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최경철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 칼럼] 대통령의 안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구속·수감된 지 900일 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서울 강남의 성모병원으로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재임 중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뒤 법정에 출두할 때 이따금 안경을 착용했고 병원에 입원한 이날도 안경을 썼다.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안경을 쓴 사람은 거의 없다. 짧은 기간 재임했던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비교적 긴 임기를 가졌던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안경을 쓰기도 했지만 원래 모습은 나안(裸眼)이었다.안경 안 쓴 대통령 후보들이 대다수였기에 역대 대선 과정에서는 '안경의 저주'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안경을 착용했던 대선 후보들은 어김없이 패(敗)하는 경우가 많았던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국가 경영의 꿈을 키웠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대표적인 '안경의 저주'에 해당된다. 안경을 쓰지 않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결, 이른바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도 그 징크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19대 대선에서 승리, 청와대로 들어온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졌다. '안경의 저주'에 한 번 휘말렸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19대 대선에서는 안경 안 쓴 안철수 후보 등을 꺾고 무난히 승리, 안경 징크스를 깼다.대통령의 안경 얘기를 꺼내놓은 것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시각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기자가 봐 온 문 대통령의 '인격과 품성'을 감안할 때 사모펀드 등 숱한 의혹에 휩싸인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눈에 들지 않는' 후보자가 분명하다. 지명 철회 의견이 응답자의 과반을 넘긴 조사 결과가 셀 수 없을 정도였는데도 문 대통령은 여기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의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직원이 주식·펀드 투자 경험을 묻자 "일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평생 예·적금 외에 주식이나 펀드는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던 것이다.판매 직원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을 묻자 문 대통령은 '높은 수준'에 체크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숱하게 많은 투자 정보를 들었을 터. 변호사였으니 각종 사건 수임 과정에서 금융 지식도 쌓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융상품을 모를 리 없다.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 생애에 걸친 금융 장바구니에는 주식·펀드가 없었다. 이자가 미리 정해져 있는 예·적금과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수익률에 대해 '맹렬한 집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주식·펀드가 혹여 탐욕의 세상·천민자본주의의 세계로 자신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경계심의 발동 때문이 아니었을까?문 대통령은 이런 기준을 세우고 살아왔건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재직 때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가족 펀드를 만들었다는 의심도 받으면서 위선자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관대한 것일까?야당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대통령의 안경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지금 바로 고쳐 써야 되는 것이 아닌지?

2019-09-18 19:39:33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조국의 수신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는 공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덕률로 과거는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개인의 도덕적 정진은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전자가 완성되면 후자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해석이다. 주자학을 종교의 반열에 올렸던 조선 유학자들은 이를 맹종했다.그러나 일본 에도(江戶)시대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조선 같으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됐을 '혁명적' 해석을 내놓았다. 야마가 소오코(山鹿素行) 같은 학자는 "몸을 닦는 것 한가지로써 천하의 일을 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단지 몸을 닦는 것은 근본이고 기틀이며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자동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다.정약용도 감탄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런 해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믿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며 또 백성을 편안케 하는 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그 나머지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민(安民)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도구적 합리성은 마침내 안민(安民)을 위해서는 '더러운 일'도 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 "군주(君主)된 이는 설령 도리(道理)에 벗어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레닌도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은 궂은 사업이다. 흰 장갑을 끼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란 말인가'쯤 되겠다. 오규 소라이의 말처럼 수신제가를 잘하면 곧바로 치국평천하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치국평천하의 '도구'로써 수신제가의 가치는 현대에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조국은 자격이 없다.

2019-09-18 19:24:43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약속 지킨(?) 文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1 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야당 대표의 삭발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황 대표를 삭발하게 한 장본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가 처음으로 삭발하게 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지켰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약속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지킨 분야는 경제다.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악화한 경제지표들을 줄줄이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겨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달나라에 산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다.서울 한복판에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와 인공기를 외벽에 그려 넣은 '북한식 주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것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이를 본 주민이 관할 구청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평화 쇼' 탓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압권(壓卷)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결격 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한 바람에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파탄 지경이다.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국민이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나. 부인은 기소, 5촌 조카는 구속, 딸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자리를 지킨 장관이 있었던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힘을 합쳐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선사하고 있다.국민은 어느 정권 때보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 바란다.

2019-09-18 06:30:00

[관풍루] 조국,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거나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며 "억측이나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조국,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거나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며 "억측이나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그동안의 '표리부동'부터 해소하고 할 말.○…국민은 살기 어렵다 난리인데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달나라 대통령'이란 말, 청와대엔 전달되지 않는 모양.○…지난해 '9·19 합의' 후 1년간 북,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신형 무기 4종 세트 완성하며 남한 방공망 무력화. '소대가리' 소리 참아가며 이룬 평화의 산물(?).

2019-09-18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도산대교를 보고 싶다

세계문화유산 도산서원(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을 가 본 사람은 시사단(試士壇)의 모습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도산서원에서 낙동강 건너 서 있는 시사단(도산면 의촌리)은 주변 풍경과 어울려 운치를 뽐낸다. 시사단은 조선 정조 임금이 1792년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도산별과를 시행한 것을 기념해 1796년 세운 비각이다.도산서원에서 시사단에 한번 올라가 보려고 승용차를 타고 나선 적이 있다. 시사단에 대한 내비게이션 안내가 되지 않아 약간의 지리적 지식으로 나섰지만 퇴계종택~이육사박물관~원천교를 지나 원천리를 헤매다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도산서원에서 눈앞에 보이는 곳을 내비게이션으로도 못 찾아간단 말인가. 속으로 웃음이 나와 모니터가 큰 데스크톱으로 지도 검색을 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안동시내에서 시사단을 가려면 35번 국도를 따라 와룡면 소재지까지 간 뒤 933번 지방도와 예안면 소재지를 거치는 935번 지방도를 따라 돌고 돌아야 한다.역사적으로 한 몸인 도산서원과 시사단은 1974년 안동댐 준공으로 쉬이 오갈 수 없는 이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때는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었지만, 안동~임하댐 도수로 연결로 댐의 수위가 안정되면서 이제 배로만 바로 갈 수 있다.시사단 인근인 예안면 부포리에서 끊긴 935번 지방도를 도산면 분천리까지 연장하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도산대교가 만들어지면 935번 지방도는 강 건너 35번 국도와 연결된다.안동 출신 김명호 경북도의원이 얼마 전 도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안동댐 건설로 갈라진 도산면과 예안면을 잇는 도산대교를 가설하자"고 했다.935번 지방도를 연장하는 도산대교 건설 계획은 경상북도가 이미 2003년 확정한 사업이다. 2009년에는 착공 예산까지 배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어떤 이유로 이 사업이 중단된 채 표류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동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관광객 입장에서 도산대교의 필요성을 느낀다.하물며 안동 시민들의 불편은 오죽할까. 도산면 의촌리 주민들은 지금도 직선거리 2.72㎞밖에 안 되는 면사무소를 43.8㎞나 돌아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안동이 지닌 최고의 자산은 문화유산이다. 도산서원 일대에는 유교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한국국학진흥원, 선비문화수련원 등 경북인의 정체성을 배우고 느끼는 현대적인 교육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더불어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관광 시설을 2020년 준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기자는 1990년대 초반 취미 삼아 낚시를 다니면서 안동댐 일대의 형편없는 도로 사정을 체험했다. 그때 선착장에서 배로 이동하면서 곧 다리가 놓일 것으로 여겼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는 다리가 없다.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 영암군을 교량으로 잇는 바다 위 도로를 떠올려보며 다시금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낙후를 실감한다.안동댐 실향민들의 애환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안동의 문화유산이 바다가 아닌 강물에 단절됐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2019-09-18 06:30:00

[관풍루] 조국 일가 줄 소환 앞두고 조국의 법무부 피의사실 공표 막겠다며 공보 준칙 강화 시도

○…조국 일가 줄 소환 앞두고 조국의 법무부 피의사실 공표 막겠다며 공보 준칙 강화 시도. '피의사실 공표도 언론의 자유 범위 안'이라 트윗하던 그분은 딴사람(?).○…미·일 자유무역협정 타결되면 한국 수출 제조기업엔 직격탄, 한국 무역수지 최대 275억달러 축소 우려. '사이다' 같은 경제 뉴스에 현상금이라도 걸어야 할 판.○…지난 6월 북 핵탄두 20~30개로 추산했던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 이후 10개 늘어난 30~40개로 추산한 다음 보고서 준비. '한반도 운전자' 믿다 큰코다칠라.

