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리는 통일을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천사 미국와 악마 북한: 언론복합체의 대한민국 요리법/ 김성해, 강국진 지음/ 생각을 나누는 나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콜롬비아군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콜롬비아군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간 '천사 미국 악마 북한'은 서글픈 한반도의 자화상에서 출발한다. 무려 70년 이상 허리가 잘려나간 채 섬이 아닌 섬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냉전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한반도는 또 다른 전쟁의 한복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남북문제, 한미문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한미군사훈련은 지칠 줄 모르고, 천문학적인 군사비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에선 분단 이후의 시대 속에서 만들어진 질서를 통해 부와 권력과 명예를 축적한 세력이 장막 속에 가리워진 채 웃고 있다. 그들은 공안세력, 군부, 보수 정치권과 개신교 집단, 극우 성향의 지식인과 함께 또는 그들을 이끌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평화와 통일 노력에 '종북'과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미국의 어깨 너머로 본 세상만 강요한다. '천사 미국, 악마 북한'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퍼뜨린 장본인은 바로 '언론 복합체'라고 이 책은 고발한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쓴 '천사 미국와 악마 북한: 언론복합체의 대한민국 요리법'은 이 책에서 언론복합체로 정의되는 분단기득권이 어떤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여론과 정서를 조작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있다. 머릿글 격인 1장을 지나 2장에서는 '언론복합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3장은 언론복합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으며, 4·5장은 복합체의 작동 방식을 찾기 위한 사전 탐사 순서다. 6장은 복합체의 작동 방식을 파헤치며 7장에서는 대안시스템을 제시한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815민족자주대회서울추진위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815민족자주대회서울추진위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의 압권은 방대한 규모로 정리된 언론복합체의 실체다. 보수언론, 국정원과 공안검사를 중심으로 하는 공안세력, 전시작전권과 한미동맹을 수호천사로 여기는 군부엘리트, 정치권과 관료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핵심 엘리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언론은 복합체 내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뿐더러 복합체가 '언론'을 통해 일조의 '담론전쟁'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책은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가 한국 사회를 일상적으로 관통하고 있다는 분석도 다루며 국내와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복합체의 네트워크도 소개된다. 국내의 보수적인 대형교회, 미국의 교포사회, 미국의 파워엘리트 등을 잇는 연결고리에 대한 설명 역시 들어있다. 복합체의 배후에 미국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는 얘기다.

필자들은 한국사회에서 '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언한다. 담론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전쟁터에서 한 편에는 수호천사로 대변되는 이승만, 주한미군, 한미동맹 등이 있고, 반대편 악마로 대변되는 북한, 중국, 포퓰리즘 등이 맞서고 있다는 관점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복합체는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프레임만 동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대신해 말해 줄 수 있는 다른 구성원을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껏 우리는 분단이 지속하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아왔다. 미국, 중국, 일본이 통일된 한반도를 원하지 않으며, 분단 지속의 모든 책임은 도움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염치도 없는 북한에 있다고도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시선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질문을 해본다. 우리는 통일을 못 하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50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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