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컷 제목: 박노익기자의 시선(視線)

일출이다! 구름을 뚫고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어둠은 물러가고 대지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잠시 후 바닷물이 햇살에 이글거린다. 갈매기는 먹이를 찾고 밤새 바닷길을 안내하던 등대는 휴식을 취한다. 바닷가 일출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가슴 뭉클하다. 
2019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지났다. 때 늦은 동해 해맞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어본다. “올 한해도 모든 이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박노익선임기자

[박노익 선임기자의 시선(視線)]일출

일출이다! 구름을 뚫고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어둠은 물러가고 대지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잠시 후 바닷물이 햇살에 이글거린다. 갈매기는 먹이를 찾고 밤새 바닷길을 안내하던 등대는 휴식을 취한다. 바닷가 일출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가슴 뭉클하다. 2019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때 늦은 동해 해맞이.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어본다. "올 한 해도 모든 이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2019-01-30 19: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나의 '50년지기' 대구은행

나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절친' 하나가 있다. 친구와 만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당시 학교에서는 30년 후 자화상에 대해 쓰는 글짓기가 유행이었다. 고교 1학년 시절 친구가 쓴 글에는 30년 뒤 친구는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는 장관을 취재하는 기자가 되어 있었다.같은 나이, 같은 동네, 덩치도 비슷했던 친구와 나는 어렴풋한 미래를 그리며 3년 밤낮을 함께 뛰어다녔다. 이후 친구는 서울로 진학, 대학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대구에 남아 신문사에 들어가 어설픈 글을 쓰는 기자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근 30여 년 우정을 키워왔어도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다'고 보이지 않는 친구를 때때로 잊고 산다.최근 안타깝게도 마음이 멀어졌지만,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또 하나 생겼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근 50년, 반백 년을 동고동락하며 친구로 살아온 이다. 1967년생 같은 나이로 내 인생의 전환점마다 등장하는 친구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 번도 대구를 벗어나지 못한 점도 나와 많이 닮았다. 그 친구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그 친구를 진정한 벗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다름 아닌 대구은행이다.'동갑내기 절친'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순수 지방 민간상업은행을 향한 대구 상공업계의 오랜 열망과 노력에 힘입어 국내 최초 지방은행의 역사를 시작했다. 10월 7일 박정희 대통령의 창립 축하 제1호 정기예금증서를 접수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당시 대구은행은 '대구은행은 우리의 은행' '대구의 돈은 대구은행으로'라는 구호 아래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소형 점포 서비스를 갖추며 지역 은행의 위상을 갖춰갔다.몇 년 동안 또래들의 돼지저금통들은 모두들 대구은행으로 몰려들었다. 꼬깃꼬깃 접혀진 세뱃돈들도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린 손에 쥐어진 대구은행 통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이었다. 인연은 학창 시절에도 쭉 이어졌다. 수업료, 등록금 등 모든 돈은 대구은행으로 납부했다. 대학 시절 학교금고가 서울 시중은행이란 점이 못 마땅할 정도였다. 입사 후 급여통장, 신용카드도 대구은행이었다. 신혼 시절 첫 아파트 대출도 마찬가지이다. 반세기 동안 지역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역 경제와 함께한 대구은행은 대구 토박이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이다.하지만 최근 절친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많이 들린다. 여직원 성추행과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펀드 손실금 특혜 보전 등 각종 악재로 친구의 이미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50년 넘게 대구은행의 성장을 지켜보며 성원한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참담함마저 느낀다. 새 아버지(김태오 DGB지주 회장)가 왔지만 아직까지는 집안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967년 생일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지난 2년간 친구 앞에는 비바람,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대구은행 창립 50주년 기념 동영상에서 고 김준성 초대 총재는 "대구은행에는 좋은 후배들이 많아 걱정할 일이 없다"고 말했던 것처럼 올해는 친구가 어린 시절 소풍 가듯 희망을 안고 걸어가길 간절히 빈다."비가 오지 않으면 무지개도 뜨지 않는 법이야. 동갑내기 친구야 힘내라."

2019-01-30 13:59:09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가족공동체 유지할 지혜 찾자

해가 바뀌고 다시 설이 다가왔다. 어린 시절의 설렘 대신 자식, 부모 된 도리로 설을 맞는다.나이 탓일까. 명절을 맞을 때마다 삶에 대한 고뇌가 깊어진다. 가족공동체 사회에서 미풍양속으로 이어져 온 명절의 의미와 가치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되뇌고 있었지만,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지난해 추석 연휴 때 일이다. 심심했다. 할 일이 없었다. 이래서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예전, 명절에 낚시하거나 가게 문을 열고 장사하는 사람,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을 비아냥거렸던 일이 현실이 됐다.추석 전, 장모는 대놓고 딸들에게 "친정에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단다. 이번 설에도 마찬가지다. 하나 있는 처남은 빠듯한 외국살이에 명절도 이제 안중에 없다.명절에 처가에 가지 않으면 할 일의 절반이 줄어든다. 좋고 싫음을 떠나 당연시한 처가 방문이 없어진 건 (말로는 귀찮은데 잘됐다고 했지만) 상실감으로 돌아왔다.우리 집도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조상 제사 모시고 고향 집 근처 선산에 성묘하는 것까지는 이어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꼬마였을 때 추억이다. 집성촌에서 촌수가 높았기에 어른들로부터 인사받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자주 못 본 어른들이 동네 선산에 성묘한 뒤 우리 집을 찾아 아저씨뻘인 나에게 공손했던 모습은 다른 세상의 얘기로 남을 것 같다.우리 세대까지는 그래도 몸에 밴 의무감으로 제사, 성묘까지는 이어질 듯싶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이를 기대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이 시점에서 보면 '제사답'은 미래를 내다본 조상의 지혜로 보인다. 대를 잇는 장손에게 제사를 모시는 용도로 일정한 논밭을 물려줬기에 최소한의 미풍양속이 살아 있는 듯싶다.그러나 이웃 동네를 오가며 일가들이 지낸 제사는 6촌, 4촌 형제로 참가 범위가 좁혀졌고, 이제 가족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주위를 들여다보면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아예 가족들이 모이지 않는 집이 꽤 많다. 급속히 이뤄진 산업화로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면서, 이로 인한 가족공동체 해체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그래도 역과 터미널에 귀성 인파가 붐비는 아직은 조상의 얼을 잇고 미풍양속을 되살릴 희망이 있다.자식 세대에 제사 등 조상 모시는 일을 강요하는 게 맞는 일인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삶의 가치를 높이려면 전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제사답'을 이을만한 뭔가를 찾아보자. 재산이 있다면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려면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족 간에 얽힌 사건·사고가 넘쳐나는 혼탁한 세상이다.올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는 지혜를 찾아보자. 가족공동체는 오랜 기간 효를 바탕으로 유지돼왔다.친구 가족의 사례다. 부인과 딸, 아들을 둔 친구는 명절은 물론 수시로 가족이 모여 식사하거나 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들, 딸이 멀리 떨어져 살기에 불편하고 돈이 들지만 가족이란 이유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2019-01-30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적임과 정실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다섯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오시'(五視)인데 평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보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누구를 천거하는지, 넉넉할 때 어떤 아량을 베푸는지, 곤궁할 때 행동거지가 어떤지, 미천할 때 재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라는 것이다.다섯 가지 중 어느 것이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바르게 처신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인물 천거'는 가장 어려운 일로 꼽힌다. 남을 천거하는 일이 본래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을 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신을 잘 서면 술이 석 잔,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기 눈높이에 맞춰 사람을 어설프게 평가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는 인재라고 천거했다가는 되레 화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엽관(獵官)이나 정실(情實)에 기운 경우가 대표적이다.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에 따라 그제 지역 각급 법원장이 임명됐다. 기수 관례를 벗어난 의외의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피추천인에 대한 주변의 높은 평가에 기초해 내린 판단이라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소속 법관들이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역량과 됨됨이, 소통 능력 등 여러 면을 보고 추천한 결과라는 점도 이번 법원장 인사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와 납득을 두텁게 하는 요소다.반면 적임이라며 추천했지만 기대와 어긋나는 '인물 천거' 사례가 최근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다. '목포 게이트'로 물의를 빚은 손혜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무형문화재위원회 등 문화부 산하 기관에 주변 인사들을 여럿 추천하면서 잡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한편에서는 '사람을 추천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고 반박하지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능력이나 경험 등에서 적임이 아니라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비단 손 의원뿐 아니라 누구든 자기 눈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잘 안다'는 주관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옛 사람들이 '오시'를 품인(品人)의 틀로 삼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2019-01-30 06:30:00

