반응들을 묘사한 것도 SNS 시대의 영상 문법이다.'인퍼머스'는 피 묻은 돈이 흩날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기둥 뒤에 앉아 있는 아리엘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얘기한다. "나는 운명을 믿어. 이 우주가 나를 위한 계획이 있다고 믿어. 이게 내 운명일까?"아리엘은 간곡히 원하면 우주가 답을 해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모두 우주의 섭리의 하나이며 자신도 그런 운명이라는 것이다. 우주까지 끌어와 심오한 질문과 성찰을 고민을 하는 듯 하지만, 영화의 과정과 결과는 참으로 가볍고 경박하다.'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당시 시대성이 잘 반영된 문제작이었다면 '인퍼머스'는 자극이 필요한 현대 젊은 청춘들의 돌출적이고 병적인 집착을 그린 액션 영화다. 시대에 대한 반항이 아닌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고함과 주먹질로 풀어내고 잠시 만족하다 포기해 버린다.'미드나잇 선'(2017)에서 청순한 매력을 보여줬던 벨라 손은 시종 판에 박힌 연기로 영화를 가볍고 의미 없는 것으로 전락시키는 데 노력(?)한다. 따분한 일상을 부수고, 사회질서를 흔드는 쾌감을 노린 일탈도 아니다.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식하지만, 정작 그 맛이나 향기는 관심 없는 듯한 그런 영화다. 그 또한 SNS 세태의 풍자일까? 100분. 청소년 관람불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12 14:30:00

스웨덴 감성 영화 "1000원에 모십니다"

스웨덴 감성 영화 "1000원에 모십니다"

제9회 스웨덴영화제가 11일(수)부터 15일(일)까지 5일간 예술전용상영관인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영화제가 대구를 찾은 것은 지난해 개막을 시작으로 올해가 두번째다.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 영화제는 재외공관이 주최하는 영화제 중 최대 규모로, 지난 2012년부터 북유럽의 다채로운 삶과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올해 영화제의 주요 키워드는 '성평등'과 '다양성'이다. 올해 상영될 총 10편의 최신 스웨덴 영화에는 여성 감독 연출작 7편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4편이 포함되며, '영화 속 진취적인 여성들' 연대기 전시도 함께 이루어진다.개막작은 소니 요르겐센 감독, 마리나 뉘스트룀 감독의 '아틀란티스의 왕'이다. 아울러 노벨상 수상자 하리 마르틴손의 동명 원작 SF 서사시를 각색한 '아니아라', 세계적인 작가 프레드릭 바크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브릿마리 여기 있다'가 상영된다.스웨덴 굴드바게 영화제 세 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수네 vs 수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스티그 라르손의 기록 '스티그 라르손 - 불길에 뛰어든 남자', 1973년 아칼리 실험의 기록물과 생존자들의 재회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표류자들', 여학생 카챠코크가 남동생의 연미복을 입고 무도회에 참석해 일으키는 해프닝을 담은 '연미복을 입은 여자' 등도 관객을 만난다.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 만나기 어려운 스웨덴 영화 감독들과의 영상 만남인 '언택트 게스트 토크'도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작 '아틀란티스의 왕'의 소니 요르겐센 감독과 주연 배우 겸 각본가인 시몬 세테르그렌과의 게스트 토크와 '아니아라'의 펠라 코게르만 감독과의 게스트 토크가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제9회 스웨덴영화제는 동성아트홀 홈페이지(www.artmovie.co.kr) 또는 현장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 1천원.〈스웨덴영화제 상영시간표〉▷11/11(수)15:00 브릿마리 여기 있다17:00 럭키 원19:00 아틀란티스의 왕21:20 연미복을 입은 여자▷11/12(목)14:00 아니아라(게스트토크 시네토크)17:00 수네 vs 수네18:50 러빙 커플21:00 표류자들▷11/13(금)15:00 모차르트 브라더스17:10 연미복을 입은 여자19:30 브릿마리 여기 있다21:20 스티그 라르손 -불길에 뛰어든 남자▷11/14(토)13:00 러빙 커플15:20 아틀란티스의 왕(게스트토크 시네토크)18:30 아니아라20:40 럭키 원▷11/15(일)15:00 스티그 라르손 -불길에 뛰어든 남자17:00 표류자들19:00 모차르트 브라더스21:10 수네 vs 수네

