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화로 만나는 가슴 뛰는 역사의 그날…4·19 혁명을 기리며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창비 펴냄

경상북도는 2015년 4월 19일 경북도청 강당에서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사진)을 열었다. 매일신문DB 경상북도는 2015년 4월 19일 경북도청 강당에서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사진)을 열었다. 매일신문DB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창비 펴냄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창비 펴냄

4·15 총선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금 소환한 이유는 4·19 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선거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그저 거저 얻은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듯 수많은 역경과 맞서야 했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시민들이 부정한 권력의 억압에 민주화운동으로 대항해 쟁취해냈다. 유권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유권자의 표가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진정한 의미의 선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꽃(선거)을 피운 것은 민주화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그저 기록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를 위해 역사를 올바르게, 역사적 장면들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됐다.

1960년 4월 20일 경북대생 2천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교문을 뛰쳐나와 가두시위에 나서 중앙로, 남문시장을 돌아 도청광장에 진입했다. 매일신문 DB 1960년 4월 20일 경북대생 2천여 명이 스크럼을 짜고 교문을 뛰쳐나와 가두시위에 나서 중앙로, 남문시장을 돌아 도청광장에 진입했다. 매일신문 DB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 동시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등 네 작가가 참여해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배경으로 만화를 그렸다. 올해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의 출시는 더 뜻 깊다.

기획에 참여한 네 작가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역사적 사건들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조명함으로써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해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회고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4·19혁명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았음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하는 사회의 단면을 녹여내고 40년 전 광주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사업회는 기획의 말에서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다룬 이 네 권의 만화는 우리 사회가 지금에 도달하기 까지 거쳐온 노정이다. 이 책들이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어제의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게 내일의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 중앙로에 자리한 '4·19 혁명의 진원지' 표지석.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 중앙로에 자리한 '4·19 혁명의 진원지' 표지석. 매일신문 DB

◆윤태호 작품으로 만나는 4·19혁명

그 중 4·19혁명을 다룬 윤태호 작가의 작품 '사일구'를 들여다보자. 1960년 4월 19일, 학생들과 시민들이 3‧15부정선거와 이승만의 독재에 항거하여 일제히 거리로 나선다. 윤태호의 '사일구'는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잉태한 민주주의의 성장과 그를 이룩해낸 시민들에 주목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 과연 4‧19혁명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주인공 김현용의 인생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할 수 있을테다. 김현용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의미도 모르는 채 해방과 전쟁을 경험했다. 공습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린 나이에 징집되어 총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 생존해 돌아온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은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였다.

3‧15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던 1960년, 사는 데 급급했던 현용은 부당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겁쟁이'로 살아남았다. 4.19혁명의 그 날, 광장으로 나가 정의를 외치는 동생 현석을 말리느라 지척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친구 석민을 외면해야 했던 현용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현용은 이렇게 독백한다. "죄송합니다. 수천번 사죄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 그때도 몰랐고 꽤 오랫동안 몰랐지. 그 희생을 왜 가치 있게 느끼지 못했는지…."

격변의 현대사를 살아내며 초로의 노인이 된 그는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을 조용히 찾는다. 촛불을 든 현용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4.19혁명에 동참하지 못한 부채감과 친구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광장에서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었을까.

'사일구'는 역사 속 개인이 저마다의 처지에서 4‧19혁명을 경험했음을 말한다. 또 투쟁과 항거로 이룩한 민주주의의 열매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역사 속 그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역사의 뒤편에서 민주주의의 성장을 목격해온 주인공의 고백은 역사에 빚을 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전4권. 각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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