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마이 맥이기'는커녕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선거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내세운 구호다.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든 이 구호 덕분에 권 후보는 95만여 표를 얻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이장(里長)의 명대사 "뭘 좀 마이 맥여야지"에서 보듯 먹고사는 문제는 모든 것에 앞선다.1분위(하위 20%) 가구의 2018년 4분기 월평균 소득이 123만8천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와 달리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자영업 경영 악화를 불러온 탓이다.소득주도성장 주창자였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재산이 1년 6개월 만에 10억9천만원 증가한 104억원에 달했다. 장 전 실장은 재산이 늘어난 이유로 본인 및 배우자의 급여투자 수익 증가, 토지·건물 가격 상승 등이라고 밝혔다. 장 전 실장처럼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0.4% 증가했다. 불평등을 해소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20년50년 집권론을 넘어 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왔다. 비핵화가 빠진 남북한 화해 이벤트, 세금을 동원한 '표퓰리즘' 정책 이 두 가지로 집권 세력은 100년 집권을 노리고 있다.'마이 맥이기'는커녕 서민 살림살이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100년 집권을 들먹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진 데 대해 반성하고, 잘못된 정책을 뜯어고치는 게 순리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이 내세운 선거 구호를 집권 세력은 염두에 두기 바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2019-02-2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어느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보름의 으뜸으로, 한가위 대보름과 쌍벽이다. 특히 어릴 적 언 손을 불며 들판에서 뛰놀며 하던 쥐불놀이와 멀리서 봤던 달집태우기 연기와 불꽃은 정월 대보름에 절로 떠오르는 정경이다. 손꼽아 기다려 소원을 빌거나, 기리는 이들도 많은 정겨운 날이다.경북 군위군 효령면 고곡리 월리봉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이곳의 천제는 1876년 할아버지(이규용) 때부터 손자(이세우)까지 3대(代)를 이어 군위 마을지(誌)에 오를 만큼 소문이 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9일 정월 대보름,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 물론 대구향교도 이날 대보름 기원제로 대구 발전과 시민의 안녕, 풍요를 바랐다.그런데 대구에는 이와 좀 다른 일이 있다. 대구의 향토 역사 특히 대구의 독립운동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마음속 정월 대보름이 그렇다. 이들에게 이날은 다른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밤 깊도록 눈이 펑펑 내리던 1915년 정월 대보름, 대구 앞산(대덕산) 안일암에서 몰래 이뤄진 비밀결사 결성을 기리는 일이다.바로 조선국권회복단이다. 일제 감시를 피하느라 시(詩) 짓는 모임, 시회를 가장해 한 해 첫 보름날 안일암에서 대구의 윤상태(회복단 통령) 등 전국 여러 지사(志士)들이 만든 단체다. 이 모임은 6개월 뒤 7월 보름, 달성공원에서 박상진 단원과 우재룡 등 독립투사들의 빛나는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 탄생의 연결 고리가 됐다.필자도 지난해 광복회 대구지부의 '대구독립운동사' 발간 작업에 낀 덕에 이런 안일암과 달성공원 사연을 알았다. 이를 인연 삼아 눈이 올 정월 대보름을 손꼽으며 옛 지사들이 걸었을, 알 수 없는 숲길도 답사했다. 그러나 정성이 모자란 탓인지 예보와 달리 눈 대신 비로 안일암 결사의 흔적을 더듬는 옛길 걷기는 미뤄야만 했다.올해는 안일암 결사가 일제의 촘촘한 감시망과 밀고(密告) 그물에 걸려 1919년 3월 만세운동 뒤 들켜 조직이 무너진 지 100년이다. 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안일암 결사 길을 걷지 못한 일이 그래서 더욱 아쉽다. 내년 정월 대보름, 눈을 바라고 싶지만 이는 하늘의 일이라 그저 속으로 빌 뿐이다.

2019-02-22 06:30:00

[관풍루] 文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사업에 기꺼이 역할을 떠맡고 부담을 하겠다고 자신

○…문 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사업에 기꺼이 역할을 떠맡고 부담을 하겠다고 자신. 소득주도성장으로 가진 건 돈뿐이고, 없으면 거두면 되고….○…야당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청와대 대변인 '그건 체크 리스트이니 먹칠을 하지 말라'고 항변. 이젠 '내로남불'에다 색깔론까지 등장시켰구먼!○…대구 목욕탕 80% 이상이 소방시설 열악한 안전 사각지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으려면 목욕탕 갈 때 소화기라도 짊어지고 가야 하나?

2019-02-22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아사히글라스와 검찰

'아사히이김', '연대로힘생김'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난데없는 문자 해고 통보를 받고 3년 8개월을 싸워 온 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이하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SNS 등을 통해 김을 팔고 후원금을 모아 간신히 투쟁을 이어왔다. 그게 아사히이'김'이다.이들이 드디어 큰 고비였던 검찰 '기소'를 얻어내며 하나의 '이김'을 맞았다. 검찰은 지난 15일 사건을 맡은 지 1년 5개월 만에 원청업체인 아사히글라스와 인력을 공급하던 하청업체, 그리고 두 회사 사장을 '파견근로자 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해고자들이 길바닥에서 한겨울 추위를 넘긴 것이 네 번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약자의 편에서 불법을 처벌해야 할 위치에 선 검찰은 수수방관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왜 이렇게까지 기소를 미루는 것인지 수소문해봐도 "답하기 힘들다" "말조차 꺼내지 마라"고만 했다.당초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해고자들의 고발에 따라 위법 사항을 꼼꼼히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고자 전원을 직접 고용할 것과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한 것이 2017년 8월의 일이다.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해고자들이 항소하고 지난해 5월 대구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리자 이번에는 지난해 수사를 완료하고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결국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 의견'을 받아들고서야 9개월 만에 겨우 기소했다. 아사히글라스 측 법률 대리인은 '법률 지존'이라 불리는 '김앤장'이었다.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당시 근로조사관은 5천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검찰로 넘겼다. 여기에는 100쪽이 넘는 분량의 조사관이 직접 쓴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회사 측의 불법 증거가 차고도 넘쳤다는 해고자 측 주장이다.검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해고 노동자들은 피가 말랐다. 3년 8개월 동안 생업에 나서지 못하고 투쟁해 온 이들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다. 해고자 178명 중 대다수가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 떠나고 이제 23명만이 남아 투쟁 중이다.이들의 죄(?)는 노조를 결성한 것이었다.차 지회장은 "노조 결성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아사히글라스 측에서 우리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만 '내일은 하루 쉬라'고 한 뒤 쉬는 날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로 달려갔지만 아사히글라스 앞에는 100명에 달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었다"고 했다. 아직도 23명은 회사 안에 그들의 짐이 그대로 남아 있다.검찰은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국가의 명을 받은 이들이다.하지만 현실에서의 검찰은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다수다. 툭하면 검찰을 둘러싼 비리가 터지고, 국민으로부터 뿌리 깊은 불신을 받는 이유다.이번 사안 역시 검찰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끈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국민은 말로만 외치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치우침 없이 냉엄한 판단을 내리는 검찰을 원한다. 판단을 내리기 힘들 때는 '과연 누구를 위해 검찰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출발해보라.

