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가지 않은 길

[책 체크] 가지 않은 길/ 이상식 지음/ 학이사 펴냄

"저에게는 저 스스로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경찰청장을 할 때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직업적 자부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시대적, 역사적 자부심입니다. 누군가는 가야 하지만 아무나 갈 수는 없는 길을 가고 있기에 저의 내면은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습니다."이상식 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이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에는 경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꿈을 품고 대구 촌놈이 된 사연과 경찰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청춘을 바쳤던 경찰 생활 등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또 대구의 정신으로 현대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국채보상운동이나 2·28민주화운동, 임진왜란에 의병으로 나섰던 선인들의 삶에서까지 자신을 비춰본다. 그리고 부산지방경창청장을 끝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등도 담고 있다.이 전 청장은 "많은 사람들은 흔한 길을 갈 것을 권하고 있지만 자신은 기꺼이 적게 다닌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며 "그 길은 분명 험로이기는 하나 의미가 있는 길이기 때문에 간다"고 말했다. 192쪽, 1만3천원.

2019-12-07 03:30:00

비내리는 고모령 표지

비내리는 고모령/권영재 지음/매일신문사 펴냄

'대구음악야사'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대구적십자병원장을 역임한 권영재 선생(신경정신의학박사)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대구음악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매일신문에 2018년 1월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연재한 내용을 간추리고, 보완했다. 길거리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관련한 사연부터 오페라하우스까지, 각설이와 약장수에서 대통령의 애창곡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대구능금과 대구최초의 사과「대구사과의 원조는 1899년 동산병원 초대원장인 미국인 존슨이 미국 미주리에서 '미주리' '스미스사이다' '레드베아밍' 등 3품종 72그루의 사과나무를 들여와 대구시 중구 남산동 병원 사택에 심은 것이다. 대부분 죽고 미주리 품종만 남아 있던 것을 1998년 2월 28일 현재의 동산의료원 자리로 옮겨 심어 놓았다.한편 '대구 능금'은 1905년 무렵 일본인들이 칠성동과 침산동과 그리고 금호강을 따라 반야월에 심은 것이 시작이다. 존슨이 갖고 온 사과는 대구에 본래 있던 산 능금과 비슷하여 크기도 작고 먹을 수도 없는 관상용이었다. 꽃이 곱고 열매가 예뻐 대구 사람들은 흔히들 '꽃사과'라고 불렀다. 어떤 이들은 동산의료원 꽃사과를 개량해서 먹는 과일이 대구 사과가 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동산병원 사과는 화초의 일종일 뿐 유명한 과일인 대구 능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을사늑약 무렵 일본인들이 들여온 능금이 크고 먹을 수 있는 과일 대구 능금(소위 대구 사과)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 1949년 농림부에서 추천 장려하여 능금을 주제로 한 물산장려의 건전가 요가 만들어져 토박이 대구인들은 어릴 때 자주 불렀다.」 -135쪽-「능금, 능금 대구 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너도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능금, 능금 대구 능금 능금 노래를 불러보세」-대구 능금의 노래(작사 이응창, 작곡 권태호)- ◇ 삼국유사를 읽는 듯한 재미권영재 선생은 호기심이 많고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생기 넘치는 이야기를 듣거나 보았을테니, 일이 벌어졌던 장소에 갔거나 일을 전해 줄 사람을 만났을 것이고, 그처럼 오래 전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정미숙 제이미주병원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진짜? 이랬단 말이야?'고 혼잣말을 했다.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옛 대구 음악 이야기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과 지어낸 듯한 스토리에 마냥 신기해서 (선생님의 신문 연재 글을) 읽노라면 삼국유사를 읽는 듯했다. (매일신문연재) 대구음악유사에 등장하는 음악에 관련된 인물들과 그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 분위기는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가슴 뭉클한 애환을 전해줘 가슴이 찡했다."고 말한다. ◇ 이 사람들이 대구 출신이라고?「가요라는 장르의 음악이 우리 땅에 들어온 후 대구경북은 많은 가수들을 배출했다. 대봉동 태생으로 35년에 등장한 장옥조가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가요가수다. 그녀의 대표적 노래는 38년에 녹음한 '신접살이 풍경'이다.성주출신 백년설, 김천출신 나화랑, '전선야곡'으로 유명한 영남고등 출신 신세영, '경상도 사나이' '인생은 나그네'를 부른 경산 출신 방운아를 비롯해, '청포도 사랑' '하이킹의 노래'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미, 한국의 후랑크 나가이로 불렸던 저음 천재 남일해, '과거는 흘러갔다'로 유명세를 떨친 여운, 시각 장애인으로 '그 얼굴에 햇살' '줄리아'를 불러 대구의 힘을 널리 알린 이용복도 대구 출신이다.'울려고 내가 왔나' '여고시절' '내 곁에 있어줘' '마음 약해서' '잊게 해주오' '정든 배' 등을 작곡해 많은 가수들을 출세시킨 작곡가 김영광은 포항 출신이다. 작곡가 김희갑은 평양 태생으로 15세에 대구로 대구 대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05, 106쪽 요약-지은이 권영재 선생은 "흔히 대구는 정치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대구땅은 문학, 음악, 철학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음악으로 대구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 근세사에서 대구서민들과 애환을 같이 한 가요, 민속음악, 아이돌 음악 등과 관계있는 대구지명이나 사람, 에피소드를 평범한 말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233쪽, 1만4천원.

2019-12-07 02:30:00

[반갑다 새책]안중근과 걷다/박영희'최종수 지음/숨쉬는책공장 펴냄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고 2019년 10월로 저격 110주년을 맞았다.역사와 평전으로 만나던 안중근 의사의 길을 따라 가며 두 작가는 거인의 자취를 살폈다. 책은 의사의 활동과 행적을 따라 크라스키노-포시에트-빨치산스크-블라디보스토크-우스리스크-포그라니치니-쑤이펀허-무링-하얼빈-차이자거우-하얼빈-창춘-북간도-뤼순-상하이 순으로 밟아 나간 기행을 담았다.과거 치열했던 안중근 의사의 삶과 그 삶이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현재의 의미도 담고 있다.지은이 박영희는 시인으로서의 감수성과 르뽀 작가로서의 섬세함과 통찰력으로 의사의 삶과 걸어간 길을 따라 나섰고, 최종수 신부는 천주교도로서의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살피고 있다.소중한 역사를 차분히,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여행하듯 살피고, 다가올 우리 역사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있다. 268쪽, 1만6천500원

2019-12-07 01:30:00

2일 제3회 한·중시인회의가 경북 청송군 소노벨 청송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에 앞서 한중 문인과 평론가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한·중 문학교류, 제3회 한·중시인회의 경북 청송서 열려

한국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를 이해하고 전문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문화교류의 장이 마련됐다.'제3회 한·중시인회의'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4일까지 경북 청송군 소노벨 청송과 청송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한·중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이 서로 만남을 통해 정서적 공감대를 얻는 이번 자리는 (사)장날이 주관했으며 경상북도와 청송군이 후원했다.청송군은 2007년부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한·중 작가회의'를 연 1회 양국을 오가며 진행했다. 2017년 11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종결한 뒤 좀 더 깊이 있는 교류를 진행하기 위해 '제1차 한·중 시인회의'를 다시 시작해 매년 특별한 주제로 양국의 작가들이 만남을 갖고 있다.2일 소노벨 청송에서 '고전시가의 전통과 현대시의 발전양상'이란 주제로 열린 한·중 시인회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홍정선(66) 시인 겸 인하대 명예교수는 "중국에서 시가 발전 한 뒤 한국이 자연스럽게 한시를 배우게 됐다"며 "한국은 시를 통해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한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접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홍 교수는 "김삿갓과 김영랑, 김억, 김소월, 조지훈, 박목월, 서정주, 신석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많은 시인들의 작품 속에서 한시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며 "한시는 우리 고전시가부터 근대 자유시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이어 열린 시 낭송과 토론에 국내는 김주영과 박세현, 박형준, 이제니, 조은, 김행숙 등의 문인들과 중국은 왕샤오니, 까오웨이, 베이타, 멍위안, 주위, 두뤼뤼(이하 시인), 부원봉, 짱디(이하 평론가) 등이 자리했다. 문인들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참석자들은 한시와 관련성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중 문학은 물론 서로의 문화까지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다"며 "중국 문인들의 작품에 머지않아 청송군의 아름다운 자연이 소재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9-12-03 16:03:25

나체 수학 표지

[책 체크] 나체 수학/ 최미나 지음/ 아담북스 펴냄

'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도전을 미루고 있다'는 '나는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와 '나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로 나눌 수 있다. '난 아직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한 이유를 찾자. '나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라고 생각한 이유도 찾아보자. 그리고 나누기를 반복하자.대구 청년 작가 최미나가 이색 에세이 '나체 수학'을 펴냈다. 이 책에는 수학의 관점을 가져와 진로, 가치관 갈등, 남들과의 비교, 무기력, 행복, 대인관계, 사랑, 죽음, 사회참여 등 개인의 고민을 수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12월 7일(토) 오후 4시 대구시 청년센터 2층 상상홀에서 '나체 수학' 북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지은이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 30대 여성들이 많이 읽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며 "수학을 좋아했던, 혹은 수학이 싫지 않았던 청년들이 한 번쯤 자신의 고민을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82쪽, 1만원.

