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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이창환

[청라언덕] TK 신당, 명분없다

대구경북(TK) 신당론이 연말 지역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자유한국당을 장악할 경우 TK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운 신당이 만들어진다는 시나리오다. 박 전 대통령이 내년 4월 일부 혐의에 대해 구속 만기로 출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당론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결론적으로 TK 신당론은 박 전 대통령과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TK 신당을 만들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탄핵에 수감까지 온갖 수모를 겪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과 연민을 TK 신당을 통해서라도 표출하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적전 분열이 불 보듯 뻔한 TK 신당이 해답이 될 수 없다.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TK 신당이 만들어지면 누가 참여하겠는가?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적 낭인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붙잡게 될 것이다. 참신하지도 능력도 없는 공천 탈락자들이 전직 대통령을 소수파의 수장으로 옹립하려는 것은 명분 없는 행위다. 국회의원 몇 명을 보유한다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되겠는가. 친박계가 자신들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정치 술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시간을 작년으로 돌려보자.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어 구속 수감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희생한 친박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난 친박 국회의원도 없었다. 수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제 몸 살기에 바빴던 게 친박계 인사들이었다.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참여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친노조차 지리멸렬하자 '폐족'이라며 참담한 반성문을 썼다. 이런 반성문은 고사하고 총선이 다가오고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빠지자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기대려고 한다.정치인들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자유다. 그래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 무슨 염치로 박 전 대통령의 옷자락을 다시 잡으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그럼에도 TK 신당론은 한국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TK 신당론은 친박계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 원내대표가 압승한 데는 분당을 우려한 초재선 의원들과 중도파들이 지지한 게 한몫했다.TK 신당론 연기만 피웠을 뿐인데 한국당이 움찔하는 꼴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TK 신당론의 파급을 확인한 친박계는 내년 2월 전당대회와 다음 총선 과정에서도 연기를 피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TK 민심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TK 신당론은 애초 여권의 정국 운영 전략이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면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을 출소시켜 보수 분열을 노린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계산이다. 보수가 분열하면 다음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TK 신당론이 여권의 '꽃놀이패'인 이유다.지금의 TK 신당론은 여권이 박 전 대통령 거취 카드를 만지지도 않았는데 한국당 스스로 제 발이 저린 형국이다. 명분 없는 정치가 당장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결국 흔적 없이 사라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2018-12-13 15:32:0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첫눈이 내리면

첫눈이 오면 무엇을 할까?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를 만나고 싶다. 친구도 좋고, 옛 애인도 좋고, 스승도 좋다. 그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눈 내리는 풍경을 한없이 지켜보겠다. 첫눈이 내리는 날, 일상에서 벗어나 낭만에 젖고 싶은 것은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시인 정호승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했다. 정겹고 낭만적인 시구다.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몇 년 전에는 대구에 첫눈이 오면 영화 '닥터 지바고'를 함께 보는 작은 이벤트가 열리곤 했다.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닥터 지바고'를 좋아하고, 추억에 빠져들고픈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3시간 20분의 상영 시간에 몇 번씩 본 영화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설원과 자작나무, 오마 샤리프·줄리 크리스티의 애절한 사랑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뒤풀이로 눈을 안주 삼아 소주잔 기울이면 그야말로 환상이었다.첫눈은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고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악몽일 수 있다. 군에 갔다 온 이들은 눈을 두고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악마의 X가루'라고 했다. 눈만 내리면 온종일 삽 들고 제설작업을 했던 고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첫눈을 보고 좋아했다가 고참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는 이도 있다.11일 대구에 첫눈이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금세 비로 바뀌어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싸락눈'이 됐다. 다음 날, 곳곳이 얼어붙거나 진창길로 바뀌었다. 통행에 불편하기 짝이 없으니 짜증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길가의 얼음은 아이들에게는 스케이트 타는 즐거움을 주지만, 노인들에게는 낙상의 위험을 준다. 그렇더라도 눈 내리는 날이 좋다. 올겨울,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2018-12-13 06:30:00

[관풍루]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선 사고 책임 지고 사퇴 표명하자, 철도 노조에서 '사표 반려 운동'에 앞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선 사고 책임지고 사퇴 표명하자, 철도 노조에서 '사표 반려 운동'에 앞장. 잘했든 못했든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씀.○…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음주운전이 이제는 명백한 범죄로 인식되는 분위기. 술 냄새 나면 아예 시동 안 걸리는 차가 나와야겠군!○…대구경북 명퇴 교원 635명으로 증가-무너진 교권에 짐 싸는 교사들, 최저임금 추가 인상 앞두고 업체들 경영난 호소-올라간 임금에 문 닫는 기업들….