2019-02-21 15:50:28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노익장(老益壯)

평생 책이나 들여다보고 낚시질만 하다가 아내까지 가출한 강태공이 주(周)나라 무왕을 도와 천하를 평정하고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것은 칠십이 넘어서였다. 중국 역사상 노익장의 원조 격이다. '노익장'(老益壯)이란 고사성어의 유래는 후한(後漢) 광무제 때 대장군 마원(馬援)의 얘기에서 비롯되었다. 마원은 원래 죄수를 압송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한번은 불쌍한 죄수들을 모두 풀어주고 북방으로 달아났다.후일 광무제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 마원은 62세에 군대를 이끌고 반란군 진압과 흉노 토벌로 큰 공을 세웠다. 그가 평소에 한 말이 '대장부는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고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窮當益堅 老當益壯)'는 것이었다.전국시대 조나라의 백전노장 염파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나라 장군 황충 또한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노익장으로 꼽힌다.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고구려 제20대 장수왕도 위대한 노익장이다. 80년에 이르는 재위 기간 동안 한반도 안의 주권국가로서는 최대 판도의 강역(疆域)을 이루고 98세에 눈을 감았다. 일본 전국시대의 마지막 패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노익장의 칭호가 결코 부끄럽지 않다. 오사카성을 함락시키고 도요토미 집안을 완전히 멸망시킨 후 에도막부를 열었을 때는 칠십이 넘었다.서양 역사의 노익장으로는 60대의 늦은 나이에 베네치아의 도제(최고 지도자)가 된 엔리코 단돌로를 꼽기도 한다. 베네치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인물로 평가되는 그는 80이 넘은 나이에 십자군을 이끌고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최근 미국에서는 여성 노익장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66세의 베테랑 PD인 수잔 지린스키가 주요 방송국인 CBS의 새 회장에 취임한다. 78세의 여성인 낸시 펠로시 의원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 하원의장에 선출됐고, 71세의 여배우 글렌 클로즈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생선가게와 순댓국집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김칠두라는 63세의 남성이 시니어 모델로 데뷔하며 40년 전 청년 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을 보며,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을 더욱 실감한다.

2019-02-2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남북 정상회담 재개로 평화공존 체제 넘어갈 시기"라 강조

○…민주당 이해찬 대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남북 정상회담 재개로 평화공존 체제 넘어갈 시기"라 강조. 서민, 우리부터 가진 자와 평화롭게 공존하게 해주오.○…정부, 20일 부처 합동 1천205곳 공공기관 채용 실태 전수조사 결과 182건 채용 비리 적발. 취업 준비생, 혹 노는 친정부 인사에게 자리 주려는 꼼수는 아니죠?○…고령군, 성주에 이어 경북 김천~경남 거제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전 가세. 도민, 자칫 과열로 역사 설치 반대 논리에 휘말리지 않게 부디 지혜롭게 하소서!

2019-02-21 06:3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반듯한 대통령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입니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고 배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습니다. 자식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 행사. 문 대통령은 자신의 어린 시절 연탄 배달 얘기를 꺼내면서 '대통령 말씀'을 시작했다.대통령 자신도 철없는 어린 시절부터 무시무시한 가난을 겪으면서 커왔는데 자영업·소상공인들도 지금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권면(勸勉)의 의미로 들렸다.어린 마음에 연탄 검댕이 부끄러웠으면서도 '오죽하면 자식에게 일을 시키겠느냐'는 생각으로 창피한 마음을 다잡으며 부모님을 기꺼이 도왔던 이야기. 이 대목에서도 읽어내릴 수 있듯이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이들은 한결같이 문 대통령을 두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평을 한다.문 대통령과 오랜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나이가 일곱 살이나 많은데도 문 대통령에게 반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반듯함'을 높이 샀다.김태우 수사관에 이어 신재민 전 사무관까지 나섰던 폭로, 손혜원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 거래 의혹,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까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에는 숨 돌릴 틈이 없을 만큼 한꺼번에 악재가 찾아왔다. 하지만 여러 곳의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하락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지난해 말부터 여러 돌발 변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국민들과 만나는 대면 접촉 일정을 크게 늘렸다. 대통령의 개인기, 이른바 '반듯한 대통령'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보이면서 위기를 넘어서려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살펴봐야 할 보고서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주는 물론 이번 주에도 매일외부에 공개되는 일정을 소화해낼 만큼 강행군을 하고 있다. 하루에 2개 이상의 공개 일정을 진행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반듯한 대통령은 함정을 만나고 말았다. 지난 13일 고향 부산에서였다.문 대통령이 이날 부산을 찾아 내놓은 이른바 '가덕도 신공항 시사' 발언은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해 정부 국책사업으로 공식 채택된 '김해공항 확장'을 대통령이 뒤집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영남권은 혼란의 소용돌이로 또다시 빠져들었다.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 권력이 제한적이지 않다면 어떠한 지배적 권위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자연 상태'보다 더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통치자의 권력은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것일 뿐, 무적의 칼과 방패는 통치자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에게 신용카드를 맡겼지만 한도 무제한 카드를 준 적이 없다. 반듯한 문 대통령이 이를 몰랐단 말인가? 로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생겼단 말인가?

