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책 CHECK] 동시 먹는 달팽이

동시 먹는 달팽이/ 황수대 발행·편집/ 도서출판 심지 펴냄 이 책은 좋은 동시를 발굴하고 다양한 동시 담론을 생산함으로써 한국 동시 문학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 위해 펴낸 동시 전문 계간지 창간호(봄호)이다. 황수대 씨가 발행인 겸 편집인을, 박방희·이묘신·이옥근·전병호 씨가 편집위원을 각각 맡고 있다. 창간호에는 문삼석·노원호·최춘해·하청호 등 원로시인으로부터 강지인·김개미·박승우·신형건·이정록·박성우·이장근 등 시인 25명의 신작 동시·청소년 시가 각각 2편씩 실려 있다. 또 특집으로 황선열 평론가의 '2018 신춘문예 당선작 분석'과 창간 기획특집 좌담 '동시, 어떻게 하면 국민시가 될 수 있을까'와 같은 비평과 담론, 그리고 동시, 동시집 리뷰, 동시 놀이 활동 자료 등을 실었다. 운영위원장 박방희 시인은 권두언에서 "불편부당하며 출신이나 성분에 따라 차별하거나 홀대하지 않는 잡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잡지, 작가를 존중하고 정당하게 대우하는 잡지"가 될 것을 약속했다. 168쪽, 1만원. 정기구독료 1년 4만원, 2년 7만원, 3년 10만원. 국민은행 740901-01-591686(황수대). 문의 010-5465-4799.

2018-04-28 00:05:00

이태수의 15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 동시 출간

이번 '먼 불빛' 출간 때 이태수의 15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가 동시에 출판돼 화제를 모았다. 4부에 걸친 66편의 시를 통해 이태수는 역설적 자기 성찰로 '즉자-대자 아우르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자연과 내면을 넘나드는 심상 풍경을 서정의 언어로 떠올리는가 하면 변주를 거듭하며 추구해온 '초월에의 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시선집 '먼 불빛'이 등단 초기부터 '초월에의 꿈꾸기'로 일관하며 변모해온 문학적 여정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면, '거울이 나를 본다'에서는 역설적 자기 성찰로 심화된 형이상학적 이데아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144쪽, 1만원.

2018-04-28 00:05:00

[반갑다 새책] 잠시 위탁했다

잠시 위탁했다/ 김은령 지음/ 문예미학사 펴냄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한 김은령 시인이 새 시집을 펴냈다. 시집 '통조림' '차경'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권두언에 "특별했던, 무지 안도했던, 2017년 세모에 시집을 정리하다 올해 사자성어가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며 "시를 쓰는 일이 내 생의 나날에 묻혀 있는 삿된 것들을 파(破)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적고 있다. 시집은 4부 57편으로 구성돼 있다. 시인이 살아오면서 우연히 만났고, 문득 깨닫고 오래두고 닦은 삶의 편린들을 간결한 시어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해설을 맡은 시인 고증식은 "시인은 언젠가 살점 한 조각 남지 않은 단단한 뼈로 남기를 소망하고 결국 사람의 형상을 벗어 던지고 훨훨 날고 싶은 염원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완전한 '이륙'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떨구면서 비워내는 시인의 모습이 선하다"고 적고 있다. 109쪽, 9천원.

2018-04-28 00:05:00

몸집 크기가 결정하는 동물의 습성…『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동물의 몸 크기는 생존 전략이다.' 일본의 동물생리학자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가 동물들의 생존 전략과 행동방식을 '몸 크기'를 통해 읽어내는 책이다. 가령 몸무게 3t의 코끼리와 30g의 쥐는 체중 차이가 10만 배다. 동물의 몸 크기가 다르면 수명이 다르고, 민첩성이 다르고, 개체가 느끼는 시간속도가 다르다. 행동권도, 생식 방법도 달라진다. 지은이는 동물의 몸집 크기와 앞에 서술한 여러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생명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쥐나 코끼리가 어떤 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지 우리가 상상하도록 돕는다. ◆심장 박동수 일정의 법칙이란? 코끼리와 생쥐는 대략 10만 배 몸무게 차이가 있지만, 일생 동안 두 동물의 심장 박동 수는 약 20억 번으로 동일하다. 모든 포유동물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심장이 4번 고동친다. 몸의 크기와 상관없다. 동물의 수명을 그 동물의 심장이 한 번 박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누면 포유동물의 심장은 평생 20억 번 박동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호흡을 한 번 할 때 심장이 4번 고동치므로 평생 5억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 시간으로 따지면 코끼리가 생쥐보다 훨씬 오래 산다. 쥐는 몇 년 밖에 못 살지만, 코끼리는 100년 가까이 산다. 그러나 심장 박동 횟수를 척도로 보면 코끼리나 쥐나 비슷한 길이만큼 살다가 죽는다고 할 수 있다. 생물의 생명시간은 '반복 활동'의 시간이다. 즉 심장 박동이 반복이듯, 숨쉬기, 창자 꿈틀거리기, 혈액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기 역시 반복 활동이다. 몸집이 작은 동물이 민첩하게 움직이고(자주 반복 활동하고), 몸집이 큰 동물이 느릿느릿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끼리와 생쥐는 물리적 수명이 다르지만, 육체적으로 또 심리적으로는 같은 길이의 삶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몸집 크기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 책은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도 사람이라는 동물의 크기를 빼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크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 인류가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듯 각 개인으로서 사람 역시 자신의 크기를 아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작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패자는 아니다. "작고 잽싸다는 것과 안정감이 있다는 것은 상반되는 성질이지만,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지구 환경은 변화가 전혀 없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천재지변의 연속도 아니었다. 현재 지구상에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모두 함께 살고 있다." 책은 '몸집이 작은 것이 동물 계통의 조상이 되기 쉬운데, 작은 것일수록 변이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 것은 한 세대의 길이가 짧고, 자손의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출연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물론 작은 동물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기 때문에 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도태될 가능성도 높다. 변화와 도태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새로운 계통의 조상이 되기 쉽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같은 계통에서 동물은 몸집이 큰 쪽으로 진화했다. 몸이 클수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아지므로 외부 환경 변화에 강하고, 천적이 줄어들고, 먹잇감을 얻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집이 크면 개체 수가 적고 한 세대의 수명도 길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마주하면 변이종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멸종하기 쉽다. ◆현대인은 제 몸 크기에 맞게 살고 있나. 생물의 세계에서 몸의 크기와 시간, 구조, 에너지 소비량 등은 그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며 자연의 일부다. 현대인은 과연 전체 생태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제 크기에 맞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을까? 지은이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는 "일본인의 평균 기초 대사량을 2천200w(와트)라고 볼 때, 그 기초 대사량을 동물에 대입하면 체중 4.3t, 즉 코끼리처럼 거대한 동물에 해당한다. 서식 밀도와 행동권에서 보자면 도시에 사는 현대인은 쥐와 같은 밀도로 살면서 코끼리 수준의 거리를 이동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생활양식은 비슷하다. 두 국민 모두 분명히 자연의 일부이지만 '몸집 크기를 바탕으로 하는 자연법칙'에서 상당히 벗어난, 어쩌면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책은 총14장으로 구성돼 있다. ▷동물의 크기와 시간 ▷크기와 진화 ▷크기와 에너지 소비량 ▷식사량, 서식 밀도, 행동권 ▷달리기, 날기, 헤엄치기 ▷왜 바퀴 달린 동물은 없는 걸까? ▷작은 수영 선수들 ▷호흡계와 순환계는 왜 필요한가 ▷기관의 크기 ▷시간과 공간 ▷세포의 크기와 생물의 건축법 ▷곤충-작은 크기의 달인 ▷움직이지 않는 동물들 ▷극피동물-조금만 움직이는 동물. 280쪽, 1만4천원.

