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이웃사촌' '프리키 데스데이' '로그'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이웃사촌' '프리키 데스데이' '로그'

◆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출연: 정우, 오달수, 김희원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이사와 벌이는 코믹 드라마.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팀원들과 함께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24시간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 온 도청팀원들은 라디오 사연 신청부터 한밤중에 나는 부스럭 소리까지 수상한 가족의 모든 소리와 행동을 감시하면서 새로운 비밀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1985년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크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배우 오달수가 도청 타깃이 된 유력 대선주자인 정치인 이의식 역을 맡았다. 그는 2018년 2월 여배우 성추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칩거해 왔다. 이 영화는 당시 막바지 촬영 중이었고, 그래서 개봉도 늦춰졌다.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프리키 데스데이감독: 크리스토퍼 랜던출연: 빈스 본, 캐서린 뉴튼발랄하고 경쾌한 공포 영화. 작은 도시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파티를 벌이고 있던 네 명의 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한 것. 사건 이후 소심한 고등학생 밀리(캐서린 뉴튼) 앞에 소문만 무성했던 무자비한 살인마가 나타난다. 밀리는 온 힘을 다해 살인마로부터 벗어나려 애쓰고, 일촉즉발의 순간 경찰인 언니가 나타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잠을 자던 밀리는 온갖 악취와 찬바람이 부는 버려진 공장에서 눈을 뜨게 되고 깜짝 놀란다. 그의 몸이 그가 만났던 살인마로 변했던 것이다. 밀리는 몸이 뒤바뀐 뒤 24시간이 지나면 평생 돌아갈 수 없는 저주를 풀고 원래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작비 대비 26배의 흥행 수익을 올린 '해피 데스데이'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두 번째 슬래셔 무비. 102분. 청소년 관람 불가.◆ 로그감독: 마이클 J. 바셋출연: 메간 폭스, 필립 윈체스터'트랜스포머'에서 강렬함을 선사한 배우 메간 폭스가 인질 구출 대장으로 출연한 액션물이다. 샘(메간 폭스)이 이끄는 용병팀 로그는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납치된 주지사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파견된다. 가까스로 타깃 구출에 성공하지만, 잔혹하고 무자비한 알샤바브의 추격은 계속되고, 급기야 팀원들이 포위되는 위기까지 맞게 된다. 치열한 전투 속에 또 다른 적이 나타났으니 바로 맹수인 사자. 과연 로그팀은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총격전부터 흙먼지 날리며 벌이는 추격전, 헬리콥터 격추까지 강렬한 액션 장면이 연출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인질 구출과 함께 사자의 공격이라는 색다른 설정이 이색적이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1-26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여전히 빛나는 소피아 로렌 '자기 앞의 생'

[김중기의 필름통] 여전히 빛나는 소피아 로렌 '자기 앞의 생'

소피아 로렌하면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1970)를 떠올릴 것이다.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한 이탈리아 여인의 절절함을 잘 연기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이었다.이제 85세가 된 노배우.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영화 '자기 앞의 생'(감독 에도아르도 폰티)이 지난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감독은 그녀의 아들 에도아르도 폰티. 이탈리아의 제작자 카를로 폰티 사이에 난 아들이다. 그는 2002년부터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으며 '자기 앞의 생'은 기획, 각본에 연출까지 맡았다.'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탈리아 영화다. 세네갈에서 온 12살 고아 모모가 매춘부들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마담 로사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피아 로렌이 마담 로사를 맡았다.원작 소설인 '자기 앞의 생'은 소년 모모가 들려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였다.모모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다. 인종 차별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창녀들, 친구 없는 노인, 성전환자, 가난한 사람, 병자 등 세상의 중심에서 이탈되고 소외받는 인생들의 이야기였다. 그 안에서 모모는 상처를 보듬는 법을 배운다.이 소설은 사연이 많은 작품이었다. 1975년 발표된 신인 작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공쿠르상까지 수상했다. 작가는 수상을 거부했지만 공쿠르 아카데미는 이 신인 작가에게 상을 수여했다.그러나 아무도 이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다. 1980년 소설가 로맹 가리가 죽고 나서 드디어 밝혀진다. 로맹 가리는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란 글을 남겼고, 그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소책자로 발간된다.이 책자에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가 본인의 필명인 것을 밝힌다. 로맹 가리는 1956년 장편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 상은 한 작가에게 두 번 수여되지 않는 상. 로맹 가리는 비록 필명이지만 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가 됐다. '자기 앞의 생'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진지한 성찰을 던져주는 소설이다.영화는 원작의 무대를 이탈리아로 옮겼다. 모모가 길에서 로사의 골동품을 훔치면서 둘이 만난다. 모모의 후견인인 코엔 박사가 골동품을 돌려주며 모모를 로사에게 맡긴다. 억지로 모모를 떠안은 로사. 모모도 늙은 로사가 싫어 비뚤어진다.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돼 간다. 로사는 어린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기에 모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러나 로사는 뇌질환으로 남은 날이 없는 상태. 모모는 끝까지 그녀의 곁을 지킨다.영화는 러닝타임이 1시간 34분.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많이 들어냈고, 무엇보다 모모의 섬세하고 순수한 영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마담 로사도 원작의 이미지와 다소 차이가 있다.원작을 읽은 이들에게 영화는 너무나 평범하고, 안일한 연출에 실망할 수 있다. 원작의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현대적 각색이 억지스럽기도 하다. 모모의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바뀌니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은 모모보다 로사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듯하다. 실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할까.그럼에도 원작과 비교 없이 영화를 감상하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시민들의 삶을 잔잔하게 엿보게 하는 영화다. 홀로 남겨진 모모처럼 모두는 상처를 안고, 상실의 슬픔을 묻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삶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이 영화의 진가는 무엇보다 소피아 로렌이다. 그녀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감회가 새로워지는 영화다. 후반부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져 가는 로사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여든 중반의 노인이 됐지만, 그녀의 눈빛과 몸짓, 표정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것이 반갑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26 14:30:00

동성아트홀에서 마련한 영화 감독과의 힐링 타임…'제4회 시네마테라피'

동성아트홀에서 마련한 영화 감독과의 힐링 타임…'제4회 시네마테라피'

대구 동성아트홀은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제4회 시네마테라피'를 연다. 시네마테라피는 가장 대중적 장소인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감독과 전문 의료진의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기획된 특별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여유와 휴식의 소중함이 절실한 이때, 영화를 보며 같이 위로 받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일상 속 치유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27일(금) 오후 7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상영 후 임대형 감독, 김홍완 감독과 함께 영화 주제,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2017년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의 첫 장편으로 지금 계절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로 보다 가깝게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28일(토) 오후 3시 20분 '폭스캐처'를 상영한다. 경북대병원 신경과전문의 이종목 교수와 옥진주 감독과 함께 영화 인물 속 캐릭터 분석, 다양한 인간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29일(일) 오후 7시에는 'In Us Brass' 앙상블과 음악치료사가 함께하는 뮤직테라피가 마련된다. 음악 해설과 함께 영화 OST 연주 등 뮤직테라피를 통해 영화와 음악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전석 7천원, 예매 동성아트홀 및 인디&아트 홈페이지, 문의 동성아트홀(053-425-2845).

2020-11-25 14:44:23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택스 콜렉터' '런' '안티고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택스 콜렉터' '런' '안티고네'

◆택스 콜렉터감독: 데이비드 에이어출연: 샤이아 라보프, 바비 소토LA 지역 갱단들에게 상납금을 수금하는 조직과 이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조직의 패권전쟁을 그린 하드코어 액션물. LA 지역 갱들을 관리하며 상납금을 수금하는 최고의 파트너 크리퍼(샤이아 라보프)와 데이비드(바비 소토).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이들 앞에 조직을 통째로 삼키려는 무법자가 등장한다. 무법자는 기습적으로 이들 조직을 공격해 LA 지역의 균형을 깨고, 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피의 살육전을 벌인다.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데이비드 에이어의 스타일리시한 잔혹 액션영화다. '트랜스포머'의 샤이아 라보프가 터질 듯한 분노에 사로잡혀 거친 살육을 펼치는 주인공을 맡았다. 액션이 크지는 않지만, 하드코어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95분. 청소년 관람 불가.◆런감독: 아니쉬 차칸티출연: 사라 폴슨, 키에라 앨런십 수년간 지켜오던 비밀이 밝혀지며 시작된 엄마와 딸의 지독한 추격전을 담은 스릴러. 한적한 시골 마을의 외딴 집. 태어날 때부터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았던 클로이(키에라 앨런)는 힘들지만 엄마(사라 폴슨)와 함께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클로이는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 안에서 한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의 정체를 파헤치던 중, 미소를 띠고 있던 엄마의 표정 뒤에 희미한 광기가 새어 나오고 있음을 눈치 챈다. 믿었던 모든 것들이 의심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클로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엄마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서치'(2018)를 연출해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연출작. 90분. 15세 이상 관람가.◆안티고네감독: 소피 드라스프출연: 나에마 리치, 라와드 엘-제인동명의 고대 그리스 희곡을 현대 난민 이야기로 재해석한 영화다. 주인공 안티고네(나에마 리치)는 알제리에서 온 난민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경찰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큰 오빠가 죽고 이에 분노한 둘째 오빠가 경찰을 때리면서 추방 위기에 놓인다. 이를 막기 위해 안티고네가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문신을 팔에 새겨 감옥에 있는 오빠를 빼내고 자신이 감옥에 들어간다. 영화는 소녀 안티고네를 통해 법과 규율에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가 가족과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존의 법과 제도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안티고네를 연기한 나에마 리치는 비전문 배우이지만, 안티고네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며 영화 전체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1-18 14:05:24

[김중기의 필름통] '여성'을 뛰어넘은 위대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영화 '마리 퀴리'