2020-11-09 14:14:24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도굴' '나인스 게이트' '앙상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도굴' '나인스 게이트' '앙상블'

◆도굴감독: 박정배출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도굴을 소재로 한 권선징악의 코믹 액션영화다.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는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와 함께 고미술품 도굴계에 환상의 트리오. 중국에 있는 고구려 벽화를 훔쳐내고, 서울 한복판의 선릉까지 털 계획을 세운다. 존스 박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고고학 박사를 흠모해서 붙인 별칭.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은 강동구에게 매력적이면서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윤 실장 뒤에는 문화계의 거물 진 회장(송영창)이 있고, 윤 실장은 진 회장을 대신해 문화재를 모아 해외 큰손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발한 도굴 도구와 수법 등 도굴 과정을 담아내 관심을 끈다.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나인스 게이트: 아홉 번째 살인감독: 니콜라이 코머리키출연: 데이지 헤드, 유리 콜로콜니코프'셜록 홈즈' 풍의 러시아 추리 액션영화.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출신 심령술사 리드(데이지 헤드)는 마법서를 도둑맞은 후 자주 악몽을 꾼다. 로스토브 총경(예브게니 치가노프)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연쇄적으로 살해당하자 수사에 착수하고, 가닌 경위가 그를 그림자처럼 도운다. 로스토브는 피해 여성의 사체 안에서 오각성이 그려진 달걀을 발견한 뒤 골리친 박사(유리 콜로콜니코프)에게 자문을 구하던 중 리드의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리드는 연쇄 살인이 단순한 미치광이의 광기가 아니라 의식행위라고 분석한 뒤 오각성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녀는 희생자가 5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4원소를 더해 9명까지 나올 것이라고 확언한다. 추리극 팬들을 위한 재미가 가득하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앙상블감독: 정형석출연: 김승수, 이천희, 김정화2017년 '여수 밤바다'로 제작, 연출, 각본, 출연까지 했던 정형석 감독의 신작.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섯 청춘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옴니버스 멜로영화다. 새로운 사랑이 두렵기만 한 영로(김승수)와 사랑에 확신을 주고 싶은 세영(서윤아),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만식(이천희)과 원치 않는 아픔에 사랑을 잃은 혜영(김정화), 그리고 지난 사랑을 붙잡고 싶은 민우(유민규)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주영(최배영)까지, 여섯 명의 캐릭터가 출연한다. 이들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과,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또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프고 힘들지만, 이들은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1-0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멜로 영화 '노트북' 16년만에 재개봉

