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사과를 깎는 시간/당선소감

그간에 누군가 내게 시집을 건네 준 적이 있었던가, 시집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숨 가빴던 초등교원생활 어느 날, 정년퇴직 공문이 떨어졌다. 그때 까지도 내가 시를 쓰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내 속을 꺼내 보이는 일, 얼굴 뜨겁다. 결코 쓰고 싶은 대로 써지지 않는다. 타고 난 시인처럼 수월하지 않다. 시도 배워서 쓴다는 것을 알았다. 그간의 수상실적으로 바우처 혜택을 받아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한 학기 해보고, 지난 이태동안 학사편입으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시집이나 시론, 철학과 미학에 관하여 읽었다. 여전히 시는 어렵고, 쓸수록 더 난해하다. 한창때 빛나는 젊은 시인들은 가히 아름답다. 기대 또한 무한하다. 나는 평생 주어진 일에만 매진했으나, 비로소 시를 쓸 여유, 세계를 바라다보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유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처음 운전을 배워 올림대로를 달릴 때의 불안을 극복한 통쾌함처럼. 시를 쓰는 일 또한, 고통을 극복한 기쁨이다. 시 한 편의 환희는 오래간다. 그간의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써나갈 것이다. 내안에 있을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수많은 어릿광대 타자(他者)들을 환대할 것이다. 꼭 시詩가 아니어도, 시詩 이상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더 많이 있다. 내가 쓴 시가 나 자신을 구원시키는 일은 물론, 누군가를 위로받게 하고 견디게 하는 살만하게 하는 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08-20 11:28:16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햇반의 온도/당선소감

문득, 여고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백일장에서 입상하고 가슴 설렜던 그때 그 시간이 먼 길 돌아 당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 왔습니다. 늦깎이로 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갈등과 방황으로 몇 번이고 접을까도 생각 했지만, 어느덧 詩는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나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하반기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뜻 있는 한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며 힘이 된 문우들께도 고마움을 보냅니다. 길을 열어 주신 대구매일 신문사와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2018-08-20 11:25:45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자작나무 훈민정음/당선소감

내겐 기쁜 소식을 듣고, 잠시 뒤에 갖는 버릇이 하나 있다. 이후에 나는 어디에 사용 될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쓸 만한 걸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번 시니어작품 공모전에도 이순(耳順)의 세대가 그나마 감성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이구나 싶어 응모를 했다. 당선 통지를 받고 나서 잠시 뒤에, 이 만년의 감성이 어디를 향해서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 현실에 적용되는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인공지능이 더 멋진 글을 쓰는 시대에 시니어의 감성과 정신이 어떻게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회의가 앞서는 투지를 느꼈다. 뭐니뭐니해도 시니어 감성을 눈여겨보는 매일신문사에 경의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저녁의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가는 땅거미를 지면으로 불러내어 서쪽 하늘에 개밥바라기 반짝이게 독려하는 것 같다.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불쏘시개를 모아 전등불 아끼는 부엌에 쌓는 것 같다. 어려운 시각을 맞춰 준 선자께 감사를 드리며 유월의 녹음 짙은 가로수 아래를 활기차게 걷는다.

2018-08-20 11:23:39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자작나무 훈민정음

자작나무 훈민정음 조성연 인제군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에 가면 닥티눈 점점 박힌 설화지雪花紙가 천진데요 못하는 먹 글씨라도 한 번 쓰고 싶어지죠 색깔에 눈 빠지고 내음에 씻긴 마음이 티눈으로 써 내려간 해례본을 읽는데요 집현전 모필 넋들이 수천 자루 일어나요 허파를 활짝 열면 가슴 차는 니은 디귿 반포 시절 떠오르는 흥분과 밝은 해가 빛나는 글자 사이에 맑은 공기 널리 붓죠

2018-08-20 11:19:52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사과를 깎는 시간/당선소감

