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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김중기의 필름통]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은 산불 속에서 살인자들과 맞서 싸우는 여성 소방대원의 활약을 그린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다. '솔트', '툼레이더'를 통해 강렬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가 이번에는 모성애까지 장착하고 악당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한나(안젤리나 졸리)는 4,000m 상공에서 불길 속으로 투입되는 공수 소방대원의 대장이다. 험하고 위험한 임무를 맡다보니 대원들은 모두 거친 사나이들이다. 한나 또한 대원들 못지않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세 명의 아이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늘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코너(핀 리틀)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등교 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차를 돌려 도주하기 시작한다. 음모 집단의 비밀을 알고 있던 아버지가 살해 위협을 느낀 것이다.깔끔한 일처리를 하는 살인청부업자 잭(에이단 길레)과 패트릭(니콜라스 홀트)은 첫 번째 표적을 요란하게 날려버린다. 그러나 이 소식이 방송에 전파되는 바람에 두 번째 표적이 낌새를 차리고 도망쳐 버린다. 노련한 이들은 단서를 찾아 그들을 쫓는다.이들이 향하는 곳은 몬테나의 울창한 산림지역이다. 아름다운 산악지역이지만 늘 산불 때문에 애를 먹는 곳이다. 이제 이곳은 산불, 번개 뿐 아니라 킬러들의 무자비한 살육이 자행되는 끔찍한 추격전의 현장이 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테일러 쉐리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테일러 쉐리던은 황량한 변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범죄를 서부극의 긴장미로 그려내던 각본가이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형제의 은행 강도 행각을 그린 '로스트 인 더스트'(2016)나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 카르텔을 쫓는 CIA의 활약을 그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가 대표적이다. 특히 와이오밍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을 그린 '윈드 리버'(2017)는 직접 연출까지 맡아 그의 아메리칸 프론티어 3부작을 완성시켰다.미국이란 국가의 한 모퉁이, 그것도 황량하고 고독한 지형을 따라 펼쳐지던 사회성 짙은 전작들과 달리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오락성을 강조하고, 스펙터클한 측면을 부각한 스릴러다.절제된 대사와 응축된 감정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의 감정은 다소 노골적이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한나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통에 테일러 쉐리던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거기에 사회문제를 남성적인 터치로 그려온 것과 달리 한 여성의 개인적 아픔을 거대한 재앙 속에서 극복하는 오락적 레벨로 그려낸 것도 낯선 부분이다. 조직의 비밀을 쥔 소년과 그를 쫓는 노련한 살인청부업자, 소년을 지키려는 의인의 스토리는 이미 숱한 영화들이 써먹은 레퍼토리가 아닌가.그럼에도 테일러 쉐리던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협과 위험이 마치 스톱워치처럼 긴장감을 준다. 평화롭고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산악 지역에 잔혹한 살인자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바람과 함께 뜨거운 산불이 넘실댄다. 두 가지 재앙을 맞은 약자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는 여성이다. 서바이벌 콘셉트로는 최상의 조합이다.잔혹한 사냥꾼에게 쫓기던 짐승의 반격도 짜릿하고, 산불 속 액션도 스펙터클하다. 배우들이 산불 속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촬영 장면이라고 한다. 나무에 가스관을 설치해 불을 조절하면서 촬영한 세트 장면이라는 것이다. 화재는 20여 그루의 나무를 태우며 4일간 진행됐다. 그래서 연기를 더욱 리얼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와 아름다운 연대가 재앙 속에 잘 녹아든 액션 스릴러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충격을 핀 리틀이 잘 연기해 관객을 공감하게 한다.소년을 없애야 하는 집단의 정체와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어떤 것인가는 맥거핀 효과로 처리한다. 맥거핀 효과는 관객의 기대심리만 자극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 기법이다. 그래서 답답할 관객도 있지만, 그것이 큰 대수는 아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던 살인청부업자들의 허술한 결말이 다소 어이없기는 하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제격인 서바이벌 액션 스릴러 영화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파이럴' '아들의 이름으로' '슈퍼노바'

◆스파이럴감독:대런 린 보우스만출연:크리스 록, 사무엘 L. 잭슨 2000년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호러 영화 '쏘우'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 경찰을 표적으로 한 연쇄살인이 시작되고, 그들에게 정체불명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선배 마커스(사무엘 L. 잭슨)가 퇴직하면서 그의 파트너였던 형사 뱅크스(크리스 록)는 신인 솅크(맥스 밍겔라)와 파트너로 짝을 이룬다. 어느 날, 뱅크스는 의문의 소포가 배달되면서 무시무시했던 과거의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8편까지 이어진 기존 '쏘우' 시리즈가 게임 위주의 전개였다면, 이 작품은 이야기와 긴장감을 주며 차별화된 전개로 관객을 찾는다. 대런 린 보우스만 감독은 '쏘우' 시리즈 2, 3, 4편을 연출하며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커지고, 정교해진 트랩이 긴장감을 더한다. 93분. 청소년 관람불가. ◆아들의 이름으로감독:이정국출연:안성기, 윤유선, 박근형 40년이 넘었지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분노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되새기고 가해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영화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오채근(안성기)은 대리운전 기사다. 그는 군 소장 출신 박기준(박근형)의 주변을 맴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아버지가 피해자의 한 사람인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리고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에게 접근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장편 극영화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했던 이정국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명언을 연출의도로 전했다.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슈퍼노바감독:해리 맥퀸출연: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친구이자 연인을 위해 떠나는 마지막 여행을 그린 영화. 20년을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는 작은 캠핑카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북부로 여행을 떠난다. 오래된 노부부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이 여행은 치매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를 위한 마지막 여행이다. 샘은 내색하지 않지만, 터스커는 그에게 힘든 짐을 지우지 않고, 더 망가지지 않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몰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설명하는 녹음테이프를 만들어둔다.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라는 최고 명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아련한 감성을 자아낸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5-14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김중기의 필름통] 묵직한 실화 '블랙 팬서', 스크린 소환

'블랙 팬서'하면 마블 코믹스의 와칸다를 떠올리겠지만, 검은 표범을 상징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말 미국을 뒤흔든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이 오리지널이다. 흥미롭게도 50년이 지난 지금 이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올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감독 아론 소킨) 때문이다. 두 편의 영화가 동시대를 다루면서 당시 혼란했던 미국 사회를 스크린으로 소환한 것이다.흑표당은 1966년 구성된 흑인 무장조직이다. 흑인의 강인함을 검은 표범에 빗대어 검은 바지와 재킷, 베레모와 총으로 유니폼을 구성했다. 외형적으로 흑표당은 흡사 여느 국가의 반군 조직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그러나 26개의 흑표당 당규를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마약을 가질 수 없다', '마약이 발견된 당원은 쫓겨난다', '활동 중에 술에 취할 수 없다',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로 총을 소지할 수 없다', '불필요하게 총을 겨누거나 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훔칠 수 없다'….흑인 무장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착한' 규칙들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흑인들을 위한 완전고용과 주택권리, 의료지원을 외쳤다. 총으로 무장을 한 메시아 같은 일을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1968년 9월 흑표당을 "국가의 내부 안전에 강대한 위협"으로 보고 와해시키는 공작에 돌입한다. 흑인 인권운동가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하고 이들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큰 줄기다.FBI는 차를 절도하다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케이스 스탠필드)에게 7년간 투옥될지, 아니면 흑표당에 잠입할 것이지를 제안한다. 오닐은 FBI 요원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받는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인 스무 살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을 감시하는 일이다.오닐이 예수를 배신한 유다, 햄프턴이 메시아인 셈이다. 오닐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철폐를 외치는 햄프턴에 조금씩 끌린다. 영화는 유다 오닐의 시점으로 시작해 메시아 햄프턴의 이념과 사상, 흑인인권운동과 그의 비극적 죽음을 그리고 있다. 햄프턴은 1969년 시카고에서 경찰의 급습으로 사망한다.이 지점에서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햄프턴이 죽기 1년 전 1968년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가 발단이었다. 이때 미국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의원이 암살되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지속 정책으로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다.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주동자 8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8명이 체포됐는데 왜 '시카고 7'일까. 흑표당을 창당한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을 재판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아론 소킨 감독은 실화를 기가 막힌 재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각본가로 유명하다. '어 퓨 굿 맨'(1992)을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드라마 '뉴스룸' 등이 대표작이다. 이 영화는 '몰리스 게임'(2017) 이후 두 번째 연출작이다.영화는 '아론 소킨'의 손재주(연출)와 글재주(각본)가 빛을 발한다. 시위가 폭력으로 번진 것도 어처구니없고, 재판도 피의자들의 조롱과 판사의 고함으로 얼룩진다. 더구나 재판에 참석한 주동자들 모두 중구난방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대학생, 히피처럼 차려입은 청년국제당 리더, 점잖은 시민운동가, 거기에 급진 흑인단체인 흑표당 리더까지. 흑백에 나이, 문화와 교육수준이 다른데 여기에 검사와 변호사, 고집불통인 판사까지 가세해 '시카고 7'의 재판은 당시 혼란상을 그대로 재판정으로 옮겨온 듯하다.그러나 아론 소킨은 이러한 불협화음을 적절한 완급조절과 사실적인(?) 유머, 설득력 있는 상황묘사로 흡인력 있게 끌어나간다. 캐릭터들도 각자 색깔이 확실하다보니 입체적인 느낌으로 살아난다.이 재판은 150일이 넘게 진행된다. 그 사이에 프레드 햄프턴이 사망하기도 한다. 처음 시위 주동자들은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닉슨 대통령은 엄벌을 지시하고, 영화는 판사를 조롱하는 등 미국 사법체계를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힘을 얻는다.특히 여덟 번째 인물인 흑표당 바비 실은 변호사도 없이 재판에 참석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발언을 하면서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 사법정의를 '밥 말아 드신' 호프만 판사는 그에게 16건의 법정 모독죄를 적용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5-07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학교 가는 길'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 '아이들은 즐겁다'

◆학교 가는 길감독:김정인출연: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17년만의 서울시내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어머니들과 장애학생들의 투쟁과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안지현 양의 등굣길을 따라가며 시작한다. 아침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집을 나서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현이와 어머니의 모습, 스쿨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특수학교 재학생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발달장애를 가진 지현이의 어머니이자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은자 씨는 먼 곳까지 학교에 다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규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사회에서 배제된 장애인 교육권, 장애 인권 등의 문제를 조명한다.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크루즈 패밀리:뉴 에이지감독:조엘 크로포드출연:엠마 스톤, 라이언 레이놀즈 어린이날을 맞아 개봉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동굴을 떠나 집을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가 진화된 인류, 베터맨 패밀리를 만나 벌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험을 담았다. 크루즈 패밀리는 맨손으로 사냥하는 '구식' 원시인이다. 동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섰다가 진화된 인류를 만난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능형 베터맨 패밀리. 둘은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프(엠마 스톤)는 가족들과 달리 베터맨 던(켈리 마리 트랜)과 우정을 쌓아가지만, 점점 두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이 닥쳐온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크루즈 패밀리'는 전 세계 5억8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95분. 전체 관람가. ◆아이들은 즐겁다감독:이지원출연: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 조금은 외롭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9살 다이(이경훈)는 즐겁다.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9세 인생 최초로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의 끝에는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웹툰은 지난 2013년 7월 8일부터 2014년 5월 20일까지 연재돼,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체로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과 그 사이 성장한 아이의 모습이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108분. 전체 관람가.