[김중기의 필름통] 멜로 영화 '노트북' 16년만에 재개봉

가장 완벽한 사랑은 뭘까? 첫사랑으로 맺어져 평생을 사랑하다, 죽음도 함께 하는 사랑이 아닐까. 가을이 깊어가면서 사랑의 달콤함과 따스함, 그리고 가슴 속까지 울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그리워진다.'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은 2004년 개봉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영화다. 볼 만한 개봉작이 없는 코로나19 기근 속에 이번 주 재개봉했다. 다시 봐도 좋고, 16년 전 영화라 못 본 젊은 관객이라면 더욱 연인과 함께 하면 좋을 영화이다.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40년 6월 6일이었다.17살의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목수 일을 하는 가난한 청년이다. 그녀 앞에 밝고 명랑한 앨리(레이첼 맥아담스)가 나타난다. 노아는 첫 눈에 반한다. 춤을 추자는 노아의 제안에 앨리는 거절한다. 대관람차 놀이기구에 매달려 데이트를 신청한 끝에 둘은 사귀기 시작한다.부자였던 앨리의 부모는 가난한 노아를 마땅찮게 생각한다. 아예 헤어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사까지 가버린다. 앨리는 편지하라고 했지만 노아의 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이를 알 길이 없는 앨리의 첫사랑은 그렇게 잊혀진다.그러나 노아는 앨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사이에 2차 대전이 터지고, 노아도 전쟁터에 간다. 전쟁이 끝난 후 노아는 앨리를 위해 오래된 집을 수리한다. 둘이 함께 살고 싶었던 하얀 대저택이다. 그리고 신문에 매매광고를 낸다. 물론 팔지 않는다. 앨리가 찾아올 때까지.'노트북'은 멜로계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디어존', '초이스', '위크 투 리멤버' 등 내놓은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또 영화로 만들어졌다.'노트북'은 그의 작가 데뷔작이다.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이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소설이었다. 풋풋한 10대에 만나 엇갈린 운명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진실된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무려 56주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제약회사에 다니다 결혼을 한다. 결혼식 다음날 그는 아내에게서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내의 조부모가 겪은 러브스토리였다. 소설 속 대부분의 내용은 이들의 실화다.평범하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도, 2차 대전을 겪은 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둘의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알츠하이머를 겪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사랑한 것이다."난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노인이지만, 내 영혼을 바쳐 평생을 한 여자만을 사랑했으니 내 인생을 평범하지 않습니다. 특별하죠."한 노인의 대사다. 그는 매일 병실에 있는 백발의 여인에게 책을 읽어준다. 백발의 여인은 매일 처음 보는 노인을 만나 그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누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특히 사랑하는 그녀가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하루하루 잊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나의 이름도, 나의 존재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노인은 한 젊은 청년과 아름다운 여인이 만나 사랑한 이야기를 매일 들려준다.주연은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 둘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만 해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타 반열에 들기 시작했다. 둘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둘이 다시 만나 나누는 빗속 키스신이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키스'에 선정될 만큼 열렬했던 것도 둘의 실제(?) 상황이었던 것이다.레이첼 맥아담스는 이 영화 이후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어바웃 타임'(2013)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할리우드 대표 멜로 배우로 자리 잡았고, 라이언 고슬링도 '킹메이커'(2011), '라라랜드'(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높였다.이들 외에 왕년에 유명했던 배우들도 출연한다. '페이스 오프'(1997), '아이스 스톰'(1997)의 조안 알렌이 앨리의 엄마로 나오고, '매버릭'(1994)의 매력남 제임스 가너가 노인역으로 출연한다. 특히 백발의 여인역을 맡은 제나 로우랜즈는 닉 카사베츠 감독의 어머니로 '사랑의 행로'(1984) 등에 출연한 노배우다.'노트북'의 사랑이 아름답고 운명적인 이유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놓지 않은 진실성 때문이다. '노트북'은 그런 사랑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화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05 14:30:00

어울아트센터에서 관람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명화극장 '비비안리 회고전'

어울아트센터에서 관람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명화극장 '비비안리 회고전'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가 오는 5일(목)~7일(토)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비비안 리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EAC명화극장 : 비비안 리 회고전'을 연다.5일(목) 오후 7시 30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가 상영된다. 할리우드의 가장 드라마틱한 영화로 평가받으며, 물오른 연기를 펼친 비비안 리에게 195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수여한 작품이다.6일(금) 오후 7시 30분에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안나 카레니나'(Ana karenina)를 통해 수차례 제작된 뮤지컬과 영화 중 최고의 안나로 손꼽히는 비비안 리의 인상적인 감정연기를 만날 수 있다.마지막 날인 7일(토) 오후 3시에는 비비안 리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관객을 만난다. 아카데미상 10개의 부문을 수상한 대히트 작품으로 4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극적인 스토리라인은 물론 비비안 리의 다채로운 패션을 살피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해당 공연장은 바코 4K 영사시스템과 돌비서라운드 음향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생생하고 몰입감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회고전은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예약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전화(053-320-5120)를 통해 할 수 있다.