[김중기의 필름통] '여성'을 뛰어넘은 위대한 과학자의 인생 여정…영화 '마리 퀴리'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열정과 집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은 그 만큼의 노력과 고난을 요구한다. 어린이 위인전에 빠지지 않는 마담 퀴리(1867~1934)는 그런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여성의 참정권도 없는 시기, 1903년 여성 최초로 노벨상(물리학)을 수상했고, 1911년 노벨 화학상까지 받으며 세계 최초로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했다. 소로본 대학 최초의 여교수가 되기도 했다. '여성'이란 한계를 뛰어넘은 과학자이자 위대한 인간이었다.그녀의 삶은 위인전 속에서 화려한 업적을 주입하는 용도로만 쓰이곤 했다. 과연 그녀는 업적만큼 그렇게 화려했을까.18일 개봉한 '마리 퀴리'(감독 마르잔 사트라피)는 세상을 바꾼 그녀의 도전과 성공, 고난과 상실, 고뇌와 확신을 입체적이며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전기영화다.여성 최초로 파리 소로본 대학에 입학한 마리(로자먼드 파이크)는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연구실에서 쫓겨난다. 평소 그녀의 연구를 눈여겨 본 과학자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가 공동 연구를 제안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연구에 미친 둘은 한 여름에도 불 앞에서 광석을 녹여 새로운 원소를 얻는데 성공한다. 폴로늄과 라듐이다. 4톤의 우라늄석을 40톤의 약품과 400톤의 물을 사용해 4년 동안 실험해서 얻은 결과다.이로써 둘은 노벨상을 수상한다. 마리 퀴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벨상 시상식에 가지 못한다. 그래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녀는 두 번에 걸친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2014년 '더 보이스'를 연출한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은 만화가에 배우, 감독에 시나리오 작가까지 다재다능한 이란 출신 여성 영화인이다. 그는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 박힌 돌(?)처럼 출현한 마리와 그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그녀의 도전과 열정에 카메라를 고정시킨다. 그렇다고 한계를 넘어선 위대한 여성이란 통속적인 프레임에 매이지도 않는다.마리 퀴리의 내면과 고통을 섬세한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다. 남편 피에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폴란드인이라는 인종차별, 다른 과학자와의 염문으로 인한 거센 비난도 담대하게 그려낸다.이 정도라면 위인전의 틀을 벗어나지 않겠지만, 그는 마리 퀴리의 업적이 인류에게 미친 파급력을 전제하며 새로운 고민과 방향을 제시한다.영화의 원제는 '방사능'(Radioactive)이다. 방사능은 1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술이다. 병원의 엑스레이 촬영에 암 방사능 치료, 공항의 보안검색대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마리 퀴리는 남편이 발명한 전압기를 통해 역청우라늄석에서 나오는 광선을 연구했다. 불안정한 원자가 방출하는 광선을 방사능이라 명명하고 개념을 확립했다.라듐과 폴로늄 그리고 방사능은 의학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인류 비극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1945년 히로시마, 1961년 네바다의 원폭 실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을 보여주면서 위대한 발명이 전쟁과 이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인간에게 재앙이 되는 것을 염려한다.노년의 마리 퀴리는 딸 이렌(안야 테일러 조이)과 함께 엑스레이 구급차를 마련해 1차 세계대전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봉사를 펼치기도 한다. 순금으로 된 두 개의 노벨상 메달을 녹이라면서 영국 정부를 협박(?)한 끝에 그녀는 전장으로 달려갈 구급차를 마련했다. 영화는 마리 퀴리가 이후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포탄이 발명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용감한 그녀의 면모를 그린다.여느 전기영화와 달리 '마리 퀴리'는 풍성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속도감 있게 한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실제 같은 연구실, 두 번째 노벨상 수상 장면의 연설 등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영화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안정적인 연기로 마리 퀴리의 삶을 잘 표현한다. 혈기 왕성한 20대부터 연구로 인한 심한 두통, 참을 수 없는 기침으로 고통 받는 60대까지 치열한 그녀의 삶을 연기한다. 피에르 퀴리 역은 '말레피센트' 등에 출연한 샘 라일리가 맡았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18 14:03:31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가 죽던 날' '힐빌리의 노래' '애비규환'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내가 죽던 날' '힐빌리의 노래' '애비규환'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출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되어 섬마을에서 보호를 받던 소녀가 사라진 이후의 상황을 그린 범죄 드라마.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녀가 사라진다.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김혜수)는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짓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소녀의 보호를 담당하던 전직 형사, 연락이 두절된 가족, ​그리고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을 만나 그녀의 행적을 추적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는 소녀에게 점점 더 몰두하게 된 현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 앞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 마주하게 된 이들의 모습을 탐문수사 형식으로 드러낸다.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힐빌리의 노래감독: 론 하워드출연: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조우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감동 실화. '뷰티풀 마인드'(2001), '다빈치 코드'(2006)의 론 하워드 감독의 연출작이다. 1997년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를 따라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온 J.D(가브리엘 바소)는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생을 포기한 듯 생활한다. 소식을 들은 할머니 보니(글렌 클로즈)는 J.D를 데려와 키워 예일대 법대에 진학시킨다. 엄마 베브가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직장마저 잃게 되고, J.D는 다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찾게 된다. '힐빌리'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미국 백인을 의미한다. 가난을 이기고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의 실화를 그렸다. 116분. 청소년 관람 불가.◆애비규환감독: 최하나출연: 크리스탈(정수정), 장혜진, 최덕문5개월 차 임산부 주인공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남자친구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코믹 드라마. 연하 고교생 호훈(신재휘)과 불꽃 사랑으로 임신한 대학생 토일(크리스탈)은 부모에게 임신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누구를 닮아서 이 모양이냐"는 핀잔만 돌아올 뿐. 이에 토일은 친 아빠를 찾아 확인해 보기로 한다. 최 씨에 기술가정 선생님이라는 단서만 가지고 무작정 대구로 떠난다. 그러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친아빠를 찾았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온다. 거기에 호훈까지 연락이 두절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혼 가정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독립영화 특유의 감성과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1-1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영화 '인퍼머스'

[김중기의 필름통]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영화 '인퍼머스'

'모든 범죄가 실시간 생중계된다.'11일 개봉한 '인퍼머스'(감독 조슈아 콜드웰)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강도짓을 하는 20대 여자의 위험한 질주를 그린 영화다. 자신의 범죄를 SNS에 실시간 중계하면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까지 충족시킨다.'팔로워 49명'. 주인공 아리엘(벨라 손)은 따분한 이 동네를 벗어나는 것이 꿈이다. 엄마는 형편없는 새 아빠에 빠져 있고, 친구들도 하나같이 철없고 덜 떨어지는 애들 뿐. 아리엘은 유명해져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현재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49명. 시골 소녀의 변함없는 일상이 주는 성적이다.'뉴 팔로워 147명'. 어느 날 클럽에서 남자를 유혹하다 그의 여자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녀의 거친 폭력 장면이 인스타그램에 올라 일파만파 퍼지면서 일탈의 충격을 경험한다. 할리우드로 가기 위해 한푼 두푼 모은 돈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아리엘은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는 딘(제이크 맨리)과 함께 도망간다.'팔로워 3천 명'. 돈이 필요한 둘은 강도짓을 하게 된다. 총을 겨누고 윽박지르며 돈을 요구하는 딘을 아리엘이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순식간에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아리엘은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원했던 유명세와 돈을 너무나 쉽게 얻었던 것이다.'팔로워 178만 명'. 이후 그녀의 돌출적이고 공격적인 욕망은 끈이 풀리고, 마약처럼 범죄를 반복한다. 이제 강도짓은 돈이 아닌 유명세를 위한 일이 되고, 폭주기관차를 탄 둘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인퍼머스'는 유명(famous)해지고 싶은 주인공의 욕망이 악명 높은(infamous) 범죄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린 액션영화다. SNS가 일상을 좌우하는 현실의 뒤틀린 욕망도 터치한다. 희망 없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둘은 더욱 큰 수렁에 빠진다. 잠깐 느끼는 희열은 허상일 뿐, 더 이상 내일이 없는 극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인퍼머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의 인스타그램 버전과도 같은 영화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보니와 클라이드도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내일을 포기하고, 오늘을 위해 대담한 강도행각을 벌인다.배우이자 감독인 조슈아 콜드웰은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인 영상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아리엘이 총을 구입해 신상을 자랑하듯 스마트폰으로 찍는 장면이나, 강도 행각의 스틸 사진 등은 모두 인스타그램 유행을 반영한 것이고 화면 가득 큰 자막으로 인스타그램의 반응들을 묘사한 것도 SNS 시대의 영상 문법이다.'인퍼머스'는 피 묻은 돈이 흩날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기둥 뒤에 앉아 있는 아리엘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얘기한다. "나는 운명을 믿어. 이 우주가 나를 위한 계획이 있다고 믿어. 이게 내 운명일까?"아리엘은 간곡히 원하면 우주가 답을 해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모두 우주의 섭리의 하나이며 자신도 그런 운명이라는 것이다. 우주까지 끌어와 심오한 질문과 성찰을 고민을 하는 듯 하지만, 영화의 과정과 결과는 참으로 가볍고 경박하다.'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당시 시대성이 잘 반영된 문제작이었다면 '인퍼머스'는 자극이 필요한 현대 젊은 청춘들의 돌출적이고 병적인 집착을 그린 액션 영화다. 시대에 대한 반항이 아닌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고함과 주먹질로 풀어내고 잠시 만족하다 포기해 버린다.'미드나잇 선'(2017)에서 청순한 매력을 보여줬던 벨라 손은 시종 판에 박힌 연기로 영화를 가볍고 의미 없는 것으로 전락시키는 데 노력(?)한다. 따분한 일상을 부수고, 사회질서를 흔드는 쾌감을 노린 일탈도 아니다.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식하지만, 정작 그 맛이나 향기는 관심 없는 듯한 그런 영화다. 그 또한 SNS 세태의 풍자일까? 100분. 청소년 관람불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12 14:30:00

스웨덴 감성 영화 "1000원에 모십니다"

스웨덴 감성 영화 "1000원에 모십니다"

제9회 스웨덴영화제가 11일(수)부터 15일(일)까지 5일간 예술전용상영관인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영화제가 대구를 찾은 것은 지난해 개막을 시작으로 올해가 두번째다.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 영화제는 재외공관이 주최하는 영화제 중 최대 규모로, 지난 2012년부터 북유럽의 다채로운 삶과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올해 영화제의 주요 키워드는 '성평등'과 '다양성'이다. 올해 상영될 총 10편의 최신 스웨덴 영화에는 여성 감독 연출작 7편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4편이 포함되며, '영화 속 진취적인 여성들' 연대기 전시도 함께 이루어진다.개막작은 소니 요르겐센 감독, 마리나 뉘스트룀 감독의 '아틀란티스의 왕'이다. 아울러 노벨상 수상자 하리 마르틴손의 동명 원작 SF 서사시를 각색한 '아니아라', 세계적인 작가 프레드릭 바크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브릿마리 여기 있다'가 상영된다.스웨덴 굴드바게 영화제 세 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수네 vs 수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스티그 라르손의 기록 '스티그 라르손 - 불길에 뛰어든 남자', 1973년 아칼리 실험의 기록물과 생존자들의 재회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표류자들', 여학생 카챠코크가 남동생의 연미복을 입고 무도회에 참석해 일으키는 해프닝을 담은 '연미복을 입은 여자' 등도 관객을 만난다.코로나19 상황으로 직접 만나기 어려운 스웨덴 영화 감독들과의 영상 만남인 '언택트 게스트 토크'도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작 '아틀란티스의 왕'의 소니 요르겐센 감독과 주연 배우 겸 각본가인 시몬 세테르그렌과의 게스트 토크와 '아니아라'의 펠라 코게르만 감독과의 게스트 토크가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제9회 스웨덴영화제는 동성아트홀 홈페이지(www.artmovie.co.kr) 또는 현장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 1천원.〈스웨덴영화제 상영시간표〉▷11/11(수)15:00 브릿마리 여기 있다17:00 럭키 원19:00 아틀란티스의 왕21:20 연미복을 입은 여자▷11/12(목)14:00 아니아라(게스트토크 시네토크)17:00 수네 vs 수네18:50 러빙 커플21:00 표류자들▷11/13(금)15:00 모차르트 브라더스17:10 연미복을 입은 여자19:30 브릿마리 여기 있다21:20 스티그 라르손 -불길에 뛰어든 남자▷11/14(토)13:00 러빙 커플15:20 아틀란티스의 왕(게스트토크 시네토크)18:30 아니아라20:40 럭키 원▷11/15(일)15:00 스티그 라르손 -불길에 뛰어든 남자17:00 표류자들19:00 모차르트 브라더스21:10 수네 vs 수네