2021-05-07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크맨' '바그다드 카페'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크맨' '바그다드 카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조진모출연:강하늘, 천우희, 강소라 힘든 일상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자극하는 멜로 영화.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을 제안하며 그날을 고대한다. 117분. 전체 관람가. ◆마크맨감독:로버트 로렌즈출연:리암 니슨, 제이콥 페레즈 '테이큰' 등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리암 니슨 주연 액션영화. 최고의 사격수였다가 은퇴한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 지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은행의 부채를 못 갚아 농장이 넘어갈 위험에 처한 것 빼곤 조용한 말년 생활이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주지만 무자비한 놈들의 공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은 길을 나서고, 마약 카르텔은 그의 흔적을 따라 추격전을 벌인다. 멕시코로 돌아가면 살해당할 것이 확실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카르텔과 싸우는 한 전쟁 참전용사의 분투를 그린 액션. 리암 니슨의 전작들에 비해 액션이 약한 편.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바그다드 카페감독:퍼시 애들론출연: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CCH 파운더 1987년 작품이다. 영화음악 'Calling You'로 너무나 유명한 명작이다. 국내에 1993년 개봉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제작 30주년을 맞아 17분이 추가된 리마스터링 감독판으로 재개봉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낡은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 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CCH 파운더)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독일여성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가 둘의 우정으로 인해 따스한 공간이 되어간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주의 영화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4-30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스파이'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스파이'

지구에 핵이라는 재앙적 무기가 개발되었지만 그동안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렇지만 핵전쟁 발발 초읽기에 들어간 위험시기는 있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중 과도한 핵개발 경쟁의 시기였다.'더 스파이'(The courier, 감독 도미닉 쿡)는 일촉즉발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핵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킨 두 남자의 실화를 그린 첩보물이다. 고전적이며 정통적인 첩보영화의 스타일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긴장과 감동을 주는 웰메이드 스릴러다.소련 군사정보국 올레크 대령(메랍 니니트쩨)은 나날이 광포해지는 당 서기장 후르시초프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핵전쟁을 일으킬지 모를 충동적인 인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올레크는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를 핵전쟁을 막기 위해 소련의 핵개발에 대한 실상을 서방에 알리기로 결심한다.영국의 사업가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동유럽을 무대로 서구의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다. 어느 날 영국 상무국 직원과 미국 여성이 그에게 접근한다. 소련에 가서 물건을 받아오는 운반책(courier)을 맡아달라 부탁한다. 이들이 영국의 대외정보국 MI6와 미국 CIA 요원이라는 것을 직감한 그는 이 일을 거절한다. 단순하고 위험하지 않으며, 조국을 위한 일이라는 거듭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려 일단 모스크바로 가기로 한다. 이렇게 이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더 스파이'는 미소 냉전시절 첩보전에 뛰어든 영국 사업가가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첩보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브리지 오브 스파이'(2015년 작)가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 교환 작전에 투입된 변호사의 실화를 그려 감동을 준 것처럼 '더 스파이'는 오직 가족을 위해 세일즈를 하던 사업가가 스파이 세계의 한복판에 떨어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중심이 된다. 그것은 바로 소련의 쿠바 핵미사일 배치다.이때 미국은 소련의 핵무기 개발을 과소평가했다. 그레빌의 '심부름 일'이 아니었으면 알아채기도 어려웠다. 올레크의 정보를 CIA를 통해 보고 받고 위성의 방향을 바꾸어 쿠바를 정밀 촬영한다. 그리고 미사일 기지를 밝혀내고 존 F. 케네디 대통령까지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영화는 이런 세기적 사건과 함께 당시 첩보전의 첨예한 긴장감을 잘 그려내 주고 있다. 영국대사관 내에도 도청장치가 설치되고, 첩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KGB의 계략 등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긴장한 그레빌이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 토하는 장면 등 여느 스파이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설정들도 눈에 띈다. 첩보의 문외한이 첩보전 한가운데 투입되다 보니 그 긴장감이 관객에게 더욱 강하게 전해지는 것이다.영화는 두 주인공의 '브로맨스'(남성간의 깊은 우정) 감성도 잘 키워나간다. 형식상 올레크는 서방의 대외협력자를 포섭한다는 명목으로 그레빌을 만난다. 둘의 사업적 만남이 이어지면서 올레크는 영국 그레빌의 집으로 와서 그의 가족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그것은 그레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둘의 신뢰는 더욱 깊어가고, 둘의 안위까지 챙길 정도로 성숙해간다. 올레크는 자신을 알렉스라 불러달라고 한다.한 번도 발레를 본적이 없는 그레빌을 볼쇼이 공연에 초대해 함께 관람하는 장면은 둘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무대에는 소련의 자부심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고 있다. 왕자와 악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조 오데트가 올레크의 처지와 비슷해 비극미를 더해준다.올레크는 소련으로 보면 배신자다. 조국의 일급 기밀자료를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에 넘겨준 반역자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인류를 핵전쟁의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정보가 서방과 소련 핵경쟁의 균형을 맞춰 지구의 평화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당시 소련과 서방의 첩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연히 정보가 샌 것을 소련 정부는 알아차리고 KGB의 감시망도 좁혀진다. 그렇지만 둘의 신념을 위한 선택은 멈추지 않는다.그레빌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뛰어난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사익만 쫓던 장사꾼의 인류애적 변신을 관객이 충분히 설득될 수 있도록 사실적인 연기를 펼친다. 소련에 다녀온 후 바뀐 그를 바람이 난 것으로 오해하는 아내와의 갈등 속에서도 올레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후반에는 등뼈가 보일 정도로 감량하는 연기 투혼을 보이기도 한다.실화의 힘은 역시 강하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당시 기록 사진들이 보이는데, 그들의 희생과 숭고한 신념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30 06:30:00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미나리’, 윤여정이라는 K할머니의 탄생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미나리’, 윤여정이라는 K할머니의 탄생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국내 최초이자,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권 배우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윤여정은 어떻게 '미나리'를 통해 이런 성과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아카데미에서도 빛났던 윤여정결국 윤여정이라는 이름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서 불렸다. 공교롭게도 시상자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였다. 전년도에 그 상을 수상한 다른 성의 배우가 시상하는 아카데미의 전통에 따라, 작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시상 소감을 하기에 앞서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우리가 만났다"며 "그런데 우리 영화 찍을 땐 어디 있었냐?"고 유쾌한 농담을 던져 좌중을 빵 터트렸다.그리고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갖고 또 한 번 재치 있는 농담을 던졌다."저는 윤여정인데 유럽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정'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모두 용서하겠다."지난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히 고상한 척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줘서 감사하다"는 솔직함과 위트가 섞인 농담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윤여정다운 모습이었다.그는 자신이 상을 받은 것이 운이 좋아서였다며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예우도 빼놓지 않았다. "나는 사실 경쟁을 믿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대신 다섯 후보들이 다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또 자신의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해서 그 덕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 상을 받게 됐다는 사적이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와, 자신의 첫 감독이었던 고 김기영 감독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전했다.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됐다. 로이터 통신은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냈다며 그가 수십 년 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배우 수상에는 불발됐지만 올해에는 윤여정이 상을 받았다고 전했고, AFP통신은 윤여정이 수상소감에서 글렌 클로즈에 경의를 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윤여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화제가 된 건, 특유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화법'에 상대방에 대한 예우까지 갖추는 모습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범죄가 늘고 있어 미국에 오는 걸 아들이 걱정한다는 이야기로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고, 시상식 후 치러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무지개'를 언급하며 소신을 밝혔다."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윤여정을 통해 다시 보이는 '미나리'의 가치'미나리'는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작품이다. 정이삭이라고도 불리지만 한인 2세인 그는 미국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제작자가 브래드 피트다. 미국영화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미국영화가 힘을 발휘한 부분은 '미국적인 문화'가 담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적인 문화'가 전해져서다. 그건 다름 아닌 순자(윤여정)라는, 한국에서 딸 가족을 위해 고춧가루며 멸치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역만리를 찾아온 할머니를 통해서다.'미나리'는 제이콥(스티븐 연)이 아칸소로 이주해 농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특별히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다만 황무지나 다름없는 그 곳을 일궈 농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가족이 맞닥뜨리는 위기의 순간을 잔잔한 카메라로 포착한 영화다. 농장에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 제이콥과 모니카(한예리)는 병아리감별사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온 순자는 몸이 좋지 않은 데이빗(앨런 킴)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그런데 어린 데이빗이 보기에 이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 같지 않다. 쿠키를 굽기보다는 화투를 치고, 욕도 잘 하고, 남자팬티를 입고 잔다. 그런데 진짜 다른 점은 힘겨운 상황들 속에서도 낙천적인 모습이다. 가난해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는 꼴을 보여주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딸에게 "바퀴달린 집에서 사니 재밌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어떻게든 땅을 일구고 물을 대 농장을 만들어내 큰돈을 벌려는 제이콥과도 순자는 사뭇 다르다. 그는 데이빗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 어느 물가에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뿌린다. 그러면서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다 같이 먹을 수 있으며 건강하게 해준다고 말한다.물을 대서라도 농장을 일궈 큰돈을 벌려는 제이콥의 다분히 미국식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그저 물가에 씨를 뿌려두고 누구나 뜯어 먹을 수 있게 미나리가 자라게 해주는 순자의 자연주의적이고 생태주의적인 사고방식은 그렇게 극명하게 대비된다.즉 '미나리'는 순자가 조연이지만, 사실상 순자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제이콥으로 대변되는 한국식의 가부장적인 모습과 미국식의 자본주의적인 모습이 결합된 삶의 방식에, 순자라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한 인물이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자를 자기만의 색깔로 해석하고 표현해낸 윤여정이야말로 지금의 '미나리'의 성과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성을 거부한 배우, 윤여정의 미나리 같은 삶윤여정은 어떻게 순자를 그토록 생명력 강하고, 유머러스하며, 한국적인 정이 가득하면서도, 트렌디하고 쿨한 할머니(K할머니라고도 불리는)로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그가 작품들을 통해 그려온 배우로서의 여정에 담겨 있다. 그는 이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에도 거론했듯,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를 통해 데뷔했다. 흔히들 여배우라고 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스타로 시작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는 '악녀'로 데뷔한 셈이었다.결혼 후 미국 생활을 하다 돌아와 처음으로 한 작품도 박철수 감독의 '어미'로, 이 작품에서 윤여정은 딸을 자살하게 만든 인신매매범들을 처단하는 엄마 역할을 연기했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어르신 역할을 연기했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라는 파격적인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물론 윤여정은 더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연기를 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늘 틀에 박힌 전형성을 거부하는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였다. 'K할머니'라 불리는 '미나리'의 순자가 전형성을 벗어난 우리 시대의 어르신상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윤여정의 이런 특별한 연기 여정의 자연스러운 귀결이 아닐 수 없다.영화 제작 현장에서 윤여정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로 통한다. 최고 선배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임하며, 특유의 유머로 그 힘겨운 작업을 즐겁게 만들고, 틀에 박힌 전형성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배우. 그의 배우로서의 삶은 그래서 미나리를 닮았다.자신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지만 주변도 함께 살리는 그런 존재. 그 삶에 대한 자세들이 '미나리'라는 작품 속 순자를 통해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건 우리 시대가 처한 많은 위기들을 넘어서기 위한 슬기로운 지혜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2021-04-30 06:30:00