2020-11-03 13:39:58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담쟁이' '젊은이의 양지' '위플래쉬'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담쟁이' '젊은이의 양지' '위플래쉬'

◆담쟁이감독: 한제이출연: 우미화, 이연, 김보민새로운 형태의 구성원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 드라마다. 40대 교사 은수(우미화)와 20대 의류매장 직원 예원(이연)은 행복한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은수는 중상을 입고 은수의 언니 은혜는 사망한다. 은수는 장애인이 되었고, 은혜의 딸 수민은 고아가 된 것. 오래도록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은수는 예원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이별을 말하지만 예원은 사랑하는 은수의 곁을 지킨다. 세 여성이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낯선 형태다. 여느 가족처럼 바닷가에도 놀러 가는 등 이들은 행복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의 규범은 그들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통해 동성커플의 현실을 담았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출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무한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청춘들의 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채권추심 콜센터의 계약직 센터장 세연(김호정)은 업무실적과 정규직 채용을 빌미로 자리를 위협받는다. 세연의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 19살의 준(윤찬영)은 사진이라는 자신의 전공과는 너무나도 무관한 일에 적응하지 못한다. 여느 날처럼 늦은 밤까지 독촉 전화를 하던 준은 얼떨결에 직접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가게 된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울먹이며 전화한 준에게 세연은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라며 윽박지른다. 그날 밤,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준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세연에게는 준으로부터 사건의 단서가 담긴 메시지가 하나씩 도착한다. '유리정원', '명왕성' 등의 작품으로 주목 받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위플래쉬감독: 데미안 셔젤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데미언 셔젤 감독의 장편 데뷔작. 2015년 개봉한 화제작으로 이번 주 재개봉했다. 뉴욕 셰이퍼 음악학교 최고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마일스 텔러)가 악명 높은 폭군, 플레쳐(J.K. 시몬스) 교수의 압박을 이겨내고 완벽한 스윙을 완성하게 되는 뮤직 드라마. 플레쳐 교수는 밴드를 지휘하며, 아이들을 혹독하게 가르친다. 폭언, 폭행도 일삼는다. 그의 학습법에 많은 아이들이 포기를 한다. 하지만 앤드류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연주에 몰두한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도 연주를 하고 싶어 경연장에 오른다. 그리고 연주를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플레쳐 교수는 그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휘몰아치는 연출과 J.K.시몬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다시 봐도 좋은 영화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0-29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에디슨의 경쟁자' 테슬라의 삶과 업적, 그리고 고뇌

