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이리아 마라뇬 지음/ 김유경 옮김/북멘토 펴냄

'더 자유롭고 행복한 페미니즘을 위하여'… 여아와 남아가 어릴 때부터 장난감 등으로 체득하는 성관념, 남성우월주의로 이어져

이리아 마라뇬,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이리아 마라뇬,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개봉하면서 온라인 상 남녀 설전이 거세다.

남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해당 작품은 70년대 이전까지의 옛 일, 80년대 생이 일생에 걸쳐 숱한 성차별을 겪을 만큼 불평등이 심각하지 않다"며 "페미니즘은 여성이 우위에 서고자 남성을 탄압하는 해약"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아직도 남성은 여성이 맡은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고 '돕는다'고 표현한다. 출산과 육아로 사회 진출이 가로막히거나 직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도 없다"며 "페미니즘은 성평등 운동"이라고 맞선다.

이런 가운데 책은 '페미니스트'가 남성우월주의의 반대말(여성우월주의)이 절대 아니며, 남성우월주의를 타개하려는 것이라 바로잡는다. 아울러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가운데도 여성은 다양한 개인적, 구조적 차별에 놓이며, 그것이 어릴 적 사회화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달리 내재화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남아는 모험적 로봇, 여아는 가정적 인형

1990년대 소비 경제와 자본주의 성장으로 완구 회사들은 아이들을 자극해 상품 판매량을 늘릴 방안에 골몰했다. 그 결과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수요 제품을 구분했다.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스위트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 광고는 성별에 따라 장난감에 색상(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 등)을 입히지 않았지만 성 역할 관념(여아는 집안일 관련, 남아는 기계 관련)에 따라 편향적으로 이뤄졌다.

1990년대 이후로는 아예 여아용, 남아용 장난감에 색상 구분까지 가미됐다.

이에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그렇듯 여자 아이는 인형 소꿉놀이를, 남자 아이는 슈퍼히어로, 군인, 축구 선수 놀이를 하며 놀게 하는(노는) 데 익숙할 것이다. 여아가 운동장 한 귀퉁에에서 고무줄놀이나 피구를 하고 놀 때 남아는 넓은 운동장의 중심부를 누비며 1인당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점유한 채 공을 차고 논다.

나아가 남아는 다른 남아, 또는 여아가 고무줄놀이를 하느라 차지한 활동 공간을 점령하거나 빼앗아 노는 데 익숙한 반면, 여아는 그런 침범에 크게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공간을 빼앗기고 마는 일도 다반사다.

어릴 적 같은 성별의 친구와 끼리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란 남자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넓은 영역을 종횡무진하거나 모험하는 삶을 산다. 작게는 대중교통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않아 옆사람의 공간을 침범하고, 크게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다소 폭력적인 방법(언성 높이기, 위협, 무력)을 일삼는 사례도 생긴다.

반대로 여아들은 더 낮은 직급에서 일하거나 집안일과 육아를 맡고 돌봄받는 일에 익숙해 진다.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가 하면, 위험이나 갈등에 휘말릴까 늘 '조심'해서 살기도 한다.

수 세기에 걸쳐 대물림한 성역할과 성별에 따라 달리 한 장난감 놀이는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쯤, 누군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 개개인에게 남성우월주의로 뿌리내린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모험심 지닌 여아, 존중심 지닌 남아로 키워야

스페인에서는 여아가 태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귀를 뚫어 주고 분홍색 치마를 입히며 남아는 파란색 발싸개를 감싸준다. 저자는 이런 관습이 사회 외부요소에 따라 우리의 젠더(사회적 성)가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이라고 지적한다.

스페인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로 오늘날을 사는 저자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학습한 젠더 차이를 통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사회가 만든 남성으로, 여성으로 자란다고 지적한다. 울어서는 안 되는 남성, 자기 의견을 표출해서는 안 되는 여성으로 사회화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가정 손빨래를 해 대느라) 세탁기 발명 전까지 참정권을 위한 캠페인이 참여할 수 없었다"는 케이틀린 모란의 말처럼, 신체적 차이로 인해 여성은 오랜 세월 남성에게 의존해 왔다.

즉, 발명과 제도 발전이 선행하고서야 여성도 점차 사회 진출의 장벽을 하나하나 부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찾아 왔다.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여전히 그 과정에 있다.

저자는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신의 본성에 맞서고 도전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꼭 '인간적인' 모습은 아니며, 일단 생물학적 요인의 한계가 극복되면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억압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성별의 아이에게든 구분 없이 페미니즘과 평등, 존중, 비폭력으로 교육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책 곳곳에 독자가 생활 속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 방법도 실렸다. 2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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