2019-11-30 06:30:00

친절한 한자

[책 체크] 친절한 한자(핏불)/ 영운 지음/ 도서출판 미립 펴냄

"옛사람들이 머리에 쓰고 다니던 갓이 들어간 한자가 '갓/ 어른 冠(관)'이고, 전쟁터에서 철갑으로 덮은 수레나 차를 타고 싸우니 '군사 軍(군)'입니다."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는 모두 '그림'이다. 흔히들 한자를 어려운 말로 상형문자 또는 표의문자라고들 하지만, 한자는 인간이 살아가며 보고 느끼고 접하는 모든 것들, 즉 자연이나 동·식물, 사람의 모양이나 사람의 동작 등을 그린, 그냥 '뜻이 담겨 있는 그림'이다.이 책은 모든 한자의 뿌리를 이루는 140여 개의 그림과, 그 그림을 응용한 1,000여 개의 한자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쓰이고 있는 수만 개의 한자가 모두 이 그림들을 조각조각 맞추듯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지은이는 MBC TV 다큐멘터리 PD 출신으로 '인간시대' '명작의 무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백상예술대상' TV대상을 받은 바 있다. 저서로 다큐멘터리 '금강경 코드', '氣: 기'와 우리말 한자사전 '핏불 3000' 등이 있다. 399쪽, 2만5천원.

2019-11-30 06:30:00

김동인 저 '약한 자의 슬픔'이 게재된 '창조' 1919년 2월호. 국립중앙도서관소장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김동인은 어떻게 새로운 문체를 만들어낸 것일까

김동인은 이광수와 함께 한국근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막상 김동인의 문학적 업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누구건 제대로 답하기가 어렵다. 누군가는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되살려 '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 시제 성립'이라는 교과서적 내용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뿐, 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 시제도입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아울러 김동인이 그 새로운 생각을 어떻게 해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삼인칭 대명사와 과거형 시제가 우리 문학에 처음 사용된 것은 백 년 전,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1919)에서였다. '약한 자의 슬픔'은 강엘리자벹이라는 신여성이 강간과 원치 않은 임신, 유산을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김동인은 이 충격적 과정을 스케치를 하듯 세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이전의 문학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문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일단 그는 조선의 전통문학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그' 혹은 '그녀'라는 삼인칭 대명사를 소설에 도입했다. 아울러 전통적 문학의 주된 서술형태였던 '하더라', '하노라' 대신 과거형 서술어 '했다'로 문장을 끝맺었다. 예를 들자면 '홍길동이가 울며 집을 떠나더라'라는 문장이 김동인 소설에 오면 '그가 울며 집을 떠났다'로 된 것이었다. 이 새로운 문체는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소설의 과거시제와 현실의 현재 시제가 분리되면서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가 가능해졌다.김동인이 천재여서 '하노라'를 '했다'로 바꾸는 등의 혁명적 생각을 어느 순간 갑자기 머리에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김동인은 이른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이 흡수한 서양근대문물을 몸소 체득한 사람이었다. 그가 일본에서 경험한 다양한 근대문물 중에는 소설도 들어 있었다. 그 수많은 일본근대소설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새로운 문학을 어떻게 하면 조선에서도 이루어낼 수 있는지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일본어로 먼저 소설 내용을 구상한 후, 다시 그 내용을 조선어로 쓰는 방법을 통해 일본문학이 서양문학에서 흡수한 새로운 문학 형태를 배워갔다.삼인칭 대명사 사용과 과거시제 활용은 물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틀림이 없다'라든가 '-라고 느낀다'라는 표현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이 노력의 결과가 바로 '약한 자의 슬픔'이다. 김동인의 이 노력을 두고 '왜 하필이면 일본!'이라며 불쾌해 할 필요는 없다. 일본 근대문학을 열었던 소설가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 역시 러시아어로 소설을 쓴 후, 다시 일본어로 옮겨 쓰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문체와 문학을 만들어갔기 때문이다.우리의 근대문학은 이처럼 치열한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한국근대문학에 대한 현재 우리의 존중과 관심이 너무 약한 것은 아닐까.

2019-11-30 06:30:00

류영호 저 '출판혁명'

[책] 출판혁명/ 류영호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출판이란 '문서와 회화, 사진 등 저작물을 인쇄술, 기타 방법으로 복제해 다수 독자에게 발매 또는 배포하는 일'(두산백과사전)을 이른다. 또 책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글자나 그림으로 기록해 꿰맨 것'을 뜻한다.출판과 책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식 문화 창작 행위이자 결과물이다. 1440년 유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을 시작으로 대량 출판이 일반화했다. 종이로 만든 책과 기록물은 서점과 도서관을 통해 수많은 인류에게 전해져 왔다.제 아무리 이북(e-book)과 유튜브(youtube)가 대세라지만, 출판의 기능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진화 중이다. 여전히 '저자-출판사-서점·도서관-독자·이용자'로 이어지는 출판과 책의 프로세스가 유효하고, 다양한 독서 문화 활동이 수많은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웹 플랫폼서 인정받은 콘텐츠, 종이책으로 출간2006년 캐나다에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가 등장했다. 누리꾼 누구든 작가가 돼 플랫폼에 SF, 판타지, 로맨스, 호러, 팬픽션 등 기존 출판 문법에 얽매지 않은 다양한 웹소설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이곳에 등록된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나, 이를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할 때는 그 수익을 왓패드와 분배한다. '텍스트 유튜브'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플랫폼 규모가 빠르게 확장해 월 8천만 명 이상의 독자와 작가가 이곳을 이용 중이다.현재 이용자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37분, 월 전체 이용 시간은 220억 분이다. 사용자 9할이 Z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다. 왓패드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이용한 시간과 다시 읽은 횟수, 완독률, 가장 많이 읽힌 부분 등을 통계로 수집해 취향 분석을 하고 있다.2016년 왓패드는 자사가 보유한 스토리 콘텐츠를 지적재산(IP)으로 활용하고자 왓패드 스튜디오를 만든 뒤 코카콜라, AT&T, 폭스, 파라마운트 등 대규모 기업들과 제휴해 각종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왓패드 독자에게 검증된 콘텐츠는 '원 소스 멀티 유즈'(하나의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 트렌드에 따라 책, 영화 등으로 거듭난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키싱 부스'다.왓패드는 지난 1월, 가장 전통적인 산업으로 진출했다. '출판'이다. 데이터 중심의 분석 방식을 통해 검증한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출간, 왓패드 회원이 아닌 독자에게도 어필한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중 6종의 종이책을 출간하기로 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식 유통 파트너를 선정했다. 이미 검증된 도서를 내는 만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확률이 높고, 전문 편집자와 마케터, 출판사가 높은 역량을 구사해 지원사격할 가능성도 높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다시 오프라인 도서로 출간하는 추세는 비단 왓패드만의 사례가 아니다. 아마존이 2015년 11월 자사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북스 1호점 문을 연 바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독자 데이터를 수집해 종이 책을 펴내는 출판 시스템은 미래 출판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디지털 시대 속, 출판의 생활화 유도하는 출판업계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기존 집권하던 책과 신문, 방송 등 아날로그 매체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해당 매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 파워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디지털 매체 등에 올라타고 거세게 커지고 있다.출판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점도 시장 상황과 독자 생활 양식 변화에 맞춰 상품을 구성하고, 큐레이션과 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오프라인 서점은 독자들의 온·오프라인 반응을 고려해 평대에 책을 올려놓고 있다. 책도 라이프스타일의 일종이라는 뜻에서 식음료, 맥주·와인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는 사례(반스앤노블)도 있다.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초대형 테이블을 설치해 독자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꾸몄다. 작가와 소통하거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교보 아트 스페이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키즈 가든' 등 문화 체험 공간도 확충해 책이 함께하는 생활 양식을 독자에게 제안한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집중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출판계에 비춰 보면 매체의 형태와 채널은 변했을지라도, 흥미롭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읽는 사람들의 활동은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인류 사회에서 변치 않는 것을 위해 쌓아 온 출판의 힘은 그 자체가 매력적인 스토리다. '출판 혁명'은 이처럼 세계 출판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아마존, 반스앤노블, 구글, 코보, 펭귄랜덤하우스 등 메이저 출판 사업자와 왓패드, 굿리즈, 인키트, 시리얼박스 등 북테크 스타트업들 사례를 모은 책이다. 소개된 사례들은 저마다 창작과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거나 업계에서 처음 시도했던 '출판 혁명'의 대표적 예다.아울러 세계 출판계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례와 용어를 총 3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책은 위기를 맞은 국내 출판계에는 물론 디지털에 무게중심을 옮겨 갔던 독자층이 오프라인 출판에 관심을 갖기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252쪽, 1만5천원 ※ 류영호는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국내 대형 서점에서 콘텐츠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신규 사업 기획, 마케팅 및 각종 제휴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5년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 혁신 전략',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있다.