[김중기의 필름통] '에디슨의 경쟁자' 테슬라의 삶과 업적, 그리고 고뇌

니콜라 테슬라(1856~1943), 시대를 앞서간 천재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발명가 하면 에디슨을 먼저 떠올린다. 에디슨이 수완 좋은 사업가라면 테슬라는 비사교적인 과학자이자 몽상가였다.한 예로 에디슨은 1893년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발명한다. 동전을 넣고 구멍을 통해 보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계였다. 관객이 관람료를 내고 영상을 보는 최초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가 영화의 탄생 타이틀을 가져간다. 시네마토그라프는 하나의 영사기로 투사된 영상을 관객이 다 같이 보는 현재의 극장 형태였다. 에디슨이 요지경 같은 영사기를 발명한 것은 관객 1명 당 1개의 영사기가 필요한, 그래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비즈니스 마인드의 산물이었다.그가 테슬라와 전류 전쟁을 벌인다.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에디슨은 테슬라의 교류를 비판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압 교류로 동물을 죽이는 공개 실험도 하고, 교류 전기의자로 사형집행까지 했다.그렇지만 테슬라의 교류가 적은 손실로 전류를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인정되면서 현대 전기문명의 태초를 열게 된다. 더구나 인류에게 이점이 있는 교류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자신의 특허권마저 포기한다. 자신의 이익에만 매달렸던 에디슨과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28일 개봉한 '테슬라'(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는 전류 전쟁 이후 테슬라의 삶과 업적, 고뇌를 다룬 영화다. 에디슨(카일 맥라클란)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테슬라(에단 호크)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위대한 발명에 착수한다. 빛, 에너지 정보를 전 세계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위해 최고의 자본가 J. P. 모건(도니 케샤와즈)의 도움을 구한다. 그는 콜로라도의 연구소에서 하늘로 번개를 쏘아 올리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테슬라 코일에 대한 연구다.각본과 제작, 감독까지 맡은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테슬라에 대한 '흠모'는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에단 호크는 테슬라의 괴팍한 성격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와 그에 따른 고독 등을 찡그린 표정과 깊게 난 이마 주름, 혼잣말 같은 대화 등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당시 테슬라 코일 등을 그린 판화와 그림으로 그려진 나이아가라 폭포 등 표현 기법도 상징성을 더한다. 테슬라의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으로 다소 비현실적 묘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얼기설기, 겉도는 대화처럼 불친절하다.영화를 보기 전 테슬라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테슬라 코일은 수십만 볼트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를 통해 최초의 형광등과 네온 등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 형광등과 네온으로 장식된 무대가 나오는 배경이다.에디슨은 테슬라에게 전기를 싼 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약속을 어겼고, 테슬라는 그와 결별한다. 심지어 1915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테슬라가 그와 함께 상 받기를 거부해 둘 다 수상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에디슨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J. P. 모건과 조지 웨스팅하우스(짐 캐피건)이다. 모건은 미국 최고의 자본가로 테슬라에게 연구비를 투자한 금융인이고,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업가이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사용한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인물이다.또 테슬라는 결벽에 가까운 기벽도 있었다. 식사 전 광택이 나도록 스푼과 컵을 닦는 버릇이 있었다. 손수건은 흰 비단으로 된 것만 썼다. 영화에서는 냅킨을 수북이 쌓아놓고 스푼을 닦는 그가 잘 묘사돼 있다. 테슬라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으로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런 이력이 그가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라 짐작된다.영화는 극 중 인물인 J.P. 모건의 딸 앤 모건(이브 휴슨)이 테슬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구글에서 검색된 에디슨과 테슬라의 이미지의 개수를 통해 둘의 다른 인식을 보여 주는 등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그러나 테슬라가 추구했던 혁신적인 창조성, 삶의 목표와 철학 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란 가정법도 영화에서 등장하지만, 전기의 마법사, 몽상가, 발명가, 과학자 등 무수하게 불리는 테슬라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29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종이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종이꽃'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1995년 서울 을지로를 배경으로 회사의 비리에 맞선 여직원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드라마. 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들이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 모였다. 실무 능력이 완벽하지만 커피 타기 달인이 된 생산관리부 이자영(고아성), 추리소설 마니아인 마케팅부 돌직구 정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이 된 회계부 수학왕 심보람(박혜수). 셋은 대리가 되면 진짜 자신의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어느 날 자영이 심부름을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한다. 자영은 유나와 보람과 함께 회사의 비리를 찾으려고 한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셋은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와 싸움을 시작한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에브리타임 아이 다이감독: 로비 마이클출연: 드류 폰테이로, 마크 멘차카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다는 소재를 그린 스릴러. 전장에서 돌아온 타일러(타일러 대쉬 화이트)는 자신의 아내가 처제의 남편 동료인 샘(드류 폰테이로)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가 난 타일러는 호숫가에서 샘을 죽이고 만다. 시간이 지난 후, 샘이 깨어난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이 아니다. 직장동료 제이(마크 멘차카)의 몸속으로 샘의 영혼이 들어간 것이다. 샘을 우발적으로 죽인 타일러는 범죄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제이를 죽이려고 한다. 자아분열증으로 사로잡혀 권총 자살한 것으로 꾸민 것. 다시 눈을 뜨는 주인공. 이번에는 누구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사고로 죽은 샘이 겪는 예측불가의 체험을 강렬하게 묘사한 스릴러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종이꽃감독: 고훈출연: 안성기, 유진, 김혜성성길(안성기)은 뺑소니 사고로 척추 마비가 된 아들 지혁(김혜성)을 돌보며 힘들게 살고 있는 장의사다. 항상 종이꽃을 접으며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려오고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성길은 대규모 상조 회사 파트너로 계약을 맺어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앞집으로 이사 온 모녀 은숙(유진)과 노을(장재희)이 성길의 삶에 끼어들고, 밝고 거리낌 없는 모녀의 모습에 희망을 다시 품는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회사 경영 방식에 맞춰 일하던 성길은 무료 국수집을 운영하던 장한수의 염을 맡게 된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주제를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배우 안성기가 생계를 짊어진 힘든 아버지와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잘 전해준다.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2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개봉 판도…극장 지고 넷플 뜬다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개봉 판도…극장 지고 넷플 뜬다