2018-04-28 00:05:00

詩, 45년간의 변주(變奏)…『이태수 시선집 먼 불빛』

시력(詩歷) 45년, 이상 세계 꿈꾸기와 그 변주(變奏)를 추구해온 이태수 시인이 새 시집 '먼 불빛'을 펴냈다. 1974년 등단 때부터 2018년 봄까지 14권 시집의 900여 편 가운데 100편을 엄선해 실었다. 시인은 권두언에서 '매듭 하나를 짓고 나니 적잖이 허탈하다'며 '길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이 걸음으로 가는 데까지 가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적고 있다. 황동규 시인은 그를 '자연과 신(神) 사이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래해온 시인'이라고 평했고, 김주연 문화평론가는 '그의 언어는 성스러운 기도이자, 인간의 언어이면서 끊임없이 신성을 환기시킨다'고 평가했다. ◆남루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선친의 오랜 병고와 생활고는 소년 이태수를 내면으로 침잠시켰고, 샤르트르, 카뮈, 키르케고르의 실존주의는 청년 시인을 끊임없는 '삶에의 회의'로 몰아넣었다. 비루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역설적 대응을 모색하던 시절, 이태수는 자신의 초기작 사조를 이렇게 정의한다. "1970년대의 시는 표류하는 현실적 자아와 그림자에 이끌려 어두운 방황을 거듭하는 내면의 그늘을 교차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낮술'에서처럼 진정한 자아 찾기 아픔을 서정적 언어로 그려나갔죠." 무서워요. 눈 뜨면 요즈음은/ 칼날이 달려와요. 낮과 밤/ 꿈속에서도 매일 목 졸리어요./ 누군가 자꾸/ 자꾸 술만 권해요.// 거울을 깨뜨려요./ 구석으로 움츠리며 낮술에 젖어/ 얼굴 버리고 걸어가요. 요즈음은/ 아예 얼굴 지우고, 깨어서도/ 잠자며 걸어가요.// 걸어가요. 한반도의 그늘 속을/ 낮술에 끌리어 낮달처럼/ 희멀겋게 희멀겋게 다섯 잔/ 여섯 잔, 열두 잔-'낮술' 1980년대 들어와 이태수의 시는 말(言)을 비참하게 하는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완강한 몸짓을 보인다. '우울한 비상의 꿈' '물속의 푸른 방'이 이 시기를 대표한다. "이 무렵 저의 시는 비현실적 상황 설정으로 새로운 길 찾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서적인 꿈에 무게가 실린 건 현실을 도피하려는 게 아닌 극복을 위한 역설적 접근이었던 것이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시인은 너와 나의 문제를 축으로 인간관계에 눈을 돌리는 한편 신과 인간의 중간지점에 자리 잡으며 초월에 다다른 존재로서의 '그'를 찾아 나선다.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서 시작된 이런 초월자에 대한 경외는 '꿈속의 사닥다리'에서 본격화된다. ◆삶의 비애를 쓸쓸한 언어로 묘사=낮에는 실용문, 밤에는 시 작업. 매일신문에서 문화부 기자로, 데스크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이태수는 항상 이 딜레마에 갇혀 있었다고 말한다. 낮에는 기자로서 팩트(기사)를 써야 했고, 저녁엔 다시 오감에 몰입하는 시인의 숙명에 충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이태수는 둥글고, 맑은 이데아로서의 '그'를 찾아 나서고,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이 그런 둥근 세계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과 초월에의 의지를 집중적으로 노래한다.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 모가 난 나의 집, 사각의 방에서/ 그를 향한 목마름으로 눈감으면/ 지금의 나와 언젠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 검고 깊게 흐르는 강./ 모가 난 마음으로는/ 언제까지나 건널 수 없는 강./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서 그는 그윽하게,/ 먼지 풀풀 나는 여기 이 쳇바퀴에서 나는/ 침침하게, 눈을 뜬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그의 집은 둥글다' 이 시기 이태수는 삶의 비애와 마주치는 아픔을 신성하고 처연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이태수에게는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덧없는 삶에 갇혀 있지 않으려는 의식이 어떤 그리움이나 기다림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그것이 바로 시를 쓰는 마음의 원동력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가 북부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펴냈던 '안동 시편'엔 이방인으로서 안동을 다니며 깊게 흐르는 선비정신을 숭앙했고, '내 마음의 풍란'에서는 IMF 사태 등 세기말의 어둠이 우리 사회를 엄습했던 시절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 초월을 화두로 이상적 경지 꿈꿔=2007년 신문사를 퇴임하면서 이태수는 시인으로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2008년 '회화나무 그늘'은 은퇴 후 일상에 내던져진 시인이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방황하는 흔적들이 잘 나타나 있다. 2010년에 들어서서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나자 말에 대한 외경심이 커졌다. "이 시기에는 침묵과 비우기와 내려놓기가 제 작업의 화두였습니다. '침묵의 푸른 이랑' '침묵의 결'이 이 시기의 흔적입니다. 평소 귀감으로 삼아오던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라는 말의 뿌리까지 한번 내려가 보고 싶었죠." '침묵에 들기'에 집중하던 시인은 '따뜻한 적막'을 펴내며 칩거에서 빠져 나온다. 2016년 무렵 이태수는 대상을 포용하며 '적막'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시인의 마음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그동안 그는 1천 편에 가까운 시를 썼다. 꿈과 현실 사이를 떠돌며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꿈은 현실 저 너머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15권 시집 속엔 현실 초월을 화두로 삶의 이상적 경지를 꿈꾸며 내면 탐색을 거듭해온 시인의 실존적 방황이 감지된다. 신성한 세계 꿈꾸기를 통해 절대자에게 귀의하고 자기 성찰, 수신(修身)을 통해 인간으로서 복무에도 충실하지만 그의 모든 시적(詩的) 여정은 '먼 불빛'에서 오히려 뚜렷해진다. 232쪽, 1만2천원.

2018-04-28 00:05:00

옛 강학소 모습.

[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마세요', 이태형, 국민북스, 2017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인생을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말만 들어도 묵직하고 진중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거나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분이 있다면 그를 마음에 두고 배우려 한다. 저자 이태형은 언론계에서 26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다. 이 책은 그가 만난 열두 명의 멘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독자에게 즐거운 사색을 선물한다. 혜민, 김용택, 이어령, 고은, 이철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멘토들. 이 중에는 내가 만나 본 사람도 있고 꼭 한번 만나고 싶은 분도 있다. 과거에는 존경받는 멘토였으나 지금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이도 있으니 한 권의 책이 요지경 속 세상 같다. 멘토란 무엇일까? 멘토(mentor)는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 조언과 도움을 주는 경험자라고 나온다. 아직 국립국어원이 멘토를 외래어로 분류하지 않아 오픈사전의 설명을 빌렸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은 멘토 혹은 멘터를 '인생길잡이'로 순화하라고 한다. 그렇긴 해도 멘토는 그 나름대로 언중의 입에 정착된 말이다. 많은 출판물이 그대로 쓰고 있다. "당신은 멘토가 있습니까?" 방송인 김제동은 방송에서 "멘토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누가 누구에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 반면에 '프레임'의 저자 김인철 교수는 "사람은 배우려는 자와 배우지 않으려는 자로 구분된다"고 강연에서 말했다. 배우려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또한 이치에 닿는다. 오래전부터 '스승이 없는 시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세상에 스승 혹은 멘토가 계속 나타나기를 소망한다. 정녕 우리 주변에 존경할 만한 멘토는 다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지금은 한 술 더 떠 이런 말이 떠돈다. "스승이 없을뿐더러 학생도 없는 시대이다." 학교가 넘쳐나는데 학생이 없다니. 이 말은 일부 학생들의 무성의한 태도가 낳은 자조 섞인 풍자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딴짓을 해도 쉬이 나무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는 것. '학생은 곧 고객'이라는 자본주의적 발상이 학교에 스며든 탓이 아닐까. 학생과 선생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상보적 개념이다. 이 책은 멘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준다. 세상에 전인적인 멘토는 없다. 멘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멘토를 사라지게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저자는 멘토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거나 포장하지는 않았다. 우리보다 조금 나은, 그래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길잡이라는 관점으로 멘토 이야기를 풀었다. 그것이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다. 인터뷰를 기사로 읽으면 삭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단행본으로 접하면 의외의 새로움을 발견한다. 오랜 경륜이 낳은 필자의 문체도 맛볼 수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고 명상이 된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은 대단히 인간적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이 이어진다. 멘토의 인간적인 가르침, 그것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

2018-04-28 00:05:00

[반갑다 새책] 최신 정치사회학

최신 정치사회학/ 윤용희 지음/ 책과세계 펴냄 윤용희 경북대 명예교수가 정치현상과 사회현상의 연계 혹은 융합을 설명한 '최신 정치사회학'을 펴냈다. 그는 서문에서 "정치현상은 사회현상의 뿌리요 토대라고 할 수 있으며 정치현상은 사회현상을 발전시키고 키워가는 둥치와 숲의 역할을 한다"고 적고 있다. 현재 세계평화교수협의회와 평화대사협의회 대구시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윤 명예교수는 미첼스·마르크스·베버 등 여러 학자의 이론과 핵심 주장을 소개하면서 21세기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정치현상과 사회현상의 상호작용 및 융합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명예교수는 "최근 들어 특히 사회현상이 정치현상에 미치는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며 "이 책이 정치학과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생들과 초보적인 연구자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04-28 00:05:00

중견 시인 삶을 향한 시선, 2개 국어로 표현…『산이 피고 있다』

산이 피고 있다/ 박복조 한·영 시선집/ 그루 펴냄. 중견 시인 박복조 씨가 한·영 시선집 '산이 피고 있다'(Mountain is Blooming)를 펴냈다. 지금까지 펴낸 4편의 시집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 '세상으로 트인 문' '빛을 그리다' '말의 알'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지금 다시 곱씹어 보고 싶은 작품들을 선정하고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 권의 책을 '푸른색 표지'와 '분홍색 표지' 2권으로 펴냈다. 4편의 시집 중 마지막으로 펴냈던 '말의 알'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가져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인은 변했고, 가장 최근에 펴낸 시집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싶은 모습을 자주 발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집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는 시를 쓴다는 것과 나를 안다는 것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던 시절 쓴 작품들을 묶은 것이다. 시 그림자만 봐도 좇아가고, 어디서 시향만 나도 혀를 내밀던 때였다. 사람을 버릴지언정 시를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만 그 자리에 있으면 모든 것이 완전하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당시 작품은 박 시인의 말대로 "가슴이 뱉어낸 방언"이었다. 그랬는데, 그 시집에서 많은 작품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시를 쓴다는 것과 나를 안다는 것이 같은 말이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모를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세월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내가 나를 모르겠다." 두 번째 시집 '세상으로 트인 문'을 쓸 때는 야생화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었다. 꽃 속에서 신을 만났고, 우주를 보았다. 하루라도 들꽃을 보지 못하면 못 살 것 같았다. 꽃은 자유였고, 꿈이었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누가 보아 주든 안 보아 주든 제 목숨, 제 빛깔로 살아가는 그들이 경이로웠다. 꽃에서 보았던 것을 시로 그려내느라, 그 시절 박 시인은 세상을 잊었다. 세 번 째 시집 '빛을 그리다'는 시인이 생활인으로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던 시절 쓴 작품이다. 밤늦도록 약국 문을 열고, 칭얼대는 어린아이를 업고, 엄마로 주부로 약사로 일하는 자신을 보고, 약국을 찾는 손님들을 보았다. 무거운 짐을 지고 휘청거리는 사람들, 삶의 무게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슬퍼했고, 피로해했고, 외로워했다. 그 속에서 박 시인은 사람을 보았고, 세상을 보았다. 각막에 또렷하게 각인된 그네들의 삶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고 종내에는 시상(詩想)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그 시절 쓴 시는 대부분 '이야기 시(詩)'라고 할 수 있다. 네 번 째 시집 '말의 알' 은 세 번 째 시집 뒤 오랜 공백, 약국 은퇴와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6년 동안 쓴 62편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세 번째 시집과 마찬가지로 역시 사람살이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는 시풍이 많이 다르다. "네번 째 시집 '말의 알'에서는 말을 비틀거나 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낯설지 않고 진실한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말 그 자체에 이미 사람살이와 우주가 온전히 들어가 있는데, 그것을 다시 비틀거나 꼬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꽃치고는 별로 화려할 것 없는 목련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목련 꽃이 툭 터지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꽃에 치장을 가하느라 정작 그 꽃송이 터질 때 나는 '툭' 소리를 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박 시인이 이번 시선집에서 유난히 네 번 째 시집 '말의 알'에서 많은 작품을 가져온 이유였다. "여태 제가 날려 보낸 방언들 중에서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는 시, 삶을 더욱 단단히 껴안고 있다고 생각되는 시들을 골랐습니다." 한글로 쓴 시와 함께 굳이 영어로 옮긴 시를 붙인 것은 한 사람의 평범한 시인인 동시에 국제펜 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장 회장이라는 직함에 조금이라도 충실해 보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혹여 영어만 아는 이웃나라 사람이 있어, 시를 읽어준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82편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한 시와 함께 실려 있다. 김광수 전 동화통신 외신기자가 번역을 해주었다.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문학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박복조 시인의 작품 바닥(bottom/basis)에는 사물과 현상을 잡아채는 첨예한 사유와 감각의 흐름이 있다. 사물과 현상의 고유한 이미지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그것을 선명한 물질적 언어로 바꾸어 간다. 그 안에는 아득한 심연에서 전해져오는 어떤 미적 파동이 담겨 있는데, 시인은 그것을 아름답게 채록해 간다. 박 시인의 시는 삶의 심층에 자리한 심미적 서정에 근접하는 작업인 동시에 근원으로 귀환하려는 탐색이다"고 말한다. 303쪽, 1만2천원.

