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대구문인협회 14대 회장에 심후섭 아동문학가

대구문인협회 14대 회장에 심후섭 아동문학가

제14대 대구문인협회 회장 선거에서 심후섭(사진) 아동문학가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심 작가와 김선굉 시인이 후보로 나서 경선으로 치러졌다. 대구문협 회장 선거서 경선은 2014년 12대 회장 선거 이후 7년 만이었다.대구문인협회는 지난 15일 우편투표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했다. 대구문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부터 두 후보자의 약력과 공약 등이 담긴 선거공보물을 회원들에게 개별 배송하는 방식으로 선거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지금까지 대구문협 회장 선거는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거권을 가진 회원들이 투표장에 모여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듣고 직접 투표하는 방식이었다.올해는 코로나19 국면으로 모이는 것은 불가능했고 선거도 한 달 연기됐다. 대구문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자투표 방식을 대안으로 고민했지만 회원들의 전자기기 조작 미숙 가능성 등을 우려해 우편투표 방식을 택했다.투표권이 있는 대구문협 회원 729명 중 672명이 투표했다. 투표율 92.2%. 역대 최고 투표율이었다. 심 작가는 당선과 함께 임기를 시작해 3년간 대구문인협회 회장직을 맡게 된다. 부회장 등 신임 집행부도 금명간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심 작가는 주요 공약으로 ▷기획 출판 원고 공모 및 원고료 점진적 인상 ▷회원 운영 업체 소개 통한 문학사랑방 운영 ▷각 구별 문협 설립으로 작품 발표 및 교류 기회 확대 ▷집필 소재 발굴답사 등 문학기행 활성화를 내건 바 있다.심 작가는 "섬기는 자세로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겠다. 회원 화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심후섭 아동문학가는 청송 출신으로 1980년 창주아동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돼 등단했으며, 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도 동화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저서로 동화집 '의로운 소 누렁이' 등 80여 권이 있다. 대구 달성교육장을 역임했다.

2021-01-20 17:33:03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 여성기업인의 삶’ 발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 여성기업인의 삶’ 발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최미화)이 여덟 번째 경북 여성 구술생애사 '경북 여성기업인의 삶'을 발간했다. '나는 경북에 있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구미, 경주, 경산, 청송, 칠곡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CEO 5명의 삶과 기업경영 '허-스토리(Her-story)'가 담겨 있다.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대맥장을 제조하는 한국맥꾸룸을 창립‧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45호 성명례(73세), 삼성제침가의 맏며느리에서 평사원을 거쳐 대표까지 올랐다가 삼성금속을 독자적으로 설립‧운영하고 있는 김숙희(71세),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던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천연한방에 대한 관심을 키워 하늘호수라는 한방화장품 회사를 만든 서미자(64세), 남편의 학업과 교통사고 후유증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며, 진산크라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구미여성기업인협의회 창립 멤버 엄재숙(64세),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늦깎이 CEO로서 자동차부품회사인 경보라인을 운영하며 여성기업인협회 경주지회장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박운형 대표(63세)까지 다섯 명을 주인공으로 엮었다.가사와 자녀양육에도 소홀할 수 없어 1인 2역, 1인 3역을 담당하며 부단히 편견과 한계에 맞섰던 다섯 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 한 가정이 아닌 수많은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여성기업인들의 깊은 고뇌와 지혜를 만날 수 있다.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은 "2007년부터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독립운동가 후손, 파독간호사, 문화예술인, 해녀와 어촌여성 등 58명의 생애사를 채록해 왔다"며 "구술생애사는 우리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꾸어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비매품. 문의=054-650-7900.

2021-01-20 12:06:33

[문득 동네책방] 동네서점계 터줏대감 '더 폴락'

[문득 동네책방] <3>동네서점계 터줏대감 '더 폴락'

'30대 동갑내기' 최성·김인혜 씨가 함께 문을 연지 9년째 접어든 독립서점 '더 폴락'(대구 중구 경상감영1길 62-5)은 대구 독립서점계의 터줏대감이다. 2012년 대명동에서 시작해 몇 년 전 '뉴트로의 성지' 북성로로 터를 옮겼다.주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이곳은 페미니즘, 동물권, 비건, 젊은 여성작가 등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특이한 주제를 다룬 서적이나, 재밌는 시도가 포함된 서적도 진열대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독립영화, 인디음악을 사랑하는 두 여성 대표는 일반 출판물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를 독립출판물을 통해 세상에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꾸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더 폴락에서 운영하는 독립출판축제 '아마도 생산적 활동'과 공연·토크 프로그램 '폴락이다'는 이제 더폴락의 대표 콘텐츠가 됐다. 영화, 글쓰기, 독서 등을 주제로 하는 취향모임 '클럽활동'도 7기를 맞았다. 문화 프로그램을 꾸릴 땐 '주최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참여하는 사람도 즐겁다'는 취지에서 두 대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섭외해 함께 하고 있다.9년간의 프로그램 기획 경험과 그간 함께 해온 인연이 차곡차곡 쌓여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더 폴락은 대화의 장을 운영하는 '레인메이커협동조합'과 함께 북성로 지도를 만들어 북성로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을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북성로 버전으로, 독립서점·독립영화관·카페·북성로 공구빵집·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등 북성로 일대 핫플레이스 10곳을 모아놓았다."'당신의 호작질을 응원합니다'라는 책방 소개 문구처럼 무언가 하려고 하는 모든 분들을 늘 응원할 겁니다. 저희도 늘 무언가 하려고 노력할 거구요. 책방 오픈 10주년에는 우리 책방을 모티브로 한 뮤지션의 음악 작업을 모아 음반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응원해주세요."

2021-01-18 11:27:43

구수산도서관 상주작가 프로그램 '가사로 쓴 생애약전' 발간

구수산도서관 상주작가 프로그램 '가사로 쓴 생애약전' 발간

(재)행복북구문화재단(대표 이태현) 구수산도서관은 최근 '가사(歌辭)로 쓴 생애약전-인생은 짧은데 노래는 길더라'를 발간했다. 이 책은 지난해 선정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자신의 인생을 기록한 가사약전 34편을 담았다.가사문학은 우리 고유의 민요적 율격 바탕 위에 향가나 고려가요, 한시 등의 내용적 영향이 보태져 형성된 장르로, 이 가사 형식을 빌어 자신의 생애를 기록했다.상주작가로 이를 지도한 김수상 시인은 "가사는 우리 고유의 민요적 율격을 바탕으로 하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가사체에 담아 출판된 책을 보니 지난 6개월간의 울고 웃던 여정이 떠오르며 아쉬움과 뿌듯함이 가득하다"고 소감을 전했다.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지금, 이전 세대가 전해주는 울림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이 책은 구수산도서관과 2020년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한 전국 40여 개 도서관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2021-01-17 16:01:08