2019-11-30 06:30:00

[반갑다 새책]2019 왕의 길-천년을 거슬러 만나 본 낭산/주보돈'정병삼'박광연'김도훈/매일신문 펴냄

천년왕국 신라 56왕의 발자취를 찾아 스토리텔링한 '왕의 길' 2019년판이 나왔다. 경주 반월성 동남쪽에 있는 야트막한 구릉지인 낭산은 불교국가 신라에서 도리천으로 여겨졌으며 신들이 강림한 산으로 신성시 되었고 선덕여왕릉, 황복사지, 최치원 선생 독서당 등 많은 유적과 유물이 있는 곳이다. 특히 선덕여왕은 낭산에 자신의 무덤을 조성함으로써 내심 불교 신앙의 성소로 신라를 수호하고 안녕을 지키려는 희구를 갖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632년 정월 54년 동안 왕위에 있던 진평왕이 죽고 처음으로 왕자가 아닌 공주, 즉 선왕 진평왕의 딸인 덕만이 왕위에 올랐으니 이 이가 선덕여왕이다.책의 구성은 낭산을 찾아서(주보돈), 선덕여왕과 낭산(정병삼), 낭산 황복사지에 남겨진 신라의 흔적들(박광연), 천년을 거슬러 만나는 낭산의 두 가람(김도훈) 등 4편의 글로 되어 있다.선덕여왕은 예지력에 관한 3가지 일화로 유명하다. 첫째, 당 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을 보고 향기 없음을 알았고 둘째, 백제군이 기습하는 길을 미리 알고 군대를 보내 격파한 일 셋째, 자신이 죽어서 하늘에 태어 날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훗날 선덕여왕릉 아래 사천왕사를 짓게 되어 왕릉은 사천왕사보다 위에 있는 하늘에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다.또한 신라시대 경주엔 숲이 많았다. 이는 경주 주위에 알천, 서천(형산강), 남천(문천) 등이 에워싸 언제든 범람의 위기가 있었고 이를 방비하기 위해 치수의 일환이 방수림의 조성이었다. 황룡사 창건도 왕경개발과 관련이 있다.하천 범람의 위협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고 신선이 노닐던 공간이면서 또한 그 동쪽에 위치한 황복사와 황룡사 일대는 어쩌면 신라 왕실뿐 아니라 모든 신라 사람들이 복을 기원하는 성지였고 그 중심에 낭산이 있다. 172쪽, 비매품

2019-11-30 05:30:00

강원도 원주에 있는 집. 부부의 취향이 달라 서양식 남편채와 한식 공간 부인채를 따로 지었다.

[책] 집을 위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집이란 거친 세상에서 가족을 보호해주는 안온한 덮개다. 집이란 무릎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야 한다. 집은 물리적인 재료와 기술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이 책은 홍익대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 노은주·임형남 부부가 그동안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다. ◆가족을 품는 집전남 구례에 지은 집은 부부와 아이와 외할머니, 즉 3대가 사는 전통적인 가족을 위한 집이다. 약간 경사가 있는 땅의 조건을 이용한 수직으로 반 층씩 물린 4층의 집으로 만들었다. 가장 현관과 가깝고 땅과 가까운 곳에 할머니의 공간을 만들고 반 층 올라간 집의 중간에 가족의 공통 공간인 거실과 식당과 주방을 만들었다. 반 층 위에 부부의 방과 아이의 방이 있고 다시 반층 오르면 남편의 공간이자 취미 공간이 있다.강원도 원주에 지은 집은 부부의 취향이 확연하게 달라 단순하고 약간은 서양식 아름다움을 추구한 남편채와 한식 공간을 지향하는 부인채를 따로 만들었다. 부부가 한 대지 안의 다른 채에서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가족간의 일정한 거리와 각자의 영역 확보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경북 포항에 지은 집은 아버지가 썼던 창고를 고쳐서 만든 집이다. 198㎡ 중 3분의 1인 66㎡를 복층으로 만들어 1층은 주방과 거실로, 2층은 가족실과 욕실과 침실로 구성했다. 이들에게는 집이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게 중요하다. 이들처럼 집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한 번 생각해보고, 집을 내 몸에 맞추고, 나의 현재에 맞추면 어떨까. ◆사람을 품은 집경남 하동의 십리벚꽃길이 내려다보이는 '적이재'는 지리산 한가운데에 산과 산이 마주 대하고 있는 사이로 섬진강으로 들어가는 물길이 유창하게 흐르는 중간에 있다. '고요히 머무르며 우러른다'는 의미의 적이재는 어린 시절 살아았던 시골 농촌마을의 마루가 있고, 텃밭과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을 떠올리게 한다. 집주인은 오랫동안 도시의 거의 같은 형식의 아파트에서 별다르게 신경쓰는 일 없이 편안하게 살아왔는데,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후 어린 시절 살았던 전형적인 시골의 집을 그리게 되었다. 집의 외관은 우리나라 민가 혹은 한옥을 모티브로 하고, 가장 일반적인 경골목구조 형식을 택했다.산을 좋아하는 부부가 집을 짓고 싶다고 찾아왔다. 땅은 소백산이 뻗어내린 중간에 있는 곳이다. 앞과 뒤로 산이 겹겹이 둘러쳐 있었고, 그 안에 화려한 꽃술처럼 솟아 있는 땅이다. 드넓은 바둑판에 두 점의 바둑돌을 앉힌 것처럼 집을 놓았다. 그 모습은 시골집처럼 편안했고 산이 집을 꼭 안아주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높고도 깊은 산속에 욕심을 버리고 들어가 살고 싶은 주인을 닮은 집이었다. ◆자연을 품은 집충남 아산시 동정리에 있는 '선의 집'은 수평으로 길게 뻗어나간 집과 원래부터 자리잡고 있던 수직의 소나무가 어우러지며 대지에 처음 그렸던 선의 의지를 확인시켜준다. 이곳은 염치저수지를 빙 둘러 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산이 적당한 거리로 물러서 있으며 저수지의 수량도 아주 넉넉하다. 그리고 남쪽은 훤하게 열려 있다. 땅의 가운데서 보면 막힘없이 물이 쭉 펼쳐지고, 시야에서 물이 끝나는 부분 양쪽으로 산이 보이고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집을 도로와 물과 평형하고 길게 펼치고, 부엌과 거실과 가족의 침실, 주인이 머물며 음악을 들을 별채를 차례로 연결했다.강원도 속초 도문동에 있는 집은 원래 있던 집의 모양과 닮고, 집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과도 비슷한 모양으로 완성되었다. 집터에 있던 옛집은 약 100년 전 설악산 울산바위 근처 암자에 있던 요사채를 옮겨와 지은 것이라 한다. 집은 두 채로 나누어 모두 남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 집이 되도록 하고, 일자로 길게 방들과 부엌을 배치한 안채와 거실 겸 음악실, 다락을 겸한 사랑채를 배치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땅에 세 채의 집이 산봉우리처럼 땅위에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이야기를 품은 집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2016년 수상자로 선정된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가장 필수적인 설비를 넣은 집을 절반 규모로 짓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살면서 확장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설계했다. 그는 '반쪽짜리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낡은 집을 고치고 늘리는 요령을 터득한 주민들이 열심히 일한다면 나머지 반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 그는 공공건축 프로젝트 그룹인 '엘레멘탈'을 이끌며 2010년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당한 칠레의 도시 재건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칠레 이키케의 킨타 몬로이에 30년 된 낡은 슬럼가의 100여 가구를 재개발하면서 약 5,016㎡의 부지에 가구당 7,500달러라는 저예산으로 건축면적 약 33㎡의 살 만한 집을 제공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했다가 실패한 다른 사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도시외곽으로 밀려나지 않고 거주지를 지키면서 중산층 삶을 이루어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2004년 입주 후 2년여 만에 집의 가치는 2만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284쪽, 1만6천원.

2019-11-30 05:30:00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토지문화재단 웹사이트

'박경리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별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3세.김영주 이사장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외동딸로 유명하다. 또한 김지하 시인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인은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작가들을 후원하며 우리 문학 발전에 힘써왔다. 2011년 박경리문학상 제정, 러시아에서의 박경리 문학제 개최 등의 업적이 있다.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토지문화재단은 1996년 발족, 박경리 작가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바 있다. 이어 2008년 박경리 작가가 세상을 떠나며 딸인 김영주 이사장이 취임했다.유족으로는 남편 김지하 시인과 2남이 있다. 빈소는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9시.

