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민주(民主) 라는 기치(旗幟) 의 아킬레스건

'칼레파 타 칼라'(Kalepa Ta Kala)는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속담이다. '좋은 일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으로, 작가 이문열의 문학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 '칼레파 타 칼라'는 고대 그리스 가상의 도시국가에서 벌어진 정치의 흥망성쇠를 통해 민주주의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화 형식으로 그렸다. 권력과 명예, 선동과 시위, 혁명과 역설에 이은 공동체의 멸망을 바라보는 장탄식이 다름 아닌 '칼레파 타 칼라'이다.고대 그리스는 실제 역사도 그랬다. 민주정 사회였던 아테네의 집정관 테미스토클레스는 소피스트와 포퓰리즘의 횡행을 극복하고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의 침공을 막아낸 영웅이었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의 보도(寶刀)인 오스트라시즘(도편 추방)으로 쫓겨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후 스파르타와의 쟁패전을 승리로 이끈 아테네의 또 다른 장군들 역시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부서진 배에서 수백 명의 장병들이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을 방관했다는 악의적 여론이 격앙되면서 일종의 인민재판에 내몰려 사형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정적들의 선동에 휘둘린 민심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구국(救國)의 리더십을 잇따라 제거해버리자 아테네는 몰락하고 말았다. 이른바 중우정치(衆愚政治)의 위험을 실증하는 역사적 교훈이다.직접민주주의는 이렇게 포퓰리즘과 중우정치라는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사회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국민투표가 더러는 역사를 혼란과 광기의 늪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나치 독일의 히틀러도 국민투표를 통해 총통으로 등극했다. 권위주의 체제하의 국민투표는 거수기로 전락하기 십상이지만, 소위 민주국가의 국민투표 또한 대중영합주의에 부화뇌동하는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포퓰리즘을 양산하며 시민사회의 근간인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떻게 선출되어서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두 사람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란 저서에서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집단과 의견도 인정하는 정치인들의 집단 의지와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국민의 태도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보루(堡壘)를 찾는다.'한국, 한국인'이란 책을 펴낸 마이클 브린 전 주한 외신기자 클럽 회장은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하는데, 한국인들은 이를 '민심'이라 부른다"고 꼬집었다. 민심(民心)이란 게 늘 실증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할까? 더구나 선동에 의한 조작된 민심이라면….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정치와 사법부의 독립성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이 난장판에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가 온전할 수 있을까. 민주(民主)라는 기치(旗幟)의 이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하나. 칼레파 타 칼라….

2019-02-1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김정은의 선택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은 '아버지 리더십'이다. 선수들이 박 감독을 아버지로 느끼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베트남은 부모와 자식 등 가족 관계를 중시한다. 박 감독이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했다면 그의 아버지 리더십은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다.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 하노이가 낙점됐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외세 침략, 식민지 경험, 내전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겨냈다. 유교적 전통과 높은 교육열, 근면한 국민성도 유사하다.한국과 북한, 미국 세 나라에 베트남 이미지는 강렬하다. 우리에게 베트남은 여러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장노년층은 베트남을 '월남전 파병'으로 기억한다. 한국은 베트남전에 31만 명을 파병했고 5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제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 분야에서 '혈맹'이 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6천100여 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매년 휴대폰의 45%인 2억4천만 대를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다. 삼성전자 한 곳이 수출하는 금액이 600억달러를 넘어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나 된다. 두 나라가 걸어온 발자취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웅변한다.북한과 베트남 관계도 롤러코스터 급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은 1958년, 1964년 두 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했다. 베트남전에는 북한이 공군 병력을 파견하고 군수물자를 지원해 두 나라는 혈맹이 됐다. 하지만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했을 때 북한이 베트남을 비난한 뒤 양국은 대사를 철수시키며 냉각기에 들어갔다. 1992년 베트남이 남한과 수교를 하면서 더욱 소원해졌다.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해 철수했다. 미국이 패전한 유일한 전쟁이다.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는 김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성패가 달렸다. 반미국가에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로 돌아서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베트남을 선택할지, 미국과의 전쟁→미군 철수→월남 패망으로 이어진 베트남식 통일을 꿈꿀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판이 나지 싶다.

2019-02-11 06:30:00

[관풍루] 지지율 30% 넘보는 한국당,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37.8%)과 지지율 격차 가장 좁혀

○…지지율 30% 넘보는 한국당,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37.8%)과 지지율 격차 가장 좁혀. 하루가 빤한 게 정당 지지율인데 민심 모르고 목에 힘부터 줄라….○…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작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에 1년 유효 조건으로 가서명. '셧아웃' 달인 트럼프의 압박 카드가 결국 먹혀든 모양.○…LA타임스 '한국 공무원 시험 합격률 하버드대 4.6%보다 더 낮다'며 이상 열풍 지적. 학비만 해결되면 공시(公試) 접고 하버드대 시험 볼 사람 많겠네.

2019-02-11 06:30:00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유스티치아와 사법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 유스티치아(Justitia). 정의의 여신이다. 정의를 뜻하는 Justice도 여기서 나왔다.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안대로 눈을 가리거나 눈을 감고 양손에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관의 배제와 함께 엄정함과 형평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대와 칼, 저울이 각각 이를 표상한다. 바로 법원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지 않은 채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판결을 지켜본 국민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쪽에서는 '보복'이니 '정권에 대한 도전'이니 하면서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정면 겨냥하고, 다른 쪽에서는 삼권분립이 확립된 우리나라에서 사법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안 전 지사는 1심 무죄 선고 이후 약 6개월 만인 지난 1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고 구속됐다. 형량의 차이가 아니라 무죄가 유죄로 바뀐 것이다. 그사이 새로운 증거나 증인이 추가됐거나, 기존 증거가 효력을 잃었다는 등의 변화를 판결 내용에서 찾아볼 수 없다.유무죄의 판결에는 '피해자 진술'을 대하는 두 재판부의 상반된 시각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판사의 판결이 주관을 배제한 채 법전과 저울로 이뤄지지 않고 '시각'에 의존해 들쭉날쭉하다면 그 결과를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안 전 지사 구속 이틀 전 이뤄진 김 지사에 대한 판결도 형평성 차원에서 합리적 의심을 사고 있다.같은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지만 구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지사는 실형 선고와 함께 곧바로 법정 구속했다. 홍 전 대표의 불구속 사유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법원의 판단대로라면 홍 전 대표와 달리 김 지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현저하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사법부가 기존에 정한 김 지사의 1심 선고 날짜를 취소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적부심 이후로 다시 정한 점도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등 법조계나 일반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이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어떤 판사도 전지전능하거나 지고지순할 수 없기에 1심에 이어 2심, 3심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장치다.그럼에도 이번 두 전현 도지사에 대한 판결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그동안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휘둘리면서 국민적 불신이 누적된 결과물로,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성찰이 뒤따라야겠다.정치권도 사법부 판결을 삼권분립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국민적 비판에서 비껴갈 수 없다.사법부가 향후 안 전 지사의 3심과 김 지사의 2심 판결을 앞두고 정치적 판단과 권력의 향배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법전과 저울에만 기초해 판결을 하는지 국민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2019-02-10 20:10:27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노포(老鋪)의 퇴장