2020-11-09 14:14:24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도굴' '나인스 게이트' '앙상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도굴' '나인스 게이트' '앙상블'

◆도굴감독: 박정배출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도굴을 소재로 한 권선징악의 코믹 액션영화다.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는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와 함께 고미술품 도굴계에 환상의 트리오. 중국에 있는 고구려 벽화를 훔쳐내고, 서울 한복판의 선릉까지 털 계획을 세운다. 존스 박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고고학 박사를 흠모해서 붙인 별칭.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은 강동구에게 매력적이면서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윤 실장 뒤에는 문화계의 거물 진 회장(송영창)이 있고, 윤 실장은 진 회장을 대신해 문화재를 모아 해외 큰손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발한 도굴 도구와 수법 등 도굴 과정을 담아내 관심을 끈다.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나인스 게이트: 아홉 번째 살인감독: 니콜라이 코머리키출연: 데이지 헤드, 유리 콜로콜니코프'셜록 홈즈' 풍의 러시아 추리 액션영화.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출신 심령술사 리드(데이지 헤드)는 마법서를 도둑맞은 후 자주 악몽을 꾼다. 로스토브 총경(예브게니 치가노프)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연쇄적으로 살해당하자 수사에 착수하고, 가닌 경위가 그를 그림자처럼 도운다. 로스토브는 피해 여성의 사체 안에서 오각성이 그려진 달걀을 발견한 뒤 골리친 박사(유리 콜로콜니코프)에게 자문을 구하던 중 리드의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리드는 연쇄 살인이 단순한 미치광이의 광기가 아니라 의식행위라고 분석한 뒤 오각성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녀는 희생자가 5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4원소를 더해 9명까지 나올 것이라고 확언한다. 추리극 팬들을 위한 재미가 가득하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앙상블감독: 정형석출연: 김승수, 이천희, 김정화2017년 '여수 밤바다'로 제작, 연출, 각본, 출연까지 했던 정형석 감독의 신작.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섯 청춘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옴니버스 멜로영화다. 새로운 사랑이 두렵기만 한 영로(김승수)와 사랑에 확신을 주고 싶은 세영(서윤아),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만식(이천희)과 원치 않는 아픔에 사랑을 잃은 혜영(김정화), 그리고 지난 사랑을 붙잡고 싶은 민우(유민규)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주영(최배영)까지, 여섯 명의 캐릭터가 출연한다. 이들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과,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사연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또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프고 힘들지만, 이들은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1-0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멜로 영화 '노트북' 16년만에 재개봉

[김중기의 필름통] 멜로 영화 '노트북' 16년만에 재개봉

가장 완벽한 사랑은 뭘까? 첫사랑으로 맺어져 평생을 사랑하다, 죽음도 함께 하는 사랑이 아닐까. 가을이 깊어가면서 사랑의 달콤함과 따스함, 그리고 가슴 속까지 울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그리워진다.'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은 2004년 개봉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영화다. 볼 만한 개봉작이 없는 코로나19 기근 속에 이번 주 재개봉했다. 다시 봐도 좋고, 16년 전 영화라 못 본 젊은 관객이라면 더욱 연인과 함께 하면 좋을 영화이다.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40년 6월 6일이었다.17살의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목수 일을 하는 가난한 청년이다. 그녀 앞에 밝고 명랑한 앨리(레이첼 맥아담스)가 나타난다. 노아는 첫 눈에 반한다. 춤을 추자는 노아의 제안에 앨리는 거절한다. 대관람차 놀이기구에 매달려 데이트를 신청한 끝에 둘은 사귀기 시작한다.부자였던 앨리의 부모는 가난한 노아를 마땅찮게 생각한다. 아예 헤어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사까지 가버린다. 앨리는 편지하라고 했지만 노아의 편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이를 알 길이 없는 앨리의 첫사랑은 그렇게 잊혀진다.그러나 노아는 앨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사이에 2차 대전이 터지고, 노아도 전쟁터에 간다. 전쟁이 끝난 후 노아는 앨리를 위해 오래된 집을 수리한다. 둘이 함께 살고 싶었던 하얀 대저택이다. 그리고 신문에 매매광고를 낸다. 물론 팔지 않는다. 앨리가 찾아올 때까지.'노트북'은 멜로계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디어존', '초이스', '위크 투 리멤버' 등 내놓은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또 영화로 만들어졌다.'노트북'은 그의 작가 데뷔작이다.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이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소설이었다. 풋풋한 10대에 만나 엇갈린 운명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진실된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무려 56주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제약회사에 다니다 결혼을 한다. 결혼식 다음날 그는 아내에게서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내의 조부모가 겪은 러브스토리였다. 소설 속 대부분의 내용은 이들의 실화다.평범하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도, 2차 대전을 겪은 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둘의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알츠하이머를 겪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사랑한 것이다."난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노인이지만, 내 영혼을 바쳐 평생을 한 여자만을 사랑했으니 내 인생을 평범하지 않습니다. 특별하죠."한 노인의 대사다. 그는 매일 병실에 있는 백발의 여인에게 책을 읽어준다. 백발의 여인은 매일 처음 보는 노인을 만나 그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누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특히 사랑하는 그녀가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하루하루 잊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나의 이름도, 나의 존재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노인은 한 젊은 청년과 아름다운 여인이 만나 사랑한 이야기를 매일 들려준다.주연은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 둘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만 해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타 반열에 들기 시작했다. 둘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둘이 다시 만나 나누는 빗속 키스신이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키스'에 선정될 만큼 열렬했던 것도 둘의 실제(?) 상황이었던 것이다.레이첼 맥아담스는 이 영화 이후 '시간 여행자의 아내'(2009), '어바웃 타임'(2013)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할리우드 대표 멜로 배우로 자리 잡았고, 라이언 고슬링도 '킹메이커'(2011), '라라랜드'(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높였다.이들 외에 왕년에 유명했던 배우들도 출연한다. '페이스 오프'(1997), '아이스 스톰'(1997)의 조안 알렌이 앨리의 엄마로 나오고, '매버릭'(1994)의 매력남 제임스 가너가 노인역으로 출연한다. 특히 백발의 여인역을 맡은 제나 로우랜즈는 닉 카사베츠 감독의 어머니로 '사랑의 행로'(1984) 등에 출연한 노배우다.'노트북'의 사랑이 아름답고 운명적인 이유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놓지 않은 진실성 때문이다. '노트북'은 그런 사랑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화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1-05 14:30:00

어울아트센터에서 관람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명화극장 '비비안리 회고전'

어울아트센터에서 관람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명화극장 '비비안리 회고전'

대구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가 오는 5일(목)~7일(토)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 비비안 리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EAC명화극장 : 비비안 리 회고전'을 연다.5일(목) 오후 7시 30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가 상영된다. 할리우드의 가장 드라마틱한 영화로 평가받으며, 물오른 연기를 펼친 비비안 리에게 195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수여한 작품이다.6일(금) 오후 7시 30분에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안나 카레니나'(Ana karenina)를 통해 수차례 제작된 뮤지컬과 영화 중 최고의 안나로 손꼽히는 비비안 리의 인상적인 감정연기를 만날 수 있다.마지막 날인 7일(토) 오후 3시에는 비비안 리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관객을 만난다. 아카데미상 10개의 부문을 수상한 대히트 작품으로 4시간 가까운 긴 시간동안 극적인 스토리라인은 물론 비비안 리의 다채로운 패션을 살피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해당 공연장은 바코 4K 영사시스템과 돌비서라운드 음향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생생하고 몰입감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회고전은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예약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전화(053-320-5120)를 통해 할 수 있다.

2020-11-03 13:39:58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담쟁이' '젊은이의 양지' '위플래쉬'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담쟁이' '젊은이의 양지' '위플래쉬'

◆담쟁이감독: 한제이출연: 우미화, 이연, 김보민새로운 형태의 구성원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 드라마다. 40대 교사 은수(우미화)와 20대 의류매장 직원 예원(이연)은 행복한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은수는 중상을 입고 은수의 언니 은혜는 사망한다. 은수는 장애인이 되었고, 은혜의 딸 수민은 고아가 된 것. 오래도록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은수는 예원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이별을 말하지만 예원은 사랑하는 은수의 곁을 지킨다. 세 여성이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낯선 형태다. 여느 가족처럼 바닷가에도 놀러 가는 등 이들은 행복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의 규범은 그들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통해 동성커플의 현실을 담았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젊은이의 양지감독: 신수원출연: 김호정, 윤찬영, 정하담무한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청춘들의 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채권추심 콜센터의 계약직 센터장 세연(김호정)은 업무실적과 정규직 채용을 빌미로 자리를 위협받는다. 세연의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 19살의 준(윤찬영)은 사진이라는 자신의 전공과는 너무나도 무관한 일에 적응하지 못한다. 여느 날처럼 늦은 밤까지 독촉 전화를 하던 준은 얼떨결에 직접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가게 된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울먹이며 전화한 준에게 세연은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라며 윽박지른다. 그날 밤,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준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세연에게는 준으로부터 사건의 단서가 담긴 메시지가 하나씩 도착한다. '유리정원', '명왕성' 등의 작품으로 주목 받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위플래쉬감독: 데미안 셔젤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데미언 셔젤 감독의 장편 데뷔작. 2015년 개봉한 화제작으로 이번 주 재개봉했다. 뉴욕 셰이퍼 음악학교 최고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 신입생 앤드류(마일스 텔러)가 악명 높은 폭군, 플레쳐(J.K. 시몬스) 교수의 압박을 이겨내고 완벽한 스윙을 완성하게 되는 뮤직 드라마. 플레쳐 교수는 밴드를 지휘하며, 아이들을 혹독하게 가르친다. 폭언, 폭행도 일삼는다. 그의 학습법에 많은 아이들이 포기를 한다. 하지만 앤드류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연주에 몰두한다.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도 연주를 하고 싶어 경연장에 오른다. 그리고 연주를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되고, 플레쳐 교수는 그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휘몰아치는 연출과 J.K.시몬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다시 봐도 좋은 영화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10-29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에디슨의 경쟁자' 테슬라의 삶과 업적, 그리고 고뇌