2019-09-17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검찰청 앞 꽃은 시들고

'정의를 위해 싸워주세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이런 검찰 응원의 문구와 함께 여러 색의 장미를 비롯한 색색의 꽃들과 수갑이 놓여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 모양이다. 아마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쏟아진 뭇 의혹을 시원스레 밝혀주길 바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꽃이리라.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에 따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과 국회 청문회 이후 지난 9일 취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조 장관은 사람들 입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놓인 꽃이니 검찰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또 과연 꽃에 담긴 마음처럼 정의를 위해 검찰이 싸울지도 관심이다.검찰은 일찍 검찰 깃발의 다섯 막대의 한 가운데에 정의를 뜻하는 가장 긴 뾰족 칼을 세웠다. 누굴 위한 정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경험상 그 칼은 주로 가진 자, 힘 있는 소수를 위한 요술 방망이다. 반대편에 버려진 다수의 아픔을 달래려 휘둔 일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나 영상물에서 주로 나올 뿐이다.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올 7월 분석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주년 누적 판매량 최고의 책'에서 9위에 오른 사실은 한국인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조차 한국의 많은 판매량에 놀랐다니 우리 현실이 정의와는 거리가 먼지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삼권분립의 역사 속 나라 권력자의 검찰 길들이기와 검찰의 정치화는 익히 보고 배운 터라 이번 윤 총장의 검찰 역시 비록 정의롭지 못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과 지난날의 오욕의 역사를 보면 조 장관과 검찰이 서로 통하는 바가 여럿인 만큼 때가 되면 길들이고 길들여질 듯하다.늘 지지를 보내는 대통령과 그를 등에 업은 조 장관이나 이에 맞선 검찰의 힘겨루기 모양새는 국민에게 영화나 영상에서처럼 숱한 의혹의 진실 규명과 정의의 환상을 갖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되지 않는 선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꽃으로 응원한 사람들이 이를 잊을까 걱정이다. 꽃은 시들지만 현실의 더 큰 권력은 힘을 가진 동안은 시들지도 않고 더욱 냉혹하다는 사실을 알면 덜 실망할 텐데.

2019-09-17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반조(反趙)와 반조(反曺)

조광조의 첫 관직은 조지서(造紙署) 사지(司紙)였다. 종이를 만들고 관리하는 하급 관리다. 진사시를 거쳤지만 아직 문과를 통과하지 않았고 음서도 아닌 그가 34세에 종6품 벼슬을 받은 것은 이조판서 안당(安塘)의 발탁 때문이다. 성균관 유생 중 조광조와 김식 등 신진사류가 함께 특채됐다.하지만 조광조는 이런 '조행'(操行) 천거를 마뜩잖게 여겼다. 품행 등 평판에 기초한 천거를 말한다. 당시 그는 소학을 늘 몸에 지니고 애독했는데 중종반정 공신 등 실권을 쥔 소인배들은 '모름지기 소학을 열심히 읽으라. 사지의 공명이 절로 온다네'(一部小學須勤讀 司紙功名自然來)라며 비꼬았다. 그러나 곧 알성시에 급제해 성균관 전적(典籍)으로 승진했고 이어 사간원 정언(正言)과 경연시독관을 겸임하며 중종의 신임을 얻는다.언관으로서 조광조의 첫 소임은 반정 공신인 대사간 이행, 대사헌 권민수의 파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행 등이 상소한 사람을 도리어 탄핵하고 언로를 막아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는 게 파직 주청의 명분이었다. 빗대자면 감사원의 하급 공무원이 대통령 면전에서 직속상관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구한 격이다. 조광조는 집안 단속을 잘못한 하인을 심하게 나무라던 스승 김굉필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군자의 사기(辭氣)는 조심하는 게 옳습니다'며 직언할 정도였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조광조의 도학정치에 귀가 솔깃했던 중종은 한 달 사이에 네 번이나 승차시킬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 출사 3년도 안 돼 당상관이 된 그의 사례가 얼마나 파격이었으면 실록에 사관이 견해를 남길 정도다. 그런 조광조의 개혁 정치도 훈구파와의 대립과 반목이 깊어지고 홍경주·남곤 등의 모함으로 파국을 맞는다. 개혁과 반개혁의 피 튀기는 정쟁이 기묘사화라는 결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1519년, 조광조는 사사됐다. 꼭 500년 전의 일이다.요즘 우리 정국의 소용돌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이 국민 심기를 크게 어지럽혔다. 장관이 되자마자 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무리한 개혁 행보도 논란을 불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하루가 멀다하고 조 장관 파면을 요구하면서 정국이 온통 '조국 블랙홀'에 빨려드는 처지다. 마치 청산과 개혁의 대상이 된 훈구파의 반조(反趙)와 지금의 반조(反曺) 저항이 묘하게 치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역사에 보이듯 조광조의 개혁 정치는 중도에서 꺾였다. 못나서가 아니라 그의 창이 기득권 세력의 두터운 방패를 뚫지 못해서다. 혁신과 수구의 틈바구니에 낀 중종의 환멸과 변심도 한몫했다. 지금의 우리 국민처럼 말이다.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은 얼마만큼 조국의 검찰개혁을 납득하고 동조할까.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을 제 입맛대로 뜯어고치고 바꾸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자칫 엉뚱한 결말을 낳는다.오늘부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다. 만약 조국 장관 파면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의 힘겨루기 판을 벌인다면 국민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국회가 되도록 여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조광조는 '군자소인지론'에서 '큰 간신은 충신 같고, 큰 탐관은 청백리 같다'고 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누가 군자이고 소인배인지 정확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희박한 쪽이 간신이고 탐관이다. 여야 모두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2019-09-17 06:30:00

[관풍루]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내일 개회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내일 개회. 4년간 법안 처리 비율이 고작 27.9%로 낙제점인데 최종 시험에서 좋은 성적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대북 강경파 존 볼턴 경질한 트럼프 미 대통령 이번 주 새 국가안보보좌관 임명. 의견 다르면 눈 깜빡 않고 참모 내치고, 돈 앞에 동맹도 "언제 봤냐"는 트럼프식 계산법?○…식약처, A형간염 급증은 조개젓이 주범으로 바이러스 검출된 10개 제품 중 9개가 중국산 확인. 간염 조개젓에다 다른 한쪽은 방사능 수산물이니 완전 샌드위치.