그간에 누군가 내게 시집을 건네 준 적이 있었던가, 시집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숨 가빴던 초등교원생활 어느 날, 정년퇴직 공문이 떨어졌다. 그때 까지도 내가 시를 쓰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내 속을 꺼내 보이는 일, 얼굴 뜨겁다. 결코 쓰고 싶은 대로 써지지 않는다. 타고 난 시인처럼 수월하지 않다. 시도 배워서 쓴다는 것을 알았다. 그간의 수상실적으로 바우처 혜택을 받아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한 학기 해보고, 지난 이태동안 학사편입으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시집이나 시론, 철학과 미학에 관하여 읽었다. 여전히 시는 어렵고, 쓸수록 더 난해하다. 한창때 빛나는 젊은 시인들은 가히 아름답다. 기대 또한 무한하다. 나는 평생 주어진 일에만 매진했으나, 비로소 시를 쓸 여유, 세계를 바라다보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유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처음 운전을 배워 올림대로를 달릴 때의 불안을 극복한 통쾌함처럼. 시를 쓰는 일 또한, 고통을 극복한 기쁨이다. 시 한 편의 환희는 오래간다. 그간의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써나갈 것이다. 내안에 있을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수많은 어릿광대 타자(他者)들을 환대할 것이다. 꼭 시詩가 아니어도, 시詩 이상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더 많이 있다. 내가 쓴 시가 나 자신을 구원시키는 일은 물론, 누군가를 위로받게 하고 견디게 하는 살만하게 하는 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08-20 11:19:18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사과를 깎는 시간

사과를 깎는 시간 심 상 숙 사과를 깎습니다 둘레를 깎습니다 붉은 껍질은 꽃이 흔들리며 망설였던 거리입니다 피울까 말까, 시간의 굴레가 영글었습니다 씨앗의 일가들이 칼날을 지나 흩어집니다 푸른 그림자 속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사과를 깎습니다 우리의 둘레를 깎습니다 향기는 공감각적 두께로 앉은 벌레소리입니다 잎사귀 사이로 내린 별빛이 고스란히 부서집니다 대롱거리던 표정과 비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린 시간이 잘립니다 사각사각 일가들은 잘도 헤어집니다 사과를 깎습니다 귀에 익은 발자국 하나가 멀어집니다 칼날이 스쳐간 자국, 그 아래로 멍의 둘레를 따라 나는 고요히 걸어 내려가 봅니다 아주 사소한 이파리 하나가 붉어가는 사과의 볼 위로 나볏이 스쳐 내린 길입니다

2018-08-20 11:19:02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햇반의 온도/당선소감

문득, 여고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백일장에서 입상하고 가슴 설렜던 그때 그 시간이 먼 길 돌아 당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 왔습니다.   늦깎이로 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갈등과 방황으로 몇 번이고 접을까도 생각 했지만, 어느덧 詩는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나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하반기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뜻 있는 한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며 힘이 된 문우들께도 고마움을 보냅니다.   길을 열어 주신 대구매일 신문사와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2018-08-20 11:18:47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햇반의 온도

햇반의 온도 여호진 어둠과 형광불빛이 통성명을 하는 늦은 저녁 식탁은 벼랑도 없는 사막을 펼쳐놓았다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유령처럼 흘렀다 나의 취항이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레시피 뜨거움 속에 없는 온기를 찾아, 돌아서면 허기가 부풀어 오른다 풍경을 밀어낸 편의점 뒤쪽에서 면벽하는 내일이 된 시간 몸을 있는 대로 구겨 넣은 가파른 등에 방부된 푸른 불빛이 그렁그렁 파문을 그린다 허기의 집은 텅빈 유곽처럼 밤과 함께 깊어진다 피가 따뜻해지는 골목이 있었다 자꾸만 거짓말이 되어가는 오늘의 온도 말고 집밥이라는 말을 따라 조팝꽃처럼 퍼지던 식구들 기억 속의 집은 너무 멀어 발목을 내놓은 채 갇혀버렸다 입김처럼 흩어지는 만개한 적막 온몸에 오돌토돌 열꽃을 피운다 제풀에 익은 꽃이 물집처럼 터지고 늘 공복인 그림자가 뜯겨나간 손톱으로 밤을 할퀴며 선회 한다 꾸역꾸역 나를 파먹고 있다 한 세계를 욱여넣고도 속일 수 없는 허기로 밀폐된 바깥이 너무 멀다