2018-12-13 06:30:00

이호준 경북부장

[데스크칼럼] 신남북시대와 대구경북

2018년 한 해,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지만 그중 주요 뉴스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관계 개선을 선택할 것 같다.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더니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국빈 방문이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 JSA 초소·병력·화기가 철거되고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60여 년간 굳게 잠겨 있던 비무장지대 빗장까지 열려 각종 개발이 추진되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 무드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지방자치단체들의 남북 교류 준비도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자체들은 일찍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예의주시하며 호시탐탐 출발선을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경기도와 강원도, 서울시, 인천시 등 북한과 가까운 지자체들의 대응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일찌감치 추진단이나 담당관 등 국, 과 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북 교류 준비에 뛰어들었다.경기도의 경우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까지 두는 등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평화협력국엔 관련 부서와 직원이 3개 과 10개 팀 50명이나 된다. 강원도 역시 평화지역발전본부 아래 5개 과 73명을 두고 남북 교류 준비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서울시도 남북협력추진단에 2개 과 25명을 뒀고,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만들고 3개 부서에 9명을 배치했다.이들 지자체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남도 등도 3,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남북 협력이나 교류 등 전담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큰 타격을 입을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남북 교류 준비는 오히려 이들 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대구시의 경우 남북 교류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자치행정과 주민생활지원팀에 한 명뿐이다.경북도도 미래전략기획단에 남북 교류 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만 뒀다가 3명이 근무하는 남북교류팀을 만들었다. 올 9월엔 동해안정책과에 2명의 직원을 둔 남북경협팀을 신설했다.상대적으로 대비가 늦은 만큼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다. 각계각층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찾아내 남북 교류 협력 리딩그룹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별, 교류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상대적으로 많이 정착한 새터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와 대안 등을 축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눈길을 끄는 이벤트나 행사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구의 경우 때마침 남북 교류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알릴 좋은 기회가 생겼다. 대구시민구단인 대구FC의 창단 후 첫 우승과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의 그랜드오픈을 기회로 북한 축구팀을 초청, 남북 친선 축구로 남북 교류를 붐업하는 것이다.경북 역시 경북의 자랑이자 최대 무기인 새마을운동을 앞세워 북한을 공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한의 농촌을 타깃으로 맞춤형 새마을운동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해 제공한다면 그 어느 사업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대구경북의 강점과 기회를 잘 살리고 특화시켜 위기가 아닌, 대구경북에 희망이 되는 신남북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2 19:47:0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노이무공' '탈'

연말이면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무엇이 선정될지 관심을 두게 된다. 촌철살인의 묘미를 지닌 사자성어가 뽑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함께 '올 한 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다사다망(多事多忙·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이 1위로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고목사회(枯木死灰·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재와 같아 무기력함) 노이무공(勞而無功·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이 선정됐다. 각자 살길을 찾아간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수무푼전(手無分錢)도 이름을 올렸다. 힘들고 팍팍한 삶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들이다.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고른 게 노이무공이다. 갖은 애를 썼지만 보람을 찾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경기 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노이무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도 들어맞는 것 같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을 느낄 만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등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결과로 내세울지 모르지만 애초 목표한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고용지표가 참담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노이무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사자성어 대신 한 글자로 올해를 정리한다면 '탈' 자를 꼽고 싶다. KTX가 탈선(脫線)해 국민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사고 전 이상 징후가 수차례 나타났는데도 시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이상할 지경이다. 또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으려고 한국전력이 중국·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는 엉뚱한 길로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단단히 탈이 났다.