2019-09-16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최부잣집 정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자가 서민들의 존경을 받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나마 선진국의 상류층들은 재산과 권력만 누리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도덕적인 의식이나 수준 또한 높다. 그러나 한국의 가진 자들은 부귀(富貴)에만 목숨을 걸고 그 대물림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도 못하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전 재산을 기부해 제주도의 기근을 해소한 거상 김만덕, 모든 가산을 정리해 만주로 집단 망명했던 안동의 독립운동가들이 그 좋은 본보기이다. 특히 만석꾼의 재산을 자랑했던 영남 제일의 부자 '경주 최부잣집'처럼 한 가계가 수백 년에 걸쳐 부를 유지하면서도 존경과 칭송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가훈을 대를 이어 실천해 온 집안이다.때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고, 더러는 사회봉사와 구휼을 위해 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썼으며, 마지막으로 조국의 광복과 후학 양성 및 문화 창달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 그래서 탐관오리와 부자들이 타도의 대상이던 동학 농민 봉기의 거센 물결에도, 6·25 전쟁 전후 빨치산의 부잣집 습격에서도 최부잣집은 아무 탈이 없었다.'경주 최부자 500년의 신화'라는 책을 쓴 저자는 "최부잣집의 숭고한 정신과 그 후손들의 조상에 대한 자긍심은 새로운 씨앗이 되고 뿌리와 줄기와 잎이 되어 언젠가는 다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최부잣집은 막을 내렸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후손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최 총장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외아들을 퇴사시키고 해병대에 보낸 사람이다. 그는 자신과 대학에 닥칠 커다란 불이익을 예상하면서도 살아 있는 권력자들의 회유와 협박에 저항했다. 부귀를 대물림하기 위해 특권과 반칙, 편법과 꼼수, 탈법과 위법을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거짓과 위선으로 일관해온 사람들과는 격이 다르다. 최부잣집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

2019-09-16 06:30:00

정창룡 논설주간

[매일칼럼] 공정과 정의가 사라진 나라

추석 민심은 조국 법무부 장관 편이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인 곳에선 어김없이 탄식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조국 사태'로 두 동강 난 '나라 꼴'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이 땅에 정의가 남아 있긴 하냐며 자조했다.나라 꼴을 이렇게 만든 주역은 '공정'과 '정의'를 말해 온 조국 자신이다. 추석 민심이 끓어 오른 것은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이중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에게서 이를 실천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반면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려 한 흔적은 넘쳐 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레 늘어놓았던 그다.'선친이 했다'던 딸의 출생신고는 사흘도 안 돼 자신이 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장상을 준 적이 없다'고 폭로했던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겐 '위임해 준 것'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다. 그의 부인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이사로 있던 웅동학원이 관련 소송에서 한 번도 변론을 않아 패소를 자초한 일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가족 사모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의 사업 수주와 투자 유치 과정은 의혹투성이다. 해외로 달아났던 펀드의 핵심 5촌 조카는 버젓이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온갖 거짓과 불법 의혹을 두고 윤석열의 검찰이 그와 그 가족을 정조준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두고 정치 검찰의 부활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번 추석, 국민 관심은 '검찰 개혁' 이 아니라, 오롯이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거머쥔 조국과 그 가족'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었다. 검찰 개혁 설문조사(SBS) 결과 '조 장관이 검찰 개혁 적임자여서 잘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8.9%에 불과했다. 국민은 더 이상 자신의 말대로 만신창이가 된 조 장관이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검찰 개혁의 적임자란 명분을 내세워 임명됐는데 개혁을 할 수 없다면 법무부장관으로 자격도 사라진다.윤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가져 달라'고 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네 편 내 편에 따라 다른 잣대를 주문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제기된 의혹과 공정의 문제를 깡그리 무시하며 대통령이 임명했을 때 국민은 이 정부의 자랑거리이던 공정과 정의가 스스로 부정되는 것을 목도했다.공정과 정의가 사라진 나라에서 조국은 살아 펄펄 뛰는 권력이다. '공정한 법질서를 만들겠다'는 등의 공허한 수사를 제외하면 그런 권력자의 취임 일성이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였다.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과 달리 검사 인사권은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다. 그의 과거 행태로 보면 그가 말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부를 의식해서라는 의심은 자연스럽다. 취임 이틀 만에 내놓은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 활성화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이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도 공교롭다.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조 장관의 말은 놀랍지도 않다.조국은 그렇게 공정과 정의의 화신이 아닌 '내로남불'과 '유체 이탈 화법'의 대가가 됐다. 그가 그 자리에 머무는 한 '공정' '평등' '정의'는 한낱 물거품일 뿐이다.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쯤에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그게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2019-09-16 06:30:00

[관풍루] 법무차관 "총장 뺀 조국 독립 수사팀 만들자"며 검찰 간부에 제안했다가 퇴짜

○…법무차관 "총장 뺀 조국 독립 수사팀 만들자"며 검찰 간부에 제안했다가 퇴짜. 말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면서 '윤석열 왕따' 공작이라니 뒤가 구려도 많이 구린 모양.○…일본 환경장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출 외에 방법 없다" 발언해 큰 논란. 수출규제에다 언론의 혐한 조장, 방사능 오염수까지 해만 끼치는 '민폐' 국가.○…'가이드 폭행'으로 제명된 예천군 의회 전 의원 2명, 11일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하겠다" 밝혀 빈축. 웬만하면 사과하고 소송 비용이라도 아끼는 게 상책인데….

2019-09-12 06:30:00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으로부터 '희망사다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고부] 국민을 새로 뽑으세요

2차 대전 후 동독을 손에 넣은 스탈린과 동독 권력자 발터 울브리히트의 목표는 '동독의 소비에트화'였다. 이를 위해 1945년 토지개혁을 단행했고 1946년 중반까지 동독 내 주요 공장의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했다. 구 독일국방군(Wehmacht)의 '전격전' 같은 속도였으나 엄청난 부작용을 몰고 왔다.토지개혁은 수확기와 작물 파종기인 9월에 단행돼 수확량 격감을 불러왔다. 국유화는 소련이 전쟁 배상금으로 가동 중인 공장의 절반인 400개를 소련으로 빼돌린 것과 맞물려 많은 노동자들을 '백수'로 만들었다. 인민은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1961년까지 서독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겠다면서 더 많은 노동을 강요했다.그러나 동독의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인민의 생활도 더 비참해졌다. 그러자 인민이 폭발했다. 1953년 6월 17일 울브리히트 등 동독 지도부의 총사퇴, 자유선거 등을 요구하는 인민 봉기가 동베를린과 동독 400개 도시를 휩쓸었다. 이에 대한 동독 정부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인민들에 실망했다." 이에 동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분기탱천해 '인민을 다시 뽑으라'는 시를 썼다. 제목은 '해결 방법'(Solution)."6월 17일 인민봉기 뒤/ 작가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주도록 했다/ 거기에는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것은 오직 더 많은 노동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고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여권과 지지 세력이 환호성을 지른다. "조 장관은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 "개인적 모욕과 모멸을 견뎌낸 것은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감당하기 위해서" "검찰이 쏜 네이팜탄을 뚫고 법무장관 취임한 조국 위해 폭탄주 한잔 말겠다" 등등. 구 동독 정권의 "인민들에 실망했다"보다 더한 국민 조롱이다. 하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부터 국민 조롱이니 놀랍지도 않다.그래서 '강추'한다. 브레히트의 제안대로 국민을 다시 뽑으라고 말이다. 그러면 조롱하느라 입 아플 일도 없을 것이다. 조롱할 대상이 없어 심심한 게 아쉽긴 하지만.