2019-02-20 11:34:24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빚은 갚아야 하는 것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채무에 해당하는 단어는 모두 '종교적 죄'(sin) 또는 '범죄'(guilt)와 동의어이다. 그리고 이는 화폐라는 단어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한 예로 화폐의 독일어 단어 켈트(Gelt)는 '앙갚음'이라는 뜻의 페르겔퉁(Vergeltung)에서 기원하는데 이 말은 '빚(score) 청산'과 '보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score는 본래 즉시 갚지 못한 것을 수량으로 바꾸어 나무 등에 칼로 베어낸 자국을 뜻하는데 여기서 '외상 빚'이라는 뜻과 '원한' '복수'라는 뜻을 함께 갖게 됐다고 한다.채무와 범죄, 화폐라는 말의 연관성은 일본어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 경제학자 후쿠다 도쿠조(福田德三, 1874-1930)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불(支拂)이라는 개념은 고대 일본의 신도(神道) 제사 때 '죄 씻김'(하라이, 払い)이라는 정화 의식에 기원한다. 당시 신도에서 사회적 책무의 많은 것이 '불결함'(게가레, 穢れ)으로 간주됐고, 이를 '하라이' 하는 것이 개개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는 행위였다는 것이다.('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모든 종교가 그렇듯 정화 의식에는 공물(貢物)을 바쳐야 한다. 죄를 씻으려면 공물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살인 등의 사회적 범죄에도 적용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신 가치 있는 물건이나 화폐를 '지불'하는 것으로 속죄와 보상이 이뤄졌다는 것이 화폐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불결한 것을 털어낸다'고 할 때의 '하라이'와 '지불한다'는 뜻의 '하라이'가 어원상 동일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이런 사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채무는 곧 범죄이고, 범죄(종교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는 반드시 씻어야 하며, 그래야 채무자는 종교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라고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문재인 정부가 취약 계층이 아닌 일반인도 금융권 채무 원금의 최대 70%를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빚은 갚아야 한다'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허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들만 바보로 만드는 꼴이다.

2019-02-20 06:30:00

[관풍루] 민주당,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선고 1심법원 비판

○…민주당,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선고 1심법원 비판. 법조계, 아예 입맛 맞는 판사 배정 입법으로 삼권분립 틀 없애면 될 텐데 뭔 소란이지요.○…여야 5당 원내대표, 19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만남에서도 국회 정상화 방안 합의 실패. 해외 의회, 실컷 싸우고 놀아도 억대 연봉 받는 선진 국회 관광 가세!○…대구 동산병원, 재개발 사업 편입 병원 소유 땅값 3배 비싸게 불러 논란. 주민들, 개발되면 곧 병원 고객이 될 터인데 예비 손님을 이리 푸대접해도 되나요?

2019-02-20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린 부산시장

서울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이 화제다. 화제라기보다는 비판이 주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산경제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가덕도 신공항을 건의하자 "(부산·울산·경남 자체 검증 결과에 대해) 5개 광역단체장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할 것이고,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런 논의를 하느라 사업이 표류하거나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부산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환영 일색이다. 부산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가덕도 신공항이 될지 안 될지 현 단계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산이 고향 출신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야당이 아니라 여당 출신 시장이 말이다.대통령만 곤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향후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엄청난 산고 끝에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 대구공항 통합이전' 정책을 뒤집어엎고 이 정부가 부산 민심을 얻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행한다고 치자. PK를 제외한 전국 여론은 고향 퍼주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란 비판이 고조될 것이다. PK는 외톨이가 된다는 뜻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내놓은 발언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격이다.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결정되면 과연 부산의 민심이 달라질까. 신공항은 앞으로 아무리 빨라도 10년 뒤의 일이다. PK에서 작년 지방선거를 싹쓸이할 때와 지금의 민심이 다른 건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서민들 삶의 질이 팍팍해져서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적폐 정권 때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경제를 살리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의 무능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는데 공항을 건설한다고 해서 부산 시민들이 지지를 보낼까.대통령을 모신 자리에서 부산은 공항 문제를 거론은 해도 답변 요구는 말아야 했다. 예의에도 어긋난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고향으로 달려간 '심성 고운 대통령'이 시장과 경제인들의 거듭된 강요성 질문에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답변을 안 할 도리가 없었다.이명박 정부 때와 박근혜 정부 때 영남권 신공항으로 밀양을 지지한 대구경북은 객관적 평가에서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에 비해 두 번이나 높은 점수를 받고도 버림받았다. 그래도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대통령을 닦달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대구경북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오히려 이들은 분노한 민심을 달랬고, 언론을 설득했다. 그게 광역단체장이 할 일이다.광역단체장은 정부를 공격하고 정치권을 질타해도 대통령이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해둬야 한다.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오거돈 부산시장이 자신의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만 집착한 나머지 부산의 신성장동력을 찾을 기회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된다. 더욱이 고향을 도우려던 대통령과 집권 여당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단체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PK 출신 기자로서 심히 우려스럽다.

2019-02-20 06:30:00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최고의 자영업자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발굴

지난달 매일신문 지면에 '자영업자 희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취재차 만난 자영업자들에게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낙후된 상권에 자리 잡았다는 점과 혼자 일한다는 점이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자영업을 생각한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거나 취업난에 창업을 택했다. 남다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그들에게도 자영업은 '차선책'이었다.수년째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차렸다는 한 자영업자는 "대구는 경쟁이 치열해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일반 직장인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확보된 지금도 그냥 취업하고 회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안 되면 카페나 차려야지'라는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정말 위험한 얘기"라고 했다.지역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전년 대비 3천 명 줄었다. 빚을 내가며 버티는 자영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432조2천억원에 달했다. 일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자영업자 빚 규모는 7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 수수료, 비싼 임대료 탓도 물론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자영업자 인건비 지원, 임대료 인상 폭 제한 등 정부 지원책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지역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경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는 56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5%를 넘는 수치로 일본의 2배 수준이다. 한정된 시장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같은 자영업자 대책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불가피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그런 면에서 대구의 최근 고용지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달 대구 취업자 수가 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천 명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천 명 줄었다. 자영업자 비중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셈이다.취재를 위해 자영업자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중요성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자영업자마저 여전히 취업해서 월급 받는 것이 낫다고 얘기할 만큼 지역 자영업자들이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면 최소한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에서라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자영업자는 극소수다. 최고의 자영업자 지원책은 결국 '경쟁자 제거'(?)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야 지역 청년들도, 자영업자도 웃을 수 있다.