2018-12-12 06:30:00

[관풍루] 낙동강 보 개방 시도에 주변 농민들, '낙동강 물 빠지는 날, 농민 피 빠지는 날' 피켓 들고 시위

○…낙동강 보 개방 시도에 주변 농민들, '낙동강 물 빠지는 날, 농민 피 빠지는 날' 피켓 들고 시위. 정치만 아는 '꾼'들이 피 터지는 농민 맘을 어찌 알까.○…10일 퇴임한 김동연 부총리, 한국당 영입설 의식한 듯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라고. 의견 없는 사실만 밝혔으니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할 일.○…고실업 고물가에 올 10월 기준 대구 경제고통지수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고. 이전부터 그랬나, 대구 패싱 문 정부 들어 그리 되었나가 문제.

2018-12-12 06:30:00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하고 싶은 대로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취미나 예술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까탈스럽다. 가령, 생업 농부들은 작물에 병이 들면 농약이나 영양제를 투입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병든 작물을 뽑아내고 새로 심거나 수확을 포기한다. 농약을 쳐 키운 작물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름난 도예가들이 멀쩡해 보이는 항아리를 미련 없이 깨부수는 것은 그들이 항아리의 기능성이 아니라 예술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찾는 딱 그 핸드백이 아니면, 크기와 디자인이 비슷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 역시 핸드백의 기능성이 아니라 정체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21세기 한국은 기능성과 예술성 모두를 욕심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가난 극복에 매진해야 했던(기능성만 살펴야 했던) 앞세대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유리 상자 속 사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눈만 높은 견습 도공과 닮았다. 마음에 안 든다며 때려 부수기는 잘하지만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10억엔에 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나쁜 정부가 혼을 팔았다면, 좋은 정부가 혼을 찾아오면 될 텐데, 문 정부는 전임 정부를 욕할 입은 있어도 더 나은 걸 만들어낼 실력은 없다.드러난 현상만 보는 것도 문 정부의 특징이다. 비정규직제도를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하는 제도라며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정규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 사회 노사관계를 조정할 실력이나 생각은 없다.그런 예는 많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법제화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야기하고,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 물가를 올렸다.올해 10월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은 말할 것도 없고, 55∼64세 중장년층 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50조원 이상을 갖다 붓고도 공무원 숫자와 단기 일자리만 늘렸을 뿐이다. 양극화 해소한다더니, 오히려 심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때려잡기 때문이다.북한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해외 순방에서 '선(先)대북제재 완화'를 외쳤지만 각국으로부터 '비핵화가 먼저다'는 반박을 받았다. 현실을 외면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가계소득 분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조사 결과가 이어지자, 정책 수정은커녕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더니, 더 나아가 내년부터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개편하겠다며 예산을 확정했다.(159억4천900만원)좋은 정부란 장단이 섞인 딜레마를 조정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정부다.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 부수고, 그 손해와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국가 경영은 성공해도 저 홀로 성공하고, 실패해도 홀로 실패하는 은둔 예술가의 작업이 아니다. 성과가 없어도 그만인 취미 생활도 아니다.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2018-12-11 16:24:40

