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페르소나의 착각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하는 말이었다. 나중에 라틴어와 섞이며 사람(Person)이나 인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었다. 페르소나의 현대적인 의미는 '가면을 쓴 인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며 밖으로 내놓는 공적 얼굴인 것이다.삶을 무대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사회적 역할에 따라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 또는 부모 형제로, 직장의 상사나 부하로, 그리고 의료인,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교육자, 공직자 등 직업인으로 저마다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자아(自我)와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를 자아와 본성을 감춘 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일종의 연기로 규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성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여기에다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며 집단화하는 것이다.관념으로 무장한 페르소나는 세상을 선과 악의 이원론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신들과 다른 것들을 죄악시하며 단죄와 거세의 대상으로 여긴다. 절대선(善)이라는 종교와 이념의 페르소나를 쓰고 저질렀던 인간성에 대한 폭압의 사례는 역사가 입증한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과 독일의 나치즘, 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가 그랬다. 조선시대 주자학의 폐해도 그 예외가 아닐 것이다.사람들은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성과 동일시하려 한다. 좋은 배역일수록 가면을 벗은 민낯은 초라하기 때문이다. 본성을 망각하거나 본모습에서 일탈한 페르소나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도그마의 제복을 걸친 페르소나는 도덕적 우월감과 폭력적 정의감을 드러내며 사회와 국가를 질곡으로 몰아가기도 한다.그래서 명나라의 반유교적 혁신사상가 이탁오(李卓吾)는 "정작 나라를 망치는 것은 소인(小人)이 아니라 군자(君子)이다"라는 폐부를 찌르는 역설을 남겼다. 그것은 '탐관(貪官)의 피해보다 청관(淸官)의 해악이 더 크다'는 지적과도 상통한다. 그렇다. 탐관과 소인은 스스로의 잘못을 알 뿐만 아니라 그 피해의 범위 또한 국지적이다.하지만 청관과 군자를 자처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선(善)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사회 공동체의 규범을 재단하면서 상당한 지지 세력을 거느린다. 세인들은 탐관의 적폐에는 익숙하지만 청관이 더 가증스럽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단화된 청관의 방향성이 틀어지는 순간 사회와 국가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이 엄습한다. 그 폐해 또한 후대의 온 나라에 미칠 수밖에 없다.스스로 정의로운 정치 세력의 일방통행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그 누구도 정의를 독점할 수는 없다. 인간이 만든 정의는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정의의 독점이란 곧 독선의 반증일 뿐이다. '죄인(罪人)의 악보다 선인(善人)의 악이 더 클 수 있다'는 촌철살인도 그래서 나왔다.도로상에서 운전자 자신이 역주행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사회와 국가라는 무대 위에서 영원한 주역은 없다. 독선과 오만의 페르소나를 자아와 본성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무대 안팎에서 자신과 공동체의 돌이킬 수 없는 파멸과 마주할 뿐이다.

2018-12-18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그 때는 잘 몰랐다

2012년 4월에 치러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최대 쟁점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 문제였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2일 타결됐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통합당의 어처구니없는 자기부정이었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명숙 총리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불법, 폭력집단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 가담자, 배후 조종자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까지 했다.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무슨 의도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러웠다. 어떻게든 이런 비판을 피해갈 묘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구해낸 논리가 '그때는 잘 몰랐다'였다. 한미 FTA 찬성할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보니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는 구차한 변명이었다.당시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의 '고백'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1년 10월 20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끝장토론에서 "저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2008년 월가가 무너지고 나서야 '아 이게 신기루구나. 우리가 금융허브, 우리도 돈장사해서 미국같이 홍콩같이 돈을 벌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FTA가 환상이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라고 했다.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으로 한미 FTA 비준을 위한 합동 담화문에 서명까지 했던 당시 천정배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1년 11월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법무부 장관이었음에도 협상이나 과정을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고 했다.국방부가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을 남북이 협의한다는 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1항 내용의 수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무력 증강이란 표현이 옛날식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지만 실제로는 예비역 장성들의 비판대로 이 조항이 군사주권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임을 뒤늦게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군사 합의는 졸속이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역시 그때는 잘 몰랐기 때문일까?

2018-12-18 06:30:00

[관풍루] 법무부, 18일 대구서 지난해 2월 경북 군위 주택화재 때 할머니 구한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니말 영주권 수여식

○…법무부, 18일 대구서 지난해 2월 경북 군위 주택 화재 때 할머니 구한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니말 영주권 수여식. 의(義)로운 살신성인 정신 우리 국민도 본받겠소!○…교육부, 2015년 이후 공사립 1만392개 초중고 감사로 3만1천217건 잘못에 8만3천58건 조치. 비리 사립유치원, 여태 감사 결과를 공개 않은 이유 있네요.○…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팀, 15일 국제대회 우승에 베트남은 태극기 물결. 한국 태극기 부대, 태극기 가치(?)를 나라 밖에서도 알아주니 반갑군.

2018-12-18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하인리히 법칙

1930년대 미국 보험사에 근무했던 허버트 하인리히가 법칙 하나를 내놨다. 산업 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게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이다.KTX 열차 탈선사고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여러 번의 징후와 전조(前兆)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 더 걱정인 것은 탈선사고가 더 큰 사고를 예고하는 전조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하인리히 법칙은 재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권력에도 유효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으로 검찰로 원대 복귀된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 청와대 상부에 보고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 몰락의 전조가 된 '박관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2014년 11월 한 일간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감찰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정윤회 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주기적으로 만나 청와대정부 현안을 보고받고 인사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든 박관천 경정은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지라시 수준의 정보라며 묵살했다. 하인리히 법칙이 강조한 전조를 무시한 탓에 박 정권은 2년여 뒤 붕괴했다.전개된 과정을 보면 두 사건은 비슷한 점이 많다. 집권 2년 차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휘하는 곳에서 파견 나온 수사관이, 여권 실세 비위 의혹을 조사했고, 문건이 언론을 통해 터졌고, 청와대가 부인·반박하는 등 여러모로 닮았다.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는지(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권부의 비리가 내부자 폭로를 통해 알려지는 정권 말기 현상인지(장제원 한국당 의원) 두고 볼 일이다.