2019-02-19 10:20:24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오기에는 디테일이 못 산다

요즘 손흥민이 상종가다. 이름대로 '흥'하다. 아시안컵 좌절로 프리미어리그에 조기 복귀한 뒤 고작 사흘 쉬고 매 경기 풀타임 선발로 나서 4경기 연속 골망을 흔들었다.리그 3위 성적인 토트넘은 손흥민의 부재에다 핵심 전력의 부상으로 패전을 거듭하며 파장 분위기였다. 그런데 손흥민이 합류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영국 언론과 전문가 입에서 "슈퍼소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챔피언스리그 16강전 홈경기는 손흥민의 가치를 입증한 중요한 경기였다. 도르트문트를 맞아 전반전 내내 수세에 몰렸지만 후반전 초반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고 결국 낙승했다. 매체마다 손흥민을 '게임 체인저'로 치켜세우며 높은 평점을 줬다. 게임의 흐름을 바꾸고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뜻이다.'게임 체인저'는 결과나 판도를 통째로 바꿔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건이나 인물, 물건, 서비스 등을 일컫는 용어다.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도 게임 체인저의 사례는 많다. 고정된 상황이나 판을 뒤흔들어 새 흐름을 만들어내고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도 그렇다. '무역적자=불공정무역'이라는 패러다임을 덧씌워 상대를 압박하고 주도권을 쥐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게임 체인저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과 중국, EU, 캐나다 등에서 들여오는 철강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또 그제 독일·일본산 자동차를 겨냥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 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과 거래하는 무역 상대국에는 거의 카운터펀치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규정까지 끄집어내 게임 판도를 뒤바꾸면 미국 기업의 사정은 확 달라진다. 당장 철강 관세 효과로 미국 철강업체 순이익이 2, 3배 급증한 점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우리의 게임 체인저는 무엇일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과 적폐 청산을 게임 체인저로 봤다. 과거 권력의 부정·불의를 징벌하고, 사회 양극화를 개선한다는 논리다. 그런 국가적 변화가 필요하고 또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성급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정부 정책 방향이 게임 체인저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정부의 논리도 조금 변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치솟자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힌 기업 활동이 계속 가라앉고 재도약의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서다.우리에게는 독일의 '인더스터리 4.0'이나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중장기 전략도 없다. 이런 국가 전략의 부재는 한국 경제가 내외적 변수에 휩쓸려 표류하거나 좌초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위험신호다. 최근 정부가 띄우는 '수소 경제'도 경제성과 기술적 한계 등 논란만 무성하다.무엇보다 우리의 게임 체인저 전략에는 척박한 혁신 환경과 크게 뒤떨어진 정책 디테일이라는 약점이 있다. 여기에서 혁신이 싹트고 정책 효과를 내기란 애초 무리다. 이제는 오기로 버틸 때가 아니다. 거시적인 관점과 긴 호흡으로 국가 전체를 봐야 한다. 게임 체인저로서 새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구호가 아니라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설익은 정책은 과적(過積)과 마찬가지다. 이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2019-02-19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민자 공항의 허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을 한 이후 온통 시끄럽다.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사안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선물'을 주고 싶겠지만, 정부 신뢰성이나 정치 도리 측면에서는 잘못된 행태다.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을 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다. 2015년 5개 시도지사 합의안은 물론이고, 2016년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론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압권이 '가덕도 신공항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설하겠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주장대로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민간투자 공항이 가능할 것인가?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국제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민간 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소규모 공항이나 노후 공항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다. 다만, 부산시가 목표로 하는 '관문공항' 경우에는 영리 위주 운영의 위험성 때문에 민간투자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나고야의 주부(中部)공항은 국비 확보에 실패해 민자가 투자금의 50% 정도 들어가긴 했지만, 나머지는 인근 지방자치단체 등의 출연금이다.흥미로운 것은 외국계 기업이 투자를 하더라도 '민간투자법'에 따라 정부와 부산시가 투자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될 경우 그 손실분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함은 물론이다. 가덕도 신공항 투자비용이 10조~13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부산시는 구체적인 민간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민간투자금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 비용의 30~50%는 부산시 예산, 외자, 지역기업 주주 참여 등으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하는 식이다. 결국 외자는 전체의 절반에 채 미치지 않고, 나머지는 정부에 손을 벌리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철도·고속도로 등 교통수단은 빠져 있다. 결국, 민간투자 공항은 여론 호도용 구호이자 실현 불가능한 결론이 아니겠는가.

2019-02-19 06:30:00

[관풍루] 권영진 대구시장, 당내 일부 국회의원의 5'18 망언에 사과하는 문자를 광주시장에게 발송해 파문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 여성가족부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배포와 관련 '진선미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냐고 힐난. 그건 진 장관이 대통령감이라는 뜻?○…권영진 대구시장, 당내 일부 국회의원의 5·18 망언에 사과하는 문자를 광주시장에게 발송해 파문. 저지르는 자 따로 수습하는 자 따로, '따로한국당'이네!○…전 포항제철소장이 기본 규정과 양심마저 저버린 채 경쟁사인 현대제철 사장으로 간다는 소리에 포항 민심 발끈. 의리도 상도도 없는 배신자 그 이상이군….

2019-02-19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가버나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최근 개봉 영화 '가버나움'의 포스터 카피는 사뭇 충격적이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죄'로 친부모를 고소해 법정에 세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열두 살쯤 된 시리아 난민 소년이다. 출생 기록이 없어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학교도 못 다니며 일만 하면서 힘겹게 살아왔다.막 초경을 시작한 여동생이 동네 슈퍼 주인에게 팔려가는 것을 보고 가출하지만 삶은 여전히 처연했다. 임신한 여동생이 병원도 못 간 채 하혈을 하다가 죽자 슈퍼 주인을 찔러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 면회를 온 엄마는 신의 축복으로 또 동생이 생겼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리고 재판정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저주받은 마을 이름이다. 프랑스어로는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며, 문학적으로는 '혼돈과 기적'을 의미한다. 레바논 출신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는 왜 '가버나움'을 영화 제목으로 썼을까. 본능에만 충실한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호적도 없이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중국에서는 30년간 강행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출생신고 없이 유령처럼 살아온 사람이 1천3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와 병원에 갈 수 없는 것은 물론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직장을 가질 수도 없어 한 동네에만 있는 듯 없는 듯 머물러야 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그제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고 이들에 대한 호적을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가족관계등록법상 부모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우연히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국가가 출생 사실을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부모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투명인간방지법'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이 낳으라고 출산장려금을 쏟아붓는 세태에, 태어나고도 유령처럼 살아가는 인권 사각지대가 있다면 우리 사회 또한 '가버나움'의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19-02-18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가덕도 발언'에 대구경북과 부산 갈등 증폭 조짐

○…문재인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에 대구경북과 부산 갈등이 증폭될 조짐. 말 한마디에 경상도 인심 흉흉한 걸 보면 초대형 설화(舌禍)가 분명하군.○…다음 달 개각 앞두고 대구경북 출신 부처 장관이 없을 가능성 거의 높다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옛시조가 절로 나올 판.○…조원진 의원,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친××'라고 욕설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받아. 어디 국회의원 '품위실추죄'라는 형벌은 없나?