2019-09-12 06:30:00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칼럼] 잊지 않으려면…

"그X들이 얼매나 독한 놈들인지 몰라. 쇠붙이란 쇠붙이는 숟가락 몽뎅이 하나까지 싹 다 뺏어 가버렸잖아. 우리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어른들은 참말로 기가 막혔을 거라. 집에 솥이 몇 개 있어도 밥 하는 거 하나, 쇠죽 끓이는 거 하나씩만 남겨 놓고 다 떼어 가버렸으니까. 솥뚜껑은 아예 다 뺏어 가버리고. 솥뚜껑을 마당에 내다 놓고 뚜드려서 깨버리니까 환장하는 거지. 그래 놓고 그걸 지들이 실어 가는 것도 아니라. 솥 뺏긴 사람들이 지게에 지고 읍내로 갖다 주기까지 해야 하는 기라. 숟가락이야 나무로 다듬어서 먹었지만 솥뚜껑이 없으니 밥은 우예 하고 쇠죽은 우예 끓이노. 나무로 밥솥 뚜껑을 만들어 덮으니 밥이 끓기만 하면 뚜껑이 휘딱 벗겨져 달아나버리는 거라. 쇠죽 쑤는 솥에는 가마니를 덮어서 안 끓였나."추석 아래 조상님들 산소 벌초를 하고 성묘도 할 겸 숙부님들을 모시고 산으로 가는 길, 두 분이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주거니받거니 옛날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하셨다. 당신들 유년시절 얘기를 하시다가 어느새 일제강점기 후반부 어디쯤으로 빠져버리더니, 한참 동안 그 어름을 맴돌았다."밥솥만 있으면 뭐해. 밥을 해 먹을 쌀이 있어야제. 공출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별로 이미 물량을 다 정해 놓는 거라. 그래 놓고는 가을 되면 싹 들고 가버리니까, 도대체 먹고살 수가 있나. 집 안에 숨겨 놨다가 들키면 경을 치고 쌀은 쌀대로 뺏기거든. 그래서 채소밭에다 막 묻어 놓고는 했어."두 분 뛰놀던 산기슭 가까이를 지날 때쯤엔 할아버지 징용당해 가시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저기 저 산에 나무하러 가셨던 아버지가 멧돼지 새끼 잡아 오신 거 기억나는가. 그때가 아버지 북해도 징용 가시기 닷새 전인가 그랬는데, 저 앞산에 가시더니 멧돼지 새끼 한 마리를 지게에 올려 지고 오셨대. 그거 한 마리 삶아 드시고 징용 가셨지. 북해도에서 정말 죽을 고생을 하셨던가 봐. 해방되고 그 다음 해에 돌아오시대. 3년 만이었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해서 (피해자) 신고도 못했는데, 그걸로 보상(배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하대. 그거 참말인강?"요즘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사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이야기이다. 잊고 지냈는데 내 할아버지도 생전 언젠가 북해도 '다녀 왔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징용이나 공출이라는 사건들이 내 할아버지와 숙부님들, 그리고 함께 살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거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고, 강제징용 배상이 어떻고, 개인의 청구권이 어떻고 할 때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그 이야기들을 내 집안 내 조상의 일화로 들으니 감회가 달랐다.내 할아버지는 벌써 세상을 뜨셨지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숙부님 같은 분들의 시간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일제의 그런 만행에 대해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사라지겠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우리 민족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도 어느새 잊히고 말겠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늘날까지 왜 그렇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게 되겠지.이번 추석 나이 드신 어른들이 계신 집안이라면 그분들께 졸라 이런 얘기도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자식들에게도 전해 주고…. 잊지 않으려면 말이다.

2019-09-11 17:28:12

[관풍루] 산자부 "백색국가에서 일본 제외하는 내용의 고시 조만간 내겠다" 밝히자 일본 "자의적 보복 조치" 항의

○…산자부 "백색국가에서 일본 제외하는 내용의 고시 조만간 내겠다" 밝히자 일본 "자의적 보복 조치" 항의. 상대에게 침 뱉었으면 자신도 침 맞을 각오는 하는 게 당연하지.○…유승민 의원,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두고 "다시는 정의를 말하지 말라" 비판. 입으로만 들먹이는 정의는 지체된 정의처럼 정의가 아니라는 그런 얘기.○…구미 경실련, '왕산광장' 명칭 변경 관련해 "장세용 시장이 먼저 바꾸라고 지시하고는 민원 핑계" 주장. 이름 하나에 판 뒤바뀌는 세상인데 시장실은 한가한 모양?

2019-09-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억지 편 가르기

나라를 구한 서애 류성룡은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숨진 날 관직에서 쫓겨났다. 류성룡이 천거한 이순신과 선조가 믿고 나라를 맡긴 류성룡은 임진왜란에서 선조를 도와 전쟁 승리를 이끌었다.임란 승리의 두 영웅이 받든 선조는 과연 왕다웠나. 아무래도 '아니다'이다. 그는 나라나 백성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치사한 짓'을 더 저질렀다. 재임(1567~1608) 42년에 24차례의 정치 술수로 신하를 시험했으니 말이다. 그가 애용한 정치 술수는 형식의 차이는 있으나 내용은 비슷하다. 바로 왕 자리를 내놓고 세자 광해군에게 물려주겠다는 뻔한, 너무나 속이 보이는 명령이다. 선위(禪位), 섭정(攝政), 전위(傳位) 등 표현만 달랐을 뿐이다.1.7년에 한 번꼴 소동은 불안한 정치적 입지나 전쟁 책임 추궁 등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하의 충성 시험을 위한 꼼수였다. 소동이 임란 때만 22차례여서 전쟁에도 오직 권력에만 관심이던 선조의 민낯을 보게 된다. 전쟁도 버거운데 신하는 끊임없이 왕의 편에 서야 했고 충성심을 강요당해야만 했다.정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술수는 광복 이후에도 흔했다. 특히 군사 정부에서 잦았던 간첩단 조작 사건, 북한을 끌어들여 선거 등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북풍'(北風)도 민심의 억지 편 가르기 사례였다.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보면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순수성과 과연 대통령다운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적잖다. 남북 문제를 비롯해 한일 및 한미 관계, 부처 장관 임명 등이 그렇다.남북 관계는 처음엔 국민이 반길 만했지만 이젠 나머지 사례처럼 되레 민심의 분열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런 민심 분열의 편 가르기는 마치 뒷 파도가 앞 파도를 덮치듯 잇따라 멈추지 않으니 정권 유지용 지지층 결집 전략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국민은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없다.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면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더욱 분명하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거스른 데 따른 어수선함을 덮을 또 다른 편 가르기의 큰일을 터뜨릴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과 여당, 조 장관 입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터질 일이 연극 속이라면 재미라도 있겠지만 실제 상황이라 마음은 벌써 답답하다.

2019-09-11 06:30:00

조국(1965~), 제갈량(181~234, 왼쪽 아래), 양수(175~219).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백면서생 조국·제갈량·양수