경북서부본부 신현일 기자

[취재현장] 크리스마스 이브엔 산모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전해지길

"산골이나 섬처럼 오지도 아닌데 내년에는 애를 낳으려면 구미나 대구 등으로 원정출산을 가야 하나요."김천지역의 한 산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지역에서 유일하게 산후조리원과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해오던 김천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올해 말 산후조리원 폐업을 예고한 데다가 내년 초에는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 김천시는 김천시의회에 지역의 산후조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천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상정했다.김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예산으로 분만의료기관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매년 운영비 2천만원과 시설보강비 8천만원을 합해 1억원씩 5년간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이 조례는 일부 시의원의 반대 때문에 김천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조례가 보류된 후 기다렸다는 듯 김천제일병원은 산후조리원의 폐업을 예고했다.조례에 반대했던 시의원들은 "김천제일병원이 산모들을 볼모로 김천시의회에 대한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조례에 반대한 한 시의원은 "적자라고 주장하는 근거자료를 달라고 해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모가 혜택을 받도록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해 1천여 명의 지역 산모 중 400명에 못 미치는 인원만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모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더 많은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적자를 이유로 산후조리원 문을 닫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이 시의원은 "조례 심의과정에서 김천시보건소에 조례를 변경해 다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천시보건소가 응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겠다"고도 했다.이런 논란 속에 김천의료원이 "김천제일병원이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다면 공공병원에서 분만산부인과 개설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지역의 산모들이 주변 도시나 대도시로 원정출산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하지만 김천시의회와 김천제일병원 간의 기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김충섭 김천시장이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을 만나 산후조리원 폐업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병원 관계자는 "폐업은 예고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김천시의회도 12월 정례회를 열었지만 보류됐던 조례는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다만 시의회는 이번 정례회가 끝나는 24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김천시의회와 김천시, 김천제일병원이 기 싸움을 끝내고 해결책을 마련해 지역 산모들에게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행복한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18-12-11 15:50:41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의료, 공공성 vs 경제성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16년간의 논란 끝에 개설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허가권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허가'를 강조하고,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지역 의료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리병원이 확산하면서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사보험이 의료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리병원화한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학력과 스펙을 바탕으로 거액의 마케팅을 통해 '좋은 병원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의료 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자들은 영리병원으로, 서민들은 기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원으로 나눠지는 셈이다. 아무리 영리병원 개설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속성상'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반면에 영리병원의 '제한적인' 추가 도입 및 확산을 주장하는 측은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의료를 국민 건강·보건 및 공공성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경제·사회적 관점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학 입시 철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돌이켜보면 1970, 8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기계공학·전자공학 분야에 몰리면서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조선·기계 산업과 반도체·스마트폰 산업을 세계 일류로 일구었다. 이제 자동차·조선·기계는 사양산업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고, 반도체 호황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미래 세대들의 먹거리를 생명공학·바이오·헬스·보건·의료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인재들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공공성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의료는 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분야라면, 당연히 좁은 국내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적 경쟁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영리병원 논란이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한국 의료계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1 09:03:13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

"라인란트로 진격해 들어간 뒤 48시간 동안은 내 인생에서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그때 프랑스군이 라인란트로 진격해왔다면 우리는 꼬리를 내리고 철수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의 군사적 자원은 적절히 저항하는데도 아주 부족한 수준이었다."라인란트 재점령 후 히틀러가 한 말이다. 라인란트는 산업지대다. 독일의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를 점령했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프랑스는 이를 보고만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프랑스 정부의 머리에는 '협상'만 있었지 협상 실패에 대비한 'B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쟁이었다.하지만 프랑스는 '전쟁'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1차 대전에서 17~28세 남성의 4분의 1이 사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끔찍한 경험 때문에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본위적 소망에 집착했다. 급기야 이런 소망은 "반드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발전(?)했다.유럽 정세가 전쟁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관련 정보를 숨기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원들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기 전부터 독일이 은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음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전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한 법원은 프랑스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쏟아낸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통째로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프랑스의 이런 헛발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해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관계 개선'일 뿐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은 없다.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가 '전쟁을 막아야 한다'로 바뀐 프랑스의 맹목을 빼다 박았다. 북한 비핵화는 그 문턱에도 못 갔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알맹이 없는 '이벤트'였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것이 '립 서비스'였음을 확인해주고 있다.앞으로 달라질까? 북한이 황해북도 삭간몰 등 북한 전역에서 최소 13개 이상의 비밀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이라거나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기지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근 시설을 계속 가동 중이며 이들 기지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유력 후보지라는 사실은 고개를 가로 젓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런 미사일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용·증강해왔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삭간몰 기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통상적인 활동'이라 했고, 영저리 기지에서 대해서는 "군이 추적 감시하고 있는 대상 중의 한 곳"이라고 했다. 이런 해명의 의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니 문제 될 것이 없다"였겠지만 문 정부는 자기도 모르게 북한이 변하지 않았음을 토설한 꼴이다. 통상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김의 답방이 성사된다면 북한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릴까? 지금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되돌아보면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이라는 비관적 예측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됐을 때 국민은 물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문 정부가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2018-12-1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부메랑

10년 전 세계적인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이 내놓은 공전의 히트작은 적을 향해 겨눈 병사의 총구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로 되돌아오는 것을 담은 반전(反戰) 포스터였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의미(What goes around comes around)의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적나라한 메시지였다.'부메랑'(Boomerang)이란 말의 유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일 때 사용하던 도구에서 비롯되었다. 활등처럼 굽은 이 나무 막대기는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자신에게 위협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부메랑 효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자연재해가 되어 돌아오는 현상도 그렇고, 선진국의 경제 원조나 자본 투자로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제품이 역수출되어 원조국의 상품과 경쟁하는 것도 그렇다.심리적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설득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문 용어로 '저항의 심리학'이라는 개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과도한 강요를 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더 삐딱선을 타는 것도 일종의 부메랑 효과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과 남북 화해 또한 그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과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과도한 적폐청산의 칼춤, 스스로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불호사 방차사'(不好事 紡車似)라는 말이 있다. '악의 보복은 물레바퀴와 같다'는 뜻이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한 춘추시대 유학자 증자(曾子)는 일찍이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고 설파했다.

