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불길순례/박영익 지음/행복에너지 펴냄

우리나라에서 봉수대는 약 120년 전까지 사용됐던 통신방법이다. 봉수대는 전국에 600곳 이상이다. 지은이는 학생들과 봉수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직접 발로 뛰면서 전국의 주요 봉수대를 탐방했다.

책은 봉수대의 흔적을 찾아 떠난 목적이외 부차적으로 그 주변의 멋진 자연 경관과 서정, 전설 등도 함께 기록해 책 읽는 흥취를 더해주고 있다. 또 사라져 가는 과거 문화재에 대해 단순한 연민을 떠나서 학술적인 가치의 질량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해박한 한학 지식을 활용해 봉수대와 관련한 지명과 유래에 대해 조어의 구성과 사물이 가리키는 설화적 의미까지 파악하고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 예로 봉수가 밀집된 '간봉 9노선'의 경우 '황간 소이산' '문의 소이산' '진천 소이산'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소이'가 '-쇠'의 어원으로부터 비롯한 것임을 규명하고 있다. '-쇠'는 신분이 낮은 양민 계열의 봉수군을 가리키는 말로 일정 기간 봉수대를 지키며 이들이 부역 또는 군역을 담당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쇠'들이 머물러 있는 곳이 '소이산'이었던 것이고 역사 속에서 왜구의 침략이 잦았을 때 봉수는 나라를 든든히 지켜주는 최전방의 군사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봉수제도는 1895년 을미개혁으로 폐지됨으로써 제 기능을 잃고 간난신고했던 겨레의 근대사와 수난을 함께했다.

세월의 풍화, 무지로 인한 훼손, 전쟁과 군사시설로 부서지면서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져 간 봉수대. 역사의 기록을 통해 조상들의 향내가 느껴지는 책의 구성은 단순 팩트를 떠나 모두에게 민족의 얼을 은은하게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30여 년간 대구에서 중등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봉수에 대한 관심도 학생들과의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으며 조부에게서 배운 천자문이 인연이 돼 오랫동안 한학에 힘썼다. 42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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