2018-04-28 00:05:00

김남천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김남천 '사랑의 수족관'과 자신의 진정한 의미

푸른 잔디밭과 흰 백사장이 있는 아름다운 운동장, 곱게 다듬은 노가지와 향나무로 이루어진 울타리. 흰 페인트칠을 한 목재 건물의 푸른색 지붕 위로 펄럭이는 만국기, 그 사이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음률. 이 낭만적 풍경은 김남천의 소설 '사랑의 수족관'(1940)에서 여주인공 이경희가 조선에 세우려고 구상하는 빈민 탁아소의 모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경희의 낭만적 구상이 이루어지던 1940년은 일제가 중일 전쟁에 이어 태평양 전쟁 참전을 준비하면서 조선 모든 아이들이 전쟁 물자조달을 위한 솔방울 줍기에 동원되고 있던 때였다. '사랑의 수족관'은 교토제국대학 출신의 토목기사 김광호와 조선 굴지의 재벌 대흥콘체른의 외동딸 이경희, 이들 두 남녀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이 두 남녀는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사회개혁의 이상을 품었지만 식민지의 폭력적 현실 속에서 서른의 나이로 죽은 형에 대한 기억을 안고 있는 김광호와 친일자본가를 아버지로 둔 이경희 간에는 극복하기 힘든 거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두 남녀 사이의 거리를 메워주는 것이 이경희가 구상한 '탁아소 운영'이라는 자선사업이다. 이경희의 탁아소 운영 구상을 '순정에 가까운 인도주의'라면서 냉소적으로 비판하던 김광호가 점차 그 실현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경희가 이 구상을 체계적으로 실현해가면서 둘은 마침내 심리적인 거리를 줄이고 사랑을 이룬다. 그러나 해피엔딩의 결말에 이르는 순간 작가 김남천은 왜 연애소설에서 자선사업을 사랑 실현의 해법으로 채택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소설이 발표된 1940년은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향해 나아가던 정치적 시대였으니 의문에 대한 답 역시 정치적 맥락 속에서 찾아도 좋을 것이다. 자선사업 모티프는 '사랑의 수족관'을 포함한 일제말기 대중 연애소설의 단골 메뉴였다. 연애소설에 빠진 수많은 대중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공을 위해 헌신, 봉사, 희생하는 남녀 주인공의 숭고한 행위를 자신들의 마음에 새겨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연애소설 주인공의 희생적 행위에 동화된 대중의 마음이 국가를 위한 헌신, 희생의식이 절실하게 요구되던 전시 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활용되었을까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대중소설의 정치적 모티프로서 '자선사업'이 등장한 지 80여 년이 지났다. 오카다 세쓰코라는 칠순이 넘은 일본인이 대구에서 학대받은 한국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의도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노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한 끝에 얻은 순수한 결론일 뿐이라고 답하고 있다. 아울러 사재를 털어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함께 나눈다면 가난해도 아름답게 살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가난해도 아름다운 삶, 인간의 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말이다. '자선'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2018-04-28 00:05:00

[책 CHECK] 자유·민주 그리고 삶의 작은 몸부림

자유·민주 그리고 삶의 작은 몸부림/ 장주효 지음/ 정문출판사 펴냄 이 책은 1942년 중국 봉천성 무순에서 태어나 귀국해 고교 2학년 때 2·28민주운동을 시작으로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 시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복역하는 등 현대사를 온몸으로 경험한 저자의 생애사 기록이다. 책은 1부 '출생 및 유·소년시절', 2부 '꿈꾸는 청년으로 성장', 3부 '자유의 함성 2·28이 있기까지', 4부 '6·3한일 협정반대와 기자 생활', 5부 '아버님의 별세와 생활인으로 돌아가서', 6부 '노동운동과 시민단체 활동', 7부 '참여정부 참여', 8부 '사회·문화·체육·기타 활동', 9부 '가족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나의 생애사 기록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다. 나 개인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기가 정말 싫었다. 나도 모르게 자신을 미화하거나, 어떤 일에는 휘말려 오해 또는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주었던 일들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서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는 기분으로 그냥 던졌다. 다음은 보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려고 또 한 번 몸부림쳐볼까 한다"고 썼다. 저자는 기자, 은행지점장, 시민단체 대표 등을 지냈으며, 현재 대구미소금융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332쪽, 1만8천원.

2018-04-28 00:05:00

대구시 139개 읍·면·동 중 노인 비율이 높은 북구 산격1동 서당골에서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오르막 골목길을 걷고 있다. 매일신문 DB

100세 시대의 저주, 노후 일자리는 선택 아닌 필수…『100세 쇼크』

100세 쇼크/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지음/굿인포메이션 펴냄 인류사는 배고픔과 추위‧더위를 이겨내고 질병과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본적인 어려움을 이겨낸 뒤 인류의 목표는 '오래 사는 것'이 되었다. 중국 땅을 처음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뿐만 아니라 '불로장생'은 모두의 바람이었다. 지난한 노력 끝에 사람은 오래 살게 되었지만, 복병을 만났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후. 누군가에게는 늘어난 노후 기간이 선물이지만, 누군가에는 고통의 연장일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라'는 책은 많다. 그러나 근래에 나온 책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면, 이 책은 한국 사회를 콕 짚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더 와 닿는다. ◇노후 준비는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서구식 은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가입한 사람은 4%가 안 된다. 세 가지 중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42%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식 은퇴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국민 개개인은 늘어난 수명을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국가는 국민을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살림살이가 점점 나아지고, 우리나라도 서구사회를 닮아가고 있으니, 그들처럼 비교적 '우아한 노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이하다. 이 책은 '40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30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 20대부터 시작한다면 가장 현명한 일이 바로 노후 준비다'고 말한다. 50대에 시작한다면 조금 늦은 셈이고, 60대에는 노후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현재 (30, 40대인 사람이) 충분한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활동의 초점을 노후 준비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후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대체로 50대에 들어와서인데, 주택 마련·자녀 교육 등으로 정작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의 시작은 재무 상태 점검 돈 얘기라면 눈이 번쩍 뜨인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후 준비에 돈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막연히 저축 얼마, 재산 얼마, 퇴직금 얼마, 자녀 혼수 비용 얼마, 퇴직 후 한 달 생활비 얼마 정도로 대충 생각한다. 이 책은 본격적인 노후 설계에 들어가기 앞서 전반적인 재무 상태 점검과 기본적인 노후 설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재무 상태 점검이란 '노후 설계와 관련된 재무적 구성 요소와 현황들을 미리 파악해보는 작업'이다. 이는 비단 노후 설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본격적인 노후 설계 여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개인별로 필요한 노후 자금을 추정해 목표 노후 자산을 파악하는 단계다. 둘째는 현재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노후 준비 현황에 관한 것으로 주로 연금 자산에 대한 파악이다. 셋째는 앞의 두 단계를 바탕으로 노후 준비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넷째는 앞의 평가를 바탕으로 노후 자산이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이를 채우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 책은 노후 대책을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분석과 조사, 연구와 해석으로 접근한다.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들이 7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수입과 지출 분석, 연령별, 직업별 자산 관리법을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 100만원 일자리, 자산 8억원과 동급 '100세 시대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이 책은 생애 자산 관리 전략, 일, 건강, 여가, 관계 등 인생 전반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한다. 흔히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로 돈, 건강, 가족, 일, 여가, 친구를 꼽고, 그중에서도 '돈'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이 책은 한국적 은퇴 상황(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일'이라고 강조한다. 50대 이후에도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더 발생하고, 모아둔 은퇴 자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후 자금 부족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을 계속 하면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집에서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가족관계도 좋아진다. 책은 '월 100만원짜리 일자리는 보유 자산 8억원(수익률 연 1.5% 가정)과 맞먹는다' 며 '오래 일할 것'을 권한다. 일자리를 통한 대인 관계 지속, 규칙적인 생활, 건강과 외모에 대한 관심 등을 더하면 일자리의 가치는 더 커진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60세에 은퇴하고 30년 사는 동안 수면, 식사, 가사노동 등에 투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여가시간이 8만 시간에 이른다. 이는 만 25세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 60세까지 35년 동안 일한 노동시간 8만4천 시간(8시간×25일×12개월×35년)과 맞먹는다. 정년퇴직 후 삶은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인 셈이다. 설령 8억원이 있어도 일이 없으면 그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직업별‧나이별‧소득별 다양한 전략 소개 책은 총 5부 2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출산과 장수가 빚은 우리나라 인구 구성, 노후 설계 프로세스, 중산층의 취약한 노후 준비, 연령별 노후 준비, 50대 외벌이 가구를 위한 노후 준비 전략, 맞벌이 부부를 위한 노후 준비, 사회 초년생의 월급 관리(마이카의 꿈을 미룰수록 미래는 업그레이드), 1인 가구 및 솔로 노후 전략, 직업에 따른 노후 준비 사례, 자영업자의 노후 자산 관리, 농업인의 노후 준비, 전업주부의 노후 준비, 노후를 빛내줄 알짜상품(연금 및 부동산), 농지를 활용한 노후 준비, 은퇴 후의 귀농·귀촌, 이웃과 함께 늙어가는 '평생 주택', 100세 시대 일의 중요성, 생활에 활력을 주는 여가 활용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65쪽, 1만8천800원. ◆박스= 묘수는 없다, 정석(定石)은 연금 한 세대 전만 해도 자식 농사가 가장 큰 노후 준비였다. 처음부터 자식에게 기댈 의도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대부분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이제 자식은 부모의 노후 대책이 되지 않는다. 현재 50, 60대는 은퇴한 뒤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수 없다. 스스로를 구제했던 '자산 유동화'☞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상당히 무력화됐거나, 앞으로는 유효한 수단이 아닐 공산이 크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정석(定石)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권한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주택연금이나 노후 일자리를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정석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그 수 말고는 마땅한 수가 없다. 현재 가장 안정적이고 유리한 방법은 '연금'이다. 할 수만 있다면 연금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자산 유동화= 발행사는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저당채권처럼 유동성은 떨어지나 재산적 가치가 높은 유·무형의 유동화 자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이 증권 가치의 상승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다.