"전 세계가 윤며들다"…'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전 세계가 윤며들다"…'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오스카가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한국 여배우 윤여정(74)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영화 102년사에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오스카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기생충'에 이은 쾌거다. 윤여정은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유니언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순자) 역할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역할로 미국 현지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무엇보다 내로라하는 여우조연상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보랏2 서브 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이 윤여정과 경쟁했다.수상은 우리 시각으로 26일 오전 11시쯤 확정됐지만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윤여정은 앞서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가장 유력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혔다.아카데미는 지난해에도 '기생충'을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해 세계가 우리 영화에 집중하게 했다. 김중기 영화평론가는 "BTS를 비롯한 K-팝과 '기생충'을 필두로 한 K-무비 등 K-컬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리 문화를 보는 서구의 시선이 바뀌었다"며 "지난해에는 '미나리'가 그 가운데에 있었고, 윤여정의 할머니 연기가 그들에게는 신선하면서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해석했다.윤여정은 수상소감에서 '미나리'를 만든 정이삭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첫 영화 데뷔작인 '화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하다고 언급했다.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윤여정은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바 있다.한편 영화 '미나리'는 올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까지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윤여정만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노매드랜드'가 작품상, 감독상(클로이 자오),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각본상은 에머럴드 피넬(프라미싱 영 우먼), 미술상과 촬영상은 '맹크'에 돌아갔다.

2021-04-26 17:05:44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개 품은 '노매드랜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3개 품은 '노매드랜드'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세간의 예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매드랜드'(클로이 자오 감독)가 마침내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도장깨기 하듯 주요 영화제를 석권해온 터였다.'노매드랜드'는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사운드 오브 메탈'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안았다.클로이 자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아름다운 책을 써준 제시카 브루더, '노매드랜드'의 모든 가족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브루더가 쓴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지난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차지한 '기생충'보다 상의 개수는 하나 적지만 중량감은 그에 못지않다. 특히 아시아 여성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건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역대 최초다.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장편 데뷔작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2015)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인 '노매드랜드'는 전 세계에서 200여 개의 영화상을 휩쓸며 클로이 자오라는 이름을 영화계에 새겨 넣었다.클로이 자오 감독만큼 주목을 끈 여우주연상 수상자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이번이 세 번째 오스카 수상이다. 1997년 제69회 시상식에서 영화 '파고'로 처음 오스카를 거머쥔 그는 3년 전인 2018년 제90회 시상식에서는 영화 '쓰리 빌보드'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최다 수상 기록은 캐서린 헵번의 4회)다른 주요 부문 수상자도 예상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각본상을 받은 에머럴드 피넬은 앞서 영국아카데미,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작가조합상을 모두 휩쓸었다.남우주연상은 영국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바 있는 영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에게 안겼다. 1992년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수상한 이후 29년 만의 수상이다. 남우조연상은 미국배우조합상, 영국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을 휩쓴 대니얼 칼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차지했다.한편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영화 '맹크'는 미술상과 촬영상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의 영화 '오페라'도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21-04-26 16:56:07

[김중기의 필름통] 소년시절의 너

[김중기의 필름통] 소년시절의 너

최근 들어 웬만하면 중국영화와 일본영화는 거르는 편이다. '나를 따르라' 식의 지나친 중국 애국주의와 '나를 좀 봐주세요' 식의 일본 멜로는 이제 식상하다 못해 속까지 불편해진다. 1970~80년대 두 나라 영화인들이 보여준 그 묵직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요즘은 못 볼 걸 본 것 같은 잔뇨감이 오래 남아 여간해서는 손이 가지 않는다.그러나 22일 개봉한 '소년시절의 너'(감독 증국상)는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주제를 파고드는 집중력 있는 연출이 여느 중국영화 같지 않아 반가운 마음이 드는 영화다.'소년시절의 너'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입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힘든 '10대 살이'를 그리고 있다. 가장 향기롭고, 달콤해야 할 10대가 겪는 쓰디쓴 사회 맛보기가 관객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2011년 중국 지방 소도시. 우등생인 첸니엔(주동우)은 늘 혼자다. 그나마 가까웠던 친구가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하고, 친구들의 괴롭힘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끔찍한 현실을 이기는 길은 오직 하나, 좋은 대학에 가는 길뿐이다. 수능시험만 잘 치면 된다. 그래서 주먹질도 발길질도 참아낸다.베이(이양천새)는 양아치 소년이다. 뒷골목에서 혼자 살아가는 앵벌이다. 참지 못하는 성격에 늘 얻어맞고 다닌다. 어느 날 곤경에 처한 첸니엔을 구해주고, 첸니엔은 그에게 수능시험을 칠 때 까지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제 둘은 힘들지만 외롭지 않다. 그러나 둘은 곧 큰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소녀와 소년은 헐벗은 맨발의 청춘이다. 첸니엔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마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다.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고, 앞으로 어머니까지 떠안아야 한다. 유일한 희망은 명문대로 진학해 이 작은 동네를 떠나는 것뿐이다.베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벼랑 끝 인생이다. 어느 날 연약한 소녀가 가슴 속에 날아든다.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이제 삶의 의미가 생겼다.'소년시절의 너'는 세상의 끝에서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가냘프지만 간절한 마음이 잘 묻어나는 영화다.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선생님과 책임 떠넘기는 경찰 등 현실비판적인 요소로 출발하지만, 곧 소년과 소녀의 멜로로 선회한다. 둘의 절절하고 애틋한 로맨스는 통속의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외로운 영혼들의 서로 보듬기와 같은 것이다.집단 괴롭힘으로 첸니엔의 머리카락이 뜯겨나가자 베이가 머리를 깎아주고, 자신도 삭발을 하는 장면은 상처받는 청춘들의 초상을 보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 진다.'소년시절의 너'는 사회고발적인 주제의식을 살리면서도 서정성을 더해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아 맨다. 이야기의 흐름도 속도가 있고, 구성도 짜임새가 있다. 길거리 CCTV나 휴대폰 화면 등을 활용한 연출은 영리하고 재치가 있다.여기에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도 영화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특히 주동우는 실제 10대 소녀를 앉혀 놓은 듯 어린 첸니엔의 수난을 사실적으로 연기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촬영할 때 주동우는 27세였다.주동우는 2010년 '산사나무 아래'를 통해 거장 장이모우 감독에게 발탁돼 중국 20대 청춘배우의 대표 아이콘이 됐고, 이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먼 훗날 우리'(2018) 등을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중국 인기 아이돌그룹 티에프보이즈 멤버인 이양천새도 첫 스크린 데뷔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감독 증국상은 배우로 출발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신진 감독이다. 여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여정평 촬영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도 빼어나다. '첨밀밀'(1996)의 진가신 감독이 기획에 참여했다.연출과 음악, 영상 등 두루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물론 영화 말미 장황한 자막이 눈에 거슬렸지만, 중국정부의 검열을 비껴가려는 제작진의 애쓴 흔적으로, 애교로 봐줄만 하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7월 동성아트홀에서 개봉했고,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22일 확대 재개봉했다. 13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23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일의 기억' '스프링 송'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일의 기억' '스프링 송'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내일의 기억감독:서유민출연:서예지, 김강우, 염혜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주인공의 혼란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 수진(서예지)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깨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이웃들의 위험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자 혼란에 빠진다. 길에서 만난 옛 직장 동료는 수진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고민을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말한다. 동료가 건넨 사진 속에는 남편 지훈(김강우)이 아닌 다른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다. 거기다 수진은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환영에 시달린다. 도대체 나는 누구이고, 내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가까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그 빈자리에 불신과 공포가 채워지는 두려움을 그리고 있다. 기억이 왜곡되고 변형되는 공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스프링 송감독:유준상출연:유준상, 김소진, 나카가와 아키노리 미완성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 밴드의 유쾌한 제작기를 그린 영화. 새로운 곡을 준비하던 밴드 멤버 준화(이준화)와 프로듀서 준상(유준상)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신곡의 멜로디는 완성됐지만, 아직 가사는 붙여지지 않았고 누가 출연할지도 정해놓지 않은 채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다. 일본에 도착한 이들은 배우의 필요성을 느꼈고, 준상은 즉석에서 일본 뮤지컬 배우 아키노리(나카가와 아키노리)를 섭외한다. 여배우가 필요하자 즉흥적으로 한국 배우 소진(김소진)을 초대하고, 또 순원(정순원)까지 가세한다. 소품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의 소박한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의 분투기가 유쾌함을 선사한다. 83분. 전체 관람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샤카 킹출연:다니엘 칼루유야, 라케이스 스탠필드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흑표당(블랙 팬서)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이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주제가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1968년 미국 FBI는 흑인 민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친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끄는 20살의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유야)을 감시하기 위해, 절도로 체포된 윌리엄 오닐(라케이스 스탠필드)을 잠입시킨다. 조직에 들어간 오닐은 흑표당이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햄프턴의 메시지에도 동화되기 시작한다. 12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4-23 06:30:00

