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이스라엘의 기원/윌리엄 G.데버 지음·양지웅 옮김/삼인 펴냄

노예로 살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민족을 정복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정착하는 이야기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다. 파라오에게 내리는 열 가지 재앙, 홍해를 가르고 탈출하는 행렬, 히브리 백성들이 여리고성을 돌며 고함을 치자 성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 등은 믿음을 고양하는 흥미진진한 장면들이다.

책은 최근의 성서역사학계의 논의를 포함해 '초기 이스라엘인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란 질문에 대해 고고학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소개하고 그간 발굴된 지역들을 유물과 지도를 곁들여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일단 지은이는 이스라엘을 입증하는 대규모 유입이나 정복에 대한 고고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정복했다는 도시들은 아예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는 곳도 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있으나 파괴의 흔적이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대신 이스라엘은 가나안 내부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청동기 말기와 철기 시대 저지대에 살았던 가나안인 일부가 중앙 산지로 이주한 일이 있는데 이들은 농사를 지으며 독특한 가옥구조와 도자기 유물이 가나안 문화와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공동체 의식이 점차 가나안인과 구별된 독립성을 보여주게 됐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또 다른 가설은 히브리 노예들의 무용담이랄 수 있는 출애급은 해방에 대한 은유로서 공감을 얻으며 신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성서고고학계에서는 성서를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텍스트로 여기는 관점과 성서의 사료적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 둘 사이에서 책의 지은이는 고고학의 합리적 수렴지점을 찾고자 학문적인 성실함과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38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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