'반월당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부 고령 세대를 빼면 반월당(半月堂)이라고 불러온 공간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반월당은 도시가 바뀌면서 흔적도 남기지 않은채 사라지고 잊혀진 공간의 대명사다. 그나마 남은 지명은 옛 기억을 소환하는, 작고 희미한 단서다.대구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백화점 무영당(茂英堂)의 사정은 정반대다. 비록 옛 모습은 남았으나 그 존재는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노포(老鋪)의 흔적이다. 무영당은 고추씨 서말을 들고 대구에 정착해 거상이 된 개성 출신 이근무가 1937년 건립한 신식 건물이다. 8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옛 영화는 온데간데 없고 쇠락한 모습만 남았다. 바로 뒷쪽에 신축중인 높다란 오피스텔과 대조를 이뤄 더욱 이질적이다.1950, 60년대 대구를 대표한 음식점 기린원(麒麟園)도 마찬가지다. 수창동 옛 대구전매청 건너편의 기린원은 예식장과 함께 중화요리로 명성을 떨친 곳이다. 1990년대 말 덕영대반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기는 했으나 그럭저럭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얼마전 퇴근길에 보니 가림막이 둘러처졌다. 철거나 개축을 앞둔 모양이다. 문득 서울의 '을지면옥' 철거 논란이 생각났다. 시인 상희구의 시에도 등장하는 '기린원'의 옛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못내 아쉽다.노포는 한때 근대의 상징물이자 시민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들이다. 그래서 점점 옅어지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추억과 아련한 감성을 시대 변화나 추세라는 말로 치환하기는 매우 어렵다. 도시를 살아있게 하는, 세포와도 같은 공간들의 파괴는 그만큼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대구 건축물의 절반이 30년 넘은 노후건물이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을뿐 노포의 퇴장은 숱한 이야기와 집단 기억과의 단절이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지금 우리는 속절없이 잃고, 또 떠나보내고 있다.

2019-02-0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국민 누나

'국민 오빠' '국민 여동생' 같은 수식어가 붙는 연예인·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국민 오빠'는 워낙 남용되는 호칭이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수십 명에 이른다. 연예 기사, 팬클럽 등에서 마구 붙이다 보니 젊은 연예인은 물론이고 가수 남진, 송해, 박항서 감독까지 '국민 오빠'에 등재돼 있다.'국민 여동생'은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문근영이 독보적이다. 한때 김연아, 박보영, 아이유, 수지 등이 그 계보를 이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한국에서 이 같은 호칭의 원조는 유관순(1902~1920) 열사다. 투철한 애국심과 열정적인 행동력을 가진 독립운동가에게 '누나'라는 호칭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하고,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여성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듯한 정서다' '안중근 형이 아니듯 유관순 누나도 아니다' '관행적인 남성 위주의 시각이다' 등등.한 언론사 커뮤니티에 '유관순 누나인가, 유관순 아줌마인가'라는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일제하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25년에 16.7세, 1930년 17세, 1940년 17.5세 정도였다. 유관순의 사망 당시 19세로 평균 초혼 연령을 초과한 나이다. (사진을 보면) 유관순의 머리는 (결혼한 여성의) 쪽머리임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초교생이 누나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 차라리 유관순 이모나 고모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본문 요약〉'유관순 누나'가 입에 익은 것은 예전 초교 교과서에 나온 '유관순' 노래(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에서 비롯됐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해방 직후 강소천이 자신보다 10여 세 많은 유관순 열사에게서 누나 이미지를 떠올리고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열사'로 지칭했으면 이 노래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유관순 열사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의 상징이다. 신화적인 인물을 두고 이성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엄숙한 '열사' 호칭보다는 정겨운 '누나'라는 호칭이 더 적합한 이유다. '신화는 신화로 놔두는 것이 좋다.'

2019-02-08 06:30:00

[관풍루] 대구 남구의회 빼고 자치단체장·의회 의장들 업무추진비로 '적십자 특별회비' 냈다가 비난 여론

○…대구 남구의회 빼고 자치단체장·의회 의장들 업무추진비로 '적십자 특별회비' 냈다가 비난 여론. 개인 호주머니는 깊숙하게, 세금 주머니는 꺼내기 쉽게….○…경찰청, 설 연휴 전국에서 음주운전 1천114건 적발, 음주운전 사고도 146건. 음복 타령하며 죽은 조상은 그리 섬기면서 타인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트럼프-김정은, 이달 28일부터 1박2일간 베트남에서 북·미 2차정상회담. 자주 만나서 나쁠 건 없지만 별 소득 없다면 '낮은 가성비' 뒷말 나오기 마련.

2019-02-08 06:30:00

이창환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 극단의 시대

대한민국 정치는 극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청산을 내걸고 전 정권 관련자들을 대거 단죄했다. 아무리 전 정권의 실세라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와 공동체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았음에도 단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로 내몰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는 정치 보복일 뿐이다.역사는 되풀이된다. 정권이 교체되면 현 정권에서 일했던 인사들도 또 다른 적폐로 몰리고 정치 보복이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한국 정치사에서 정치 보복은 사실상 금기어였다. 보수 정권 아래에서도 후계자들이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 없이는 정권을 계승하기 힘들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를 밟고 지나가라"는 언질이 없었으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치 보복은 절대 없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다. 그만큼 전임 권력자에게 후임 권력자의 정치 보복은 아킬레스건이었다.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선시대 사화를 21세기에 부활시킨 셈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 보복이 일상적인 정치 행위가 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 정치가 극단의 시대로 접어든 배경이다.극단의 시대에 가장 위협받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권을 뺏기면 정치 보복을 당할 게 뻔한 상황에서 쉽사리 정권을 내놓지 않으려 한다. 여당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정권 재창출에 사활을 걸고, 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온갖 방법들을 동원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불·탈법이 자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된 뒤 보인 여당의 반응은 놀랍다. 집권 여당의 중진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사법부를 공격하고 적폐로 몰아가는 행태는 정말 걱정된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무력화시킨다. 김 지사 구속에 대한 여당의 대응에서 극단의 시대의 한 면을 읽을 수 있다. 민주화를 이끈 세력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무너뜨리는 지독한 모순에 봉착한 형국이다.여권 인사의 오버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책임이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사건이 20년 장기 집권 계획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을 것이다. 정권 교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권 중진들의 목에 핏대를 세우게 했다.사화와 환국의 극심한 후유증을 겪은 조선은 탕평의 시대로 전환한다. 사화와 환국의 '제로섬 권력투쟁'이 결국은 집권당과 실권당에게 득보다는 해악을 더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권당도 언젠가는 실권으로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품게 됐고, 실권당은 권력을 빼앗겼을 때 미치는 화가 너무 크다는 것을 공유한 후에야 탕평의 시대로 바뀌었다.극단의 시대에 접어든 한국 정치는 큰 계기가 없는 한 정치 보복의 일상화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극단의 시대가 오래 갈수록 한국 정치는 어두운 터널을 장기간 지나야 한다. 누가, 무엇으로 극단의 시대를 청산할 것인가?