2018-08-20 11:18:09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물의 과외공부-당선소감

-하늘을 날고 싶은 물고기- 보이지 않는 벽은 뚫기도 어렵다, 만 리길도 아닌 한 길속에 있다는 언어를 잡기위해 손바닥보다 작은 낚시대 가냘픈 손잡이에 숨어있는 언어를 부르며 낚시 끝에 쉽게 모습을 주지 않는 시어를 찾아 멀고 깊은 하늘에 낚시를 던진다. 별빛아래 까만 피를 흘리며 시리도록 눈을 끌고 점점 깊이 빠져들어 낚시 대와 나란히 하얀 바다를 걸어가고 있다, 고기야 차라리 낚시 대로 나를 낚아가라, 진한 커피향의 구수함 같은 연륜이 있고 중후하며 깊이 있는 노년의 향기를 같기 위해 글을 쓰면서 중도에서 좌절의 벼랑을 닥칠 때 마다 도망하고픈 날이 많았지만 안개를 벗은 태양은 더 맑고 찬란하다는 학교 선배님 위로에 용기를 내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길, 점심시간에 걸려온 시니어 문학상 당선 소식은 혹시 잘못 들었나 하고 멍하게 귀에 남은 여운을 확인하고서 가슴이 뛰기 시작 했습니다. 시니어 문학상 당선소식은 고기가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에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큰상을 주셔서 뒤늦게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이 점점 잃어가는 노후를 뜻있고 보람을 가질 수 있는 글쓰기는 건강과 자부심을 불어넣는 맑은 샘물 같아 다시 한 번 매일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용기를 주시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를 해주신 마경덕 선생님, 그리고 좀 더 깊고 세심한 글을 강조하시는 맹문재 교수님과 시는 시어가 쉽고 감동할 수 있어야 하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씀을 늘 해 주시는 공광규 선생님께 진심으로 큰 절을 올립니다. 그리고 많이 부족한 저의 글에 빛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오래토록 남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힘쓰겠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18-08-14 05:00:00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민윤숙 창이 큰 찻집에서 가스등 마주하고 차를 마신다. 창 밖에는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다 하지 못한 사랑 녹색 등 호롱 속에 가두어 놓고 여인은, 짐짓 아무 일도 없는 듯 단단한 미소로 창가에 비켜 앉아 있다.

2018-08-13 15:32:03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함박눈이 내리는 밤이면 민윤숙 창이 큰 찻집에서 가스등 마주하고 차를 마신다. 창 밖에는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다 하지 못한 사랑 녹색 등 호롱 속에 가두어 놓고 여인은, 짐짓 아무 일도 없는 듯 단단한 미소로 창가에 비켜 앉아 있다.