20년 전만 해도 영화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순했다. 극장에 개봉된 후 시간차를 두고 VHS나 DVD로 출시되고, 이후 TV 방영으로 일생을 마쳤다. 최고의 순간은 물론 극장 개봉이다. 극장 개봉일에 맞춰 감독과 제작진이 주변 커피숍에 모여 대기하다 극장 매표소에 몰린 관객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는 그 순간이 최고의 정점이었다.이제 극장 개봉의 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개봉되고, DVD나 블루레이 출시도 생략되는 시대가 됐다. 필름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직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영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리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100여 년간 지속된 극장 개봉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됐던 '사냥의 시간'에 이어 '콜'(감독 이충현)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가닥을 잡았다. 개봉에 따른 불투명한 극장 수입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안전한 수익을 선택한 것이다.넷플릭스 측은 지난 20일 "영화 '콜'을 11월 27일에 전세계 단독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콜'은 올 3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고, 갈수록 극장 개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밀집 시설에 대한 관객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으며, 중장년층 관객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더 이상 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넷플릭스를 선택했다.'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글로벌 인기를 확인한 '살아있다'의 박신혜가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 이창동 감독 '버닝'의 전종서가 함께 출연한다.박신혜는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과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서연으로, 전종서는 과거에서 현재로 전화를 거는 여성 연쇄살인마로 나온다. 단편영화 '몸 값'으로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도 넷플릭스 개봉을 저울질하고 있다. 송중기 주연의 SF 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낙원의 밤'은 '신세계'와 '마녀'로 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과 탁월한 느와르 스타일에 매료된 많은 관객들이 극장 개봉을 기대했다.'승리호' 또한 제작비 240억원의 대작으로 올해 가장 주목을 끈 작품.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추석연휴 개봉으로 연기됐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개봉을 무기 연기했다.'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 SF 대작. 우주쓰레기 청소를 담당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두 편 모두 극장 개봉 기대작이었으나 넷플릭스 공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특수 환경이지만, 향후 영화의 개봉에서 온라인이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될 때 놀라움이 불과 3년도 안 돼 일상화된 느낌이다.이에 따라 영화관의 비중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1위인 CGV가 지난 19일 상영관 30% 감축을 결정했다.올해 극장 관객이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반면 임대료 등 고정비는 상승했고, 거기에 방역비 등 추가 지출까지 가중됐다. 이미 대구CGV는 지난 8월에 영업이 중단된 상태. 비단 CGV 뿐 아니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도 같은 형편이다.몸집 줄이기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관의 스크린수는 과할 정도로 확대된 측면도 있어 극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영화가 상업적 토양에서 잉태된 것이기에 자본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비록 코로나19로 앞당겨지긴 했지만, 바야흐로 세상이 바뀌는 순간들을 우리는 보고 있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2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폰조'…악명높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처참한 말로

