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국 내셔널리즘

오노데라 시로 지음/ 김하림 옮김/ 산지니 펴냄

1989년 중국 텐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사상 단속을 하던 중국공산당 정부가 취한 방법 중 하나는 '민족'과 '애국'의 재강조였다, 청말·중화민국 시기에 쓰이다 사라진 듯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중국공산당이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은 홍콩에서 열린 중국 텐안먼 민주화운동 28주년 기념 집회. 매일신문DB 1989년 중국 텐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사상 단속을 하던 중국공산당 정부가 취한 방법 중 하나는 '민족'과 '애국'의 재강조였다, 청말·중화민국 시기에 쓰이다 사라진 듯한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을 중국공산당이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은 홍콩에서 열린 중국 텐안먼 민주화운동 28주년 기념 집회.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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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带一路)를 통한 중국몽(中國夢)이 큰 시련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중국공산당 정권에 대한 신뢰가 국내외에서 추락하고 있고,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인한 타격 역시 만만치 않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온 중국은 2010년 GDP 세계 2위의 명실상부한 '대국'이 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과 발언권이 커졌다. 이와 함께 영토와 주권, 역사인식, 민족문제 등을 놓고 주변국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들과의 분쟁,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 미국과의 대립 등 중국공산당이 벌이는 온갖 사건들의 이면에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고양되고 있는 '중국의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내셔널리즘의 기원에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하나는 텐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1990년부터 시작한 애국주의 교육으로 대표되는 중국공산당 정권의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중화사상, 덕치와 화이사상, 조공과 책봉 체제 등 중국의 사회구조 및 전통적 사상·문화와 같은 요소를 중시하는 견해이다.

저자는 "만약 중국공산당 정권의 애국주의 교육이 효과를 발휘했다라고 한다면 중국사회에서도 그 정책을 받아들일 만한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면서 "그 같은 소지가 언제 어떻게 해서 형성되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서문을 통해 전통중국의 세계관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반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120년 간의 중국 내셔널리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살펴본다.

중화민족다원일체구조론(페이샤오퉁, 1988)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주장은 한족을 중심으로 중국 영역 내의 56개 민족이 일체화한 것이 바로 '중화민족'이고, 중화민족은 수천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오면서 19세기 이래 열강과 대항하게 되면서 그것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 국경을 넘어 거주하는 몽골인과 묘족 등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등 실증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같은 주장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전체인구에서 소수민족이 점유하는 비율은 낮은데 비해, 소수민족의 거주지역은 광대하다는 불균형이 항상 중국 소수민족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티베트, 신장위구르, 대만과 홍콩 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그것이다.

원래 공산당정권의 정당성은 공산당만이 진리인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인민'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하는 논리를 통해 담보되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정책은 경제발전을 가져온 반면에 사회주의체제의 심각한 형해화를 초래했다. 시장경제 도입 이후 공산당은 자신들이 '국민'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통치를 정당화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중요하다.

또한 사회주의식 일당독재의 유지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추진이라는 딜레마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내셔널리즘이 강조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중국 경제성장률 급락과 경제공황의 도래 속에서 중국의 내셔널리즘과 중국공산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11년 신해혁명으로 근대 중국의 내셔널리즘 횟불을 올린 중국 '우한'이 이번에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역사의 전면에 부상한 것은 정말 아이러니컬하다. 312쪽, 2만원.

〈키워드〉

▶일대일로'(一带一路): 중국이 서부 진출을 위해 제시한 국가급 정책.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로, 포괄하는 나라만 62개국, 추진 기간은 150년에 달한다.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 시진핑 체제의 어젠다 중 하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를 구체적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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