2019-02-07 17:36:2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감히'와 오만

"왜 김경수 지사 재판을 갖고 청와대 앞에 가서 그런 망동을 하느냐. 탄핵당한 세력들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하느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향해 쏟아낸 말이다. '감히' '망동' 등 도를 넘은 단어들이 동원됐다.한국당이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드루킹 댓글 조작을 알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한 것은 야당으로서는 당연하다. 민주당이 야당이라면 더했을 게 분명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감히란 말을 수차례 쓰며 언성을 높였다. 오만과 독선이 묻어나는 모습이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심 이반을 부른 집권 세력의 발언들을 보면 그 바탕에 오만과 독선이 깔렸다. 한국당을 공격하려는 조급한 마음에 이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것이 얼마 전이다. 정부 정책 실패로 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50·60대 동남아 가라'며 국민에게 잘못을 떠넘겼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청와대 행정관을 '미꾸라지' '꼴뚜기' '피라미' 등으로 비하한 것 역시 오만과 독선이 표출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 DNA에는 민간 사찰이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도 매한가지다.민주당은 한국당 곽상도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7일 접수할 예정이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 딸 내외의 부동산 증여와 매매 그리고 해외 이주에 관한 공개질의서를 발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안 역시 많은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 사실관계를 조사해 국민에게 알려주면 될 일을 여당이 고발부터 하려는 까닭은 이 대표의 '감히'처럼 문 대통령을 향한 질문조차 못 하게 입을 틀어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이 대표 발언에 대한 한 댓글이 정곡을 찌른다. "촛불 민심은 '민주당이 집권해 주세요'가 아닌 '잘못된 나라 바로잡아 주세요'였다." '혀는 강철은 아니나 사람을 벤다'고 했다. 베이는 대상이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집권 세력은 깨닫기 바란다.

2019-02-07 06:30:00

[관풍루] 홍준표, 2차 북미 회담·한국당 전당대회 날짜 겹치자 "전대 효과 감살 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라고 주장

○…홍준표, 2차 북미 회담·한국당 전당대회 날짜 겹치자 "전대 효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라고 주장. 사실이면 날짜 잡느라 트럼프·김정은 골치께나 아팠겠군.○…설 민심 두고 민주당은 "김경수 구속 비판 여론 높았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 임기 언제까지냐고 묻는 사람 많았다". '내' 민심과 '네' 민심의 차이.○…국립환경과학원, 지난달 국내 미세먼지의 최대 82%가 중국 등 외국 유입으로 결론. 중국이 주범이라는 얘긴데 문 정부는 중국엔 꿀 먹은 벙어리이니….

2019-02-07 06:30:00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우도할계(牛刀割鷄)

정확한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늘 정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혼란과 불만이라면 막거나 줄여야 한다.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각 지방자치단체(수도권 제외)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선정, 발표했다. 각 시도가 지역 발전과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해 필요하지만 사업 및 예산 규모가 너무 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쉽지 않은 사업을 2개씩 건의하면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이었다.경북도는 고심 끝에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7조원)과 동해선 복선 전철화 사업(4조원)을 건의했다. 도는 남북교류협력 시대를 대비하고 동해안 시대 조기 개막을 위해선 이들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그런데 경북도에 주어진 것은 동해안 고속도로도, 동해선 복선 전철도 아닌 4천억원짜리 동해선 단선 전철화(포항~동해) 사업이었다. 7조원, 4조원 기대가 4천억원이 된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이 구간엔 전철이 아닐 뿐 동해선 단선 철도가 운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의 사업당 평균 사업비 1조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정부가 선정한 사업은 모두 23개 사업에 사업비 24조1천억원이었다.둘 중 하나는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경북도로선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였다. 각 시도에서 올라온 사업들의 규모가 너무 커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경북도는 '1개 사업이라도 선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동해안 고속도로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시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최종 사업 선정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한 경북도는 도지사, 부지사 등 간부와 관련 직원들이 총출동해 연일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관련 정부 부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동해안 고속도로도 힘들면 일부 구간인 영일만 횡단 구간만이라도 해달라고 간청했다.그러나 결과는 동해선 단선 전철. 경북도는 1순위도, 2순위도, 마지막에 대폭 축소해 제시한 3순위도 아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업을 받아들이게 됐다. 정부가 지자체의 희망과 다른, 정부 예산에 맞는 사업을 직접 만들어 발표한 탓이다. 경북도 입장에선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사업비 규모의 범위라도 정해주고 사업 건의를 받는 게 옳았다. 그랬다면 최소한 이러한 혼선과 허탈함은 없었을 것이다. 지자체는 그 범위에 맞는 사업들을 연구하고 결정해 건의했을 테고, 결과에 따른 충격과 섭섭함도 덜했을 게 분명하다. 행정력과 시간, 노력 등의 낭비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정부의 이번 프로젝트 시도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의 사업 규모 범위 선정,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부 수도권 언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에 상당 부분 후퇴한 것도 안타깝다.모든 것이 정확할 수도,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왕 큰 결심을 하고 큰 칼을 뽑았다면 그에 맞게 좀 더 크게 휘둘렀더라면 좋을 뻔했다. 소 잡는 칼답게 말이다.