[관풍루] 한국당 곽상도 의원, 29일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 아세안 국가 이주 사실 등을 공개 질의

○…한국당 곽상도 의원, 29일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 아세안 국가 이주 사실 등을 공개 질의. 청와대, 대통령 가족부터 앞장서니 국민 여러분께 아세안 가라고 할 만하지요?○…한국 국가청렴도, 100점 만점에 57점으로 180개국 중 45위이나 OECD 36개국에서는 겨우 30위. 국민, 전직 두 대통령대법원장도 감옥살이니 이것도 오감타.○…정부, 탈원전 분노 울진 군민 등 33만 명 원전 건설 재개 청원에도 모르쇠로 일관. 해외 원전 수입국, "한국 원전 거부하라는 가르침이군. 따봉 한국!"

2019-01-3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음모론'과 '가짜 뉴스'로 버무린 '자신감'

"누군가가 자기 심장을 걸고 어떤 사실을 믿는다 치자. 나아가 이 사람이 자기 믿음에 집착한다고 치자. 또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행동을 한다고 치자. 그런데 마지막에 이 사람 앞에 그 믿음이 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된다고 치자. 이때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사람은 의연하게 일어설 것이다.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한층 더 자신이 믿는 것이 진실이라고 확신할 것이다."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말이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됐을 때 이를 인정하기보다 현실을 편리한 대로 왜곡한다는 것이다. 왜? 자기 믿음을 배신하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견딜 수 없다. 그렇다고 현실을 믿음에 맞춰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현실을 왜곡해 자신의 믿음을 합리화한다. 이른바 '인지 부조화'다.문재인 정권도 여기에 빠져 있다.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데도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경제 위기는 없다는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현실 왜곡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런 믿음이 틀렸다는 증거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더 확고히 왜곡해야 한다. 그 수단이 '수구 세력의 경제 위기설'이다. 수구 세력이 '경제 위기설'을 조작해 퍼뜨린다는 '음모론'이다.이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망라한 '범(汎)문재인 진영'의 공통된 믿음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수구 보수 세력은 최저임금을 고리로 경제 위기론을 퍼뜨리고 자영업의 어려움을 빌미로 경제 무능론을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성과가 있는 데도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받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올 초 "경제 위기설은 한국 보수 기득권층의 이념동맹·이해동맹·이익동맹"이라고 했다.문제는 이런 '음모론'이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설'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설 음모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증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원하는 것이 '가짜 뉴스'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거나 "세계가 우리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그런 것이다.언론의 '팩트 체크'로 이런 발언이 '가짜 뉴스'로 드러났음에도 문 대통령은 가짜 뉴스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도 그랬다.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 상용직, 청년 고용률 등을 언급하며 "개선됐다" "늘어났다" "높아졌다"고 했다. 대부분 '의도적 오독(誤讀)'이거나 유리한 부분만 '뻥튀기'한 '선택적 오독'이었다.한 가지 예만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졌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작년 3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을 보면 고소득층은 늘어났고 저소득층은 최하위 계층이 7%, 차하위 계층이 0.5%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보호하려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지금 경제 현장에서는 '죽겠다'는 비명이 진동한다. 하지만 '경제 위기설 음모론'과 '대통령발(發) 가짜 뉴스'를 보면 아직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민 모두 올해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 같다.

2019-01-2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방콕' 대통령?

'국가 지도자에게는 비밀이 없다.'민주주의 국가라면 대통령·총리의 사소한 몸짓조차 국민의 눈을 피할 수 없다. 국가 지도자는 사생활과 일탈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다. 오죽했으면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을 두고 '최고급 교도소'라고 했을까.미국 대통령의 일정은 매일 오전 9시 백악관 대변인에 의해 사전에 공개된다. '오늘의 대통령 일정'이란 제목으로 시간대별로 상세하다. 이때 대통령이 누구와 만나고, 만나는 사람이 어떤 직함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일에 골프를 치러 갈 때도 동일하다. 2017년 9월 24일 일요일 일정을 보면 '대통령, 오후 3시 트럼프골프장에서 출발. 3시 30분 모리스타운 시립공항 도착, 3시 40분 모리스타운 골프클럽 이동…' 등으로 10분 단위로 공개한다.일본 총리는 미국보다 더 강도 높게 언론의 감시를 받는다. 총리의 일정은 다음 날 조간신문에 분 단위로 상세하게 공개되고, 누구와 만났는지, 어디에서 밥을 먹었는지 국민 누구나 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하루 두 차례 사무실과 관저를 오가며 '부라사가리'(ぶら下がり)라는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귀찮음을 감수한다. '부라사가리'는 기자들이 관저나 복도에서 요인을 에워싸고 같이 걷거나 말을 건네는 취재 관행을 말한다.일정 공개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일본에 비해 훨씬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거나 일정 없이 관저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탄핵의 뇌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확연히 나아졌을까. 며칠 전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일정을 분석해 '방콕' 대통령이라고 공격해 떠들썩하다.한국당의 분석에 과장·중복 사례가 다수 있지만,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의 '공개 일정'에는 고칠 부분이 많다. 공개 시점이 일주일 단위로 너무 길고, 사후에 공개되고, 비공개 일정이 상당히 많다. 지극히 형식적이어서 옳은 공개라고 하기는 민망하다. 청와대는 '벌컥' 화를 내기보다는 일정 공개를 좀 더 개방적이고 정확하게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2019-01-29 06:30:00