2019-02-18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대통령이 대구공항 이전 한 말씀 하시라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해공항이 포화될 경우에 맞춘 대안 마련 차원에서였다. 김해공항 이용객 수가 215만 명(2005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국토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권 허브공항이 필요하다."명분은 분명했으나 입지를 두고 영남권이 갈라진 것은 유감이다. 대구경북은 경남 밀양을 밀었다. 대구도 경북도 아닌 경남 밀양을 굳이 선택한 것은 부산경남권에 대한 배려였다. 기존 김해공항보다도 훨씬 먼, 바다 건너 가덕도는 애초부터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부산은 무조건 가덕도를 고집했다. 여기엔 부산 신공항과 신항만,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구상을 완성하겠다는 '부산만을 위한' 욕심이 묻어 있었다.아쉽게도 가덕도는 대구경북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공항을 지었는데 현재의 대구공항과 김해공항 체제보다 더 불편해진다면 대구경북민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대구경북은 가덕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부산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지역 갈등은 폭발했다.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수습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갈등이 심해지자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유로 경제성 부족을 들었다. 적자투성이 지방 공항을 또 짓느냐는 수도권론자들의 영남권 공항 무용론도 크게 작용했다.그러나 오늘날 대구공항이나 김해공항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흑자 공항이다. 적자투성이 공항이란 폄훼는 당치 않다. 앞으로 길이 3천500m 이상의 반듯한 활주로가 깔린 공항으로 거듭나면 중장거리 노선이 확충되고, 대형 수송기까지 드나들며 더 큰 날개를 달 것이다.백지화에도 영남인들이 관문공항에 대한 요구를 접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입지 다툼은 여전했다. 또다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2015년 5개 시도지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입지는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토록하고 서로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결정하면 토를 달지 않겠다는 대승적 합의였다.프랑스 파리공항공단용역팀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에 818점, 밀양 665~683점, 가덕도 581~635점을 매겼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채택됐다. 곧이어 대구공항 통합이전안도 나왔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김해신공항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구경북인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받아들였다. 대구공항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마냥 허송세월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구공항은 2018년까지 부지를 확정하고 2023년까지 민간공항과 K-2를 함께 이전하기로 계획했다.정권이 바뀌었다. 대구공항 이전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부지 확정도 못 했다. 그러던 차에 김해공항 확장에 부정적인 대통령의 한마디가 터졌다. 가덕도 공항에 다시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구경북민들에겐 지난 10년간의 악몽을 되살리는 일이다. 가덕도 공항과의 딜을 위해 대구공항 이전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인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와야 한다. "대구공항부터 계획대로 반듯하게 지어라."

2019-02-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수출1호 시(詩) 잇는 할매

'님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님께서 끝내 강을 건너시네/ 강을 건너다 빠져 죽으니/ 님을 어찌하리오.'고조선 시대 작품으로 알려진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다. 한국 가요에서 가장 오래됐고 1천800여 년 전 중국 후한 시대 즈음부터 중국 문인들에게도 알려져 그들의 문집에 소개된 노래다. 이러니 아마 한국 민간 가요로서 수출 1호의 시(詩)로, 오늘날 한류(韓流)의 원조쯤으로 봐도 무난한 작품인 셈이다.그런데 주인공과 노래를 부른 아내의 나이가 흥미롭다. 작품 주인공은 강가에 사는 흰머리 사나이, 즉 삶의 달고 쓴 풍파를 고루 겪었을 백수(白首) 남편이다. 이에 미뤄 이런 기가 막히는 슬픈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아내 역시 가슴 설레던 젊음을 보내고 삶의 뒤안길을 맞은 나이 지긋한 여인이었을 듯하다.우리의 첫 시는 이처럼 세월의 나이를 보낸 흰머리의 어른이 주인공이었고, 노래를 부른 이도 그만한 세월의 무게를 견딘 아내였을 터이다. 그래서일까. 이후 시대와 왕조가 바뀌고 강산이 변해도 세상에 나온 숱한 노래와 시에는 삶의 고비를 굽이굽이 지나온 옛 사람들의 작품이 적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올 들어 설밑에 잇따라 출판된 경북 할머니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시집 두 권도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지난달 출판된 경북 칠곡의 권연이 외 91명 할머니가 다듬은 작품을 담은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와 이달에 나온 김천 이길자 할머니 시인의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는 그런 사례다.경부선 기찻길로 통하는 뭣이 있는가. 두 곳 '할매'의 놀랍고 샘솟는 시의 열정은 감탄할 만하다. 칠곡에서는 지난 2015년 첫 할매 시집 '시가 뭐고?'부터 이번까지 벌써 세 권째다. 김천 이길자 시인 역시 2010년 첫 시집 '홍매화 입술' 이후 3권까지 낸 데 이어 올해 동시집도 냈으니 말이다. '노익장'(老益壯)이다.옛 우리 '할매' 핏속 시심(詩心)이 세월을 넘어 흘러 끊임없이 이어질 길조(吉兆)가 아닐 수 없다.

2019-02-16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표현의 자유

로베르 포리송(1929~2018). 프랑스 리옹 1대학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학자로 1979년 이후 "홀로코스트는 역사적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1990년 홀로코스트 부인을 범죄로 규정한 이후 여러 차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991년 대학에서도 파면됐다.이에 박해받지 않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요청하는 국제적인 탄원서가 작성됐다. 500명이 서명한 이 탄원서에 '존경받는 진보지식인' 놈 촘스키도 친구의 요청으로 서명했다. 프랑스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 그 탄원서를 '촘스키 탄원서'라고 불렀다. 이 일로 촘스키는 '반시온주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수정주의자' '신나치주의자'로 비난받았다.촘스키는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집단적 광기"라거나 "내가 볼 때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합리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런 점에서 탄원서 서명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왜 서명을 했을까. 포리송의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그는 쏟아지는 비난에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를 포함)는 입맛에 맞는 견해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널리 경멸·저주받는 견해라도 표현의 자유는 적극 옹호돼야 한다.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힘센 사람의 의견이나 공적(公敵)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만장일치의 의견은 보호해주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말할 자유의 옹호와 그 말을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임도 분명히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상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촘스키가 자유한국당 의원 3인의 '5·18 폄훼'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이 5·18에 대한 어떤 부정적 견해도 법으로 불허하겠다고 벼르는 지금 한국 사회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그 책임의 내용은 무엇일까. 자기주장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기자의 생각에 후자는 책임이 아니다. 입을 틀어막는 족쇄일 뿐이다.

