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관풍루]한국당, '조국 낙마 표창장' 소동 이어 '공관병 갑질' 등 부적합 인재 영입 논란 커지자 명단 제외

○…한국당, '조국 낙마 표창장' 소동 이어 '공관병 갑질' 등 부적합 인재 영입 논란 커지자 명단 제외. '닥공'도 시원찮을 판에 공 돌리다 연거푸 자살골이라, 선거는 보나마나.○…이해찬 대표, 기자 간담회서 '조국' 전혀 언급 없이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 유감 표명. 너무 오래 정치판 밥 먹다보니 무엇 때문에 사과하는지도 까먹었나?○…'가이드 폭행' 전 예천군의원,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복직할 수 있게 "벌금형으로 해달라" 읍소. 예천 이미지에는 먹칠하고, 군의원 자리에는 꿀 발라 놓은 모양.

2019-11-01 06:30:00

[관풍루]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제조업 탈한국 줄 이으며 국내제조업 붕괴 가속화 우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제조업 탈한국 줄 이으며 국내제조업 붕괴 가속화 우려. 그래도 세금으로 만들 일자리 널렸으니 일자리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문 정부.○…'조국 사태' 탓에 검경 등 수사기관, 피의사실 공표 제한 핑계로 '깜깜이 수사' 보편화. 수사를 하든지 엿 바꿔 먹든지 마음대로라면 '국민 알 권리'는 요.○…경제성장률 떨어지고, 제조업 가동률 감소하고, 민간투자 한 없이 줄어드는데 부동산 분양시장만 호황. 뭐든지 하면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는 청개구리 정부의 역설.

2019-10-3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조국의 자본주의 사랑

세계적인 명성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체했을 뿐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노동자처럼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의 '프롤레타리아' 복장은 일류 재단사가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옷차림으로 파리에 가면 항상 리츠 칼튼 호텔만 이용하고 최고급 샴페인만 마셨다.이런 위선적 행각에 '양심적인' 좌파들은 진저리를 쳤다. 마르쿠제,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푸르트학파 인사들은 그를 "천박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경멸했고 특히 아도르노는 그가 "노동자처럼 보이기 위해 손톱 밑에 때를 끼게 하는 데 매일 몇 시간씩 허비한다"고 비꼬았다.브레히트는 이재(理財) 감각도 탁월했다. 그는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나치 패망 후 돌아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이는 동독에 엄청난 호재였다. 세계적인 극작가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동독의 위상을 보증해주기 때문이었다. 감격한 동독 당국은 브레히트에게 극단과 극장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브레히트는 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자기 작품의 저작권은 동독이 아니라 서독 출판사에 넘겼다. 자기 작품의 동독 외 출판과 공연 수익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화(硬貨)인 서독 마르크화로 받기 위함이었다. 그는 그 돈을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주는 스위스 은행 계좌로 받았다. 이런 사실들은 브레히트를 '자본주의를 사랑한 사회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사모펀드라는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재테크를, 그것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중에 했으니 그렇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조 씨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들고 불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살지 말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조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이다.소련에 자국의 기밀을 넘긴 유명한 영국 간첩단, 이른바 '케임브리지 5인방' 중 하나인 앤서비 블런트가 소련 망명을 권유하는 KGB 요원에게 한 말은 그 힌트가 될 듯하다. "나는 당신네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렇게 사는 게 대단히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오."

2019-10-31 06:30:00

[관풍루] 구미시의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과 왕산 허위 선생 향사 "의미 없다" 비판 글 SNS에 올려 논란

○…자유한국당이 '벌거벗은 대통령' 애니메이션 국회에서 상영하자 민주당 "천인공노할 짓" 반발. 전직 대통령 풍자한 누드 그림 국회서 전시한 민주당에게서 한 수 배운 모양.○…구미시의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과 왕산 허위 선생 향사 "의미 없다" 비판 글 SNS에 올려 논란. 잘났든 못났든 제 조상 제사도 "구시대적"이라며 그만둘 위인.○…대구경북 경제, 역대 최저 금리시대 맞아 제조업은 계속 내리막인데 과열 부동산과 급증 가계대출만 독주. '부동산 거품' 중국에서 도시락 싸들고 달려오겠네.

2019-10-30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문재인 정권에 북한은 무엇인가

기자는 한때 '지방분권 주창자' 노무현의 광팬이었다. 2002년 4월 한 달간 미국 연수를 갔을 때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전국 주요 권역을 돌며 대통령 후보 선출 이벤트를 했다. 노무현 바람을 뉴스로 접하기 위해 홈스테이하는 미국 집주인을 설득해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연결, 한국 뉴스를 보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고 2년 6개월 만에 마음의 지지를 거둬버렸다. 헌법 개정보다 더 힘든 규제를 통해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이 되면서다. 여기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에 대못을 치면서 언론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하자 관심을 꺼버렸다.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성공을 바랐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 믿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전 정권이 바닥을 쳤고, 탄핵으로 종결됐으니 조금만 잘하면 국민의 초월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치솟던 지지율이 내려앉을 때도,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룰 때도 전 정권의 비극을 기억하기에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껴안으며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보냈다.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결심한다. 계기는 북한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눈감는 건 이해했다.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이리저리 뛸 때 잘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대통령의 구애와 남한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안하무인으로 구는 북한과 김정은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굳어진다.북한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문재인 정권. 엊그제 김정은이 '너절한' 금강산 관광지 시설을 다 때려부수라고 했다. 북한은 이 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문서로 할 것을 지시하다시피 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권은 성명서 하나 낼 줄 모른다. 오히려 우리는 통일부 명의로 만나서 협의하자는 요청을 했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국가의 존재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그 시설은 남북 합의에 따라 우리 돈으로 건설한, 엄연한 대한민국과 현대아산의 자산이다. 국민의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데 입도 벙긋 못한다.2주 전 평양에서 벌어진 월드컵 축구 남북전을 떠올리면 분통이 치민다.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라는 선수들의 얘기가 전해졌다. 관중 한 명 없는 기괴한 경기장에서 북한의 거친 태클에 선수들은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우리의 중계 요청도 거부한 그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영상자료는 저질이라 녹화 중계마저 무산됐다. 북한이 얼마나 거칠게 플레이를 했는지 알고자 했던 국민들은 확인할 길이 없게 됐다.어쩌면 정부로선 퍽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계 화면을 본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을 터이니 말이다. 이쯤되면 교감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해진다.중계도 못하게 하고, 응원단도 안 받아 주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중국을 거치는 바람에 이틀이나 걸려 입국시킨 북한. 그들에게 찍소리 못하는 정권.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을 필두로 한 북한 대표단을 우리가 어찌 대접했는가.남북문제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이 정권을 보면서 내년 도쿄하계올림픽에 단일팀이라도 구성되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권 입장에서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김정은을 향한 일방적 구애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다.