[관풍루] 한국당이 文 대통령 공식 일정 분석 결과 '방콕 대통령'이라 공세

○…한국당이 문 대통령 공식 일정 분석 결과 '방콕 대통령'이라 공세. '깜깜이' 일정에 '혼밥' 소문까지 나오니, 아무래도 '소통'과 '협치'와는 거리가 먼 듯!○…경북도의회, '한국당' '민주당' '경의동우회' 등 개원 이래 첫 3개 교섭단체 구성하며 중앙 정치권의 외형을 구축. 명실공히 내용까지 닮는 건 아니겠지?○…예천군의회 의원들, 학생들까지 참여한 지역민들의 거듭된 전원 사퇴 촉구에도 요지부동. 그만한 똥배짱이면 목포에 가서 부동산 투기라도 해보시는 게….

2019-01-29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SKY 욕망 대물림

"웃더라고요. 아들에게 이 나라 헌법이 국민에게 바라는 네 가지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더니 보인 반응입니다."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헌법에서 말한 네 가지 의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과연 웃을 만도 하다. 나라 지키기(국방), 꼬박꼬박 각종 세금 내기(납세), 자녀 가르치기(교육), 나라에서 혹 시키는 일(근로)의 의무를 잘 따르고 지키는 바가 실제로 쉽지 않은 탓이다.가짜 진단서와 부모 배경, 종교적 양심 등 온갖 구실로 요리조리 빠지는 국방에 응하고, 전문가를 앞세운 절세·탈세 물결 속에도 세금은 떼어먹지 말고, 자녀 대학 졸업까지 드는 4억원(보건복지부)도 대고, 나라의 또 다른 부름에 나서라고 강요(?)했으니 말이다.그러나 아들은 달리 말한 모양이다.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 제가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한 가정을 맡아 이끄는 부모를 떠올리며 버티었고, 제대한 군 복무 외의 일도 잊지 않겠노라 대답했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지금, 이름난 '서울의 세 대학교' 입학을 겨냥해 이 나라의 가진 부모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사연을 다룬, TV 드라마의 극 중 모습이 온통 세간의 관심사다. 고액 과외 등 보통의 부모에겐 나라 밖 일 같은 현상에 정부까지 나서 대책을 세운다고 소란들이니.대구에서도 이런 여파 탓인지 지난 24일, 대구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자 여러 교육인들이 모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학교에 답이 있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렀지만 학교가 과연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방송 내용이나 나라 현실은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누리는 삶이다. 게다가 아이들마저 그런 흐름이지 않은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3년 조사가 그렇다. '10억원 생기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 가도 괜찮다'는 2012년의 초(12%), 중(28%), 고교생(44%) 응답이 해마다 늘어나 2015년에는 17%, 39%, 56%로 나타났다.서울의 세 대학에 들어가 나오면 더 벌고, 더 갖고, 더 누릴 것이라는 부모의 욕망이 자녀에게 전해진 꼴이다. 아들에게 헌법이 정한 네 가지 할 일을 주문했다는 한 가장이 떠오르는 즈음이다.

2019-01-28 06:30:00

김교영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서울 언론'

"수십조 예산 써야 하는데…'예타 면제'", "경제성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국에 선심성 사업 남발 우려", "지자체들 '수요 뻥튀기'…예타 통과한 사업도 실패 수두룩", "예비타당성 원칙까지 흔드는 현 정권의 '예산 짬짜미'".서울의 언론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주 서울 소재 언론사들이 대규모 공공사업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사업을 두고 쏟아낸 제목들이다. '논란'이란 중립적 표현을 했지만, 내심 딴지를 걸고 있다. 29일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발표(시·도별로 1건씩 면제 대상을 선정할 것으로 관측)를 코앞에 두고 말이다.이들 언론은 전국 광역지자체의 신청 사업이 33건으로, 60조~7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타 면제 사업은 혈세 낭비,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논조다. 여기에 예타 면제의 대표적 실패작(4대강 사업·영암 포뮬러1 경주장), 수요 뻥튀기로 예타를 통과한 사업(지방 13개 고속도로)까지 덧붙였다.물론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마땅히 이런 지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했다. 지방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 지자체의 절박한 심정을 다룬 기사는 없었다. 오히려 서울 언론은 예타 면제를 '지역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편승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세금을 쌈짓돈처럼 끌어 쓰는' 행위로 폄훼했다.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공공사업의 사업성을 미리 조사하는 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방의 SOC 사업은 인구 부족 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힘들다.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타 면제 사업을 검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전지역 경제인 간담회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수월하게 통과된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경제성보다는 균형발전에 배점을 많이 하도록 기준을 바꿨음에도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의 SOC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지방은 가뭄 끝에 단비처럼 예타 면제 사업을 환영했다. 또 지자체들은 사업이 선정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도 모두 4건의 사업(▷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을 신청했다.지방의 대형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서울 언론의 논조는 새삼스럽지 않다. 서울 언론은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도 '지방공항 무용론'과 '국론 분열'을 내세워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언론은 사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생각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 '언론의 의제설정(議題設定) 기능'이라고 부른다. 서울 언론은 대한민국의 여론을 쥐락펴락한다. 심지어 지방민들에게 서울의 배수관 터지는 일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의 빅3 신문사의 절반 가까운 독자가 비(非)수도권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2019-01-27 16:12:38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홍역

1960, 70년대만 해도 홍역을 앓다가 속수무책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았다. 홍역을 흉한 귀신의 장난으로 여겼던 어머니들은 장독대 앞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어린것의 쾌유를 빌고 또 빌었다. 옛날에는 홍역이 유행하면 한 집 건너 한 아이는 앓다가 거의 죽다시피 했으니 마을 산 중턱에 아총(兒塚)이 흔했다.마진(痲疹)이라 불렸던 홍역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이렇게 공포와 외경의 대상이었다. 몹시 곤욕을 치르거나 어려움을 겪었을 때 쓰는 '홍역을 치렀다'는 말이 생긴 연원이다. 홍역에 대한 우리의 첫 역사적 기록은 삼국사기이다. 고려 때도 홍역이 널리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시대에는 홍역이 창궐할 때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조선, 홍역을 앓다'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홍역 치료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전통의학을 통해 홍역과 맞섰던 인물과 그들이 남긴 문헌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마과회통'도 그때 나온 홍역 전문 의서이다. 홍역은 1879년 지석영이 종두 사업을 본격 시행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1962년 홍역 백신을 소개하고 대대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홍역은 마침내 공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미국의 경우도 남북전쟁 당시 홍역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부대 단위가 해체되기도 했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의 첫 남편이 참전하자마자 세상을 떠나는 장면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홍역을 앓는 자녀를 돌보느라 혁명의 성난 물결에 적절한 대응을 못 해서 쫓겨나고 말았다고 한다.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했던가. 최근 홍역이 되살아나면서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20, 30대 감염자가 많은 것은 1회 접종에 그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신고된 후 홍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그야말로 또다시 '홍역'을 치르지 않으려면 개인이건 당국이건 예방에 허점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19-01-26 06:30:00

매일신문CEO스피치아카데미 4기 오리엔테이션

매일신문CEO스피치아카데미(원장 하태균) 4기는 2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고 스피치를 통한 자신의 변화에 도전하는 신입생들과 함께 12주 과정을 시작했다.