2019-02-06 19:00:5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따로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1심 재판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를 법관 탄핵 대상에 넣으려 하는 등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민주당이 가장 비판받는 것은 법원 판결에 대한 이중적 태도다. 성 판사가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단죄할 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도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비수를 꽂고 있다. 성 부장판사가 작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하자 민주당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2017년 1월 전 대통령 비서실장·문화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성 판사가 발부했을 때도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한 바 있다.삼권분립 위협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민주당이 성 판사를 공격하는 데엔 노림수가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인 김 지사에 대한 2심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술수다. 민주당 대책위원장은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법 판사들 절대다수가 사법 농단 판사들이어서 걱정"이라며 2심을 맡을 판사를 겁박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선거 부정이 대선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렸다.작게는 민주당, 크게는 문 정부에 닥친 위기를 돌파하려 지지 세력 결집 차원에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서 밀리면 다 죽는다"는 심리가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 1심 재판부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넘게 동의한 것을 보면 민주당의 전술이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박기후인'(薄己厚人)을 언급했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다는 박기후인과 거리가 멀다. 자기 허물엔 한없이 관대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난도질하는 언행으로는 민심을 잃기 마련이다.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작명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이 '따로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

2019-02-0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서울 33, 大慶 33

"그 소년은 우리 교인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이갑성은 1903년 6월 개신교 세례를 받고 미국인 선교사 부해리(헨리 브르엔)로부터 소년야구단에서 야구를 배웠고, 부해리의 한국말 배우기 연습 상대가 됐다. 그래서 부해리는 이갑성을 기억,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부해리의 기대처럼 뒷날 이갑성은 걸맞은 일을 했다. 1919년 최연소 3·1운동 민족대표 33인으로 경상도를 맡아 2월부터 대구·부산·마산을 오가는 심부름과 연락책의 역할을 했다. 비록 인물 영입은 실패했으나 특히 대구경북 만세운동의 밑거름을 뿌렸다.그의 서울 방은 민족대표들의 밀회 장소였고, 3월 만세운동 투옥 등 1945년 광복의 바로 그해까지 8차례 9년 넘게 감옥을 드나들었다. 1953년 이후로는 33인의 유일 생존 대표로 1965년부터 광복회 1·2대 회장까지 지냈다.100년 전, 이갑성의 활동과 자극을 계기로 대구경북 사람들은 서울과 평양보다 늦었지만 3월 8일 서문시장 만세시위를 시작으로 5월까지 장터, 묘지 부근, 산 위에 이르기까지 고을마다 독립과 만세를 외쳤고 희생을 치렀다.특히 대구 계성학생 등 11명을 중심으로 그해 4월 꾸린 비밀조직 혜성단은 돋보였다. 경찰과 군대, 그 끄나풀인 보조원·밀정들의 불을 켠 감시망 속 11가지 2천 매 넘는 인쇄물을 만들고 돌렸다. 만주 연락책을 둘 만큼 기개 넘친 큰 틀의 독립운동 밑그림도 그렸다.결국 만세시위로 대구에서만 1명 사망, 102명이 기소되는 희생이 있었지만 대구는 독립운동가 양성소가 됐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까지 뭇 사상과 이념을 수용한 대구는 젊은이가 독립운동 정신으로 무장하는 도시였고, 학생 비밀결사는 그치지 않았고 광복 뒤의 학생 의거 바탕이 됐다.31운동 100주년이 한 달 남았다. 대구경북 33개 지자체마다 기념 행사 준비로 그때처럼 2월은 바쁜 달이다. 나라 안팎으로 힘든 지금, 100년 전 서울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을 외친 것처럼 대구경북 33개 지자체 대표와 시도민이 한뜻으로 지방식민주의에서 독립, 지역과 나라가 함께 사는 앞길을 여는 3·1절을 그려본다.

2019-02-01 06:30:00

[관풍루] 서울구치소 수감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빠른 시간 내에 판결 바로잡고 도정 복귀하겠다"고 언급

○…서울구치소 수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빠른 시간 내에 판결 바로잡고 도정 복귀하겠다"고 언급. 여당이 사법 농단 판사 탄핵한다니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네.○…KDI 북한경제리뷰 1월호, "김정은 호감 이미지만 강조하는 감성팔이 대북 정책 지양해야 한다"는 보고서 실려. 곧 'KDI는 적폐 세력' 소리 나오겠군.○…김태우 전 수사관, 자신을 '미꾸라지'로 비유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을 '모욕죄'로 고소. 미꾸라지는 더 기분 나빴을 것.

2019-02-01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HI SK, OK SK

지난해 일본 출장 때 만난 와세다 대학의 한 지한파 여교수는 말했다."소니는 삼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잠깐의 자부심. 이어지는 그의 '경제 논리'는 되레 핀잔으로 돌아왔다. 여교수의 도발(?)은 대충 이렇다.소니는 평생 고용을 보장하거나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노동의 경직성'은 최대 약점이다. 한국 대기업처럼 사람을 자르는 일에는 능숙하지 않다. '노동 유연성'이 강한 삼성에 뒤질 수밖에 없다.뒷말은 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젊은 나이에 일자리를 잃고 불가역적으로 자영 업계로 쏟아지는 한국의 사오정(40, 50대 퇴직). 콧구멍 만한 치킨집이라도 차려 잘되면 좋으련만, 열 중 여덟이 망한다. 기업에서 과장님, 부장님으로 불리던 아버지, 어머니 때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평생 고용으로 국가의 짐을 더는 데 힘을 보탠다. 세계 1위보다 착한 2등이 낫다는 자부심이 기업의 생존 이유다.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수긍이 간다.대구경북이 대기업인 'SK하이닉스'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장세용 구미시장의 하이닉스 유치 삼각편대가 연일 한강을 넘나들며 '플리즈 하이닉스'를 부르짖는다. 경쟁사인 GS칼텍스에까지 '구미는 SK를 사랑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을 정도다.하지만 SK는 이런 '열망'을 외면하고 있다. '경제 논리'만 들이대며 수도권을 기웃거린다.시대적 그늘이야 있었겠지만 경제 논리만 앞세웠다면 오늘날 세계를 호령하는 SK는 없었을지 모른다. SK그룹이 과거 정권의 덕을 봤다는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정·관계에 떠도는 단골 메뉴다. 현 SK이노베이션은 1980년, 당시 재계 1위인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게 초석이 됐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었으니 호사가들은 정권 실세의 보이지 않는 손을 지목하며 입방아를 떨었다.국가주도성장 이면에는 늘 국민의 희생과 헌신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녔다. 그런데도 재벌은 '경제 논리'란 병풍 뒤에 숨어서 책임 있는 행동을 좀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능 열쇠(경제 논리)를 무기로 수도권 진입의 문까지 열어젖힌다.물론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딱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경북은 통일 한반도 시대를 맞아 대륙을 잇는 환동해 물류의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미 5산단에서 코닿을 거리(직선거리 14㎞)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활주로도 깔린다. 대학의 도시 대구와 경산에는 반도체 인력이 차고 넘친다. 지방 경쟁력을 위해 결단하는 SK의 모습에서 오는 착한 기업 이미지는 '구미행의 덤'이다.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는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를 세뇌시키는 돼지가 등장한다. 이 구호 앞에선 어떠한 논쟁도 무의미하다. 한국 대기업들도 신규 투자가 있을 때면 "수도권은 좋고, 지방은 나쁘다"는 논리를 절대 선인 양 밀어붙인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을 뛰어넘는 명분은 없다. 이제야 말로 SK가 착한 경제 논리의 첫 페이지를 써내려 가야 할 때다. 대구경북이 'HI' 한다면 SK가 'OK' 했으면 좋겠다.