2019-10-30 06:30:00

[야고부] 통계의 거짓말

정부와 기업 등을 운영하는 권력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계의 거짓말을 종종 사용한다. 국민의 반대를 희석시키고 대중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통계 수치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통계의 이중적 잣대 사용이다.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관점을 흐트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위한 재원 고갈의 위험성 경고 통계는 오래된 수법이다. 대중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인상된 보험료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 최고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기업의 엄살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라는 객관적 이미지를 악용한 권력자들의 불순한 의도는 그래서 계속될 것이다.독일 학자 게르트 보스바흐는 '통계의 거짓말'이란 책에서 우리가 흔히 대하는 통계나 수치를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통계로 포장된 거짓 세상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추렴하고 편집하면서 만들어진 통계는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극찬한 스테디셀러이다.통계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대럴 허프는 이 책에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입문서'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통계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속임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같은 통계의 현상 미화와 허풍성 그리고 대중의 의식 호도와 현실 조작성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또 경험하고 있다.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 난국에도 대통령의 비현실적 낙관론이 어디서 오는지 어느 정도 짐작한다. 그것은 유리한 부분만 가려내 편리하게 해석한 통계 오독(誤讀)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딴 세상 사람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국민의 분노감과 상실감이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여전히 40%를 맴도는 것도 그래서 이상하다.통계나 수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안목이 절실하다.

2019-10-30 06:30:00

[관풍루]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서 초헌관 맡은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 '박정희 대통령은 혁신가'라고 평가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서 초헌관 맡은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 '박정희 대통령은 혁신가'라고 평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분 반만이라도 해주오.○…홍남기 경제부총리 취임 후 임명 제청한 공공기관 임원 가운데 56%가 캠코더 인사였다고. 아무 일도 안 하고 가만히 계신 줄 알았더니 한 일이 많았군.○…이번 주 총선기획단 출범시키며 '동진정책' 펴려던 민주당, 영남권 인재 영입 난항에 현역 위주 공천 유력시. '동진'(東進)은 접고 '수성'(守城)이라도 할까.

2019-10-29 06:30:00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SH시민주주단 창단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퍼포먼스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야고부] 박원순의 언론관

제국주의 일본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하면서 전쟁을 향해 치닫던 1933년 8월 9일 일본 정부는 '관동방공대연습'이란 방공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를 두고 시나노마이니치신문(信濃每日新聞)의 주필 기류 유유(桐生悠悠)는 '관동방공대연습을 비웃는다'는 사설을 통해 방공훈련의 무용성을 통렬히 비판했다."적의 비행기가 일본 상공에 오는 상태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일본군의 대패일 것이다. 종이와 나무로만 이뤄진 도쿄 거리는 불꽃을 탁탁 튀기며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실전(實戰)이 앞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고…이런 가공적인 연습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상이 간다."이 글로 유유는 일본 군부의 분노를 사 주필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일본군의 대패'라는 유유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1944년 말부터 미국의 B-29 폭격기는 일본 상공을 마음대로 휘저으며 일본 전역을 초토화시켰고,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은 사실상 정지됐다.그러나 일본 국민은 전혀 몰랐다. 일본 군부가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유유의 사설이 나온 지 한 달 뒤 일본 정부는 이미 '개악'한 신문지법에 이어 출판사법까지 개악했다. 이를 이용해 일본 군부는 철저히 국민을 속였다. 그 결과 일본의 패배는 돌이킬 수 없게 됐는데도 일본 국민은 황군(皇軍)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만약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반전 여론의 형성으로 태평양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하며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곡해서 (기사를) 쓰면 패가망신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어떤 언론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지 누가 판단하나? 혹시 박 시장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조 전 장관의 비리 의혹은 언론의 추적 취재가 아니었으면 드러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박 시장의 말은 이런 언론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기류 유유의 입을 틀어막은 일본 군부와 다를 게 뭔가.

2019-10-29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세풍] 모래로 밥을 짓는 문재인 정권

'밥이 하늘이다'는 명제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먹고사는 문제, 민생(民生)에 실패한 정권은 결국 백성에게 버림을 받았다. 오죽하면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民人以食爲天)"고 했겠는가.이런 까닭에 역대 대통령을 밥솥에 비유한 유머는 촌철살인이다. 이승만은 미국서 돈 빌려 가마솥을 장만했으나 쌀이 없었다. 박정희는 해외에서 돈을 빌려 가마솥에 쌀밥을 해놓았는데 자기는 먹지도 못했다. 전두환은 친척을 불러 모아 밥을 다 먹어버렸다. 노태우는 솥에 남은 밥을 긁어먹었다. 김영삼은 누룽지로 숭늉을 끓이려 불을 지피다가 솥을 통째 태워버렸다. 김대중은 국민 금 판 돈을 모아 새 전기밥솥을 하나 마련했는데 노무현이 코드를 잘못 끼워 전기밥솥이 타버렸다. 이명박은 밥 짓는 기술자라고 소문났으나 가스불에 전기밥솥을 올렸다가 낭패를 봤다. 박근혜는 식모(최순실)에게 밥솥을 맡겼다가 벼락을 맞았다.이 유머가 다시 회자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동참(?)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버전'은 "촛불로 밥을 지으며 기다리라 한다. 밥솥째 김정은에게 넘겨줄까 걱정이다"라는 것이다. 밥 얘기가 나왔으니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원효 스님의 경구(警句)가 있다. "지혜로운 이가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어리석은 자가 하는 일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지난 2년 반 동안 쌀로 밥을 짓기는커녕 모래로 밥을 짓는데 국력을 탕진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현실을 도외시한 경제정책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금방 쌀밥이 나올 것이라며 호도했지만 모래로 밥을 짓는데 쌀밥이 나올 리가 없었다. 국민만 배를 곯게 됐고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지경'이 된 남북 관계, 구멍 뚫린 안보, 외톨이 신세 외교 역시 모래로 밥을 지으려다 실패한 사례들이다.조국 사태는 모래로 밥을 짓는 문재인 정권의 실상이 드러난 결정타였다.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이 쏟아진 조국 씨는 법무부 장관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었다. 모래인 조 씨를 쌀이라고 우기며 검찰 개혁이라는 밥을 짓겠다고 달려들었으니 쌀밥이 나오기는 처음부터 글러 먹었다. '조국 지키기'에 올인하느라 정의와 상식, 윤리는 물론 최소한의 금도(襟度)마저 팽개친 문 대통령과 좌파 인사들의 언행에 국민은 참담했다. 국민 대다수가 모래 밥을 입에 넣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목을 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모래로 밥을 짓는 연장선에 있다. 공수처는 '민변 검찰'로 변질할 우려가 큰 것은 물론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정치 수사기관을 만들어 좌파 독재를 노리는 것이란 비판까지 있다.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공수처는 쌀 아닌 모래일 뿐이어서 쌀밥이 나오기 어렵다.트럼프·아베와 같은 '수준 이하' 인사를 국가 지도자로 선택한 미국·일본을 향해 혀를 찼던 적이 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조국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증유의 국정 혼란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이 미국·일본보다 낫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자괴감마저 들었다. 조국 사태는 국민에게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이 나라를 계속 맡겨도 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정권이 계속 모래로 밥을 짓는 한 이 물음에 고개를 젓는 국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19-10-28 19:17:28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철새의 방정식