2018-04-21 00:05:00

'설렘, 그리움' 始作이며 詩作…시조집 '오백년 입맞춤'

시조집 '오백년 입맞춤'/ 이정환 지음/ 도서출판 작가 등단 40년을 맞는 이정환 시조시인이 11번째 신작 시조집 '오백년 입맞춤'을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했다. 시인은 1954년 군위에서 태어나 1978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시작해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아침 반감' '불의 흔적' '물소리를 꺾어 그대에게 바치다' '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 '별안간' '휘영청' 등과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길도 잠잔단다'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동시조 '친구야, 눈빛만 봐도' '혀 밑에 도끼' 등이 실렸으며, 대구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금복문화상 등을 받았다. 저자는 대한민국 3대 시조문학상을 다 받은 것으로도 지역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등단한 지 마흔 해가 되는 동안 이정환 시인은 부지런히 시를 썼다. 그는 "천편천률을 위해 사생결단으로 썼다. 천치처럼 부지런히 썼다. 글을 쓰지 않으면 곧 죽을 듯이, 쓰는 일이 마냥 생명의 연장이라는 듯이"라고 회고했다. 더불어 그는 "정신을 담기에 가장 적합한 노래의 건반, 모름지기 이 땅에 태어나 우리말과 글을 깨친 이들이 시조를 모른다거나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다면 이는 명백히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총 5부로 나누어져 99편의 시조를 수록하고 있다. 생은 심히 어둡고 죽음은 소멸이지만 본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영원성 구현에 힘쓰고, 또한 그 속에서 희망을 읊조린 저자의 40년 시조 인생이 압축되어 있다. 혼자 살피는 시간, 혼자 걷는 길, 혼자 보는 영화, 혼자 바라보는 나뭇잎, 혼자 우러르는 산 능선, 바다 물결, 꽃구름과 해풍. 온전히 혼자가 될 때 애월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시스루 속의 미묘한 떨림도 들추어낼 수 있다. 이처럼 시인의 심연에는 항시 시가 고여 빛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백년 입맞춤'이라는 제목의 표제시를 인용한다. "느티나무/ 오백년오/ 백년그늘/ 아래뜨거/ 운입맞춤/ 이시간을/ 멈추게했/ 네시간을/ 멈추게했/ 네오백년/ 입맞춤이." 고목이 된 느티나무 아래 긴 의자가 놓여 있고, 그곳에 청춘 남녀가 앉아 있다. 그들은 꼭 껴안고 오랫동안 숨 막힐 듯 입술을 나누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뜨거운 열기가 화면 바깥으로 분출하고 있다. 시인의 눈에 그것은 오백년 입맞춤이었다. 느티나무 오백년 그늘이 만들어낸 사랑의 역사였던 것이다. 무심코 건넨 한마디 말에도 꽃향기가 실리면 한 편의 시로 탄생한다. 또한 그것은 영원과의 오랜 입맞춤의 시작(始作)이자 시작(時作)이며, 시작(詩作)이었다. 설렘 속을 유영하는 시인의 영혼은 자유 그 자체이기에 시인은 꿈꾸기를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시인의 산문' 중에 이런 말을 했다. "그 무엇보다 이 땅에 우리글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다. 무슨 생각이든지, 무슨 사물이든지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거침없이 쓸 수 있고 걸림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문학 갈래 중에 시조를 쓴다는 사실이 기쁘다. 정형률의 미학적 양상이 다채로워서 좋다. 어떤 시상이든지 다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일정한 규제가 있는 것이 좋고, 말의 묘미가 무궁무진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평소 "설렘은 곧 영원의 다른 얼굴"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11번째 이 시조집에는 설렘과 더불어 그리움이 있다. 열정은 말할 것도 없다. 아름다움 앞에서 사족을 못 쓰고 미쳐버리는 시인, 미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시를 쓰는 시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마로니에 새순이 어찌 설렘 없이 돋아났을지, 사월에 지천인 벚꽃은 하늘에서 설렘 없이 어찌 땅으로 내려왔을지 궁금해한다. 그는 "시조는 우리의 DNA와 다름없다. 조선의 핏속을 면면히 흐르는 숨결과 정서와 가락"이라고 강조했다. 146쪽, 9천원.

2018-04-21 00:05:00

신중현 작 '지리산'

[내가 읽은 책] 『단속사회』/엄기호/창비/2014

『단속사회』/엄기호/창비/2014 식당에서 가끔 보는 풍경이다. 부모는 밥을 먹고 있는데, 먼저 먹은 자녀는 스마트폰에 함몰되어 있다. 커피숍에서도 흔히 본다. 대여섯 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지만, 그중 한두 명은 대화에 관심이 없고 SNS에 힐끗힐끗 접속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상대방과 단절한 상태다. 상대가 부모이든 친구이든. 『단속사회』는 '관계 단절'의 정체를 밝힌 책이다. '곁'을 중시하는 저자 엄기호가 21세기 한국사회의 단면을 사회학 관점으로 관찰했다. 제목에서 '단속'은 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자기를 단속(團束)한다는 뜻과 끊임없이 차단하고 쉴 새 없이 접속하는 단속(斷續)의 뜻, 두 가지를 의미한다. 저자가 말하는 단속사회란 개인과 개인이 서로 소통하지 못해 관계가 끊긴 사회이다. 엄기호는 자신의 강의 후일담, 해직당한 김정수 씨 이야기, 밀양 고압송전탑 설치문제 등 현실 곳곳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이들 사례에서 타인의 현실을 외면하고 빗장을 건 사냥꾼 사회, 한국사회를 통찰한다. 여기에 지그문트 바우만, 김영민, 존 듀이 같은 사회학, 철학, 교육학 전문가들의 견해로 현상을 설명한다. 책이 말하는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고통'과 '자기 이야기'가 넘쳐 나지만, 내가 남의 아픔과 경험을 외면하기 때문에 남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 결과 사람과 사람, 경험과 경험, 과거와 현재가 단절된다. 경험을 전승하지 못 하는 연속성 없는 사회, 단속사회 한국의 모습이다. 여기에서 개인은 고립되고, 그래서 외롭다. 개인과 사회 모두 성장도 불가능하다. 내가 받는 고통을 남들도 받는다면 이 고통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말 걸기'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은 고통을 공유하지 못하고, 자신의 문제를 공적 이슈로 만들 능력도 없다. 폭로하고 매장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흐를 뿐, 공적 문제를 '공론장'에서 해결하지 못한다. 저자가 밝히는 단속사회의 또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가 존속하고 성장하는가? '연속성' 있는 사회는 성장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그 기본은 경청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할 때 서로의 경험이 서로에게 '참조점'이 되며 경험을 전승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파편화된 에피소드가 아니라 연속하는 서사로서의 자기 삶을 가지고, 더 나아가 삶을 예측하고 기획한다. 사회도 존속하고 성장한다. 취향 공동체나 문화 공동체에서 소비하는 '함'에 지친 독자에게 『단속사회』를 추천한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고, 하루 굳은 백설기처럼 문체가 좀 딱딱하다는 것은 미리 밝힌다. 두루두루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기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은 문장 하나하나 부드럽게 다가올 것이다. 과잉 차단하며 '나'와 무관하다 여겼던 타자성에 접속해서, 진정성으로 그들의 내면세계를 경청해 보자. 독자 '곁'에 동료·친구·자녀가 있고, 우리들 이야기가 있다.

2018-04-21 00:05:00

[책 CHECK] 묘하게

묘하게 /이서현 지음/ JM미디어 펴냄 이 책은 고양이 '퓨'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 느끼는 생각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사진 에세이다. 때론 고양이의 시선으로 사람을 보고, 때론 사람의 시선으로 고양이를 보며, 감정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양이의 행동으로부터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공감과 감동을 준다. 결혼하고 낯선 도시에 정착해 혼자 있는 날이 많아진 여자(저자)에게 남편은 "고양이를 키워 보자"는 제안을 한다. 여자는 "고양이든 강아지든 상관없었지만, 왜 고양이를 생각했는지" 남편에게 묻는다. 그 물음에 남편은 "고양이 보고 배워"라고 말한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여자는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운명처럼 고양이 퓨를 만난다.여자는 4년 동안 퓨를 키우면서 남편의 말뜻을 깨닫는다. 퓨를 키우며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 또 인간관계를 고민한다. 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표현이 분명한 고양이 퓨를 보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 보고 배우라고' 한 남편의 말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꽤' 묘하게 살고 있다"고. 228쪽, 1만3천원.

2018-04-21 00:05:00

애완견과 견주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견인 1천만, 화려한 애완견산업의 그늘…『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창비 펴냄 우리나라 애완견 시장은 2조원을 넘어서고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0년 200만 명이었던 애완견 인구는 최근 1천만 명을 웃돌고, 애완견 마릿수도 200만 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근래엔 애완산업의 성장세를 빗댄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애견산업의 화려한 성장 너머 그늘도 짙다. 유기견의 숫자가 매년 8만 마리나 되고 그로 인한 소음, 도시 위생, 질병 문제 등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화려한 애견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팽이들' '스캔들'의 작가 하재영은 우리나라 애견 문화의 현상에 대해 짚어보고,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도살장을 취재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르포 형식으로 풀어냈다. ◆반려동물·보신탕, 개를 대하는 이중적 잣대=개가 가축화한 시기는 대략 3만~1만5천 년 전 구석기시대. 99.9% 이상 DNA가 일치하는 늑대와 개를 갈라서게 한 건 가축으로의 '전향' 여부였다. 일찍이 인간의 심리를 파악해 주인의 마음에 드는 법을 깨우친 개들은 인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황야에서의 고달픈 삶을 접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종이 다변화하면서 개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 사람과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이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의 지위는 독특하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견이라는 지위와 인간에게서 가장 멀고 비참한 식용동물이라는 이중적 지위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가축이나 반려동물 중에서도 유독 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평생 개를 길러본 적도, 기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소설가 하재영 씨는 우연한 기회에 작은 치와와를 입양한다. 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그는 치와와 '피피'를 키우며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이후 2013년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유기견 보호, 입양 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으면서 동물 문제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한 마리 강아지에서 시작한 여정이 동물권에 대한 윤리, 철학적 고민으로 확장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궁극적 물음에까지 접근했던 것이다. ◆보호소·번식장·도살장 현장 취재=펫숍 쇼윈도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이 새끼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번식장의 개들은 배설물 위의 우리에서 일생을 보내며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 수년간 '새끼를 빼는 기계들'이 사는 번식장부터 세상의 어떤 개도 팔릴 수 있다는 경매장, 버려진 개들의 마지막 정거장이라는 보호소, 쓸모없어진 개들의 하수처리장이라는 개농장 등 현장을 답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물단체 대표, 번식업자, 육견업자, 캣맘 등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구성했다. 펫숍이나 마트에서 쉽게 개를 산 사람들은 개가 번거로워지거나 크기가 커져 더 이상 귀엽지 않으면 쉽게 개를 버린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일부만이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상당수는 안락사되거나 식용으로 팔려 나가기까지 한다. 즉, 한국의 '펫산업'은 이렇게 충격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유기견 양산의 근원은 수요를 초과해 공급을 쏟아내는 불법 번식장이고, 이 기형적인 생산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반려견들이 언제든 식용견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유기견 문제는 개 식용과 분리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동물이 대접받는 사회라야 사람도 존중=이 책의 부제는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다. 저자는 2013년 10월부터 약 4년 동안 개 유통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다녔다.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로만 1천여 곳, 동물보호단체 추산으론 3천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공식 신고된 번식장은 188곳(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 통계로 약 80%, 동물보호단체 추산으론 약 94%가 불법 번식장인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에서 개로 산다는 건 고달픔을 넘어 끔찍하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번식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작은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차례 근친교배를 시킨다.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태어난 지 2주 만에 어미와 분리돼 팔려 나간다. 교배, 출산 과정이 위생적이지 못하기에 온갖 병을 달고 있는 강아지들은 쉽게 파양(罷養)되거나 유기된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개들은 개소주, 보신탕용으로 헐값에 팔려 나간다. 저자는 "모든 존재가 목적이라는 인식과 모든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의 주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으로서의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 삶이 동물의 고통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생명의 존엄을 위한 의무를 다하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315쪽, 1만5천원.