[책]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책]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빌 포셋 외 지음 /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 펴냄 아돌프 히틀러는 10대 시절 오로지 그림에만 관심이 있었다. 1903년 그는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빈으로 갔다. 하지만 빈 미술학교 입학시험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미술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는 세상이 아직 제2의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번엔 건축에 도전, 빈 건축학교에 지원했으나 또 낙방했다.이후 이야기는 알려진 대로 반유대주의 노선의 기독사회당에 입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원입대하면서 점차 냉소적 청년으로 변해갔다. 만약에 히틀러가 미술과 건축학교에 입학했더라면 어쨌을까? 제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까?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역사에서 '만약(If)은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며 인류 역사는 술 취한 이의 갈지자걸음보다 어지럽고 오락가락한다.책은 96편의 글, 101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류의 흑역사를 되짚어 본다. 고대 페르시아와 그리스 도시국가 간 전쟁부터 오늘날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인간 군상이 만들어낸 실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세계 흑역사 속에는 1950년 맥아더와 한국전쟁에 관한 것도 있다. 북녘 땅을 거의 수복했을 즈음 군 정보 소식통에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소문과 보고서가 잇따랐지만 맥아더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마침내 1950년 11월 1일 중공군이 미군 육군 연대 하나를 공격했다. 이때에도 맥아더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지 못했고 그해 11월 25일 중국이 약 30만명의 병력을 앞세워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자 비로소 맥아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결국 유엔 연합군은 막대한 타격을 받고 후퇴하면서 서울을 포함해 힘겹게 점령한 거점들을 중공군에게 넘겨줬다. 이 시점에서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가 초기 대처를 잘 했더라면 한국전쟁의 양상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이 유엔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어쩌면 분단과 상호 불신의 아픈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나타난다"는 헤겔의 역사관에 비추어보면, 역사란 99%가 인간 감정의 기록이며, 이성은 고작 1%에 불과할 뿐이라고. '고대~근대 편' 376쪽, 1만7천원. '현대 편' 380쪽, 1만7천원

2021-01-16 06:30:00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유럽: 지리학 독본'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유럽: 지리학 독본'

도서관 고문헌 목록을 검색하다가 보면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선택해서 도서관에 들여왔는지 그 경로가 궁금해지는 책이 있다. 'EUROPE: A Geographical Reader'(유럽: 지리학 독본)가 그런 책이다. 1925년 미국 뉴욕의 한 출판사에서 발행된 이 책의 초판본이 대한민국에는 단 한 권,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경북대학교 도서관이 건립된 것은 1952년, 이 책의 출판으로부터 20년도 훨씬 지난 때였다. 그러니 이 책은 상당시간 여기저기 떠돌다가 도서관에 안착한 것이다. 책이 떠돈 그곳이 어디였건 간에 이 책은 자립을 꿈꾼 여성과 바깥세상을 알고 싶어 한 모험가, 그리고 제국의 속국 상황에 있던 가난한 나라의 지식인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듯하다.'유럽: 지리학 독본'은 유럽 여러 나라의 문화 지리적 풍토를 소개한 책이다. '어린이 교육서'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그 이상을 담고 있다. 저자 비니 비 클락(Vinnie B. Clark)은 1878년 태생으로 작가이자 세계 여러 나라를 탐사한 지리학자이다.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이 인정된 것이 1920년이었으니 그녀는 여성의 자립에 우호적이지 않은 보수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것이었다. 그 젊은 시절 동안 클락은 여성에 대한 미국 사회 내의 편견에 맞서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경험의 영역을 넓혀갔다. '유럽: 지리학 독본'에는 그런 그녀의 다양한 경험과 강인한 마음의 힘이 녹아있다.책은 덴마크에서 시작해서 식민지 상태에서 막 벗어난 알바니아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도시 콘스탄티노플에서 끝난다. 1921년 독립국의 위치를 차지한 알바니아를 목차에 넣은 것도 의외이지만 국가가 아닌, 터키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책의 끝을 맺는 것은 신선하면서 파격적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게재된 콘스탄티노플 시장 사진 밑에는 상점의 간판에 쓰인 다양한 언어를 주목하라는 설명이 첨가되어 있다. 저자 클락은 세계 여러 나라 문화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실제로 사진 속 간판을 채운 다양한 언어를 보고 있으면 서양과 동양을 구별하고 문명의 우열을 거론하는 것이 참으로 부질없이 느껴진다. 그 시절의 서양이 제 아무리 동양을 두고 미개한 계몽의 대상이라고 소리를 높였던들 콘스탄티노플의 좁은 시장 간판에서는 동등하게 취급되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대다수 나라들이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해있던 1920년대, 미국 지리학자 클락은 적어도 서양과 동양의 관계를 '차등'이 아닌 '차이'로서 인식하고 있었다.이처럼 흥미로운 한 권의 지리학 서적이 언제 누구를 통해 한국에 유입되어 경북대학교 도서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식민지 시기였을 수도 있고 해방 이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이 책을 선택했을 때 분명히 그의 마음을 끈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 무엇 중에는 콘스탄티노플 좁은 시장가 사진도 있지 않았을까. 이 사진이야말로 '동양과 서양은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저자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정혜영 경북대 교수

2021-01-16 06:30:00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포산조응(捕山沠鷹)

[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포산조응(捕山沠鷹)

'포산(捕山)'은 산을 잡아들이는 것이고, '조응(沠鷹)'은 매를 붙잡는다는 뜻이다. 예로 소가 밭에 자라는 보리 싹을 먹었다면 그 주인을 찾아 해결하듯, 산으로 도망간 매를 산을 잡아들여 해결한다는 '국조인물고'에 전한다.박문수(朴文秀1669~1756)는 호가 기은(耆隱)이고 암행어사로 눈부신 행적을 남겼는데,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도 밝아 국정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암행어사의 유명한 업적은 그만큼 백성들의 질고를 살피고 방백들의 횡포를 올바로 평정한 공이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아 꽃피운 일화다. 1730년 도승지로 있다가 왕명을 받아 암행어사로 전라도를 순시할 때 벌어진 일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데 어느 마을의 서당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루 밤 묵을까하고 서당에 들렀는데 훈장은 자리를 비우고 글 읽는 학동(學童)들만 있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하룻밤 머물 수 있을까하고 찾았는데 어른이 안 계시는 구나! 해는 지고 어떡하면 좋을까."그러자 한 학동이 말했다."이 공부방 말고 딸린 사랑채도 있는데 주무시고 가시죠?"기은은 못이긴 척 앉아 있는데 서당 아이들이 여름인지라 문을 열어 놓고 개구리 울듯 어울려 책을 읽었다. 한참 소리 내어 읽다가 한 학동이 글을 이만큼 읽었으니 쉬자고 말했다. 그 말에 책을 덮고 썰물 빠지듯 마당으로 나가더니 한 아이가 말했다."오늘은 우리 수령과 감사놀이나 하며 놀자."그러자 한 아이가 대뜸 짚으로 만든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말했다."내가 수령이니까 여기에 앉는다."그러자 한 아이가 수령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며 했다."저기 하늘에 떼 지어 나는 까마귀 중 어느 놈이 수놈인지 말하시오.""으음, 날아오를 때 먼저 날아오르는 놈이 수놈이요, 뒤따라 날아가는 놈이 암놈이다."기은은 제법 신통하다고 생각하며 듣고 있으려니 긴한 송사가 있다며 한 아이가 엎드리며 말했다."제가 매를 잡아서 그 매로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매가 갑자기 산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매를 찾아 주시오."기은은 산으로 날아간 매를 어떻게 찾아줄지 궁금했다. 그러데 원님으로 앉아있던 학동이 명쾌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었다."오라, 산이 매를 가져간 게로군! 내가 찾아주지. '매는 청산의 소유물(鷹者靑山之物)이니' '청산에서 얻고 청산이 잃었도다(得於靑山 失於靑山)' '어서 가서 청산에 물어보고(問於靑山)' '청산이 대답을 않거든 청산을 잡아오너라(靑山不答捕來)'"이 말을 듣고 기은은 학동들의 기지에 감탄하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수령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학동이 정색을 하며 호통을 쳤다."도대체, 어느 놈이 관아에 들어와서 원님을 모욕하느냐! 여봐라! 이 놈을 당장 잡아다가 하옥시켜라."사또의 명령에 따라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기은을 헛간에 넣고 문을 채워 버렸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기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가 너무나 진지하여 풀려 나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헛간의 문이 열리며 원님으로 있던 아이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저희가 어른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아니다. 이번 놀이에서 내린 판결은 명 판결로 내게 내린 판결도 마땅한 판결이니라." (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2021-01-16 06:30:00