2019-02-15 06:30:00

[관풍루] 현대기아차, 대기업 최초로 정기공채 없애고 상시 채용 발표하자 취업준비생들 더 치열해질 경쟁에 한숨

○…현대기아차, 대기업 최초로 정기 공채 없애고 상시 채용 발표하자 취업준비생들 더 치열해질 경쟁에 한숨.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댔는데 요즘 취업 문은 정반대.○…트럼프 "전화 몇 통에 한국이 방위비 5억달러 인상 동의했다" 자랑. 트럼프식 계산법으로 올랐다니 됐고, 우리도 7천만 아닌 5억달러 올려준 셈이니 됐고.○…대구 아파트 신규 분양 열기는 활화산인데 기존 주택 거래는 얼음장이라고. 투기든 투자든 당첨되면 목돈 쥔다는 '로또 분양'이 빈말은 아니네.

2019-02-15 06:30:00

장성현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30년 뒤 대구 도심의 모습은?

지난 주말 대구 동구의 한 견본주택 앞에 긴 행렬이 늘어섰다. 부정청약 등으로 계약이 취소된 잔여 가구 추첨에 몰린 인파였다. 70여 가구 모집 추첨에 참여한 이들만 1천여 명에 달했다. 이날 풍경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나 홀로 활황'을 이어가는 대구의 청약 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올해 대구의 청약시장은 재개발·재건축단지에 집중돼 있다.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3만744가구 가운데 70%인 2만956가구가 도심 재개발·재건축단지다.아파트 시장이 '거래 절벽' 수준인데도 청약 시장이 열기를 띠는 건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당장 집값이 주춤하더라도 청약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을 벌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너무 올라버린 집값에 청약 당첨 외에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청약 시장 규제가 느슨한 점도 이유다. 건설사들은 대출 제한에 따른 자금 부담을 줄인다며 1차 계약금을 1천만원으로 고정하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준다. 1차 중도금 납부 기한도 계약 8개월 뒤로 미뤘다. 비조정지역의 전매 제한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단기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분양 시장은 여전히 돌아간다.더욱 우려스러운 건 과열된 재개발·재건축 시장이다. 대구에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 대상지는 모두 232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업 시행 계획 인가까지 받은 곳도 96곳이나 된다.건설업계도 앞다퉈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도심에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하고, 청약 시장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사업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이 30~40곳 정도 될 것으로 본다.30년 뒤의 대구를 상상해봤다. 낡은 고층 아파트 숲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도심의 모습. 노후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홍콩이 연상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30년 뒤면 초고령화사회에 인구 절벽이 현실화된 이후다.정부는 도심이 온통 아파트로 채워지는 상황을 막고자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해왔다. 2010년부터 진행한 도시활력증진개발사업으로 대구에서만 29곳이 지정됐고, 19곳의 사업이 완료됐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대구시내 10곳에서 주거 환경 개선 및 공동체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그러나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도시재생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길게는 십수년씩 지연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기다리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셈이다.방법이 없진 않다.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재생사업 대상지가 될 수 있다. 추진위가 설립되기 전이라면 주민 30%의 동의만 있어도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다.반면 서울은 주민 동의가 없어도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하다. '역사·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민간위원회를 거쳐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시 조례로 규정했다.주민들 간 갈등이 첨예한 도시정비사업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개발사업에 이리저리 해체되는 대구 도심을 살릴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도 행정의 일관성을 지켜낼 대구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2019-02-14 18:20:51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신성모독과 폭력

1990년 1월 18일 오후 3시 일본 나가사키 시청 현관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승용차를 타던 모토지마 히토시(本島等·1922~2014) 나가사키 시장은 우익단체 조직원이 쏜 총에 맞았다. 왼쪽 흉부가 관통되는 중상이었으나 다행히 심장을 피했다.그가 총을 맞은 이유는 1988년 시의회에서 발언한 한마디 때문이었다. 나가사키 시의회에 참석해 공산당 소속 시의원의 질문에 "덴노(天皇)에게도 전쟁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때부터 모토지마 시장과 가족은 정상적인 삶을 포기해야 했다.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자민당에서 쫓겨났고, 사무실·집에는 살해 협박이 쏟아졌다. 시청 앞에는 전국 62개 우익단체가 80여 대 가두선전 차량을 몰고 와 연일 '천주'(天誅·하늘을 대신해 벌을 주다)를 외쳤다.모토지마 시장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총 한 방 맞고 '면죄부'를 받아 1991년 선거에 당선돼 4선 시장이 됐다. 후임 이토 잇초(伊藤一長) 시장은 2007년 폭력조직원의 총격을 받고 사망, 시장 두 명이 연속으로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 범행 동기는 불명확했지만, 이토 시장이 '미군·핵무기 반대' '평화공원 조성' 등을 강하게 주창하다 우익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많다.일본에서는 일왕을 비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일왕에 대한 불경은 테러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기 중의 금기다. 일왕은 논리와 이성이 필요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 사과'를 요구했을 때 일본은 난리가 났다. '한국을 적국으로 보겠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경제·문화 교류가 중단됐고, 한류는 된서리를 맞았다.며칠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일본에서는 역시 시끌벅적하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는 강하게 성토했다. 국회의장의 발언이기 때문인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아직 확전 여부는 미지수다. '살아 있는 신(神)'이라는 전근대적 가치에 목숨을 거는 일본인의 정신세계는 아무리 봐도 불가사의하다.

2019-02-14 06:30:00

[관풍루]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북한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며 한국 국회대표단과 설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북한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며 한국 국회대표단과 설전. 북한에 놀아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소리.○…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152명, 김경수 경남지사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재판 요청. 공천해준 국회의원이 구속에 게거품을 물었으니….○…영양군의회, 민원인 만날 공간 없다는 이유로 개인 사무실 추진하려다 반대 여론에 막혀 '백기'. 개인 사무실에서 민원인 만나 무엇하려고?