2018-12-17 06:30:00

[관풍루] 국민연금 개편안 두고 '폭탄 돌리기' 날선 비판

○…'100만원 연금으로 노후 보장' 개념 담은 국민연금 개편안 두고 '폭탄 돌리기' 날선 비판. '용돈 연금'과 '폭탄 연금' 가운데에 낀 국민연금의 딜레마.○…청와대 비서관 전진 배치한 차관급 인사에서 16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기재부 2차관이 유일. 죽령 이남 낙동강 밖은 내치라는 현대판 '훈요십조'?○…한국은행, '최저임금 인상 영향받는 저임금 근로자가 늘면 월급은 줄고 비정규직은 증가' 보고. 단순 계산법으로는 소득주도성장 해답 낼 수 없다는 뜻.

2018-12-17 06:30:00

이춘수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타고 있는 호랑이 등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1953년)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탄 것과 같다. 달리지 않으면 먹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업무의 엄중함,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호랑이는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그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민이나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고, 계속 기대하고 감시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험한 호랑이는 막강한 조직을 동원해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집단이다.호랑이 등을 탄 대통령은 참으로 위험하고 무서운 자리다. 문제는 누가 호랑이며, 대통령이 누구를 진정으로 자신을 태워준 호랑이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있다. 국민 다수가 호랑이의 힘을 갖고 있다면, 다른 짐승(특정 집단)들이 감히 그에게 달라붙어 괴롭힐 생각조차 못 할 것이다.불행히도 현실은 특정 집단이라는 이름의 호랑이가 공식 권력 배후의 실질권력으로 온 사회와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그렇다면 한국의 호랑이, 문재인 대통령이 탄 호랑이는 누구인가? 반외세자주를 외치는 정치권력,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권력 뒤에 숨은 이데올로그, 민주노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탈원전·신재생에너지를 맹신하는 환경주의자들이 그들이다. 이 그룹들은 일정 부분 겹치기도 하고 강력한 연대의 끈을 맺고 있기도 하다.문 대통령의 호랑이들은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 보고,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혀 편 가르기와 논쟁이 그칠 날이 없다.운동권적 정치권력과 현 정부의 이데올로그들, 참여연대 등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실체적인 권력구조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현실은 무시한 채 '낭만적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남북 교류와 협력·평화체제 구축은 응당한 요구이지만 북핵 문제를 두고 북미가 주연, UN이 강력한 운전자 역할을 하고 남한은 조연인데도 마치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이들은 또 북한 독재정권 아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시에 의식이 포획된 듯 국가 안위는 뒷전이고, 북측에는 만사 '예서 킴'(Yes sir Kim)이다.민주노총도 질주하는 호랑이다. 민노총 산하 일부 단위노조들은 고용 세습, 임금 가르기 반대 등 '조직갑질'에 철옹성을 구축하려 한다. 반면 기업 생존권이 달린 탄력근로제를 가로막고, 이른바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소속 회사의 안위나 경제계 충격은 아랑곳없이 강경투쟁만 일삼고 있다.지금의 추세로 경제가 악화되고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 집권 3년 차 중반기에 접어드는 현 정부의 국정동력은 크게 약해지고 조기 레임덕까지 올 수 있다.문 대통령의 속내는 지금까지 충실한 돌격대 역할을 해 준 호랑이 등에서 슬쩍 내리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내리지도 못하고, 방향 전환도 힘들 것이다.그러나 문 대통령을 등에 태우고 달려온 호랑이들은 조금만 지나면 새 주인을 찾아 현재 주인을 미련없이 내던질지 모른다. 아니면 문 대통령이 스스로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야 한다.

2018-12-16 19:18:06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윤창호법

지난 2006년 일본 법원은 우체국 직원을 치어 식물인간으로 만든 음주 운전자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는 3억엔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 환율로 3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당시 일본 내 교통사고 소송에서 이례적인 고액 판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2006년은 '음주운전과의 전쟁'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본에서 음주운전이 큰 이슈가 된 해다. 이듬해 일본 국회는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했다. 음주운전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으로 바꿨다. 또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는 물론 음주운전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차량 또는 주류를 제공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지난해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모두 439명이 숨졌다. 하루 1.2명꼴이다. 2013년 727명, 2014년 592명과 비교하면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2천164명 중 173명만 실형 판결이 났다. 음주운전 사고와 후속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소리다.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런 사회적 우려 때문이다.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을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혹은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늘렸다. 함께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기준도 훨씬 엄격해졌다.음주운전이나 보복운전 등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범죄를 보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냉혹하리만큼 단호하다. 한 사람의 일탈로 피해를 입은 사람과 그 가족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해자 보호법'으로 불릴 정도로 무르기만 했던 우리의 관련 법규가 이제 개정된 만큼 법 적용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엄한 처벌만이 음주운전을 줄인다고 통계는 이미 증명했다.