[책]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

[책]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

첨단×유산 / 강제훈 외 18명 지음/ 도서출판 동아시아 펴냄 전통 유산과 첨단 과학을 한데 모아 그 가치와 연결점을 해부한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역사와 과학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융합'의 시대인 지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사유 방식을 선물한다.책의 각 장에서는 키워드에 맞는 전통 유산과 과학기술을 각각 하나씩 소개한다. 1장 '시선'에는 조선 회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동궐도'와, 첨단기술로 떠오른 '드론'을 실었다. 과학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양의 '원근법'을 거부하고, 내려다본 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궁궐과 자연의 장엄함을 묘사한 동양의 '부감법'은 현대의 최첨단 기술인 드론의 시선과 연결된다.이 책은 또 다양한 유물과 기술을 소개한다. 4장 '철기'에서는 20년 이상 전통 제철법과 도검 제조법을 복원하고 있는 이은철 도검장이 조선시대의 사인검을 통해 한국의 전통 제철법을, 국내 대표적인 철강 전문가인 이준호 교수가 포스코에서 개발한 기가스틸을 경유하여 한국이 만들어낸 차세대 제철법을 나란히 설명한다. 그렇게 인류 문명의 중심에 서서 역사를 바꿔온 철기 문화가 21세기에는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6장의 '지도'에서는 30년 이상 '대동여지도''를 연구한 김종혁 전 교수가 지도 최초로 링크 앤 노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표현하고자 했던 대동여지도의 숨겨진 가치를 파헤친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한민홍 전 교수가 바통을 이어 받아, GPS기술을 바탕에 둔 자율주행기술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발전해가고 있는지, 자율주행기술에서 대동여지도의 가치와 정신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설명한다.8장 '시간'에서는 조선시대의 봉수를 비롯한 마패부터 현대 5G 기술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기술의 발달사를 짚는다. 5G를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간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9장 '생명'에서는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태를 담아 묻었던 '태항아리'와 유교 방식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조선의 제사 의례를 다룬다. 시대에 따라 생사관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는지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은 추천 글에서 "이 책은 '변화는 있고, 변함은 없다'라는 문화유산의 본질을 증명하고 있다"고 썼다. 392쪽, 2만2천원

2021-01-16 06:30:00

[책CHECK]괄호 열고 괄호 닫고-잠 못 드는 밤에

[책CHECK]괄호 열고 괄호 닫고-잠 못 드는 밤에

괄호 열고 괄호 닫고-잠 못 드는 밤에/ 김성민 글·변예슬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김성민 동시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콜록콜록 기침 소리와 귓가를 맴도는 모기 소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동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끝없는 생각과 상상의 세상으로 이끈다.잠을 자려고 누운 아이의 머릿속에서 끝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러다 윙윙 모기 소리에 잠시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내 또 다른 상상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상상과 현실이 마구 뒤엉켜 잠이 올 듯 말 듯 몽환적인 상황이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모두 잠든 조용한 밤, 괄호 속에 숨겨진 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괄호 안에 넣을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색다른 경험도 느낄 수 있다.밤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을 꿈결 같은 선과 색으로 그려낸 변예슬 작가의 그림도 볼만하다. 104쪽, 1만7천원

2021-01-16 06:30:00

[반갑다 새책]힙합네이션/ 이지윤 글·그림/ 루비박스출판사 펴냄

[반갑다 새책]힙합네이션/ 이지윤 글·그림/ 루비박스출판사 펴냄

거장 루이 암스트롱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그렇게 저속하고 음악성도 없어 보이는 힙합에 왜 그리 열광하느냐?"고 말이다. 이에 암스트롱은 대답했다. "그것을 꼭 물어봐야 알 것 같으면 당신은 평생 모를 것입니다."라고.음악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흥얼거림도 아닌 것 같은 힙합. 하지만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이라면 유명 래퍼가 부르는 힙합에 당최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지은이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중반 힙합이 전성기를 누릴 때 미국에서 힙합을 처음 접하고 '이 몹쓸 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안 되겠다'고 걱정하던 때를 떠올리며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힙합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흔히 사람들은 랩(Rap)음악과 힙합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데 랩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에서 힙합은 하나의 문화이자 현상이며, 그 자체로 음악적 혁신성은 뛰어난 장르이다.'가수는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를 함께 아우르는 능력과 가창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헌데 랩은 그냥 말을 내뱉는 수준처럼 들리니 음악계에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중략) 심심찮게 일어나는 인종 차별적 처우로 사회적 불만이 내재되어 있던 흑인사회는 힙합을 통해 표출된 저항의 목소리에 화답하며 이 음악에 열광한다.'(본문 중에서)심지어 비속어를 인정사정없이 내뱉기까지 한 힙합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불경스러움과 저속함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경원시하기도 했다. 이에 지은이는 힙합음악과 그 문화 자체를 '주홍글씨'로 치부해버리기엔 왠지 공평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섹스와 마약, 폭력 등을 가사로 표현했고,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젯거리를 논의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음악 또한 힙합이기 때문이다. 또 듣는 순간, 누구든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들며 첫 비트부터 내면의 흥을 일으키는 힙합은 강력한 매력을 넘어 중독성마저 짙다.살면서 아주 싫어했던 것이 어느 날 문득 익숙하게 다가올 때, 우리의 생각은 비선형적 도약을 하게 된다. 힙합이 그러하다. 264쪽, 1만5천원

