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이인숙 지음/중문 펴냄

"서병오는 20C초까지 지역 화단이나 지역 미술가의 존재가 미미했던 대구에서 이름이 크게 드러난 최초의 대구출신 작가이다."

이 책은 미술학 박사로 조선시대와 근현대기 서예와 수묵화, 전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은이 이인숙이 서'서'화 삼절의 석재 서병오(1862~1936)의 작가상과 작품세계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쓴 것이다.

석재 선생은 삼절 중 특히 시짓기를 좋아해 자신의 서재이름을 '유마시루'(維摩詩樓)라 칭했고 최현달은 그의 시를 '거리낌 없이 자유롭고' '타고난 정취가 호탕하며' '가락이 뛰어난' '진(眞)'의 시라고 평했다. 글씨는 짙고 풍성한 농묵을 사용해 무겁고 둔탁하면서도 감정이 물씬 우러나는 천연한 글씨로 파토스가 있는 서예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림은 묵죽과 묵란 등 사군자로 시작해 중국과 일본에까지 유명세를 떨칠 만큼 호쾌한 필력과 정감 있는 창윤한 필묵세계를 이루었다.

타고난 총명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석재는 또한 다재다능했던 풍류객으로 '뜻대로 즐겁고 기쁘게 사는 것이 곧 상류 인생'이라는 시구를 남길 만큼 생애를 풍류와 멋으로 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논거로 석재의 시서화에는 22명의 기생 이름이 명시되고 있다.

그림이 그려진 화면 위에 화가가 써 넣은 글인 화제(畫題)는 한자문화권 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시서화의 융합, 그 중에서도 작가 자신의 창작시를 써 넣은 그림은 지식층 회화가 고도로 완성된 형식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석재의 그림 300여점을 조사해 화제를 확인해 본 결과, 창작시로 화제를 쓴 경우는 15점이다. 이는 특별한 경우에만 화제시를 창작했던 것으로 짐작되는 일이다. 석재의 창작 화제시는 감사의 마음 표현, 만남을 기념한 교유의 산물로 여겨진다.

시와 그림이 의미와 이미지로 호응하고 그림과 글씨가 같은 필성으로 혼연히 어울리며 시서화가 융합된 화면이 다름 아닌 석재의 필묵세계인 것이다. 책 제목 '석재 서병오 필묵에 정을 담다'는 곧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온축한 것이다. 193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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