2018-08-13 11:52:01

레드팀/마이카 젠코 지음/강성실 옮김/스핑크스 펴냄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탁월한 전략가적 기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현재 나의 상황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분석해 나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콕 집어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국가, 기업, 조직은 살아남을 뿐 아니라 더 나아지기위해서는 이쪽의 쇄신만이 아닌 저쪽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예측하고 행동할 것인가? 국제 안보 전문가인 저자 마이카 젠코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레드팀'(Red Team) 활동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즉 레드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의 여부는 기업들에 경쟁에서의 우위를 가져다주며, 중요한 정보 판단의 허점을 찾아주고, 위험한 군사작전에서 그것을 실행하기 이전에 문제점을 찾아준다. 덧붙여 레드팀을 조직하고 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과 그들이 찾아낸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보여주고 있다. ◆레드팀이란 무엇인가 레드팀의 역사적 연원은 13세기 로마교황청에 가 닿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초창기 1천여 년 간은 성인 추대에 다소 무계획적이었다. 그 결과 지역마다 성인의 수가 넘쳐났다. 이에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성인추대의 신성화와 정통성 확보를 위해 시성과정에 개입, 성인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권한이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 일명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된 후보자들의 덕행과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악마의 변호인 개념을 이어받아 냉전시기에 미국 군조직에서 자생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레드팀이다. 레드팀은 1960년대 초 워게임 이론에 적용되는 접근법과 랜드(RAND)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으로 미 국방부가 전략적 결정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한 시뮬레이션에서 점점 구체화됐다. ◆레드팀의 활동 사례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로 2천99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있었다. 이 테러 이전에 미 연방항공국 산하에서 활동했던 레드팀은 민간 항공사에서 보안상 결함을 발견하고 수차례 개선점을 건의했다. 그 전에 레드팀은 1996년 '마르코 폴로 작전'으로 불린 취약점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작전은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기에 폭탄을 밀반입하는 가상실험으로 모두 44건의 폭탄 밀반입 시도 중 단 한 건도 걸리지 않았다. 또 톱니 모양 칼날의 사냥용 칼을 바지에 넣고 뉴올리언스 국제공항 3곳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등 약 1년간에 걸쳐 주요 공항 보안구역에 접근하는데 95%의 성공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 연방항공국 관료들은 이 정보들을 묵살하고 말았다. 그 결과 9'11테러범들을 미국 내 항공사들과 공항들의 전반적인 보안체계를 자신들에게 이롭게 이용, 대참사를 일으켰다. 2002년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획된 가상합동훈련인 '밀레니엄 챌린지 2002'. 육군 중장 벨이 지휘하는 350명의 미국 블루팀(아군)과 퇴역 해병대 중장 폴 밴 라이퍼가 지휘한 적국을 모델로 한 90명의 레드팀과의 한판 전투에서 레드팀은 상상도 못할 다소 기만적인 기습작전으로 10분 만에 블루팀을 초토화시켰다. 미사일 공격을 추적해 요격해야 할 항공모함전투단의 이지스 레이더망은 마비돼 제 기능을 못했고 항공모함과 여러 척의 순양함, 5척의 양륙함정을 포함한 19척의 미 함선들을 침몰했다. 결국 가상 적군의 놀라운 위력에 밀레니엄 챌린지 2002 참가자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자는 이외에도 15건의 사례를 더 분석해 다양한 레드팀의 활동을 보여준다. ◆레드팀은 만능키인가 제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무기체계, 용병술일지라도 이를 운용하고 결정하는 리더가 얼마만큼 그 유용성을 취사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고금의 교훈이다. 마찬가지로 레드팀도 조직의 이익, 목적, 능력을 시뮬레이션, 취약점 조사, 대체 분석 등의 기법을 통해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체계화된 과정일 뿐이다. 그것이 외국 군대든 경쟁업체나 악의적 해커든 각각의 결정을 내리는 데 고려해야 할 변수는 너무나 많다. 자기만족, 집단적 사고의 오류, 타성, 편협한 시각은 정치와 정부, 전쟁, 비즈니스에서 큰 실패가 발생했을 때 가장 흔히 진단되는 문제점들이다. 따라서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 '레드팀에 대한 오해와 전망'에서 레드팀의 잘못된 활용, 즉 ▷임시 변통적 접근방식 ▷레드팀 조사결과를 정책으로 오인하기 ▷프리랜스 레드팀의 잘못된 활동 ▷나쁜 소식을 전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기 ▷무엇인가를 밝혀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드팀을 잘 이용하기 등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레드팀 활동을 보다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 의사결정권자들은 영리하면서 정교하고 통찰력 있는 선택이 요구된다고 했다. 392쪽 1만7천원. ▷지은이 마이카 젠코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으로 레드팀 전문가로 활동.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 다른 저서로 '위협과 전쟁 사이'가 있다.