2021-01-16 06:30:00

[책] SF판타지에 무협까지 원한다면

[책] SF판타지에 무협까지 원한다면

'모세가 두 아들을 가리켜 이르기를 하나의 이름은 게르솜이라. 이는 내가 이방에서 나그네가 되었다 함이요. 하나의 이름은 엘리에셀이라. 이는 내 아버지 하나님이 나를 도우사 바로의 칼에서 구원하셨다 함이더라.' (출애굽기 18:3~4) 오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 약속의 땅 카난으로 가는 여정에 멈춘 게르솜을 엘리에셀이 발견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모세의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셀의 이름을 딴 방주는 40년 간격을 두고 카난으로 발진한 터였다.엘리에셀에 탑승해있던 백혈인간, 천이도 외 2명이 냉동수면 상태에서 깬다. 이들을 깨운 건 엘리에셀을 통제하는 AI(인공지능)다. 게르솜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하명한다. 카난에서 뿌리내릴 지구의 온갖 자재들이 게르솜에 실려있기 때문이다.게르솜은 지구에서 선택받은 자들의 구원 방주였다. 신분과 재력은 탑승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강한 면역력이나 신체조건, 뛰어난 두뇌가 탑승 조건이었다. 후세를 위한 것이었다. 이것으로 모자라 공감 능력이 결여됐거나 공격적인 성정이면 또 탑승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4만4천 명이 게르솜에 올랐다.문득 2019년 우리 문단을 강타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作)' 속 작품들이 겹친다. 차이가 있다면 임태운 작가는 무협을 넣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우주무협활극이다.내공 수련은 첨단기술의 집합체 우주공간에서 온당치 못하다. SF판타지에 운기조식은 거추장스럽다. 기술과 내공은 동일 개념이다. 나노봇이 주입된 피를 갈아넣으면 된다. '백혈인간'의 탄생이다. 우주의 기압을 견디고 스피드, 파워까지 겸비했다. 소설 제목 '화이트블러드'의 출처다.그러나 무적의 고수가 멋대로 날뛰면 강호의 균형은 깨지기 마련. AI가 심판자, 중재자로 나선다. AI는 독심술까지 갖췄다. 기기와 연결된 모든 걸 조정할 수 있다. AI는 나노봇을 손오공의 머리띠, 긴고아(緊箍兒)와 같은 기능으로 활용한다. 여차하면 터트려버릴 수도 있다. 신적인 존재다.명령을 받은 백혈인간 천이도 일행은 게르솜에서 초거대역병, 특수광견병 Z19가 번진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역병 전파 원인이 황당하다. 인간의 혀가 문제였다.방주 게르솜이 카난으로 발진한 지 140년 후. 탑승자들은 설계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증상을 보인다. 무미건조한 식생활 탓이었다. 그들은 냉동수면 중 고기를 뜯어 먹는 꿈을 꿨다. 부동액을 갈아넣는 20년 주기마다 탑승자들은 우주선을 뒤져가며 고기를 찾아다닌다.동족취식의 카니발리즘 창궐을 우려한 게르솜 수뇌부는 동물 배양실을 설치한다. 동물 배양과 함께 콜레라가 발생한다. SF판타지 스릴러가 대개 그러하듯 콜레라는 변이 좀비 바이러스로 이어졌다.그러나 좀비는 한낱 떼거지 조연에 불과했다. 진짜 문제는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아니었다. 모든 사건의 확장에 인간적 불신과 욕망이 분출된다. 욕망들의 각축전은 비행파와 수면파 간 내전으로 나타난다. 게르솜이 멈춰선 까닭이었다. 이후 전개될 반전과 스릴감은 읽어보는 자의 몫이다.'화이트블러드'는 무협지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어느 쪽이 선인지 구분이 모호한 정파와 사파가 맞서는 구도, 케케묵은 구원(舊怨)까지. 결투 장면 묘사도 무협지에 뒤지지 않는다. 같은 제목의 웹툰, 영화가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소설을 다 읽은 뒤 채식주의자가 되겠다 결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59쪽. 1만4천300원

2021-01-16 06:30:00

[책]박물관에서 읽는 세계사

[책]박물관에서 읽는 세계사

박물관에서 읽는 세계사/ 김문환 지음/ 홀리데이북스 펴냄 "고대인들도 맥주를 마셨을까?"신석기 농사문명의 요람인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은 보리로 맥주를 빚었다. 당시 맥주는 요즘처럼 맑은 술이 아니고 걸쭉했다. 빨대를 꽂고 빨아먹는 일종의 밥이었다.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가면 B.C 14세기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메소포타미아 사람을 그린 프레스코 그림을 만난다.국립중앙박물관 신라 전시실 유리 진열장에 흙으로 빚은 인형 토우(土偶)들이 눈길을 끈다. 1926년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한 5세기 유물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신라 향가 처용가 가사의 '가랑이 넷'처럼 정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이 선정적으로 묘사됐다. 신라의 선정적 포즈의 유물은 어느 문명권도 따라잡을 수 없는 로마의 노골적인 성문화 관련 유물과 겹쳐진다.1924년 2월 12일. 이집트 투탕카멘(재위 B.C 1334-B.C 1325년) 무덤 현실의 12t짜리 분홍 화강암 관 뚜껑이 열렸다. 값비싼 원석과 유리로 장식된 길이 2.25m짜리 금박 목관 안에 2m짜리 금박 목관, 그 안에 다시 길이 1.87m, 무게 110.4kg의 순금관이 나왔다. 170여개 부적과 보석, 장신구로 치장한 3300년 된 미라는 룩소르 왕가의 계곡 투탕카멘 묘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이런 흥미로운 역사와 문명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훌륭한 역사 선생님은 박물관이다. 지구촌의 인류역사를 수놓은 중요 문화 예술품을 대거 소장한 파리 루브르나 런던 대영박물관뿐 아니라 중국의 한적한 지방 유적지, 중앙아시아 초원 한가운데, 흑해 바닷가, 서아시아나 북아프리카의 사막 지대 구석진 박물관까지. 어디랄 것 없이 박물관은 인류의 삶이 녹아든 유물을 전시중이다. 박물관은 고대와 현대를, 옛사람과 현대인을, 옛날 문화와 현대문화를 잇는 오작교다.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한국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까지 24개국 100개 박물관에서 취재한 유물을 통해 고대의 역사와 문명이 되살아난다. 흥미진진한 1만 여년 인류역사와 문명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박물관이 왜 필요한지, 박물관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책이다.저자 김문환은 전직 매일경제신문, SBS 기자로 현재 문명 탐방 저술가겸 역사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적으로 읽는 로마문명', '비키니 입은 그리스로마', '유물로 읽는 이집트 문명', '취재기사 작성법' 등 다수가 있다. 294쪽. 1만9천원

2021-01-16 06:30:00

[책CHECK]낭만농부의 시골편지

[책CHECK]낭만농부의 시골편지

포항 죽장 상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권현구 씨가 산문집 '낭만농부의 시골편지를 펴냈다.이 책에는 1994년에 귀농해 지금까지 농촌에 정착하며 느낀 투박한 삶과 애환들을 행복으로 승화시킨 여정을 담았다. 농촌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이겠느냐마는 그래도 작가는 바쁜 농촌 생활 중에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책에는 농사만 짓는 것이 농촌의 삶이 아니라 농사와 더불어 얻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책에 소개된 160편의 글에는 농촌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 귀농이나 귀촌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작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1쪽. 1만5천원

