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홍익희 지음/행성B 펴냄

인류 문명 흐름에 따른 종교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성탄절을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인류 문명 흐름에 따른 종교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성탄절을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종교를 떠올리면 우리는 흔히 교회나 절, 성당 등의 건축물이나 그 상징, 그리고 구성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천국와 지옥같은 사후 세계의 교리나 종교 규범 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앙 체계로 여겨진다. 하지만 종교의 탄생과 발전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흐름과 함께 해왔다.

종교를 한 걸음 물러나 인류 문명사의 흐름에서 바라본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가 출간됐다.

◆문명의 흐름과 함께하는 종교

베스트셀러 '세 종교 이야기'를 통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을 다루면서 세계사의 흐름과 종교 분쟁의 근원을 짚어낸 홍익희가 인류 문명의 더 넓은 바다에서 세계 종교를 통찰한 '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로 돌아왔다. 책은 문명의 발생, 종교의 탄생, 제국들의 흥망과 함께한 종교의 역사를 통해 종교적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종교가 말하는 진리와 평화는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인류의 기원,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 고대 신화의 탄생, 기후 변화에 따른 유목민족의 이동, 국가 체제 혹은 사회 제도를 뒷받침하는 사상의 수립, 제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국가종교의 필요성 등을 통해 종교는 모양을 갖추었고 가다듬어졌다. 또 종교끼리도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종횡으로 영향을 미치며 형이상학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류의 종교 발자국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인류 문명사로 세계 종교를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유목민족과 정주민족의 대결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드넓은 초원 지역이 형성되자 바이칼 호수 근처에는 몽골로이드계 유목민이, 흑해가 범람한 코카서스 지역에는 코카소이드계 유목민이 등장했다. 코카서스 초원의 유목민은 인도유럽어족으로 흔히 아리아인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것이 '쿠르간 가설'이다. 종교와 관련해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이들의 발자국이다. 토테미즘의 효시인 이 유적은 농경생활 이전에 종교 공동체가 먼저 성립됐다는 점을 입증한다.
초원의 유목민족은 정주민족이 살던 지역으로 들어가 지배계층이 되면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세웠다.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에 따르면 인류 초창기 유럽대륙에는 여신을 숭배하는 여성 중심의 평화로운 문명이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기원전 3천500년을 전후로 호전적인 기마 문화인 코카서스 초원 문화가 서쪽으로 세력을 뻗쳐와 인도유럽어족의 유럽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가부장제와 부계체제를 앞세우면서 남신 숭배 사회가 됐다.
아리안의 일부가 기원전 15세기경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인도 북부로 쳐들어 가면서 카스트 제도를 새로운 통치 체제로 구축했다. 그리고 이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대 페르시아 다신교를 조금 변형시킨 브라만교를 만들었다. 브라만교는 사상의 발전을 거듭하며 불교와 힌두교로 이어진다.

◆제국과 왕, 그리고 종교

이 책에서는 제국과 세계 종교의 관계도 다룬다. 인도유럽어족이 세운 히타이트의 최고신은 미트라였다. 자손과 가축을 내려주는 번영의 신이자 만물을 품은 빛의 신이었다. 미트라교는 고대 페르시아를 거쳐 그리스와 로마 시대까지 번성했고 초기 기독교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마스와 일요일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으며 미트라교는 쇠퇴했다.
조로아스터교는 세계 종교 성립에 뿌리다. 키트라교도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고, 유일신, 선악 이분법 등의 개념은 유대교는 물론 기독교까지 이어졌다. 중국으로도 전파돼 경교로 불렸고 미륵불과 정토 사상 등으로 불교에 파급됐다.

조로아스터교도 비스타스파왕을 만나기 전까지는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자신의 종족에게서 거부당한 조로아스터는 박트리아의 비스타스파왕에게 전도하러 가지만 2년간 투옥을 당한다. 하지만 왕은 다신교보다 유일신교가 국가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조로아스터교를 받아들이고, 이후 급속히 퍼져나간다. 비스타스파왕은 콘스탄티누스황제를 떠올리게 한다. 로마제국의 단독황제가 되는 계기였던 밀비우스 전투를 앞두고 꿈에서 승리의 계시를 받은 그는 313년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한다.

이처럼 이 책은 세계 문명사와 함께한 종교를 다룬다. 이 때문에 종교의 교리적 특징이나 차이점 등 다소 딱딱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내용들을 명쾌하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밖에도 '신라 기마인물상은 쿠르간 가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집트 신전과 콜로세움을 세운 민족은 누구인지', '콧수염을 기른 서양인 모습의 불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660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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