2018-08-08 13:41:22

둔황의 채색 조형/류융정 지음/판진스 편집/임광순'김태경 옮김/동국대학교 출판부 펴냄

고대 비단길의 중심이자 상업무역의 집산지였으며 4대 문화, 6대 종교, 10여 민족이 하나로 융합된 곳인 둔황(敦煌). 이곳의 모가오(莫高)굴에는 지금까지 735개의 석굴, 4만5천㎡의 벽화, 2천여기의 채색소상, 5좌의 당송시대 처마가 보존돼 있다. 무릇 유적이나 유물은 전쟁, 천재, 인재로 인해 소실이 불가피하지만 이곳 절벽에 조성된 둔황 석굴사찰만은 온갖 풍파 속에서, 그것도 화려한 채색의 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4세기에서 14세기까지 1천 년간 이어진 중국 불교미술을 대표한 둔황 석굴 채색소상들의 오묘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거의 매 페이지마다 둔황 석굴의 화려한 채색을 살린 사진을 싣고 있다. 특히 420번 모가오굴에 있는 세 개의 벽감으로 구성된 전당석굴의 사진은 푸른 빛과 황금 빛의 두 조화로 인해 성스러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책장을 뒤로 넘기다 보면 당나라 후기 고승상(高僧像)에 이르면 둔황의 채색 조형물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236쪽 1만8천원.

2018-08-08 13:34:46

위대한 식재료/이영미 지음/민음사 펴냄

'현명한 소비가 위대한 식재료를 낳는다'. 이 책의 결론이다. 저자는 내용물의 신선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대형마트의 깔끔한 랩 포장을 경계하고 원산지와 제철을 생각하며 공장 가공품은 앞면보다 뒷면을 살피라고 주장한다. 부계가 개성출신이고 모계가 전북출신이라 음식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혈통과 절대미각의 남편을 만나 팔도음식을 섭렵한 저자는 음식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예술 평론가이다. 이 때문에 전국을 발로 뛰며 취재도 했다. 덕분에 겨울을 짱짱하게 버티고 자란 포항초가 두껍고 맛과 향이 진하지만 병충해에 약해 겨울철에 재배될 수밖에 없는 시금치라는 것도 알려준다. 첫머리엔 한국인에 가장 기본 식재료인 소금, 쌀, 장을 다루고 이어 채소류와 축산물, 수산물, 과일과 술을 담그는 것까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먹방과 쿡방이 대세인 요즘, 맛과 색에 천착하기보다 음식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는 저자의 발상전환이 신선하다. 376쪽 1만6천원

2018-08-08 13:34:02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수제 양복점에서

수제 양복점에서 -김선중 일생을 행사로 끌고 왔거나 끌고 갔거나 하는 일들로 의복들은 다 헤졌다. 갈수록 허물어지던 누추를 한 벌 정장으로 지탱해왔던 것이다. 수제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췄다. 그 어떤 의식도 없는 무료한 양복 한벌을 맞췄다. 자꾸 색상에서 버려진 듯 또는 신세진 듯 주변의 색과 나는 점점 구별된다. 이것은 철저한 소임인 듯 은폐술이거나 소외의 풍이다. 단추들은 인심이 후하게 바뀌었다. 주머니는 그 어떤 일탈의 비상금도 필요 없음으로 형식적이어도 무방하다. 등판은 여분의 치수를 조금 앞쪽으로 구부려야 할 것이다. 그에 맞춰 어깨는 더 이상의 상승의 힘을 주문하지 않기로 한다. 왼쪽 젖 가슴 위의 견장들, 이젠 흙냄새 좀 맡으라고 바지통을 널찍하게 잡았다. 잘 삭힌 몸, 녹이 많이 슨 몸 가봉(假縫)이 끝나고 잘 맞춤된 옷은 관(棺)을 닮았다.