2018-12-11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코레일 현주소 보면 장관대통령 사과로 끝날지 의문.○…부산지법, 식자재 납품 리베이트 챙긴 유치원장들과 급식업자에 '사기죄' 유죄 판결. 아이들 입에 들어갈 밥 빼앗아 제 배 채웠으니 '갈취죄' 추가!○…중국 어선 싹쓸이 탓에 올해 울릉도 주민 오징어 어획량 고작 450t에 그쳐 100년 만에 최악. 오징어 풍년이면 시집간댔는데 한참 흘러간 옛 노래.

2018-12-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어느 죽음의 평가

'동생을 대신해 죽어서(代弟而死) 어버이의 뒤를 잇게 하다(爲親之嗣).'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달성군 가창면 냉천의 한 산속 포장길을 오르면 소나무 숲 한 야산의 무덤 앞에 작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행정 당국에서 세운 안내 간판도 옆에 있는 '의로운 누이(義姊) 이 낭자(李娘) 무덤'이다.간판 설명을 보면, 무덤의 주인공은 조선 순조 때 이씨 성의 냉천 산골 아가씨이고, 부모가 밖으로 나가고 없는 사이 집에서 불이 나자 방 안의 젖먹이 남동생을 몸으로 감싸 안고 불길을 막아 자신은 끝내 숨졌으나 대신 동생은 살렸다는 사연의 내용이다.그런데 이를 기리는 추모 글에서, 앞의 비문에 어울리는 문구 즉 '감라의 나이(甘羅其齡), 섭앵의 뜻(聶嫈乃志)'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뛰어난 소년 재상 '감라'와 의로운 자객이라는 '섭정'과 그의 누이 '섭앵'이 등장하니 말이다.당시 대구의 관리였던 조종순(趙鍾淳)이란 판관이 이런 사연이 깃든 소녀의 죽음을 의롭게 보고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면서 기리는 시를 새겨 넣을 당시, 중국 역사 속 인물인 두 사람을 굳이 넣은 까닭은 그만큼 소녀의 행위를 잊을 수 없는 일로 생각했을 터이다.특히 소녀가 12세여서 12세에 재상이 돼 죽은 감라를, 동생을 대신한 죽음은 자객으로서 임무 완수 뒤 혹 누이에 해가 될까 스스로 낯가죽까지 벗기고 죽은 동생(섭정)을 모른 체 않고 동생의 의로움을 세상에 떳떳이 밝히고 자결한 누이(섭앵)에 빗댔으니 말이다.지난 8일, 꽃다운 12세에 죽음을 맞은 소녀의 무덤과 비문을 살피면서 세월호 사찰 혐의로 전날(7일) 자살로 60년 삶을 마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소식이 떠올랐다. 투신한 곳에는 '당신의 죽음은 조국을 위해 헛되지 않을 것'이란 추모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모든 부하들은 선처됐으면 좋겠다. 우리 군과 기무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는 내용을 적어 둔 모양이다. 한 소녀의 죽음조차도 평가된 옛 역사를 보면 뒷날 그의 죽음 역시 가늠되고 기록될 것이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8-12-10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만약, 위장된 평화공세라면