'인디플러스'포항' 김종관 감독 특별전

'인디플러스'포항' 김종관 감독 특별전

경북 포항시 포항문화재단 '인디플러스 포항'이 김종관 감독의 초기 단편영화를 재조명하는 '단단한 영화展-김종관 감독 특별전'을 개최한다.작년 '조제'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종관 감독이 최근 신작 '아무도 없는 곳'을 발표하면서, 김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각으로 청춘과 연애에 관한 단편작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이다.이번 특별전은 지금은 접하기 힘든 김종관 감독의 2000년 대 초반 단편작품을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서, 그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단편영화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김감독 초기 단편영화 11편을 묶은 옴니버스 '연인들'이 상영된다. 기획전 상영 이후에도 감독의 신작 '아무도 없는 곳' 관람이 가능하다.영화 '연인들'은 열한 개의 각각 다른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로 ▷폴라로이드 작동법 ▷누구나 외로운 계절 ▷낙원 ▷영재를 기다리며 ▷운디드 △메모리즈 ▷드라이버 ▷모놀로그#1 ▷길 잃은 시간 ▷헤이 톰 ▷올가을의 트렌드의 단편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특히,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제3회 홍콩아시안영화제,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회 앵커리지국제영화제 등 여러 단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낙원 또한 제5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제31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연출 활동을 시작한 후 꾸준히 단편 작업을 해온 김종관 감독은 그동안 장편을 압축한 것이 아닌 단편만의 호흡과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며 고유의 완결성을 보여줬다.포항문화재단 인디플러스 관계자는 "김종관 감독만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에 주목하여 장편영화와는 또 다른 단편영화만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또한 4월 24일은 김종관 감독의 신작인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이지은) 주연의'아무도 없는 곳'과 그리고 박선주 감독의 '비밀의 정원'을 상영한다.'단단한 영화展-김종관 감독 특별전'은 오는 4월 24일 오후 2시에 개최되며, 상영 일정과 정보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 인디플러스 포항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독립예술영화 통합 예매사이트 인디앤아트 시네마(www.indieartcinema.com)에서 수수료 없이 예매가 가능하다.

2021-04-20 17:43:29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서복' '레 미제라블' '어른들은 몰라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서복' '레 미제라블' '어른들은 몰라요'

◆서복감독:이용주출연:공유, 박보검, 조우진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인간과 복제인간이 동행하면서 삶과 죽음의 본질적 가치에 물음을 던진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레 미제라블감독:레쥬 리출연:다미앵 보나르, 알렉시 마넨티 뮤지컬과 영화로 나왔던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는 다른 스토리다. 소설과 같은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유와 평등, 박애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다. 이곳으로 새로 전근 온 경감 스테판(다미앵 보나르)과 소년 이사(이사 페리카)를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 스테판은 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 경찰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범죄조직, 부패한 정권과 연계된 주민들의 행동과 주민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동료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아기 사자의 행방을 찾던 중 마을 소년 이삭이 범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삭을 쫓던 중 순간적으로 고무탄이 발포되는데 이 모든 상황이 드론에 찍히고 있다. 제7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어른들은 몰라요감독:이환출연:이유미, 하니, 신햇빛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신부가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8살 여고생 세진(이유미)은 임신을 하게 되고, 교장 선생님께 불려가 각서를 쓰게 된다. 하룻밤 보낸 남자가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온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인 동갑내기 주영(하니)을 만난다. 둘은 처음 만났지만 처지가 비슷해 곧 절친이 된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나타난 재필과 신지까지 합세해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10대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 욕설이 가득하고 학교폭력과 자해, 성매매 등 갖가지 비행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정작 10대가 주인공이면서 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등급을 받았다. 12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1-04-1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노매드랜드

[김중기의 필름통] 노매드랜드

도대체 희망이란 있는 것인가? 주어진 삶이니까, 그냥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나에게 하루는, 숨 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노매드랜드'(감독 클로이 자오)는 이런 물음에 답을 하는 영화다.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한 여인의 '길 위의 인생'을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하게 해준다.해발고도 1,219m 네바다주 엠파이어. 한때 잘나가던 공업도시였지만, 경제 위기로 버려진 도시가 됐다. 도시가 무너지자 모두 떠났다. 그러나 펀(프란시스 맥도맨드)과 남편은 떠나지 못했다.이제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펀은 혼자 남았다.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낡은 밴에서 살아간다. 홈리스(Homeless)냐는 물음에 그냥 집이 없을 뿐(Houseless)이라고 답한다. 그 어떤 여유와 희망도 없다. 그녀는 동료의 권유로 애리조나주에 있는 노매드(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펀과 같은 사람들이 황량한 벌판에 모여 함께 지내며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다.'노매드랜드'는 2017년 출간된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3년간 취재해 엮은 책으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를 빼고 '노매드랜드' 제목만 썼다. 원작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걷어내고, 살아남은 펀의 일상과 내면만 그렸다.그녀의 삶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삶의 목표를 잃은 지도 오래다. 이젠 희망이란 단어조차 낯설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아마존 물류센터, 식당, 농장일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손에 쥐는 것은 겨우 하루를 견딜 수 있는 돈뿐이다. 차 안에서 용변을 보고, 공중화장실을 찾아 씻고, 밤이 되면 주차장을 찾아 전전한다. 그녀의 종착지는 어디일까.'노매드랜드'는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영화이다. 펀의 하루하루를 다큐멘터리처럼 담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들을 그 위에 쌓을 뿐이다. 내러티브도 단순하고, 캐릭터들의 톤도 저음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울림을 주는 영화다.영화는 제도와 국가를 탓할 만도 하지만, 어떤 주장과 비판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이 당연한 듯 노매드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부초같은 인생들이다. 길 위에서 만난 부서진 작은 돌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켜켜이 쌓이면서 삶의 가치와 의미들이 살아난다.생명은 서약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위대한 삶의 존재 이유가 스크린을 뚫고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펀이 만난 위대한 자연들이 그것을 간증한다.천 년을 이어온 거대한 나무와 공룡, 깎이고 깎인 바위와 하늘, 아름다운 석양, 절벽에 붙어 살아가는 바다제비. 심지어 제비가 날고 부화된 알 껍질에서도 위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자연의 신비로운 황홀경은 작은 소통에서도 일어난다. 펀이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작은 정과 그들의 소박한 삶 또한 위대한 것이다. 소통과 연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차를 끓여 나누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일은 사소하지만 길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한 일이다.펀의 일상은 단순한 방황이 아니다. 갈피를 못 잡는 방랑도 아니다. 나를 찾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이다. 그녀가 이미 버려진 도시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이 가슴을 처연하게 해준다. 우리가 찾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영화는 세속적인 가치가 아닌 그 어떤 영성적인 것을 느끼게 해준다.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가 또다시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는 '파고'(1996), '쓰리 빌보드'(2017)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선 그녀가 제작까지 맡았다. 감독 클로이 자오를 영입한 것도 그녀였다.'노매드랜드'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 세계 주요 영화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다.오는 26일(한국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각색상, 편집상 등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큰 이변이 없다면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상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16 06:30:00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국배우 처음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국배우 처음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으면서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한층 올라갔다는 관측이 나온다.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아카데미상은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만큼 미국 아카데미상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한국인 배우로선 첫 수상으로, 앞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윤여정은 화상으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감격한 표정으로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라며 영어로 인사를 했다.그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로 지명돼서 영광이다"라고 했다가 "아니, 이제 수상자죠"라고 고쳤다. 이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별세에 애도를 전했다.그는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고 영광"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2021-04-12 15:34:11

[김중기의 필름통] 더 파더

[김중기의 필름통] 더 파더

한 노인이 오페라 '킹아더'의 장엄하며 힘찬 아리아를 듣고 있다.그를 찾아온 딸 앤(올리비아 콜맨)이 창문을 활짝 열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는 "아무 일 없었어"라고 답한다. 노인은 간병인을 쫓아낸 이유가 "내 시계를 훔쳐갔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딸이 런던을 떠나 파리에서 살 것이라고 하자 노인은 "난파된 배에서 쥐가 도망치듯 떠난다"며 화를 낸다. 그리고 딸은 집은 나선다."나 혼자 잘 할 수 있다"며 간병인을 세 번째 쫓아낸 괴팍한 노인과 딸의 대화. 영화가 시작된 후 10분 정도의 이 시퀀스는 여느 부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곧이어 이 모든 시간과 기억이 헝클어져버린다.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내 기억이 맞는가? 여기는 어딘가?7일 개봉한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앙 젤러)는 치매 노인의 머릿속을 97분 동안 헤집으며 관객을 숨 막히게 하는 영화다. 무슨 상황인지 모를 때는 긴장감이, 상황을 알고부터는 공포심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 공포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슬프고도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인 것이다.우아한 클래식을 듣는 이 고상한 노인은 한때는 울창한 나무였을 것이다. 딸 둘에 아내도 있으며 직장에서 인정받고 유복한 삶을 살았을 것으로 비친다. 사고로 둘째 딸을 잃었지만, 그의 삶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나이가 들어 불편하지만 아직 신체도 건강한 편이다. 문제는 치매가 온 것이다.영화는 첫 시퀀스가 끝난 이후 문을 왈칵 열어 관객을 노인의 뇌 속으로 집어넣는다.앤이 떠난 후 오페라 '노르마'의 마리아 칼라스 아리아를 듣고 있는데 문소리가 난다. 다가갔더니 낯선 남자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구냐?"고 묻자 남자는 앤의 남편 폴(마크 게티스)이라고 말한다."10년이나 됐는데 모르냐?"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곧이어 앤이 집에 오는데 그녀(올리비아 윌리암스)는 조금 전 그 앤이 아니다. "앤은 어디 갔느냐"고 묻자 그녀는 "저 여기 있잖아요. 방금 쇼핑 보고 왔어요"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노인의 눈빛은 당황하고 황망한 기색이 역력하다.이 사람이 내 딸인지, 딸이 결혼했는지 이혼했는지, 손목시계를 어디에 뒀는지 모든 것이 모호하다. 기억도 지워지고, 순서마저 뒤죽박죽이다. 이젠 내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가 않다.'더 파더'는 치매에 걸린 노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심리 드라마다. 감독 플로리앙 젤러는 이 희곡의 원작자로 2012년 연극으로 선보였다가, 본인이 각색해 첫 영화 연출까지 맡았다. 첫 영화지만 밀도 있는 연출에 안소니 홉킨스라는 걸출한 배우와 조연들의 호연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연극의 탄탄한 스토리가 영화로 옮아오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연극처럼 노인의 아파트가 주된 배경이지만, 배우들의 얼굴에 비친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더 파더'는 올해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 여우조연상(올리비아 콜맨),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서 경쟁한다.안소니 홉킨스(84)는 '양들의 침묵'(1991)에 이어 두 번째 남우주연상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더 파더'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분노, 당황, 후회, 슬픔, 그리움 등 치매에 걸린 노인의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다."내 이파리가 다 떨어진 것 같다"며 흐느끼는 장면은 가슴을 저민다. 안소니 홉킨스는 촬영할 때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고 했다. 노배우마저 감정을 달래기 위해 촬영 후 휴식을 요구했을 정도였다.'더 파더'는 치매 당사자 뿐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의 어려움도 잘 묘사하고 있다. 앤 역할을 맡은 올리비아 콜맨이 이를 잘 연기해주고 있다.오페라 아리아로 구성된 OST도 격조 높고, 기억의 흐름이 바뀌면서 닥치는 이야기의 구성도 밀도 있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을 알 수 없어"라며 노인은 손목시계에 집착한다. 시간의 기억을 부여잡으려는 행동을 은유하는 것으로 영민한 설정이다.'더 파더'는 단순한 이야기에 등장인물도 대여섯 명이 고작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모두가 한때는 울창한 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수가 없다. 어느 순간 나뭇잎을 다 뱉어내고 앙상해진다. 이것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안소니의 마지막 초상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97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0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노바디' '모탈 컴뱃' '비밀의 정원'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노바디' '모탈 컴뱃' '비밀의 정원'