한국 정치인에 대한 비유로 가장 적확한 용어를 꼽자면 바로 '철새'다. 옮겨다녀야 생존할 수 있는 '진짜 철새'에게는 실례의 말이지만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는 뒷전이고 자기 이해에만 골몰하는 '사람 철새'에게는 딱 어울리는 말이다. 그들의 속물 근성과 경박함은 유권자를 배신하고 우리 정치 풍토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적폐 그 자체다.이합집산이 정치의 원초적 생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와 정치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자리 다툼은 개인 욕심의 결과라는 점에서 배격의 대상이다. 게다가 공익이 아니라 자신의 유불리만 따져 처신하는 이에게는 '민생 정치'라는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다.총선이 6개월이 채 남지 않자 벌써부터 '철새'가 정치판에 출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기세가 오른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두드러지는 기상도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지레 총선 가능성을 비관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몇몇 의원들이 최근 이를 번복하자 나오는 비판이다. 날이 추워지자 남쪽으로 떠나려던 철새가 생각을 바꿔 둥지를 꿰차고 버티겠다는 소리다.최근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다선 의원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중진 의원들이 역정을 내며 물갈이설을 일축했다는 보도도 마찬가지다. "공천은 상대가 있는 고도의 정치행위"라거나 "때 되면 나오는 레퍼토리" 등으로 말을 돌리며 인물 교체 바람을 비껴가려는 것인데 유권자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변명이다. 그들 말대로 베테랑 없이 이길 확률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무능한 베테랑만 많아서는 패전 확률이 더 높다.반면 여당은 초선 의원까지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는 마당이다. "당 지도부의 무능 때문에 정치의 열정과 희망을 잃었다"(이철희)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표창원)는 게 불출마 선언 배경이다.국회의원의 신분이 더 이상 국가 발전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서면 스스로 떠나는 게 유권자에 대한 바른 도리다. 자리 욕심만 내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이 많은 정당은 고인 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철새에게는 계속 먹이를 줄 이유가 없다.

2019-10-28 06:30:00

[관풍루]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조사 결과 문 정권 출범후 정계 출신 공공기관장 70% 이상 '캠코더' 인사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 "(지난 주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한목소리로 외쳤다"고 논평. 공수처 반대·정권 퇴진 외친 집회는 뭐요!○…심상정 정의당 대표, 의원 정수 현행 300석에서 10% 이내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 '정의'가 사라졌다고 비난 받는 주제에 밥그릇 욕심은 하늘을 찌르는군.○…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조사 결과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정계 출신 공공기관장 70% 이상 '캠코더' 인사. '지금 아니면 언제 해먹겠나'고 떼창하네.

2019-10-28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공수처, 그 치명적 유혹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수사가 지긋지긋할지 모르겠다. 조국 수사는 그 아내가 구속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애초 조국 가족을 목표로 나선 수사가 아니었다. 그의 법무부 장관 사퇴를 노려 시작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니 아내가 구속됐다고, 조 전 장관이 사퇴했다고 멈출 수 있는 수사가 아니다. 오히려 끝장 수사를 통해 공정과 평등, 정의를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 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윤석열의 검찰은 직면해 있다.다급해진 것은 문 대통령 쪽인 듯하다. 아직 이유는 알 수 없다. 조국이 사퇴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들고 나와 민심을 휘젓고 있다.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검찰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듯하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법안 처리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물론 '검찰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명분을 달았다. '검찰 개혁=조국' 구도가 '검찰 개혁=공수처'로 바뀌었다. 민심에 어긋나는 외침은 논쟁만 부른다. 검찰 개혁을 두고 '하필 왜 조국이냐'던 국민들은 이제 '왜 그걸 공수처가 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정치 중립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죽은' 혹은 '죽어가는 권력'에 대해서는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국민들은 검찰 개혁을 지지했다. 검찰이 지금처럼 대통령이 싸고돌 정도로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중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국민은 모순투성이 조국이 시도했던 자가당착적 검찰 개혁이나 옥상옥이 될 공수처를 앞세운 개혁에 냉소한다. 차라리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말을 지킬 수 있을지의 여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장으로 뛰쳐나간 국민이건, 침묵하는 국민이건 숨죽이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이유다.문 대통령에게 공수처는 치명적 유혹일 것이다. 여당 안대로라면 공수처는 주로 판검사들을 대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검찰 개혁의 명분은 두 갈래다. 정치검찰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공룡권력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어떤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있지도 않으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모순덩어리다. 검찰의 힘을 빼겠다면서 그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갖춘 기관을 만들어 대통령 휘하에 두겠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면 검찰이건, 경찰이건 사건을 넘겨야 한다. 검찰이 조국 수사를 시작했는데 공수처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겨 넘기라면 넘겨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조국 관련 수사가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19세기말 영국의 철학자 액튼 경이 했던 이 명언은 시대를 관통해 유효하다. 제왕적 대통령 소리를 들었던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걸었던 길이 이를 웅변한다. 문 대통령 역시 대통령이 되기 전 그 폐해를 깨닫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왼손에 검찰, 오른손엔 공수처를 쥐려 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꿈꾼다. 당장은 달콤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달콤함에서 벗어나야 그 자신이 살고 나라가 산다.