2019-11-25 20:32:11

[반갑다 새책 1]여성관음의 탄생/김신명숙 지음/이프 북스 펴냄

"관세음보살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트랜스젠더일까?"신의 성별은 세계적으로 남성적 신성이 문제로 부각되고 신성의 젠더균형이 이슈가 되면서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주제이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여성관음의 역사를 처음 탐색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관음이 여성화되기 시작한 건 불교전래 초기부터였다. 우리나라 여신의 계보에서 관음이 차지하는 위상은 특별하다. 불교가 우리나라의 지배적 종교가 되면서 토착여신들이 그녀에게 흡수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음은 한국여신들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다.핵심은 "왜 우리는 여성적 신성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제4부 '여성관음을 찾아서'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여성적 신성의 회복의 상징으로서 관세음보살을 꼽고 있다. 336쪽, 1만5천원

2019-11-23 06:30:00

[반갑다 새책 2]수구문 밖, 루웨스 엘레지/김지호 지음/아우룸 펴냄

수구문은 서울이 한양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도성 4대문 밖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이 문으로 내가서 매장했기에 속칭 시구문, 시체가 지나가는 문이라는 뜻인데 그 시구문이 지금의 수구문이 됐다.어린 시절 부모의 부임에 따라 자주 전학을 했고 자신의 처지가 서울 토박이와 다른 점에서 심리적 왕따 상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던 지은이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애정과 진심을 담아 쓴 에세이이다. 책에서는 시골 출신 지은이의 이런 생각들을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려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경상도 안동을 비롯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성장하고 느낀 점을 지은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매우 솔직하게 적고 있어 이방인의 생각으로 지은이의 생각을 공유하며 읽어나가기를 권장하고 싶다. 254쪽, 1만2천원

2019-11-23 06:30:00

소설 '빅파파'

[서평] 빅파파/ 최재영 지음/ 문학사상 펴냄

'인생은, 그리고 세상살이는 복싱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다. (…) 살다 보면 맞아 줘야 할 때가 있고, 또 그렇다고 너무 티 나면 안 되니까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혼신의 표정 연기와 더불어 쓰러져 줘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여기다 링 바닥에 누워 꼬랑지 내린 강아지 새끼처럼 실신한 척 한쪽 다리를 부르르 떨어주는 서비스까지 겸해 주면 더 좋아한다.'말 뿐인 '세컨드 아웃' 후에도 여전히 세컨드가 복서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해 주는 링 위에서와 달리 많은 루저들은 세컨드조차 없는 채로 링 위에서 싸우는 삶을 지내고 있다.아버지 같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 같지 않은 아들. 두 루저가 인생을 걸고 마지막 한판 승부를 시작한다. '거지같은' 세상을 향해 예고 없는 펀치를 날리면서.◆불구 된 조작 격투경기 선수, 잊고 살던 빅파파와의 사연으로 스타덤열아홉 늦은 나이에 가출한 주인공 '고치원'은 10년 간 한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고서 MMA(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했다. 그곳에서 '링 위의 간디' 또는 '징검다리'라는 이름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복싱선수 경력이 무색하게도 링 위에서 비폭력주의자처럼 시합하거나, 상대 선수의 다음 스테이지 진출을 돕는 돌다리 같대서였다.그 후 현재 서른다섯살이 될 때까지 6년 간 치원은 '워크 경기'(조작 경기) 전문 격투기 선수로 활약했다. 그와 한 번 대결한 선수들은, 아마도 그 같은 선수가 되기 싫어서, 이 악물고 훈련해 챔피언이 되곤 했다. 큰 돈을 버는 생활은 아니었지만, 야금야금 잽을 휘두르다 보면 언젠가 KO를 낼 수 있는 피니시 펀치를 휘두를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사고는 불현듯 일어났다. 박천호 GFC 부대표의 제안으로 그에게 져 주는 조작 경기를 벌인 뒤 정신이 혼미한 시간을 보냈고, 문득 병실에서 깨어나 보니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불구가 돼 버린 것.병실에 누워 제대로 몸도 못 가누던 그에게 십수년 간 잊고 살았던 덩치 큰 아빠 고동석, 일명 '빅파파'가 찾아온다. 박천호가 치원과 빅파파를 다큐멘터리 방송에 내보내 주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을 웃기는 '똥꼬쇼'를 벌이며 생활을 이어가던 빅파파도, 더 이상 진짜 KO펀치를 날릴 수 없게 된 치원에게도 이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다큐멘터리에조차 각본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던 빅파파, 그런 아버지에게 연기자의 '프로 정신'을 가르치며 부자 관계를 비즈니스적 관계로 재정립한 치원은 다큐 '사람 냄새' 첫 화가 방영된 이후 그들의 삶에 감동한 이들에게 '스타'로 등극한다. 그러나 촬영과 방송을 거듭할 수록, 실상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박천호를 더 큰 스타로 부각하는 장기말 역할만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동정과 연민 배제한 냉소적 시선 끝 '써커 펀치' 날려'빅파파'는 루저(주로 인생에서의 패배자를 이르는 말)들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로, 특히 요즘 급증하는 '루저 남성'에 대한 이야기다. 안 웃긴 개그맨, 구독자 없는 인터넷방송 BJ, 1980년대에 사고가 머문 아버지. 이런 찌질한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자 시선, 냉소적 시각으로 다루면서 삶의 역설을 드러낸다.각기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부자가 아들의 사고를 계기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들은 비극적이지만 비극이 아닌 것처럼 담담하게 서술된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지 않게 풀어가는 이 소설의 힘은 작가와 주인공의 냉소적 태도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연민을 갖지 않고 거리감을 두는 시선은 그보다 먼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는 기대감, 기대를 배신하는 절망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한다.이렇게 이어지는 냉소는 작품 말미 반전 아닌 반전을 통해 완성된다. 복싱에 빗대어 보면 경기가 끝난 후 상대가 방심했을 때 그에게 날리는 '써커 펀치'가 극중에서도 이뤄진다. 써커 펀치는 룰을 벗어난 것이고, 그래서 비열하다. 그럼에도 이것이 쾌감을 주는 건 룰 안에서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자, 룰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이들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최후의 한 방이어서다.작품 해설에서 채호석 문학평론가는 "가짜를 진짜처럼 살아야 하는 삶의 역설을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그것을 견디는 힘, 그것이 냉소가 아닐까"라며 "소설은 눈물에서 오는 공감을 거부하고, 경기 '밖'을 보여주기에 웃음짓게 만들고 허탈하게 만든다"고 평했다.소설은 상당히 쉽게 잘 읽힌다. 다만 루저 남성이 왜 양산되는지에 대한 역사적·분석적 인식이 부족한 점과, 기존의 '아버지 찾기 소설'이나 '남성 소설'과 차별점이 크지 않은 점은 아쉽다. 312쪽, 1만3천500원. ※ 최재영은 =1992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빅파파'로 제71회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2019-11-23 06: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삼봉을 그리워 함(억삼봉, 憶三峰) - 이숭인

그대를 못 본지가 이미 오랜데 / 不見鄭生久(불견정생구)가을바람 또다시 쏴- 하고 부네 / 秋風又颯然(추풍우삽연)새로 지은 그대의 시 젤 빼어났고 / 新篇最堪誦(신편최감송)내 미친 짓 자네 말고 누가 봐줄까 / 狂態更誰憐(광태갱수련)천지가 허락했군, 우리 무리가 / 天地容吾輩(천지용오배)강호에서 몇 년 동안 누워지냄을 / 江湖臥數年(강호와수년)아득한 그대 생각 한이 있으랴 / 相思渺何限(상사묘하한)기러기 사라진 곳, 끝까지 보네 / 極目斷鴻邊(극목단홍변)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 1342-1398)과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1347-1392)은 막상막하의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스승 격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평을 할 때마다 도은을 삼봉의 앞에다 놓았다.하루는 그 스승이 도은의 시 '오호도'(嗚呼島)를 보고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댔다. 허파가 왈칵 뒤집힌 삼봉도 며칠 뒤에 '오호도'란 시를 지어 스승에게 보이면서, 시치미를 딱 떼고 이렇게 말했다. "옛사람의 시에 이런 시가 있던데, 이 작품은 어떤지요?" "참으로 빼어난 작품일세. 하지만 이 정도의 작품은 그대들도 얼마든지 지을 수가 있네. 지난 번 도은의 작품 같은 것은 절대 아무나 지을 수가 없는 거고." 훗날 삼봉이 정권을 장악하자 목은은 겨우 죽음을 면했고, 도은은 마침내 죽음을 당했다. 사람들은 "아마도 '오호도' 시가 빌미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서거정(徐居正)의 '동인시화(東人詩話)'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삼봉과 도은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다섯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절친한 친구 같이 지낸 사이였다. 유배살이를 하고 있던 도은이, 역시 유배 중이었던 삼봉을 그리워하며 지은 위의 시에서도 그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느린 말 홀로 타니 나귀를 탄 것 같아/ 채찍을 드리운 채 꾸벅꾸벅 졸았다네/ 말이 멈추기에 잠에서 깨어나니/ 무너진 담·사립문이 바로 그대(=도은) 집이었네" 삼봉이 지은 이 시를 통해서도 그들 간의 교제의 밀도를 짐작할 만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왕조교체기에 아쉽게도 서로 등을 돌렸다. 정치적 신념의 차이에 따른 것이므로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는 일일 터. 하지만 정권을 손에 쥔 삼봉이 귀양살이 하고 있던 도은에게 심복을 보내어 곤장을 쳐서 죽였던 것은 짜장 우리를 아연케 한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정말 '오호도' 시가 빌미가 되기라도 했던 걸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져서 날아가는 기러기의 날개를 붙들고 물어보고 싶은 가을이다, 아아!