'체임벌린의 시간'(Chamberlain's moment)이란 말이 있다.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나치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영국 총리 체임벌린의 어리석음을 빗대 나온 말이다.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외치는 한편으로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다녔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을 상대할 힘이 없다 보니 평화를 위장한 것이다. "민족 사회주의(나치) 독일은 평화를 필요로 하며 또 원한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폴란드와 맺은 불가침 협정을 지키겠다' '오스트리아를 합방할 의도가 없다'고 했다.체임벌린이 걸려들었다. 히틀러를 몇 번 만나더니 "냉혹하지만 한 번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믿을 수 있는 사나이"라고 했다.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간파할 능력이 그에겐 없었다. 대신 그는 '평화'라는 수사에 매달렸다. 국민을 향해 "어떤 사정이 있어도 대영제국을 전쟁으로 끌어넣을 수는 없다. 나는 영혼 깊숙한 곳까지 평화 애호가"라고 호소했다. 국민 역시 전쟁보다는 평화라는 말에 더 솔깃했다. 그는 히틀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던 프랑스를 설득하기 위해 영불해협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 결과 히틀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뮌헨협정이 체결됐다. 이번엔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했다. '총리의 협상 결과는 전면적 절대적 패배'라는 처칠의 경고는 '평화'란 수사에 묻혔다.그로부터 2년도 안 돼 나치의 비행기가 런던 하늘을 뒤덮었다. 런던 대공습이었다. 영국인 4만8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라는 말에 솔깃해하던 국민들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체임벌린은 실각했다. 영국은 이미 혹독한 피해를 입은 후였다.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진작 좀 더 강하게 대응했더라면 2차대전에 앞서 히틀러 정권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지금 체임벌린은 영국 역사상 가장 무능했던 총리로 남아 있다.요즘 김정은을 두고 오가는 수사가 당시 히틀러를 두고 영국에서 오간 말들을 곱씹게 한다.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내세웠다면 김정은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한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면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켰다. 평화 시대를 열자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은 세계 최초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던 모습과 닮았다.김정은을 몇 차례 만난 후 '아주 예의 바르고 솔직 담백하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체임벌린의 히틀러에 대한 평가를 떠오르게 한다. '국민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가 일상화됐다'는 청와대의 변은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하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북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조금만 더 죄었더라면 북이 비핵화를 먼저 제안했을 것이란 역사적 가정도 흡사하다.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안보에 가정은 필수다. 그것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의 가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를 너무도 허투루 여긴다. 북방한계선(NLL)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말로 이룬 평화에 우리 군의 무장해제 속도는 가파르다.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에 목을 매고 있다.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말처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서라거나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다. 문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지 않기를 학수고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18-12-10 06:30:00

[관풍루]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하는 일'은 과연 몇 번째일까 궁금하군!○…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북한 김정은 찬양 일색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 'KBS 평양방송총국' 개설은 '따 놓은 당상'이로다.○…김천시장실과 본관 점거 농성 중 공무원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한 민노총 노조원에 대해 경찰 조사 착수. 현 정권의 '대주주'를 얼마나 건드릴 수 있을지….

2018-12-10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장례식 유머

한 달에 3, 4차례 정도 부고가 날아오니 상가를 자주 찾는다. 드물게 상주가 실실 웃으며 문상객을 맞는 상가가 있다. 그런 곳은 예외 없이 고인이 천수를 누렸거나 오랜 병치레 끝에 돌아가신 경우다. 유족들이 유교 제례에 따라 삼베 상복을 입고 죽장을 짚고 있는 상가도 가끔 있다. 영정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는데, 상주들이 입을 맞춰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哭)을 할 때면 왠지 어색하다.그때마다 오래전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였는데, 중학생 때 부친상을 당했다. 며칠간 '아이고, 아이고~'를 하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날 큰형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매타작을 당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에피소드지만, 절대로 잊지 못할 부친상일 게다.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한국과 서양의 장례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추도사를 하는 이들은 추모의 말 가운데 유머 한둘을 꼭 준비한다. 역사학자 존 미첨은 "고인은 선거 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했다"고 했다. 앨런 심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난 뒤 자신이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어느 글에서 본 한국인의 장례식 목격담이다. 10여 년 전 미국 골프 선수가 비행기 사고로 요절했는데, 장례식장은 슬픔 대신 웃음과 유머로 가득했다고 한다. 고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보고, 그가 불렀던 노래를 친구들이 부르고, 가족들이 나와서 재미있던 일화를 소개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풍속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억지로 울거나 웃을 필요는 없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장에서 한 인상적인 추도사가 있다. "그 사람(고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2018-12-0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지명 전쟁