2018-04-21 00:05:00

[책 CHECK] 매화의 꿈

매화의 꿈 고수환 지음 / 한비CO 펴냄 고수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문명에 착취당하는 삶의 모습에서 역설로 찾아내는 자연의 성질을 이야기하고 있다.1부 '매화의 꿈', 2부 '새벽달', 3부 '꽃은 피고 지고', 4부 '대숲 바람', 5부 '겨울이 겨울다워야 더 아름다운 봄이'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 시집에는 9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고 시인은 "겨울다운 겨울 뒤에야 더 아름다운 봄이 오듯이 많은 고뇌와 역경 뒤에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는 심경은 늦둥이를 보는 것처럼 기쁨을 헤아릴 수 없다. 첫 시집을 낼 때보다 감회가 새롭다"고 시집 발간 소회를 밝혔다. 김영태 시인은 작품 해설에서 "이 시집은 자연에 대한 시인의 이야기이다. 시집에 나오는 수많은 자연의 대상은 시인 자신으로, 자연이 겪는 환경과 상황 속에 시인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자연을 찾아가는 몸짓이자 날갯짓으로, 시인은 문명 속에서 자연을 찾아가고 밝혀냄으로써 현재 문명 속에서 찌들어가는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들려주고 있다"고 평했다. 문경 출신인 고 시인은 한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21세기생활문학인협회, 시인과 사색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첫 시집 '난초꽃 피다'가 있다. 142쪽, 1만5천원.

2018-04-21 00:05:00

[반갑다 새책]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외과 중환자실 간호사 21년, 3년 전 메르스 사태 때 전국을 울린 '간호사 편지'의 주인공 김현아가 고백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 땅의 간호사들 이야기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년이 되기까지 걸리는 20여 년 동안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직업적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한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수도 없이 부딪혔을 고뇌와 좌절은 또 어떻게 이겨냈을까? 저자는 지난 2015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 당시 '간호사의 편지'로 전 국민을 감동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라는 제목으로 실린 김현아 간호사의 글은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패한 의료인의 회한과 절규, 그럼에도 환자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환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늘 강해져야 했지만 언제나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288쪽, 1만4천원.

2018-04-21 00:05:00

[반갑다 새책] 미모사처럼 나를 여민다

미모사처럼 나를 여민다/ 하정숙 지음/ 그루 펴냄 2005년 '문학예술'로 등단한 수필가 하정숙 씨가 펴낸 첫 번째 수필집이다. 중학교 교사로, 중등문예교육연구회 임원으로, 어머니로, 주부로 바삐 뛰어 다니며 느낀 감상들을 4부 52편의 글에 펼쳐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 쓰는 일은 항상 어렵고 여기 실린 글들도 부족함이 많지만 마른 나뭇가지로 오던 봄이 내 손을 잡아 격려해 주었다"며 "그 북돋움에 용기를 얻어 수필집을 세상에 선보인다"고 적고 있다. 뇌성마비 아들을 둔 올케의 슬픔부터, 베란다에 놓여진 '미모사'(관상용 식물)에서 풀죽어 지내는 자신을 투영시키기도 한다. 교내 글쓰기대회에선 작품마다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며 120명의 아이들과 행간(行間)에서 만난 소감을 적기도 한다. 대구에서 태어난 하 작가는 영남대 국어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대구문인협회, 영남수필문학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으로 있다. 248쪽, 1만3천원.

2018-04-21 00:05:00

[이종문의 한시 산책] 지는 꽃을 우얄끼고

지는 꽃을 우얄끼고 오경화 술을 앞에 두고 보니 백발이 참 가련한데 對酒還憐白髮多(대주환련백발다) 세월은 물과 같아 멈추는 법이 없네 年光如水不停波(년광여수부정파) 봄이 하마 다 간다고 산새들도 봄이 아파 山鳥傷春春已暮(산조상춘춘이모) 제아무리 울어대 본들 지는 꽃을 우얄끼고 百般啼柰落花何(백반제내낙화하) 원제: 對酒有感(대주유감): 술을 마시다가 느낌이 있어. 이 시를 지은 오경화(吳擎華)는 한시로는 딱 한 수의 시만을 이 세상에 남겨놓은 시인이다. 위의 시가 바로 그 한 수다.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다만 조선후기 중인(中人)들의 시선집인 '풍요삼선'(風謠三選)에 수록된 이 시의 작자 소개를 통해 자는 자형(子馨), 호는 경수(瓊叟), 본관이 낙안(樂安)이란 것을 겨우 알 수 있을 뿐이다. 중인들의 시선집에 실린 것을 보면, 그도 중인으로서의 신분적 비애를 안고 한 많은 한 세상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래도 오경화는 남다른 감성을 지닌 도저한 풍류시인이었다. 작품 속의 화자는 지금 술을 마시면서 그 검던 머리가 어느새 파 뿌리로 변해버린 자신의 백발을 한탄하고 있다. 한탄하고 있는 그사이에도 세월은 강물처럼 요동을 치며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꽃 피는 봄도 이제 곧 와장창 끝장이 난다. 땅이라도 치면서 흑흑 흐느끼며 울고 싶은데, 그의 슬픔을 산새들이 대신해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울어댄다. 하지만 제아무리 땅을 치며 운다고 한들 떨어지는 꽃을 어느 누가 말릴 수 있을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한잔! 오경화는 몇 수의 시조도 남겼다.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을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한다/ 마초아[때마침]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그가 지은 시조 가운데 하나다. '곡구롱'은 꾀꼬리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바야흐로 화자는 팔자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곡구롱곡구롱 꾀꼬리의 감미로운 노래 소리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상태다. 깨어나서 보니, 작은아들은 책상 앞에 가부좌를 틀고 공자왈 맹자왈 책을 읽고 있고, 며늘아기는 베틀 위에 앉아 찰칵찰칵 베를 짜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 녀석은 지금 꽃놀이에 얼이 빠져 있다. 집안 식구들이 다들 알아서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흐뭇하고 대견스럽다. 게다가 때마침 아내가 새로 담근 술을 거르고 있다가, 맛 좀 보시라며 한 사발 막걸리를 내어놓는다.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좀처럼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파란만장의 정치적 부침을 겪으면서 수천 수의 시를 남긴 대시인도 좋기는 하다. 하지만 천지간 산수 속에 고이 엎드려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면서, 단 한 수의 한시와 몇 수의 시조를 후세에 남겨놓은 오경화의 삶도 참 부럽다. 양자택일을 해보라고 하면,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