[김중기의 필름통] '에디슨의 경쟁자' 테슬라의 삶과 업적, 그리고 고뇌

니콜라 테슬라(1856~1943), 시대를 앞서간 천재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발명가 하면 에디슨을 먼저 떠올린다. 에디슨이 수완 좋은 사업가라면 테슬라는 비사교적인 과학자이자 몽상가였다.한 예로 에디슨은 1893년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발명한다. 동전을 넣고 구멍을 통해 보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계였다. 관객이 관람료를 내고 영상을 보는 최초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가 영화의 탄생 타이틀을 가져간다. 시네마토그라프는 하나의 영사기로 투사된 영상을 관객이 다 같이 보는 현재의 극장 형태였다. 에디슨이 요지경 같은 영사기를 발명한 것은 관객 1명 당 1개의 영사기가 필요한, 그래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비즈니스 마인드의 산물이었다.그가 테슬라와 전류 전쟁을 벌인다.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에디슨은 테슬라의 교류를 비판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압 교류로 동물을 죽이는 공개 실험도 하고, 교류 전기의자로 사형집행까지 했다.그렇지만 테슬라의 교류가 적은 손실로 전류를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인정되면서 현대 전기문명의 태초를 열게 된다. 더구나 인류에게 이점이 있는 교류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자신의 특허권마저 포기한다. 자신의 이익에만 매달렸던 에디슨과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28일 개봉한 '테슬라'(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는 전류 전쟁 이후 테슬라의 삶과 업적, 고뇌를 다룬 영화다. 에디슨(카일 맥라클란)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테슬라(에단 호크)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위대한 발명에 착수한다. 빛, 에너지 정보를 전 세계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위해 최고의 자본가 J. P. 모건(도니 케샤와즈)의 도움을 구한다. 그는 콜로라도의 연구소에서 하늘로 번개를 쏘아 올리는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테슬라 코일에 대한 연구다.각본과 제작, 감독까지 맡은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테슬라에 대한 '흠모'는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에단 호크는 테슬라의 괴팍한 성격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와 그에 따른 고독 등을 찡그린 표정과 깊게 난 이마 주름, 혼잣말 같은 대화 등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당시 테슬라 코일 등을 그린 판화와 그림으로 그려진 나이아가라 폭포 등 표현 기법도 상징성을 더한다. 테슬라의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으로 다소 비현실적 묘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얼기설기, 겉도는 대화처럼 불친절하다.영화를 보기 전 테슬라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테슬라 코일은 수십만 볼트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를 통해 최초의 형광등과 네온 등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 형광등과 네온으로 장식된 무대가 나오는 배경이다.에디슨은 테슬라에게 전기를 싼 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약속을 어겼고, 테슬라는 그와 결별한다. 심지어 1915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거론됐지만 테슬라가 그와 함께 상 받기를 거부해 둘 다 수상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에디슨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J. P. 모건과 조지 웨스팅하우스(짐 캐피건)이다. 모건은 미국 최고의 자본가로 테슬라에게 연구비를 투자한 금융인이고,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업가이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사용한 수력발전소를 건설한 인물이다.또 테슬라는 결벽에 가까운 기벽도 있었다. 식사 전 광택이 나도록 스푼과 컵을 닦는 버릇이 있었다. 손수건은 흰 비단으로 된 것만 썼다. 영화에서는 냅킨을 수북이 쌓아놓고 스푼을 닦는 그가 잘 묘사돼 있다. 테슬라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으로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갔다. 이런 이력이 그가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라 짐작된다.영화는 극 중 인물인 J.P. 모건의 딸 앤 모건(이브 휴슨)이 테슬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구글에서 검색된 에디슨과 테슬라의 이미지의 개수를 통해 둘의 다른 인식을 보여 주는 등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그러나 테슬라가 추구했던 혁신적인 창조성, 삶의 목표와 철학 등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란 가정법도 영화에서 등장하지만, 전기의 마법사, 몽상가, 발명가, 과학자 등 무수하게 불리는 테슬라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29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종이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종이꽃'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1995년 서울 을지로를 배경으로 회사의 비리에 맞선 여직원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드라마. 입사 8년차 동기인 말단 여직원들이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 모였다. 실무 능력이 완벽하지만 커피 타기 달인이 된 생산관리부 이자영(고아성), 추리소설 마니아인 마케팅부 돌직구 정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가짜 영수증 메꾸기 달인이 된 회계부 수학왕 심보람(박혜수). 셋은 대리가 되면 진짜 자신의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어느 날 자영이 심부름을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한다. 자영은 유나와 보람과 함께 회사의 비리를 찾으려고 한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셋은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와 싸움을 시작한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에브리타임 아이 다이감독: 로비 마이클출연: 드류 폰테이로, 마크 멘차카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다는 소재를 그린 스릴러. 전장에서 돌아온 타일러(타일러 대쉬 화이트)는 자신의 아내가 처제의 남편 동료인 샘(드류 폰테이로)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가 난 타일러는 호숫가에서 샘을 죽이고 만다. 시간이 지난 후, 샘이 깨어난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이 아니다. 직장동료 제이(마크 멘차카)의 몸속으로 샘의 영혼이 들어간 것이다. 샘을 우발적으로 죽인 타일러는 범죄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제이를 죽이려고 한다. 자아분열증으로 사로잡혀 권총 자살한 것으로 꾸민 것. 다시 눈을 뜨는 주인공. 이번에는 누구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사고로 죽은 샘이 겪는 예측불가의 체험을 강렬하게 묘사한 스릴러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종이꽃감독: 고훈출연: 안성기, 유진, 김혜성성길(안성기)은 뺑소니 사고로 척추 마비가 된 아들 지혁(김혜성)을 돌보며 힘들게 살고 있는 장의사다. 항상 종이꽃을 접으며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려오고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성길은 대규모 상조 회사 파트너로 계약을 맺어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앞집으로 이사 온 모녀 은숙(유진)과 노을(장재희)이 성길의 삶에 끼어들고, 밝고 거리낌 없는 모녀의 모습에 희망을 다시 품는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회사 경영 방식에 맞춰 일하던 성길은 무료 국수집을 운영하던 장한수의 염을 맡게 된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주제를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배우 안성기가 생계를 짊어진 힘든 아버지와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잘 전해준다.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2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개봉 판도…극장 지고 넷플 뜬다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개봉 판도…극장 지고 넷플 뜬다

20년 전만 해도 영화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순했다. 극장에 개봉된 후 시간차를 두고 VHS나 DVD로 출시되고, 이후 TV 방영으로 일생을 마쳤다. 최고의 순간은 물론 극장 개봉이다. 극장 개봉일에 맞춰 감독과 제작진이 주변 커피숍에 모여 대기하다 극장 매표소에 몰린 관객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는 그 순간이 최고의 정점이었다.이제 극장 개봉의 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개봉되고, DVD나 블루레이 출시도 생략되는 시대가 됐다. 필름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직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영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리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100여 년간 지속된 극장 개봉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지난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됐던 '사냥의 시간'에 이어 '콜'(감독 이충현)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가닥을 잡았다. 개봉에 따른 불투명한 극장 수입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안전한 수익을 선택한 것이다.넷플릭스 측은 지난 20일 "영화 '콜'을 11월 27일에 전세계 단독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콜'은 올 3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고, 갈수록 극장 개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비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밀집 시설에 대한 관객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으며, 중장년층 관객은 더욱 멀어져 가고 있다. 더 이상 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결국 넷플릭스를 선택했다.'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글로벌 인기를 확인한 '살아있다'의 박신혜가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 이창동 감독 '버닝'의 전종서가 함께 출연한다.박신혜는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과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서연으로, 전종서는 과거에서 현재로 전화를 거는 여성 연쇄살인마로 나온다. 단편영화 '몸 값'으로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한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도 넷플릭스 개봉을 저울질하고 있다. 송중기 주연의 SF 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낙원의 밤'은 '신세계'와 '마녀'로 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과 탁월한 느와르 스타일에 매료된 많은 관객들이 극장 개봉을 기대했다.'승리호' 또한 제작비 240억원의 대작으로 올해 가장 주목을 끈 작품.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추석연휴 개봉으로 연기됐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개봉을 무기 연기했다.'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한 SF 대작. 우주쓰레기 청소를 담당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두 편 모두 극장 개봉 기대작이었으나 넷플릭스 공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특수 환경이지만, 향후 영화의 개봉에서 온라인이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될 때 놀라움이 불과 3년도 안 돼 일상화된 느낌이다.이에 따라 영화관의 비중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1위인 CGV가 지난 19일 상영관 30% 감축을 결정했다.올해 극장 관객이 전년 대비 70%나 감소한 반면 임대료 등 고정비는 상승했고, 거기에 방역비 등 추가 지출까지 가중됐다. 이미 대구CGV는 지난 8월에 영업이 중단된 상태. 비단 CGV 뿐 아니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도 같은 형편이다.몸집 줄이기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관의 스크린수는 과할 정도로 확대된 측면도 있어 극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영화가 상업적 토양에서 잉태된 것이기에 자본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비록 코로나19로 앞당겨지긴 했지만, 바야흐로 세상이 바뀌는 순간들을 우리는 보고 있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22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폰조'…악명높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처참한 말로

[김중기의 필름통] '폰조'…악명높은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의 처참한 말로

