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족제비 털로 만든 '낭미필' 일품…붓

붓과 붓걸이 붓과 붓걸이

어릴 적부터 붓과 더불어 놀았다. 손이며 옷에 먹물을 묻혀 온다고 숱하게 야단을 맞았다. 그렇게 붓글씨 쓰는 법을 배웠고, 차츰 서예와의 인연을 넓혀 나갔다. 초등학교 시절에 동애 소효영 선생에게 배웠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삼우당 김종석 선생에게 배웠으며, 성인이 되어서는 효정 권혁택 선생에게 서예를 배우고 익혔다.

붓은 붓털과 붓대로 이루어진 서화용 도구이다. 무엇보다 털의 품질이 중요하다. 털이 뻣뻣하고 뾰족한 것, 털이 많고 가지런한 것, 털의 윗부분을 끈으로 잘 묶어서 둥근 것, 오래 써도 털에 힘이 있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또한 그것은 토끼․양․너구리․사슴․수달피․족제비 같은 동물의 털을 이용해서 만든다. 한 가지 털만 쓰는 게 아니고, 강하고 유함을 갖추기 위해 두 가지를 섞어 쓰기도 한다. 그리고 붓에 쓰이는 털은 가을이나 겨울철의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붓은 족제비 털로 만든 것을 일품으로 꼽는데, 다른 말로 낭미필(狼尾筆), 황모필(黃毛筆), 황서필(黃鼠筆)이라고도 한다. 일찍부터 중국 문헌에 좋은 붓으로 소개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붓대는 여러 가지를 사용해 왔으나, 그 가운데서도 대나무를 가장 많이 썼으며, 남원이나 전주의 대나무를 좋은 것으로 꼽았다.

붓을 만드는 순서는 먼저 털을 뽑아서 길이가 같은 것을 잘 다스린다. 그 다음으로 백지에 말아서 잠을 재운 뒤 필봉(筆鋒)이 다 되면 붓대에 꽂고 아교풀로 붙인다. 그리고 모양과 용도에 따라 장봉(長峰), 중봉(中峰), 단봉(短峰)으로 나누는가 하면, 심을 박은 것과 박지 않은 것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현판이나 큰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특별히 제작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붓은 소중하게 간수하였다. 그래서 붓을 걸어 두는 붓걸이가 있었다. 크고 작은 붓을 걸어 두고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좋은 붓을 걸어 두고 완상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였다. 그밖에 붓을 꽂아 두는 필통이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몇 자루를 넣어 두고는 하였다. 때로는 필낭(筆囊)이라 부르는 주머니를 만들어서 차고 다니기도 하였는데, 밖에서 글을 지을 때 유용하게 쓰였다.

동양의 유교적 가치관에서 붓은 무(武)에 대한 문(文)을 상징하였다. 그래서 '붓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이 생겼다. 또한 붓은 문장을 상징하므로 지조를 굽히지 않고 문필 생활을 그만 둘 때 '붓을 꺾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 붓을 잡아본 사람은 붓이 얼마나 예민한 존재인지 경험했을 터이다. 붓의 완급조절, 강약에 따라 작품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런가 하면 붓은 벼슬을 상징하기에 아이의 돌상을 차릴 때도 수명장수를 위한 실, 부귀를 상징하는 돈, 그리고 벼슬길에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문방사우를 두루 갖추어 올렸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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