2018-12-15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할머니의 가훈

'너희들은 청렴하게 살거라!'경북 예천이 고향인 류우순(86) 할머니가 50여 년 전, 고향 초등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며 한 초교생의 학용품값 500원의 거스름돈을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뒤늦게 그 학생을 찾아 사과하려는 사연을 '야고부'에 소개(본지 10월 29일 자)했다. 그 인연으로 지난달 할머니의 '평생일기'를 아들 정완영 부경대 교수로부터 받았다.할머니가 평생 쓴 일기를 2012년 책으로 엮은 자서전인 셈이다. 하지만 책을 보니 아들의 고민이 컸음을 짐작할 만한 내용이 숱했다. 집안의 아픈 상처나 감추고 싶은 일이 수두룩해서다. 그러나 정 교수는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어머니 뜻을 차마 거스르지 못해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그런데 할머니의 책 마지막 부분이 돋보였다. 마치 결론처럼 실은 가훈으로, 스스로 배운 서예 실력으로 적은 가훈은 한자로 된 '청렴'(淸廉)이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이란 자긍심에다 사별한 교사 남편에 이어 5남매 자녀 가족이 초·중·고·대학교에 몸을 담은 탓인지 청렴 두 글자가 책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류 할머니의 가훈 '청렴'이 돋보이는 까닭은 '정신수도'를 외치던 경북 안동시청이나 안동·예천에 걸쳐 둥지를 튼 경북도청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이 세상 사람 입방아에 오르내려서다. 안동시청 공직자 비리 소식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그 상위 기관들의 실망스러운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런 탓인지 이철우 도지사 취임 뒤 옛 모습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5천만원 상당의 값이 나간다는 돌에 새겨진 '사람 중심'이란 도청 입구 글귀 교체나 해마다 2천500만원 넘는 관리비로 골머리였던 높이 30~33m 높이의 5개 깃발 게양대 철거도 그렇다. 대대적인 사람 교체도 곧 있을 모양이다.이런 흐름이 경북도의 거듭나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청렴도 평가에서 마침 올해는 중간 성적이었지만, 만년 하위에 맴돌던 과거를 정리하고 부패를 막는 계기로 삼으면 금상첨화이겠다. 류 할머니가 옛일을 잊지 않도록 일기를 책으로 남기고, 자녀들에게 청렴을 가훈으로 남겼듯이 말이다.

2018-12-14 06:30:00

[관풍루]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 등 '속도조절' 방안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개편 등 '속도 조절' 방안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 아픈데도 고집부리고 치료 멀리하면 결국 병 키우는 법.○…'오늘밤 김제동'에 방송된 "공산당이 좋다" 인터뷰 반발 여론이 KBS 수신료 징수 논쟁으로 비화. 공영(公營)방송 아니라 공산(共産)방송으로 착각할 뻔.○…대구 이월드·남선알미늄 '이낙연 테마주' 바람 타고 주식 가격 급등. '동문설' '총리 동생 관련설' 등 거품 키우다 한꺼번에 꺼지면 남는 건 또 쪽박.

2018-12-14 06:30:00

사회부 차장 이창환

[청라언덕] TK 신당, 명분없다

대구경북(TK) 신당론이 연말 지역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자유한국당을 장악할 경우 TK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운 신당이 만들어진다는 시나리오다. 박 전 대통령이 내년 4월 일부 혐의에 대해 구속 만기로 출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당론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결론적으로 TK 신당론은 박 전 대통령과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TK 신당을 만들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탄핵에 수감까지 온갖 수모를 겪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과 연민을 TK 신당을 통해서라도 표출하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적전 분열이 불 보듯 뻔한 TK 신당이 해답이 될 수 없다.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TK 신당이 만들어지면 누가 참여하겠는가?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적 낭인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붙잡게 될 것이다. 참신하지도 능력도 없는 공천 탈락자들이 전직 대통령을 소수파의 수장으로 옹립하려는 것은 명분 없는 행위다. 국회의원 몇 명을 보유한다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되겠는가. 친박계가 자신들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정치 술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시간을 작년으로 돌려보자.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구속 수감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희생한 친박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난 친박 국회의원도 없었다. 수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제 몸 살기에 바빴던 게 친박계 인사들이었다.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참여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친노조차 지리멸렬하자 '폐족'이라며 참담한 반성문을 썼다. 이런 반성문은 고사하고 총선이 다가오고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기대려고 한다.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자유다. 그래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 무슨 염치로 박 전 대통령의 옷자락을 다시 잡으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그럼에도 TK 신당론은 한국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TK 신당론은 친박계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 원내대표가 압승한 데는 분당을 우려한 초재선 의원들과 중도파들이 지지한 게 한몫했다.TK 신당론 연기만 피웠을 뿐인데 한국당이 움찔하는 꼴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TK 신당론의 파급을 확인한 친박계는 내년 2월 전당대회와 다음 총선 과정에서도 연기를 피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TK 민심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TK 신당론은 애초 여권의 정국 운영 전략이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면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출소시켜 보수 분열을 노린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계산이다. 보수가 분열하면 다음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TK 신당론이 여권의 '꽃놀이패'인 이유다.지금의 TK 신당론은 여권이 박 전 대통령 거취 카드를 만지지도 않았는데 한국당 스스로 제 발이 저린 형국이다. 명분 없는 정치가 당장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결국 흔적 없이 사라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2018-12-13 15:32:0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첫눈이 내리면

첫눈이 오면 무엇을 할까?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를 만나고 싶다. 친구도 좋고, 옛 애인도 좋고, 스승도 좋다. 그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눈 내리는 풍경을 한없이 지켜보겠다. 첫눈이 내리는 날, 일상에서 벗어나 낭만에 젖고 싶은 것은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시인 정호승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했다. 정겹고 낭만적인 시구다.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몇 년 전에는 대구에 첫눈이 오면 영화 '닥터 지바고'를 함께 보는 작은 이벤트가 열리곤 했다.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닥터 지바고'를 좋아하고, 추억에 빠져들고픈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3시간 20분의 상영 시간에 몇 번씩 본 영화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설원과 자작나무, 오마 샤리프·줄리 크리스티의 애절한 사랑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뒤풀이로 눈을 안주 삼아 소주잔 기울이면 그야말로 환상이었다.첫눈은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고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악몽일 수 있다. 군에 갔다 온 이들은 눈을 두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악마의 X가루'라고 했다. 눈만 내리면 온종일 삽 들고 제설작업을 했던 고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첫눈을 보고 좋아했다가 고참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는 이도 있다.11일 대구에 첫눈이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금세 비로 바뀌어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싸락눈'이 됐다. 다음 날, 곳곳이 얼어붙거나 진창길로 바뀌었다. 통행에 불편하기 짝이 없으니 짜증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길가의 얼음은 아이들에게는 스케이트 타는 즐거움을 주지만, 노인들에게는 낙상의 위험을 준다. 그렇더라도 눈 내리는 날이 좋다. 올겨울,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2018-12-13 06:30:00