'폰조'(감독 조쉬 트랭크)는 전설적인 미국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알 카포네라고 하면 화려한 액션과 음모와 배신 등이 난무하는 범죄영화를 기대하겠지만, 이 영화는 전혀 아니다. 카포네가 죽기 전 1년을 처참하게(?) 그려낸 간병일기같은 영화다.알폰소 가브리엘 카포네(1899~1947)는 1920년대 금주법 시대 시카고 마피아 보스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혈통으로는 천생 마피아다. 어려서 포악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며 브루클린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희롱하다 오빠의 나이프에 왼쪽 뺨이 그어져 '스카 페이스'로 불리기도 했다.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스무 살에 불과한 카포네가 갱단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한다. 시카고를 장악하기 위해 반대파와의 끊임없는 살생전을 벌여 시카고는 치안이 없는 암흑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1929년 2월 14일 경찰로 위장한 갱들이 반대파인 노스 사이드 조직원 7명이 기관총 세례를 받고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발렌타인데이 대학살' 사건이 터진다.'공공의 적 1호'가 된 카포네는 재무성과 국세청의 특별 수사팀에 의해 체포돼 1931년 법정에 서게 된다. 이는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언터처블'로 영화화되기도 했다.신경 매독과 코카인 금단 현상으로 1939년 가석방돼 플로리다 팜 아일랜드의 집으로 돌아간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로 암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다 1947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폰조'는 환상과 현실이 혼재되고, 시제도 명확하지 않은 묘사로 카포네의 비참한 말로를 그리고 있다. 그가 죽였던 사람들의 환영과 발렌타인데이 대학살의 망상이 난무하면서 카포네의 망가진 뇌 섬유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거기에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똥오줌으로 기저귀를 찬 카포네라니. 전설적인 갱 두목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말년이 아닐 수 없다. 비싼 양복에 호화로운 장신구, 시가를 즐겨한 카포네와는 정반대의 면모가 낯설다. 생체적인 나이는 40대지만 70, 80대 같은 노인의 몰골. 건강으로 시가 대신 당근을 입에 문 모습은 그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폰조'는 카포네를 두고 떠돌던 두 가지 소문과 추측을 소재로 카포네의 죽기 전 마지막 1년을 그렸다. 하나는 그가 숨겨두었다는 거액의 현금이다. 카포네는 전성기에 수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록 악명 높은 감옥 알카트라즈에서 수감되고, 금주법이 풀리면서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래도 1천만 달러 정도는 챙겼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FBI가 그의 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도청하며 찾는 것이 그 돈의 행방이다.또 하나는 카포네의 혼외자에 대한 소문이다. 카포네는 유일한 아들 소니 카포네가 있었지만 숱한 정부를 거느리면서 혼외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카포네의 사생아라며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영화는 이 두 가지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소문의 실체를 따라간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정신처럼 이 소문 또한 명확하게 특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폰조'는 알폰소 카포네의 애칭이다. 카포네는 명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해 전설적 기운을 더했다. '폰조'에서는 톰 하디가 연기한다. 그는 말년의 카포네의 어두운 내면과 고통스러운 외면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거의 1인극에 가까운 역이다.황금으로 만든 톰슨 기관총에 알 카포네의 저택, 녹색 캐딜락 방탄차 등 철저한 고증도 눈에 들어온다. 이 방탄차는 후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용하기도 했다. 2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대통령 방탄차가 필요했는데, 당시 미국 정부가 소유한 유일한 방탄차가 알 카포네에게서 압류한 캐딜락이었다는 것이다.조쉬 트랭크는 2012년 상큼한 히어로물 '크로니클'로 최연소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감독이자 각본가다. 2015년 '판타스틱4'로 골든라즈베리 최악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그는 '폰조'에 대해 "파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한때 레전드였던 한 인물의 흥망성쇠와 비참한 말로는 확실히 파격적이다. 회한으로 점철되지만 여전히 악마적 기운이 감도는 한 인간. 그의 흐릿한 기억 속에 잠재할지도 모를 인간성을 두들겨 깨우는 시도는 아쉽지만 명쾌하지 않다.카포네가 하나의 역사였던 미국인들에게는 인간적 성찰은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다소 뜬금없고 '굳이 그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든다.거듭 이야기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포네의 선입견을 버리지 않으면 '폰조'를 보고 나오는 당신은 마뜩찮은 표정이 될 것이다. 14일 개봉. 104분. 청소년 관람 불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1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소리도 없이' '돌멩이' '나의 이름'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소리도 없이' '돌멩이' '나의 이름'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출연: 유아인, 유재명범죄조직의 청소부가 유괴된 아이를 떠안으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범죄조직의 하청을 받아 전문적으로 시체를 수습하며 살아가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여아 초희를 억지로 떠맡는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데려가려던 용석이 시체로 발견되고, 두 사람은 유괴된 초희와 의도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된다. 며칠이면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길어지게 된다. 비록 끔찍한 범죄 현장이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이색적 재미를 선사한다. 유아인은 영화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돌멩이감독: 김정식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몸은 어른이지만 8살 지능을 가진 주인공이 펼치는 휴먼 드라마. 시골에 살고 있는 석구(김대명)는 30대 청년이지만 지적 장애인이다.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서로에게 보호자 겸 친구가 된다. 은지를 보호하고 있던 쉼터의 김선생(송윤아)은 둘 사이의 우정이 위험할 수 있음을 걱정한다. 그러나 석구를 보살피던 성당의 노신부(김의성)는 일단 지켜보자며 김선생을 안심시킨다. 어느날 밤. 석구의 정미소에서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목격한 김선생은 석구를 신고하기에 이른다. 갑자기 배척당하는 석구를 통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나의 이름감독: 허동우출연: 전소민, 최정원자신만의 그림을 꿈꾸는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아마추어 화가와 함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멜로. 미술관장인 엄마의 성화에 자신의 작품 전시를 준비하던 리애(전소민). 전시회가 다가오면서 그녀는 부족한 그림 실력에 좌절감만 쌓여간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그림을 팔고 있던 아마추어 화가 철우(최정원)를 발견하고 그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리애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은 철우. 하지만 그림을 하나씩 완성할수록 점점 리애에 대한 마음도 커져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1995년 박중훈 주연의 '꼬리치는 남자'를 연출한 허동우 감독이 2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15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언힌지드' '애프터: 그후' '어디갔어, 버나뎃'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언힌지드' '애프터: 그후' '어디갔어, 버나뎃'

◆언힌지드감독: 데릭 보르테출연: 러셀 크로우, 카렌 피스토리우스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월요일 아침,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 하는 레이첼(카렌 피스토리우스). 꽉 막힌 도로. 직진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짜증이 난 레이첼은 필요 이상으로 경적을 크게 울린다. 앞 차의 운전자(러셀 크로우)가 사과를 요구하지만 레이첼은 이를 무시한다. 곧이어 앞에 있던 그 차가 그녀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보복운전이 시작된 것이다. 분노가 폭발한 그 남자는 이제 레이첼뿐 아니라 친구와 아이들까지 노린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를 통해 리얼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러셀 크로우가 가족과 집, 일까지 모두 잃고 인생의 벼랑에 몰린 남자로 출연해 도로에서 숨막히는 보복운전을 한다. 90분. 청소년관람불가.◆애프터: 그 후감독: 로저 컴블출연: 히어로 파인즈 티핀, 조세핀 랭포드지난해 화제를 모은 로맨스 영화 '애프터'의 속편. 전작이 캠퍼스 커플의 두근거리는 첫 사랑을 그렸다면 속편은 취업 후 삼각관계에 빠지는 아찔한 로맨스를 그렸다. 첫사랑 하딘(히어로 파인즈 티핀)이 자신과의 연애를 친구들과의 내기로 이용했다는 실망스러운 비밀을 알게 된 테사(조세핀 랭포드)는 결국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서로의 살결과 숨결을 잊지 못한 둘은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간다. 테사는 꿈에 그리던 반스 출판사의 편집부에 막내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고, 거친 하딘과는 180도 다른 트레버(딜런 스프로즈)를 만나게 된다. 한편, 하딘은 테사의 용서를 기다리며 과거의 잘못을 하나씩 바로잡아간다. 로맨틱한 대학 전 남친과 스마트한 출판사 선배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로맨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어디갔어, 버나뎃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출연: 케이트 블란쳇, 빌리 크루덥뉴욕타임즈 84주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과거엔 건축계 아이콘, 현재는 사회성 제로 문제적 이웃이 된 주인공이 갑작스런 FBI 조사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버나뎃(케이트 블란쳇). 조용히 살고 싶은 소망과 달리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일 밖에 모르는 남편, 사사건건 간섭하는 이웃집 여자, 자신을 감시하고 남편에게 일러바치는 비서. 어느 날, 버나뎃은 자신이 국제 범죄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갑작스런 FBI 조사가 시작되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비포 선라이즈' 3부작과 12년간 촬영해 완성한 '보이후드'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연출작이다.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10-07 11:20:22

[김중기의 필름통] 그녀는 우주비행사이자 훌륭한 엄마였다…영화 '프록시마 프로젝트'

[김중기의 필름통] 그녀는 우주비행사이자 훌륭한 엄마였다…영화 '프록시마 프로젝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에서 스톤(산드라 블록)이 우주로 간 것은 딸을 잃은 상처 때문이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녀는 중력이 없는 고요한 우주선 안에서 태아의 모습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지구에 도착한 스톤이 땅을 움켜쥐며 우뚝 일어선 모습은 상징적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지구로 돌아온 것이다. 중력을 피해 지구를 떠났던 그녀의 방황이 끝이 났다. 이제 다시 태초를 맞이한 것이다.우주의 영역은 이처럼 여성성과 대칭적인 관계이다. 우주는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의 영역이다. 그래서 하늘을 향한 여성 비행사와 우주를 향한 여성 우주비행사는 신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상징성을 갖는다.15일 개봉 예정인 '프록시마 프로젝트'(감독 앨리스 위노커)는 엄마와 딸을 주인공으로 우주를 향한 여성성을 더욱 강조한 영화이다.유럽우주국 프록시마 프로젝트로 화성에 가게 된 사라(에바 그린). 우주비행은 8살 때부터 품어 온 그녀의 꿈이었다. 각국에서 선발된 남성 대원들과 고된 훈련을 받지만 그 또한 이겨낼 수 있다.그러나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7살 딸 스텔라를 두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어린 스텔라는 엄마의 과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 관심이 없다. 엄마가 옆에 있기만을 바란다. 이처럼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꿈과 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마의 고뇌와 죄책감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 지구에서의 일을 담고 있다.훈련 교관인 마이크(맷 딜런)는 갈등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완벽한 우주비행사도, 완벽한 엄마도 있을 수 없다." 다분히 남성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사라는 두 가지를 모두 잃고 싶지 않다.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성취하고 싶다. 육아와 일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워킹맘의 마음이다.우주로 떠나기 전 엄마는 한 순간이라도 더 딸과 있고 싶어 한다. 한 번 이라도 더 딸을 안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발사 전 무균 대기 상태에서도 탈출해 딸을 만나러 간다. 엄마와 딸은 대지에 놓인 우뚝 선 우주선을 함께 본다. 그 우주선은 엄마와 딸, 여성성에 한계를 지어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이제 그 운명을 떨쳐야 할 시간이다. 중력처럼 그녀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굴레를 벗어내야 할 시간이다. 지구로 귀환하겠지만, 엄마와 딸은 그 사이에 부쩍 성장하고, 대지를 벗어난 존재가 되어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 딸이 거친 대지를 뛰는 야생마의 자유도 함께 느끼기를 엄마는 바란다.'프록시마 프로젝트'는 여성주의 영화다. 프랑스의 여성감독 앨리스 위노커는 시나리오 작가 겸 연출가다. 이 영화로 지난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여성성에 대한 고심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프랑스 여성은 요리를 잘 하니 우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감내하는 사라는 차별받는 모든 여성들을 대변한다.프록시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행성이다. 프록시마는 현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징의 대상이다. 감독은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섬세하게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려낸다.'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2013)과 '300: 제국의 부활'(2014) 등에서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 배우 에바 그린은 딸을 걱정하는 엄마를 맡아 여리지만 강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다.우주비행사들의 혹독한 훈련 등을 화면에 담는 등 단순한 줄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영화의 내러티브는 평이한 편이다. 1960년대 미국의 우주개발에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성취가 있었다는 '히든 피겨스'(2016)와 같은 강력한 드라마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엄마라는 존재의 섬세한 감성과 죄책감, 아픔이 여성성을 극복하려는 강렬함과 함께 다가오는 영화다.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전세계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실제 사진을 담고 있다. 우주 비행복을 입고 딸과 키스하는 러시아 여성 우주비행사 옐레나 콘다코바 등 모두 딸과 엄마의 모습이다. 옐레나 콘다코바는 1990년대 초 낙후된 우주정거장에서 연료부족과 기계적 결함과 사투를 벌이며 169일간 머물며 장기간 우주에 체류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다.그들은 모두 우주의 꿈을 실현한 여성이자 엄마들이다. 이 영화를 탄생하게 한 주역들인 셈이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10-07 11:19:39