2019-01-31 19:12:41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5060세대

복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와 교복을 벗어던지고 우물가로 나가니 커다란 수박 한 덩이가 대야의 찬물 속에 담겨 있었다. 갈증이 심하던 차에 군침을 흘리며 수박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뒤에서 어머니의 경고가 귓전을 때린다. "아부지 오실 때까지 손대지 마라." 먼 훗날 중년의 가장이 되었을 때이다. 무더운 여름 퇴근하자마자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여니 잘 익은 수박 반 통이 들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꺼내 먹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아내가 일침을 한다. "얘들 학원 갔다 올 때까지 손대지 말아요!"5060세대는 이렇게 살아왔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게 당연한 도리였고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헌신하는 게 마땅한 의무였다. 그러나 5060세대는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식까지 부양하고도 대우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이른바 '더블케어'(Double Care)의 상황이다. 6·25전쟁 후 베이비 붐 세대인 5060의 삶은 한마디로 험난했다.먼 길을 걸어서 통학하기 일쑤였고,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향학열을 불태웠다. 김치나 고추장 반찬이 전부인 도시락도 꿀맛이었다. 청소년기에 새마을운동을 경험하며 군사교육도 받았다. 대학 시절에는 독재에 저항하는 데모로 최루탄 가스를 질리도록 마셨다.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 항쟁을 목격했다. 군대 생활을 할 때는 한바탕 얼차려나 구타를 당하고 잠자리에 드는 게 차라리 편했다.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룬 후에는 내 집 마련과 아이들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농경 사회에서 산업화와 정보화 사회로, 군부 통치에서 민주화와 중우정치의 사회로 옮겨가는 혼란과 격동의 세월을 고스란히 겪었다. 소비보다는 절약을,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흰머리가 늘어나고 사회에서 은퇴하면서 이제는 보수와 권위만 남은 '꼰대'라 손가락질을 받는다. 아직도 연로한 부모를 돌봐야 하고 취직 못한 자식도 품고 살아야 하는데…. 명색이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란 사람까지 나서서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동남아로 가라"고 했다.

2019-01-31 06:30:00

[관풍루]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30일 법정구속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30일 법정구속 뒤 "재판장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며 법원에 화살. 국민,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늘 조상 탓하지."○…문재인 대통령, 30일 신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경제과학특별보좌관 등과 오찬. 청와대, 대통령이 '혼밥' 하는 그런 사람 아닌 줄 이젠 믿으시겠지요?○…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성공 뒤 30일 "내년 6월 새 은행장 내정" 약속. 지역민, '겸직 않는다'는 말도 이미 안 지켰는데 또 어긴들 어떠리!

2019-01-31 06:30:00

 컷 제목: 박노익기자의 시선(視線)

일출이다! 구름을 뚫고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어둠은 물러가고 대지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잠시 후 바닷물이 햇살에 이글거린다. 갈매기는 먹이를 찾고 밤새 바닷길을 안내하던 등대는 휴식을 취한다. 바닷가 일출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가슴 뭉클하다. 
2019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지났다. 때 늦은 동해 해맞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어본다. “올 한해도 모든 이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박노익선임기자

[박노익 선임기자의 시선(視線)]일출

일출이다! 구름을 뚫고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어둠은 물러가고 대지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잠시 후 바닷물이 햇살에 이글거린다. 갈매기는 먹이를 찾고 밤새 바닷길을 안내하던 등대는 휴식을 취한다. 바닷가 일출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가슴 뭉클하다. 2019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때 늦은 동해 해맞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어본다. "올 한 해도 모든 이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2019-01-30 19: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나의 '50년지기' 대구은행

나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절친' 하나가 있다. 친구와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당시 학교에서는 30년 후 자화상에 대해 쓰는 글짓기가 유행이었다. 고교 1학년 시절 친구가 쓴 글에는 30년 뒤 친구는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는 장관을 취재하는 기자가 되어 있었다.같은 나이, 같은 동네, 덩치도 비슷했던 친구와 나는 어렴풋한 미래를 그리며 3년 밤낮을 함께 뛰어다녔다. 이후 친구는 서울로 진학, 대학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대구에 남아 신문사에 들어가 어설픈 글을 쓰는 기자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근 30여 년 우정을 키워왔어도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다'고 보이지 않는 친구를 때때로 잊고 산다.최근 안타깝게도 마음이 멀어졌지만,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또 하나 생겼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근 50년, 반백 년을 동고동락하며 친구로 살아온 이다. 1967년생 같은 나이로 내 인생의 전환점마다 등장하는 친구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 번도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점도 나와 많이 닮았다. 그 친구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그 친구를 진정한 벗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대구은행이다.'동갑내기 절친'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순수 지방 민간상업은행을 향한 대구 상공업계의 오랜 열망과 노력에 힘입어 국내 최초 지방은행의 역사를 시작했다. 10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의 창립 축하 제1호 정기예금증서를 접수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당시 대구은행은 '대구은행은 우리의 은행'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으로'라는 구호 아래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소형 점포 서비스를 갖추며 지역 은행의 위상을 갖춰갔다.몇 년 동안 또래들의 돼지저금통들은 모두들 대구은행으로 몰려들었다. 꼬깃꼬깃 접혀진 세뱃돈들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린 손에 쥐어진 대구은행 통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이었다. 인연은 학창 시절에도 쭉 이어졌다. 수업료, 등록금 등 모든 돈은 대구은행으로 납부했다. 대학 시절 학교금고가 서울 시중은행이란 점이 못 마땅할 정도였다. 입사 후 급여통장, 신용카드도 대구은행이었다. 신혼 시절 첫 아파트 대출도 마찬가지이다. 반세기 동안 지역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역 경제와 함께한 대구은행은 대구 토박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이다.하지만 최근 절친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많이 들린다. 여직원 성추행과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펀드 손실금 특혜 보전 등 각종 악재로 친구의 이미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50년 넘게 대구은행의 성장을 지켜보며 성원한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참담함마저 느낀다. 새 아버지(김태오 DGB지주 회장)가 왔지만 아직까지는 집안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967년 생일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지난 2년간 친구 앞에는 비바람,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대구은행 창립 50주년 기념 동영상에서 고 김준성 초대 총재는 "대구은행에는 좋은 후배들이 많아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했던 것처럼 올해는 친구가 어린 시절 소풍 가듯 희망을 안고 걸어가길 간절히 빈다."비가 오지 않으면 무지개도 뜨지 않는 법이야. 동갑내기 친구야 힘내라."