[관풍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선 사고 책임 지고 사퇴 표명하자, 철도 노조에서 '사표 반려 운동'에 앞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선 사고 책임지고 사퇴 표명하자, 철도 노조에서 '사표 반려 운동'에 앞장. 잘했든 못했든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씀.○…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음주운전이 이제는 명백한 범죄로 인식되는 분위기. 술 냄새 나면 아예 시동 안 걸리는 차가 나와야겠군!○…대구경북 명퇴 교원 635명으로 증가-무너진 교권에 짐 싸는 교사들, 최저임금 추가 인상 앞두고 업체들 경영난 호소-올라간 임금에 문 닫는 기업들….

2018-12-13 06:30:00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신남북시대와 대구경북

2018년 한 해,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그중 주요 뉴스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 같다.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더니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 JSA 초소·병력·화기가 철거되고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60여 년간 굳게 잠겨 있던 비무장지대 빗장까지 열려 각종 개발이 추진되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무드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교류 준비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일찍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예의주시하며 호시탐탐 출발선을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경기도와 강원도, 서울시, 인천시 등 북한과 가까운 지자체들의 대응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일찌감치 추진단이나 담당관 등 국, 과 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북 교류 준비에 뛰어들었다.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까지 두는 등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평화협력국엔 관련 부서와 직원이 3개 과 10개 팀 50명이나 된다. 강원도 역시 평화지역발전본부 아래 5개 과 73명을 두고 남북 교류 준비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서울시도 남북협력추진단에 2개 과 25명을 뒀고,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만들고 3개 부서에 9명을 배치했다.이들 지자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남도 등도 3,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남북 협력이나 교류 등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큰 타격을 입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남북 교류 준비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대구시의 경우 남북 교류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자치행정과 주민생활지원팀에 한 명뿐이다.경북도도 미래전략기획단에 남북 교류 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만 뒀다가 3명이 근무하는 남북교류팀을 만들었다. 올 9월엔 동해안정책과에 2명의 직원을 둔 남북경협팀을 신설했다.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만큼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각계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찾아내 남북 교류 협력 리딩그룹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별, 교류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상대적으로 많이 정착한 새터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와 대안 등을 축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눈길을 끄는 이벤트나 행사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경우 때마침 남북 교류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알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대구시민구단인 대구FC의 창단 후 첫 우승과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의 그랜드오픈을 기회로 북한 축구팀을 초청, 남북 친선 축구로 남북 교류를 붐업하는 것이다.경북 역시 경북의 자랑이자 최대 무기인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북한을 공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의 농촌을 타깃으로 맞춤형 새마을운동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 제공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대구경북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리고 특화시켜 위기가 아닌, 대구경북에 희망이 되는 신남북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2 19:47:0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노이무공' '탈'

연말이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무엇이 선정될지 관심을 두게 된다. 촌철살인의 묘미를 지닌 사자성어가 뽑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함께 '올 한 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이 1위로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고목사회(枯木死灰·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재와 같아 무기력함) 노이무공(勞而無功·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이 선정됐다. 각자 살길을 찾아간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수무푼전(手無分錢)도 이름을 올렸다. 힘들고 팍팍한 삶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들이다.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고른 게 노이무공이다. 갖은 애를 썼지만 보람을 찾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경기 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노이무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도 들어맞는 것 같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을 느낄 만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등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결과로 내세울지 모르지만 애초 목표한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고용지표가 참담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노이무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사자성어 대신 한 글자로 올해를 정리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KTX가 탈선(脫線)해 국민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사고 전 이상 징후가 수차례 나타났는데도 시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다. 또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으려고 한국전력이 중국·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엉뚱한 길로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단단히 탈이 났다.

2018-12-12 06:30:00

[관풍루] 낙동강 보 개방 시도에 주변 농민들, '낙동강 물 빠지는 날, 농민 피 빠지는 날' 피켓 들고 시위

○…낙동강 보 개방 시도에 주변 농민들, '낙동강 물 빠지는 날, 농민 피 빠지는 날' 피켓 들고 시위. 정치만 아는 '꾼'들이 피 터지는 농민 맘을 어찌 알까.○…10일 퇴임한 김동연 부총리, 한국당 영입설 의식한 듯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라고. 의견 없는 사실만 밝혔으니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할 일.○…고실업 고물가에 올 10월 기준 대구 경제고통지수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고. 이전부터 그랬나, 대구 패싱 문 정부 들어 그리 되었나가 문제.

