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작 ]씨름 혹은 싸움-정경용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일러스트 전숙경(아트그룬)

 

딸을 툭! 툭! 건드렸다. "하지마!" 귀찮아 하던 딸이 곧 일어나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엎어놓고 팔을 비틀고 다리를 꺾고 어깨와 등을 흠씬 패고 나서 씩씩거리며 보일듯 말 듯한 웃음을 보였다. 한바탕 장난질이 끝나고 나서 나는 딸을 꼭 껴안았다.

미용실을 경영하는 바쁜 시간 속에서 초등학교 4학년의 아들과 새로 입학한 딸의 표정에 나는 민감하게 대처를 하였다.

밖에서 싸움을 한 날이나 고민이 있어 보이는 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장만하였다. 저녁상을 차리는 동안 햄이나 계란말이 또는 고기 반찬을 지지고 볶았다. 굳었던 표정이 밝아졌다. 밥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물어보면 줄줄 풀어 놓았다.

오늘은 딸이 지능이 모자라는 저능아 짝꿍에 대하여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짝꿍이 화장실을 갈적마다 같이 갔어요. 이쪽인데 자꾸 저쪽으로 갔어요. 왜 그렇게 고집이 센지, 말도 못 알아듣는 것인지, 그래도 다른 때는 손잡고 가면 잘 따라왔는데 오늘은 그만 옷에다 똥을 쌌어요"

딸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딸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짝꿍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짝을 바꾸고 싶다고 하였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말해보겠다고 하면서 볼에다 뽀뽀를 해주었다. 짝꿍을 보살피려면 참 힘들겠지만 나보다 약한 친구를 도와주는 것은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위로해주었다.

미용실 손님에 치이고 살림에 부대끼다보니 몸이 많이 지쳤다. 사지가 쑤시고 붓고 저렸다. 만만한 게 딸이었다. 초등하교 입학하기 전에는 허리나 등을 밟아 달라고 부탁하면 잘 해주었다. 딸은 점점 싫증과 부담을 느꼈고, 어느새 훌쩍 자라서 밟히는 나도 아팠다. 딸에게 밟히는 시원한 통증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딸과 장난을 치다가 딸의 주먹질이 시원했다. 그 후 시원함을 느끼는 쾌감도 있었지만 바쁜 틈새의 오붓한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랑의 표현으로 우리는 자주 장난을 하였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아들과 딸의 숙제를 들여다보고 나서 점포에 딸린 단칸방에 잠자리를 펴는데 딸이 갑자기 달려들어 나를 쓰러트렸다. 허우적거리는 동선을 그리며 이불 위에다 몸을 눕혔다. 나를 엎어놓고 등에 올라탔다. 팔을 뒤로 꺾어서 등에다 붙이고 자근자근 주물렀다. 주먹으로 어깨를 퉁퉁 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리를 꺾고 양 다리를 엑스 자로 어긋맞춰 지긋이 눌렀다.

"엄마! 시원해? 내가 엄마 안마해주려고 목욕관리사 아줌마가 손님에게 하는 것 찬

찬히 봤어요. 엄마가 아프면 나에게 장난거는 것 다 알아요"

딸이 엎드려 내 귀에 속삭였다. 속내를 들키고 말았다. 울도 담도 없는 난달 가게에서 제대로 거두지도 못하였다. 손님에게 매달려 매일 방치하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돌며 동네 아이들을 때리고 툭하면 저보다 큰 애들하고 싸움을 하는 통에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어느날은 맞고 들어와서 훌쩍거렸다.

"울긴 왜 울고 다녀? 억울하면 때린 애 집에 가서 울어야지 가서 더 맞던지, 사과를 받던지, 네 선에서 해결하라구. 생각 좀 해봐 손님네 애들하고 싸움이나 하고 어떻게 장사를 하겠어"

그렇게 막무가내인 줄만 알았는데 엄마를 읽을 줄 았았다.

<10월30일 자 시니어문학상 면에는 수필 당선작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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