[김중기의 필름통] '폰조'…악명높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처참한 말로

'폰조'(감독 조쉬 트랭크)는 전설적인 미국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알 카포네라고 하면 화려한 액션과 음모와 배신 등이 난무하는 범죄영화를 기대하겠지만, 이 영화는 전혀 아니다. 카포네가 죽기 전 1년을 처참하게(?) 그려낸 간병일기같은 영화다.알폰소 가브리엘 카포네(1899~1947)는 1920년대 금주법 시대 시카고 마피아 보스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혈통으로는 천생 마피아다. 어려서 포악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브루클린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희롱하다 오빠의 나이프에 왼쪽 뺨이 그어져 '스카 페이스'로 불리기도 했다.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스무 살에 불과한 카포네가 갱단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다. 시카고를 장악하기 위해 반대파와의 끊임없는 살생전을 벌여 시카고는 치안이 없는 암흑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1929년 2월 14일 경찰로 위장한 갱들이 반대파인 노스 사이드 조직원 7명이 기관총 세례를 받고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발렌타인데이 대학살' 사건이 터진다.'공공의 적 1호'가 된 카포네는 재무성과 국세청의 특별 수사팀에 의해 체포돼 1931년 법정에 서게 된다. 이는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언터처블'로 영화화되기도 했다.신경 매독과 코카인 금단 현상으로 1939년 가석방돼 플로리다 팜 아일랜드의 집으로 돌아간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로 암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다 194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폰조'는 환상과 현실이 혼재되고, 시제도 명확하지 않은 묘사로 카포네의 비참한 말로를 그리고 있다. 그가 죽였던 사람들의 환영과 발렌타인데이 대학살의 망상이 난무하면서 카포네의 망가진 뇌 섬유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거기에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똥오줌으로 기저귀를 찬 카포네라니. 전설적인 갱 두목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말년이 아닐 수 없다. 비싼 양복에 호화로운 장신구, 시가를 즐겨한 카포네와는 정반대의 면모가 낯설다. 생체적인 나이는 40대지만 70, 80대 같은 노인의 몰골. 건강으로 시가 대신 당근을 입에 문 모습은 그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폰조'는 카포네를 두고 떠돌던 두 가지 소문과 추측을 소재로 카포네의 죽기 전 마지막 1년을 그렸다. 하나는 그가 숨겨두었다는 거액의 현금이다. 카포네는 전성기에 수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록 악명 높은 감옥 알카트라즈에서 수감되고, 금주법이 풀리면서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래도 1천만 달러 정도는 챙겼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FBI가 그의 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도청하며 찾는 것이 그 돈의 행방이다.또 하나는 카포네의 혼외자에 대한 소문이다. 카포네는 유일한 아들 소니 카포네가 있었지만 숱한 정부를 거느리면서 혼외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카포네의 사생아라며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영화는 이 두 가지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소문의 실체를 따라간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정신처럼 이 소문 또한 명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폰조'는 알폰소 카포네의 애칭이다. 카포네는 명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해 전설적 기운을 더했다. '폰조'에서는 톰 하디가 연기한다. 그는 말년의 카포네의 어두운 내면과 고통스러운 외면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거의 1인극에 가까운 역이다.황금으로 만든 톰슨 기관총에 알 카포네의 저택, 녹색 캐딜락 방탄차 등 철저한 고증도 눈에 들어온다. 이 방탄차는 후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용하기도 했다.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대통령 방탄차가 필요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가 소유한 유일한 방탄차가 알 카포네에게서 압류한 캐딜락이었다는 것이다.조쉬 트랭크는 2012년 상큼한 히어로물 '크로니클'로 최연소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감독이자 각본가다. 2015년 '판타스틱4'로 골든라즈베리 최악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그는 '폰조'에 대해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한때 레전드였던 한 인물의 흥망성쇠와 비참한 말로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회한으로 점철되지만 여전히 악마적 기운이 감도는 한 인간. 그의 흐릿한 기억 속에 잠재할지도 모를 인간성을 두들겨 깨우는 시도는 아쉽지만 명쾌하지 않다.카포네가 하나의 역사였던 미국인들에게는 인간적 성찰은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다소 뜬금없고 '굳이 그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든다.거듭 이야기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포네의 선입견을 버리지 않으면 '폰조'를 보고 나오는 당신은 마뜩찮은 표정이 될 것이다. 14일 개봉. 104분. 청소년 관람 불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1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소리도 없이' '돌멩이' '나의 이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소리도 없이' '돌멩이' '나의 이름'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출연: 유아인, 유재명범죄조직의 청소부가 유괴된 아이를 떠안으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범죄조직의 하청을 받아 전문적으로 시체를 수습하며 살아가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여아 초희를 억지로 떠맡는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데려가려던 용석이 시체로 발견되고, 두 사람은 유괴된 초희와 의도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된다. 며칠이면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길어지게 된다. 비록 끔찍한 범죄 현장이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이색적 재미를 선사한다. 유아인은 영화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돌멩이감독: 김정식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몸은 어른이지만 8살 지능을 가진 주인공이 펼치는 휴먼 드라마. 시골에 살고 있는 석구(김대명)는 30대 청년이지만 지적 장애인이다.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서로에게 보호자 겸 친구가 된다. 은지를 보호하고 있던 쉼터의 김선생(송윤아)은 둘 사이의 우정이 위험할 수 있음을 걱정한다. 그러나 석구를 보살피던 성당의 노신부(김의성)는 일단 지켜보자며 김선생을 안심시킨다. 어느날 밤. 석구의 정미소에서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목격한 김선생은 석구를 신고하기에 이른다. 갑자기 배척당하는 석구를 통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나의 이름감독: 허동우출연: 전소민, 최정원자신만의 그림을 꿈꾸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아마추어 화가와 함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멜로. 미술관장인 엄마의 성화에 자신의 작품 전시를 준비하던 리애(전소민). 전시회가 다가오면서 그녀는 부족한 그림 실력에 좌절감만 쌓여간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그림을 팔고 있던 아마추어 화가 철우(최정원)를 발견하고 그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리애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은 철우. 하지만 그림을 하나씩 완성할수록 점점 리애에 대한 마음도 커져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1995년 박중훈 주연의 '꼬리치는 남자'를 연출한 허동우 감독이 2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1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언힌지드' '애프터: 그후' '어디갔어, 버나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언힌지드' '애프터: 그후' '어디갔어, 버나뎃'