2019-01-25 17:06:34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서울의 세 모녀(母女)

"내게도 우리 조국 한국이 으뜸이고, 우리 어머니 서중하 여사가 세계에서 으뜸가는 어머니이다…어머니의 사랑은…가실 줄 모르는 사랑, 그것이…어머니의 사랑이다."'바보'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남겼다. 1955년 어머니가 72세로 삶을 마치고 돌아가신 지 30년 즈음인 1984년, 월간지 '샘이깊은물'의 창간호에서 끝없는 자식 사랑을 실천한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렸다.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간 형이 다쳐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에 일본말도 못 하면서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떠나 결국 들것에 눕혀 데려와 온갖 정성으로 완치시켰다. 그런 어머니를 추기경은 "어머니의 의술이 참으로 신기했다"고 기억했다.또 어머니는 다시 중국으로 떠난 형을 찾아 멀리 만주와 하얼빈까지 헤맸다. 끝내 아들을 데려오지 못하고 '소식이 끊긴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눈을 감자 추기경이 "우리 어머니가 눈을 감을 때에 가장 잊지 못한 것이 그 아들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한 까닭이다.어느 어머니인들 다를까. 끝없는 자식 사랑은 '가실 줄 모르고', 죽음 앞에도 '잊지 못한 것'은 아마도 자식이리라. 추기경이 생전 어머니를 그린 심정은 세상 어느 자식이라고 같지 않으랴. 그러나 어머니 부재(不在)의 뼈저린 후회 전에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잊는 게 또한 우리 범부(凡夫)이리라.묵은해를 보낸 2019년, 새해부터 가슴 칠 서울의 세 모녀(母女) 사연이 안타깝다. 80대 노모와 함께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딸의 가난, 넉넉한 살림에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청부 살해하려던 30대 교사인 딸을 재판에 넘긴 검찰 소식이 그렇다.앞서 유력 인사의 딸과 아들이 자살한 어머니에게 생전에 한 잘못으로 유죄에 사회봉사명령까지 받은 소식도 참담하다. 특히 자녀에 헌신적이었다는 그 어머니가 유서 등을 통해 "자식이 망가지면 안 된다"며, 삶을 놓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한 사연이 가슴 저린다.2월 16일, 선종 10년을 맞는 '바보' 추기경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 글이 더욱 와닿는 날들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한 삶, 한 목숨을 누리건만 연초부터 들리는 서울 모녀 소식이 어찌 이리도 아린가.

2019-01-25 06:30:00

[관풍루] 일 초계기, 우리 함정에 또 저공 근접 비행

○…일 초계기, 우리 함정에 또 저공 근접 비행. 북녘땅에선 핵무기가 버티고 있고, 남쪽 바다에선 일본과 중국의 군용기가 위협을 하니 사면초가가 따로 없군!○…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 대면보고와 보고서량 줄이라'고 첫 업무 지시. 그러면 대통령의 '혼밥'이 줄어들려나?○…대구 동갑 류성걸 선정과 경산 이덕영 탈락 등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조직위원장 교체 후폭풍이 점입가경.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던데….

2019-01-25 06:30:00

이상준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누가 신공항 갈등을 부추기는가

'영남권 신공항 갈등', '새누리당 텃밭 표심 양분', '국론 분열 부채질 신공항'…. 지난 2016년 6월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수도권 언론들이 쏟아낸 '헤드라인'이다.당시 수도권 언론과 정치권은 신공항 유치 경쟁을 영남권 전체의 갈등과 분열인 양 호도했다. 밀양(대구경북)-가덕도(부산) 입지 경쟁을 대구경북과 부산의 갈등 구도로 몰아가는 데 급급했다.당시 정부는 결국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했다. 다만 '김해공항 확장-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했다.영남권 신공항을 지역 갈등 구도로 몰아간 수도권 언론들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김해공항 확장을 최선의 방안으로 치켜세웠고, '콜럼버스의 달걀'이라는 둥 김해공항 확장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돌이켜보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수도권 중심 사고가 빚어낸 파국의 연속이었다. 수도권 언론은 앞서 2011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역시 국익과 나라를 위한 주장으로 미화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은 '공약 버리고 국익 선택했다…MB 고뇌의 결심' 등으로 포장한 반면 신공항 건설을 염원하는 영남권은 지역 이기주의에 매달리는 집단으로 깎아내렸다.안타까운 현실은 연이은 백지화 과정에서 불거진 수도권 언론의 '갈등' 프레임이 또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선거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히면서, 수도권 언론들은 "자칫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둘러싸고 영남 지역 5개 지자체들이 지난 10년간 빚어 온 극심한 마찰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갈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이즈음에서 대구경북과 부산이 더 이상 해묵은 갈등관계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지난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에 따른 민간·군사공항 통합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또 현재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의 이해관계 역시 첨예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밀양과 가덕도의 입지 경쟁 양상으로 치달았던 지난 갈등과는 출발부터 다르다.특히 경남은 소음 피해를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안에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가덕 신공항 재추진에 가타부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경남 내부적으로도 지리산권과 남부해안권, 중부권과 동부권 등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섣불리 의견을 내세웠다간 심각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달 16일 제안한 '선(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後) 가덕도 신공항 논의'라는 전략·전술을 고민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을 먼저 확정 지은 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문제 등을 차례대로 풀어나가자는 의미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구경북과 부산이 더 이상 적(敵)으로 만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대구경북과 부산이 '지방공항 무용론'의 수도권 중심 사고부터 타파하는 것이다.