◆노바디감독:일리야 나이슐러출연:밥 오덴커크,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한 가장의 통쾌한 반전 액션영화. 허치(밥 오덴커크)는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자 그동안 꾹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약자에게 더 약하고, 강자에게는 한 없이 강한 한 남자의 분노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악당들의 최후가 일상 속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주연을 맡은 밥 오덴커크의 실제 경험이 스토리에 녹아들었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 ◆모탈 컴뱃감독:사이먼 맥쿼이드출연:루이스 탄, 조 타슬림, 제시카 맥나미 1995년 동명의 영화를 비롯해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게임 원작 영화. '모탈 컴뱃'은 전 세계 9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 서바이벌 격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액션물이다. 최강 챔피언들이 지구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대혈전 모탈 컴뱃. MMA 격투 선수 콜 영(루이스 탄)은 대전을 앞두고 선택받은 전사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서브제로(조 타슬림)의 공격을 받는다. 콜 영은 지구와 가족을 보호하고 자기 혈통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모탈 컴뱃에 참가해 죽음의 전투를 치른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영화 역시 찢고 터지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아쿠아맨', '컨저링', '쏘우' 시리즈를 성공시킨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았다.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 ◆비밀의 정원감독:박선주출연:한우연, 전석호, 유재명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과 치유를 그린 영화. 정원(한우연)은 남편 상호(전석호)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사를 준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10년 전 전 정원을 성폭행한 범인을 잡았다는 경찰의 연락이다. 이 전화로 정원의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며 평온한 일상은 무너진다. 사건 이후 정원을 키워 온 이모부(유재명)와 이모(염혜란)는 그런 정원이 안타깝다. 결국 경찰의 방문으로 정원의 과거는 상호에게까지 알려지게 되고, 과거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정원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편집감독으로 활동하던 박선주 감독의 데뷔작. 제19회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단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열'을 장편화했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4-0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자산어보' '아무도 없는 곳' '커피 오어 티'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자산어보' '아무도 없는 곳' '커피 오어 티'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출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한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를 쓴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을 조명한 흑백영화.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함과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은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바다를 훤히 꿰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창대가 혼자 글공부를 하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간다. 흑백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3번 나온다. 배우 설경구의 첫 사극영화 출연작이다.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출연: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그들과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어느 이른 봄, 아내가 있는 영국에서 떠나 서울로 온 창석이 미영(아이유)을 만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늙음과 죽음을 떠올린다. 이후 새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 유진(윤혜리)과 만난다. 유진은 인도네시아 유학생이었던 전 남자친구로부터 겪었던 상실을 고백한다. 한 카페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성하(김상호)는 창석에게 가슴에 품고 다니던 조그마한 하얀 약통의 비밀을 알려준다. 창석은 한 바에서 시 쓰기를 좋아하는 주은(이주영)과 만나기도 한다. 이들을 통해 기억, 상실, 죽음, 늙음 등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83분. 15세 이상 관람가. ◆커피 오어 티감독: 데렉 후이출연: 류호연, 팽욱창, 윤방 얼떨결에 의기투합한 세 청년의 좌충우돌 스타트업 도전기를 그린 중국영화. '첨밀밀'(1997)을 연출한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고, '리틀 진가신'으로 불리는 신예 데렉 후이가 감독을 맡았다. 도전하는 스타트업마다 10전 10패, 항상 실패하는 웨이 진베이(류호연), 대륙 횡단 새벽 배송을 꿈꾸며 고향으로 컴백한 펑 시우빙(팽욱창), 바리스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리 샤오췬(윤방).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이지만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만은 한뜻인 세 친구가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시골 윈난에서 의기투합한다. 오랜 기간 동안 보이차만 재배해 온 윈난에서 커피 사업 전자상거래에 도전하는 세 청년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다. 유쾌한 스토리와 함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얘기한다.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4-0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패왕별희:디 오리지널

[김중기의 필름통] 패왕별희:디 오리지널

어제는 배우 장국영(1956~2003)의 기일이다.여린 듯, 슬픈 듯 묘한 그의 이미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이날만 되면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장국영 영화 최고의 작품이라 할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1993)가 이번 주 '디 오리지널'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개봉했다.'패왕별희:디 오리지널'은 기존 156분에서 15분이 추가됐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화질도 보강됐다. 눈물을 가득 담아 일렁이는 장국영의 눈빛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두 경극배우가 무대로 향한다. 천하무적의 영웅 초패왕, 마지막까지 그를 지켰던 우희. 무대가 사라진 체육관 건물."뭐하는 사람들이요?"라고 관리인이 묻는다."우리는 옛 경극배우들입니다.""아니, 두 분은… 전 열렬한 팬이었습니다."관리인이 둘을 위해 불을 켜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다.1924년 베이징. 어린 두지가 매춘부인 엄마의 손에 이끌려 경극학교에 온다. 육손인 두지를 학교가 받아주지 않자, 엄마는 그 자리에서 두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 잘라버린다. "나는 본디 계집으로 태어나"라는 대사를 읊지 못해 매질을 당하지만, "난 왕이 되고, 네가 왕비가 되는거야"라는 두 살 많은 시투의 말에 힘을 얻는다. 가혹한 체벌과 혹독한 훈련에도 두지는 남자다운 시투와 단짝이 된다.세월이 흘러 1937년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는 우희와 패왕으로 인기 경극배우가 된다. 우희에 몰입할수록 두지는 시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시투가 홍등가의 주샨(공리)과 결혼을 약속하면서 큰 상실감에 빠진다.이후 두지는 아편에 의지하고, 일본군 앞에서 경극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까지 가지만, 시투에 대한 그리움과 갈등은 쌓이기만 한다. 이들에게 더 큰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1966년 문화 대혁명이었다.'패왕별희'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경극배우의 슬픈 삶을 그린 걸작이다.어린 시절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남성성이 거세된 채(육손이 잘린 상징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특히 애잔하고 애틋한 장국영의 눈빛 연기가 관객에게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영화였다. 제46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당시 중화권 최초였다.지금의 중국을 생각하면 다시는 나오기 어려운 중국 영화다. 이번 개봉 버전도 여전히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무삭제판이다.추가된 장면들은 예전에 동성애 코드 우려 때문에 쓰지 못했던 장면들이다. "나는 본디 계집으로 태어나"라는 대사를 못해 체벌을 당한 두지를 시투가 씻겨주는 장면, 성인이 된 두지가 시투에게 "1분 1초라도 떨어지면 한평생이 아니잖아"라고 애원하는 장면, 두지가 주샨과 결혼을 선언하는 시투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다. 시투를 향한 두지의 감정들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다.시투를 향한 두지의 애틋함을 동성애로 낙인찍을 수 있지만, 가혹한 역사에 휘둘린 연약한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배우,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온 숙청의 시간과 이어지는 문화 대혁명.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자유로운 이가 누가 있을까. '패왕별희'는 이를 패왕과 우희의 이별로 은유하고, 한 경극배우의 한 맺힌 개인사와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디지털 작업을 거쳐 첸 카이거 감독의 영상미도 살아난다. 경극의 화려한 분장과 의상이 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감상할 수 있다.'패왕별희'는 중국적인 소리와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캐릭터의 인생유전이 드라마틱한 중국 현대사처럼 극적이다. 무엇보다 장국영의 인생작으로 그의 삶과 닮은 혼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장국영의 눈빛 연기와 함께 그가 부른 OST '사랑이 지난 후에'가 사랑할 시간을 주지 않은 우희, 아니 장국영의 슬픈 이별을 떠올리게 해 가슴을 울리게 한다.지금은 사라진 옛 제일극장에서 '패왕별희'를 본 후 한동안 쟁쟁거리는 소리와 함께 떠나지 않던 슬픔이 기억난다. '패왕별희'는 199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에서 개봉했지만, 대구에서는 이듬해 3월에야 개봉했다.그때 모 방송국 개그맨은 콘테스트에서 장국영 흉내로 입상하기도 했고, 첸 카이거가 내한해 영화 홍보를 하기도 했다. '패왕별희'는 무려 3개월이나 나를 감질나게 한 영화였고, 개봉하자마자 뛰어가 본 후 내 삶의 영화가 됐다. 매년 4월 1일 장국영의 영화를 감상하며 그를 추모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된, 그 계기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171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02 06:30:00

지자체 지원 받은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지자체 지원 받은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다음 달 29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구시와 달서문화재단이 지원한 대구지역 영화인들의 장·단편 독립영화들이 경쟁 부문에 잇따라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에 따르면 대구에서 제작된 장편 독립영화 '희수'(감독 감정원)가 한국경쟁 부문에,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박재현 감독)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나란히 진출했다.전주국제영화제는 그간 꾸준히 대구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혜영'(김용삼 감독), '수성못'(유지영 감독),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 '내가 사는 세상'(최창환 감독) 등이 경쟁 부문에 소개돼 왔다.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희수'는 산업재해를 배경으로 놓고 전개되는 영화로, 노동자로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여성의 흔적을 좇는 영화다. 극단적으로 간결한 표현을 통해 보는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랑 아니면'은 팬데믹 시대에 놓인 노년 부부의 일상을 다뤘다. 대구의 익숙한 지역들을 영화 배경으로 했다. 지역 관객들에게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것이란 평가다.특히 두 작품은 각각 대구시와 달서문화재단의 제작지원으로 완성됐다. '희수'는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구시가 2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나랑 아니면'도 대구다양성영화제작지원사업과 달서문화재단의 '예술人 희망in 달서 시네마 프로젝트'에 선정돼 1천3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감정원, 박재현 두 감독은 "대구에서는 최근 많은 신진 창작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좀 더 좋은 제작환경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로 영화 창작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여러 지원사업으로 영화를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2021-03-31 11:38:58