2019-10-27 19:04:3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박정희 또 죽이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청와대 집무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찍은 사진이다. 뒷짐을 진 그의 뒷모습에서 먼저 느껴지는 것은 나라를 걱정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이다. 다음으로는 지도자의 고독이 진하게 묻어난다. 고민·고독 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단함이다. 고난과 시련이 있더라도 전진하겠다는 결의를 엿볼 수 있다. 몇 년 전 박 대통령 리더십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박 대통령 사진이다.오늘로 박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지 40주기가 됐다. 한 세대를 뛰어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박정희 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가 남긴 공(功)과 과(過)가 나라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를 뛰어넘는 리더십과 혜안, 능력을 보여준 대통령을 우리가 갖지 못한 이유가 더 크다.박정희 리더십 요체는 '하면 된다' 정신, 청빈·소박, 탁월한 용인술, 현장과 실용 중시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것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것도 그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강한 추진력은 박정희 리더십의 고갱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육성, 산림녹화, 의료보험 도입 등 미래 지향 리더십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숱하게 많다.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며 무조건 박 대통령을 추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향된 시각을 갖고 일방적으로 그를 매도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현대사에 누구보다 큰 빛과 그늘을 드리운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평가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게 맞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박정희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MBC가 방송한 부마항쟁 40주년 특집 다큐드라마 '1979' 2부 '그는 왜 쏘았나?'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김재규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육성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김이 '민주주의 투사'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사생활이 문란한 독재자로 그려졌다. 좌파의 치밀하고 끈질긴 '박정희 죽이기'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2019-10-25 19:44:55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시름의 가을 농심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바람났네/…/복돌이도 삼돌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드라/…/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한국전쟁이 끝나고 1956년에 세상에 선보인 유행가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랫말로, 3절 가사의 일부이다. 6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노래이지만 읽을수록 우리 농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미리 내다본 듯한 가사로 보여 신기할 따름이다.1절은 몰래 도시로 떠난 농촌 동네 처녀의 이야기를, 2절에는 도망간 신부감을 따라 덩달아 떠난 동네 총각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리고 3절에서는 서울로 간 동네 처녀에게 고향 농촌으로 갈 것을 설득하는 내용을 읊은 것으로 보인다.한국 농촌은 산업화 시절 동안 급격한 이농(離農)에 따른 젊은 남녀의 농촌 탈출로 일손 부족에다 고령화까지 겹쳐 이미 위태로운 목숨이다. 그런 도도한 이농의 물결 속에 단비처럼 2000년 전후 농촌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맞았으니 바로 귀농(歸農)과 귀촌(歸村) 행렬의 모습이었다.'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예언(?)처럼 농촌은 지난 70년 궤적에서 이농에서 귀농의 다른 모습을 맞고 있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거센 농산물 개방 압력에 겨우 버틴 농촌이 귀농과 귀촌에 그나마 희망을 갖기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결실의 이 가을, 농심(農心)이 또다시 시름으로 가득하게 됐다.우리 앞에 놓인, 세계무역기구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 결정 때문이다. 정부가 곧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외국 농산물 관세 문턱을 낮추거나 국내 농업 보호 지원 축소 등으로 농업은 또다시 위기를 넘겨야 한다. 사실 1986년 시작된 세계적 농산물 시장 개방화의 험난한 파고로 농촌은 언제나 주름살이었다. 나라 경제와 형편이 후진국에서 개도국, 다시 중진국과 선진국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 농업은 타협과 양보, 개방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시름 가실 날 없는 농민의 타는 마음을 어찌 달랠까. 농심에 희망을 예언할 또 다른 '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등장이라도 기다리고 싶다.

2019-10-25 06:30:00

[관풍루] 대구경북 등 한국당 강세지역 3선 이상 의원 물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TK 해당 의원들 약속이나 한 듯 일축

○…대구경북 등 한국당 강세지역 3선 이상 의원 물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TK 해당 의원들 약속이나 한 듯 일축. 당이야 망하든 말든 내 영화 위해서라면.○…환경부, 전국 호수 중 유일하게 중금속·유기물 오염도 '매우 나쁨' 기록한 안동호에 대해 본격 조사 돌입.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났을 리 없으니 누가 불을 땠는지 보자고.○…한국당 의원총회서 조국 사퇴 후 인사청문 특위팀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 가졌다가 '지금이 그럴 때냐' 비난 여론 비등. 지금이 샴페인이나 터뜨릴 때냐고.

2019-10-25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광장의 우상(?)'-내 뺨을 쳐라

10년 살이도 못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억울하게 옆 동네 어른에게 뺨을 한 대 맞은 기억이 있다. 친구와 우리끼리 쓰던 '비속어'가 지나던 그에게 욕으로 들렸나 보다. 대뜸 뺨을 때렸다.갑작스러운 린치(?)에 혀가 굳었다. 한참 만에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한테 한 말 아니에요." 인기 있던 TV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당신'이란 대사를 치는 걸 본 터다. 꼬마의 기질(?)은 '따귀 한 대 더'로 되돌아왔다. 당신 호칭을 '버릇 없는 아이'로 인식했기 때문이다.보통 시골에선 안면 있는 어른이면 다 '아재'라 불렀다. 워낙 좁은 공동체다 보니 낯선 어른은 만날 기회가 잘 없었다. 자연히 '아재'가 아닌 인물의 호칭은 갸웃거리게 된다.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당신'이란 단어의 흉터는 기억 저편에 똬리를 틀고 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인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국 사태(?)는 진행형이다. 특히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24일 구속되면서 '조국의 시간'은 더욱 재촉되고 있다.야당은 일찌감치 조국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수도 그와 가족을 둘러싸고 까도까도 나오는 의혹에 '조국=비리의 아이콘'으로 동일시했다. 반면 여당과 진보 진영은 조국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해석했고 서초동에 모였다.결론적으로, 한 인간의 잣대인 것을 자꾸 좌우 진영 논리로 풀어내려고 하니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조국'이란 본질과 언어는 같지만 진영 프리즘에만 투영하면 동전 양면으로 나온다.어제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가 오늘은 원수처럼 비난하는 일이 일상이 돼 버렸다. 이런 편 가르기 이분법은 광화문(보수)과 서초동(진보)으로 대변되는 '광장 정치'도 양산했다.장관 사퇴 20분 만에 팩스로 '서울대 복직 신청서'를 낸 것이나 한 이불 덮고 자는 부인이 한 일을 몰랐다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3곳의 법무법인에서 18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의 그늘 아래 있다. 다만 일반 국민 정서에는 한참 못 미친다. 입만 떼면 정의와 공정을 외쳐왔던 조 전 장관이라 더더욱 그렇다.법으로 맞다고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다. 조국 가족이 공정, 정의가 앞으로 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된다는 쪼그라진 인식을 심어줬다고 하면 과장일까.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정 단어에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 '조국'(祖國)이다. 어머니와 비슷하다. 위기 때마다 '조국'은 나라를 구했다. 6·25전쟁에서는 순열의 피로 강산을 지켜냈고, IMF(국제금융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가적 고비를 넘게 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는 조(曺)국 사태를 보면서 가슴 저렸던 '조국'은 이제 진영 논리부터 떠올리는 상징이 됐다. '조국 수호 vs 파면'이란 중의적 의미에 대입돼 가슴 벅찼던 '대한민국'(조국)의 의미가 퇴색됐다.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시장의 우상을 경계했다. 사람들 간의 교류는 언어를 통해 나타나는 탓에 말에 의한 오류가 사실을 간과한다고 봤다. 특히 언어가 혼재된 시장에서는 같은 말조차 다른 의미로 전달돼 심각한 소통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석했다.공정과 정의, 선조들이 일군 자랑스러운 조국(祖國)까지…. 조국 가족의 잘못은 무죄추정의 보호막을 벗어났다. 특정 광장에 모인 그들만의 우상이 지켜줄 지는 모르겠다. 요즈음 조국이라 한다면…. 기꺼이 내 뺨을 내놓겠다.