2019-01-24 16:22:11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금탄(金炭)

1960, 70년대 겨울철 도시 골목길의 흔한 풍경 중 하나가 새끼줄에 꿴 연탄이다. 퇴근길에 한두 장 사 들고 집으로 향하던 서민의 어깨가 몹시 힘겨워 보였다. 수백 장씩 쟁여둘 형편이 안 돼 낱장 연탄을 사서 끼니도 해결하고 온 식구 언 몸도 녹이던 시절이었다.당시 가정용 연탄의 주종은 22공탄이다. 1965년부터 생산한 22공탄은 6·25 직후 보급된 19공탄과 구분 없이 '구공탄'으로 불렸다. 구공탄은 화력은 약하지만 연소 시간이 더 길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 가정용으로 흔히 쓰였다. 업소나 공장, 부잣집은 화력이 더 센 32공탄, 49공탄을 썼다. 기름보일러나 가스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시절, 서민 일상에서 구공탄은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한 단면이다.서민 연료인 연탄의 지위를 위협한 것은 가스다. 1970년대 정유사들이 LPG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1972년부터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다.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가스 배관망과 LPG 연료 체계가 갖춰지면서 연탄산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용 편의나 공해 등을 감안할 때 가스의 대중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그렇다고 연탄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외환 위기 등을 겪으며 도시가스의 혜택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화훼 농가 등 비닐하우스 보온 연료로 다시 각광받았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한때 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늘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3년 새 연탄 가격이 무려 50.8%나 올라 저소득층의 한숨이 깊다는 소식이다. 2016년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축소에다 환경 규제 강화로 연탄 가격이 개당 900원을 넘어 '금탄'이 되자 청와대 앞 시위에다 국민청원까지 오르는 상황이다.'사흘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삼한사미'(三寒四微) 용어가 말해주듯 화석연료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석탄 사용을 줄여나가는 게 맞다. 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를 위해 도시가스 확대나 대체 연료 보급 등 정책 보완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화력발전과 연탄과의 절연이 미세먼지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가정용 연료 체제의 완전한 전환은 시급한 과제다.

2019-01-24 06:30:00

[관풍루] 文 대통령,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 못해 송구하다"고

○…문 대통령,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 못해 송구하다"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최저임금 피해는?○…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한국당 의원들 현장 방문하는 등 연일 공세. 대중가요 '목포는 항구다'가 '목포는 투기다'로 바뀔 판!○…성폭력 사건이 체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단에서도 성폭력 사건 발생. '체력 향상'과 '폭력 행사'가 같은 줄 알고 있는 건 아닌지.

2019-01-24 06:30:00

최창희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축구 대구

연초부터 중동발(發)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한국대표팀은 22일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2대 1로 이겨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기세라면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 경기 침체·정치 혼란으로 연초부터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사정을 고려할 때 대표팀의 잇따른 승전보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대구시민들에게도 올 한 해 축구가 큰 위안과 격려가 될 것 같다. 유독 축구 관련 기분 좋은 소식들이 많아서다.대구FC가 지난해 FA(대한축구협회)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사상 첫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새집도 생겼다. 경기장은 지난 19일 완공되었고 일부 경기장 주변 조경공사를 마치면 내달 입주한다. 지난 2002년 창단된 이래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시민운동장으로 다시 대구스타디움으로 정처 없이 거처를 옮겨 다니다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그동안 집 없는 설움을 제대로 겪어야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경기가 열릴 때면 집을 비워줘야 했다. 선수들도 전용구장이 없어 대구스타디움 보조구장, 강변축구장 등을 옮겨 다니며 훈련하느라 '동네축구단' 대접을 받아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고 한여름 뙤약볕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야구의 인기에 밀려(?) 어둠 속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광복절날 포항 스틸러스와의 야간경기에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조명을 모두 사용한 탓에 정작 축구장은 전력 부족으로 조명탑을 작동시키지 못한 일까지 있었다.그동안 고생과 불편이 커서였을까. 지난 19일 대구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 모습을 드러낸 전용구장은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부터 숨소리까지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실감 나는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경기장에서 마음껏 발을 '동동' 굴러도 된다. 국내 최초로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쾅쾅' 울리도록 해놨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문제는 성적이다. 그동안 국내 첫 시민구단이라는 팬들의 자부심은 초라한 성적 앞에 늘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단의 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FA컵 우승 같은 영광이 언제 재현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대구FC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축구 대구(되구)'로 거듭나려면 성적과 경영이란 두 수레바퀴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성공한 경영을 통해 우수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좋은 성적을 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다행히 올해부터는 구단 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홈경기장 명칭사용권, 구단 관련 디자인 통합을 활용한 스포츠용품 판매사업 등 다양한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모두 국내 구단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자구 노력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을 거두고 앞으로 대구FC 전용구장이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한다.

2019-01-23 18:49:1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토목공사와 대통령병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지난해 봄 어떤 분이 블로그에 고려말 길재의 시조를 올렸다. 서울 청계천을 산책하다가 물소리 들으면서 풍취에 젖어 쓴 글이라고 했다. '생태 하천은 유유히 흐르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가고 없다'는 뜻이다.청계천이라면 자연스레 이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공약을 앞세워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 업적으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MB로서는 그리 어려운 공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2003년 7월 시작해 2005년 완공됐는데, 생태 하천 5.8㎞ 공사비로 3천600억원이 들었다. 누군가 계산해보니 1m당 6천만원이 들었다고 하니, 웬만한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돈질'이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인공 하천 하나로 대통령 꿈을 이룬 선례 때문인지 후임 서울시장들은 너도나도 토목공사에 열중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의 면모를 바꾸겠다며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의 대단위 프로젝트로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자했다. 2011년 시장직을 건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 실패해 사퇴했지만, 재임 5년간 각종 토목공사로 세월을 보냈다.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촛불 혁명의 성지'라는 이유로 광화문광장을 현재보다 3.7배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오세훈 전 시장 이후 10년 만에 광화문광장을 확장하는 공사이고, 예산은 1천40억원이다. 완공 시기가 2021년이라고 하니 2022년 3월에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공사다. 또다시 토목공사를 앞세워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가 될 것 같다.광화문광장에 자리한 서울시 청사에서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대권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니 그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은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마구 파헤치고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산 부족으로 작은 공사 하나 벌이기 힘든 지방에서 보면 '돈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역민으로선 '이류 국민'의 비애를 곱씹게 하는 뉴스다.

2019-01-23 06:30:00

[관풍루]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 옮기고 바닥에 촛불 시위 상징물 새긴다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 옮기고 바닥에 촛불 시위 상징물 새긴다고? 태극기에 아예 촛불을 그려 넣으시지!○…'투기의 아이콘'이니 '배신의 아이콘'이니 서로 비난하며 '양포(마포-목포)대전'을 벌이고 있는 손혜원박지원 의원의 이판사판에 국민은 점입가경.○…해외 연수에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가 임시회를 열고 의원 3명만 징계하자, 뿔난 주민들 "3명 셀프 징계가 아니라 전원 셀프 사퇴하라"고 흥분.