2018-12-12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하고 싶은 대로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취미나 예술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까탈스럽다. 가령, 생업 농부들은 작물에 병이 들면 농약이나 영양제를 투입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병든 작물을 뽑아내고 새로 심거나 수확을 포기한다. 농약을 쳐 키운 작물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름난 도예가들이 멀쩡해 보이는 항아리를 미련 없이 깨부수는 것은 그들이 항아리의 기능성이 아니라 예술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찾는 딱 그 핸드백이 아니면, 크기와 디자인이 비슷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 역시 핸드백의 기능성이 아니라 정체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21세기 한국은 기능성과 예술성 모두를 욕심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가난 극복에 매진해야 했던(기능성만 살펴야 했던) 앞세대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유리 상자 속 사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눈만 높은 견습 도공과 닮았다. 마음에 안 든다며 때려 부수기는 잘하지만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10억엔에 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나쁜 정부가 혼을 팔았다면, 좋은 정부가 혼을 찾아오면 될 텐데, 문 정부는 전임 정부를 욕할 입은 있어도 더 나은 걸 만들어낼 실력은 없다.드러난 현상만 보는 것도 문 정부의 특징이다. 비정규직제도를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하는 제도라며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정규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 사회 노사관계를 조정할 실력이나 생각은 없다.그런 예는 많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법제화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야기하고,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 물가를 올렸다.올해 10월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은 말할 것도 없고, 55∼64세 중장년층 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50조원 이상을 갖다 붓고도 공무원 숫자와 단기 일자리만 늘렸을 뿐이다. 양극화 해소한다더니, 오히려 심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때려잡기 때문이다.북한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해외 순방에서 '선(先)대북제재 완화'를 외쳤지만 각국으로부터 '비핵화가 먼저다'는 반박을 받았다. 현실을 외면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가계소득 분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조사 결과가 이어지자, 정책 수정은커녕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더니, 더 나아가 내년부터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개편하겠다며 예산을 확정했다.(159억4천900만원)좋은 정부란 장단이 섞인 딜레마를 조정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정부다.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 부수고, 그 손해와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국가 경영은 성공해도 저 홀로 성공하고, 실패해도 홀로 실패하는 은둔 예술가의 작업이 아니다. 성과가 없어도 그만인 취미 생활도 아니다.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2018-12-11 16:24:40

경북서부본부 신현일 기자

[취재현장] 크리스마스 이브엔 산모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전해지길

"산골이나 섬처럼 오지도 아닌데 내년에는 애를 낳으려면 구미나 대구 등으로 원정출산을 가야 하나요."김천지역의 한 산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지역에서 유일하게 산후조리원과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해오던 김천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올해 말 산후조리원 폐업을 예고한 데다가 내년 초에는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 김천시는 김천시의회에 지역의 산후조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천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상정했다.김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예산으로 분만의료기관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매년 운영비 2천만원과 시설보강비 8천만원을 합해 1억원씩 5년간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이 조례는 일부 시의원의 반대 때문에 김천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조례가 보류된 후 기다렸다는 듯 김천제일병원은 산후조리원의 폐업을 예고했다.조례에 반대했던 시의원들은 "김천제일병원이 산모들을 볼모로 김천시의회에 대한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조례에 반대한 한 시의원은 "적자라고 주장하는 근거자료를 달라고 해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모가 혜택을 받도록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해 1천여 명의 지역 산모 중 400명에 못 미치는 인원만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모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더 많은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적자를 이유로 산후조리원 문을 닫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이 시의원은 "조례 심의과정에서 김천시보건소에 조례를 변경해 다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천시보건소가 응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겠다"고도 했다.이런 논란 속에 김천의료원이 "김천제일병원이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다면 공공병원에서 분만산부인과 개설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지역의 산모들이 주변 도시나 대도시로 원정출산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하지만 김천시의회와 김천제일병원 간의 기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김충섭 김천시장이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을 만나 산후조리원 폐업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병원 관계자는 "폐업은 예고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김천시의회도 12월 정례회를 열었지만 보류됐던 조례는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다만 시의회는 이번 정례회가 끝나는 24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김천시의회와 김천시, 김천제일병원이 기 싸움을 끝내고 해결책을 마련해 지역 산모들에게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행복한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18-12-11 15:50:41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의료, 공공성 vs 경제성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16년간의 논란 끝에 개설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허가권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허가'를 강조하고,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지역 의료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리병원이 확산하면서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사보험이 의료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리병원화한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학력과 스펙을 바탕으로 거액의 마케팅을 통해 '좋은 병원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의료 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자들은 영리병원으로, 서민들은 기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원으로 나눠지는 셈이다. 아무리 영리병원 개설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속성상'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반면에 영리병원의 '제한적인' 추가 도입 및 확산을 주장하는 측은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의료를 국민 건강·보건 및 공공성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경제·사회적 관점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학 입시 철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돌이켜보면 1970, 8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기계공학·전자공학 분야에 몰리면서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조선·기계 산업과 반도체·스마트폰 산업을 세계 일류로 일구었다. 이제 자동차·조선·기계는 사양산업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고, 반도체 호황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미래 세대들의 먹거리를 생명공학·바이오·헬스·보건·의료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인재들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공공성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의료는 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분야라면, 당연히 좁은 국내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적 경쟁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영리병원 논란이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한국 의료계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1 09:03:13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

"라인란트로 진격해 들어간 뒤 48시간 동안은 내 인생에서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그때 프랑스군이 라인란트로 진격해왔다면 우리는 꼬리를 내리고 철수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의 군사적 자원은 적절히 저항하는데도 아주 부족한 수준이었다."라인란트 재점령 후 히틀러가 한 말이다. 라인란트는 산업지대다. 독일의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를 점령했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프랑스는 이를 보고만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프랑스 정부의 머리에는 '협상'만 있었지 협상 실패에 대비한 'B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쟁이었다.하지만 프랑스는 '전쟁'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1차 대전에서 17~28세 남성의 4분의 1이 사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끔찍한 경험 때문에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본위적 소망에 집착했다. 급기야 이런 소망은 "반드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발전(?)했다.유럽 정세가 전쟁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관련 정보를 숨기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원들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기 전부터 독일이 은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음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전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한 법원은 프랑스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쏟아낸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통째로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프랑스의 이런 헛발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해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관계 개선'일 뿐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은 없다.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가 '전쟁을 막아야 한다'로 바뀐 프랑스의 맹목을 빼다 박았다. 북한 비핵화는 그 문턱에도 못 갔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알맹이 없는 '이벤트'였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것이 '립 서비스'였음을 확인해주고 있다.앞으로 달라질까? 북한이 황해북도 삭간몰 등 북한 전역에서 최소 13개 이상의 비밀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이라거나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기지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근 시설을 계속 가동 중이며 이들 기지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유력 후보지라는 사실은 고개를 가로 젓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런 미사일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용·증강해왔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삭간몰 기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통상적인 활동'이라 했고, 영저리 기지에서 대해서는 "군이 추적 감시하고 있는 대상 중의 한 곳"이라고 했다. 이런 해명의 의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니 문제 될 것이 없다"였겠지만 문 정부는 자기도 모르게 북한이 변하지 않았음을 토설한 꼴이다. 통상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김의 답방이 성사된다면 북한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릴까? 지금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되돌아보면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이라는 비관적 예측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됐을 때 국민은 물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문 정부가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2018-12-1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부메랑