지명은 식별 기호다. 요즘에는 고유 브랜드나 부가가치 높은 정보와 동일시하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이 아니라 지명을 통한 '아이덴티티'(정체성) 고도화나 차별화 전략으로 진화하는 것이다.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름 바꾸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명 변경은 자치사무다.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조례를 만들고 시행하면 된다. 지명 변경에 따른 수십억원의 행정 비용만 감당하면 더 큰 부가가치와 이미지 개선 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 지자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2007년 강원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바뀐 것을 시작으로 영월군 하동면이 김삿갓면, 영월군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지명 개칭이 줄을 이었다. 최근 지역 지자체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2015년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울진군 서면이 금강송면, 원남면이 매화면으로 각각 현판을 바꿔 달았다. 올 7월 인천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꿔 광역시 자치구로는 첫 사례다.하지만 지명 개편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영주시 단산면이 추진한 '소백산면' 변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충북 단양군이 '고유명사 독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4년여를 끌다가 끝내 무산됐다. 강원 양양군 서면의 대청봉면 추진도 사정은 같다. 전남 담양군 남면의 경우 '가사문학면'으로 바꾸는 것을 놓고 내부 불만이 쏟아지면서 주춤한 상태다.그제 청송군 부동면의 '주왕산면' 개칭에 관한 주민 투표에서 98.9%의 찬성 결과가 나왔다. 조례 개정 절차를 거치면 부동면은 주왕산면으로 다시 태어난다. 1914년 일제가 청송도호부(현 청송읍) 동쪽에 있다는 이유로 부동면으로 바꾼 지 100여 년 만이다.아직도 동서남북 방위에 기초한 일본식 지명이 수두룩하다. 1946년 행정지명 개편 당시 그 흔적이 남은 데다 1963년 시행된 분구(分區) 체제에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지명 변경에 따른 혼란만 줄인다면 언제든 지명도 바꿀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이 땅의 정주 여건 등 경쟁력을 더 높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2018-12-07 06:30:00

[관풍루]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북한의 '최고 존엄'과 친하게 지내더니 좋은 걸 배웠군!○…이낙연 국무총리 취임 후 첫 구미 경제인 간담회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해 말썽. 그들은 '경제를 모른다'는 말씀?○…의정비 10여 년째 동결한 지방의회가 소재한 안동·울진·고령이 국민권익위 '청렴도 측정'에서도 꼴찌 지자체 명단에서 탈출. 우연일까 필연일까….

2018-12-07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사투리의 품격(品格)

대학 시절 남도에서 상경한 동무와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친구는 조선시대는 전라도 말이 표준어였다는 논리를 폈다. 경상도 짝꿍과 함께 단번에 '머라카노'로 응수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임금이 사용하는 언어였다고 큰소리쳤다.골치 아픈 상소가 거듭 있으면 "제발 쫌(그만 좀 하시오)"이라 했으며 중전에게는 "밥 뭇나, 아는, 자자"라고 속삭였다고 우겼다.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가스나, 자꾸 이 칼래, 치아라 고마"로 꼰대 남편임을 스스로 자임했다는 억지도 곁들였다. 어쨌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 새내기들의 사투리 자존심이 벌인 일화로 기억된다.경상도 사투리가 전국에서 먹힐 때가 있었다. 경상도 말을 쓰면 사윗감으로 80점은 먹고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수십 년간 TK(대구경북) 정권을 가지면서 국가 요직 등은 TK 인사들이 꿰찼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요즘은 경상도 조폭들의 걸걸한 사투리도 스크린에 걸리고 전파를 탄다. 말의 흥망성쇠는 곧 그 지역의 부침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라틴어(교황청 공용어)는 현대의 영어에 필적할 정도로 번성했다. 현재는 교황청 바티칸의 언어로 통하며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규칙이 많고 외울 게 많아 언어의 경제성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라틴어는 여전히 품격 높은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격 변화가 철저한 규칙 속에 이뤄지는 까닭에 '신의 말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란 찬사가 붙는다.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쉬르는 '언어 가치'(linguistic value)란 개념을 설파했다. 각 낱말의 대립에 의해 낱말의 언어 가치가 보장된다고 봤다. 화폐에 비유하자면 10원짜리 동전은 100원짜리나 5원짜리 같이 높거나 낮은 동전과 대비된 위치에 의해 가치를 지닌다.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사투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이 지사는 "경상도 사람은 진짜 뛰어나다. 사투리도 잘 쓰고 표준말도 잘 알아 듣는다"는 농담을 자주한다. 지난 경북도 국정감사 때는 일부러 사투리를 섞어 쓰기도 했다. 그만큼 경상도 말의 가치를 올리려 노력한다. 잃어버린 경북을 되찾겠다는 투지(?)가 말에 녹아 있다.말이 행동을 규정한다는 소쉬르의 주장처럼 사투리로 투영된 경북의 기질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여는 데 일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경북은 한반도에서 처음 통일국가(신라)를 세웠고,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새마을 운동으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경북의 위상이 현재보다 더 추락한다면 '우리 사투리'가 품격을 깎아먹는 말로 치부될 수 있다. 나라가 흥해야 말이 흥하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쇠퇴할수록 우리의 기질도 잃게 된다.하지만 라틴어처럼 도백은 도백답게, 도민은 도민답게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게 행동한다면 경상도 말은 품격 높은 언어로 경북 기질을 계승하지 않을까. 나아가 대통령도, 민정수석도, 대법관도, 광주시장도, '~답게'를 할 때 대한민국의 격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사투리의 품격을 기대한다.