[김중기의 필름통] 스파이의 아내

[김중기의 필름통] 스파이의 아내

"당신이 스파이라면, 저는 스파이의 아내가 되겠어요."일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가 25일 개봉했다. 제목으로는 일본풍의 가벼운 코믹 멜로를 연상시키지만, 이 영화는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를 소재로 한 멜로 서스펜스다.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는 일본의 풍토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재이기에 '파격적'인 영화라 할 수 있겠다.배경은 1940년 일본 고베. 태평양전쟁 발발 전 일본은 대동아 신질서 건설이란 망령에 휩싸여 있다. 곧 화염에 휩싸일 듯 불쏘시개 같은 세상과 달리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가 있다.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와 그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 유사쿠는 고급 양복과 위스키를 즐기는 신식 자본가이고, 사토코는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소녀 같은 감성의 아내다.어느 날 남편이 만주로 출장을 떠난다. 그리고 돌아온 남편이 수상하다. 혹시 새로운 여자가 생긴 걸까. 남편의 주위를 서성이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만주에서 일본군이 병균으로 인간을 생체실험 했고, 수많은 주검을 보았으며 그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증거를 미국으로 가져가 폭로하려는 계획까지 밝힌다.'스파이의 아내'는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작이자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J-호러의 중심에 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시대극이다. 그는 '큐어'(1997), '회로'(2001), '절규'(2006) 등 기요시 3부작을 내면서 J-호러의 거장으로 불리던 감독이다. 일본 현역 감독을 통해 731부대의 끔찍한 만행을 엿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군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다. 포르노에 가까운 노출로 유명했던 바로 그 영화다. 욕정과 섹스에 몰입한 한 남자를 통해 감독은 군국주의에 대항할 수 없었던 시대의 무기력을 은유한다.그를 잘 보여주는 것이 거리를 행진하는 일본군의 모습이었다. 다다미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던 은밀한 스토리가 일본군의 위용에 짓눌린 주인공의 시대적 한계로 발전되는 장면이다.'스파이의 아내'도 몇 차례 일본군들의 활보 장면을 보여준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교묘한 카메라워크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는데, 흥미롭게도 '감각의 제국'과 흡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그러나 '스파이의 아내'는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고, 시대에 저항한다.영화는 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부부와 함께 아내의 소꿉친구였던 타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가 헌병대 대장으로 오면서 세 인물의 갈등으로 커진다.코즈모폴리턴으로서 '만국인'임을 자처하는 유사쿠는 자국의 비인간적 만행을 세계에 알리려 하고, 타이지는 일제의 선봉에 선 군인으로 이를 막으려 한다. 사토코는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서 고뇌에 빠진다.기요시 감독은 사토코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남편의 품안에서 행복에 겨워하던 아내가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게 되면서 세 사람의 밀고 당기는 갈등이 긴장감을 높인다.영화 초반 유사쿠는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 짧은 영화를 제작해 몇 차례 상영회를 갖는다. 아내가 금고의 비밀 서류를 꺼내고, 남편이 그의 아내에게 총을 쏘는 장면이다. 구슬픈 가사의 일본 노래가 깔리는, 독일 표현주의적 기법에 오손 웰스 주연 '제3의 사나이'(1949)를 연상시키는 단편영화다.이 영화의 옛 연기 톤처럼 '스파이의 아내'는 사뭇 연극적인 느낌으로 그려진다. 대형 군중신이 필수인 시대극이지만, 한정된 공간에 머물며, 캐릭터들의 대사 또한 연극적인 톤이다. 배경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고전적이다. 연출적 의도일까 아니면 제작비의 한계에서 오는 궁여지책일까.'스파이의 아내'는 치명적인 생체실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참극이 자행된 역사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를 기록영상과 사진, 손으로 쓴 노트를 통해 도큐먼트화 한다.일본의 극우성향이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 '스파이의 아내'는 감독의 시대의식과 일본영화의 고전적인 맛, 극적 반전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다. 116분, 12세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더 박스' '고질라 VS. 콩' '최면'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더 박스' '고질라 VS. 콩' '최면'

◆더 박스감독: 양정웅출연: 박찬열, 조달환 어느 뮤지션의 감성 충전 로드무비. 박스를 뒤집어써야만 제대로 노래를 할 수 있는 지훈(박찬열)과 돈 한 푼 없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감각이 뛰어난 프로듀서 민수(조달환)가 만났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지훈을 위해 민수는 대형 냉장고 박스를 구해 함께 버스킹을 제안한다. 인천, 전주, 경주, 여수, 울산 등지를 다니며 인기를 얻는다. 무대가 거듭될수록 콘서트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진다. 과연 이들이 약속했던 10번의 무대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엑소의 멤버 박찬열과 매력적인 배우 조달환의 콤비가 잘 어울리는 영화다. 특히 빌리 아일리시, 콘드 플레이, 머라이어 캐리, 루이 암스트롱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94분. 12세 이상 관람가. ◆고질라 VS. 콩감독: 아담 윈가드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밀리 바비 브라운 킹콩과 거대 괴수 고질라의 대결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1962년 작 '킹콩 대 고질라'의 대결 이후 59년 만의 재대결이다. 거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은 지 3년 후,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에게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한편,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비밀 연구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 위기 상황. 그때 분노의 찬 고질라의 공격이 시작되고, 마침내 신화적 존재인 콩과 고질라의 세기적 대결이 시작된다. 2020년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로 인기를 끌었던 밀리 바비 브라운이 매디슨 러셀 역으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네이선 린드 역으로 출연한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면감독: 최재훈출연: 이다윗, 조현, 김도훈 최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학교생활에 충실한 영문과 대학생 도현(이다윗)은 우연히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도현은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최면 체험 이후 그는 알 수 없는 기억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고 친구들도 하나 둘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다 의문의 사건을 맞이한다. 도현은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풋풋한 학생들의 모습과 이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대비시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도현이 겪는 환영에는 폐건물이 된 교회가 등장해 어둡고 스산한 느낌을 더한다. 액션 사극 '검객'을 연출한 최재훈 감독의 작품. 수년간 미술감독으로 활동해 시각적 공포를 극대화한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러빙 빈센트

[김중기의 필름통] 러빙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아린다. 늘 사랑에 실패했고,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으며 그가 평생 몸 바쳐 그린 그림들은 세인들로부터 외면당했다.정신병과 불운에 시달리다 37세에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를 다시보기 시작했다. 훗날에야 '현대미술은 반 고흐에게 큰 빚을 졌다'는 말로 그를 칭송하며 '위대한 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유일하게 그의 옆을 지킨 것이 동생 테오다. 테오는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흐를 정신적, 물질적으로 후원했다. 얼마나 형제애가 강했던지 고흐가 죽고 6개월 뒤 테오도 세상을 떠난다.'러빙 빈센트'(2017)는 이런 고흐를 흠모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2017년 개봉해 놀라움과 함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번 주 재개봉으로 극장가에 다시 걸렸다.고흐는 워낙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 그를 그린 영화들이 많았다. 커크 더글라스 주연의 '열정의 랩소디'(1956)처럼 그의 불같은 예술혼을 그린 영화도 있었고, '반 고흐: 위대한 유산'(2013)처럼 그의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영화도 있었다. 줄리안 슈나벨 감독은 그의 혼미한 정신을 관객에게 체험시키듯 하는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2018)를 내놓기도 했다.'러빙 빈센트'는 극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다. 화가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인물과 장면들이 고흐의 작품을 재현했다. 짙게 바른 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미디어 아트 전시를 보는 듯하다.요즘 애니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복사한 그림을 수정해 만들기에 예전에 비해 품이 덜 드는 편이다. 이에 비해 '러빙 빈센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제작기간 총 10년. 1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6만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고흐의 작품 800여 점 중 130여 점이 이 영화에 녹아들었다.'러빙 빈센트'는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난 1891년 프랑스 아를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테오에게 보내는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배달하면서 죽음의 의문을 풀어가는 줄거리다.우체국장의 아들 아르망은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테오에게 직접 전해주는 여정을 시작한다. 테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먼저 물감 상인인 탕기 영감을 찾아간다. 술을 권하며 그는 테오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고흐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주며 주치의 가셰가 수상하다는 점을 일러준다.고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르망은 그의 죽음이 석연찮다는 것을 알면서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가셰 박사의 집을 찾아간 그는 가정부로부터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의 삶에 빠져든다.고흐는 주변 사람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가난하고 힘든 농부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그들의 등에 비춰지는 빛을 진실되게 담아냈다.탕기 영감과 가셰 박사를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고흐의 작품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봤음직한 그림들이다. 시대를 넘어 고흐의 체취와 붓놀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유명한 그의 작품들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나와 눈 호강을 시켜준다.더글러스 부스, 제롬 플린, 시얼샤 로넌 등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배우들이 목소리만 녹음한 것이 아니라 직접 연기도 했다. 그 움직임을 촬영한 영상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들을 그리지만, 마지막은 삶의 편린들을 모아 고흐의 아픈 자화상을 그려낸다. 푸른 눈에 다크 브라운의 턱수염, 야윈 얼굴, 우수와 슬픔이 가득한 빈센트다.그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성 대신 이름인 '빈센트'를 서명으로 남겼다. 아버지와의 불화 때문에 성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빈센트는 자신을 낳기 1년 전 어머니가 사산한 형의 이름이기도 했다. 빈센트에서 이미 무한한 슬픔이 묻어난다.고흐의 마지막 편지는 이랬다."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아마 별 것 아닐지 몰라. 별을 볼 때면 언제나 꿈꾸게 돼. 난 스스로 말하지. 왜 우린 창공의 불꽃에 접근할 수 없을까? 혹시 죽음이 우리를 별로 데려가는 걸까? 늙어서 편안히 죽으면 저기까지 걸어서 가게 되는 걸까? 늦었으니까 자러 가야겠어. 잘 자고 행운을 빌게.악수를 보내며, 사랑하는 빈센트(Loving Vincent)가"한없이 외롭고, 힘들고, 아팠던 한 남자가 우리에게 행운을 빌며 악수를 청한다. 보고 또 봐도 가슴이 저리고 쓰린, 고흐 아니 빈센트다. 9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1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모리타니안'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 '그녀가 사라졌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모리타니안'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 '그녀가 사라졌다'