2018-08-06 11:26:32

[2018년 제4회 시니어 문학상 대상-논픽션]뒤로의 여행⑥

"살아 있어 고맙다." 그날 장모님은 전남 광양군 진월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순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강릉까지 종일 달려오면서 차멀미로 물 몇 모금으로 버티시고도 누워서 인사하는 자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뒤로의 여행 후기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먼저 나의 후회는 어떤 것들인가를 살폈다. 첫 번째는 효도였다. 효도는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그동안 나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효도란 부모님께 산해진미를 대접하는 것도, 화려한 옷을 사다 드리는 것도, 외국 여행을 시켜드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의 말씀을 살갑게 들어주고, 소찬의 밥을 함께 먹고,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작은 일들에 부모님은 더 행복해하신다는 걸 몰랐다. 그런 효도를 내일 해야지, 이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어머님이 먼 길 떠나고 나서야 효도를 생각한다는 건 후회막급이었다. 두 번째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기가 더 어렵다는'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읽었던 글이 여행 후에야 진하게 마음에 새겨졌다. 그동안 나는 곁눈질 하지 않고 열심히 가족을 위해 노력하면 가장의 의무도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의식이었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 대입해보니 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은 밑바닥이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의 말을 주고받아야 행복이 싹트는 비결임을 모르고 지냈다. 세 번째는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중요성을 모르고 살았다. 소확행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물질만능주의인 현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방식임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소확행은 삶 속에서 사랑을 키우고 표현력과 적극성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바로 내 마음을 적응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날 세 가지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문 앞에서 작은 연초록 잎 사이로 담회색의 꽃대를 밀어 올려 연분홍 꽃을 세 송이나 피운 앵초 꽃이 앙증맞은 얼굴로 아침 인사를 했다. 평소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이었지만 소확행을 적극적으로 살핀 결과였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자 아침 기분이 상쾌했다. 낮이었다. 책을 읽다 말고 문득 생각났다. 엊그제 손녀가 주고 간 생일축하 손 편지를 꺼냈다. 초등학교 육학년인 외손녀의 편지를 반복해 읽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 중에서 제일 소중한 분이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아프면 제일 먼저 달려와 병원도 가고 또 위로해주셨지요. 얼마 전에는 엄마 아빠 사이가 안 좋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안타까워하시며 바로 해결해주셨지요. ……중략…… 할아버지가 항상 강조하시는 웃어른께 인사 잘하기, 나쁜 말 쓰지 않기, 공공장소에서 예의 지키기, 친구에게 양보하기, 등을 실천하면 어른이 되었을 때 큰 장점이 된다는 할아버지 말씀 잊지 않을게요. 할아버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가끔 길게 말씀하실 때가 있는데 짧게 말씀해주세요. 햇살 좋은 날에 사랑하는 손녀 올림' 초등학생 육학년 손녀의 솔직한 편지를 읽으며 흐뭇함이 가슴 한가득 밀려들었다. 특히 편지 끝에 '햇살 좋은 날'이라는 봄날을 표현한 편지를 들고 나는 한참 동안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오후였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은 먹었느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컴퓨터 그만 좀 하라고,…… 얼마 전 안과에서 망막 정맥 폐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말했다. 계속 치료를 해도 완치보다는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불과하다고. 그 말을 들은 딸이 며칠 후 눈에 좋다는 영양제 두 종류를 사다 주곤 복용 여부를 챙기는 것이었다. 이 또한 소확행의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여 생각했다. 딸이 두 아이를 키우는 바쁜 와중에도 약을 고르고 약의 복용 여부를 챙기는 마음이 고마웠다. 가족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알뜰살뜰 챙겨주겠는가 싶었다. 나는 오늘도 가족에 대한 사랑 표현을 딸로부터 배우며 소확행 하나를 보탰다. 뒤로의 여행 후 나의 결론은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삶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판단했다. '삶은 주문을 외우며 헤쳐 나가는 가시덤불'이라고.