2018-04-21 00:05:00

'만약…했다면' 조선의 운명은?…『역사 추리 조선사』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지 않았다면 단종은 왕위를 지킬 수 있었을까?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패했다면 조선은 나라를 지킬 수 있었을까? 역사는 이미 일어난 일이다.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은 '필연'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살핀다는 면에서 '역사 가정'은 쓸모 있다. 이 책 '역사 추리 조선사'는 조선 개국에서 멸망까지, 조선왕조 500년의 운명이 결정된 극적인 순간 30장면을 뽑아 '만약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한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상상 속 역사를 쓰는 것이다.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죽지 않았더라면… 고려 충신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죽었고, 정도전은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만약 정몽주가 그때 죽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은이는 "정도전이 죽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조선 개국이라는 '큰 그림'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그 근거로 지은이는 정몽주가 죽기 전에 정도전은 탄핵을 받아 유배 길에 올랐으며, 정몽주는 그를 죽이기 위해 암살 밀명까지 내렸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상상을 더 펼쳐보자. 고려 왕조가 1392년에 막을 내리지 않고 이어졌다면, 임진왜란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상상하자면 전국시대 일본의 역사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니라 다른 인물이 일본 전국을 통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가 오랫동안 이어져 내란이 그치지 않아야 조선 침공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양대군이 없었다면 단종은 무사했을까 수양대군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숙부였다면 단종 임금은 왕좌를 지켰을까? 지은이는 "어떤 경우에도 단종은 죽을 운명이었다"고 단정한다. 수양대군 말고도 단종을 위협할 인물들은 많았다는 것이다. 단종의 할아버지인 세종에게는 18명의 왕자가 있었다. 그중 정실인 소헌왕후 심씨에게서 태어난 적자가 8명이었다. 문종(단종의 아버지), 수양대군, 안평대군, 임영대군, 광평대군, 금성대군, 평원대군, 영웅대군이다. 현실에서는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했지만, 단종의 아버지인 문종이 사망할 당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력했던 사람은 안평대군이었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 방면에서도 형제들을 압도했다. 서예에서는 당대의 명필로 꼽혔다. 왕족인 데다가 다재다능했기에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안평대군은 전국의 능력 있는 선비들을 끌어들여 세력을 넓혔고, 그 세력은 수양대군을 능가했다. 게다가 안평대군은 야심가였다. 한 예로 그는 단종의 즉위를 승인받기 위해 명나라로 가는 사절단의 단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사절단 단장은 삼정승 중에 한 사람이 맡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종친 중에 윗사람이 맡는 것이 마땅했지만, 삼정승도 종친 중 어른도 아닌 안평대군은 김종서, 황보인 등의 지지를 업고 자신이 단장이 되고자 했다. 명나라와 친분을 쌓아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던 것이다. 나아가 안평대군은 수양대군의 책사인 한명회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김옥균이 갑신정변에 성공했더라면? 갑신정변이 성공했다면 조선은 일본의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갑신정변은 고종 21년 10월 17일(1884년 12월 4일) 발발했다. 김옥균은 주한 일본 공사 다케조에 신이치로와 거사 계획을 협의한 뒤 주한 외교관들과 보수파 핵심들을 이날 저녁 열린 우정총국 개업 축하연에 초대했다. 그리고 화약을 터뜨려 도성의 혼란을 야기하고, 정국을 장악하려고 했다. 화약이 폭발하자 김옥균은 고종에게 달려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으니 외국 군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친필 서한을 받아 소수의 일본 군대가 고종을 호위하도록 한 뒤 그 위세를 빌려 정국을 장악했다. 그러나 청나라군의 개입으로 갑신정변은 실패했고, 김옥균은 일본 공사 다케조에를 따라 일본으로 망명했다. 책은 '김옥균이 일본의 손을 빌리기는 했지만 평소 일본을 불신했다. 애초부터 김옥균은 일본을 끌어들여 청나라를 약화시킨 뒤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김옥균이 종국적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 한 것은 조선의 안전에 러시아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 수도와 멀리 떨어진 조선에 큰 욕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인 러시아를 끌어들이면 청나라와 일본은 물론 서양 열강도 견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는 김옥균과 고종의 공통된 구상이었다. 갑신정변 성공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더라면 일본은 청나라보다 훨씬 막강한 적을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청일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청일전쟁 승리로 얻은 막대한 배상금으로 일본이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청나라의 개입으로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30개의 가정으로 조선 역사‧운명 분석 이 책은 총 30개의 '가정'을 통해 역사를 회고한다. ▷위화도 회군이 없었다면 ▷정몽주가 살았다면 ▷이성계가 막내아들을 세자로 세우지 않았다면 ▷정도전이 죽지 않았다면 요동을 찾았을까 ▷양녕대군이 충녕대군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수양대군이 좋은 숙부였다면 ▷신숙주가 단종의 편에 서서 죽었다면 ▷조선시대에 대비의 수렴청정이 없었다면 ▷폐비 윤씨가 사약을 마시지 않았다면 ▷중종 때 조광조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퇴계 이황이 공부만 하고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선조의 콤플렉스가 없었다면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바닷길 개척'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일본이 임진왜란에서 승리했다면 ▷광해군이 쫓겨나지 않고 권좌를 지켰다면 ▷소현세자가 죽지 않고 왕위에 올랐다면 ▷효종이 일찍 죽지 않았다면 북벌에 성공했을까 ▷장희빈이 최숙빈과 손을 잡았다면 ▷장희빈이 끝까지 중전 자리를 지켰다면 ▷영조가 없었다면 탕평책도 없었을까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구출됐다면 ▷정조가 4년만 더 살았다면 ▷'괴물 여왕' 정순왕후가 권력욕이 없었다면 ▷조대비가 안동 김씨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고종이 문호 개방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김옥균이 갑신정변에 성공했다면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했다면 ▷아관파천이 없었다면 ▷칭다오맥주가 안 나왔다면 등이다. 276쪽, 1만5천원. ▷지은이 김종성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 '패권 쟁탈의 한국사' '신라 왕실의 비밀'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철의 제국 가야' '동아시아 패권전쟁' '당쟁의 한국사' 등이 있다.

2018-04-14 00:05:04

[반갑다 새책] 노년의 행복

노년의 행복/ 이원락 저/ 도서출판 중문 펴냄 대부분 사람은 젊음을 활기차고 멋진 것으로, 노년은 두려워서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막상 노년이 돼 보면 다르다. 노인들은 대부분 평상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주위에 감사하며 처지에 만족한다. 이 책은 노년을 맞은 의사가 '자신이 노인이 돼 본 경험담'을 풀어쓴 책이다. 노년은 우울하다는 시각에 대해 본인들은 '치열한 경쟁이 끝난 후'의 평안을 누리고 있으며, 소소한 일거리에서 보람을 찾고, 주변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진 마음으로 소리 없이 외치는' 부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5부에 걸쳐 46편의 에세이를 싣고 있다. 살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대상을 용서하는 일부터,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는 법, 중년 이후의 건강 팁에, 절대자에게 귀의까지 다양한 단상을 펼치고 있다. 저자 이원락 씨는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구 적십자병원장을 거쳐, 현재 대구의료원 서부노인전문병원 진료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311쪽, 2만원.

2018-04-14 00:05:04

윤선자 작, 경주 대릉원의 봄.

[내가 읽은 책] 『저 환한 어둠』 서하, 시와표현, 2015

벚꽃잎 날린다. 녹지 않는 꽃눈은 한 땀, 한 땀 검은 포도(鋪道)에 수를 놓는다. 한 남자가 어린 아이를 나무 아래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아이의 포즈가 다채롭다. 하늘하늘 날리는 꽃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 탓만은 아니다.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방학 때마다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강으로 가셨다. 아버지는 고기를 잡고 나는 다슬기를 잡았다. 바람이 분다. 그때마다 꽃잎이 앉을 자릴 찾는다. 아이를 안는 남자처럼 맨 처음 나를 안았을 생부(生父)에 대한 기억은 없다. 다만 개울물에 신발을 뺏기고 울고 있는 계집애의 모습이 스치곤 한다. 갈대보다 내가 더 흔들린다. '일 배, 일 배는 참 잘 드는 가위', '지평선 위에 덩그러니 걸린 낮달에서도/ 째깍째깍 자라는 갈대,// 갈 때맞추어 갈 데, 어디일까?'-「갈대」. 첫 시부터 나를 흔들기 시작한 『저 환한 어둠』은 경북 영천이 태실인 서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오래된 서재 냄새와 오늘의 디지털 바람이 섞여 누구나 상처의 칩 몇 개쯤 가슴에 꽂고 산다는 걸 일깨운다. 오래 먹먹하다. 가벼운 시집이지만 가슴 저 밑바닥부터 묵직해진다. 시인의 심중에 우뚝한 아버지, 어머니를 본다. 오래전 나를 두고 서로 내 색시라고 우기던 아들과 남편의 실랑이가 떠오른다. 딸은 또 아빠랑 결혼한다고 했던가. 이 세상 거의 모든 아이들의 첫 연인은 부모일 것이다. 가족이므로 싫거나 미워도 닮을 수밖에 없다. 「저 환한 어둠 –축, 회심상금」-84쪽에 시인의 부친 친필 메모 사진이 나온다. 어쩌면 시인의 시 절반은 그녀의 아버지가 쓴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살얼음 낀 개울가/ 일곱 살짜리 아이가 아픈 엄마 대신해/ 동생의 똥 기저귀를/ 바락바락 문질러 헹'구는 아픈 풍경도 '오늘은 어제가 눈 똥'하고 명랑한 소리를 낸다. '팔공산 갓바위에 오른 촛불들'은 '뭉근한 눈빛'을 보낸다. 불전에 절을 하며 '똥자루 같은 몸 한 자루 접어요' 한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물아일치에 이르는 강하면서도 넉넉하고 따뜻한 시인의 심성을 만난다. 어둠을 타박하지 않고, 가만가만 쓰다듬고 안아준다. 시인은 자신의 상처를 아버지의 팔팔한 '끗발'과 '저 환한 어둠'으로 꽃피웠다. '아주 먼 옛날 날 안고 잔 남자다/ …/ -생각해 보이 니 공부 덜 시킨 거 순전히 내 미쑤다, 미쑤!/ … / 내 오랜 서러움이 요즘 하염없이 안고 자는 이 남자, 서현수'-「저 환한 어둠-서현수 씨」. 누구라도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안을 수 있는 책이다. 아픔 없는 인생도 있으랴! 능숙하고 능청스러운 위트, 해맑은 동심으로 착 달라붙는 위무의 손길이 있다. 「밤이 꾸욱 눌러 짜낸 아침처럼」 「시끄러운 고사리」 「재채기하는 바다」 등 파닥이는 제목들과 짧지만 긴 서사의 '저 환한 어둠'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독자의 마음을 낚는 힘이 막강하다. 부모는 어둠마저도 환하게 하는 딸의 첫 연인이 분명하다. 벚나무 시커먼 몸뚱이가 켜든 환한 꽃불, 나풀나풀 꽃잎 하나 머리에 앉는다. 아버지!

2018-04-14 00:05:04

[반갑다 새책] 국가의 자격-이래야 나라다

국가의 자격-이래야 나라다/ 정규재 지음/ 제이커뮤니케이션 펴냄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십니까?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요즘, 자유민주국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책, '국가의 자격-이래야 나라다'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은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널리 알려진 정규재 주필. "이게 나라인가?" 고민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이래야 나라다"라고 논리를 펼치며, 자유민주국가가 나아갈 길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대표질문자는 전 삼성경제연구소 기획실장 진용 박사. '행동하는 지성'이라 불리는 저자답게 해박한 지식과 치밀한 논거에 근거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적시해 통쾌하고 명쾌한 돌직구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주필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과 논설실장, 주필 등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칼럼과 강연, TV 토론 등을 통해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2018-04-14 00:05:04