2019-11-23 04:30:00

이번 주의 베스트 셀러

1.트렌드코리아 2020 김난도 미래의창2.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3.지쳤거나 좋아할 게 없거나 글배우 강한별4.에이트 이지성 차이정원5.흔한 남매 흔한남매 아이세움6.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웨일북7.부의 인문학 브라운 스톤 오픈마인드8.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 정토출판9.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10.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2019-11-22 11:14:17

[반갑다 새책]신 없음의 과학/리처드 도킨스'대니얼 데닛'샘 해리스'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김영사 펴냄

2007년 미 워싱턴 D'C에서 역사적 대담이 열렸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한 자리에 모여 현대 무신론의 시동을 건 획기적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적 탐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현대 무신론을 이루는 가닥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낱낱이 보여주었다.이 책은 그날 대화 이후 이들의 진화된 사고를 담은 새로운 에세이를 한데 묶은 것이다.에세이의 내용은 주로 ▷정말로 우주를 만든 초자연적 창조자가 있는가? ▷성경과 코란이 모든 것을 아는 자의 산물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종교와 과학은 겸손과 오만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가? 등을 흥미진진한 이야기체로 이어나간다.이들이 중심적인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면, 도킨스는 종교와 과학에 대해 "과학자들은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며 증거가 확실할 때 알려진 사실을 말하는 것은 오만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히친스는 믿음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살아간다"고 꼬집는다. 데닛은 종교의 유무해성에 대해 "물론 우리는 차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항상 균형잡힌 태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리스는 영성과 신비에 대해 "허튼소리를 전제하지 않아야겠죠. 나는 심오한 뭔가를 추구하는 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피력한다.종교적 믿음은 신을 믿든 믿지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직시해야할 현실이다. 왜냐하면 종교와 무신론, 과학과 이성에 대해 모든 의견이 현시대의 현안에도 똑같이 긴급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과학과 종교를 둘러싼 열띤 탐구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할 것이다. 208쪽, 1만4천800원

2019-11-16 06:30:00

사랑을 싸랑한 거야/ 정미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서평] 사랑을 싸랑한 거야/ 정미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스라엘 다윗 왕을 위한 반지에 새길 문구로 솔로몬 왕자가 제안했다는 문장이다.어른들에게 청소년의 아픔과 고민은 '나도 한 번쯤 겪었던' 하찮은 걱정일 수 있다. 그러나 힘든 상황에 처음 부닥친 청소년들에겐 인생 최대의 고통을 헤쳐나갈 현실적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은 그래서 누군가에겐 마법의 주문과도 같은 힘을 불러올 수 있다.세상에 완전한 어른은 없다. 모두가 삶의 해답을 미처 알지 못한 채 고통과 근심을 맞닥뜨리며 차근차근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과, 청소년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야 할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다.◆빚더미에 앉은 청소년 자매, 둘에게 사랑으로 찾아온 한 남자어지혜, 어지원 자매에게 갑자기 큰 위기가 닥친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고, 빚쟁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쳐들어와 채무 상환을 독촉한다. 자매와 엄마는 이들을 피해 할아버지가 살던 동네로 이사한다. 빚을 갚으려 할아버지는 힘든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결혼 전 직장생활 경험이 없던 엄마는 새벽까지 식당일을 한다.얼마 후 두물머리에 사진을 찍으려 산책갔던 '지원'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긴 '찬혁'에게 첫눈에 반한다. 맘 붙일 곳 없던 지원은 찬혁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 마음을 키운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예쁜 언니 '지혜'와 찬혁이 만나면 그를 뺏길까 노심초사하며 그의 존재를 숨긴다.한편, 자매는 빚쟁이에게 사는 곳을 들킬까봐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 이들은 짧은 시간 내 빚을 갚으려면 로또 1등 당첨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돈 없는 미성년자 신분으로는 로또복권을 사는 것조차 어렵자 낙심한다. 그런 가운데 언니 지혜를 눈여겨 보던 사채업자 '강철'이 "로또 복권을 사 주겠다"며 노래주점 아르바이트를 제안, 자매가 모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번 돈을 로또 구입에 몽땅 썼지만 당첨은 쉽지 않았다. 어느날, 자매는 노래주점에 들어갔다가 찬혁이 지병인 간질로 심하게 발작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놀라 어쩔 줄 몰랐던 지원과 달리 지혜는 침착하고 의연하게 119에 신고해 구급요청을 한다. 이후 지혜는 찬혁을 좋아하게 되고, 지원은 언니 앞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신의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한다.◆소설보다 더 독한 현실, '삶을 살아갈 이유' 보여줘"학교, 학원, 집에서 귀가 따갑도록 공부, 공부, 공부…. 대핛에 들어가면 또 취업 공부. 계속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에요? 드라마처럼 달달한 사랑 얘기를 써주세요. 책 읽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딴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게요.'살아남기'에도 바쁜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을 접하며, 작가는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더 이상 '어른'으로서 모른척 하거나 외면하고 싶지 않아 천신만고 끝에 이 소설을 썼다.'사랑을 싸랑한 거야'는 그저 소설로만 만든 허구가 아니다. 사회가 외면하고 어른이 눈 돌려 온, 소설보다 더 '독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지은이는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아이들 이야기를 어렵게 끄집어냈다.힘든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이런 질문에 저자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태풍처럼, 이 또한 지나가 버린단다"고 얼버무렸을 뿐, 명쾌한 해답을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에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와 '사랑의 힘'을 주제로 소설을 풀어냈다.지은이는 "어느 구석진 자리에 앉아 웅크린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세상의 쓴맛을 먼저 알아버린 당신은 어쩌면 남들보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패막이를 하나 더 얻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22쪽, 1만2천원. ▷정미경기도 안양에서 자라 고려대 인문정보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인이,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작가가 됐다. 작가는 되는 게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신나게 놀고 있다. 2013년 경기도문학상 아동소설 부문, 2015년 양평예술대상, 2018년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작가상 등을 받았다. 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장편동화 '이대로도 괜찮아', 청소년 테마 소설집 '마음먹다'(공저) 등이 있다.

2019-11-16 06:30:00

[반갑다 새책2]건강의 비결/임영호 글'그림/도서출판 한비 펴냄

지은이는 올해 87세로 68년 동안 아동복지원과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복지 환경의 어려움과 보람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동복지원과 요양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은이가 사회복지에 대한 사명과 보람에도 있지만 철저히 지켜온 건강관리 덕분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에 지은이는 자신이 실천한 건강의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아침을 꼭 먹어라' '후루룩 삼킬 수 있는 음식이 좋다' '고기를 즐기자' '콩은 뇌 건강에 으뜸' '비타민은 필수' '뇌가 좋아하는 술의 양은 따로 있다'처럼 뇌 건강에 좋은 식습관 편에서 보듯이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와 당뇨 등 건강 전체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381쪽, 2만원

2019-11-09 06:30:00

[반갑다 새책 1]하얀 나비/박일아 시집/문예미학사 펴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시인이 지은이가 첫 시집 '하루치의 무게'이후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첫 시집에서 보여준 소박함과 구도(求道) 의지를 이어가면서 자기 색깔을 좀 더 선명하게 갖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런 이유로 2009년 '사람과 문학'으로 등단한 지은이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본과 물질의 쓰나미 속에서도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세계관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시냇물에 발을 담그고/찰방찰방 걸어가면/조약돌이 간지럽다고/까르르 까르르 웃지요'(조약돌)지은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시를 통해 더욱 깊이 인식하고 만나는 사물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차분한 마음으로 관조하며 이를 언어적 조형미로 표현하고 있다. 106쪽, 9천원

2019-11-09 06:30:00

윤한주 저 '한국의 단군 사묘'