삼국지연의는 백면서생(白面書生)들의 흥망성쇠를 빼면 완성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유비, 조조, 손권 같은 영웅들의 지근거리에 그들이 있었다.백면서생은 '희고 고운 얼굴에 글만 읽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풋내기'를 뜻한다. 그런데 풋내기도 여러가지다. 풋내기에 머무른 선비가 있고, 명군사·명재상이 된 인재도 있다.삼국지연의에서 흥(興)하고 성(盛)한 백면서생의 대표는 촉나라의 제갈량이다.제갈량은 유비가 3차례 찾아가 초빙(삼고초려)하기 전까지, 중원의 변방 형주에서나 이름난 선비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갈량은 유비군에 합류하자마자 군 지휘권을 부여 받아 수많은 승리를 거뒀다. 또 촉나라에서는 행정을 총괄하는 승상을 맡아 국가를 강소국으로 만든 것은 물론, 대국 위나라를 끊임없이 위협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제갈량은 젊은 시절 남다른 백면서생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한 선비가 아니라, 예컨대 '천하삼분의 계' 같은 '비전'을 연구·제안·실천해 결국 현실(위, 촉, 오 성립)로 만든 선비라는 것.삼국지연의에서 망(亡)하고 쇠(衰)한 백면서생의 대표는 위나라의 양수다.양수도 젊은 시절 천재로 소문이 났다. 언변이 특히 그랬는데, 머리가 민첩하게 잘 돌아갔다는 얘기다. 또한 대대로 삼공(태사, 태부, 태보 등 최고위 대신 3개 직위)을 낸 명문가 출신이기도 했다. 젊을 때 어쨌건 백수였던 제갈량과 달리 양수는 일찍이부터 조정의 벼슬을 했다. 그래서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조조가 일찌감치 능력을 알아보고 가까이 뒀다.양수는 그런 조조에게 죽임을 당했다. 정사에 따르면 군기 누설죄가 이유였는데, 연의에는 '계륵'(닭의 갈비) 사건이 양수의 죽음을 부른 것으로 나온다. 한중에서 유비군과 대치하던 조조군 진영. 부하가 암호를 무엇으로 할 지 묻자 조조는 저녁으로 먹은 국 그릇에 담긴 계륵을 보고 "계륵이다"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를 양수가 전해 듣고는 '철수 준비'라고 해석해 지시를 내렸는데, 이게 군의 사기를 흔들었다며 조조가 양수의 목을 자른 것이다.사실 양수는 조조로부터 미움을 하나 둘 적립하고 있었다. 재기 넘치는 생각이 많긴 한데, 입에만 담아둔 채 묵묵히 실천하면 좋았을 것도 바로바로 내뱉으며 미움을 샀다. 결국 업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꽤 똑똑했던 풋내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법학자 출신 백면서생 조국은 어느 쪽일까?문재인 대통령이 초빙해 첫 공직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고위직을 맡은 점은 제갈량의 첫 등장과 비슷하다. '법무검찰개혁'(검찰개혁 내지는 사법개혁)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고 그걸 자신을 알아 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해 정치적 동지가 된 점도, 제갈량과 유비가 삼고초려에 이어 '수어지교'(水魚之交, 매우 친밀하게 사귀어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의 연을 맺은 사례와 얼추 닮았다.그런데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의 법무검찰개혁이 연구·제안에 이어 실천 및 현실화로까지 잘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 '알 수 없음'은 왠지 모르게 '어려움'으로 읽힌다. 가령 백면서생(경제학자, 고려대 교수) 출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데다 정치적 힘도 얻지 못하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남은 상황이다.즉, 백면서생들이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무수한 '말'(그리고 그걸 기록한 '글') 밖에 없게 된다. 참 말 많던 양수처럼 말이다. 역시 참 많은 말을 남긴(특히 트위터로) 조국 장관은 혹여 양수의 운명을 따라갈 지 아닐 지의 기로에 일단 섰다.

2019-09-11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현장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시각과 전망] 조국(曺國) 방성대곡(放聲大哭)

조국(曺國)의 주군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祖國)을 삼키니 5천만 형제가 어찌 소리치지 않겠소. 조국(曺國)과 문 대통령을 맹종하는 이도 있소만 양식 있고 소리 없는 다수 국민들은 분노하고 짜증스럽게 되었으니, 어찌 곡하며 분노하지 아니하겠소.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합법의 탈을 쓰고 사실상 범법자(앞으로 밝혀지겠지만)인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앉히는 위정자의 뻔뻔함에 아연실색해질 뿐이오.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일부 극렬층의 맹목적인 지지를 받은 이들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을 줄 알았소. '옳지 않소' '이쯤에서 제발 접으시오'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너희들은 떠들어대라며 본체만체하고 지나갔소. 대한의 국민들은 조국(曺國)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노리개가 되었소.문과 조국 사단은 경제는 거덜내고, 외교는 고립무원시키고, 나라는 양분시켰소. 안보는 무장해제시키고, 야당을 겁박하고, 국민들에겐 여론조사를 핑계로 공갈몰이를 하고 있소.또 자기편이라 여기던 청년학생들의 꿈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소. 후진들이여 이제 공부는 하지 마시오. 다음 생에는 조국 같은 부모를 만나 부모가 만들어주는 스펙을 받아먹으면서 손쉽게 원하는 대학을 가시오.이번 조국 사태를 대하는 문 대통령과 호위무사 그룹,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의 열성 지지자들이 행한 행동과 말들을 보면서 대한의 국민들은 얼마나 생각 없고, 위험한 집단을 위정자와 국가 운영 패당으로 선택했는지를 뼈저리게 그리고 사무치게 실감해야만 하오.조국에 대한 저들의 '옹호짓거리'를 보노라면 마치 집단 최면에 빠진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는 것 같소.꿈에서 깨어보니 불과 2년 반 만에 문과 조국 사단의 왜곡되고 편협한 운동권식 정치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되었소.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소.그러나 대한의 형제들이여 행여 분노를 멈추고 나의 한마디 말을 들어보시오. 대체로 오늘날 나라의 형편이 이와 같이 되었으니 어찌 남 탓만 하겠소.나라가 완전히 거덜나기 전에 저들의 실체가 온 국민에게 알려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오. 백번을 생각하여도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방법은 선량한 다수 국민의 지혜로움밖에 없으니, 두 눈을 부릅떠야 하오.국민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했는데도 말없이 눈을 감으면 희망이 없소. 혹세무민하는 좌파들의 말솜씨에 놀아나지 말고 그들의 민낯에 침을 뱉는 용기를 가져야 하오. 알고만 있어도 안 되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야 하오. 위정자들을 향한 포효와 채찍질이 긴요한 것이오.현란한 화술을 구사하던 좌파 위선자들의 가면(假面)도 이번에 함께 벗겨졌소. 그들을 추종했던 청년 세대는 그들이 얼마나 이중적인 인간인지 알게 됐소. 품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에게 지식인이란 한낱 사악한 흉기와 같음을 국민들에게 깨우쳐 주었소. 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떠들어대던 작가·지식인들이 조국을 편드는 모습은 한 편의 부조리극을 잘 보여주었소. 그것은 국민의 존재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고 모든 소통이 붕괴할 때 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소.통곡하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비분강개하며 돌팔매질을 못해도 좋소.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시오. 후일에 부끄럽지 않게 또 우리 후손들이 고통받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오.그래도 국민들을 믿소. 우리의 양식 있고 현명한 민심은 조국(曺國)은 내팽개쳐도 조국(祖國)을 튼실히 지킬 것이라고.

2019-09-10 18:12:22

황교안(1957~), 원소(?~20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반문반조연대와 반동탁연합군

조국 정국이 보수 통합의 계기가 될 지에 보수우파의 관심이 향하고 있다. 9월 1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 정치권에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회복을 위한 국민연대'(이하 반문반조(반 문재인, 반 조국)연대)를 제안해서다.간단히 말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우파가 뭉쳐 문재인 정권과 한판 붙자는 것이다.그런데 황교안 대표의 발언 당일 바른미래당의 중심에 있는 유승민 국회의원이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며칠 생각하지도 않고 '단박에' 협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속단할 수는 없겠으나,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반문반조연대는 평범한 보수는 물론 극우와 부동층의 지지까지 그러모을 수 있다. 이는 이미 조국 찬성 대 조국 반대라는 틀로 윤곽이 잡힌 바 있다.이에 조국 법무부 장관 및 문재인 대통령 반대자들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반동탁연합군'을 떠올릴만하다. 한나라 왕실을 장악하고 폭정을 일삼던 '동탁'을 역적으로 규정, 타도를 외치며 전국에서 모인 군대를 가리킨다. 조조와 유비 등 훗날 유명해지는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활약하는 무대가 바로 반동탁연합군이다.그리고 주목할 인물이 있다. 바로 반동탁연합군 총대장 원소다. 동맹 결성 과정에서 맹주로 추대됐다. 당시 원소의 세력은 꽤 컸다. 반동탁연합군에 참여한 조조, 손권의 아버지 손견, 유비 모두 세력이 보잘것없던 시기다.이걸 현재로 가져와 비유해 보면, 가장 큰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표이자, 반문반조연대를 제안하며 가장 먼저 '선빵'을 날린, 황교안 대표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동탁은 권력자 하진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았는데, 원소는 하진과의 인연으로 조정에 들어가 벼슬을 한 인물이다. 구도만 따지면 전 정권을 무너뜨린 현 정권을 다시 무너뜨리고자 하는 게 닮았다. 유승민 의원이 즉각 협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밝히는 등 결성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점도 반문반조연대와 반동탁연합군이 비슷하다.다만 반문반조연대가 아예 보수 정당 통합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반동탁연합군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결성 될 때부터 해체될 운명도 동반했기 때문이다. 사실 황건적의 난, 십상시의 난, 동탁의 폭정 등 혼란기가 이어지자 독립적으로 힘을 기른 군벌들은 가장 큰 적 동탁을 물리치고자 협력했을 뿐, 동탁을 제거한 후에는 재빨리 흩어져 서로를 경쟁 상대로 삼았다. 이미 쇠락할대로 쇠락한 한나라 왕실의 부흥은 유비 정도에게 말고는 요원한 일이었다.즉, 반동탁연합군의 목표는 동탁 타도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반문반조연대의 진짜 목표로 7개월 뒤 총선에서의 보수의 승리가 언급된다. 실은 갈라진 보수 야당들은 총선 준비를 위해 다시 보수층을 결집시킬 구실을 만들어야 했는데, 장관 임명 강행으로까지 이어진 조국 정국 만큼 좋은 명분이 없다는 해석이다.그래서 반문반조연대가 내년 총선 즈음까지는 보수 승리를 위한 연대 체제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 누가 관우(정사에서는 손견)가 돼 동탁군 화웅의 목을 베는 전공을 올릴 지, 즉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두각을 드러낼 지 등의 내부 경쟁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물론 김칫국부터 마실 일은 아니다. 우선 반문반조연대가 어떻게 결성되는지, 혹여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지부터 지켜볼 일이다.