2019-10-24 19:04:28

[관풍루] 김정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며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하고 청와대는 그 소식 듣고도 북 심기 건드릴까 조심조심

○…김정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며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하고 청와대는 그 소식 듣고도 북 심기 건드릴까 조심조심. 이쯤 되면 평화경제 구상은 망상.○…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패스트 트랙 수사 받는 60명의원에 공천 과정서 가산점 주겠다" 선언. 야당에 웰빙 의원 말고 투사 의원이 필요하다는 말씀.○…러시아 전폭기 전투기 등 6대, 한국 방공식별구역 무단진입해 6시간 동안 마음껏 헤집고 다녀. 한·미·일 공조 무너지니 한국은 종이호랑이 되었다는 뜻.

2019-10-24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희망고문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희망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은 희망 하나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계속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이자 연예기획자인 박진영의 수필집 '미안해' 중 '희망고문'이라는 글에 담긴 내용이다.'희망고문'이란 말의 유래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이 쓴 단편소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에서 비롯되었다. 고리대금업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혐의로 지하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던 유대인 랍비에게 종교 재판관은 화형식 전날 쇠사슬을 풀어준다. 그러나 밤새 감옥을 빠져 나와 자유를 느끼려는 순간 랍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무시무시한 재판관이었다는 내용이다.그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고문이자 형벌이었던 것이다. '희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말과 '고문'이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말의 조합인 이 역설적인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이른다. 어떻게 해도 절망적인 결과만이 기다리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 주어진 작은 희망으로 인해 오히려 더 괴롭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단어이다.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에어포켓 운운한 것은 희망고문이었다.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신기루나 고시 낭인들에게 해마다 시행되는 시험도 희망고문일 것이다.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의원은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신공항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소속의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사절"이라고 했다.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러온 경제의 망조, 북한의 핵무장과 온갖 욕설만 자초한 대북 정책, 최고급 기술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재앙적 탈원전 정책, 주변국의 멸시와 남한의 고립만 초래한 외교안보 정책, 집값 폭등과 혼란만 가중시킨 부동산 정책, 그리고 최악의 국론 분열과 국민 대립을 부추긴 조국 사태 등. 총체적 난국에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희망고문은 멈출 줄 모른다.

2019-10-24 06:30:00

정욱진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개발(開發)? 보전(保全)?

알프스 산맥을 품은 '숲의 나라' 오스트리아에는 케이블카 노선이 대략 3천 개에 육박한다. 지난여름 가족 여행지로 정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지역에도 수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라고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알프스는 절경이었다. 그림 같은 풍광을 뒤로하고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이 나라엔 환경단체가 없나?"(지금은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당시 우리나라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찬반양론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도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와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측과 개발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터였다.현지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확했다."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케이블카가 없으면 노약자나 장애인들은 어떻게 이 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나요? 환경 보전도 중요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을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연간 6천600만 명의 전 세계인이 이 나라 케이블카를 이용하며, 이를 통해 14억유로(2018년 기준, 약 1조8천700억원)를 벌어들이는 발판은 이런 발상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옆 나라 스위스나 독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약 2천500개의 케이블카 노선이 있는 스위스는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660개 지역에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환경 문제에 매우 까다로운 독일 또한 알프스 산맥 인근의 바이에른주를 중심으로 160여 개의 케이블카 노선이 운영 중이다.현지 가이드는 "유럽 국가는 산악 지역 교통 편의와 관광개발 등 경제성만 입증되면 케이블카 설치에 큰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는 다시 자연환경 보전사업에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먼 유럽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익숙한 싱가포르가 천혜의 해양관광지로 유명해진 것도 케이블카가 한몫 단단히 했다. 본섬과 센토사섬 사이 해상 위를 연결하는 약 1.6㎞의 케이블카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우리나라와 법이나 제도, 지형이 비슷한 일본도 국립공원에는 우리보다 7배 많은 24개의 케이블카가 있다.대구시가 14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이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거센 역풍을 맞아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5월 열린 시민원탁회의에서 '찬성 60.7%'라는 결과가 나와 내년 착공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지만,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반대 여론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최근 감사원에 팔공산 구름다리와 관련한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했다.'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은 6번째도 무산됐다. 얼마 전 한 민간업체가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문화재청이 심의를 통해 부결 결정했다. 종교적 상징성과 주변 경관을 해치고, 문화재 보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유다.최근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4년 대구를 찾은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인 58.6%에 달했던 팔공산권 관광객 유입률이 최근 10%대로 내려앉았다. 이마저도 대부분 등산이나 불교 관련 방문객이 차지하고 있다.이처럼 '대구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말은 외지인들에게서 심심찮게 듣는 단골 메뉴다. 무조건적인 개발 반대가 환경 보전의 유일한 대안일까. 알프스처럼 자연환경도 지키고, 모든 사람들이 명품 환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9-10-23 14:58:51

[관풍루] 문대통령, "협치 위해 노력 했지만 크게 진척 없는 것 같다"며 국민통합 실패 책임 정치권에 돌려

○…문대통령, "협치 위해 노력 했지만 크게 진척 없는 것 같다"며 국민통합 실패 책임 정치권에 돌려. '청와대발 협치 노력 사례 찾습니다' 현상공모라도 해야 할 일.○…해외경제인들, 직장내 괴롭힘 등 CEO에게 책임 묻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에 외국인 투자 우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들겠단 말이 그 뜻이었나.○…민주당, 공수처 설치 법안 우선 협상 처리 방침에 한국당 '좌파정권 집권 연장용'이라며 반발. 국회는 물론 사법부까지 장악할 '공룡 권력'을 둔 힘겨루기.