[책] 한국의 단군 사묘/ 윤한주 지음/ 덕주 펴냄

오늘날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으나, 국민 누구나 그 뿌리가 하나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이런 믿음은 환인과 환웅, 곰과 호랑이로 묘사되는 단군신화(고조선 건국신화)를 기반으로 한다.한반도 내, 심지어 북한에도 단군 영정이나 위패 등을 모신 전각, '단군 사묘'가 있다. 임진·정유재란으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도 큐슈 가고시마현에 단군을 모신 옥산궁을 지었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 독립군도 국내외에서 민족 뿌리와 민족정신을 되새기는 매개체로 단군을 기렸다.책은 전국 46개 단군사묘를 답사하고 그 내력을 소개해 민족 뿌리를 되새기게끔 했다.◆일본신사 바꿔 지은 대구 단군성전대구 수성구에 있는 단군성전(용학로 116-34)은 광복 후 1946년 정운일과 최항묵 등 지역 유지들이 모여 당시 달성공원에 있던 일본신사를 단군전으로 바꾸자고 결의한 데서 유래했다. 이들은 당시 대구시장에게 단군전 건립을 건의했고, 기금 조달을 위해 모금 운동도 벌였다.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 계획이 다시 추진됐다. 새로이 조직한 단군성조봉성회가 150만원을 모아 신사 건물을 개수하고 이듬해 9월 단군을 모시는 '천진 봉안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봉성회가 확보한 건물에 대종교 경북도본사가 자리잡자 개신교·천주교계는 단군전 건립을 일종의 종교단체 포교로 보고 철폐를 주장했다.봉성회 측에 단군전 이전을 권하던 대구시는 1966년 달성공원 공원화 계획을 들어 강제 철거에 나섰고, 이후 수성못 뒤편 법이산에 이전터를 마련해 줘 1968년 7월 지금의 단군성전이 자리잡았다.성전 양 기둥엔 원방각기와 태극기가 펄럭이고, 매년 어천절(음력 3월 15일)과 개천절에 제례를 올리고 있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쳐 관리되던 이곳은 2014년 이후 김숙자 씨가 시봉을 맡았으며 단군성전 후원회인 숭모회 등이 개인 차원에서 이곳을 꾸려가고 있다.◆독립운동가 조용승 주도로 건립, 칠곡 국조전경북 칠곡군청 앞 삼거리 '국조전'이라 쓴 도로 안내판을 따라 자고산에 오르면 국조전(석전로15길 20)에 이를 수 있다.경북 김천 출신 독립운동가 조용승은 단군성조를 숭배해 민족정신 통일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지리산 기슭에 제단을 만들어 단군에 대한 기도수련을 한 뒤 국조 단군 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수국회'를 발기했고, 칠곡을 중심으로 경북 여러 지역에서 동지를 모아 '단민회'를 조직했다.관의 협력으로 국조전건립기성회를 조직한 뒤 군민 성금을 걷어 1957년 왜관읍 석전동에 국조전 본관과 정문을 준공했으며, 1989년 주변에 민가가 많이 들어섰고 건물도 협소하고 낡자 도비와 군비, 성금을 모아 1993년 현재 자리로 이전 건립했다.국조전 수호비문에는 독립운동가 조용승의 뜻이 담겨 있다. 그의 딸인 조윤남은 1988년 74세 나이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 용신봉사상을 받았다.◆국학박사가 발로 뛰어 찾은 전국 46개 단군사묘저자인 윤한주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박사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군 사묘는 모두 46곳에 건립됐다. 1909년부터 광복 이전까지 6곳, 이후 1999년까지 31곳이다. 2000년 이후에도 더 건립된 것으로 조사됐다.지역별로 보면 대구, 칠곡을 비롯한 경상도 7곳, 강원도 2곳, 대전·충청도 14곳, 광주·전라도 16곳, 서울 4곳, 경기도 3곳 등이 있다.전라도민은 국조를 모시는 것이 사대주의 배격이자 민족 주체성 확립이라 여겼고, 충청도에선 독립운동가가 일제 탄압에 맞서 단군전을 지키며 독립을 염원했다. 경기도는 전국 유일하게 박물관 내 단군사묘가 있다.윤 박사는 앞서 이강오 전북대 교수가 유일하게 1980년까지 30여 사묘를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관련자 인터뷰, 새로운 자료 발굴 등을 통해 내용을 바로잡아 이번 성과를 내놨다.윤 박사는 "유서깊은 사찰, 향교에 대한 책은 많지만 단군사묘를 다룬 것은 안내서조차 찾기 힘들다"며 "책을 계기로 지역민들이 한 번쯤 우리 고장의 소중한 문화재 단군 사묘를 찾아 선조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336쪽, 3만5천원. ▷윤한주는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덕분에 글쓰기 적성을 발견하고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출판, 홍보 업무를 거쳐 신문기자로 일했고, 기자 시절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찾아서' 등을 보도했다. 우리나라 고유 역사이자 철학인 국학을 연구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11-09 06:30:00

[반갑다 새책] 세 개의 거울/양선규 산문집/소소담담 펴냄

지은이가 지난 5년 동안 신문 지상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한데 묶은 인문학 산문집이다. 그의 인문학 글쓰기는 특별하다. 인문을 삶의 무늬라 했을 때 그의 글쓰기는 지금껏 아무도 그려내지 못한 삶의 무늬를 찾아 떠나는 노마드의 끝없는 여로라 할 수 있다.책 제목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따왔다. 계모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고 물었을 때 거울은 "백설공주요"라고 답한다. 이른바 검은 거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백설공주 이야기 속 거울은 무의식의 반영이고 윤리적 교시이고 문화의 힘이다.따라서 '세 개의 거울'은 지은이가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무늬가 대체로 그 세 가지 관점에서 포획되는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지은이의 글은 처음 대하는 이들은 그가 그려내는 삶의 무늬가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라 순간 당황한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주어진 도상이 아니라 그가 새로이 찾아낸 상징들을 통해 그려지는 아름다운 우리네 삶의 무늬에 곧 매혹된다. 256쪽, 1만4천원

2019-11-02 06:30:00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 책표지

[책 체크]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정종영 지음/ 파란자전거 펴냄

대구 도심에 수달이 산다. 열 마리도 넘는다고 한다. 수달이 도시에 사는 게 뭐 그리 대단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신천은 조금 다르다. 사람이 만든 인공하천이기 때문이다. 수중보 때문에 물고기가 넘어가지 못하고 촘촘히 쌓아 놓은 블록 때문에 동물이 집을 짓지 못하고 있다.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생물들의 현주소를 동화로 알아보고 전문가의 목소리로 실천 방안과 생물의 정보를 알려주는 '우리 땅 우리 생명'의 네 번째 이야기로 수달이 주인공인 '도시 수달 달수네 아파트'가 나왔다.수달의 몸짓과 목소리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우리 옆에서 그들이 품은 고민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지은이는 "사라졌던 야생 동물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지만, 그들이 설 자리는 아직 비좁다. 로드킬 방지용 반사판은 더 늘려야 하고, 수중보의 이동 통로도 수월하게 보완해야 한다.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생태섬은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54쪽 1만1천900원.

2019-11-02 06:30:00

푸른 시간에 갇혀 책표지

[책 체크] 푸른 시간에 갇혀] 박동미 지음/ 서쪽나무 펴냄

'그대는 아이 울음처럼/ 날마다 잘라나는 성장통/ 밝음과 어둠 섞이는/ 뒤안길에서/ 피는 꽃의 두근거림으로/ 햇볕 바람 그냥 통과했으면// 들릴 듯, 들리는 듯/ 헐벗은 가난이여!/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마음 뒤꼍 돌아/ 가슴으로 흐르는 강물/ 징글징글한/ 봄날은 잠깐이었다.'-박동미 시 '강물'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인 박동미 시인이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푸른 시간에 갇혀'를 내놓았다. 시인은 청하백일장 일반 대상, 대한민국 편지쓰기 금상, 인천시민문예대전 수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시집에는 1부 '꽃은 첫 마음으로 핀다', 2부 봄꽃 번지듯', 3부 '노을이 만든 길' 등 3부로 나눠 한층 깊어진 근원에 대한 사유와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시 70여 편이 담겨 있다.시인은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두 번의 서른을 지나서 남은 기쁨은 '시를 쓰는 일', '이 비밀스러운 기쁨을 위해 오늘 밤도 따뜻한 등불 속'으로 드는 것이다"고 말한다. 103쪽 8천원.

2019-11-02 06:30:00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01 풍운의 도시, 난징

[서평]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01 풍운의 도시, 난징/ 신경란 지음/ 보고사 펴냄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 그 첫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기획된 것이다.처음 소개하는 도시 '난징'(南京)은 중국사에서 10개 나라가 수도로 삼았던 데다 수도가 아니었을 때도 문화 중심지였다.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수도로 정해 급속 발전한 난진은 남북조 시대를 거치며 남조 귀족 문화의 중심지이자 당시 세상의 중심이 됐다.아픔도 많다. 중화민족 수도였던 이곳은 중일전쟁 때 난징대학살이라는 참사를 겪었다. 일본군이 운영한 난징위안소까지 이곳에 자리잡으면서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기도 했다. ◆새 수도 '북경'의 남쪽 오랜 수도 '남경'난징의 이름은 어떻게 해서 붙은 것일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고려 때 지명도 남경(南京)이었다. 도읍인 개경을 보완하는 여러 부도시 가운데 남쪽에 있다는 이유였다. 일본 도쿄(東京) 또한 메이지유신 때 천황(일왕)이 교토를 떠나면서 동쪽 에도(도쿄의 옛 이름)에 새 서울을 만들며 이름붙였다.난징은 1368년 주원장이 이곳을 명나라 도읍지로 택할 때까지 금릉 또는 강녕이라 불렀다. 주원장은 '천명에 응한다'는 뜻에서 도읍 이름을 '응천'(應天)이라 정했다.이곳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그러나 주원장이 죽자 정권에 권력다툼이 생기면서 남북전쟁이 발발, 북평(北平, 오늘날 베이징北京)에 근거지를 뒀던 주체(영락제)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대 사람들이 새로운 도읍지 북평을 '응천 북쪽에 있다' 하여 북경(베이징)으로 불렀고, 북경이 생기자 남쪽의 응천은 자연히 남경(난징)이 됐다.이렇게 생겨난 베이징과 난징이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난징은 19세기 태평천국의 수도가 되면서 잠시 천경(天京)으로 불렸으나 다시 난징으로 바뀌었고, 신해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중화민국의 수도가 됐다. 북경은 명, 청대를 지나 중화인민공화국 수도가 됐다.오늘날로부터 1천500년 전 당시 세계를 휘어잡은 선진국의 수도 난징. 중국을 집어삼키려던 대영제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난징조약'을 체결하고 중국 근현대사 문을 연 도시. 남경의 젖줄로 밤뱃놀이의 절경을 자랑하는 강 '진회하'(秦淮河), 진회하 근처에 자리잡은 공자 사당 '부자묘'(夫子廟)와 축구장 42개 규모 초대형 부지를 자랑하는 옛 과거시험장 '공원'(貢院). 중국의 3천600여 년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난징에는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흔적이 흩어져 있다.◆일제 침탈 상흔 깊은 곳, 우리 민족이 숱하게 다녀간 곳난징은 우리 민족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신라 최치원이 당나라 빈공과에 급제해 이곳에서 율수현위로 부임하고 백제 사신이 오갔으며 원나라 요청을 받은 2만3천 고려군이 이곳으로 원정을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이곳은 근대 일본 제국군의 침탈을 받아 우리와 비슷한 근현대사 상처를 안고 있다. 중일전쟁 때 처참히 파괴되고 난징대학살을 당했다. 일본군이 전쟁 중 만든 위안소에서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무차별로 끌려와 비인간적 학대를 당했다. 일본군이 당시 설치한 위안소 가운데 가장 큰 곳이 오늘날 전시관으로 남았고 조선인으로 당시의 참상을 고발한 유일한 증인 '박영심'의 이름도 고스란히 기록했다.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 거점 중 하나로도 큰 역할을 했다. 김구는 1930년대 난징에서 정치 지도자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냈다. 김원봉의 의열단이 중심이 돼 좌파 '혁명'과 우파 '민족'이 합작, '민족혁명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책은 이처럼 난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되 중국사와 한중의 관계사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점으로 서술했다. 아울러 난징박물관, 총통부, 부자묘, 진회하 등 난징의 여러 명소, 관광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지은이는 "난징은 이야기가 풍성한 곳이나, 재주가 부족해 그 이야기를 책에 모두 담지 못했다"고 겸손을 표하면서도 "난징은 중국 고대사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터널이자, 고구려와 백제 이후 역대에 걸쳐 우리 국제 활동 무대였다. 이 책이 독자를 실망시킬지언정, 찾는 만큼 보물을 캐낼 수 있는 도시 난징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 자부했다.304쪽. 1만6천원. ※신경란은=대구에서 태어나 열여덟 해를 지낸 후 객지살이를 시작, 지금까지 여러 도시를 떠돌았다. 서울과 베이징을 거쳐 난징에서 지낸 십여 년 삶이 이 책을 쓴 원동력이 됐다. 서울에서는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고, 중국에서는 번역 일을 주로 했다. 현재는 '한서'를 번역 중이다.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뒤지고 뒤지면 제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집단지성의 문명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2019-11-02 06:30:00