2018-08-06 11:26:09

왼쪽부터 한강 '소년이 온다', 김성동 '국수', 진천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출판사 제공

문 대통령이 휴가 중 읽은 책 '국수' '소년이 온다' '평양의 시간은…' 베스트셀러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읽은 책들을 보면 대통령이 고민하는 국가 현안을 알 수 있다. 청와대가 3일 밝힌 도서 목록은 소설 '소년이 온다'와 '국수', 방북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이다. 각각 근현대사 문제와 민중의 삶, 북한의 현재 모습을 화두로 삼고 있다. ◆ 한강 '소년이 온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미권의 권위 있는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작가 한강은 철저한 고증과 취재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전면으로 다뤘다. 참혹한 상황 속에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폭력의 문제를 천착하면서 인간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216쪽, 1만2천원. ◆ 김성동 '국수' 김성동 소설가의 여섯 권 분량의 장편소설 '국수'는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인 지난달에 완결을 낸 작품이다. '국수(國手)'는 바둑에서 쓰는 말로 알려졌지만 애초 소리,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작가는 전했다. 임오군변과 갑신정변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충청도 예산·덕산·보령을 중심으로 바둑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년,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난 화적이 되는 천하장사 천만동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조선 말기 민중의 삶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6권 2천328쪽, 9만원. ◆ 진천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재미언론인 진천규 기자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네 차례 단독 방북 취재를 통해 포착한 평양의 모습을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안에 담았다. 진 기자의 방북 취재는 2010년 천안함 사건 후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 이후 처음이다. 평양은 물론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을 돌아보고 지난 10여 년간 숨겨져 있던 북한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평양냉면 붐을 일으킨 평양 옥류관 주방, 려명거리 73층 아파트 내부, 단둥-평양 여객열차에서 찍은 평안도 평야지대 추수 장면, 실제 평양지도 등을 처음 공개한다. 316쪽, 2만원.

2018-08-03 20:01:52

역지사지 일본/심훈 지음/한울엠플러스 펴냄

지구촌에 존재하는 국가와 국가, 문화권과 문화권 사이에 시공간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타자화'로 요약할 수 있다. 서양의 역사가 타자에 대한 원초적 거부반응의 시간이라면, 동양 역시 존왕양이(尊王攘夷·임금을 숭상하고 오랑캐를 물리침)와 위정척사(衛政斥邪·성리학 이외 모든 종교와 사상을 배척함)의 사고가 뿌리 깊었다. 그 대표적 예로 나와 우리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거리감을 뜻하는 이 같은 '타자화'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제국주의 발현과 식민지 개척의 시대를 초래했다. 이제 인식의 범위를 좁혀보자. 반도국가로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문(文)을 숭상해온 한국과 대륙과 동떨어져 험한 섬나라에서 칼과 무력을 받들어온 일본의 정체성 또한 여실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2014년 지은이가 낸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본의 특성을 하늘과 땅, 사람을 중심으로 지리생태학적 진화의 산물로 인식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天-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없다 일본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속담 중 하나가 "벼락이 네 배꼽을 노리고 있으니 배를 꽁꽁 감싸라"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일본 열도는 잘 알다시피 지진, 화산, 쓰나미에 매년 태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게다가 하늘은 수시로 벼락으로 열도를 강타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로 없을 듯 싶다. 현재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일본이지만 아직껏 기독교나 불교보다 신도(神道)가 맹위를 떨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이승에서의 안녕이지 저승에서의 행복은 아니었다. 엄청난 자연재해와 극한의 공포는 8세기 초 고서기(古書記·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와 전설을 기록)에 나타난 만세일계의 천황 일족이 건국신화 속 태양신인 아마테라스의 직계 자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 건국신화는 등장하는 신들의 수와 족보 등이 복잡다단하기로 이름나 있다. 이 가운데 신의 자손이 강림해 열도를 다스린다는 설정은 예측 불가한 자연재해 속에서 천황일족을 신성불가침의 대상으로 경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네 속담은 일본인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자연재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아픈 현실을 감내해야 했다. ◆地-꽃꽂이와 삼나무 그리고 해안선 '이케바나'로 불리는 일본의 꽃꽂이는 꽂아둔 꽃이 시들면 새 꽃으로 갈아줌으로써 꽃병 속 꽃은 계속 살아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꽃 하나하나의 안위(?)보다 외양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꽃꽂이가 자연미에 무게를 둔다면 일본 이케바나는 인공미를 강조하고 있다. 왜? 불안한 현세에서 아름답지만 늘 꽃병이 살아있도록 강제해야하는 행위는 일본만의 특징인 셈이다. 일본 화엄종 본산이자 나라현 나라시에 있는 도다이지(東大寺) 본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의 근간은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서 수령 3천여 년 이상 자라는 아름드리 삼나무에 있다. 기둥이 굵고 대들보가 커질수록 건물의 높이와 규모가 거대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정유재란이 끝나고 약 2년 후 1600년 10월 기후현 세키가하라 벌판에서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 이시다 미쓰나리의 서군이 건곤일척의 전투를 벌였다. 18만여 명이 맞붙은 이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함으로써 에도막부 시대가 열린다. 7년간 조선과 전투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만에 이 같은 대규모의 병사들이 전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본의 인구에 있다. 선사 이래 일본 인구는 언제나 한반도에 비해 수적 우위(2~4배)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엔 한국보다 4배나 인구가 많았다. 그 까닭은 해안선이 길수록 인구가 많아진다는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人-벤토와 병영적 사회 우리나라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할 때 숟가락과 젓가락이 쉴새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웃과 교감하는 열린 형식이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 음식문화인 벤토는 혼자서 먹는 닫힌 형식이다. 그런데 이 벤토가 매끼마다 엄청난 수로 대량 소비된다. 라면, 우동, 덮밥, 카레도 벤토의 확장판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은 700년간 무사 정권이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움켜쥐어온 나라다. '금지'의 규범과 '복종'의 도덕률로 무력과 강압이 상부구조를 이루고 '순종'과 '침묵' '타율'과 '몰개성'이 자연스레 하부구조로 뒤따라온 나라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이웃과 집단에 맞춰지도록 강제된 병영 같은 사회가 일본의 또 다른 이면이 된 것이다. 208쪽, 2만4천원 ◇지은이 심훈 교수는 세계일보에 근무했고 미 텍사스 주립대서 언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림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직 중이다.