2019-10-23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공수처는 누가 수사하나

창조론은 생명체는 해부학적, 세포학적, 분자학적으로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 중의 하나가 영국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의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으로, 지구상에 생명체가 우연히 출현할 확률은 고물 야적장을 휩쓰는 태풍이 보잉 747을 조립해낼 확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이를 비개연성 논증이라고 하는데 생명의 우연한 출현은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라는 소리다. 결론은 신이 아니고서는 생명체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더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미국 생화학자 마이클 베히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이다. 생명체는 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망가지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으로,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며 오직 고도의 지적 설계자의 설계로만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을 '지적 설계자'로, 창조를 '설계'로 바꿨을 뿐 창조론과 똑같은 논리다.이에 대한 진화론의 반박은 '그 설계자는 누가 설계했나'이다. 설계자의 존재는 그 설계자의 설계자, 다시 그 설계자의 설계자의 설계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절망적 무한회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창조론의 대답은 간단하다. 신은 누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이 중 어느 말이 맞는지 따질 필요가 없다. 끝없는 논쟁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다만 진화론자들의 '무한회귀' 논리는 다른 분야에서 쓰임새가 있다는 점만 알면 된다.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는 공수처 설치도 그렇다. 공수처는 판사나 검사까지도 수사하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유 불문하고 넘겨받으며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또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법관도 수사 대상이어서 판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법부 독립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공수처 소속 고위공직자는 누가 수사하나? 불행히도 그런 기관은 없다.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공수처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이것이 문 정권의 노림수인 것 같다.

2019-10-23 06: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시각과 전망] 간병살인, 가족의 고통과 눈물

지난 15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3세 노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내의 목숨을 빼앗은 범죄에 일반적인 양형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까닭은 해당 사건이 '간병살인'이기 때문이다. 간병살인은 오랜 기간 환자의 병 간호를 해오던 간병인이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을 말한다.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동명의 한글판 책 제목에는 '벼랑 끝에 몰린 가족의 고백'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책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진 재택 간병을 둘러싼 비극적 사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이 심층 취재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50년을 함께 산 치매 아내를 살해한 남편, 44년간 돌보던 선천성 뇌성마비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 중증 질환으로 오랜 세월 병상에 누워 있던 어머니와 동반자살을 시도한 아들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간병 생활의 처절한 현실과 암담한 한계를 들려준다.앞서 재판 결과를 다시 한 번 보자. 판결문에 따르면 A(83) 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1시쯤 대구 한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흉기로 아내(78)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1월부터 급격히 쇠약해진 아내는 호흡부전, 의식 저하, 세균 감염 등으로 7월부터 대학병원 중환자실(1인실) 신세를 졌다. 둘째 아들과 교대로 아내를 간호하던 A씨는 사건 당일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바지를 내리자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 욕창이 심해 살이 썩어가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유족인 자녀들이 처벌을 원치 않은 점, 피고인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경찰공무원으로 28년간 성실하게 근무했던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양형 기준의 권고형량 범위(징역 7~12년)을 벗어나 징역 3년을 선고했다.주변의 평범한 이웃들, 평생 범죄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을 이웃들, 오랜 세월 헌신적으로 가족을 돌보던 이웃들이 어쩌다 '살인범'이 됐을까.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2018년 9월 8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과 미처 다 싣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펴냈다. 책 속의 한 대목은 이렇다. "가족을 간호하는 건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처럼 돌아보면 허무하게 사라진다. 오랜 시간 아픈 가족을 돌보며 환자 못지않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지만 노동의 대가 따윈 없다. 하루하루 의료비 부담은 쌓여가지만 있던 직장도 그만둬야 할 판이니 감당할 능력은 점점 줄어든다. 경제적 부담은 가족 구성원의 삶을 조여 오고 종종 극단적 선택까지 부추긴다."우리나라는 간병 부담을 덜어주고자 2015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계속 환자 옆에 상주하지 않아도 돼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이런 병상을 10만 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시행 5년째인 현재 4만2천여 개에 불과하다. 올해 6월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지정 의료기관은 1천588곳이지만 530곳만 시행하고 있다.국가에 모든 것을 떠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족 간병, 그 그림자 노동에 지쳐 극단을 강요받는 상황만큼은 국가가 막아야 한다. 간병살인은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최후의 방법을 택한 당사자의 타살적 자살이며, 곁에서 지켜본 나머지 가족들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타살이기도 하다.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2019-10-22 16:05:08

[관풍루] '조국 수호' 외치던 민주당, 조국 사퇴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수처법' 선 처리 요구해…

○…'조국 수호' 외치던 민주당, 조국 사퇴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수처법' 선 처리 요구해 또다시 여론 갈라치기.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권력' 수사 막고 싶은 이유부터 대고.○…주 52시간 시행에 17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 7%까지 늘고, 주당 36~44시간 일하는 근로자도 월평균 72만 명 늘어. 일자리 늘었다고 좋아할 분 또 나올라.○…문재인 대통령, 종교 지도자들 만나 '검찰 개혁 같은 국민의 공감을 모았던 사안도 정치 공방 벌어지며 국민 갈등 일어났다'고. '다른 나라 대통령' 소리 달리 나왔을까.