2019-01-30 13:59:09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가족공동체 유지할 지혜 찾자

해가 바뀌고 다시 설이 다가왔다. 어린 시절의 설렘 대신 자식, 부모 된 도리로 설을 맞는다.나이 탓일까. 명절을 맞을 때마다 삶에 대한 고뇌가 깊어진다. 가족공동체 사회에서 미풍양속으로 이어져 온 명절의 의미와 가치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되뇌고 있었지만,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지난해 추석 연휴 때 일이다. 심심했다. 할 일이 없었다. 이래서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예전, 명절에 낚시하거나 가게 문을 열고 장사하는 사람,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을 비아냥거렸던 일이 현실이 됐다.추석 전, 장모는 대놓고 딸들에게 "친정에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단다. 이번 설에도 마찬가지다. 하나 있는 처남은 빠듯한 외국살이에 명절도 이제 안중에 없다.명절에 처가에 가지 않으면 할 일의 절반이 줄어든다. 좋고 싫음을 떠나 당연시한 처가 방문이 없어진 건 (말로는 귀찮은데 잘됐다고 했지만) 상실감으로 돌아왔다.우리 집도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조상 제사 모시고 고향 집 근처 선산에 성묘하는 것까지는 이어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꼬마였을 때 추억이다. 집성촌에서 촌수가 높았기에 어른들로부터 인사받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자주 못 본 어른들이 동네 선산에 성묘한 뒤 우리 집을 찾아 아저씨뻘인 나에게 공손했던 모습은 다른 세상의 얘기로 남을 것 같다.우리 세대까지는 그래도 몸에 밴 의무감으로 제사, 성묘까지는 이어질 듯싶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이를 기대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이 시점에서 보면 '제사답'은 미래를 내다본 조상의 지혜로 보인다. 대를 잇는 장손에게 제사를 모시는 용도로 일정한 논밭을 물려줬기에 최소한의 미풍양속이 살아 있는 듯싶다.그러나 이웃 동네를 오가며 일가들이 지낸 제사는 6촌, 4촌 형제로 참가 범위가 좁혀졌고, 이제 가족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주위를 들여다보면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아예 가족들이 모이지 않는 집이 꽤 많다. 급속히 이뤄진 산업화로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면서, 이로 인한 가족공동체 해체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그래도 역과 터미널에 귀성 인파가 붐비는 아직은 조상의 얼을 잇고 미풍양속을 되살릴 희망이 있다.자식 세대에 제사 등 조상 모시는 일을 강요하는 게 맞는 일인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삶의 가치를 높이려면 전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제사답'을 이을만한 뭔가를 찾아보자. 재산이 있다면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려면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족 간에 얽힌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혼탁한 세상이다.올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는 지혜를 찾아보자. 가족공동체는 오랜 기간 효를 바탕으로 유지돼왔다.친구 가족의 사례다. 부인과 딸, 아들을 둔 친구는 명절은 물론 수시로 가족이 모여 식사하거나 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들, 딸이 멀리 떨어져 살기에 불편하고 돈이 들지만 가족이란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2019-01-3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적임과 정실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다섯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오시'(五視)인데 평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보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누구를 천거하는지, 넉넉할 때 어떤 아량을 베푸는지, 곤궁할 때 행동거지가 어떤지, 미천할 때 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라는 것이다.다섯 가지 중 어느 것이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바르게 처신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인물 천거'는 가장 어려운 일로 꼽힌다. 남을 천거하는 일이 본래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신을 잘 서면 술이 석 잔,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기 눈높이에 맞춰 사람을 어설프게 평가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인재라고 천거했다가는 되레 화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엽관(獵官)이나 정실(情實)에 기운 경우가 대표적이다.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에 따라 그제 지역 각급 법원장이 임명됐다. 기수 관례를 벗어난 의외의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피추천인에 대한 주변의 높은 평가에 기초해 내린 판단이라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소속 법관들이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역량과 됨됨이, 소통 능력 등 여러 면을 보고 추천한 결과라는 점도 이번 법원장 인사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와 납득을 두텁게 하는 요소다.반면 적임이라며 추천했지만 기대와 어긋나는 '인물 천거' 사례가 최근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다. '목포 게이트'로 물의를 빚은 손혜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무형문화재위원회 등 문화부 산하 기관에 주변 인사들을 여럿 추천하면서 잡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한편에서는 '사람을 추천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고 반박하지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능력이나 경험 등에서 적임이 아니라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비단 손 의원뿐 아니라 누구든 자기 눈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잘 안다'는 주관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옛 사람들이 '오시'를 품인(品人)의 틀로 삼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2019-01-30 06:30:00

[관풍루] 한국당 곽상도 의원, 29일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 아세안 국가 이주 사실 등을 공개 질의

○…한국당 곽상도 의원, 29일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 아세안 국가 이주 사실 등을 공개 질의. 청와대, 대통령 가족부터 앞장서니 국민 여러분께 아세안 가라고 할 만하지요?○…한국 국가청렴도, 100점 만점에 57점으로 180개국 중 45위이나 OECD 36개국에서는 겨우 30위. 국민, 전직 두 대통령대법원장도 감옥살이니 이것도 오감타.○…정부, 탈원전 분노 울진 군민 등 33만 명 원전 건설 재개 청원에도 모르쇠로 일관. 해외 원전 수입국, "한국 원전 거부하라는 가르침이군. 따봉 한국!"

