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강제이주열차/이동순 지음/창비 펴냄

'살아선 세상에 갇혔고/죽어서는 쇠 울타리에 갇혔네/얼굴과 이름 새긴 돌비 하나 누가 세웠으나/더 큰 풀 돋아나 다시 묻혔네/(중략)/곧 쏟아질 눈발이/그대 어깨 위에 나비처럼 사뿐 내려앉아/내 모든 사연 낱낱이 일러주리니/결코 나를 서럽게 여겨 울지 말거라'(고려인 무덤 중에서)

시인 이동순의 신작이자 그의 18번째 시집이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다룬 연작 작품집으로 강제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슬픈 영혼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다.

"이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우리 민족이 연해주와 사할린, 중앙아시아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시련,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애환을 내가 시인으로서 대신 불러내고 모셔온 것이다. 당시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

지은이의 말처럼 고려인 강제이주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의의 자체가 각별한 동시에 희생당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그 모두의 애끓는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 시인의 정성과 내공이 문학적으로 빛을 발하는 성과물이다.

제1부는 제목 그대로 강제 이주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하루아침에 수만 킬로 떨어진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몰려야 했던 장삼이사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제2부는 무수한 일제 강제징용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지은이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만리타향에 뼈를 묻은' 사할린 한인들의 기구한 세월을 그려내고 있다.

제3부는 2018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인 묘지에 나란히 묻힌 두 혁명가 홍범도와 계봉우를 기리기도 하며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등을 싣고 있다.

지은이는 이번 시집을 쓰면서 "가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엇이 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놀라운 충격을 자주 겪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강제이수에 대해 당시 현실과 정황을 시로 복원하는데 정성을 쏟았던 것이다. 20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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