[김중기의 필름통] 추석 연휴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디바' '검객' 등

[김중기의 필름통] 추석 연휴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디바' '검객' 등

추석 연휴 극장가의 라인업이 확정됐다.그동안 개봉 일정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던 영화들이 이번 추석을 마지막 숨구멍이라 여기고 개봉을 결정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벌써 영화관에서 만났을 영화들이다. '국제수사'는 8월19일, '돌멩이'는 9월9일, '담보'는 9월10일,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9월 중순 개봉 계획이었다. 몇 차례 연기 끝에 추석 극장가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9월 23일 개봉 예정이었던 '승리호'가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번 추석 극장가는 대작보다는 중급 예산의 영화들의 잔치가 됐다. 할리우드 영화도 기대작이 거의 없는 편. 이번 추석 극장가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키재기가 된 것이다.◆한 주 먼저 만나는 한국영화 '디바'와 '검객'이번 주 '디바'(감독 조슬예)와 '검객'이 개봉한다. '승리호'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디바'는 여성적, '검객'은 남성적 성향의 영화다. '디바'는 배우 신민아의 첫 스릴러 도전작. 세계적인 다이빙 스타 두 명이 있다. 이변 없이 정상에 안착한 이영(신민아)과, 그 뒤를 따라 피나는 노력을 하는 수진(이유영)이다. 각자가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날 이 둘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수진이 실종된다. 그리고 곧이어 둘의 강렬한 욕망만큼 어두운 광기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3일 개봉. 84분. 15세 이상 관람가.장혁 주연의 '검객'(감독 최재훈)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칼을 다시 잡는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영화다. 배경은 광해군 폐위 후. 스스로 자취를 감춘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장혁). 청의 무리한 요구에 백성들의 고통이 날로 더해가던 어느 날. 태율의 딸이 청나라 군사에 의해 공녀로 잡혀간다. 세상을 등진 채 조용히 살고자 했던 조선 최고의 검객은 딸을 구하기 위해 자비 없는 검을 다시 잡는다. 드라마 '추노'의 장혁이 복수에 불타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23일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휴먼 가족 드라마 '담보'와 '돌멩이''담보'(감독 강대규)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승이 엄마가 사정하는 바람에 승이의 입양까지 책임진 사채업자. 하지만 부잣집에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둘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빚 때문에 맡겨진 아이는 거칠고 인정 없는 사채업자의 삶에 서서히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배우 성동일표 휴먼 드라마. 승이 역의 박소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유괴된 아이로 나왔던 아역 배우. 깜찍하고 태연한 연기가 '담보'에서도 기대된다. 29일 개봉.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돌멩이'(감독 김정식)는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배우가 출연하는 휴먼 드라마다. 시골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자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둘의 우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송윤아는 은지를 보호하는 쉼터 선생님으로, 김의성은 석구를 보살피는 성당 신부님으로 출연한다. 30일 개봉.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코믹 액션 '국제수사'와 코믹 스릴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국제수사'(감독 김봉한)는 난생처음 떠난 해외여행에서 글로벌 범죄에 휘말린 시골 형사의 코믹 액션물이다. 대한민국 대천경찰서 강력팀 형사 병수(곽도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 필리핀 거대 범죄 조직의 정체불명 킬러 패트릭(김희원)이 설계한 셋업 범죄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살인 용의자로 전락한다. 말도 몸도 따라주지 않는 필리핀에서 고향 후배와 친구들까지 끼어들어 수사는 좌충우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제수사'는 배우 곽도원의 첫 코미디 연기 도전작. 29일 개봉.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은 죽지 않는 외계인을 죽이기 위한 코믹 스릴러. 신혼의 소희(이정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깨어있는 남편 만길(김성오)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다. 고교 동창인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양동근)과 힘을 합쳐 싸운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을 밝혀내고 정부요원까지 합세하면서 상황은 커져만 간다. 신정원 감독은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을 통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인류 멸망을 목표로 지구에 온 언브레이커블과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 세 명의 여고 동창 전사들의 한 판 대결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선보인다. 코믹과 스릴러, SF와 호러, 액션까지 담은 이색 영화. 29일 개봉.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추석극장가…과연 가족들이 움직일까?추석 극장가는 늘 휴먼 코믹이 대세였다. 역사적으로 추석하면 성룡영화였다. '취권'을 비롯해 20년간 추석만 되면 성룡영화를 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조폭 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 이른바 조폭 코미디가 유행했다. 그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관상' '밀정' 등 사극영화들이 추석 극장가를 휘어잡았다.전통적인 명절 흥행 성적을 본다면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가 강세. 이번 추석 극장가도 장르적으로 이런 추세에 부합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이 극장을 얼마나 찾을지가 관건이다.방역 수칙에 따라 한 관당 50인 미만으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명부와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취식 금지 등을 엄격히 지킨다. 시사회도 없이 개봉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간담회를 구상하기도 한다.현재 극장가는 일일 관객이 5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추석 개봉 영화들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24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지니어스 독' '도망친 여자' '더 렌탈: 소리없는 감시자'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지니어스 독' '도망친 여자' '더 렌탈: 소리없는 감시자'

◆지니어스 독감독: 길 정거출연: 가브리엘 베이트먼, 조쉬 더하멜, 메간 폭스반려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영화는 한 소년과 그의 '절친'인 개를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코미디 영화다. 엄마(메간 폭스), 아빠(조시 더하멜) 그리고 강아지 헨리와 함께 사는 천재 소년 올리버(가브리엘 베이트먼)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텔레파시 장치를 발명한다. 올리버는 발명 대회에서 이 장치를 선보이지만 웃음거리만 될 뿐. 실의에 빠진 그는 헨리를 대상으로 다시 장치를 실험하게 되고, 다음 날 아침 헨리의 생각이 모두 들린다는 것을 알고 기뻐한다. 관계가 소원해진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올리버는 헨리와 힘을 합쳐 둘의 관계를 전처럼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 '이프 온리'의 길 정거 감독 연출작. 90분. 12세 이상 관람가.◆도망친 여자감독: 홍상수출연: 김민희, 서영화, 송선미홍상수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된다. 결혼 후 5년간 남편과 하루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는 감희(김민희)가 세 명의 친구를 만난다. 영순(서영화)은 남편과 헤어지고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수영(송선미)은 돈을 모아 부모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다. 우진(송새벽)은 감희가 예전에 사랑했던 정 선생(권해효)과 결혼한 친구다. 극장에 간 감희가 우진의 남편인 영화감독 정 선생(권해효)을 잠깐 마주친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심하게 반복되는 대화와 뜬금없는 상황, 갑자기 그려지는 롱 테이크 등 홍상수 감독의 팬이라면 즐겨 볼 수 있는 홍상수표 영화다. 77분. 청소년 관람불가.◆더 렌탈: 소리없는 감시자감독: 데이브 프랭코출연: 댄 스티븐스, 알리슨 브리여행지를 찾은 두 커플에게 닥친 공포를 그린 스릴러. 벤처 회사를 경영하는 찰리(댄 스티븐스)와 미셸(알리스 브리) 커플, 그리고 찰리의 친동생 조쉬(제레미 앨런 화이트)와 그의 연인 미나(세일라 밴드). 이렇게 네 사람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 마을에 숙소를 예약한다. 완벽해 보이는 집에서 네 사람은 불쾌하고 낯선 시선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적한 저택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네 사람이 각각 겪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높여가는 스릴러 영화다. 범죄영화 '나우 유 씨 미'의 주연인 데이브 프랭코가 연출을 맡았고,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댄 스티븐스, '스크림 4G'의 알리슨 브리 등이 가세했다.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9-17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교훈은 사라지고 논란만 커졌다

[김중기의 필름통]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교훈은 사라지고 논란만 커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즈니의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드디어 17일 개봉했다.흉노족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을 침략하자 화 가문의 뮬란이 남장을 하고 황제를 지킨다는 애니메이션 '뮬란'(1998)이 2억 달러의 제작비로 실사화됐다. 그러나 원작의 재미와 미덕은 사라지고 한 편의 중국 무협영화가 되어 돌아왔다. 실사화가 아닌 중국 현지화가 되어버린 것이다.'뮬란'의 큰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같다. 흉노족 보리 칸(제이슨 스콧 리)이 황제(이연걸)를 죽이기 위해 중국을 쳐들어온다. 시골 마을의 뮬란(유역비)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 화 조우(티지 마) 대신 남장을 하고 훈련소에 간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뮬란은 보리 칸과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여자임을 밝혀 부대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황제를 죽이려는 음모를 알고 탕 장군(견자단)을 설득해 결국 황제를 지켜낸다.'뮬란'은 유역비를 비롯해 이연걸, 견자단, 공리 등 중국권 배우들이 영어로 대사를 하는 영화다.큰 줄거리는 같지만 캐릭터와 스토리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먼저 용 무슈와 귀뚜라미가 사라졌다. 무슈는 뮬란을 지키기 위해 조상들이 파견한 호위용. 말만 많아 도움이 안 되지만 뮬란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다.대신 봉황과 마녀 시아니앙(공리)이 추가 됐다. 시아니앙은 뮬란의 적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뮬란의 정체성을 지키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봉황은 뮬란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또 뮬란과 샹 장군의 러브 라인도 사라졌고, 뮬란이 노래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적인 장점들도 없앴다.이 같은 변화는 '뮬란'을 진부하고 평면적인 영화로 흐르게 한다. 재미를 주는 깨알 같은 요소들이 사라지고 뮬란의 1인 활극으로 치달아 버리는 것이다.특히 뮬란의 영웅성이 부각되면서 원작에서 뮬란이 건져 낸 의미가 퇴색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원래 뮬란은 연약한 시골 소녀다. 그러나 내면은 강해 가문을 지키고, 결국 나라까지 구하는 여성이다.그러나 실사 뮬란은 이미 '기'를 알고 무예에 통달한 소녀다. 오히려 '기'를 숨기려 한다. 남성 중심의 군대 조직에서 여성으로 극복하는 뮬란이 아니라, 이미 남성성을 뛰어 넘는 캐릭터로 다만 여성을 숨기는 마치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 같은 존재다.이 같은 설정은 뮬란의 고난과 극복의 과정을 단지 형식적인 겉치레로 만들어버린다. 이미 신비로운 힘이 부여된 여성인 것이다. 디즈니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인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얻는 주인공의 미덕은 땅에 떨어졌다. 같은 여성인 마녀 시아니앙의 존재도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진부하다.결국 무슈와 조상의 음덕, 뮬란의 노력으로 당당히 가문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선 원작 뮬란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사라지고, 혼자 날뛰는 1인 활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2억 달러를 들인 중국 무협 활극으로 말이다.'뮬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 주말 2천32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얼마 전 개봉한 '테넷'의 첫 주말 기록인 2천98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 디즈니가 중국 당국과 시나리오를 상의하고, 중국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공을 들인 것에 비하면 참혹한 결과다.'뮬란'은 원래 3월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7, 8월로 연기됐다가, 결국 9월에 개봉했다. 거기에 북미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온라인으로 개봉했다. 제작비는 고사하고 관객 동원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뮬란'은 이미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 때 유역비가 자신의 SNS에 시위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거기에 지난 11일 중국 개봉 후 엔드 크레딧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투르판 공안국에 감사를 전한다"는 내용이 올라간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트루판 공안국은 위구르족 강제 수용소를 관리하는 기관이다.급기야 미국 의회가 나서 디즈니에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에 대해 해명을 하라는 질의서를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실사 '뮬란'은 디즈니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뮬란'의 제작 수난기가 오히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가 아무래도 큰 '헛발질'을 한 것 같다.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17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에이바' 여성 킬러물?…고뇌와 상처 이기려는 인간의 몸부림

