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남중(南中)/하응백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소설 남중 표지 소설 남중 표지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연작소설 '남중(南中)'을 펴냈다. 자신의 첫 소설작품이자 자전소설이다. '김벽선 여사 한평생',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남중'이라는 3편의 작품이 연작소설 '남중'을 구성하고 있다.

'남중'은 일제 강점기와 6.25 때부터 최근의 문인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흡인력이 있다. 작가 하응백은 "묘사를 제외하고 스토리 위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소설, '김벽선 여사 한평생'은 1929년생 여인의 한 평생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이 6·25 때 전사하고, 이후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 이 여인은 나이가 든 후, 법원의 허락을 받아 전사한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다. 죽은 사람과 혼인하기 위해 법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이 과정을 바라보는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다.

두 번째 소설,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은 1899년생 북한 신의주 출신 한 남자가 월남하며 여러 여인을 만나 살다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전편에서 여인이 남편 전사 후 만난 남자가 바로 하영감이다. 하영감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웃기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행장(行狀) 소설이다.

세 번째 소설, '남중'은 김벽선 여사와 하영감의 아들이 문학평론가가 되어, 문학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로 문학평론가 하응백의 자전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가 황순원과 김남천, 시인 박정만 등 여러 시인과 작가의 인연이 전개되며, 한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본인이 특검에서 한 진술과 법정 증언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이 세 편의 소설은 제 각각의 작품이지만, 내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라는 화자가 동일 인물이기도 하고, 내용상으로도 연결 고리가 있다. 작가는 "여러 편 장편으로 쓰는 건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 본다. 소설을 쓰면서 생략하고 빠뜨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기려고 애썼다. 그렇게 앙상한 뼈들 중 하나씩을 서로 걸치게 해 연작소설이라고 우기는 걸로 봐 주시면 된다"고 말한다.

지은이 하응백 지은이 하응백

문학평론가가 소설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 예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문학평론가란 사람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응백은 왜 이런 작업을 감당했을까?

"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상했습니다. 평론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숙제를 하지 못했다는 미진함이 있었어요. 이제 후련합니다. 소설을 써보니 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몇 편은 더 쓸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인데 독자들의 호응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이 작품 '남중'은 '나는 왜 태어났는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소설적 통찰이다. 동시에 혼란한 시대를 본능으로 관통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 그들이 잉태한 한 생명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목 '남중(南中)'은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한 바로 그 순간을 지칭한다. 작가는 "남중은 삶의 순간적 황홀이다. 우주적 질서 속에서 태양과 지구와 당신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절대적인 순간이다."고 말한다.

176쪽, 1만2천500원.

 

▷ 하응백

1961년 대구 출생. 대건고등학교 문예반 '태동기'에서 활동했다. 태동기 동인으로 문학평론가 박덕규, 시인 안도현 등 많은 문인이 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 문학평론집으로 '문학으로 가는 길', '낮은 목소리의 비평', 문인들과의 대담집 '친구야, 다리를 건너거라', 국악가사 해설집 '창악집성', 낚시 에세이 '나는 낚시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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