케첩을 가장 먼저 먹은 나라는 중국…『맛있는 과일문화사』

맛있는 과일문화사/ 도현신 지음/ 웃는 돌고래 흔히들, 과일은 먹으면 좋지만 안 먹어도 그만인 먹을거리라 여긴다. 삼시 세끼 밥만 잘 먹어도 감사하던 시절엔 그랬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편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순차적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24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과일 간식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만큼 과일이 이제 보편타당한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우리가 과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과일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역사를 찾아내 알려준다. 과일이 대륙을 넘고, 국경을 건너는 역사와 함께 읽어 나가다 보면, 맛있는 과일 한 알에 담긴 세계가 참으로 넓고도 크다. 첫 장을 여는 '수박' 얘기부터 재밌다. 수박과 인종차별을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축하해! 검은 수박씨를 임신한 수박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사랑했던 수박, 잠깐의 휴식 때 타는 갈증을 채워줬던 그 과일에 인종차별의 굴레를 씌운 것은 편견 가득한 백인들이었다. 수박이 무슨 죄겠는가.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상징을 가져다 붙인 사람의 혀가 죄일 뿐이다. 귤에 관한 이야기도 황당하다. 귤나무에서 열린 귤이 채 익기도 전에 숫자를 기록해 그것을 기준으로 귤을 바치게 하면서 차라리 귤나무를 베어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폭풍우에 귤나무가 쓰러지거나 바람에 귤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기록된 숫자보다 줄어든 귤의 수를 채우기 위해 귤나무 주인이 겪어야 했던 고초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케첩에 관한 반전 있는 이야기도 재밌다. 케첩을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한 나라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서양 아니야?'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국이다. 중국 남부의 광동지역에서 소금에 절인 생선으로 소스를 만들었고, 이걸 '코에 치압'으로 부르다가 17세기에 아시아 지역에 온 탐험가와 선원들에 의해 영어식 발음 '케첩'으로 굳어진 것이다. 유럽과 북미로 건너간 케첩은 버섯, 굴, 홍합 같은 여러 재료가 들어간 소스로 변했고, 토마토가 들어간 케첩이 나오면서 전 세계 소스의 대명사가 됐다. 바나나 플랜테이션에 관한 스토리도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글로벌 바나나 회사의 주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바나나 값이 터무니없이 싼 까닭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바나나 품종이 단일해서 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 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바나나를 식량처럼 먹고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바나나를 대량 플랜테이션으로 싸게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파인애플은 조선 여인들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식민시대, 희망을 찾아 하와이로 건너간 조선의 청년들 이야기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사진 결혼'을 한 조선의 여인들, 어렵게 일해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내놓은 이야기는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사연들이다. 더 빨갛게, 더 단단하게, 더 오래 상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된 딸기와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는 이 과일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더 고민하게 만든다. 중국의 고전, 조선왕조 실록, 서양의 고전과 옛 그림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이어지는 과일이야기는 내 손안에 든 과일 하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도록 해 줄 것이다. 한편 저자 도현신은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원균과 이순신' 등 인문역사 서적을 주로 펴내며,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로운 책을 많이 펴냈다. 180쪽, 1만3천원.

2018-04-14 00:05:04

김동인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김동인의 '배따라기'와 공동체의 기억

삼월 삼짇날은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최소 2주간의 날씨를 미리 알 수 있고, 겨울에 다음 해 여름의 더위까지 예측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어느 누구도 제비의 출현으로 계절을 읽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제비가 강남을 갔는지, 어디를 갔는지에 대해서는 물론 계절의 흐름이나 자연의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러나 강남 간 제비가 돌아오는 것에서 봄의 시작을 읽고, 봄을 만끽하기 위해 진달래 화전을 부쳐서 서로 나누어 먹던 시대가 있었다. 김동인의 '배따라기'(1921)는 그 시대에 대한 애절한 기억이다. 소설은 대동강 봄 풍경을 즐기고 있던 '나'가 우연히 평안도 민요인 영유 배따라기를 구슬프게 뽑아내는 한 남자를 만나 그의 슬픈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화자 '나'의 입을 통해 서술되는 남자의 사연은 절절하다. 남자는 헛된 질투로 인해서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물론 동생마저 가족과 고향을 등진 채 떠돌게 만든 인물이다. 그래서 그 죄책감으로 이십 년째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방랑하고 있는 중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자는 치유되지 않는 고통 때문에, 상처를 준 자는 죄책감 때문에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길 위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기생의 노래와 조선 아악이 펼쳐지는 삼월 삼짇날 대동강 봄 풍경을 바라보는 화자 '나', 그리고 정착하지 못한 채 이십 년째 방랑하고 있는 남자. 이 두 사람은 전통적 시간과 공동체의 기억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화자인 '나'가 제 아무리 삼월 삼짇날 대동강 봄 풍경을 즐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봄은 수백 년을 전해져 내려온 전통적 세계의 봄과는 다른 봄이다.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면서 태양력이라는 새로운 역법 체계가 도입되어 예전과는 다른 시간 체계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다른 시간 체계가 시작되면서 음력 중심의 조선의 전통적 세시 풍속은 물론 기생의 노래나 아악과 같은 전통문화 역시 몰락을 겪게 된다. 소설 시작 부분, 화자 '나'가 삼월 삼짇날 대동강 봄 풍경을 그처럼 찬탄할 때 거기에는 사라져가는 수천 년 기억에 대한 애절함이 배어 있었다. 전통적 시간에서 소외된 '나'와 고향을 떠나온 남자, 두 사람은 다른 듯하지만 공동체의 삶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운명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삼월 삼짇, 오월 단오, 유월 유두날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우리의 전통 명절이다. 오래전 사람들은 삼월 삼짇날에 화전을 먹고, 오월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유월 유두날에 동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에 머리를 감으면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공동체의 기억은 물론 사라진 무수한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의 삶이 수천 년을 내려온 공동체 전체의 삶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삶의 근본적 적막감에서 다소라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전통 명절의 의미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8-04-14 00:05:04

[책 CHECK] 자율혁명

자율혁명 김영준 지음 / 도서출판 부카 펴냄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단순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4차 디지털 혁명과 디지털 혁명 그 이후를 5차 자율혁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5차 자율혁명의 주된 모토를 초연결형 사회, 글로벌 네트워킹,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글로벌 자율 공동체, 글로벌 비즈니스로 이야기한다. 4차 디지털 혁명을 넘어 5차 자율혁명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이 더욱 발달할 것이며 모든 사회가 이 두 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직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내세우며 글로벌화의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비판하며 국경이 의미가 없어지는 초연결형 사회인 글로벌 자율공동체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답을 찾는다. 이 책은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 및 사회 패러다임 변화 간 상호 관계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인류의 탄생에서 현대사회로 발전하기까지 과정을 시대순으로 기술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이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240쪽, 1만5천원.

2018-04-14 00:05:04

경북대 사학과 주보돈 명예교수가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을 김춘추와 김유신을 중심으로 분석한 '김춘추와 그의 사람들'를 펴냈다. 매일신문 DB

김춘추, 삼국 통일 영웅? 외세 끌어들인 배신자?…『김춘추와 그의 사람들』

절묘한 외교로 삼국을 통일한 민족의 영웅인가? 외세를 끌어들여 민족 자주를 해친 통한의 군주인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업적은 깊이 분석하면 할수록 다각적으로 해석된다. 삼국 중 가장 작고 약한 신라의 왕으로 통일의 대업을 이루어낸 지도력과 외교력에 대한 평가 이면에는 그만큼 비판적 평가 역시 존재한다. 당(唐)을 끌어들여 고구려,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연맹이 정당했느냐 하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다. 신라사 연구의 대가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가 삼국통일을 둘러싼 숨 막히는 과정과 내막을 김춘추와 김유신을 주축으로 풀어냈다. 외교사적 관점에서 격동기 태종무열왕의 대처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주 교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삼국통일 과정을 명쾌하게 복원했지만 무엇보다 '편견'에 가까운 기존 학설을 통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는다. ◆유교 이데올로기 입각 새 시대 구상 삼국통일의 완성은 단순히 신라와 당의 연합 타이밍이 맞아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외부적으로 서로 조응하는 정세(政勢)의 메커니즘도 크게 한몫했다. 주 교수는 통일의 첫 출발을 김춘추의 두 가지 비전에서 찾는다. "무열왕은 첫째, 새 신라사회 건설에 대한 청사진이 확고했고, 둘째, 그를 구체화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했습니다. 김춘추는 진골 출신으로 주류사회에서 소외당했던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김유신을 중용하고, 유학자 강수(强首)의 능력을 일찍이 알아보고 외교가로써 활용했던 것이죠." 저자는 김춘추가 당과 외교관계를 중시한 것은 당제(唐制) 수용을 통해 유교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새 시대를 창출하려 했던 열망에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당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군사적으로 당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꿈꿨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목적이 바탕이 됐다는 것. 김춘추가 마음속에 품은 이상적 정치사상은 유학이었다. 당시 신라는 불교가 매우 강한 지배 이데올로기였으나 신분상 왕이 될 가능성이 없었던 김춘추는 어린 시절부터 유학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야심가라기보다는 유학을 근본이념으로 삼아 신라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선도자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김춘추의 정치적 동지였던 김유신도 비슷한 입장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김춘추와 김유신은 단순히 정치적 불만을 지니고 권력 장악 자체에 목표를 두었다기보다는 신라사회의 근본 모순을 인지하고 이를 혁파하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정치와 합치됐던 불교와 달리 유교는 정교(政敎)가 분리된 이데올로기였고, 이러한 측면에서 김춘추는 새로운 시대를 연 주역 이었다고 평가했다. ◆외교사적 입장에서 신라 통일 조명 김춘추가 '유교 국가' 건설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7세기 동아시아 격동기에서 소국 신라의 생존 전략으로 택한 것은 내부 정비와 외교였다. 그는 외교 드라이브를 절묘하게 성사시키며 동북아 국제관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외교적 관점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다각도로 고찰하고 명쾌하게 정리・분석해 신라의 이해와 접목시켜 갔던 것이다. 저자의 논점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신라 내부 사정뿐만 아니라 고구려와 백제의 외교 전략, 당과 일본의 당시 국내 정세 등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60년 '나당동맹'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태종 이후 측천무후와 진덕여왕 사후 김춘추가 모두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대외전쟁으로 눈을 돌리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당과 백제, 당과 고구려를 교묘하게 이간시켜 당의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이나 648년 당과의 밀약이 나당전쟁으로 비화된 원인, 과정 등이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김춘추 김유신에 얽힌 편견 뒤집기 삼국통일의 배경에는 당과 결탁한 신라의 배족(背族) 행위가 있었다는 설은 학계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런 입장의 차이는 삼국통일의 의미에서도 엄청난 해석 차이를 벌려 놓고 있다. 이러한 관점들이 힘을 얻는 것은 '신라가 외세의 힘을 빌려 통일하지 않았다면, 넓은 영토를 다스렸던 고구려가 통일의 주인공이 됐을 것'이라는 가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김춘추와 김유신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근현대의 '민족' 관념에서 재단한 것이며, 왜 김춘추가 친당 외교를 펼쳤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당시 삼국은 동족(同族)이 아니라 당과 마찬가지로 서로 외세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 저자는 "당시 삼국 사이에는 서로 같은 뿌리에서 나온 동족(同族)이라는 인식이 전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삼국은 생존을 위해 철저히 대결할 수밖에 없었고, 다만 서로 비슷하다는 동류의식만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삼국을 오늘날의 입장에서 하나의 민족국가로 간주해 김춘추와 김유신의 행위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것은 정당치 않다는 것이다. 399쪽, 1만9천원.

