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

김명수 지음/ (주)창비 펴냄

'폭망론'과 '폭등론'이 대립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경제위기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니면 '대안적 주거전략'의 출발점이 될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모습. 매일신문 DB '폭망론'과 '폭등론'이 대립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경제위기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니면 '대안적 주거전략'의 출발점이 될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인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모습. 매일신문 DB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책] 내 집에 갇힌 사회

한국인은 왜 집(아파트)을 살까. 단순히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집을 산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이나 수도권 등 괜찮은 곳에 '내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하면 향후 생존경쟁에서 패배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집(아파트) 이야기는 서울 강남, 수도권, 그리고 일부 지방 대도시에 주로 해당하는 사안이다.)

서울 핵심지역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 년 사이에 4억~5억원 이상 폭등하는 것을 지켜보는 서민들은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말을 실감한다. 서민들이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 해봤자,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내 집을 마련해야만 향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부동산 폭망론'과 '조정 후 폭등론'이 다시 격렬히 맞붙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부동산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명한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서울대 사회학) 논문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 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 1970~2015'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여다 쓴 대출)'을 하는 청년, '똘똘한 한 채'를 가진 회사원, 재건축 보상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위에 녹아 있는 복잡다난한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한국 도시민이 맹목적인 내 집 마련을 추구하는 '소유자 가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출현한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주택정책은 주로 민간자원을 동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공공자원 대부분이 산업화를 위한 성장산업에 집중되었던 시대였던 만큼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이처럼 민간 의존적 주택 공급 질서로 인해 정부는 주택생산 비용을 건설사 등 사적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주택공급으로 인해 생겨난 편익을 건설사와 주택 구매자에게 편중 할당하는 자원 동원 및 배분 기제를 용인하게 되고 이것을 저자는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주택공급에 따른 편익(경제적 이익)을 대형 건설사에게는 이윤으로, 주택 구매자에게는 주거필요성 충족과 더불어 자본이득으로 제공하면서 주택(아파트)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가족의 물질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생계수단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에는 내부 모순이 존재했다. 편익 수혜에서 배제되고 주택소유를 통한 사적 재생산 경로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거생활의 안정성마저 확보하기 힘들었던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치솟는 주거비용과 더불어 폭발한 것이다.

철거민 저항운동, 토지공개념 입법을 둘러싼 마찰, 분양가 통제, 아파트 시공권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1980년대 말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다. 저자는 이 위기에 대한 정치적 조정과정은 비용-편익 구조의 제한적 합리화를 통해 공급연쇄의 안정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장기 무주택자의 배분 순위 상향 조정, 분양 당첨자의 1순위 배제, 대규모 공급확대 정책 등을 통해 자가소유의 확대라는 결실을 거두었고, 이같은 체제 순응적 해법은 중간계급과 상층 노동계급으로 확대되면서 지배적 점유형태로 내 집 마련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채 의존적 수요관리(주택담보대출 비율 조정)와 그 수단으로써 주택금융이 부상했고, 이로 인해 그동안의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의 종식이 아니라 재조직을 통한 심화를 계기로 제공했다. 이제 주택(아파트)은 단순히 가격상승에 따른 가계 재무적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기적 가계금융의 지위까지 얻게 된 셈이다.

이제 주택에 대한 자가소유권은 미래의 안전 수단을 넘어, 금융 관계 형성을 통해 가구경제의 존속을 보장하고 생활수준의 강화를 가능케 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서 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행동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가족의 사적 재생산과 자가소유권의 확보 및 행사에 몰두하는 '생존주의 주거전략'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내 집 마련이 사회적 지위 형성과 경제적 안전의 획득이라는 이중의 가족 사업을 완수하는 토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개별 가구의 관점에서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생활전략일 수 있지만, 생존주의는 그 배타적 성격으로 인해 (무주택자에게 사회·경제적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사회의 균열을 조장하고 연대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폭망론'과 '폭등론'의 대립은 경제위기가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할지, 아니면 '대안적 주거전략'의 출발점이 될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보인다. 384면,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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