2019-01-23 06:30:00

채원영 사회부 기자

[취재현장] 상리동 기피시설, 대구시가 나서라

대구시 서구 상리동 주민들의 설움이 폭발하고 있다. 워낙 여러 가지 기피시설이 이곳에 집중된 탓이다. 상리동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동물화장장 건립 논란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으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최근 새방골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다시 분노를 토해냈다.상리동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에서는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면 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오랜 세월 쌓여온 답답함이 응어리져 있었다. 상리동 주민들은 "그동안은 살기 바빠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며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상리음식물처리장, 분뇨처리장, 하폐수처리장, 염색산단, 와룡산 넘어 방천리매립장까지 이 모든 게 한동네에 밀집돼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배려는커녕 돌아오는 건 무관심뿐이라는 주장이다.돌이켜보면 상리동은 동물화장장과 자동차정비공장 이전에도 여러 번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6년 모 전 대구시의원이 상리동 임야에 도로 건설 예산을 빨리 배정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가 구속된 전례나, 1965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되고도 5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새방골~가르뱅이 도로 신설 문제 등은 상리동 주민들에게 소외감을 가져다줬을 것이다.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심지어 건축허가를 완료하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억울하겠지만 법과 현실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오랜 세월 갖가지 기피시설이 모두 집적된 곳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에게 또다시 전해진 달갑잖은 소식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처럼 순식간에 분노로 번져나갔다. "이 정도의 심각한 반발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한 사업주의 말은 켜켜이 쌓인 주민들의 설움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반면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은 주민들과 사업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도돌이표 같은 말에 주민들은 가슴을 쳤고, 사업주는 "법적 문제가 없는데 왜 허가를 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주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재산 가치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주민들에게 기피시설을 받아들이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요즘은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 공모를 통해 기피시설 부지를 선정하는 대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주민편익시설 건설비와 주민지원기금 등 혜택을 준다.포항시는 최근 음식물처리장 신규 부지를 주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달성군 서재리 생활폐기물매립장의 경우 인근 주민 2만여 명에 대해 대구시 환경자원시설 주변영향지역 조례에 따라 연 2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반면 상리동 주민들은 2011년 도시가스 무상 지원, 지난해 태양광발전기 설치 비용 일부를 지원받은 것이 고작이다. 최근에야 일부 서구의원이 나서 대구시에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갖가지 기피시설 속에서 살아온 상리동 주민들의 해묵은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제는 대구시가 나서야 할 때다.

2019-01-22 17:28:10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시각과 전망] 환동해에 흐르는 박정희의 눈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전과 대한민국의 기적은 환동해의 경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박정희 정부는 1967년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축적된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등 우방국들이 차관을 거부하자 박정희는 결국 대일청구권 자금 중 농업지원용 8천만달러를 전용해 가까스로 제철소 건설 자금을 조달했다.신일본제철로부터의 기술 이전과 완벽 시공을 총괄한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집요한 노력으로 포철은 1973년 6월 제1고로에서 쇳물을 쏟아냈다. 이후 포철은 시설 확장을 거듭했고, 최첨단 파이넥스 공법을 독자 개발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로 발돋움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시 경제 비중의 70%를 차지하고 있다.1970년대 초반 박정희는 울산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수출 가능한 국산 고유 모델을 개발하도록 압박했다. 단순 조립·판매하던 현대차의 고유 모델 개발은 자칫 회사 전체가 결딴날 수도 있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최고 통치자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차는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 개발에 착수했고 필요한 기술은 세계 곳곳에서 사 오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후 현대차는 독자적인 기술 축적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 돌입했다. 끝없는 실패를 반복한 끝에 현대차는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울산, 경주 등지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은 50%를 상회한다.원자력발전의 숨은 설계자도 박정희였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수시로 헬기를 타고 가 당시 돈으로 100만∼200만원의 격려금을 놓고 갔다. 이런 지원 덕에 1971년 고리원전 1호기, 1977년엔 월성 1호기 착공으로 이어졌다. 싼값에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발전의 초석을 다진 박정희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동해안 건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부터 40년 먹거리 산업을 제공한 포항, 울산, 경주 등 환동해권의 현재 상황을 본다면 통곡할 노릇일 게다.포스코가 포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지만 각 공단에는 공장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거래 은행은 공장 매물 중개에 바쁘다. 기업이 쓰러져 부실채권을 떠안지 않겠다는 심산에서다.포스코의 전통적인 철강 제품은 중국의 맹추격으로 예전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 신공법으로 출시된 제품이 내일 중국에서 복사품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예전의 비교우위를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품종,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연료전지, 소재, 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신수종 사업 부문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경주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업체 상당수가 명퇴 신청을 받고 있거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은 현재 석유화학 부문이 버티고 있지만 2017년부터 자동차, 조선업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글로벌 톱10'에 드는 우리 경제 규모상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형 혁신가'는 나올 수 없다. 환동해가 다시 한 번 부흥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차, 현대중공업, 원자력발전소를 잉태한 박정희처럼 또 다른 혁신그룹이 나와야 한다. 그 역할은 환동해권의 정치, 경제 리더와 정책 브레인들 몫이다. 지역 리더들이 새로운 발상과 기업가 정신으로 달리지 않으면 언젠가 환동해의 쓰나미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2019-01-22 16:40:55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예천(醴泉) 소회

봉황은 신화,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이다. 봉황은 합성된 단어로 수컷이 봉(鳳), 암컷이 황(凰)이다. 성군이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유로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에 봉황이 쓰이고 있다. 한 송이 무궁화와 그 좌우에 한 마리씩 봉황이 장식돼 있다. 우리 대통령들 가운데 성군으로 추앙받거나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칭송을 받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봉황 휘장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장자'(莊子) 소요유 편에 따르면 봉황은 벽오동 나무가 아니면 깃들어서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예천은 중국에서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 샘을 일컫는다. 경북 예천군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예천군은 소백준령으로 둘러싸여 있고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한 충효의 고장이다.상서로운 봉황이 마신다는 예천에서 지명을 따온 예천군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천군의원들이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 등 대형 사고를 친 탓이다. 예천군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에 큰 상처가 났다. 다른 지역에서 예천 농산물 불매 운동이 언급되는가 하면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에 차질을 빚는 등 사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외유 추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예천군의회 임시회에서 군민들의 성난 민심이 표출됐다. '예천군의회가 예천을 죽이고 있다' '군의원 전원 사퇴하고 구속 수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난무했다. "너희가 인간이냐" "너희 때문에 예천 농산물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등 격한 항의도 쏟아졌다. 이 와중에 예천군의회가 1인당 100만원가량 항공료를 부풀려 신고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지금껏 예천군의원들은 진정성 있는 반성 대신 변명과 거짓말로 사태를 더 키웠다. 어느 누구 하나 앞장서 사태를 수습하거나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예천군민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지경이다. 의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고장이 더 상처를 입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의원들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결단을 내리는 게 예천군의 명예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2019-01-22 06:30:00

[관풍루] 아프리카 토고 대통령, 경북도 방문단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새마을운동 보급을 강력 희망

○…아프리카 토고 대통령, 경북도 방문단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새마을운동 보급을 강력 희망. '새마을'을 적폐로 몰았던 사람들의 입맛이 씁쓰레하겠군!○…부동산 대량 매입 논란으로 탈당한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 "투기하지 않았다는데 의원직과 목숨을 건다"고 배짱. 그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투기성' 발언.○…대구경북 '깜깜이 행보'로 지역민의 공분을 산 조명래 환경부 장관 "갈등과 오해의 소지를 피하고자 했다"고 변명. 자신을 '암행어사'로 착각한 건 아닌지?