2018-08-01 13:24:55

고구려에서 배우는 경영 전략/석산 지음/북 카라반 펴냄

고구려 700년 역사를 훑어보며 기업가 정신과 조직 경영 비법을 대비시킨 이 책은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 아이디어와 역동성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에서 나옴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고구려가 중국의 룰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 연호를 사용했듯 기업도 시장에서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닌 롤 메이커(Rule maker)가 되어 판도를 바꿔야 롱런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한다. 172년 고구려 장수 명림답부(明臨答夫)는 수천의 병력으로 한나라 10만 대군과 맞선 좌원대첩을 승리함으로써 한의 영향에서 벗어났고, 젊은 시절 노비와 소금장수 이력이 있는 미천왕은 정확한 판단과 승부사 기질로 낙랑과 대방군을 병합했으며 열정적 리더십의 광개토대왕은 전쟁을 수단화함으로써 국태민안을 달성했다. 무릇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기업가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강력한 의지, 승리에 대한 욕구, 창조의 환희는 기업가에 필수적인 도전정신의 3대 요소임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304쪽, 1만4천원

2018-08-01 13:14:17

조용헌의 인생독법/조용헌 지음/불광출판사 펴냄

'강호동양학'이란 독자적 학문을 개척하며 이 시대의 이야기꾼인 조용헌이 '알수록 자유로워지는 내 운명 사용법'이란 부제를 달아 낸 책이다. 저자는 20대 중반부터 풍수서와 사주명리학을 탐닉하고 명산대천을 찾아 주유하며 강호의 낭인들과 우정을 쌓아왔다. 한마디로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다. 그 덕에 풍수, 사주명리, 유(儒), 불(佛), 선(仙) 고수들에게 자연과 인생의 이지를 체득하게 됐고 삶을 보는 혜안도 키울 수 있었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고 맘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인생이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바라보는 시각을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다른 각도로 돌려버린다. 그 결론이 운명은 홀연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좋은 기운을 불러오고 그 공덕이 쌓여야 운명의 흐름도 바꾼다는 사실이다. 모든 세대가 미래를 두려워하면 살아가는 지금, 이 책이 작을 길잡이가 될 수 있다. 344쪽, 1만9천800원

2018-08-01 13: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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