2021-01-16 06:30:00

[내가 읽은 책]톨스토이의 인생수업

[내가 읽은 책]톨스토이의 인생수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레프 톨스토이 글/ 조화로운삶/ 2017)얼마 전 문무학 시인의 독서코칭강연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독서를 잘못 가르쳐왔습니다."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도록 가르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다독(多讀)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생각은, 최근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한 말을 빌리자면 '족보가 어디에 있는' 발상인가.필자는 대학 시절, 프란츠 카프카의 '단식광대'를 읽고 '단독(斷讀)하는 세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명한 짧은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단독과 폭독(暴讀)…. 어떤 독(讀)은 독(毒)이다. 이는 필자의 말이 아니라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 일컬어지는 레프 톨스토이의 말이다.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독서를 줄일 수 있다.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내가 만나본 위대한 사상가들은 적게 읽는 이들이었다. 나쁜 책은 아무리 조금 읽어도 해롭다. 좋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부족하다. 나쁜 책은 정신의 독약이나 다름없다."(73쪽)톨스토이는 82세로 영면에 들기 전 2년에 걸쳐 잠언집을 집필했다. 바로 그의 마지막 저서로 알려진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다. 몇 해 전에 읽은 적이 있고, 지난해에도 읽었지만 이 책을 연말연시에 즈음하여 재차 펼쳐보았다. 문장이 간결하여 술술 읽혀 내려가는데 그 내용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예컨대 그가 쓴 다음의 구절을 보자. "불교에서는 살인, 도둑질, 정욕, 거짓말, 음주를 다섯 가지 죄로 여긴다. 이들 죄를 피하는 방법은 자기 절제, 소박한 삶, 노동, 겸손, 믿음이다."(68쪽)오계(五戒: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婬,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의 실제에 대한 톨스토이의 해석이 불교의 계율과 본질상 다름이 없는 듯하다. 문제는 덜 움직이고 더 가지며 더 먹고 싶은 욕심과, 성경의 가르침인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남보다 나를 낫게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최근 어느 강좌에서 모 교수도 고백하기를 "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느는 것은 참회요, 주는 것은 겸손이다."고 하였으니, 동시대 석학의 겸허한 성찰도 110여 년 전 톨스토이의 잠언과 세대 공감을 이루고 있음을 본다.서문에서 톨스토이는 이 책이 논리적 체계를 갖추었다고 말하고 '인생의 손님들인 사랑, 행복, 영혼, 신, 믿음, 삶, 죽음, 말, 행동, 진리, 거짓, 노동, 고통, 학문, 분노, 오만' 등의 주제들이 반복되도록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서문 말미에 "이 책은 인류에 대한 나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라고 했으니 그가 스스로 쓰고 반복해서 읽으며 경험한 이 책의 감동을 얼마나 함께 나누고 싶어 했는지 그의 문장으로, 독자의 심장에 느껴진다.그의 명저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그 내용이 다소 교조적이다. 그러나 생의 끝자락에 남긴 대문호의 잠언집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삶이 겉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어도 내면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정교회에서 파문당하면서까지 그가 말하고자 했던 그의 사상과 인류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백하게 서술된 이 책은 개개인의 독법에 따라, 또한 반복해서 읽을 수록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해갈 것이다.김서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1-01-16 06:30:00

[책CHECK] 1931 흡혈마전

[책CHECK] 1931 흡혈마전

제1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1931 흡혈마전'이 책으로 나왔다. 성장소설의 특성과 괴기 판타지 소설의 특성을 혼합한 작품이다. 작품의 상당 부분이 웹소설에 어울리게 대화체로 구성돼 사건 전개와 호흡이 빠르다.여자고등보통학교 1년생 희덕과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같은 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온 흡혈마 계월의 핑퐁식 에피소드 구성으로 짜였다.1931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이 독립운동, 친일파 등과 고리를 엮을 거라는 짐작은 얼추 맞다. 다만 여성들이 작품 전반에서 주연으로 나서고 있음은 책을 읽은 뒤라야 알 수 있다.강경애의 '인간문제', 김명순의 '들리는 소리들', '샘물과 같이', 나혜석의 '노라를 놓아주게' 등 한국 근현대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따온 각 장의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292쪽. 1만3천원

2021-01-16 06:30:00

[책CHECK]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

[책CHECK]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

김태완 시인의 첫 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가 출간됐다. 비정한 세상에 취해 지독하게 고통스러워하며 길을 잃은 듯하지만, 새벽을 간절히 기다리며 길을 찾고자 하는 믿음과 설렘을 개성적인 시어로 빚어낸 시집이다.1996년 '대구일보 문학상(대일문학상)' 시 부문에서 '김홍도와 떠나는 가을여행'으로 등단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신경림 선생은 '마치 익살스러운 풍속화 한 폭을 보는 느낌'이라고 평했다.기자로 일했다. 사람에 관한 인물기사를 많이 썼다.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말처럼 '삶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어두운색 공들 사이에 밝은색 공을 던져 넣어 여러 진실을 뒤섞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이어령 선생은 그의 시집을 두고 "아름다운 울림으로, 날카로운 활촉으로 목석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뚫는다"고 했다. 122쪽. 9천원

2021-01-16 06:30:00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 10위

1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팩토리나인)2.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미래의창)3.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4.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윤재수·길벗)5.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리더스북)6.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 (데이비드 조·해커스어학연구소)7.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김재식·위즈덤하우스)8. 아몬드 (손원평·창비)9.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오은영·김영사)10.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리더스북)

2021-01-15 14:53:43

팔공문화원 '팔공산의 식물사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발간

팔공문화원 '팔공산의 식물사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발간

대구 동구 팔공문화원이 팔공산 식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아 '팔공산의 식물사회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팔공산의 식생태계에 관한 책이다.6천500만 년의 역사를 가진 팔공산은 백두대간과 통하면서도 독특한 식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고도에 따라 나뉘는 삼림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이 눈길을 끈다.300m의 상록활엽수림대, 300~950m의 졸참나무 삼림대, 960m 이상의 신갈나무 삼림대에서 보이는 풀, 꽃, 나무, 바람, 그리고 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생태와 문화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식생이야기와 사진자료는 대구의 진산으로서 팔공산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책은 ▷자연환경과 식물사회 ▷팔공산 식물노트 ▷가산바위의 식물과 인간 ▷가산산성의 식물과 인간 등 4개 부문으로 크게 나뉘어 기술돼 있다. 발간까지 묵묵히 더딘 작업을 지속한 이들의 노고를 방대한 참고 자료가 말해준다. 202쪽. 비매품

2021-01-12 11:46:17

[책]'고산(孤山), 강을 따라 흐르는 생명' 발간

[책]'고산(孤山), 강을 따라 흐르는 생명' 발간

수성구립 고산도서관이 향토자료집 '고산(孤山), 강을 따라 흐르는 생명'을 발간했다. 고산도서관 향토자료집은 2017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는데, 이번 최신호에선 코로나19 시국에 발맞춘 언택트 기획으로 눈길을 끈다.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공모사업 '길 위의 인문학'과 연계해 고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인문학자들이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주제별 강연, 자료 발간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고산(孤山), 강을 따라 흐르는 생명'은 수성구 고산지역을 감싸 흐르는 욱수천, 매호천, 남천, 오목천과 금호강 물길을 따라 고산의 과거, 현재, 미래 3장으로 나뉘어 구성됐다.1992년 고산지역 대규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과 고인돌, 사직단, 고산서당 등 과거를 불러내고,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조성된 '생각을 담는 길(욱수천-매호천)'을 소개한다. 생각을 담는 길을 따라 걸으며 생태와 개발이 공존하는 고산의 현재를 이해하고 그냥 걷는 매력, 소요유(逍遙遊)의 의미를 곱씹는다. 매호천 끝자락에 들어서는 대구형 미래도시 알파시티에서 미래도시의 모습을 상상한다.콘텐츠에 대한 저자들의 깊이 있는 설명은 유튜브로도 이어진다. 단행본은 고산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053) 668-1924

2021-01-11 11:32:43

[문득 동네책방]노동재사에 새 숨 불어넣은 '가일서가'