2019-10-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만주상여

하굣길, 산모퉁이를 돌아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어김없이 만나는 길가 작은 기와집. 그 집의 문에 쓰인 낯선 글자 하나는 '영'(灵)이다. 영혼을 뜻하는 한자 '靈'의 속자임을 뒷날 알았다. 늘 굳게 잠긴 작은 이 집의 정체는 마을에 슬픈 일이 일어나면 드러났다. 바로 상엿집이었다. 동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상엿집에서 끄집어낸 여러 나무 조각들을 이리저리 조립했다. 마침내 종이꽃 등으로 장식된 완성품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상여였다.이어 다 꾸며진 상여 앞에서 누군가 '이제 가면 언제 오나~'며 구슬픈 목청으로 긴 선창을 노래했고, 상여를 어깨에 메고 뒤따르는 상두꾼이 부르는 후렴은 마을을 떠나 개울을 건너 수풀을 헤치고 없는 길을 내며 산속에 이를 때까지 계속됐다. 상복을 입은 행렬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며 그 뒤를 이었고, 마침내 평토제(平土祭)로 이승과 저승을 가른 뒤, 적막하고 황혼으로 어둠이 내린 산하를 벗어나면 상여는 해체돼 다시 '영'의 제집으로 돌아갔다.삶에서 죽음에 이른 고인(故人)은 무덤에 갈 때 상여를 쓴 탓에 상두꾼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물론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사람 아닌 소나 말로 상여를 끈 일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과 소, 말이 동원됐던 상여 행렬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자동차(영구차)로 바뀐 지 오래다. 장례도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에서 적은 매장·수장·천장 등 뭇 방법과 달리 화장이 대세로 자리하니 상여는 쓰임새가 없어졌다.이런 즈음 (사)나라얼연구소가 19일 경북 경산 하양에서 이색적인 상여 행사를 개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1938년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난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장례 때 쓰던 '만주상여'의 운구 재현 행사가 열린 것이다. 물론 만주상여는 중국 문화혁명 물결 때 불에 태워지는 곡절도 겪었다. 그러다 2001년 7월 한 동포 할머니 장례식 때 마지막으로 쓰인 뒤 2013년 경산에 옮겨져 이날 다시 등장한 셈이다.장례 문화 변화로 사라진 우리 옛날 상여가 나라 잃은 망국의 애환 사연까지 간직한 만주상여로 우리 곁에 환생(還生)했으니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상여 자원인 만큼 제대로 보존 활용할 만하다.

2019-10-22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금수저 팔불출

팔불출(八不出)은 함부로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입 밖에 꺼냈다가는 덜 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으니 조심하라는 쓴소리다. 특히 자식 자랑에 침이 마르는 부모를 칠칠치 못하다고 낮춰 보는 대목에 이르면 속이 뜨끔할 정도다.그런데 요즘 팔불출은 그냥 자랑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예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위나 사회적 관계를 이용해 자식을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별종' 부모가 판을 친다는 소리다. 팔불용(八不用)이나 팔불취(八不取)의 말뜻 그대로 조금 모자란다는 소리만 듣는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현대판 팔불출은 더는 웃고 넘길 얼뜨기 짓이 아니다. 입 밖에 내지 않고 교묘하게 일을 벌인다는 점에서 음흉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누려온 것을 대물림하려는 그릇된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고 사회적 공분을 부른 예가 바로 '조국 사태'다.현대판 팔불출은 '마당발'이 특징이다. 안 건드린 데가 없을 정도로 '스펙'을 과식(過食)한다. 부모가 차려 놓은 의학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여러 군데 봉사활동 다니며 인턴 하느라 곤죽이 될 정도다. 보통 집안의 아이라면 지레 지쳐 손사래를 치지 싶다. 그런데도 조국 교수의 자식은 멀쩡했다. 누가 '돈 많은 부모도 능력'이라며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했듯 스펙 쌓기에도 다 요령이 있다. 부모의 스펙 만들기 능력이 땀 한 방울 안 묻은 마른 수건을 자식에게 쥐여 줄 수 있는 법이다.경북대 일부 교수들도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거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심지어 가족 관계를 숨긴 채 딸을 자신의 전공 대학원에 입학시켜 성적과 논문, 출석 등에 각종 혜택을 준 교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학술대회 보고서에 중학생 아들을 저자로 등재했다가 다른 비위까지 드러나 해임됐다. 교육부가 전국 85개 대학을 조사해보니 2007년 이후 중고교생이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만도 모두 794건이다.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사고와 저급한 윤리의식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소위 '엄빠 찬스'(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특혜)는 제 자식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 균등의 원칙을 좀먹는 독(毒)이다. 과거 일부 엘리트층의 부도덕과 탐욕이 국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치명상이 되었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안다.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통령이 입시 제도 개선을 지시하고 여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하겠단다. 여기에 야당은 "고위 공직자 자녀도 포함시키자"며 대립각이다. 설령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 제도가 바뀐다고 해도 기득권층의 의식과 풍토까지 바뀔지는 의문이다.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기회를 독점하기 위해 약삭빠르게 머리를 들이밀어온 버릇대로 더 은밀히 위조·변질된 비리가 눈앞에서 벌어질지 누가 또 알겠나. 인성과 교양은 아예 엿 바꿔 먹은 소수 엘리트층이 존재하는 한 달라질 게 많지 않다.독재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윤리와 양심을 내팽개친 채 혼자 벌이는 춤판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이 부정한 수법으로 남의 몫까지 가로채는 반칙의 처세가 바로 독재다. 국민이 함께 땀 흘려 일궈 놓은 단물을 일부 계층이 독식하는 것은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법과 원칙을 짓밟는 한국의 기득권층은 역사와 사회의 파괴자일 뿐이다.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누려야 만족하려는지.

2019-10-21 19:08:15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란 시의 전문이다. 조국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6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오던 날, 그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이 시는 조국 전 장관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남긴 것이기도 하다. 이번엔 아내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정 교수는 시의 인용에 앞서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라는 문구를 적었다. 자신과 남편 그리고 가족들의 심경을 토로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핍박받는 정의의 사도임을 자부하는 것이다. 세상이 곡해하는 민주 투사임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자존을 버리지 않겠다는 공언이다. 좌파 민중주의자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이 시는 반야심경의 '색불이공공불이색'(色不異空空不異色)이란 명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무상을 체득한 달관의 경지를 느낄 수도 있다. 삶의 행복이 특별함과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편법과 반칙, 궤변과 요설, 오만과 위선이란 단어들이 떠오르는 그들의 후안무치한 삶의 궤적을 이 시와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곤혹스럽다.그들에게 '유장한 능선'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지향한 '동그란 길'은 과연 어떤 길이었을까. 그들에게 담대함은 무엇이며, 인간의 위엄이란 어떤 개념인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하고 거짓된' 그들의 삶과 '동그란 길'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詩)의 차용도 '조로남불'인가. 아니면 문학적인 나르시시즘인가.

2019-10-21 06:30:00

[관풍루]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취임 후 가장 낮은 39%로 떨어졌다고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취임 후 가장 낮은 39%로 떨어졌다고. 골 넣을 생각은 않고 계속 공 돌리는 축구마냥 지루한 정치도 결국 외면받는 법.○…유니클로, 위안부 조롱 논란 일으킨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광고 중단. "맙소사, 어찌 석달 전 일도 기억 못하냐고!" 되물으면 정신 차리려나.○…조국 전 장관 비난 여론 빗발치자 참여연대 인터넷 게시판에 비회원 글쓰기 못하도록 차단. 줄곧 '인터넷 실명제' 반대해온 시민단체의 기괴한 자가당착.