◆모리타니안감독: 케빈 맥도날드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디 포스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 스릴러. 쿠바의 미군기지 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는 모두가 꺼리는 한 남자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어 기소는 물론, 재판도 없이 6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슬라히(타하르 라힘). 냉정하고 완고하기로 소문난 군 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강력한 증거들을 내밀며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낸시와 동료 테리(쉐일린 우들리)는 국가 기밀이란 이유로 은폐된 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평소 인권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까지 참여했다.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감독: 알렉세이 누즈니출연: 콘스탄틴 카벤스키, 이반 얀코브스키 사상 최악의 산불이 번진 화재 현장 속에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거대한 불길과 맞서는 여섯 명의 소방대원의 이야기를 그린 러시아연방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과거 화재 현장에서 사고로 동료 대원을 잃은 소방 대장 안드레이(콘스탄틴 카벤스키). 아픈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최악의 화재가 발생한다. 안드레이와 함께 한 팀이 된 여섯 명의 소방 진압 대원들이 불길로 출동한다. 안드레이를 비롯해 당당한 남자로 인정받기 위해 출동한 철부지 신입, 딸 바보 아빠, 화재로 아내를 잃은 남편, 불길만 보면 돌진하는 무대포 근육맨, 노래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방대원까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들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을 담아내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그녀가 사라졌다감독: 루크 이브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릴리 설리번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달콤한 러브스토리.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는 데본(브렌튼 스웨이츠)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 루시(릴리 설리번)를 만나 달콤한 데이트로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꿈처럼 루시가 사라져버리고, 주변 사람들 모두 데본의 환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데본은 그녀와 함께 갔던 장소, 나눴던 이야기들,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의 강렬했던 기억을 믿는 그는 루시를 찾아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 글렌 돌만은 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친구를 통해 환영과 환청을 겪는 인물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결심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탄생했다고 한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3-1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씨 유' '웨이 다운' '리스타트'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씨 유' '웨이 다운' '리스타트'

◆아이 씨 유감독: 아담 랜달출연: 헬렌 헌트, 존 테니 10대 연쇄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10살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공원을 지나가다가 유괴된다. 담당 형사 그렉(존 테니)은 녹색 주머니칼을 증거로 15년 전 해결된 연쇄 납치사건을 떠올린다. 아내 재키(헬렌 헌트)의 불륜으로 아들 코너와 엄마의 관계도 최악이다. 재키는 집안에 은식기와 액자가 사라지고, 가장 아끼는 커피 잔도 없어져 그렉에게 얘기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재키의 전 애인 토드가 집에 오고 이층에서 던진 커피잔에 맞아 쓰러지면서 이 집에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경악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헬렌 헌트가 재키 역을 맡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보인다. 감독은 SF '아이보이'를 연출했다. 의외의 반전이 충격적인 영화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웨이 다운감독: 하우메 발라게로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리암 커닝엄 스페인 액션 범죄 영화다. 인양 사업을 하는 월터(리암 커닝엄)는 깊은 바다 속에서 보물 좌표가 새겨진 동전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스페인 정부에게 빼앗기고, 동전이 스페인 은행에 있는 금고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0년 전 최고의 공학자들에 의해 완성된 후 난공불락이라 불리는 스페인 은행의 금고를 털기 위해 월터는 비상한 두뇌를 지닌 대학생 톰(프레디 하이모어)을 섭외하고, 금고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순수한 흥미를 느낀 톰은 팀에 합류한다. 주어진 시간은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105분. 톰은 19세기 완성된 금고의 비밀을 밝혀내고, 삼엄한 감시를 피해 5명의 팀원들과 함께 동전을 되찾아야 한다. 프레디 하이모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의 아역배우.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리스타트감독: 조 카나한출연: 프랭크 그릴로, 멜 깁슨 매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킬러로 성장해간다는 액션영화. 아침 7시에 일어난 로이(프랭크 그릴로)는 괴한에게 습격 받는다. 이것이 익숙한 듯 로이는 모든 공격을 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죽음의 타임 루프에 갇혀 매일 수많은 킬러들이 자신을 죽이는 매일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매일 죽기가 반복되지만 이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점점 살아남는 실력이 늘어나면서 깨어난다.145번째 아침, 오늘부터는 내가 킬러가 된다. 매일 죽음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과 폭탄, 칼 등으로 매일 죽는 주인공에게 어떤 음모가 있을까.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이 함께 출연한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1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역대급 흥행작, 재개봉 러시

[김중기의 필름통] 역대급 흥행작, 재개봉 러시

'그때 그 감동 그대로' 역대급 흥행작들이 재개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주 '람보 특별판'이 개봉한 이후 속속 재개봉된다.'람보'(1982)는 198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의 레전드. 베트남전이 끝난 뒤 사회로부터 냉대받던 참전 군인의 분노와 울분을 화려한 액션으로 그린 영화다. 이후 속편들과 달리 1편은 전쟁의 참상과 반전 메시지를 잘 전해주는 수작이었다.트로트만 대령(리처드 크레나) 앞에서 람보(실베스터 스탤론)가 "군에서는 수백만 달러 장비도 다뤘지만, 여기서는 주차관리원도 하기 어려워요"라며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람보는 전쟁광이 아니라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한 젊은이였던 것이다.이번에 개봉된 특별판은 9분가량의 특별 영상이 추가된 버전이다. 엔딩크레딧 중간에 실베스터 스탤론과 제작진이 직접 나와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추가됐다. 시사회 후기 등 재미난 얘기들을 풀어낸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샤론 스톤이 성적 매력을 '감질나게'(?) 선보였던 '원초적 본능'(1992)도 특별판으로 오는 18일 개봉한다.범죄물 작가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닉(마이클 더글라스)과 위험한 줄다리기를 그린 섹슈얼 스릴러. 1992년 개봉 당시 대담한 성적 묘사와 노출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샤론 스톤이 취조를 받으면서 도도한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다리를 꼬는 장면은 전 세계 남성 관객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기도 했다.파격적인 인물 설정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 구성, 줄거리에 잘 녹아든 음악과 뛰어난 편집 등 여러 흥행요소가 있지만, 한국식 작명 또한 절묘했다. 원제 'Basic Instinct'에서 '기본적', '기초적'이란 단어를 '원초적'으로 작명해 영화의 원 뜻을 살리면서도 감각적이고 치명적인 느낌으로 증폭시켰다.국내에서 주요 장면이 삭제돼 개봉되는 바람에 오리지널 버전의 DVD나 훨씬 더 적나라한 VHS 감독판을 구하기 위해 당시 흔하지 않았던 해외 주문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폴 버호벤 감독은 이 작품으로 히트영화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으며, 샤론 스톤은 이 영화의 섹시 이미지를 살려 '슬리버'(1993) 등 '야한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29년 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원초적 본능 특별판'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및 감독, 배우들의 코멘터리까지 담겨 옛 팬들의 기억을 새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138분. 청소년 관람불가.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1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도 17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강제규 감독과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엇갈린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전쟁영화다. '쉬리'(1999)로 한국 블록버스터 시대의 문을 연 강제규 감독과 당시 최고의 배우 장동건과 원빈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신파적인 전쟁영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워낙 사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전쟁 장면 묘사와 뜨거운 형제애가 굴곡진 한국 역사에 녹아들어 관객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진태(장동건)의 약혼녀 영신으로 출연한 배우 이은주가 이 영화가 개봉한 이듬해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태극기 휘날리며'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실미도'(2003)에 이어 두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동원,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 148분. 15세 이상 관람가.'공동경비구역 JSA'(2000)도 24일 재개봉한다. 남북 병사의 총격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성격의 영화다. 비 오는 캄캄한 밤, 북측 초소에 총성이 울린다. 낭자한 피 속에 두 명의 북한 경비병이 사망하고 현장을 탈출한 남측 병사는 양측의 총격전 속에 귀환한다. 이 사건을 두고 북측은 남측의 도발이라고 선전하고, 남측은 북측을 응징한 쾌거라고 환호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남북 병사들이 초코파이를 먹고, 총알로 공기놀이를 하며 동네 형, 동생을 만난 듯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인상적이다. 서로를 죽이는 권총 탄환이 놀이를 통해 이들의, 나아가 한반도의 비극적 운명을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의 비극과 진한 휴머니즘을 감동적으로 보여준 한국 영화 수작 중 하나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실베스터 스탤론, 샤론 스톤, 장동건, 원빈, 이은주,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의 아름답고 화려한 젊은 시절을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재개봉 소식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1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미나리