2019-01-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음모론'과 '가짜 뉴스'로 버무린 '자신감'

"누군가가 자기 심장을 걸고 어떤 사실을 믿는다 치자. 나아가 이 사람이 자기 믿음에 집착한다고 치자. 또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행동을 한다고 치자. 그런데 마지막에 이 사람 앞에 그 믿음이 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된다고 치자. 이때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사람은 의연하게 일어설 것이다.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한층 더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것이다."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말이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됐을 때 이를 인정하기보다 현실을 편리한 대로 왜곡한다는 것이다. 왜? 자기 믿음을 배신하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믿음에 맞춰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현실을 왜곡해 자신의 믿음을 합리화한다. 이른바 '인지 부조화'다.문재인 정권도 여기에 빠져 있다.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데도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경제 위기는 없다는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현실 왜곡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런 믿음이 틀렸다는 증거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더 확고히 왜곡해야 한다. 그 수단이 '수구 세력의 경제 위기설'이다. 수구 세력이 '경제 위기설'을 조작해 퍼뜨린다는 '음모론'이다.이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망라한 '범(汎)문재인 진영'의 공통된 믿음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수구 보수 세력은 최저임금을 고리로 경제 위기론을 퍼뜨리고 자영업의 어려움을 빌미로 경제 무능론을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성과가 있는 데도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받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올 초 "경제 위기설은 한국 보수 기득권층의 이념동맹·이해동맹·이익동맹"이라고 했다.문제는 이런 '음모론'이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설'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설 음모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원하는 것이 '가짜 뉴스'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거나 "세계가 우리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그런 것이다.언론의 '팩트 체크'로 이런 발언이 '가짜 뉴스'로 드러났음에도 문 대통령은 가짜 뉴스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도 그랬다.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 상용직, 청년 고용률 등을 언급하며 "개선됐다" "늘어났다" "높아졌다"고 했다. 대부분 '의도적 오독(誤讀)'이거나 유리한 부분만 '뻥튀기'한 '선택적 오독'이었다.한 가지 예만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졌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작년 3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을 보면 고소득층은 늘어났고 저소득층은 최하위 계층이 7%, 차하위 계층이 0.5%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보호하려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지금 경제 현장에서는 '죽겠다'는 비명이 진동한다. 하지만 '경제 위기설 음모론'과 '대통령발(發) 가짜 뉴스'를 보면 아직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민 모두 올해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 같다.

2019-01-2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방콕' 대통령?

'국가 지도자에게는 비밀이 없다.'민주주의 국가라면 대통령·총리의 사소한 몸짓조차 국민의 눈을 피할 수 없다. 국가 지도자는 사생활과 일탈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다. 오죽했으면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을 두고 '최고급 교도소'라고 했을까.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매일 오전 9시 백악관 대변인에 의해 사전에 공개된다. '오늘의 대통령 일정'이란 제목으로 시간대별로 상세하다. 이때 대통령이 누구와 만나고, 만나는 사람이 어떤 직함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일에 골프를 치러 갈 때도 동일하다. 2017년 9월 24일 일요일 일정을 보면 '대통령, 오후 3시 트럼프골프장에서 출발. 3시 30분 모리스타운 시립공항 도착, 3시 40분 모리스타운 골프클럽 이동…' 등으로 10분 단위로 공개한다.일본 총리는 미국보다 더 강도 높게 언론의 감시를 받는다. 총리의 일정은 다음 날 조간신문에 분 단위로 상세하게 공개되고, 누구와 만났는지, 어디에서 밥을 먹었는지 국민 누구나 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하루 두 차례 사무실과 관저를 오가며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라는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귀찮음을 감수한다. '부라사가리'는 기자들이 관저나 복도에서 요인을 에워싸고 같이 걷거나 말을 건네는 취재 관행을 말한다.일정 공개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일본에 비해 훨씬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거나 일정 없이 관저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탄핵의 뇌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확연히 나아졌을까. 며칠 전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일정을 분석해 '방콕' 대통령이라고 공격해 떠들썩하다.한국당의 분석에 과장·중복 사례가 다수 있지만,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의 '공개 일정'에는 고칠 부분이 많다. 공개 시점이 일주일 단위로 너무 길고, 사후에 공개되고, 비공개 일정이 상당히 많다. 지극히 형식적이어서 옳은 공개라고 하기는 민망하다. 청와대는 '벌컥' 화를 내기보다는 일정 공개를 좀 더 개방적이고 정확하게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2019-01-29 06:30:00

[관풍루] 한국당이 文 대통령 공식 일정 분석 결과 '방콕 대통령'이라 공세

○…한국당이 문 대통령 공식 일정 분석 결과 '방콕 대통령'이라 공세. '깜깜이' 일정에 '혼밥' 소문까지 나오니, 아무래도 '소통'과 '협치'와는 거리가 먼 듯!○…경북도의회, '한국당' '민주당' '경의동우회' 등 개원 이래 첫 3개 교섭단체 구성하며 중앙 정치권의 외형을 구축. 명실공히 내용까지 닮는 건 아니겠지?○…예천군의회 의원들, 학생들까지 참여한 지역민들의 거듭된 전원 사퇴 촉구에도 요지부동. 그만한 똥배짱이면 목포에 가서 부동산 투기라도 해보시는 게….

2019-01-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SKY 욕망 대물림

"웃더라고요. 아들에게 이 나라 헌법이 국민에게 바라는 네 가지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더니 보인 반응입니다."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헌법에서 말한 네 가지 의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과연 웃을 만도 하다. 나라 지키기(국방), 꼬박꼬박 각종 세금 내기(납세), 자녀 가르치기(교육), 나라에서 혹 시키는 일(근로)의 의무를 잘 따르고 지키는 바가 실제로 쉽지 않은 탓이다.가짜 진단서와 부모 배경, 종교적 양심 등 온갖 구실로 요리조리 빠지는 국방에 응하고, 전문가를 앞세운 절세·탈세 물결 속에도 세금은 떼어먹지 말고, 자녀 대학 졸업까지 드는 4억원(보건복지부)도 대고, 나라의 또 다른 부름에 나서라고 강요(?)했으니 말이다.그러나 아들은 달리 말한 모양이다.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 제가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한 가정을 맡아 이끄는 부모를 떠올리며 버티었고, 제대한 군 복무 외의 일도 잊지 않겠노라 대답했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지금, 이름난 '서울의 세 대학교' 입학을 겨냥해 이 나라의 가진 부모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사연을 다룬, TV 드라마의 극 중 모습이 온통 세간의 관심사다. 고액 과외 등 보통의 부모에겐 나라 밖 일 같은 현상에 정부까지 나서 대책을 세운다고 소란들이니.대구에서도 이런 여파 탓인지 지난 24일, 대구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자 여러 교육인들이 모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학교에 답이 있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렀지만 학교가 과연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방송 내용이나 나라 현실은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누리는 삶이다. 게다가 아이들마저 그런 흐름이지 않은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3년 조사가 그렇다. '10억원 생기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 가도 괜찮다'는 2012년의 초(12%), 중(28%), 고교생(44%) 응답이 해마다 늘어나 2015년에는 17%, 39%, 56%로 나타났다.서울의 세 대학에 들어가 나오면 더 벌고, 더 갖고, 더 누릴 것이라는 부모의 욕망이 자녀에게 전해진 꼴이다. 아들에게 헌법이 정한 네 가지 할 일을 주문했다는 한 가장이 떠오르는 즈음이다.