2019-01-22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신단수(神檀樹) 100년 강산, 테디<1905년> 에서 트럼프<2019년> 까지

"한국의 도와달라는 외침에 대한 윌슨의 반응은 전임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다르지 않았다…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한국을 처음으로 점령했을 때…루스벨트 대통령은…'일본인과 협력하라'는 충고로 한국인을 모욕했다…이제 10년이 지나 윌슨 대통령 역시 한국인의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파리평화회의에서 한국의 대의를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피터 현, 『만세!』, 2015년)망한 나라를 되찾는데 젊음을 바친 독립운동가 아버지 현순의 피눈물 나는 삶을 지켜본 아들 현준섭(피터 현)은 직접 지켜본 1919년 3·1만세운동을 기록으로 남겼다. 일제 감시 속에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중국 상해에서 아버지와 합류,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고, 돌아가는 냉혹한 국제 정세를 파악한 바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고국을 배신한 미국의 두 얼굴을 알았으니 그럴 만했다.우리에게 '테디 베어'로 친근할지는 모를망정 루스벨트는 미국 국익 앞에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일본의 힘없는 한국을 삼킬 속셈을 반대할 까닭이 없었다. 1882년 맺은 미국과의 조약을 믿고 도움을 청한 고종 임금이나 백성만 불쌍할 뿐이었다. 게다가 테디는 앞서 이미 1905년 7월 한국 지배 꿈을 밝힌 일본과 밀약을 맺었고, 그해 9월에는 1904년 전쟁을 치른 러·일 두 나라를 미국에서 중재까지 했다.이런 악몽은 1919년 1월, 1차대전 이후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의 때도 어김없었다. 민족자결이란 윌슨 대통령의 주창(主唱)에 희망을 건 일본의 한국 유학생들과 나라 안팎의 독립운동가 그리고 온 백성의 목숨을 건 평화적 만세운동과 국내 유림의 독립청원(파리장서운동)과 애절한 호소를 그는 외면했다. 메아리 없는 외침에 일제 탄압만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근대화 즈음, 우리가 몸소 겪고 배운 미국은 그랬다.그리고 1945년 9월 8일, 대통령 해리(트루먼)는 이 강산의 남쪽에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서라며 군대를 보냈다. 그는 또 1950년 6·25전쟁에 참전, 1894년 청·일 전쟁 빌미로 일본군 강점 이후 또다시 나라 밖 군대의 점령이자, 친일 청산 기회마저 앗아가는 군정의 바탕을 깔았다. 마침내 오늘날까지 전국 13개 시·도, 66개 시·군·구, 338개 읍·면·동에 걸친 질긴 애증의 미군 영향의 터를 닦은 셈이다.10년 강산이 열 번도 더 바뀌었을 그런 날들이었음에도 남북 강산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나라 밖 힘에 끌려다니는 꼴이다. '이니' 문재인 대통령과 맞상대하는 바다 건너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강산을 사이에 둔 속셈이 심상찮다. 이미 끝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입맛대로 다시 하더니 이젠 주한 미군 경비 문제로 딴지다. 이에 질세라 압록강 건너 중국 지도자 시진핑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통해 무슨 꿍꿍이를 셈하는 모양새다. 마치 남북이 쉬운 먹잇감이나 되는 듯이 말이다.이 땅에 첫 삶터로 삼았을 신단수(神檀樹)의 뿌리와 가지가 남북 강산의 땅 밑과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로 얽고 뒤덮어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도 남을 터인데 현실은 이렇게 나라 밖의 힘에 휘둘리니 무슨 까닭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을 차려야지. 돌아가는 꼴이나 잘 지켜보는 수밖에. 문제는 정치인과 지도층 인사들이다. 모두 자신들 이익에 유독 밝은 처세인이어서 더욱 그렇다.

2019-01-22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철없는 사람들

'언제 철들래?'해가 바뀌니 나이의 무게를 실감한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집사람의 눈빛 때문이었다. 휴일에 뒹굴뒹굴하며 휴대폰으로 무협소설을 읽는 필자를 지켜보던 집사람은 "쯧쯧!" 하며 혀를 찼다. 집사람 표정을 보니,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나이 먹고 아이들도 안 하는 짓을 하고 있으니…'라고 말하는 듯했다.젊을 때 어른들로부터 '시근이 없다'('철없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는데, 오십 넘은 나이에 비슷한 상황을 맞고 보니 쑥스럽긴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집사람의 눈빛이 매섭더라도, 남자의 의연함과 기백을 잊어서야 될 말인가. 후환이 두렵긴 했지만, '남자는 환갑이 돼도 철 안 든다'는 속설을 떠올리며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굳건하게 버텼다. 여전히 무협소설·온라인게임 등을 즐기고 술도 끊지 못한 필자는 '나이 든 철부지' 취급을 받은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렇기에 집사람 앞에서 '제 버릇'을 고수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지 않은 분들은 당장 '나잇값 못한다'는 욕을 듣기 마련이다.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듦은 속박과 의무를 동반한다.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을 지나면서 공자님 말씀대로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그저 '체면'과 '가식'으로 무장해 있을 뿐, 젊을 때보다 진정으로 성숙했는지 의문스럽다.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어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이로 부풀려진 어린애다'라고 주장하며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중요한 것은 영혼의 자유를 갈구하기 위한 철없는 행동과 자신의 이기심·탐욕을 갈구하기 위한 철없는 행동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야 집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지만, 나잇값 못 하고 사회·국가적으로 폐를 끼치는 분들이 어디 한둘인가. 지하철을 타면 그런 분들을 거의 매일 만난다. 큰소리로 떠드는 할머니, 술 취해 소리 지르는 할아버지, 마구 밀치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는 어르신, 부인에게 욕하는 할아버지…. 젊은이들에게 못 볼 꼴 보여주면서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경로사상'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현상은 지하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꼴불견은 집회 따위에서 백발 휘날리며 육두문자를 마구 뱉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주먹질하려고 달려드는 어르신들이다. 10대 불량서클 조직원도 아니고 나잇값 못 하는 사람들이다. '노조' 글자 새긴 빨간 조끼 입고 무슨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만 옳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니 공감대를 얻을 턱이 없다.권력 잡은 이들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을 '우매한 대중' '교화 대상'쯤으로 여기고 자신의 신념을 위한 '실험용 쥐'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진저리가 난다. 우리가 하면 '선'이고 남이 하면 '악'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진보'라는 간판만 앞세우면 만사형통이라고 여기는 것은 영락없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20대에 형성된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50·60대가 되어서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은 퀸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 나오는 성장을 멈춘 난쟁이 '오스카'를 연상시킨다. '40세에도 바보는 진짜 바보다'라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의 위정자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철없는 정치가는 국민을 위태롭게 한다. 책임감과 소명 의식은 뒷전이고 자신의 생각과 이념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치기 어린 20대에서 정신적으로 한 치도 성장하지 못한 이들이 득실대는 세상이다.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언제 철들래요?"