2019-02-14 06:30:00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데스크 칼럼] 노인 아닌 시니어다

4년제 대학교에서 1학년은 프레시맨(freshman)이다. 신선하고 풋풋한 매력이 한껏 피어오르는 때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8년 영화 '4월 이야기'에서 마츠 다카코가 보여준 그런 이미지다. 요즘엔 '미숙하지만 새롭다'는 의미로 '새내기'라는 예쁜 우리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예전엔 '고 4'라고도 했다.2학년(sophomore)이 되어서야 진짜 대학생다운 성숙함을 보이기 시작하고, 3학년(junior)이 되면 캠퍼스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4학년은 시니어(senior)이다. '늙음'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 sen-에다 사람을 뜻하는 -ior이 더해진 단어다. 어른, 연장자, 선배라는 뜻이 되겠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1년을 보내며 그야말로 '큰형'(어른) 대접을 받는 시기이다. 과 대표도 이들에게 자문하고 의견을 경청한다.우리 인생을 대학 생활에 비유해 보자. 인생 대학에서 20대까지를 1학년(freshman)이라, 30대와 40대를 각각 2학년(sophomore), 3학년(junior)이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50대 이후를 4학년(senior)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이들은 한 조직에서 가장 윗부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에선 임원을 제외한 중간 관리자급 중 가장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50대가 되면 상노인 대접을 받았지만 요즘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세대이다.시니어가 캠퍼스에서 졸업을 앞둔 최고 '큰형'이듯, 인생 대학에서는 경험과 연륜을 갖춘 '어른들'이다. 얼굴에 주름이 지고 머리카락만 하얗게 센 '그냥 노인'이 아니다. 삶의 깊은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오고, 경청할 만한 조언이 그들에게는 넘쳐난다.나이가 든 은퇴 이후 세대를 흔히 노인 혹은 실버라 부르기도 한다. 노인은 글자 그대로 늙은 사람이다. 실버도 마찬가지. 나이가 들어가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신체적 특징을 들어 은발, 즉 실버 세대라 한 것이다. (신체적으로) '늙었다'는 의미는 마찬가지다.그래서 어른들은 이런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나이 든 어른을 지칭하는 말로 '시니어'를 선호한다고 한다. 신체적, 연령적 노화를 부각하는 용어가 아닌, 경험과 경륜에 초점을 맞춘 '어른'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어른은 젊은이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해주고 지혜를 빌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들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경험에서 축적된 그들의 지혜는 젊은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시니어들은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 또한 높다. 그들은 사회 참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 자신들의 경륜과 경험, 지혜를 사회에 나눠 주고 싶어 한다. 여전히 에너지도 넘친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노인이라고, 늙은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열정을 가진 시니어들의 사회 참여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시너지가 되리라 믿는다.민간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2026년, 지금으로부터 불과 7년 후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2019-02-13 16:41:31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규제 샌드박스

한국인은 빠르다. 정확히 말해 성미가 급(急)한 편이다. 조급함으로 해석될 만큼 '빠름'을 미덕으로 친다.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한국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한국처럼 일처리가 빠른 나라는 드물다'며 이구동성이다. 급하면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인은 재바르고 정확하며 서비스 정신까지 갖췄으니 단점을 충분히 덮을만하다.독일에서 40년 넘게 산 동포로부터 "참고 기다리는데 익숙해지면 독일에서 절반은 적응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길어야 이틀이면 개통될 인터넷이 2~3주가 걸리고, 주문한 가구가 배달되기까지 2달이 소요되면 '문화 충격'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거기서는 기다리는 게 당연하고 정상이다. 느리지만 규정대로 바르게 처리되기 때문이다.그렇게 '쾌속' 시스템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도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행정관청의 인허가 관련 사항이다. 업무 처리에 걸리는 최대 소요 시간이 규정돼 있으나 시간표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 손끝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엿장수 마음이다. 정권마다 행정 업무 쇄신에 매달렸지만 소위 '철밥통' 위세를 꺾지 못했다.이는 우리 공직 사회에 마치 DNA처럼 대물림하는 기질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공무원 시험에 붙는 즉시 '괴상한' 습성이 발동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말썽 나거나 책임질 일은 피한다' '규정에 벗어나면 손사래 치고, 규정이 없으면 끌어대고' '모든 길을 로마로, 맡은 일은 내 손으로'라는 특유의 심리가 각종 인허가에 개입된다.기업인들이 규제 완화를 거듭 요구하자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받았는데 도심 수소충전소 등 4건이 1호 사업에 뽑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아무런 규제없이 허가하는 제도로 이번에 실증특례나 임시허가가 주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제 규제의 작두가 설컹 떨어질지 몰라서다. 만약 특유의 '쾌속' 시스템이 각종 인허가 규제에도 적용됐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더는 작은 이해가 혁신을 죽이고 창의를 질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9-02-13 06:30:00

[관풍루] 자유한국당, 웰빙 단식에 5'18 망언, 전당대회 촌극, 朴心 논란 등으로 자중지란이 점입가경

○…자유한국당, 웰빙 단식에 5·18 망언, 전당대회 촌극, 박심(朴心) 논란 등으로 자중지란이 점입가경. 날개도 없이 또다시 추락하니 바닥이나 있으려나…?○…영주시민사회단체, '가이드 종용 스트립쇼 관람' 최교일 국회의원 사퇴 촉구. '선비정신 세계화'를 위한 업무협약 차 미국 방문치곤 행보가 고약했군.○…엊그제 또다시 규모 4.1 지진 소식에 지역 경제 타격 우려한 포항 시민들 '포항 지진 아닌 동해안 지진'이라 강조.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가슴 누가 알리요!