2018-04-14 00:05:04

[책 CHECK] 신기한 마음여행

마음의 원리를 만화로 풀어낸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출간 직후 인터넷 교보문고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은이 박옥수 목사는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20여 년 동안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인성교육에 주목한 계기는 1995년 절망에 빠져 있는 한 재미교포 학생에게 성경 속의 지혜를 가르치면서부터였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끌어온 경험과 열정을 살려서 발간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만화로 재편성한 책이다. 책은 제1장 마음(강물처럼 흘러가는 마음의 길을 알아봐요 등), 제2장 욕구(마음대로 살면 정말 좋을까요 등), 제3장 자제력(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추천사에서 "'불의하더라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변화해, 어려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40쪽, 1만2천400원.

2018-04-14 00:05:04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문화人&스토리] 올해의 서병오 문학상 소산 박대성

소산(小山) 박대성(73)은 수묵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화가이다. 수묵은 지필묵(紙筆墨)으로 표현하는 세계로, 거기엔 고도의 정신세계를 기초로 한다. 폭이 몇 미터에 이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를 압도함과 함께 현대 수묵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겸재 정선에서 소정 변관식과 청전 이상범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 계보를 잇는 한국화 거장으로 꼽힌다. 거대한 화폭에 담대한 붓질로 그린 산봉우리와 나무들, 작은 화폭에 섬세하게 그려 넣은 꽃 그림은 자연을 몸으로 호흡하며 자란 그의 관찰력과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 화백은 올해 석재 서병오 문화상을 받았다. 지난 3일부터 석재상 수상 작가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독학으로 그림 익혀 박 화백은 1945년 청도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한의사였던 그의 집은 살만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박 화백이 세 살 때 돌아가셨다. 이듬해 아버지마저 여의었다. 그때 박 화백도 왼손을 잃었다. 친구들이 놀렸다. 학교 가기가 싫었다. 금천중학교 졸업이 그의 최종 학력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강가에서 혼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미술을 가르쳐줄 선생이 없었다. 대신 널린 게 선생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꽃, 나무, 바윗돌이 다 그의 스승이 돼줬다. 제사 때는 지필묵으로 지방을 쓰고 사군자를 그렸다. "집안 어르신들이 소질이 있다고 했어요." 독학으로 그림을 익히던 그는 집안 어른의 소개로 열여덟 살 때 서정묵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이후 이영찬 화백과 박노수 교수(서울대)의 조언을 받으며 공부했다. 한 번은 박 교수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았다. "남의 것 흉내 내지 말고 네 화풍을 개발하라"고. 1965년 동아대 국제미술대전에서 첫 입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이면서 리얼리티 현대미술 대세 속에서도 수묵화의 위엄을 떨쳐왔다. 박 화백은 수묵화의 전통에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더했다. 어언 화업 60년. 박 화백은 "한 번도 붓을 놓지 않았는데 벌써 고희를 훌쩍 넘기고 말았네요." ◆유학, 그리고 불국사 그는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지 않았다. 서른 살 때 수묵화의 본고장인 중국 고미술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건너갔다. 풍광 너머에 숨겨진 역사, 문화와 대화하며 자신를 단련해갔다. "전시를 했는데 평이 좋았어요." 더 머물러달라는 간청을 뿌리치고 그는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만 신문을 본 매일신문 관계자가 매일화랑 개관기념전으로 그를 초청한 것이다. "1975년으로 기억하는데, 평이 좋았어요. 매일신문 덕을 톡톡히 봤다"고 활짝 웃었다. 1988년엔 중국엘 갔다. 거기서 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가 이가염을 봤다. 웅장한 구도와 힘찬 기를 내뿜는 듯한 굵직한 선에서 수묵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간략하고 대담하게 붓을 움직이지만 때로는 머리카락을 쪼개듯 섬세하게 그립니다. 거기서 제 그림을 찾은 셈이죠." 그리고 "글씨와 먹을 중요시 하라. 글과 서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는 이가염의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글을 잘 쓰면 그림도 잘 그리게 되고, 그림이 되면 글도 잘 된다는 것이다. "제가 수묵의 현대화를 위해 모델로 삼은 것은 바로 이가염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소품 위주여서, 나는 대작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4년 그는 현대미술을 탐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다. 자신이 그릴 수 있는 수묵화란 어떤 것인지, 시대를 담아낸 그림은 어때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했다. "현대미술이 뭐냐고 물어도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현대미술의 요체가 뭔지 알고 싶었거든요." 뉴욕에서 다양한 작품을 봤다. 어느 날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현대미술이다. 그리고 최고의 도구는 필묵(筆墨)"이라고. 그는 경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보따리를 쌌다. "제가 성질이 급해요. 바로 안 하면 좀이 쑤셔 못 견디거든요." 도착한 곳은 불국사. 사정 이야기를 하고 스님에게 방을 달라고 했다. 불국사를 그리고 또 그렸다. 그러나 그리고 싶은 불국사는 그려지지 않았다. 날마다 불국사를 지켜봤다. 11월 어느 날 새벽, 불국사에 눈이 내렸다. 흰눈으로 뒤덮인 불국사를 뚫어지게 지켜봤다. 그리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눈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같이 싹 녹아버렸다. 그렇게 눈 덮인 불국사를 그린 작품이 바로 세로 235㎝, 가로 756㎝ 크기의 '효설'(曉雪)이다. ◆가족 전시회 열고 싶어 박 화백은 경주에 산다. 화가인 아내와 두 딸이 있지만, 아내는 딸이 있는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그는 아내 정미연 작가에 대해 "감각도 있고 재능있는 작가입니다. 화가로 생각하지 한 번도 내 수발이나 들어주는 집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혼자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혼자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서로의 생활을 존중합니다."(정 작가는 현재 범어성당 드망즈갤러리에서 성화전을 열고 있다) 두 사람의 혼인은 쉽지 않았다. 나이 차이도 있고, 신체조건이 특별해 아내 가족이 반대했다. 정 작가는 혼인 조건으로 친정어머니를 모실 것, 평생 그림을 그리게 해줄 것, 자식을 낳지 않을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지금껏 두 가지 조건은 지켰지만 아이가 들어서면서 한 가지 조건은 깨졌어요." 첫째 딸 정련은 화가, 둘째 딸 아련과 사위는 디자인 일을 한다. 그래서 박 화백은 "언제 될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와 딸, 사위가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 작가는 서파와 학파에 휩쓸리지 않아야 박 화백은 현재 경주 남산자락에 살고 있다.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고민하다가 찾은 곳이 바로 경주였다. 처음에는 제주나 통영도 고려했지만 경주를 택했다. "창작의 원혼이 나를 그곳으로 불러들인 것이 아닌가 싶어요. 내게 경주는 창작의 도시 그 자체입니다. 지금도 그곳에서 자연과 인생의 문제 답을 구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했다. 박 화백은 칠순을 훌쩍 넘긴 요즘도 하루 한두 시간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워밍업입니다. 서법을 익혀야 그림이 가능하거든요. 그림은 붓을 어떻게 운용, 장악하는가에 달렸어요. 붓을 장악하자면 서법을 먼저 익혀야지요." 박 화백은 작가는 서파와 학파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작가는 파(派)가 없어야 하고, 취미도 없어야 합니다. 본업에 해가 돼요. 저는 그림 그리기가 유일한 취미입니다. 하하하…."

2018-04-13 00:05:41

1970년대 학생들이 박정희 카드섹션을 하는 장면. 매일신문 DB

새대열이 쓴 대구 환골탈태 반성문…『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27명 공저/ 살림터 펴냄 이 책은 27명이 함께 칼럼 형식으로 묶었다. 그래서 이 27명의 공동저자를 '새대열'(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로 정했다. 대구를 바꾸어 나라를 살리자는 정신으로 창립된 지역 중심 지향 유권자 단체로 보면 된다. 지방분권시대, 새로운 대구를 열 수 있는 참신한 자치세력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체 슬로건은 '대구 First, 청년 First, 여성 First'. 27명의 공동저자는 책 서두에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작성했다.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제 우리 대구시민은 지난 반세기의 '상처뿐인 영광'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대구를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분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 실현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27명의 공동저자는 대구의 학계, 법조계, 언론계, 교육계, 문화계, 의료계, 예술계 등 박정희 정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의 굴절된 대구경북의 정치, 경제, 문화를 두루 살피면서 허심탄회하게 개인사를 들려주기도 하고, 태어나고 자란 고향 대구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더불어 무한 애정을 담아 대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살펴본다. 공동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만 해도 대구경북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는 흥미롭다. 전체 4부로 구성하고 있다. 제1부는 ▷새로운 대구경북으로 태어나야 한다(홍종흠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경북의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배한동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상임대표) ▷박정희 신화 지우기(우호성 전 매일신문 기자) ▷'꼴통' 소리 그만 듣자(김상태 전 영남일보 사장)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허노목 변호사) ▷보수의 심장, TK 정치의 대분화(박재일 영남일보 편집부국장)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제2부는 ▷컬러풀 대구, 구호에서 현실로!(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안경 쓴 자들의 도시(이준석 경북대 경영학부 4학년)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자(김진철 한의사) ▷'유랑민' TK(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로운 '大邱'를 위하여(강민구 수성구 의원) ▷부흥! 지역혁신!(김정모 경북일보 논설위원) ▷대구발 정치혁명과 대한민국의 장래(김형기 교수). 제3부는 ▷한 그루 큰 나무, 거북이의 꿈(김성순 동학연구가) ▷능금꽃 피는 대구의 희망을 그려본다(신재순 화가) ▷온전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천선영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새로운 대구를 어떻게 열 것인가(최봉태 변호사) ▷2·28 도시 대구와 18세 투표권(이동관 매일신문 광고국장) ▷영남대학을 시민의 대학으로 돌려놓기 위해(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 ▷친박 독점 13년에 잃어버린 지역 자생력, 어떻게 살릴 것인가(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 ▷'대구'라는 배타성(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제4부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문학(김용락 시인) ▷반교육의 온상, 학교 그 부끄러운 자화상(이석우 전 대구교육연구소장) ▷박정희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성우 구미도량초교 교사) ▷새로운 시대를 여는 지방분권(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대통령의 권력 비만, 그 다이어트 요령(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분단지역에서 통일국가로(이우백 한맥리더십아카데미 대표). '새대열' 공동저자들은 책 부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우리는 대구시민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292쪽, 2만원.

2018-04-07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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