[김중기의 필름통] 미나리

미나리는 가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모두가 구정물을 길에 버리던 1970년대. 흙길 옆 움푹 파인 수채통에는 어김없이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다. 비눗물에 밥알까지 널려 있던 그 더러운 곳에서 연초록 풀이 자라고 있는 것은 희한한 풍경이었다. 미나리는 그렇게 폐수 속에서 싹을 틔웠다. 타고난 정화력 때문이었다.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제목에서 이미 한국인들의 끈끈한 삶의 생명력을 은유한다. 고향을 떠나 먼 이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한 한인 가족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할 삶의 위대함을 잔잔하게 웅변하는 영화다.1980년대 미국 아칸소의 외진 농지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번듯한 전원주택을 꿈꾸었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비 새는 이동식 간이주택. 여기서 살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하다.남편 제이콥(스티븐 연)은 대농장의 꿈을 얘기한다."여기 토양의 질이 미국 최고야!"그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작물을 키워 슈퍼마켓에 팔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아내를 다독인다.딸 앤(노엘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S. 김)은 넓은 초원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만 데이빗이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어 부부는 걱정이다.'미나리'는 이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주하면서 시작된다. 아내의 불평으로 봐서 캘리포니아에서도 넉넉하게 살지 못했고, 사업도 손대는 것마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칸소의 농장은 이 부부의 희망찬 미래일 수도 있지만, 파경의 소지도 갖춘 벼랑 끝 지점이다.부부는 병아리 감별공장에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 땅을 일군다. 저축한 돈은 줄어들고, 덩달아 부부의 갈등도 깊어진다. 이때 고국에 있던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온다. 한국 할머니의 등장으로 가족은 어수선해진다. 순자는 전통적인 한국 할머니다. 순자가 멸치와 고춧가루 등과 함께 가져 온 것이 미나리 씨앗. 그리고 척박한 땅에 그 씨앗을 뿌린다.'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1978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칸소 시골 농장에서 자랐다. 그가 기억하는 많은 한국적 요소들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그동안 미국 이민의 역사를 그린 영화들은 많았다. 대기근을 피해 뉴욕항에 내린 아일랜드인, 1900년대 뒤이어 들어온 이탈리아인 등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은 대부분 스펙터클한 화면에 웅장한 서사로 그들의 혹독한 삶을 미화했다. 거기에 노스탤지어 정서로 관객을 유혹하기도 했다.그러나 '미나리'는 지극히 소박하면서 정적인 영화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물 부족이나, 비가 새는 것, 아이가 아픈 것 등 너무나 소소하고 생활적인 것이다. 내러티브는 잔잔하고, 기승전결도 파고가 높지 않다. 왜곡되거나 과장하지도 않는다.감독은 이를 '진심의 언어'라고 했다. 영화적 유머 코드도 손주들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오줌 싸는 손자에게 보약을 달여 먹이고, "고추가 고장났다"며 놀리는 할머니의 투박함 정도. 회초리를 드는 아빠의 모습도 미국인이면 질겁할 수 있지만, 한국적인 유쾌함으로 풀어낸다.'미나리'가 돋보이는 것은 이런 담담한 연출 때문이다. 거창한 내러티브의 기교 없이 잔잔한 수면 아래에 흐르는 희망의 메시지를 관객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이 가족의 위기와 고난 극복은 꿈을 갖고 정착하는 미국 이민사를 응축하고 농축한 것이다. 문화적 다름도, 종교적 신앙도 용광로 속에 녹여 무지개로 승화시키려는 미국 이민의 상징인 셈이다. 그것을 감독은 미나리가 가진 식물적 특성과 함께 'water dropwort'가 아닌 'minari'라는 한국명으로 이 가족의 끈기와 신뢰를 얘기하고 있다.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미나리'가 현재까지 들어올린 트로피는 75개에 이른다. 특히 윤여정 씨의 연기에 미국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관객에게는 너무나 익숙해 다소 밋밋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신선하면서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다가온 것이다.'미나리'는 미국영화다. 한국어 대사가 50%가 넘고, 배우들이 모두 한국인들이지만, 제작사가 미국의 '플랜B'이기 때문이다. 배우 브레드 피트가 세운 영화 제작사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국영화로 분류되고, 골든글로브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여하자 "미국영화에게 외국어영화상이 말이 되느냐?"며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그러나 제작비만 달러였지 '미나리'는 한국영화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기질이 전편에 녹아 있고, 그 모든 것을 한국 영화인들이 한국식으로 엮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한편으로 '미나리' 같은 독립 저예산 영화에 열광하는 미국 관객의 태도가 놀랍다.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그만큼 한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낭보에 이어 다음달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거둘 수확도 기대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 '중경삼림' '멀리가지마라'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 '중경삼림' '멀리가지마라'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할,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목소리 출연: 켈리 마리 트랜, 아콰피나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쿠만드라 왕국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들이닥치자, 드래곤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500년 후 부활한 드룬이 또다시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자, 전사 라야(켈리 마리 트랜)는 분열된 쿠만드라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라야'는 험난한 여정을 겪으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드래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겨울왕국2' 이후 디즈니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동남아시아 문화가 반영됐다. 114분. 전체 관람가. ◆중경삼림감독: 왕가위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으로 재개봉했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담고 있는 수작 영화다. 네 명의 청춘이 짝을 이뤄 두 가지 이야기를 펼친다. 별개의 두 이야기가 한편으로 연결되는 구조.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금발 가발을 쓰고 다니는 마약 밀매업자(임청하)와 사복형사(금성무)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 여자는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인도인 일당을 고용해 마약 밀수를 꾀하지만 공항에서 인도 사람들은 마약과 함께 사라진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금성무는 사다놓은 파인애플 통조림들의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새 여자 친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엉뚱한 아가씨 화예(왕페이)가 실연한 제복 경찰(양조위)을 위로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멀리가지마라감독: 박현용출연: 손병호, 손진환, 최재섭 형제간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반전과 파국을 그린 블랙 코미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둔 3남 1녀 형제자매가 유산 상속을 위해 큰형 집에 모인다. 공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유산 분배에 관한 유서가 발표되고, 저마다 상속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때 큰형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남매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이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아버지의 유산에 욕심이 앞선다. 조카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게는 3억원, 많게는 9억원의 상속분을 내놔야 하는 상황. 영화는 '유산', '20억', '불청객', '멀리가지마라' 총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연극 무대를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명절 때 흔히 벌어지는 형제간의 말다툼이 녹아들어 공감을 얻는다. 7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라스트 레터

[김중기의 필름통] 라스트 레터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22년 전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일본영화 대사다. 하얀 설원 위에서 여주인공이 이미 떠난 사람을 그리며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외치던 장면이다.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일본 문화 개방과 함께 1999년 개봉해, 아련한 첫 사랑의 추억을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그려내 한국 관객들을 감동시킨 영화였다.22년 만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레터 시리즈라고 할 '라스트 레터'가 지난 24일 개봉했다. 잘못 배달된 편지로 인해 첫사랑의 아픈 사연을 그렸던 '러브레터'처럼, '라스트 레터'도 편지를 통해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영화다.언니 미사키(히로세 스즈)의 장례식을 치른 유리(마츠 다카코)는 부고를 전하기 위해 언니의 고교 동창회에 참석한다. 자신을 언니로 오해한 동창들로 인해 차마 언니가 죽은 사실을 전하지 못한다. 과거 유리 자신이 짝사랑했던, 정작 그는 언니 미사키를 좋아했다,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재회한 유리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어긋한 편지 수신자라는 플롯을 이번에도 사용했다. 25년간 첫사랑을 잊지 못한 소설가 쿄시로는 둘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첫사랑의 여동생과 첫사랑의 딸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스트 레터'는 아날로그 감성에 목을 매는 영화다.꼭꼭 눌러 쓰는 편지에 주인공이 첫사랑인 그녀가 그리워서 출판한 단 한 편의 소설, 교복 입은 그때 소년과 소녀의 소환, 필름 카메라와 인화된 사진, 우체통과 우체부. 20여년이 넘었지만 그 풍경은 지금 일본의 모습 그대로이고, 감독 또한 그 감성을 떠나보내기 아쉬워한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놓지 못하는 집착이랄까?갑자기 날아든 편지로 주인공은 과거로 떠난다. 녹음이 짙은 여름날 교정. 남학생은 전학 온 여학생을 만난다. 어린 쿄시로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손편지로 마음을 전한다. 직접 전할 용기가 없어 동아리 후배이자 미사키의 동생인 유리가 편지 심부름을 한다. 그러나 유리 또한 쿄시로를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던 것. 꼬여버린 둘의 사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라스트 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고향인 센다이에서 촬영됐다. 어린 시절 감독과 함께 했을 공간들이 감독의 정서를 잘 드러내준다.'러브레터'가 겨울이고, '라스트 레터'가 매미 소리 쨍한 여름인 것을 제외하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 그들을 엮는 정서와 감성은 모두 '러브레터'의 변주다. 죽은 첫사랑이 산 사람을 통해 전이돼 되살아나는 것도 그대로다. 그리움은 여동생을 거쳐 첫사랑의 딸에게로 건너가 영화 후반, 아주 오랫동안 머문다.'라스트 레터'는 풋풋한 지나간 청춘에 대한 추억, 첫사랑의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것을 안타깝게 보내고 지금 다시 반추하며 오래된 앨범을 들추게 하는 그런 영화다. 닿을 듯 말 듯 지나가버린 아쉬움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기도 한다.'러브레터'에 출연했던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부부로 출연하고, 이와이 슌지 감독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유리의 남편으로 얼굴을 내민다. 거기에 '4월 이야기'의 마츠 다카코까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통해 보아온 여러 인물들의 근황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러브레터'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관객들에게는 또 한번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그러나 25년이 지나도 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날로그의 추억에 갇힌 감독의 소모적인 배회를 보는 듯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캐릭터들도 지극히 부자연스럽고 평면적이고, 플롯도 구태의연하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에서부터 노년의 사모까지 담아내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맛이 없다.특히 첫사랑의 존재가 그녀와 쏙 빼닮은 딸에게로 건너와 중년이 된 남자 주인공과 교감할 때는 그것이 너무나 의도적이고, 부자연스러워 아연실색케 한다.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 지향적이고, 연민에 사로잡혀 있고, 유아적이다.'라스트 레터'는 만나지 말아야 할 첫사랑을 본 것 같은 아쉬움을 주는 그런 영화다. 120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2-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카오스 워킹' '고백' '더 레이서'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카오스 워킹' '고백' '더 레이서'

◆카오스 워킹감독: 더그 라이만출연: 톰 홀랜드, 데이지 리들리 전 세계 34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패트릭 네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 사람들의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세상 뉴 월드. 토드(톰 홀랜드)는 이 곳에 불시착한 의문의 유입자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와 마주하게 된다. 혼돈의 세상 속 숨겨진 비밀에 의문을 품은 두 사람은 뉴 월드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뉴 월드의 통치자 데이비드(매즈 미켈슨)는 위험을 직감하고 이들을 추격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독특한 세계관이 인상적인 영화다. 바로 '생각이 보이고 들리는 세상'이다.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모두의 생각이 '소리'와 '이미지'의 형태로 실시간 노출된다는 설정이다. 탈출과 추격 장면이 긴박감 넘친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고백감독: 서은영출연: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아동 학대의 상처를 통해 죄와 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독립영화. 국민 1인당 1천원씩 일주일 안에 1억원이 되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1천원 유괴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사이, 사회복지사인 오순(박하선)이 돌봐주던 보라(감소현)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되고, 보라 역시 어디론가 사라졌다.사건을 조사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은 보라 아버지는 물론 학대 부모들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오순을 의심한다. 학대하는 부모와 이를 보다 못한 유괴범. 과연 누가 죄를 지은 것이며 누가 벌을 받아야 할까.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와 감독의 진중한 연출이 많은 여운을 던져준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더 레이서감독: 키에론 J. 월쉬출연: 루이스 탈페, 이안 글렌 1998년 전 세계가 열광한 '투르 드 프랑스' 아일랜드 대회. 20년 동안 팀을 승리로 이끌어 온 최고의 페이스메이커 돔 샤볼(루이스 탈페)은 주전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기량을 인정받기 위한 약물 복용의 유혹까지 느낀다. 심리적 불안과 위기감 속에서 돔은 이제 팀의 우승이 아니라 선수로서 생명의 위협까지 감내하게 된다.시속 100km에 달하는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겪게 되는 가장 드라마틱한 3일을 속도감 넘치게 그려낸 스포츠 영화다. 화려한 사이클 경주 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7회 호주 영국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2-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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