2019-10-21 06:30:00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50년 숙원, K2 공군기지 이전

한국전쟁 이후 1958년 허허벌판이던 대구 동구에 군기지(제11전투비행장)가 들어섰다. K2 공군기지다. 1961년 이 자리에 대구공항이 부산비행장 대구출장소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공군군수지원사령부도 자리 잡았다. 645㏊(195만 평)가량의 상당한 면적이다.1970년대부터 기지 주변에 주택이 하나둘 들어섰고, 1980년대부터 전투기 소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50년이 지난 현재 황량했던 대구공항 주변은 주택과 학교, 의류단지 등이 둘러싸며 건물로 빼곡히 들어찼다.1988년 첫 직선제로 뽑힌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K2 이전을 공약했다. 하지만 군사 요충지를 명분으로 한 공군의 반대에 밀려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1990년대에도 끊임없이 기지 이전이 거론됐지만, 공군이 군사 요충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뿐 아니라 이전 비용을 점점 높게 추산(4조원→5조원 등)하면서 대구시나 지역 정치권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동구 주민들은 국방부의 주변 학교 방음창 설치나 소음 피해 정도에 따른 일부 배상비 지급에 불만을 삭이면서 지속적인 소음을 감내해야만 했다. 고도 제한에 따라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전투기 굉음으로 참으로 지난한 고통을 겪어왔다.전투기 소음은 동구 주민뿐 아니라 항로에 인접한 수성구, 북구 일부 주민들의 생활에도 지금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2008년 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승민 의원도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K2 이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회 상임위 자리 중 국방위원회만 맡으면서 줄기차게 노력했다. 유 의원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마련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K2가 영남권 신공항 논란에 함께 휩싸이면서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K2의 경북 외곽 이전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군 공항 유입을 한사코 반대해 왔다.2019년 현재 드디어 K2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민간 공항과 군 공항의 묶음(패키지) 이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군 공항 소음 피해 지역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공항 유치에 따른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대구시와 경상북도, 군위군과 의성군이 통합신공항(민간 공항+K2) 이전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위와 의성이 통합신공항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고무적이다.다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연내 이전지 선정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의 입장이 완벽한 일치를 보이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듯해 우려스럽다.국방부도 자치단체 간 이견을 빌미로 통합공항 이전을 더 이상 미적대서는 안 된다.군위군수와 의성군수가 서로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려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혹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까지 이번 사안을 대구경북 통합공항이라는 큰 틀에서 보지 않고 대구와 경북이라는 분리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곤란하다.두 단체장은 대구경북이 경제 통합을 넘어서 행정 통합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통합신공항은 경북의 공항, 대구의 공항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구경북의 공항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지역민들의 50년 숙원 해결이 자칫 두 단체장의 미묘한 입장 차로 늦춰진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019-10-20 18:08:08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100년이 서글픈 구미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100년 전 오늘, 남과 북도 없었습니다…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올해 온 나라가 하나가 돼 기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해가 다 가도록 그럴 것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우리는 하나였고, 남북도 없었던 100년 전을 떠올렸다. 그리고 통일도 먼 데 있지 않음을 믿었다. 그래서 바꿀 수 없는 지난 과거를 바탕 삼아 다가올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3·1절을 맞아 당당히 선언했다.나라와 온 국민은 100년 전 그랬던 것처럼, 모두 하나가 되어 통일된 남북이라는 바뀐 미래로 달리기 위해 독립운동과 관련한 많은 일을 했다.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를 가졌고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특히 어느 곳보다 두드러진 독립운동을 펼쳤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그들 활동을 평가하는 책을 내거나 학술 행사 등 숱한 일로 그들 정신을 잊지 않고 미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오늘도 그러고 있다.지난 12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에서 열린 정훈모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 행사도 그렇고, 19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우재룡 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책 '대한광복회 우재룡'의 출판기념회, 11월 4·5일 대구와 경북 안동에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독립정신 계승발전 국제 학술 모임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대구경북의 이런 독립운동 기리기 흐름과 다른 돌출 행동 하나로 구미가 갈등의 나날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으로부터 빚어진 일로, 과거 전임 시장 때 결정한 허위 독립운동가의 호를 딴 공원 내 '왕산' 명칭 변경이다. 93세 손자 부부와 구미의 계속된 반대 여론조차도 무시하고 장 시장은 막무가내다. 100주년이 서글픈 구미다. 대통령과 달리 굳이 과거를 바꿔 장 시장이 바꾸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9-10-18 19:15:02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文의 책임 회피 Ⅱ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전후해 정치와 군사의 중추에 있었던 인물들이 패전 책임을 지고 잇따라 자살했다.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阿南惟幾)는 14일,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아버지' 오니시 다키지로(大西瀧治郞)는 15일 각각 할복했다. 이들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측근이 뒤에서 목을 쳐주는 '가이샤쿠'(介錯) 없이 할복해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했다.또 일본 본토 결전을 위해 조직된 제1총군 사령관 스기야마 하지메(杉山元)가 9월 12일 권총으로 자살했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문부대신 하시다 구니히코(橋田邦彦)와 군사참의관을 지낸 시노즈카 요시오(篠塚義男)도 같은 달 14일과 17일 자살했다. 이들을 포함해 자살한 사람은 장성급만 십수 명에 달했다.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도조는 왜 자살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 총리, 내무·육군대신에다 육군참모총장까지 겸임한 최고 책임자였으니 당연했다. 육군 장교인 그의 사위는 이미 자살한 터였다. 그러나 도조는 머뭇거렸다. 차남까지 "함께 자결하자"고 했으나 "내 일은 내게 맡겨라"며 듣지 않았다.그러다 미군 헌병대가 체포하러 도조의 집에 들이닥친 9월 11일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심장 위치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에 대고 권총을 쐈으나 빗나간 것이다. 이에 "연극이 아니냐"며 도조의 비겁함을 조롱하는 소리가 일본 전역에 진동했다. 관자놀이를 쏘면 확실하게 끝냈을 것이니 그럴 만했다. 이에 대한 도조의 변명이 기가 막혔다. "머리를 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알아보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부마 항쟁 기념식에서 "유신 독재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조국 사태'를 야기한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남이 한 일은 사과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사과는 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은 책임지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부터 그러니 뭘 더 바랄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는 여당 의원의 개탄 그대로다.

2019-10-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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