2019-09-10 17:27:50

[관풍루] '미투'로 유명세 탄 서지현 검사, 조국 법무부 장관 주변 검찰 수사 두고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 든다" 비판

○…'미투'로 유명세 탄 서지현 검사, 조국 법무부 장관 주변 검찰 수사 두고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 든다" 비판. 이야말로 정치적이란 생각은 안 해봐서 몰라.○…KDI는 '6개월째 경기 부진' 경고하고, 한경연은 '올 성장률 1.9% 그친다'며 암울한 한국 경제 전망 내놔. '정치 놀음' 하느라 '경제 썩는 것'은 뒷전.○…건보공단, 고령화·문재인 케어로 올해 건강보험 적자 4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누적 적립금' 곶감 빼먹듯 빼 쓰면 남은 임기 동안은 만사형통이니.

2019-09-1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막 하자는' 文대통령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민심(民心)을 거스른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고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여론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은 사람을, 더욱이 부인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마당에 그것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宣戰布告)와 다름없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장관 임명을 두고 장고(長考)했다고 청와대는 포장했지만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이 문 대통령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는 물론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도 문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조국 임명을 통해 '한 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는' 문 대통령 스타일이 다시 드러났다. 일단 생각을 굳히면 바꾸지 않고, 어떤 사안이든 결정하면 끝까지 가는 문 대통령의 고집은 반일(反日), 북한,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인사까지 국정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무리 결격 논란이 있고 야당은 물론 국민이 반대해도 '내 사람'은 무조건 임명한 탓에 5년 임기 반환점이 돌기도 전에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2명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를 훨씬 넘어 '독선적 코드 인사'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한 지인은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을 '잘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과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국을, 국민 저항을 통해 정권까지 '똘똘말이'로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대통령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고, 이 에너지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내년 총선 승리와 차기 집권 도모 차원에서 지지 진영만을 끌어안으려 '조국 장관 카드'를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처사는 대통령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다. 장관 임명으로 '조국 사태'가 끝나기는커녕 국민 반발로 '문재인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갈수록 혼돈으로 치닫는 이 나라가 걱정이다.

2019-09-10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세풍] 신라의 달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1949년 가수 현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가요 '신라의 달밤'은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며 '경주'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되었다. 그러나 그 안팎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천년고도 경주'를 상징하는 노래로서 품격과 내용을 갖췄는지에 대해 마뜩잖은 시선을 건네는 사람들도 많다.우선은 이 가요의 탄생을 둘러싼 군국주의의 눅진한 체취 때문이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 말 악극단의 무대공연에서 이국 풍경을 표현하던 춤과 노래였다는 분석이 있다. 원곡은 '인도의 달밤'이었는데 작사가 조명암이 월북하면서 '신라의 달밤'이라는 제목과 노랫말로 대신했다는 주장도 있다.'신라의 달밤' 노래 한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친일 이력도 께끄름하다. 게다가 가수 현인이 경주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데다, 노랫말 또한 천년왕국 신라의 정서를 대변하기에는 너무도 무미건조하다. 일본서 성악을 전공한 가수의 독특한 창법도 경주의 내면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른바 '조폭영화'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 개봉한 '신라의 달밤'도 시답잖기는 마찬가지다.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고교생들이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에서 화끈한 패싸움을 벌였다. 당시 동창생이던 특별한 두 남자가 10년 후 우연히 경주에서 재회하게 된다. 모범생 친구는 지능적인 조폭이 되었고, 싸움 짱이던 녀석은 체육교사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이 한 여자를 놓고 벌이게 되는 사랑과 우정의 코믹 액션이 그 내용이다. 이런 한 영화의 제목이 왜 하필이면 '신라의 달밤'인가?영화를 애써 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신라의 달밤이 이런 경박한 정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천년 세월의 흥망성쇠가 스며 있는 무궁한 문화유산의 보고 경주의 달밤이 아닌가. 달밤에 대한 미학적 접근도 그렇다.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서정적인 공간으로 탄생한 이 땅의 달밤은 신라 향가에서 종교적 심미감과 형이상학적 중량감을 보탰다.경주가 낳은 작가 김동리는 수필에서 '보름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하고 슬프고 유감한 것'이라며 보름달의 고전적인 완전미와 조화적인 충족감을 찬양했다. 전성기 신라의 달밤이 그랬을 것이다. 신라의 달밤에는 영지못가에서 탑(塔) 그림자를 찾는 순정의 아사녀가 있었고, '달빛 아래 밤드리 노니다가 돌아와 다리가 넷인 것을 보고' 오히려 춤을 추는 처용의 파격도 있었다.무엇보다도 경주의 달밤에는 불국정토를 지향했던 신라인들의 고차원적 세계관과 풍류와 원융의 인생관이 흠뻑 배어 있다. 유불선이 공존했던 신라의 달밤은 청정과 광명, 유현과 적막의 정서에다 개방과 포용, 도전과 혁신의 정신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런 신라의 달밤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 그나마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가 그 초승달을 띄운 것이라면 이제 반달로 키우고 원만구족한 보름달로 가꿔야 한다.새로 등장한 경주호의 선장이 각별한 의지를 가졌다면 신라왕경 복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지금이 풍요로운 신라의 달밤을 재현할 호기이다. 황룡사와 에밀레종, 불상과 석탑 그리고 금관과 토기를 비추던 달빛은 어디로 갔는가. 화랑 관창과 김유신 장군, 원효와 혜초 스님, 선덕여왕과 무열왕, 장보고와 최치원이 그리던 달을 되살려야 한다. 경주는 한국 문화의 근간이다. 올 추석 한가위 달을 바라보며 '신라의 달밤'을 어떻게 수놓을 것인가를 고민하자.