2019-01-21 19: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아마르티아 센은 틀렸다

"민주주의가 없다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상황은 불명확할 것이고 모든 측면에서 충분한 의견을 모을 수 없다. 또 위와 아래 사이에도 의사소통이 있을 수 없다. 최고위의 지도자 조직은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자료에 의존해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 주관주의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해의 통합과 행위의 통합을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며, 진정한 중앙집권주의를 성취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대약진운동(1958∼1961)으로 3천만 명이 굶어 죽은 뒤인 1962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공산당 간부 7천 명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대약진운동이 실패했음을 은유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그 원인이 민주주의의 부재에 있음을 중국 민주주의를 말살한 장본인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민주주의의 순기능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다. 마오의 중국에는 이것이 차단돼 있었다. 작황 부진과 전국적인 참새 잡기에 따른 병충해의 확산으로 식량이 부족해졌지만, 지방 관리들은 문책이 두려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근이 절정에 달했을 때 중국 정부는 실제 보유량보다 1억t 이상의 곡물이 더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인도는 달랐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을 때인 1943년 최대 300만 명이 아사(餓死)한 벵골 기근을 비롯해 연이은 기근에 시달렸다. 하지만 1947년 독립 이후에는 기근이 한 번도 없었다. 인도 출신 영국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그 이유로 인도가 채택한 민주주의를 지목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근은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정권을 잃으며, 따라서 민주 정부는 기근 같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는 것이다.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그것이 보호하려는 취약 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한다. 적어도 문 대통령에 관한 한 아마르티아 센은 틀렸다.

2019-01-21 06:30:00

[관풍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 20일 탈당 선언, "사실이면 의원직도 사퇴" 강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손혜원 의원 20일 탈당 선언, "사실이면 의원직도 사퇴" 강수. 자칭 '목포지킴이'인데 가장 중요한 주민등록 이전은 빼먹었네.○…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해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첫 사례. 잘잘못을 떠나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셈.○…지난해 대구 교통사고 사망자 111명으로 전년 대비 18.4% 줄어 전국 평균 9.6%의 두 배 감소. 속도 줄이면 사람이 보이고, 안전 운전하면 내가 보인다는데….

2019-01-21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탈원전보다 탈화전(火電)이 먼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세먼지 농도부터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20일 아침 필자가 사는 동네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66㎍/㎥(이하 단위 생략), 초미세 먼지(PM2.5)는 48이었다. 미세먼지는 '보통', 초미세먼지는 '나쁨'이다. 대지는 안개에 갇힌 듯했다. 이날 미세먼지가 '보통'이라지만 우리나라 기준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미세먼지 권고치로 20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아침도 WHO 권고치를 세 배 이상 넘긴 셈이다. 초미세먼지는 더하다. WHO의 권고치 10을 무려 5배 가까이 웃돌았다.미세먼지야말로 침묵의 살인자다. 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지난주 초처럼 '매우 나쁨' 농도의 미세먼지에 1시간 노출되는 것은 담배 연기를 84분 흡입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미세먼지에선 담배 연기 같은 나쁜 냄새만 나지 않을 뿐이다. 뇌졸중의 이유가 되고 폐암과 심근경색을 유발한다.우리나라에서 대기 중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한 해 1만2천 명에 육박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2015년 초미세먼지 연평균인 24.4㎍/㎥에 노출되는 것을 근거로 내놓은 결과다. 2017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더 높아졌다.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회원국 평균 12.5㎍/㎥의 두 배가 넘는다. OECD는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회원국으로 한국을 지목했다.먼지라 이름 붙었지만 사실 '미세먼지'는 먼지가 아니다. 독성 화학물질에 더 가깝다. 공장, 발전소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주요 발생원이어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3분의 2를 이런 화학반응의 결과물로 본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대선 당시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주 초에는 "미세먼지 '나쁨'이 나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도 했다.문제는 말뿐이지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었다. 2016년부터 매년 1~11월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원자력 발전량은 3년 전보다 18.9% 떨어졌다. 반면 석탄은 14%, LNG발전은 26.8%가 늘었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축소됐고, 석탄과 LNG는 확장됐다. 석탄 LNG 등 화력발전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내뿜기 마련이다. LNG 역시 석탄발전보다 적은 양이기는 하나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원전이 미세먼지를 쏟아내는 화력발전으로 대체되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조차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을 겪은 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 보라"고 했을까.안전성이 뒷받침된다면 '원전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최적의 솔류션'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인정한 바 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전 의존도를 낮추라는 권고를 내고 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원전이 아닌 화전이다.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을 그대로 두고 기약 없는 가상의 위협부터 제거하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2019-01-2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두 회고록

대구 출신 언론인으로 박정희 정권의 탄압 때문에 1973년 미국에 망명한 문명자의 회고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99년 국내에서 출간한 회고록으로 1986년 2월, 부정선거에 맞서 마르코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 시민혁명의 현장 기록이다.'값진 물건을 급히 챙겨 탈출하느라 대통령궁은 엉망진창이었다. 한 방에는 알맹이를 미처 꺼내지도 못한 보석 상자가 수북했다. 최고급 향수, 밍크코트가 그득한 옷방과 이멜다의 노래를 녹음한 순금 음반이 나뒹구는 것을 보고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문명자는 1970년대 같은 망명객 신분이던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1983년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한 야당 지도자 아키노가 공항에서 암살되자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대통령 후보로서 시민혁명을 완수했다. 당시 코라손 아키노와 함께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낭궁에 일착으로 들어가 직접 목격한 것을 회고록에 담은 것이다.그런데 이후 반전은 놀랍다. '3천 켤레의 구두를 남기고 하와이로 도망간 이멜다는 당당하게 다시 돌아왔고, 아키노의 딸과 이멜다의 아들이 결혼하면서 사돈이 됐다. 하원의원이 된 이멜다가 의사당을 누비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런 희극이 또 있을까 싶다.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두 차례나 재판 출석을 거부한 그가 단골 골프장에서 종종 목격됐다는 폭로 때문이다. 또 건강 때문에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해명에 체납 지방세 징수팀이 가택수색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린 일이나 "남편은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이순자 씨의 발언도 공분을 샀다.'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골프' 논란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알아들어도 2, 3분 지나면 까먹어서 기억을 못하고 이빨도 하루 열 번 넘게 닦는 상태'라는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있을까.

2019-01-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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