2019-01-28 06:30:00

김교영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서울 언론'

"수십조 예산 써야 하는데…'예타 면제'", "경제성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국에 선심성 사업 남발 우려", "지자체들 '수요 뻥튀기'…예타 통과한 사업도 실패 수두룩", "예비타당성 원칙까지 흔드는 현 정권의 '예산 짬짜미'".서울의 언론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서울 소재 언론사들이 대규모 공공사업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두고 쏟아낸 제목들이다. '논란'이란 중립적 표현을 했지만, 내심 딴지를 걸고 있다. 29일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발표(시·도별로 1건씩 면제 대상을 선정할 것으로 관측)를 코앞에 두고 말이다.이들 언론은 전국 광역지자체의 신청 사업이 33건으로, 60조~7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은 혈세 낭비,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논조다. 여기에 예타 면제의 대표적 실패작(4대강 사업·영암 포뮬러1 경주장), 수요 뻥튀기로 예타를 통과한 사업(지방 13개 고속도로)까지 덧붙였다.물론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마땅히 이런 지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했다. 지방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 지자체의 절박한 심정을 다룬 기사는 없었다. 오히려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를 '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편승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세금을 쌈짓돈처럼 끌어 쓰는' 행위로 폄훼했다.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공공사업의 사업성을 미리 조사하는 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방의 SOC 사업은 인구 부족 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힘들다.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 사업을 검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지역 경제인 간담회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수월하게 통과된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경제성보다는 균형발전에 배점을 많이 하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의 SOC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지방은 가뭄 끝에 단비처럼 예타 면제 사업을 환영했다. 또 지자체들은 사업이 선정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도 모두 4건의 사업(▷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을 신청했다.지방의 대형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서울 언론의 논조는 새삼스럽지 않다. 서울 언론은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도 '지방공항 무용론'과 '국론 분열'을 내세워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언론은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생각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 '언론의 의제설정(議題設定) 기능'이라고 부른다. 서울 언론은 대한민국의 여론을 쥐락펴락한다. 심지어 지방민들에게 서울의 배수관 터지는 일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의 빅3 신문사의 절반 가까운 독자가 비(非)수도권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9-01-27 16:12:38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홍역

1960, 70년대만 해도 홍역을 앓다가 속수무책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았다. 홍역을 흉한 귀신의 장난으로 여겼던 어머니들은 장독대 앞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어린것의 쾌유를 빌고 또 빌었다. 옛날에는 홍역이 유행하면 한 집 건너 한 아이는 앓다가 거의 죽다시피 했으니 마을 산 중턱에 아총(兒塚)이 흔했다.마진(痲疹)이라 불렸던 홍역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이렇게 공포와 외경의 대상이었다. 몹시 곤욕을 치르거나 어려움을 겪었을 때 쓰는 '홍역을 치렀다'는 말이 생긴 연원이다. 홍역에 대한 우리의 첫 역사적 기록은 삼국사기이다. 고려 때도 홍역이 널리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시대에는 홍역이 창궐할 때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조선, 홍역을 앓다'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홍역 치료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전통의학을 통해 홍역과 맞섰던 인물과 그들이 남긴 문헌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마과회통'도 그때 나온 홍역 전문 의서이다. 홍역은 1879년 지석영이 종두 사업을 본격 시행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1962년 홍역 백신을 소개하고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홍역은 마침내 공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미국의 경우도 남북전쟁 당시 홍역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부대 단위가 해체되기도 했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첫 남편이 참전하자마자 세상을 떠나는 장면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홍역을 앓는 자녀를 돌보느라 혁명의 성난 물결에 적절한 대응을 못 해서 쫓겨나고 말았다고 한다.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했던가. 최근 홍역이 되살아나면서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20, 30대 감염자가 많은 것은 1회 접종에 그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신고된 후 홍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그야말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지 않으려면 개인이건 당국이건 예방에 허점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19-01-26 06:30:00

매일신문CEO스피치아카데미 4기 오리엔테이션

매일신문CEO스피치아카데미(원장 하태균) 4기는 2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스피치를 통한 자신의 변화에 도전하는 신입생들과 함께 12주 과정을 시작했다.

2019-01-25 17:06:34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서울의 세 모녀(母女)

"내게도 우리 조국 한국이 으뜸이고, 우리 어머니 서중하 여사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어머니이다…어머니의 사랑은…가실 줄 모르는 사랑, 그것이…어머니의 사랑이다."'바보'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남겼다. 1955년 어머니가 72세로 삶을 마치고 돌아가신 지 30년 즈음인 1984년, 월간지 '샘이깊은물'의 창간호에서 끝없는 자식 사랑을 실천한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렸다.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간 형이 다쳐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 일본말도 못 하면서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떠나 결국 들것에 눕혀 데려와 온갖 정성으로 완치시켰다. 그런 어머니를 추기경은 "어머니의 의술이 참으로 신기했다"고 기억했다.또 어머니는 다시 중국으로 떠난 형을 찾아 멀리 만주와 하얼빈까지 헤맸다. 끝내 아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소식이 끊긴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눈을 감자 추기경이 "우리 어머니가 눈을 감을 때에 가장 잊지 못한 것이 그 아들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한 까닭이다.어느 어머니인들 다를까. 끝없는 자식 사랑은 '가실 줄 모르고', 죽음 앞에도 '잊지 못한 것'은 아마도 자식이리라. 추기경이 생전 어머니를 그린 심정은 세상 어느 자식이라고 같지 않으랴. 그러나 어머니 부재(不在)의 뼈저린 후회 전에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잊는 게 또한 우리 범부(凡夫)이리라.묵은해를 보낸 2019년, 새해부터 가슴 칠 서울의 세 모녀(母女) 사연이 안타깝다. 80대 노모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딸의 가난, 넉넉한 살림에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청부 살해하려던 30대 교사인 딸을 재판에 넘긴 검찰 소식이 그렇다.앞서 유력 인사의 딸과 아들이 자살한 어머니에게 생전에 한 잘못으로 유죄에 사회봉사명령까지 받은 소식도 참담하다. 특히 자녀에 헌신적이었다는 그 어머니가 유서 등을 통해 "자식이 망가지면 안 된다"며, 삶을 놓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한 사연이 가슴 저린다.2월 16일, 선종 10년을 맞는 '바보' 추기경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 글이 더욱 와닿는 날들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한 삶, 한 목숨을 누리건만 연초부터 들리는 서울 모녀 소식이 어찌 이리도 아린가.

2019-01-2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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