[문득 동네책방]<2>노동재사에 새 숨 불어넣은 '가일서가'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의 자취가 머문 '노동재사'(경북 안동시 풍천면 노동길 16·안동시 문화유산 제25호)가 2019년 9월 글쓰는 책방 '가일서가'로 다시 태어났다. '글 공부를 하던 옛 유림을 품은 곳'이라는 노동재사의 역사는 이가람, 김현정 부부가 작은서점을 열고자 했던 취지와 딱 맞았고, 부부는 이곳에 꿈을 싹 틔우기로 결심했다.오래된 한옥, 직접 나무를 잘라 마련한 맞춤형 서가에는 늘 100권 정도의 책만 채워져 있다. 공간적 사정도 있지만, 좋은 책을 선별해 소개하고 싶다는 부부의 마음이 담겼다. '우리가 고른 책은 유명 작품이 아니더라도 우리 서가에서만은 돋보이게 해주자'는 부부의 뜻이 통했을까. 책은 금세 팔려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책을 들여놓는다.부부는 오래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책,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좋은 책,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을 골라 서가에 진열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이나 대안적 삶에 대한 책, 아이와 어른이 함께 봐도 좋을 그림책, 안동과 예천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의 책도 꼭 올려 둔다.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로 글을 써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방에서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꾸려 매년 글을 모아 책을 내고 있다. 책방 문을 연 첫해에는 6~10세 아이들, 지난해에는 중학생이 직접 책을 집필했다. 앞으로는 성인들과도 함께 책을 낼 계획으로 작은 모임을 갖고 있다. 글쓰기뿐 아니라 영어책 읽어주기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커피클래스 등 원데이 클래스도 때때로 개설한다."저희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생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택했어요. 책방을 하며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 가치를 공유하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들을 해나갈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한 굴레를 벗어나 내가 진정 원하는 걸 하며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일서가의 존재 목적이니까요."

2021-01-11 11:32:23

[기고] 대구 경제에는 물길이 필요하다

[기고] 대구 경제에는 물길이 필요하다

신공항 문제가 또 대구를 자극한다. 갑자기 부산 가덕도가 정부 주도로 부각되는 듯하다. 수출길이 원활하지 못해서 늘 골머리를 앓는 대구 기업들은 당연히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대구는 이렇게 소외받고, 신음하고만 있어야 하나? 신공항 입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냥 신공항 문제에만 매달려 또 다른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도 생긴다.우리 선조들은 내륙에 위치한 대구를 위해 '내륙 물길'을 닦아서 넉넉히 활용한 바 있다. 그 내륙 물길을 따라 사문진(달성)을 통해 서양 문화의 첨병인 피아노가 들어왔고 '대구는 문화 도시'라는 훈장을 달고 살았다. 문화를 독차지하는 듯 기세등등한 서울 친구들도 대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아노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낙동강 물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내륙 물길 활용 방안은 까마득히 잊고, 하늘길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교통 체증과 물류 문제로 늘 고민에 빠지는 우리에게 물길은 어떤 이동 수단보다도 효과적이다. 낙동강-금호강-형산강까지 연결하고 바지선을 이용하여 물류를 진행한다면 대구뿐 아니라 영천, 경산, 포항까지 연결도 가능하다. 수출길이 원활해지면 기업 유치 또한 수월해지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기업들이 입지 조건으로 최우선 꼽는 부분인 물류가 해결되는데 왜 오지 않겠는가?그러나 물길을 얘기하면 환경 파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혜를 모아서 진행하면 훼손이 아니라 복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인 물길은 개발 기간과 비용도 하늘길에 비해 훨씬 짧고 적다. 신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9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물길 복원에는 그 반의 반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상당히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8개의 낙동강 보 중에서 대구까지는 함안보, 합천보, 달성보 3개밖에 없으며 강정고령보를 포함한다 해도 4개를 넘지 않는다.최근 부산, 김해, 양산이 낙동강 뱃길 24㎞ 구간의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관광자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친환경적인 물길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낙동강을 복원해야 한다고 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모두의 뜻을 모아 제대로 진행하면 지난 4대강 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환경 훼손도 복원하고 친환경적인 물길 복원도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환경 복원과 함께 물길 복원도 동시에 진행한다면 그 비용은 더 절감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길은 부산신항과도 연결될 수 있다.현재 대구의 중심 산업은 섬유에서 이동하여 자동차 부품과 정밀기계 등으로 재편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들은 물류의 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이고 물길은 이들 산업의 물류 이동 수단으로는 금상첨화다. 그러므로 달리 생각하면 물길 개발은 하늘길 개발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도 있다.대구는 물류만 원활해지면 수십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늘 얘기되어 왔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가 변화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물길조차 없어서 허덕이는 내륙 도시들에 비하면 대구는 얼마나 축복받은 도시인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적인 내륙 물길 살리기에 딱, 10년만 투자하자.

2021-01-10 15:59:27

[책]"전쟁의 승패는 기술의 우월성에 의해 결정된다"

[책]"전쟁의 승패는 기술의 우월성에 의해 결정된다"

전쟁은 어떻게 과학을 이용했는가/ 황진명·김유항 지음 / 사과나무 펴냄 이 책은 고대의 전쟁에서부터 현대의 사이버전까지 과학이 어떻게 전쟁에 이용돼 왔고, 또 전쟁을 치르는 동안 과학은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후, 1939년 옥스퍼드대학의 플로리 팀이 페니실린 정제에 성공함으로써 항생제의 시대를 열었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플로리는 치료적 용도로 적정량을 공급하려면 대량생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플로리는 미국 화이자 등 제약회사들과 협력해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페니실린은 부상당한 연합군 병사의 10~15%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제2차 세계대전 중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하자,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러나 트루먼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트루먼의 개인적, 정치적 동기도 작용했다. 맨해튼 프로젝트(핵무기 개발계획)에 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전쟁에 사용하지 못해 수많은 미국 군인들을 죽게 만든다면 1948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일부 학자들은 독일이 아닌 일본에 원자탄을 떨어뜨린 것은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2007년 9월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의 핵시설을 파괴한 이른바 '오차드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사이버 전쟁의 개척자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2006년 12월, 시리아 원자력위원회 원장 이브라힘 오스만이 런던 켄싱턴의 호텔에 가명으로 머물다 잠깐 쇼핑을 나간 사이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이 그의 노트북에 트로이목마를 설치했다. 이후 이스라엘 공격기들은 시리아까지 날아가 목표물을 폭파하고 다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시리아 방공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군 전자전 시스템이 시리아의 대공 시스템을 장악해 가짜 하늘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저자는 머리말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전쟁의 양상, 페니실린의 대량생산, 1차대전과 제2차대전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개발과정과 고뇌 등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다. 368쪽, 1만8천500원

2021-01-09 06:30:00

[책]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책]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지음/ 시공사 펴냄 "인생은 나쁜 와인을 마시기엔 너무나 짧다."(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포도주를 언급한 명언은 많지만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유럽 각지에서 생산되는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고 남긴 이 말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금언으로 각인되고 있다.인류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건 약 8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포도주 숙성용 항아리인 '크베브리'가 유럽 코카서스 지방 흑해 연안 조지아(옛 그루지아)에서 발굴되어 연도 측정을 해보니 BC 6천 년 경으로 추정됐다.코카서스에서 시작된 포도주 문화는 이란,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로 전파됐고 다시 로마를 거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지로 전해졌다. 포도주의 전파는 BC 492~479년 사이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과 11세기 말에 시작된 십자군 전쟁도 한몫을 했다. 또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고 '피노 누아'라는 품종으로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주브레 샹베르탱'은 전 세계 최고 레드 와인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아비뇽 유수'와 영불 간 '100년 전쟁'의 이면에도 포도주와 관련이 있다.방송사 기자 출신인 지은이는 유럽 특파원 시절 와인의 매력에 빠져 세계 유명 와이너리를 찾아가 양조 과정을 보고, 그곳에서 생산된 와인들을 맛보며, 그 경험을 글로 기록하면서 전문가 이상으로 와인을 공부한 경험을 모두 모아 풀어놓았다.레드와 화이트 와인의 특징과 양조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어 포도 품종을 깊이 있게 소개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세계 유명 와인산지 여행기를 곁들이고 있다. 특히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시라즈를 비롯해 진판델 같은 '포도 품종 소개' 편은 '책 중의 책'으로 여느 와인 책과 달리 비중 있고 자세하게 소개함으로써 와인에 관한 지식을 갖추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또한 당도, 산도, 타닌, 알코올, 보디(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같은 레드 와인의 특징을 구분 짓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와인 문외한이나 초보자들에게 와인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에서는 빈티지부터 와인병, 잔의 세계, 라벨 읽기, 어울리는 음식, 와인 등급에 관한 역사 등은 흥미가 넘쳐난다.마지막 쪽을 덮는 순간,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힌 "와인은 역사인 동시에 철학이고, 문학이다"는 명제가 확 와 닿는다. 386쪽, 2만원

