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스티븐 호킹 유작'배지은 옮김/까치 펴냄

"나는 위대한 과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반에서 겨우 중간 정도 가는 수준이었고 숙제는 항상 엉망이었고 손 글씨도 매우 잘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특히 우주의 기원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때가 내 꿈이 시작된 때였고 그 꿈이 이루어져서 나는 무척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21살 때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일명 루게릭병)에 걸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움직일 수 없는 몸, 그래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외관. 하지만 결연한 눈빛으로 컴퓨터로 합성된 목소리와 유난히 표정이 풍부한 눈썹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그가 과학자, 기술 사업가, 재계거물급 인사들로부터 오늘날 거대한 질문 즉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대한 견해요청에 다양한 형식으로 대답했고 개인적으로 보관한 자료에서 발췌한 유작이 책으로 엮어졌다.

호킹은 호킹 복사, 호킹 온도, 무경계 이론, 정보모순 등 획기적 물리학 이론을 제시하면서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의 통합을 시도한 양자중력이론의 개척자였으며 나아가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빅 퀘스천에 대한 답을 모색함으로써 '과학자'를 넘어 '도전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빅 퀘스천는 ▷신은 존재하는가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등 모두 10개이다.

호킹은 이들 문제에 대해 철저히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을 동원해 '과학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책은 다소 어려운 물리학 이론과 용어들이 등장해 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인내심을 갖고 읽어내려 가다보면 거대한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과 사고의 실마리를 건질 수 있다.

예로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호킹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복잡한 방정식들로 인해 현실적으로 우리가 가진 미래 예측능력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는다고 보았다. '시간여행이 가능한가'란 주제에 대해서는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빛보다 빨리 가는 우주선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주선을 빛의 속도로 가속하려면 무한대의 힘이 든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에 대해선 그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기존의 지능을 증폭시켜 과학과 사회 전 분야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인간과 대등하거나 인간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창조되었을 때의 결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1000년 안에 어떤 식이든 필연적으로 지구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고, 그전까지 독창적인 인간들이 지구의 무정한 속박에서 벗어나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킹은 제시된 빅 퀘스천에 대해 어떤 것은 그가 연구했던 과학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답하고 있으며, 그가 추구한 과학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메시지는 '독자 모두가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우리의 실존에 관한 거대한 문제를 고심함에 있어 우주는 과학을 통해 이성적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나는 이 행성(지구)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고 물리학 법칙과 머릿속 생각을 이용해 우주를 여행하며 살았습니다."

생의 막바지에서 토해낸 호킹의 고백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바라보며 살았던 한 천체물리학자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의 탄성이라면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어두지 말라.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책 말미의 호소는 인류에게 던지는 그의 웅변이다.

호킹은 2018년 3월 76세를 일기로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영면했다.

앞으로 우리가 양자중력법칙을 완성하고 우리 우주의 탄생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면 그 성과는 대부분 호킹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이루어 낸 성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29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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