◆언힌지드감독: 데릭 보르테출연: 러셀 크로우, 카렌 피스토리우스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월요일 아침,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 하는 레이첼(카렌 피스토리우스). 꽉 막힌 도로. 직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짜증이 난 레이첼은 필요 이상으로 경적을 크게 울린다. 앞 차의 운전자(러셀 크로우)가 사과를 요구하지만 레이첼은 이를 무시한다. 곧이어 앞에 있던 그 차가 그녀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보복운전이 시작된 것이다. 분노가 폭발한 그 남자는 이제 레이첼뿐 아니라 친구와 아이들까지 노린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를 통해 리얼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러셀 크로우가 가족과 집, 일까지 모두 잃고 인생의 벼랑에 몰린 남자로 출연해 도로에서 숨막히는 보복운전을 한다. 90분. 청소년관람불가.◆애프터: 그 후감독: 로저 컴블출연: 히어로 파인즈 티핀, 조세핀 랭포드지난해 화제를 모은 로맨스 영화 '애프터'의 속편. 전작이 캠퍼스 커플의 두근거리는 첫 사랑을 그렸다면 속편은 취업 후 삼각관계에 빠지는 아찔한 로맨스를 그렸다. 첫사랑 하딘(히어로 파인즈 티핀)이 자신과의 연애를 친구들과의 내기로 이용했다는 실망스러운 비밀을 알게 된 테사(조세핀 랭포드)는 결국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서로의 살결과 숨결을 잊지 못한 둘은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간다. 테사는 꿈에 그리던 반스 출판사의 편집부에 막내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고, 거친 하딘과는 180도 다른 트레버(딜런 스프로즈)를 만나게 된다. 한편, 하딘은 테사의 용서를 기다리며 과거의 잘못을 하나씩 바로잡아간다. 로맨틱한 대학 전 남친과 스마트한 출판사 선배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로맨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어디갔어, 버나뎃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출연: 케이트 블란쳇, 빌리 크루덥뉴욕타임즈 84주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과거엔 건축계 아이콘, 현재는 사회성 제로 문제적 이웃이 된 주인공이 갑작스런 FBI 조사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조용히 살고 싶은 소망과 달리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일 밖에 모르는 남편, 사사건건 간섭하는 이웃집 여자, 자신을 감시하고 남편에게 일러바치는 비서. 어느 날, 버나뎃은 자신이 국제 범죄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갑작스런 FBI 조사가 시작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비포 선라이즈' 3부작과 12년간 촬영해 완성한 '보이후드'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연출작이다.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07 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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