2019-02-13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저출산 대책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7명일 것으로 예측됐다. 합계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통계조사 이래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것인데,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 급락으로 총인구 감소 시점도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난 12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 명목으로 쓴 예산은 15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졌다.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학자금 등등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강구해야겠지만, 저출산 대책에만 매달릴 때는 이미 지났다. 이제부터는 저출산과 총인구 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구 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시대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산업화와 함께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인구의 힘이었다. 인구 증가 덕분에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과 소비가 늘어난 덕분에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풍요 덕분에 인구가 더 늘어나는 식이었다. 전쟁으로 치자면 소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손가락(인구)이 늘어난 덕분에 전쟁에 이겼고, 전쟁에 이긴 덕분에 풍요를 확보하는 식이었다.소총으로 전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적어도 한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호주, 미국 등 선진국은 사람 숫자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구 증가에 기준을 두고 정책을 짠다.일자리를 예로 들자면 1천만원을 들여 삽 1천 개를 장만하고 1천 명에게 삽질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1천만원을 들여 일자리를 1천 개나 만들었으니 대단한 성과를 낸 것 같지만, 시대착오적이다. 1천만원을 들여 굴삭기 1대를 장만하고, 1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대응이다.육체노동 의존성이 높은 일자리일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보상도 낮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넘쳐나는데도 젊은이들이 그 일을 마다하는 것은 생산성이 낮고, 보상도 낮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낮은 것도 고학력에 따른 기대 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굴삭기 면허를 따라고 공부시켜 놓고 손에 삽을 쥐어 주니 취업도 출산도 무너지는 거다.시군 단위 지방정부의 대응도 적절치 않다. 고향이 소멸될지 모른다며 타 지역 사람을 끌어오느라 온갖 유인책을 제시하고, 출산장려금을 퍼부을 때가 아니다. 상주인구 늘리기에 힘쓰는 편보다, 우리 고장에서 돈을 벌고, 우리 고장에서 돈을 쓰는 유동 인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다. 나아가 1만 명 주민이 100억원을 벌기보다 1천 명 주민이 100억원을 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래지향적이다. 삽질하는 주민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굴삭기 운전하는 주민을 늘리지 못함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대책에 매달려 밑 빠진 독에 물 쏟아부어 될 일이 아니다. 출산 촉진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의 청년 세대들은 본인들의 삶을 가꾸기 위해 살지, 후세를 위해 살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 한 명에게 현금 얼마씩 퍼준다고 출산이 늘어날 리 없다. 인구 감소 혹은 현상 유지를 전제로 정책을 짜야 한다.

2019-02-12 13:47:07

신동우 경북부 기자

[취재현장] 탈원전을 바라보는 울진 군민의 애증

"원자력발전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죠.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밥그릇마저 뺏으려는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울진은 원전도 돈도 아닌 시간이 필요합니다."장시원 울진군의회 의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장 의장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울진에서도 대표적인 반원전 인사로 꼽힌다. 그는 신한울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됐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갑상선암에 걸린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그이기에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장 의장의 말에서 지금의 탈원전 사태를 바라보는 울진 군민들의 평론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울진 군민에게 원전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짐 덩어리'이다. 이 나라가 선진화될수록 사양화돼야 할 사업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지금의 탈원전 정책은 울진을 포함해 원전 지역사회의 특수성이 빠져 있다.울진에 원전 건립 계획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80년 군부 정권 시절. 이후 1988년 9월 한울원전 1호기가 건립되고, 2005년 6호기까지 우후죽순처럼 원전이 늘어섰다.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국내 원전 초기에는 국가 정책에 감히 일개 국민이 토를 달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당연히 피해 보상이 없었고, 탈핵 논리는 국가반역죄처럼 다뤄졌다. 원전 건립을 앞두고 지역민들과 국가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것은 2010년쯤으로 봐야 한다. 기존 6기에 더해 추가로 4기를 짓기로 한, 신한울원전 건립 계획이 발표된 시기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30년이나 흐르고, 지역민들의 선택은 공존이 전부였다.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울진의 산업구조는 원전 의존도가 상당해 원전의 직접적인 비용으로만 3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적 영향까지 합하면 최소 60% 이상은 원전산업에서 파생하는 비용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공존인 셈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탈원전은 생활 터전을 앗아가는 것과 같다.금강소나무와 온천을 비롯해 대게, 송이 등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전 보유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광, 교통, 특산물 홍보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지을 때도 그렇지만, 철수할 때도 지역사회의 목소리는 전혀 없다. 무조건 일방적인 지시에 군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울진에서도 신규 원전 건립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위험시설의 추가 건립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갑작스러운 탈원전으로 인해 지역이 떠안게 될 피해를 우려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다행히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참여해 청와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 지역민이 참여하는 소통 협의체를 구성키로 협의해 지역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청와대가 협의체의 직접 참여를 거부하고, 단순히 컨트롤타워의 역할만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스스로의 책임을 버리고 단순히 시간끌기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아무쪼록 청와대가 지역에서 더 이상 불안과 불만의 덩어리가 커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랄 따름이다.

2019-02-12 10:17:08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똥'의 정치학

국가 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타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상대국 지도자의 건강 여부에 따라 자국의 대외정책 방향이나 강도(强度)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 각국이 상대국 정상의 '똥' 채취에 엄청난 공을 들였던 이유다. 똥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훤히 알 수 있다.1949년 12월 마오쩌둥(毛澤東)의 소련 방문 때 스탈린의 비밀경찰이 그렇게 했다. 당시 소련 비밀경찰은 외국 정상의 배설물을 수집'분석하는 특별 부서를 두고 있었는데 마오의 배설물이 하수구로 내려가지 않고 비밀상자에 담기도록 마오의 방에 특수화장실을 설치했다. 이렇게 모인 마오의 배설물은 꾸준히 분석됐으며 스탈린은 그 결과를 마오와의 협상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브레즈네프도 이렇게 당했다. 그가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의 호텔 객실 바로 아래층에 방을 빌려 브레즈네프가 내리는 화장실 배수를 모두 수거했다. 분석 결과 브레즈네프의 간이 많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됐다.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였다. 1987년 미국 방문 때 그는 미국이 제공하는 영빈관을 거절하고 소련대사관에 묵었으나 자기 똥을 지키지 못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CIA는 그의 배설물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분석해 그가 먹는 약의 종류까지 알아냈다고 한다.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딱 하나, '전용화장실'을 갖고 다니는 것뿐이다. 미국은 2006년 부시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때 전용 화장실을 가지고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평양 방문 때, 북한 김정은도 지난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그렇게 했다.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주치의가 밝혔다. 숀 코리 주치의는 8일(현지시각)트럼프의 건강 검진 사실을 발표하며 "재임 동안, 그 후에도 건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검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한다. 트럼프의 똥이 말해줄지 모를 '비정치적 검진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2019-02-12 06:30:00

[관풍루]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에서 전력난 해소 위한 화력·수력·원자력 등 뭇 에너지 자원 활용 주문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에서 전력난 해소 위한 화력·수력·원자력 등 뭇 에너지 자원 활용 주문. 국민, "문재인 대통령 들으면 무척 섭섭할 텐데 원자력은 아예 빼죠!"○…국방부, "올 1조389억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부분 우리 경제로 환원돼 일자리 창출·내수 증진 등 기여"라 주장. 납세자, "미국 바람처럼 맘껏 올릴 거죠?"○…울릉군, 공무원 직무상 불법행위로 민간업체 손해 4억여원 물고도 담당자 징계 등 조치 없어. 민간기업, "울릉 금고 돈은 주인 없으니 군청과 잘 짜고 챙기세요."

2019-02-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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