소설 남중 표지

[책]남중(南中)/하응백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문학평론가 하응백이 연작소설 '남중(南中)'을 펴냈다. 자신의 첫 소설작품이자 자전소설이다. '김벽선 여사 한평생',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남중'이라는 3편의 작품이 연작소설 '남중'을 구성하고 있다.'남중'은 일제 강점기와 6.25 때부터 최근의 문인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흡인력이 있다. 작가 하응백은 "묘사를 제외하고 스토리 위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첫 번째 소설, '김벽선 여사 한평생'은 1929년생 여인의 한 평생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이 6·25 때 전사하고, 이후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 이 여인은 나이가 든 후, 법원의 허락을 받아 전사한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다. 죽은 사람과 혼인하기 위해 법원의 허락을 받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이 과정을 바라보는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다.두 번째 소설,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은 1899년생 북한 신의주 출신 한 남자가 월남하며 여러 여인을 만나 살다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전편에서 여인이 남편 전사 후 만난 남자가 바로 하영감이다. 하영감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웃기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종의 행장(行狀) 소설이다.세 번째 소설, '남중'은 김벽선 여사와 하영감의 아들이 문학평론가가 되어, 문학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로 문학평론가 하응백의 자전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가 황순원과 김남천, 시인 박정만 등 여러 시인과 작가의 인연이 전개되며, 한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본인이 특검에서 한 진술과 법정 증언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이 세 편의 소설은 제 각각의 작품이지만, 내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라는 화자가 동일 인물이기도 하고, 내용상으로도 연결 고리가 있다. 작가는 "여러 편 장편으로 쓰는 건 이미 유행이 지났다고 본다. 소설을 쓰면서 생략하고 빠뜨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기려고 애썼다. 그렇게 앙상한 뼈들 중 하나씩을 서로 걸치게 해 연작소설이라고 우기는 걸로 봐 주시면 된다"고 말한다.문학평론가가 소설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 예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문학평론가란 사람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만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응백은 왜 이런 작업을 감당했을까?"이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상했습니다. 평론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숙제를 하지 못했다는 미진함이 있었어요. 이제 후련합니다. 소설을 써보니 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몇 편은 더 쓸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인데 독자들의 호응이 좋아서 다행입니다."이 작품 '남중'은 '나는 왜 태어났는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소설적 통찰이다. 동시에 혼란한 시대를 본능으로 관통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 그들이 잉태한 한 생명이 무슨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목 '남중(南中)'은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한 바로 그 순간을 지칭한다. 작가는 "남중은 삶의 순간적 황홀이다. 우주적 질서 속에서 태양과 지구와 당신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절대적인 순간이다."고 말한다.176쪽, 1만2천500원. ▷ 하응백1961년 대구 출생. 대건고등학교 문예반 '태동기'에서 활동했다. 태동기 동인으로 문학평론가 박덕규, 시인 안도현 등 많은 문인이 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당선, 문학평론집으로 '문학으로 가는 길', '낮은 목소리의 비평', 문인들과의 대담집 '친구야, 다리를 건너거라', 국악가사 해설집 '창악집성', 낚시 에세이 '나는 낚시다' 등을 썼다.

2019-11-02 05:30:00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책] 나쁜 정치가는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강희영 옮김/ 바오 펴냄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역사는 오직 승리자만 응시하며 패배자들을 어둠 속에 남겨둔다. 근대 민주주의 서막을 알린 프랑스 혁명사의 주인공들, 즉 로베스피에르, 당통,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은 역사의 굵은 활자로 기록돼 있다. 당대 유럽을 지배했던 나폴레옹과 수많은 장군들의 무용담은 신화가 되어 지금도 전해진다. 그러나 역사는 왕과 영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면에는 실제 주인공들이 숨어 있다.이 책은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에 보내고, 나폴레옹을 붕괴시키며 오로지 권력만을 향해 나아갔던 흑막의 정치가 조제프 푸셰의 생애를 추적해 그의 심리세계와 각 인물간의 갈등구조를 생동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조제프 푸셰는 누구인가"1790년에는 수도원의 교사였고, 불과 2년 후인 1792년에는 교회의 겁탈자가 되었고, 1793년에는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5년 후에는 백만장자가, 그리고 10년 후에는 오트란토 공작, 그리고 마침내 임시내각의 수반으로 권력의 1인자가 되었다."푸셰의 파란만장한 삶이다. 푸셰는 1759년 프랑스 낭트에서 선원의 아들로 태어나 1820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숨을 거두었다. 60여 년에 걸친 그의 생애는 프랑스혁명과 그에 뒤이은 루이 16세의 처형, 자코뱅의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유럽전쟁, 그리고 나폴레옹의 백일천하와 왕정복고라는 격동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런 시대에 푸셰는 세기 전환의 한복판에서 모든 당파를 이끌고 그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단 한명의 남자였다. 그가 충성했던 단 하나의 대상은 권력이었다. 그는 권력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근대의 가장 완벽한 마키아벨리스트였다. ◆푸셰는 기회주의자의 화신푸셰는 죽는 순간까지 권력을 추구한 처세의 달인이자 기회주의자 중의 기회주의자였다. 이념과 상관없이 언제나 다수당을 선택했고, 혼란의 시기에는 승자가 확연히 드러날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렸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변절과 배신의 귀재였다. 혁명가들이 대세를 장악할 때는 공산주의가 되었다가, 반동 쿠데타가 일어나면 손바닥 뒤집듯 혁명을 좌절시켰다. 그는 의형제를 맺었던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에 세웠으며, 자신을 출세시킨 바라스를 권좌에서 추출했다. 또 리옹 학살의 책임을 동료에게 떠넘겼으며, 충성을 맹세했던 나폴레옹의 배후를 위협하며 그의 권력을 붕괴시켰다. 심지어 그는 임시내각의 수반이 된 뒤에는 루이 18세에게 권력을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그에게는 어떤 숭고한 가치나 이념도 없이 오로지 맹목적인 생존의지와 권력의지밖에 없었다. 루이 18세는 "푸셰처럼 교활하고 약삭빠른 놈은 이 세상에 다시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푸셰는 최초의 정보기관장푸셰보다 정보의 힘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테르미도르 쿠데타 후 총재정부에서 처음 경무대신이 되었고, 이후 나폴레옹과 루이 18세 치하에서도 그 직위를 맡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발탁한 정부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정보를 활용했다. 프랑스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아놓은 스파이망을 통해 모든 것을 엿듣고 감시했으며, 권력자들의 뒤를 캐내 약점을 틀어쥐었다. 그의 촉수가 뻗치지 않는 곳은 없었으며, 정적인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마저도 그에게 정보를 팔아넘겼다. 모두가 푸셰에게 고개를 숙였고, 나폴레옹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푸셰를 가장 두려워했다. 이는 푸셰가 당대에 가장 막강했던 권력자인 나폴레옹과의 목숨을 건 권력투쟁에서 끝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푸셰를 근대사회에서 최초로 정보의 힘을 이용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푸셰의 후예?정치가 푸셰의 삶은 우리에게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권력만이 충성의 대상이었던 푸셰의 정치에 국민은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푸셰 같은 정치가의 머릿속에 그려진 지도를 따라 우리는 걸어온 것이 아닌가. 때로 그들이 지옥을 향할지라도 우리는 천국으로 간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우리의 정치무대를 장식하는 정치가들의 삶에서 푸셰를 읽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언제나 권력의 중심에서 맴돌던 정치가, 음습한 공작정치를 획책했던 정치가, 변절과 배반을 일삼았던 정치가, 매일 언론에 등장해서 입버릇처럼 국민을 내세우는 정치가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푸셰의 얼굴을 본다. 과거에 토했던 무수한 말들을 배반하고, 인기에 영합하고, 명백한 실책과 잘못을 바로잡기보다는 천박한 진영논리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나쁜 정치가들을 보고 있다. 그런 정치가를 준엄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모두 푸셰의 후예일 뿐이다. 388쪽 1만5천원.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학 후 1904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차 대전 기간에는 반전운동에 참여했다.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 전기 작가로서 생동감 있는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 뛰어난 구성 능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서로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발자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어제의 세계' 등이 있다.