2019-09-10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믿는 도끼'의 배신

미국 연방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지명 때 최우선 고려 사항은 '코드' 즉 이념적 성향이다. 사법부를 최대한 대통령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의 의중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명으로 1953년 대법원장이 된 얼 워런이다.아이젠하워는 그를 지명하면서 "오늘날 연방대법원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검사 출신인 데다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3번이나 역임한 정통 '공화당 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믿는 도끼'로 알았던 것이다.그러나 워런은 대법원장이 된 후 아이젠하워의 '발등'을 찍었다. 피의자를 체포할 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告知)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 돈 없는 형사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기드온 판결', 공립학교에서의 흑백분리는 위헌이라는 '브라운 판결' 등 진보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아이젠하워는 퇴임 후 "그를 지명한 것은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후회했는데 그럴 만했다.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해리 블랙먼 대법관도 그랬다. '절친'인 당시 워런 버거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지명을 받은 그는 '무난한 보수파'로 평가받았다. 이런 평가대로 임기 초반에는 역시 보수파였던 버거 대법원장과 의견 일치 비율이 87.5%에 이를 정도로 '궁합'을 잘 맞췄다.그러나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블랙먼은 지명자의 희망과 반대로 갔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여성의 낙태권 제한은 위헌이라는 1973년 판결이다. 이를 보면서 닉슨도 아이젠하워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윤석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6일 밤 기소했다. 공소시효(7년) 만료 시한이 이날 밤 12시임을 감안해도 '전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치라고 했으니. 지금쯤 문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와 같은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9-09-09 06:30:00

[관풍루] 구미·울진·상주 관급공사에서 '조국 사모펀드 관련 가로등 업체가 40건 수주' 보도에 각 지자체 당혹

○…구미·울진·상주 관급공사에서 '조국 사모펀드 관련 가로등 업체가 40건 수주' 보도에 각 지자체 당혹. '하늘의 별따기' 관급공사 무려 40건 따냈다면 그야말로 운수대통.○…청와대, 검찰이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부인 전격 기소하자 "미쳐 날뛰는 늑대처럼" 등 험한 말 쏟아내며 맹비난. '살아있는 권력' 건드렸으니 욕부터 한 사발?○…'북한 17개국 해킹해 2조4천억원 탈취하고 한국이 10건 피해로 최다' 내용의 유엔 안보리 보고서 공개. 대북제재 때문에 돈줄 막히자 두더지 수법으로 연명 중.

2019-09-09 06:30:00

윤석열(1960~), 사마의(179~251).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시사 삼국지] 윤석열과 사마의

삼국지연의에서 위나라의 조조가 발탁한 사마의는 조조가 죽은 데 이어 그 아들 조비도 죽은 직후, 촉나라의 마속이 구사한 유언비어 책략 때문에 한직으로 쫓겨난다.(정사에는 없는 얘기이긴 하다.)그런데 이후 촉나라의 북벌에 위나라가 크게 패하자 조비의 후계자 조예가 불러 촉나라와 대치한 전선으로 간다. 우선 한 일은 마속을 패배시킨 것이다. 때문에 마속은 그 유명한 '읍참'을 당한다.(읍참마속) 그런 다음 결국 제갈량도 물리친다.촉나라의 수차례 북벌을 막아낸 사마의는, 그러나 조예가 세상을 떠나자 또 다시 실각한다. 조예의 어린 후계자 조방의 가까운 친척이자 후견인을 자처한 조상과의 권력 다툼에서 져서다.이에 사마의는 쿠데타(고평릉 사변)를 일으켜 정권을 잡는다. 사후 그의 권력은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에게 이어졌고, 결국 사마소의 아들이자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이 조씨의 위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건국하게 된다.주목할 부분이 있다. 사마의는 평생에 걸쳐 권력 투쟁을 한 인물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충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다. 조조는 등용은 했으나 인물됨을 미리 알아보곤 늘 경계했고, 조비도 아버지가 해 준 "신하가 될 사람이 아니니 필시 집안일에 관여할 것"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아 퍽 가까이 하지도 너무 멀리 하지도 않았으며, 조예는 끊임없이 침공해오는 촉나라 탓에 능력이 필요해 기용한 셈인데다, 조상은 아예 정적으로 삼았다.삼국지연의 후반이 촉나라 대표 신하 제갈량 대 위나라 대표 신하 사마의의 대결 구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사마의는 위나라의 조씨들을 위해 싸운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게 촉나라와 오나라에 역으로 도움이 된 것도 아니다. 종국에는 위, 촉, 오 다 멸망했다. 사마씨의 진만 남았다.요즘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사마의와 닮았다는 해석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마의가 사마 가문의 원대한 가업인 진나라 건국의 기반을 닦았듯이, 윤석열도 지금 검찰 조직을 보다 굳건히 하는데 매진할 뿐이라는 얘기다.윤석열은 뼛속까지 검사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말은 그래서 "누구에게도 충성도 하지 않겠다"는 말로는 치환할 수 없게 된다. 사람 말고 다른 게 있다. 사마의는 그저 자기 가문에 충성했을 뿐이고, 윤석열도 수십년 일하며 소속감 내지는 애착을 갖게 된 검찰 조직에 충성하고 있을 뿐인 게 아닐까. 사마의는 가문이 잘 되길 바랐고, 윤석열도 검찰이 잘 되길 바라며.그래서였을까. 사마의는 한직에 쫓겨나 있을 때에도 위나라를 떠나지 않고 남아 훗날을 기약했다. 윤석열도 박근혜 정권 때 지청장에서 검사로, 군대로 치면 '강등'으로도 비유할 수 있을 '좌천'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검찰을 떠나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하지는 않았다.삼국지연의를 읽으면 제갈량이 촉나라의 충신이라고 해서 라이벌인 사마의도 그와 비슷한 사명을 지녔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비슷하게도, 사람들은 윤석열에 대해 '자신이 몸 담은 조직에 칼을 대는' 검찰개혁에 한몫할 사람이라고 착각했을 수 있다. 검찰개혁을 내세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검찰 수사를 두고, 진보에서는 "배신자"라고 욕하고 반대로 보수에서는 "일 잘한다"고 박수까지도 치지만, 잘못 짚은 것일 수 있다.

2019-09-08 16:44:39

김교영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

"우리는 2016년의 대한민국을 기억한다. 시간이 흘렀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인 정비는 미흡하고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는 무너지지 않는 듯하다…(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물론) 고위 공직자 자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라. 이러한 사태가 과연 이번 후보자만의 문제겠는가. 이미 존재하는 그들의 카르텔에 대한 전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8월 26일 발표한 경북대총학생회 성명)준엄한 경고다. 이 성명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이화여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풍자도 곱씹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더니, 우리는 그냥 평생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라는 거냐." 이는 조 후보자가 2012년 트위터에 올린 글에 대한 비판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에 빗대어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청년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우여곡절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의혹은 풀리지 않았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대통령은 임명을 고심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진영 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세대와 계층 간의 간극도 크다.조국을 둘러싼 의혹은 청년과 서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 불법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내면 된다. 하지만 청년과 서민의 절망과 분노는 어쩔 건가. 조국 사태는 '정의' '공정' '평등'에 대한 기대를 짓뭉개버렸다. 가진 자의 기득권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나 도긴개긴"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법이 아니면 특혜를 누려도 상관 없다는 이기심이 세상을 지배할까 두렵다.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들만의 리그'의 연작이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자녀 입시비리 및 취업청탁 ▷논문표절 ▷탈세 등은 청문회 세트 메뉴다. 청문위원으로 후보자를 이런 의혹으로 공격하던 사람이, 훗날 후보자가 돼 같은 의혹으로 추궁을 받는 부조리를 너무 많이 봤다.사회 여론을 이끈다는 지식인과 유력 인사들은 또 어떤가. 낮에는 재벌과 부자들을 비판하면서, 밤에는 자신의 이익 궁리에 바쁘다. 이런 아수라판 속에서 서민과 약자들은 아등바등 살고 있다.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으로 세분했다. 경제자본은 부동산, 현금 등을 말한다. 문화자본은 가정교육과 가정환경으로 획득한 일체의 것을 뜻한다. 사회자본은 인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총체다. 이들은 따로지만, 상승작용을 해 자본을 확대한다. 부르디외의 이론은 부의 세습, 소득 양극화,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및 건강 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최근 출간된 '20 vs 80의 사회'가 회자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가 쓴 이 책은 한국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는 미국 사회 20%인 중·상류층이 대입·부동산·인턴제도 등을 중심으로 '기회 사재기'를 통해 불평등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신도 20%에 속한다고 한 저자는 "(중·상류층이) 이기심을 희생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한다.조국 사태는 큰 숙제를 안겼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로남불은 적폐다. '내 안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이 열린다.