10년 전 세계적인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이 내놓은 공전의 히트작은 적을 향해 겨눈 병사의 총구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로 되돌아오는 것을 담은 반전(反戰) 포스터였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의미(What goes around comes around)의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적나라한 메시지였다.'부메랑'(Boomerang)이란 말의 유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일 때 사용하던 도구에서 비롯되었다. 활등처럼 굽은 이 나무 막대기는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자신에게 위협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부메랑 효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자연재해가 되어 돌아오는 현상도 그렇고, 선진국의 경제 원조나 자본 투자로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제품이 역수출되어 원조국의 상품과 경쟁하는 것도 그렇다.심리적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설득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문 용어로 '저항의 심리학'이라는 개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과도한 강요를 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더 삐딱선을 타는 것도 일종의 부메랑 효과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과 남북 화해 또한 그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과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과도한 적폐청산의 칼춤, 스스로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불호사 방차사'(不好事 紡車似)라는 말이 있다. '악의 보복은 물레바퀴와 같다'는 뜻이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한 춘추시대 유학자 증자(曾子)는 일찍이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고 설파했다.

2018-12-11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코레일 현주소 보면 장관대통령 사과로 끝날지 의문.○…부산지법, 식자재 납품 리베이트 챙긴 유치원장들과 급식업자에 '사기죄' 유죄 판결. 아이들 입에 들어갈 밥 빼앗아 제 배 채웠으니 '갈취죄' 추가!○…중국 어선 싹쓸이 탓에 올해 울릉도 주민 오징어 어획량 고작 450t에 그쳐 100년 만에 최악. 오징어 풍년이면 시집간댔는데 한참 흘러간 옛 노래.

2018-12-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어느 죽음의 평가

'동생을 대신해 죽어서(代弟而死) 어버이의 뒤를 잇게 하다(爲親之嗣).'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달성군 가창면 냉천의 한 산속 포장길을 오르면 소나무 숲 한 야산의 무덤 앞에 작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행정 당국에서 세운 안내 간판도 옆에 있는 '의로운 누이(義姊) 이 낭자(李娘) 무덤'이다.간판 설명을 보면, 무덤의 주인공은 조선 순조 때 이씨 성의 냉천 산골 아가씨이고, 부모가 밖으로 나가고 없는 사이 집에서 불이 나자 방 안의 젖먹이 남동생을 몸으로 감싸 안고 불길을 막아 자신은 끝내 숨졌으나 대신 동생은 살렸다는 사연의 내용이다.그런데 이를 기리는 추모 글에서, 앞의 비문에 어울리는 문구 즉 '감라의 나이(甘羅其齡), 섭앵의 뜻(聶嫈乃志)'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뛰어난 소년 재상 '감라'와 의로운 자객이라는 '섭정'과 그의 누이 '섭앵'이 등장하니 말이다.당시 대구의 관리였던 조종순(趙鍾淳)이란 판관이 이런 사연이 깃든 소녀의 죽음을 의롭게 보고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면서 기리는 시를 새겨 넣을 당시, 중국 역사 속 인물인 두 사람을 굳이 넣은 까닭은 그만큼 소녀의 행위를 잊을 수 없는 일로 생각했을 터이다.특히 소녀가 12세여서 12세에 재상이 돼 죽은 감라를, 동생을 대신한 죽음은 자객으로서 임무 완수 뒤 혹 누이에 해가 될까 스스로 낯가죽까지 벗기고 죽은 동생(섭정)을 모른 체 않고 동생의 의로움을 세상에 떳떳이 밝히고 자결한 누이(섭앵)에 빗댔으니 말이다.지난 8일, 꽃다운 12세에 죽음을 맞은 소녀의 무덤과 비문을 살피면서 세월호 사찰 혐의로 전날(7일) 자살로 60년 삶을 마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소식이 떠올랐다. 투신한 곳에는 '당신의 죽음은 조국을 위해 헛되지 않을 것'이란 추모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모든 부하들은 선처됐으면 좋겠다. 우리 군과 기무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는 내용을 적어 둔 모양이다. 한 소녀의 죽음조차도 평가된 옛 역사를 보면 뒷날 그의 죽음 역시 가늠되고 기록될 것이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8-12-10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만약, 위장된 평화공세라면