2019-11-02 05:30:00

대구문화재단, 대구교육누리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

보수 도시인가…'전태일로 본 대구정체성' 발간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교육누리는 대구 출신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연구, 조명한 대구 최초의 도서 '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전태일로 본 대구정체성'을 발간했다.책은 대구시가 대구시민주간(매년 2월 21~28일)마다 실시하는 시민참여형 '대구정체성 확산 및 실행' 사업 결과로 집필됐다. 해당 사업은 20세기 이후 대구에서 태어났거나 지역에서 학업을 쌓은, 또는 주요하게 활동한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 조명하고 그들의 삶과 생애로 대구정체성의 한 자락을 밝히는 것이 목표다.'대구에서 전태일을 기억하기'를 주제로 기획된 이 책은 대구에서 태어나 오늘날 전태일을 있게 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다뤘다. 아울러 대구에서 태어나 최초로 '전태일 평전'을 저술하고, 변호사로서 처음 공익 변론 활동을 한 조영래 변호사를 조명했다.그간 전태일 관련 책자와 자료집, 신문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 영화·연극 등 문화콘테츠 대부분이 서울에서 주로 제작됐다 보니 시민과 학생들이 대구 출신인 전태일과 이소선, 조영래를 깊이있게 알기 힘들었다.이에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교육누리는 지난 3월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집필한 가운데 기존 저술 자료와 보도, 방송 프로그램을 수집, 연구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책자 발간 단체인 대구교육누리의 류병윤 집행위원장은 "대구는 근현대사에서 수많은 역사적 인물과 선구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과 '보수적 도시'라는 편견 등에 저평가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책자 발간을 기획했다"면서 "앞으로 학교과 도서관, 각종 단체·기관에 책을 보급해 대구 정체성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286쪽. 비매품. 문의 대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053)430-1257.

2019-10-30 11:01:47

[반갑다 새책]문화분권4/발행인 김용락'편집인 김태용/문예미학사 펴냄

"서울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역(방)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눈은 세계로 가령 뉴욕이나 파리로 향해 있을지언정 지역의 어떤 도시도 생각하고 있지 았다는 것이다."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을 보임하게 된 이 책 발행인 김용락 원장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고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조화로운 삶을 구현하는 책임은 아무래도 지역의 문화예술인에게 더 크게 있다는 게 또한 김 원장의 생각이다.이 책은 이런 대의에 복무하려는 작은 몸부림의 결과이다.책의 첫 장 대담 편에서는 이런 주제로 김용락 원장이 시인 유안진과 '문화는 다양하고 다채로워야'를 주제로, 시인 정훈교와 '지역문학의 파수꾼'을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어 시 편에서는 박정남의 '진안에서 만나는 귀', 황명자의 '우물의 역할', 이정환의 '다색' 등의 주옥같은 시가 줄을 서 있고, 소설 편에서는 배남효의 '2019 경주의 봄날'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4명의 논객이 펼치는 논단 편에서는 특히 김두관 의원이 '지역이 살아야 문화가 산다'를 웅변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르네상스의 출발은 지방과 분권"이었음을 역설하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왜 하필 지방의 현실은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를 물으며 모든 게 '수도권 집중'의 우리나라 경제, 정치, 사회적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다.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산문 편에서는 황한수 씨는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인간이 지닌 인격적 한계'라는 글을 통해 현대사회가 육체적 건강의 추구는 모든 진리에 우선하는 공리적 사실임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36쪽, 1만5천원

2019-10-26 06:30:00

이리아 마라뇬,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서평] 공주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이리아 마라뇬 지음/ 김유경 옮김/북멘토 펴냄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최근 개봉하면서 온라인 상 남녀 설전이 거세다.남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해당 작품은 70년대 이전까지의 옛 일, 80년대 생이 일생에 걸쳐 숱한 성차별을 겪을 만큼 불평등이 심각하지 않다"며 "페미니즘은 여성이 우위에 서고자 남성을 탄압하는 해약"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임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아직도 남성은 여성이 맡은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고 '돕는다'고 표현한다. 출산과 육아로 사회 진출이 가로막히거나 직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도 없다"며 "페미니즘은 성평등 운동"이라고 맞선다.이런 가운데 책은 '페미니스트'가 남성우월주의의 반대말(여성우월주의)이 절대 아니며, 남성우월주의를 타개하려는 것이라 바로잡는다. 아울러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가운데도 여성은 다양한 개인적, 구조적 차별에 놓이며, 그것이 어릴 적 사회화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달리 내재화한 결과라고 지적한다.◆남아는 모험적 로봇, 여아는 가정적 인형1990년대 소비 경제와 자본주의 성장으로 완구 회사들은 아이들을 자극해 상품 판매량을 늘릴 방안에 골몰했다. 그 결과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수요 제품을 구분했다.사회학자 엘리자베스 스위트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 광고는 성별에 따라 장난감에 색상(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 등)을 입히지 않았지만 성 역할 관념(여아는 집안일 관련, 남아는 기계 관련)에 따라 편향적으로 이뤄졌다.1990년대 이후로는 아예 여아용, 남아용 장난감에 색상 구분까지 가미됐다.이에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그렇듯 여자 아이는 인형 소꿉놀이를, 남자 아이는 슈퍼히어로, 군인, 축구 선수 놀이를 하며 놀게 하는(노는) 데 익숙할 것이다. 여아가 운동장 한 귀퉁에에서 고무줄놀이나 피구를 하고 놀 때 남아는 넓은 운동장의 중심부를 누비며 1인당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점유한 채 공을 차고 논다.나아가 남아는 다른 남아, 또는 여아가 고무줄놀이를 하느라 차지한 활동 공간을 점령하거나 빼앗아 노는 데 익숙한 반면, 여아는 그런 침범에 크게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공간을 빼앗기고 마는 일도 다반사다.어릴 적 같은 성별의 친구와 끼리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란 남자는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넓은 영역을 종횡무진하거나 모험하는 삶을 산다. 작게는 대중교통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않아 옆사람의 공간을 침범하고, 크게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다소 폭력적인 방법(언성 높이기, 위협, 무력)을 일삼는 사례도 생긴다.반대로 여아들은 더 낮은 직급에서 일하거나 집안일과 육아를 맡고 돌봄받는 일에 익숙해 진다.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가 하면, 위험이나 갈등에 휘말릴까 늘 '조심'해서 살기도 한다.수 세기에 걸쳐 대물림한 성역할과 성별에 따라 달리 한 장난감 놀이는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쯤, 누군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 개개인에게 남성우월주의로 뿌리내린다.◆모험심 지닌 여아, 존중심 지닌 남아로 키워야스페인에서는 여아가 태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귀를 뚫어 주고 분홍색 치마를 입히며 남아는 파란색 발싸개를 감싸준다. 저자는 이런 관습이 사회 외부요소에 따라 우리의 젠더(사회적 성)가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이라고 지적한다.스페인에서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로 오늘날을 사는 저자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학습한 젠더 차이를 통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사회가 만든 남성으로, 여성으로 자란다고 지적한다. 울어서는 안 되는 남성, 자기 의견을 표출해서는 안 되는 여성으로 사회화한다는 것이다."여성은 (가정 손빨래를 해 대느라) 세탁기 발명 전까지 참정권을 위한 캠페인이 참여할 수 없었다"는 케이틀린 모란의 말처럼, 신체적 차이로 인해 여성은 오랜 세월 남성에게 의존해 왔다.즉, 발명과 제도 발전이 선행하고서야 여성도 점차 사회 진출의 장벽을 하나하나 부수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찾아 왔다.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여전히 그 과정에 있다.저자는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신의 본성에 맞서고 도전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꼭 '인간적인' 모습은 아니며, 일단 생물학적 요인의 한계가 극복되면 더 이상 여성에 대한 억압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저자는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성별의 아이에게든 구분 없이 페미니즘과 평등, 존중, 비폭력으로 교육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책 곳곳에 독자가 생활 속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 방법도 실렸다. 248쪽. 1만5천원.

2019-10-2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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