[김중기의 필름통] '에이바' 여성 킬러물?…고뇌와 상처 이기려는 인간의 몸부림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에이바'(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 치명적인 킬러로 출연한 액션 스릴러다.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공항에 한 남자를 마중 간다. 검은색 정장에 금발 커트머리. 한적한 길에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옮겨 앉는다. 남자는 그녀의 뇌쇄적인 공격에 모든 경계를 푼다. 그녀가 묻는다. "무슨 나쁜 짓을 했나요?". 대답이 없자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이런 행동은 킬러로서 금기된 행동이다. 조직의 지시는 깔끔한 마무리다. 그래서 그녀는 조직의 눈밖에 나고 만다.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1990)를 비롯해 연약한 여성을 살인 무기로 등장시킨 영화는 시대를 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화려한 외모의 여성 배우가 펼치는 고난도 액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킬러의 세계를 평정한 그녀들의 활약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아토믹 블론드'(2017), '레드 스페로'(2018), '안나'(2019) 등 최근 영화에서도 샤를리즈 테론과 제니퍼 로렌스, 사샤 로스 등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여성판 '존 윅'을 꿈꾸었다.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 또한 100% 임무수행력을 보여주는 킬러다. 프랑스에서 임무수행을 마친 에이바는 어머니(지나 데이비스)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수십 년 만에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독보적인 킬러 세계와 달리 고향은 그녀에게 상처만 덧나게 한다. 어머니는 잔소리만 늘어놓고, 여동생과 갈등은 더 심해졌다. 거기에 옛 남자 친구 마이클(커먼)은 여동생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암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그러나 임무를 마친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돌아온다. 조직 보스인 사이먼(콜린 패럴)은 이를 계기로 그녀를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에이바'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와 액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을 보여준다. 착 가라앉은 말투와 날카로운 눈빛, 타격감 넘치는 액션, 거기에 빨간 드레스를 휘날리며 벌이는 총격전까지 카리스마 넘친다.그러나 '에이바'는 기존 여성 킬러 영화들과 약간 결을 달리한다. 인간적 고뇌와 상처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이 주된 플롯이기 때문이다. 에이바는 천재성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불우한 환경은 그녀를 최악으로 몰고 간다. 알코올 중독에 교도소까지 다녀오면서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결국 군입대를 하게 되고 특수요원으로 발탁되어 급기야 킬러로 양성된다.'에이바'는 그런 주인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그린 영화다. 어긋난 과거는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 동생과 결혼할 남자친구는 다시 도박에 빠져 있다. 가족을 지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녀 또한 죽음의 사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온다. 이제 그녀는 결정해야 된다. 이 모든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에이바'는 여성 킬러의 활극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있다. 그러나 여성판 '존 윅'이 아닌 인간적 고뇌와 상처에 허덕이는 외로운 한 킬러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 동생과 가까워진 옛 남자친구에 대한 회한과 안타까움, 망가진 자신에 대한 절망감, 동생에 대한 연민, 그렇지만 이를 이겨내야 하는 독한 면모까지 잘 연기한다.테이트 테일러는 배우로 시작해 연출로 재능을 찾아낸 감독이다.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차별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헬프'(2011)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이듬해 3명의 여배우를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을 액션에만 한정시키기보다 드라마로 더욱 확장시키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에이바'는 존 말코비치, 콜린 패럴, 지나 데이비스 등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한때 여성 히어로물 '롱키스 굿나잇'(1996)으로 인기를 끌었던 지나 데이비스의 노년 모습을 볼 수 있다. 존 말코비치는 아버지처럼 마지막까지 에이바를 지켜주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상관 듀크역을 맡아 호연한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10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기기기괴 성형수' '뉴 뮤턴트' '아무도 없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기기기괴 성형수' '뉴 뮤턴트' '아무도 없다'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목소리 출연: 문남숙, 장민혁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에피소드 중 '성형수'를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성형 수술을 하지 않고 얼굴을 담그기만 해도 성형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장을 하듯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기적의 물 성형수. 물과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은 후 20분간 얼굴을 담그면 근육과 살의 성질이 완전히 변해 미모를 얻을 수 있다. 외모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은 예지는 어느 날 이 믿기 힘든 성형수를 구한다. 얼굴과 전신, 말 그대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고 유명인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외모와 삶을 지키고 싶었던 예지는 지켜야 할 선을 넘고 만다.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작품이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뉴 뮤턴트감독: 조쉬 분출연: 메이지 윌리엄스, 안야 테일러 조이코로나19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10일 개봉된 마블 코믹스의 돌연변이 영화. 비밀 시설에 수용된 십대 돌연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며 끔찍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십대의 돌연변이 레인(메이지 윌리엄스)과 일리야나(안야 테일러 조이), 샘(찰리 히튼), 로베르토(헨리 자가)는 비밀 시설에 수용되어 심리 상태를 감시 받는다. 이들이 사회에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닥터 레예스(앨리스 브라가)는 이들에게 돌연변이 능력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자 애쓴다. 어느 날, 대재앙이 덮친 마을에서 혼자 살아남은 대니(블루 헌트)가 이곳에 들어오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십대 돌연변이들은 믿기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아무도 없다감독: 존 하이암스출연: 줄스 윌콕스, 마크 멘차카탈출할 수 없는 숲에서 자신을 납치한 살인마와 목숨 걸고 싸우는 공포 스릴러. 남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제시카(줄스 윌콕스)는 고향을 떠나 북쪽으로 향한다. 가족들의 걱정이 불편한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무시한 채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운전을 계속한다. 운전 중 앞차의 수상한 행동으로 대형 트럭과 사고가 날 뻔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피한다. 그러나 휴게소 화장실부터 숙소 주차장까지 조용히 자신의 뒤를 쫓는 낯선 이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절대 혼자 빠져 나올 수 없는 숲으로 납치된다. 살인마의 표적이 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가기보다 살인마의 뒤를 쫓아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2020년 미국 매머드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9-10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오 문희' '이십일세기 소녀' '7월 7일'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오 문희' '이십일세기 소녀' '7월 7일'

◆오! 문희감독: 정세교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노배우 나문희의 능청 연기가 돋보이는 코믹 드라마. 평화로운 시골 마을. 불같은 성격 두원(이희준)의 하나뿐인 딸 보미(이진주)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다. 유일한 목격자는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 문희(나문희)와 개 앵자뿐. 보미가 의식 불명에 빠지면서 경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두원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예기치 못한 순간 문희가 뜻밖의 단서를 기억해 내고 두원은 문희와 함께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다. 아웅다웅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두원과 문희로 인해 오래 묵혀뒀던 과거의 기억과 함께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게 한다. 두원 역의 이희준은 체중을 늘려 논밭 진흙탕 액션을 선보이고, 59년 연기 인생의 나문희는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 내복과 신발 등 일상 착용 의상으로 현실감을 더한다.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이십일세기 소녀감독: 야마토 유키, 에다 유카 등출연: 하시모토 아이, 카라타 에리카여성 감독의 비율이 3% 미만인 일본 영화계에서 15인의 젊은 여성 영화인들이 모여 만든 15편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 여성의 시선으로 일과 미래에 대한 고민, 사랑과 고민, 일상의 행복 등을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호기심 많은 10대 여고생에서부터 뜨거운 20대, 완숙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30~40대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감독들은 모두 80년대 후반과 90년대생. 14번째로 등장하는 단편 '뿔뿔이 흩어진 꽃에게'를 연출한 야마토 유키 감독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8분 내외의 픽션 14편과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이뤄져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하시모토 아이, '아사코'의 카라타 에리카 등이 출연한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7월 7일감독: 송승현출연: 정이서, 김희찬, 윤건일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제작비 모금 프로젝트로 완성된 독립영화. '똥파리', '명왕성'의 조감독 출신인 송승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단 한번 만난다는 날이다. 영화 감독을 꿈꾸는 현수(김희찬)의 과거. 그는 우연히 만난 미주(정이서)에게 영화의 주인공을 제안하고 함께 촬영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지칠대로 지친 미주의 현재. 부족한 생활비, 팀장의 막말로 매일이 힘든 미주는 여전히 꿈만 꾸는 현수가 답답하기만 하다. 사소한 한 마디에 크게 다툰 다음 날, 같은 날이지만 전혀 다른 7월 7일이 둘에게 시작된다. 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청춘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09-03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전쟁의 참상과 죄책감을 공포물로 치환…영화 '고스트 오브 워'

[김중기의 필름통] 전쟁의 참상과 죄책감을 공포물로 치환…영화 '고스트 오브 워'