'체임벌린의 시간'(Chamberlain's moment)이란 말이 있다.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나치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영국 총리 체임벌린의 어리석음을 빗대 나온 말이다.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외치는 한편으로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다녔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을 상대할 힘이 없다 보니 평화를 위장한 것이다. "민족 사회주의(나치) 독일은 평화를 필요로 하며 또 원한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폴란드와 맺은 불가침 협정을 지키겠다' '오스트리아를 합방할 의도가 없다'고 했다.체임벌린이 걸려들었다. 히틀러를 몇 번 만나더니 "냉혹하지만 한 번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믿을 수 있는 사나이"라고 했다.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간파할 능력이 그에겐 없었다. 대신 그는 '평화'라는 수사에 매달렸다. 국민을 향해 "어떤 사정이 있어도 대영제국을 전쟁으로 끌어넣을 수는 없다. 나는 영혼 깊숙한 곳까지 평화 애호가"라고 호소했다. 국민 역시 전쟁보다는 평화라는 말에 더 솔깃했다. 그는 히틀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던 프랑스를 설득하기 위해 영불해협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 결과 히틀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뮌헨협정이 체결됐다. 이번엔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했다. '총리의 협상 결과는 전면적 절대적 패배'라는 처칠의 경고는 '평화'란 수사에 묻혔다.그로부터 2년도 안 돼 나치의 비행기가 런던 하늘을 뒤덮었다. 런던 대공습이었다. 영국인 4만8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라는 말에 솔깃해하던 국민들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체임벌린은 실각했다. 영국은 이미 혹독한 피해를 입은 후였다.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진작 좀 더 강하게 대응했더라면 2차대전에 앞서 히틀러 정권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지금 체임벌린은 영국 역사상 가장 무능했던 총리로 남아 있다.요즘 김정은을 두고 오가는 수사가 당시 히틀러를 두고 영국에서 오간 말들을 곱씹게 한다.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내세웠다면 김정은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한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면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켰다. 평화 시대를 열자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은 세계 최초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던 모습과 닮았다.김정은을 몇 차례 만난 후 '아주 예의 바르고 솔직 담백하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체임벌린의 히틀러에 대한 평가를 떠오르게 한다. '국민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가 일상화됐다'는 청와대의 변은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하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북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조금만 더 죄었더라면 북이 비핵화를 먼저 제안했을 것이란 역사적 가정도 흡사하다.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안보에 가정은 필수다. 그것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의 가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를 너무도 허투루 여긴다. 북방한계선(NLL)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말로 이룬 평화에 우리 군의 무장해제 속도는 가파르다.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에 목을 매고 있다.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말처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서라거나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다. 문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지 않기를 학수고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18-12-10 06:30:00

[관풍루]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하는 일'은 과연 몇 번째일까 궁금하군!○…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북한 김정은 찬양 일색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 'KBS 평양방송총국' 개설은 '따 놓은 당상'이로다.○…김천시장실과 본관 점거 농성 중 공무원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한 민노총 노조원에 대해 경찰 조사 착수. 현 정권의 '대주주'를 얼마나 건드릴 수 있을지….

2018-12-10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장례식 유머

한 달에 3, 4차례 정도 부고가 날아오니 상가를 자주 찾는다. 드물게 상주가 실실 웃으며 문상객을 맞는 상가가 있다. 그런 곳은 예외 없이 고인이 천수를 누렸거나 오랜 병치레 끝에 돌아가신 경우다. 유족들이 유교 제례에 따라 삼베 상복을 입고 죽장을 짚고 있는 상가도 가끔 있다. 영정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는데, 상주들이 입을 맞춰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哭)을 할 때면 왠지 어색하다.그때마다 오래전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였는데, 중학생 때 부친상을 당했다. 며칠간 '아이고, 아이고~'를 하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날 큰형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매타작을 당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에피소드지만, 절대로 잊지 못할 부친상일 게다.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한국과 서양의 장례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추도사를 하는 이들은 추모의 말 가운데 유머 한둘을 꼭 준비한다. 역사학자 존 미첨은 "고인은 선거 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했다"고 했다. 앨런 심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난 뒤 자신이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어느 글에서 본 한국인의 장례식 목격담이다. 10여 년 전 미국 골프 선수가 비행기 사고로 요절했는데, 장례식장은 슬픔 대신 웃음과 유머로 가득했다고 한다. 고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보고, 그가 불렀던 노래를 친구들이 부르고, 가족들이 나와서 재미있던 일화를 소개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풍속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억지로 울거나 웃을 필요는 없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장에서 한 인상적인 추도사가 있다. "그 사람(고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2018-12-0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지명 전쟁

지명은 식별 기호다. 요즘에는 고유 브랜드나 부가가치 높은 정보와 동일시하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이 아니라 지명을 통한 '아이덴티티'(정체성) 고도화나 차별화 전략으로 진화하는 것이다.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름 바꾸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명 변경은 자치사무다.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조례를 만들고 시행하면 된다. 지명 변경에 따른 수십억원의 행정 비용만 감당하면 더 큰 부가가치와 이미지 개선 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 지자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2007년 강원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바뀐 것을 시작으로 영월군 하동면이 김삿갓면, 영월군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지명 개칭이 줄을 이었다. 최근 지역 지자체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2015년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울진군 서면이 금강송면, 원남면이 매화면으로 각각 현판을 바꿔 달았다. 올 7월 인천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꿔 광역시 자치구로는 첫 사례다.하지만 지명 개편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영주시 단산면이 추진한 '소백산면' 변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충북 단양군이 '고유명사 독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4년여를 끌다가 끝내 무산됐다. 강원 양양군 서면의 대청봉면 추진도 사정은 같다. 전남 담양군 남면의 경우 '가사문학면'으로 바꾸는 것을 놓고 내부 불만이 쏟아지면서 주춤한 상태다.그제 청송군 부동면의 '주왕산면' 개칭에 관한 주민 투표에서 98.9%의 찬성 결과가 나왔다. 조례 개정 절차를 거치면 부동면은 주왕산면으로 다시 태어난다. 1914년 일제가 청송도호부(현 청송읍) 동쪽에 있다는 이유로 부동면으로 바꾼 지 100여 년 만이다.아직도 동서남북 방위에 기초한 일본식 지명이 수두룩하다. 1946년 행정지명 개편 당시 그 흔적이 남은 데다 1963년 시행된 분구(分區) 체제에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지명 변경에 따른 혼란만 줄인다면 언제든 지명도 바꿀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이 땅의 정주 여건 등 경쟁력을 더 높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2018-12-07 06:30:00

[관풍루]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북한의 '최고 존엄'과 친하게 지내더니 좋은 걸 배웠군!○…이낙연 국무총리 취임 후 첫 구미 경제인 간담회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해 말썽. 그들은 '경제를 모른다'는 말씀?○…의정비 10여 년째 동결한 지방의회가 소재한 안동·울진·고령이 국민권익위 '청렴도 측정'에서도 꼴찌 지자체 명단에서 탈출. 우연일까 필연일까….