2021-01-09 06:30:00

[반갑다 새책]그림으로 떠나는 금강산 여행/박계리 지음/열린책들 펴냄

[반갑다 새책]그림으로 떠나는 금강산 여행/박계리 지음/열린책들 펴냄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민족의 영산(靈山) 금강산을 가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옛 사람들은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와유'(臥遊)라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와유'는 말 그대로 '누워서 유람하기'로 금강산을 다녀온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를 펼쳐놓고 그 그림을 통해 곳곳을 유람하는 것이다.이 책 역시 조선시대 정선, 김홍도, 김하종 등 당대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보면서 금강산의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지은이의 비평과 인문지리적 해설도 곁들여 역사·미술적 가치는 물론 자연 미학적 가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마음을 모아 찬찬히 읽어나가노라면,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걸었던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멋진 풍광들이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장을 따라 잇따라 펼쳐지면서 어느 새 몸은 금강산을 거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특히 책의 중간쯤에 이르면 외금강 유람의 클라이맥스인 만물초에 다다른다. 김홍도 작 '만물초'(1788년경)와 작가 미상의 '만물초'(19세기)를 보면 섬세한 붓선에 탄성을 불러일으키고 원경과 근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광,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한 아늑한 산세까지, 수묵화의 토대가 되는 삼원법이 제대로 살아 있다.만물초는 외금강 최고의 명소이니 전설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곳에는 선녀들의 도움으로 천하의 명약 '천계화'를 구하고 선녀들이 화장하던 화장수를 발라서 얼굴이 예뻐졌다는 '비단녀'라는 착한 처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또 각 장 끝머리에는 '북한 현대미술로 본 금강산'을 끼워 넣어 재현미술에 충실한 북한 화가들이 그린 현재의 금강산도 볼 수 있어 과거와 현재를 견주어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이윽고 금강산 북부지역 동해바다 명승지들과 연결된 해금강의 구역에 들면 육면형의 옥을 깎아 세운 돌기둥이 열 지어 있는 총석정에 이른다. 이곳에서 박지원은 총석정 해돋이를 노래했고, 김창협은 "내가 금강산을 보고 반생동안 보았다는 산들이 모두 흙더미, 돌무더기였음을 알았는데, 지금 또 여기 와서는 반생동안 보았다는 물들이 도랑물, 소발자국 물이었음을 알겠구나"하고 극찬을 했다. 아! 그리운 금강산이여. 238쪽, 1만2천원.

2021-01-09 06:30:00

[책CHECK]예일, 사계

[책CHECK]예일, 사계

예일, 사계/이시철 지음/윤성사 펴냄 이 책은 예일의 삶, 문화, 역사, 학문, 미션, 도전 등 예일대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예일대 같은 초명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가를 한 방에 알려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명문대 진학에 관심 있는 고교생, 대학생, 대학원생들만을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입학 과정, 입학 준비에 필요한 사항, 특히 SAT/GRE/LSAT/GMAT 등 각종 시험 및 입학 절차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나,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는 없다.이 책은 아이비리그와 미국의 대학, 그리고 미국이 직면한 다양한 이슈도 다뤘다. 대학입학 과정, 캠퍼스 내 표현의 자유, 진보와 보수의 문화전쟁, 대학과 지역사회의 복잡한 관계, 언론 이슈 등이 그것이다. 256쪽, 1만6천원

2021-01-09 06:30:00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대학 도서관의 재발견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대학 도서관의 재발견

한 장의 사진을 본다. 경북대 도서관 앞에 조성된 둥근 화단, 거기에 학생들이 앉거나 서서 책을 보고, 책가방은 꼬리에 꼬리를 문채 일렬종대로 놓여 있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 도서관의 새벽 풍경이다. 오늘날에는 도무지 볼 수가 없는 광경이지만, 도서관 열람실에 좋은 자리를 먼저 잡기 위하여 새벽부터 나와 가방으로 줄을 세워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친구에게 가방을 맡기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시간에 맞추어 자신의 가방 곁으로 다시 와서 도서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열람석의 구석구석으로 밀물처럼 스며든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가방에서 여러 권의 책을 꺼내 빈 책상에 놓아두기도 한다. 이때 생긴 말이 '도자기', 도서관에 자리 잡아주는 자기라는 뜻이다. 자리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메뚜기'도 있었다.나는 공부를 하다가 집중이 잘 되지 않거나 혹 졸리기라도 하면 서가로 갔다. 주로 800번 단위의 문학 서가와 100번 단위의 철학 서가였다. 어떨 땐 이런저런 책들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어떨 땐 책 한 권을 빼어들고 나도 모르게 반나절을 쪼그리고 앉아 읽기도 했다. 노자와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자유과 질서가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고, 매월당 김시습의 치열할 삶을 마주할 때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석박사 논문을 쓸 때는 많은 분량의 복사가 필요했다. 3층 복사실로 가면 여러 가지 책을 끌어안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복사실에는 고무 골무를 낀 여직원들이 여럿 있었으며,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갈피와 갈피에 끼워둔 종이쪽지를 빼내며 지식을 복사해주었다. 때론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제본을 하기도 했다. 제본 날짜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하여 그 여직원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나는 경북대 도서관장이 되어 다시 서가 사이에 섰다. 그동안 도서관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장서량도 350만권에 육박한다. 전국 모든 대학 중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도서관 1층 로비는 오늘날의 청년문화에 맞게 하나의 까페식 문화공간으로 변하였다. 여기서 고서나 유교책판 등을 전시하기도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책과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디지털 시대를 맞아 공부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료는 인터넷으로 다운을 받아 활용하고, 국외도서도 주문만 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국내 도서관에 있는 다른 자료들도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 여기에 없으면 저기서 찾을 수 있다. 나의 기억 한 켠에 있는 치열했던 도서관의 새벽 전투, 그리고 도자기와 메뚜기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학 도서관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서 경쟁과 속도를 넘어, 내면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청량수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거리의 가치를 서가 사이에서 느낄 수도 있다. 오늘부터 우리는 매일신문 '대학 도서관을 가다-경북대' 코너에서 경북대 도서관과 그 문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다양한 필자들이 형식과 내용에 구애되지 않고, 그들의 독서와 도서관 경험을 심각하면서도 유쾌하게 진행할 것이다.정우락 경북대 교수·도서관장

2021-01-09 06:30:00

[내가 읽은 책] 순태(권영희 글/ 최유정 그림)

