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미출간 법문과 강연 수록 “고독과 수행 끝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의 메아리”

좋은 말씀/ 법정 스님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시공사 펴냄

법정 스님의 기일인 19일(음력 1월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입적 10주기 추모법회에서 참석자들이 영상 법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 스님의 기일인 19일(음력 1월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입적 10주기 추모법회에서 참석자들이 영상 법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책은 우리 시대 마지막 큰 어른이었던 법정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생전에 법회와 강연을 통해 큰 울림을 주었던 메시지를 엮은 것으로 31편의 미출간 법문이 실려 있다. 생전에 '밥값은 하고 가겠다'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스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님 특유의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유지하면서도 병든 세상을 치유하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명징한 방향을 제시한다.

◆"세상을 치유할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

신앙생활을 하는 불자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에 맞닥뜨린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청정한 존재로서 희구하는 올바른 길과 속인으로서 갖게 되는 욕구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만다. 스님은 개인의 정진을 넘어 중생을 구할 생각과 행(行)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했고, 이 책에 나오는 법문은 그 수행의 결과물이다. 스님은 이 법문집에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세상을 치유할 명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스님은 살아가는 일이란 무언가를 더하고 보태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고 버리는 것이며, 본래 우리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청정함을 캐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또 현대인의 숙명적인 공허함과 외로움, 자아 상실, 도덕적 해이와 환경 문제, 물질을 숭배하는 세태, 점점 희미해져 가는 행복과 자유,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역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법문집에 실린 글들은 미려한 문체로 그린 아름다운 수필인 동시에 혼탁한 세상에 던지는 날카로운 충고이며, '나'를 잃어 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깊은 위로다.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더 충만해지는 것"
스님은 시종일관 나눔을 통해 개별적인 자아가 우주적인 존재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 신앙생활의 도량이 되는 절과 교회는 호사스러움을 벗고 스스로 청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눔'과 '맑은 가난'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이자, 스님이 전 생애에 걸쳐 견지했던 삶의 질서였다. 스님은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점점 파괴되어 가는 자연환경을 우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릇된 국제 질서와 사회 시스템을 고발함으로써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 시장 확대를 꾀하는 강대국들의 지배 전략,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 시스템을 꾸짖는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과 물을 가축에게 먹여서 고기를 취하는 육가공 산업과 육식 위주의 식단을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나라의 식량난과 식수난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고든다. 이런 식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의 육신이 돌아가 쉴 곳인 고향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우리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일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스님의 가르침"

승려이자 만인의 사랑을 받던 수필가를 넘어 구도자이며 사회 운동자였던 스님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해방과 휴전 이후 거세게 밀어닥친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통 사회가 파괴되고 자아를 상실하는 세태를 목격하며 스님은 말과 글과 행동으로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썼다.

이 법문집에서 스님은 행복과 자유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어린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세상을 치유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명징한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빛을 발하는 가르침을 주었기에 법정 스님은 영원한 스승으로 우리 곁에 지금도 머물고 있다. 392쪽, 1만7천원.

 

※법정 스님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을 다니던 중 출가를 결심했다. 1956년 고승 효봉으로부터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비구계를 받았다. 교단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1975년부터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1976년 출간한 수필집 '무소유'가 입소문을 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후 펴낸 책들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필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법랍 54세)로 입적했다. '무소유'를 비롯해 '오두박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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