2018-12-07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사투리의 품격(品格)

대학 시절 남도에서 상경한 동무와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친구는 조선시대는 전라도 말이 표준어였다는 논리를 폈다. 경상도 짝꿍과 함께 단번에 '머라카노'로 응수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임금이 사용하는 언어였다고 큰소리쳤다.골치 아픈 상소가 거듭 있으면 "제발 쫌(그만 좀 하시오)"이라 했으며 중전에게는 "밥 뭇나, 아는, 자자"라고 속삭였다고 우겼다.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가스나, 자꾸 이 칼래, 치아라 고마"로 꼰대 남편임을 스스로 자임했다는 억지도 곁들였다. 어쨌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 새내기들의 사투리 자존심이 벌인 일화로 기억된다.경상도 사투리가 전국에서 먹힐 때가 있었다. 경상도 말을 쓰면 사윗감으로 80점은 먹고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수십 년간 TK(대구경북) 정권을 가지면서 국가 요직 등은 TK 인사들이 꿰찼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요즘은 경상도 조폭들의 걸걸한 사투리도 스크린에 걸리고 전파를 탄다. 말의 흥망성쇠는 곧 그 지역의 부침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라틴어(교황청 공용어)는 현대의 영어에 필적할 정도로 번성했다. 현재는 교황청 바티칸의 언어로 통하며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규칙이 많고 외울 게 많아 언어의 경제성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라틴어는 여전히 품격 높은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격 변화가 철저한 규칙 속에 이뤄지는 까닭에 '신의 말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란 찬사가 붙는다.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쉬르는 '언어 가치'(linguistic value)란 개념을 설파했다. 각 낱말의 대립에 의해 낱말의 언어 가치가 보장된다고 봤다. 화폐에 비유하자면 10원짜리 동전은 100원짜리나 5원짜리 같이 높거나 낮은 동전과 대비된 위치에 의해 가치를 지닌다.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사투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이 지사는 "경상도 사람은 진짜 뛰어나다. 사투리도 잘 쓰고 표준말도 잘 알아 듣는다"는 농담을 자주한다. 지난 경북도 국정감사 때는 일부러 사투리를 섞어 쓰기도 했다. 그만큼 경상도 말의 가치를 올리려 노력한다. 잃어버린 경북을 되찾겠다는 투지(?)가 말에 녹아 있다.말이 행동을 규정한다는 소쉬르의 주장처럼 사투리로 투영된 경북의 기질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여는 데 일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경북은 한반도에서 처음 통일국가(신라)를 세웠고,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새마을 운동으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경북의 위상이 현재보다 더 추락한다면 '우리 사투리'가 품격을 깎아먹는 말로 치부될 수 있다. 나라가 흥해야 말이 흥하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쇠퇴할수록 우리의 기질도 잃게 된다.하지만 라틴어처럼 도백은 도백답게, 도민은 도민답게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게 행동한다면 경상도 말은 품격 높은 언어로 경북 기질을 계승하지 않을까. 나아가 대통령도, 민정수석도, 대법관도, 광주시장도, '~답게'를 할 때 대한민국의 격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사투리의 품격을 기대한다.

2018-12-06 17:47:44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색(色)의 위력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염색된다'는 말을 남겼다. 곳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알게 모르게 감정과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색(色)의 개념을 간파한 명언이다.자연에서 비롯된 색은 19세기 인공합성 안료가 개발된 이래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의 변주를 이어왔다. 모든 기업은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때 어떤 색으로 포장해서 소비자의 눈길과 관심을 이끌어낼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색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른바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이다.컬러 마케팅은 1920년대 미국에서 남성 위주였던 검은색 만년필에 빨간색을 입혀 여성층을 공략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시원한 맛의 음료수를 파란색 병에 담고 새콤한 맛의 음료는 노란 용기에 담는 것도 컬러가 지닌 스토리를 제품의 특성과 결합시킨 것이다. 유통업계를 거쳐 전자통신업계를 석권한 컬러 마케팅은 이제 정치권으로도 확산되었다. 현대 정치에서는 각 정당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 속에 정치적 지향성과 지지자들과의 일치감이 내포되어 있다.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이고 자유한국당은 빨간색이며 정의당은 노란색이다. 민주당이 노랑에서 파랑으로 바뀌고, 레드 콤플렉스가 있는 한국당이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한 것을 보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색의 상징성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색의 파워는 지구촌 곳곳에서 실증되고 있다. '흰 두건'을 쓴 아르헨티나의 어머니회, 태국의 '옐로 셔츠'와 '레드 셔츠' 시위대, 폴란드의 '검은 시위', 미국의 '핑크 모자 시위', 홍콩의 '노란 우산 시위' 등이 그랬다.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침 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펼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색 물결에 서민과 중산층까지 동참하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이 횡행하는 오늘 한반도에는 무슨 색깔이 빛을 잃었고 또 어떤 색깔이 득세하고 있을까?

2018-12-06 06:30:00

[관풍루]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중이라고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 중이라고. 단김에 쇠뿔 뽑다 그릇까지 뒤엎는 실력, 아직 여전하네.○…역대급 '불수능' 평가 속 올해 수능 '국어' 만점자 52만 명 중 고작 148명, 2005년 이후 최고난도. 세종대왕도 입 딱 벌릴 어려운 국어, 대체 어디 쓰려고….○…국세청, 올 들어 고액상습 체납자 재산 추적해 1조7천억원 체납 징수. 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할 수 없댔는데 끝까지 발버둥 치는 요지경 세상사.

2018-12-06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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