[내가 읽은 책] 순태(권영희 글/ 최유정 그림)

순태(권영희 글/ 최유정 그림/ 학이사어린이/ 2020) '순태'는 참 따듯하고 고운 그림동화책이다.'네가 정말 좋아', '사파리를 지켜라' 등의 동화를 쓴 권영희 작가는 코로나19가 대구를 꽁꽁 묶었던 지난 3월 이 책을 발간했다. 작가는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한테 제일 먼저 이 책을 보여 드리며 "엄마, 귀엽고 사랑스런 이 아이가 바로 엄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눈구름이 찾아와 잠자던 순태를 깨운다. 눈을 비비며 의아한 듯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순태는 분홍 장갑을 끼고 빨간 털신을 신고 마당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한다. 사랑스러운 순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순태 볼에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아 영롱한 눈물방울로 변하는 장면을 만난다. 그 다음부터가 심상찮다. 다시 눈길을 뛰어가는 순태, 멍멍이도 함께 달린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병상에 누운 백발의 할머니가 눈 내리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희미하게 붙은 환자의 이름 '정순태'가 눈에 띈다. 이제 병원이 집이 되어버린 노쇠한 순태는 오늘도 병상에서 바깥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산 너머 무지개처럼 아련한 어린 시절을 보는 건지…….다음 페이지는 어린 순태와 할머니 순태가 분홍 장갑을 한 짝씩 끼고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아래 한 줄 작가의 말에 눈물이 고인다."순태는 요양병원에 계신 제 엄마입니다. 다시 엄마가 어릴 때처럼 눈 위를 폴짝 뛸 수 있을까요?"여기에서 누구나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그랬다.오랫동안 병상에 누웠던 팔순의 엄마가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나는 마치 연극을 관람하듯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아, 이제 엄마가 많이 나았구나!' 감격스러워했다. 그때 반대편에서 젊은 엄마가 다가와 팔순의 엄마를 업더니 뚜벅뚜벅 걸어 무대를 빠져나갔다. 화들짝 놀라 눈을 떴을 땐 그게 꿈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벌써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그 생생한 꿈을 잊을 수 없다. 허약한 엄마를 병상에 둔 채 우리는 일상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마다 돌아가며 형제들이 엄마를 찾아갔지만 결국 엄마는 마지막 가는 길에 젊은 엄마를 불러 함께 가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다.권영희 작가의 '순태'는 우리 엄마였다.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였던 엄마, 외할머니의 든든한 딸이었던 엄마, 가난한 농사꾼과 결혼해 줄줄이 낳은 자식 뒷바라지하며 밤낮을 모르고 일했던 엄마는 마침내 모든 걸 내어주고 마른 작대기가 되어 병상에 누워 버렸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엄마의 이름은 마지막 병상에 가늘게 붙어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나던 그날, 그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엄마한테 미안하고 죄스러웠다.사랑하는 모든 엄마께 '순태'를 바치고 싶다. 그리고 도란도란 읽어드리자."순태는 폴짝 뛰어보고 싶었어요.붕 떴다 쿵 내려앉았어요.하얗게 쌓인 눈이 순태 따라 톡톡 튀어올랐어요."권영희 작가는 '순태'의 짝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짝꿍의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무척 기대가 된다.정순희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21-01-09 06:30:00

[책CHECK] 눈에 실려 내리는 연서(戀書)

[책CHECK] 눈에 실려 내리는 연서(戀書)

이규리 시인의 연서(戀書), '당신은 첫눈입니까'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시집 속 눈에 실려 옛 기억이, 옛 사랑이, 때로는 흑역사가 역류성 식도염처럼 울컥 올라온다.61편의 시가 실렸다. 시 구석구석에 서로간의 접점이 없는 영역과 그 사이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문장들이 박혀 있다.애오라지 시로 승부하겠다는 용맹한 편집이다. 오직 눈(雪)만으로 직관자의 온 생애를 불러오는 눈의 속성과 사뭇 닮았다. 예의없는 첫사랑을 마구잡이로 소환하는 폭설이면 곤란하겠지만 소멸하기에 부질없는 첫눈일지도.눈처럼 흩날리던 연서의 시구는 읽는 이에게 소복소복 쌓인다. 도화지처럼 하얀 눈밭 위에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춰본다. 조대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시의 깊은 이해를 돕는다. 155쪽. 1만원

2021-01-09 06:30:00

[책] 기억과 공감

[책] 기억과 공감

기억과 공감/ 임언미 지음/ 학이사 펴냄 월간 '대구문화' 편집장 임언미 씨가 지역 예술과 예술인들의 기억,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오늘에 전한다. 문화예술 지기로서 20여 년간 활동한 저자는 원로 예술인들의 바람과 함께 스스로가 짊어진 예술 자료 수집의 책임감을 실천하며, 문화예술이 지역 발전의 근간임을 주장한다.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기억, 2부 공감, 3부 세대로 엮었다.1부 '기억'에서는 버려지고 묻히고 사라질 수 있는 예술 자료와 예술인들의 기억을 모았다. 현재진행형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예술인들과 문화예술 아카이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2부 '공감'에서는 일상의 대부분을 예술인과 만나는 저자가 공연장과 전시장을 다니며 지역 문화예술을 탐구한 글로 엮었다.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지기로서 저자의 제안과 문화예술에 대한 공감의 글을 통해 삶과 문화예술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게 한다.3부 '세대'에서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30, 40대를 지나며 겪어온 일상과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이성적으로 풀어간다. 행복과 만족의 삶을 찾는 과정과 일상에서의 문화예술이 주는 위안과 깨달음을 들려준다.이 책에서는 발굴하고 모은 자료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 자료가 품고 있는 이야기와 예술인의 흔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품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지금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대구 문화예술의 또 다른 아카이브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아카이브는 자료와 유품을 모으는 물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사람에 관한 일이고, 그 사람의 기억과 추억에 관한 일이며, 그것을 공감하고 세대를 넘어 전하는 일임을 보여준다.6·25 당시 많은 서울의 예술인들이 피란을 와서 대구문화예술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생각하기보다 근대 예술가들이 일제강점기에도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고 교류하며 축적한 문화예술의 토대가 6·25를 거치며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여기는 저자의 시각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기억과 공감'은 대구의 문화예술을 느끼고, 교류하며 현장에서 바라본 대구문화예술에 대한 감동과 혜안을 담고 있다. 또 일상에서 느끼는 가족, 동료, 이웃 간의 끈끈한 정과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풀어가며 세대를 이어가는 생활인으로서의 지혜도 읽을 수 있다. 208쪽. 1만3천원

2021-01-09 06:30:00

[책CHECK] 생각하는 스포츠인권 교과서

[책CHECK] 생각하는 스포츠인권 교과서

스포츠현장에서 학생선수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어린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생각하는 스포츠인권 교과서'가 출판됐다.책은 스포츠인권이 왜 중요할까요, 운동선수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나요, 우리 모두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겨요, 폭력을 겪는 선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장애인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성평등한 스포츠가 실현되는 세상,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스포츠, 운동부 학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어린이를 지도하는 스포츠지도자를 위하여, 스포츠가 주는 평화라는 선물 등 10개의 주제로 구성됐다.스포츠인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이대택 교수(국민대), 정용철 교수(서강대), 정윤수 교수(성공회대), 함은주 박사(문화연대), 홍덕기 교수(경상대)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256쪽. 1만6천원

2021-01-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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