'고스트 오브 워'(감독 에릭 브레스)는 유령의 집에 갇힌 군인들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1944년 2차 대전 말 프랑스의 외진 곳. 미군 크리스(브레튼 스웨이츠)와 4명의 부대원은 대저택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한때 독일군 최고 사령부로 사용된 건물. 이들이 도착하자 그동안 이곳을 지키던 미군들은 이상하게도 황급히 떠난다.의아하게 여기던 이들은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독일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집 주인 가족의 유령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저택을 떠나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군장을 챙겨 떠나지만 하루를 꼬박 걸어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제 이들은 떠날 수도 없는 저택에 갇혀 유령에 맞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2차 대전이 끝날 무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만들만큼 충분히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이다. 야만이 일상화되고, 희망은 없고, 죄책감만 쌓여가던 것이 영화의 시점이고, 그런 야만이 휩쓸고 간 집에 남겨진 유령의 존재가 이 영화의 공포 대상이다.'고스트 오브 워'는 '나비효과'(2004)의 에릭 브레스 감독과 '겟 아웃'(2017)의 제작진이 뭉쳐 만든 영화다. 거기에 한국 공포영화 '알포인트'(2004)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 스릴러다.'나비효과'는 3편까지 속편이 나올 정도로 신선한 설정의 스릴러였고, '겟 아웃' 또한 흑백 인종 차별을 공포 장르로 흡수시킨 색다른 영화였다. 감우성 주연의 '알포인트'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된 병사들을 소재로 한 한국 공포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이런 후광과 함께 에릭 브레스 감독이 '나비효과' 이후 16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은 '고스트 오브 워'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고스트 오브 워'는 귀신 씌인 집을 소재로 한 단순한 하우스 호러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고스트 호러도 아니고, 밀리터리 호러도 아니다. 복잡한 장르를 지향한다.먼저 전쟁의 참상을 공포로 전이시킨다. 초반에 독일군을 유희적으로 사살하는 장면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독일군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이 곧 드러난다. 불태우고 목을 매달고, 욕조에 익사시키는 등 그들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은 도를 넘는다.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생기는 이런 비극은 유령의 탄생으로 제격이다. 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더라도 이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귀신 씌인 집이란 설정을 더욱 가공할 정도로 키워낸다.이쯤에서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전환한다. 갑자기 알람시계가 울리고, 화로에 뭔가 떨어지고, 이상한 모스 부호가 전해진다. '다리가 없다', '진짜가 아니다' 등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전해진다. 부대원들에게도 이상하고 끔찍한 공포체험이 이어진다.이때까지 '고스트 오브 워'는 공포 장르의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 퇴마 의식으로 유령의 한을 달래주고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순간, 영화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결말로 치달아버린다.전쟁의 참상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준다. '알포인트' 또한 1972년을 배경으로 베트남전에서 겪은 한국 군인들의 죄책감과 후유증을 공포로 끌어낸 것이다. '고스트 오브 워'는 여기에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까지 건드린다.'고스트 오브 워'도 전쟁이 낳은 개인의 상처가 얼마나 참혹한 지를 잘 보여주는 공포영화다. 그로테스크한 설정과 여러 층위를 쌓은 플롯이 색다른 공포영화의 맛을 선사한다.그렇다면 결말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르적 관습을 벗어낸 충격적 반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감독의 욕심이 빚어낸 과잉 연출인지. 관객에 따라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2일 개봉. 94분. 15세 이상 관람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9-03 14: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사랑이 눈뜰 때' '리메인' '후쿠오카'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사랑이 눈뜰 때' '리메인' '후쿠오카'

◆사랑이 눈뜰 때감독: 마이클 메일리출연: 알렉 볼드윈, 데미 무어배우 알렉 볼드윈과 데미 무어가 24년 만에 재회했다. 천재 작가와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은 상위 1% 백만장자 여인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로맨스. 베스트셀러 작가 빌(알렉 볼드윈)은 사고로 아내와 시력을 잃고 집필을 중단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어느 날 새 봉사자 수잔(데미 무어)이 그의 집으로 온다. 화려한 삶을 살아온 수잔은 측근의 범죄에 연루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그의 집에 온 것이다. 고집 센 남자와 당차게 맞서는 여자. 둘은 갈등하다가 차츰 새로운 삶의 빛을 되찾기 시작한다.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에서 함께 출연했던 두 배우는 이제 중년의 남녀로 골드 로맨스를 보여준다.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하는 중년의 로맨스가 애틋하다.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리메인감독: 김민경출연: 이지연, 김영재, 하준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10년차 부부 수연(이지연)과 세혁(김영재). 남편의 직장 때문에 부산으로 옮긴 후 수연의 공허함은 커져만 간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무용으로 치료 봉사를 하는 강사직을 추천 받게 된 수연은 휠체어를 탄 남자 준희(하준)를 만나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수연과 준희는 차츰 가까워지고 어느덧 춤을 통한 치료를 넘어 몸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결국 세혁, 수연 그리고 준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남아있게 된다. 세 남녀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해 눈길을 끈다. 신예 김민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19회 밀라노 국제영화제 베스트 작품상과 감독상에 후보로 올랐으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작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98분. 청소년 관람불가.◆후쿠오카감독: 장률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두만강', '경주' 등으로 잘 알려진 장률 감독의 신작. 헌책방을 운영하는 제문(윤제문)이 책방에 자주 찾아오는 손님 소담(박소담)의 제안으로 대학 선배 해효(권해효)가 있는 일본 후쿠오카를 3일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대학시절 제문과 해효는 순이를 동시에 좋아한다. 둘의 구애에 부담을 느낀 순이는 어느 날 사라지고, 두 남자는 서로 연락을 끊고 28년간 살아간다. 제문은 순이가 자주 찾던 헌책방을 운영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해효는 순이의 고향 후쿠오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그녀를 기다린다. 소담으로 인해 두 남자는 28년 만에 재회하고 그 동안 쌓였던 오해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두 남자의 정신을 지배하는 순이는 윤동주 시인의 시에 등장한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감독의 시선이 담겨 있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0-08-26 11:38:38

[김중기의 필름통] 오감뿐 아니라 뇌까지 자극하는 경이로운 역작…영화 '테넷'

[김중기의 필름통] 오감뿐 아니라 뇌까지 자극하는 경이로운 역작…영화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경이로운 영화다. 시간을 소재로 한 그 많은 영화들을 한 구덩이에 쓸어 넣어 버리고, 홀로 이들을 압도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끝을 영화라는 메신저로 포장해 관객의 눈과 귀, 그리고 뇌까지 쥐락펴락한다.'테넷'은 오락 액션영화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악당을 쳐부수는 주인공 이야기다. 이 정도면 '독수리 5형제'급이다. 어린이용 영웅물의 전형적인 플롯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기에 물리학적 이론을 넣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달콤한 로맨스까지 가미해 150분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악당은 러시아 무기 밀매상 사토르(케네스 브레너). 그는 현재와 과거를 오갈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이 힘으로 한 순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이를 간파한 정보기관은 엘리트 요원인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닐(로버트 패틴슨)을 투입한다.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을 이용해 그에게 접근한 주인공은 사토르가 시간을 거스르는 힘을 가진 것을 알게 된다.'테넷'은 감독이 가장 야심찬 영화라고 자부한 영화다. 그는 우주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인터스텔라'(2014)와 정신분석학의 이해가 필요한 '인셉션'(2010)으로 관객에게 과학적 기초 지식을 요구했다. 이제 '테넷'은 심화과정이다.'테넷'의 설정이 난해하다는 말이 많자 예고편을 통해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 어슴푸레 영화를 봐도 충분히 오락적 타격감이 있는 영화다.그렇지만 영화를 본 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의문은 관객에게 고문이다.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시간을 요리한 영화가 그 흔한 플래시백 설명 하나 없이 '알면 알고, 말면 말고'식이다. 감독의 짓궂은 '지적 유희'가 도를 넘는다.영화를 보기 전 몇 가지 알고 가야 할 용어가 있다. 첫 번째는 '인버전'이란 말이다. 인버전은 사물의 엔트로피(물질이 변하는 경향성)를 반전시켜 그 사물만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기술이다.총에 맞은 벽에서 총알이 거꾸로 총구에 들어오고, 전복된 자동차가 다시 온전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총을 쏘면 총알이 나가고, 탄피가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시간이 역행하는 것이다.또 하나는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이해다. 과거의 나와 마주치면 안 되고, 과거를 바꿔서도 안 된다는 이론이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내가 사라지는 이율배반적인 명제다.그러나 '테넷'은 과거의 나와 만나도 인식하지 못하면 괜찮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미래가 과거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터미네이터'처럼 한 시점에서 한 시점으로 이동해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다. 그러나 '테넷'은 인버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역행 또는 순행되는 충돌을 관객에게 짜릿한 트릭으로 선사하는 영화다. 이효리처럼 앞뒤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제목 'TENET'은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그래서 영화는 시작하는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백팩의 작은 고리부터, 군인들이 청군과 홍군으로 나눠 벌이는 대형 군중신까지 모두 어느 것 하나 연결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영화를 보면서도 리와인드시키고 싶은 갈망이 수차례 일어난다.게다가 영화의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 '인셉션'이 산책이라면 '테넷'은 거의 질주 수준이다. 초반 오페라 하우스의 총격과 폭파장면에서는 빠른 액션 속에 단서들을 흘러가듯이 숨겨두기도 한다.지금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단점은 액션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테넷'에서는 일취월장, 시원한 액션들이 강력한 음향과 함께 관객을 강타한다. 거기에 한스 짐머의 애제자 루드비히 고란손이 음악감독을 맡아 현악기의 고음과 둔탁한 퍼커션 저음이 혼합된 독특한 음악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높여준다.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CG)을 지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대형 세트장을 건설해 보잉 747 수송기를 실제 구입해서 충돌 장면을 찍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연기와 액션도 무게감을 더한다.'테넷'은 렌즈 하나 값만 5억이 넘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전량 촬영했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영상과 음향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해야 된다면 음향 특수관을 추천한다.'테넷'은 흔치 않는 영화다.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지적 유희와 상상력, 영화적 감각이 없다면 불가능한 영화다. 26일 개봉. 150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0-08-26 11:38:15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프리즘 - 코로나19 2차 팬데믹 우려와 영화 '국제수사'의 개봉 연기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프리즘 - 코로나19 2차 팬데믹 우려와 영화 '국제수사'의 개봉 연기

코로나19로 또다시 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2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에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지난 3월과 같은 최악의 상태가 재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일단 지난 19일 개봉 예정이었던 '국제수사'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국제수사'는 촌구석 형사가 글로벌 범죄에 휘말리는 설정의 코미디 액션물로 최근 인기가 급상승된 배우 곽도원이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곽도원 김대명, 김상호 등 배우들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홍보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던 터라 놀라움은 더 컸다.이번 개봉 연기는 지난 6월부터 극장가가 호전된 이래 처음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소비할인권 행사에 따라 총 176만장의 영화할인권이 14일부터 발급되면서 모처럼만에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한 순간에 기대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이에 따라 굵직한 한국 대작들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중기 주연의 '승리호'도 바늘방석에 앉은 듯하다.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2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SF 대작이다. 올 여름 성수기 개봉을 노렸지만, 코로나19의 추이를 보면서 추석 개봉으로 연기했다. 지난 18일 오프라인 제작보고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온라인으로 변경했다.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배급되는 할리우드 대작 '테넷' 역시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흥행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테넷'은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작.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멀티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로 올여름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이다.'테넷'은 당초 7월 17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미국 내 심각해진 코로나19 사태로 7월 31일로 개봉일을 변경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오는 8월 12일로 개봉일을 다시 바꿨다. 개봉일을 두번이나 바꾸면서도 '테넷' 개봉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워너브라더스였지만 미국 내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된 극장들이 문을 열지 못하자 결국 다시 8월 말로 연기하기도 했다.영화관은 코로나 중위험 시설에 속한다.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과 같은 고위험 시설이 아닌 식당과 카페와 같은 급의 중위험 시설이다. 극장 안에서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비록 고위험 시설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영화관은 흥행이라는 리스크가 큰 시설이다. 관객이 밀집한다는 관객들의 판단 때문에 아예 발걸음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2차 팬데믹만은 피해야 한다는 바람이 어느 시설보다 크다. 지난 3월 모든 영화관의 문을 닫았던 대구는 그 기억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김중기 필름통 대표

2020-08-19 14:03:52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