2019-09-08 14:15:11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벌초 단상

성석제의 소설 '처삼촌 묘 벌초하기'는 처가 문중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을 속담과 관련된 일화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형상화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문중 어른들과 선산을 둘러보겠다는 처남의 전화를 받고 처가 직계 자손인 처삼촌 묘를 구슬땀을 흘려가며 벌초를 했다. 하지만 선산 방문을 뒤로 미룬다는 처남의 전화에 허탈감에 빠진 채 몸살로 드러눕는다.'처삼촌 묘 벌초하듯'이란 속담이 있다. '일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마지못해 건성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처가는커녕 자기 집안 조상들의 산소 벌초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세태가 되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마뜩잖아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우선 우거진 산림을 헤치고 산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농사일에 문외한인 젊은 세대들은 풀베기조차 낯설다. 예초기가 보급되었지만 조작이 서툴고 사고 위험성도 높다. 벌에 쏘이기 쉽고, 뱀에 물릴 수도 있다. 이래저래 다치거나 풀숲에서 얻은 감염성 질환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번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절기상 처서가 지나 풀의 성장이 멈추는 추석 전 보름간은 벌초의 적기이다. 추석 성묘를 위해서도 벌초는 필요하다. 하지만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이 국민적 풍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야가 변했고, 장례문화가 변했고, 후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세상만사 주변 환경과 시절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짙은 산림에서 풍수지리를 논하기도 곤란하고, 도로변 전답을 죄다 무덤으로 만들 수도 없다. 조상들도 귀한 후손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낫질도 못하는 신세대에게 산중 벌초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벌초는 물론 제사와 전래의 풍습에도 그다지 호감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교적인 이유도 없지 않다. 이제는 매장보다 화장이 대세이다. 인생의 육체적인 결말은 한 줌의 흙이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상의 묘소 또한 예외가 아닐 듯하다.

2019-09-07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가을 태풍

지구 곳곳의 열대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 매년 수차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타이푼(태풍)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미국 동부지역에 큰 피해를 내는 열대저기압을 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태풍은 북서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1981년 이후 지난 30년간 연평균 25.6개가 발생해 동남·동북아시아에 큰 피해를 내고 있다. 발생 빈도로 보면 8월(평균 5.9개)이 가장 높고 9월과 10월, 7월, 6월 순이다.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다. 태풍은 필리핀과 대만 또는 남중국해로 곧장 진행하거나 도중에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꾸는데 이럴 때는 우리나라가 그 영향권에 든다. 6~7월에 발생하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의 경우 5호 태풍 '다나스'가 7월 20일 전남 진도 서쪽 해상에 접근했고, 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8월 6일 부산을 통과해 2개의 여름 태풍이 닥쳐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올해 발생한 태풍은 6일 현재 모두 14개다. 14호 태풍 '가지키'는 3일 베트남 다낭 부근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이미 소멸했다. 하지만 제13호 태풍 '링링'은 세력을 계속 키우며 우리나라로 접근 중이다. 7일 오전 목포 서쪽 해상에 접근해 서해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2010년 9월 곤파스의 경로와 비슷해 기상청은 강풍 피해에 대한 주의와 함께 "기록적인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그동안 한반도를 강타한 여러 태풍 가운데 초가을에 닥친 '가을 태풍'은 매섭다 못해 공포심을 주었다. 1959년 9월 17일 849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사라를 비롯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가 대표적이다. 9월 필리핀·대만 인근 해수 온도가 27℃ 이상으로 태풍 발달에 최적의 조건인 데다 북태평양 기단의 힘이 약해지면서 태풍 이동 경로에 한반도가 놓여 큰 피해를 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한 대비와 주의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9-09-06 06:30:00

[관풍루]서울대 총학생회 "새로운 의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다"며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서울대 총학생회 "새로운 의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다"며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 해소 못한 것 없다'던 청와대 발표는 가짜뉴스(?).○…조국 가족 증인 채택 없는 때늦은 하루짜리 청문회 합의 두고 한국당 또 내분. '떠났다'던 버스가 돌아왔는데 탈까 말까 다투다 또 놓칠라.○…경북도 항공정책 자문회의, 대구경북 미래 좌우할 통합신공항은 장기적으로 허브공항 염두에 두고 계획 세워야. 다 좋은데 일단 지을 땅부터 결정하고.

2019-09-06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그래서, 당신은 내려놓겠습니까?

얼마 전 신간 중에서 한눈에 호기심을 잡아끄는 제목을 발견했다. '20 vs 80의 사회'란 제목의 책에는 '상위 20%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는 리처드 리브스는 이 책에서 불평등 문제의 분석 범위를 좀 더 넓혔다. 2011년 9월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하라 시위가 촉발한 '1대 99'의 구도가 아니라, 능력 본위 사회에서 경쟁의 이름으로 포장된 특권을 누리고 사는 20% 중·상류층의 기득권 강화에서 기인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특권의 수혜를 당연한 듯 누리는 중·상류층의 교육과 양육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사실 새삼스러운 분석은 아니다. 국경을 막론하고 의사 집안에서 의사 나고, 교사 집안에서 교사 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보고 배운 생활 문화, 언어 습관, 태도 등 양육·교육 환경이 인생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탓이다. 여기에다 비슷한 수준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는 이것들을 따로 보면 사소해 보이는 많은 '작은 선택'(미시적 선호)들이 누적돼 생기는 결과로 풀이했다.그는 여기에다 좀 더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부의 격차가 과연 불공정한 행위없이 가능했던가 하는 의문을 던진 것이다. 특히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디까지 이득을 제공해도 좋은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파고들었다.저자는 20대 80이라는 경제적 부를 중심으로 갈라진 현대 신계급사회에서 중·상류층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만 득이 되도록 은연중에 시장을 조작하고 있다며 '기회 사재기'(opportunity holding)를 지적했다. 그는 "나조차 예외가 아니다"며 특히 ▷부동산 ▷입시 ▷취업 인턴 3가지를 기회 사재기의 대표적 요소로 꼽았다.남의 나라 사정이지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점점 심화돼가는 불평등 속, 좁디좁은 '기회'를 두고 이를 차지하는 자와 빼앗긴 자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하다.게다가 한국의 부모들 역시 자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투자와 희생도 아끼지 않기로 세계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다. 소위 도덕적이고 진보적이라는 이들조차 자신의 자녀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하고, 전문직을 가져야 하며, 집안 좋은 우수한 인재와 결혼하길 바라는 소망을 내려놓지 못해 전전긍긍한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든 성취가 온전히 부모와 자녀의 온당한 재능과 노력뿐이었을까? 고의든 아니든 각종 인맥과 연줄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 그리고 불공정한 카르텔이 만들어낸 도덕적 해이라는 틈새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이쯤 되면 아마 많은 독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를 떠올릴 것이다. 이미 수많은 의혹 제기와 말들이 보태져 실체조차 헷갈리는 지금의 시점에 어설픈 사견 하나를 더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태가 지금껏 간과되던 '사소한 불평등'을 되돌아보고 바로잡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시작부터 불평등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당신과 내가 해야 할 일은 운동장을 기울게 만들고 있는 그 수많은 힘 중 타인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스스로도 포함돼 있지 않은가 곰곰이 성찰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긴 책의 끝에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해법은 모두 '작은 양보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당신은 내려놓겠습니까?

2019-09-05 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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