2018-12-06 17:47:44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색(色)의 위력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염색된다'는 말을 남겼다. 곳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알게 모르게 감정과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색(色)의 개념을 간파한 명언이다.자연에서 비롯된 색은 19세기 인공합성 안료가 개발된 이래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의 변주를 이어왔다. 모든 기업은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때 어떤 색으로 포장해서 소비자의 눈길과 관심을 이끌어낼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색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른바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이다.컬러 마케팅은 1920년대 미국에서 남성 위주였던 검은색 만년필에 빨간색을 입혀 여성층을 공략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시원한 맛의 음료수를 파란색 병에 담고 새콤한 맛의 음료는 노란 용기에 담는 것도 컬러가 지닌 스토리를 제품의 특성과 결합시킨 것이다. 유통업계를 거쳐 전자통신업계를 석권한 컬러 마케팅은 이제 정치권으로도 확산되었다. 현대 정치에서는 각 정당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 속에 정치적 지향성과 지지자들과의 일치감이 내포되어 있다.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이고 자유한국당은 빨간색이며 정의당은 노란색이다. 민주당이 노랑에서 파랑으로 바뀌고, 레드 콤플렉스가 있는 한국당이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한 것을 보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색의 상징성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색의 파워는 지구촌 곳곳에서 실증되고 있다. '흰 두건'을 쓴 아르헨티나의 어머니회, 태국의 '옐로 셔츠'와 '레드 셔츠' 시위대, 폴란드의 '검은 시위', 미국의 '핑크 모자 시위', 홍콩의 '노란 우산 시위' 등이 그랬다.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침 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펼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색 물결에 서민과 중산층까지 동참하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이 횡행하는 오늘 한반도에는 무슨 색깔이 빛을 잃었고 또 어떤 색깔이 득세하고 있을까?

2018-12-06 06:30:00

[관풍루]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중이라고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 중이라고. 단김에 쇠뿔 뽑다 그릇까지 뒤엎는 실력, 아직 여전하네.○…역대급 '불수능' 평가 속 올해 수능 '국어' 만점자 52만 명 중 고작 148명, 2005년 이후 최고난도. 세종대왕도 입 딱 벌릴 어려운 국어, 대체 어디 쓰려고….○…국세청, 올 들어 고액상습 체납자 재산 추적해 1조7천억원 체납 징수. 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할 수 없댔는데 끝까지 발버둥 치는 요지경 세상사.

2018-12-06 06: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

모든 영·유아에게 혜택을 주는 무상 보육은 벌써 실행 중이며 아동 수당도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주겠다"는 구호는 이미 귀에 익은 말이다. 하지만 "애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현재 국민들이 갈망하는 세상은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나라,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은 나라'이다. 우리 국민의 바람은 매우 소박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나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양육·보육·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더 이상 현장 보육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보육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다. 보육의 과제가 보육 관계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적기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동안 보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 의지를 보인 정부가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보육 교육 최종 달성 목표는 공보육 40% 완성과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정립이다. 그 어느 정부보다 문 정부의 보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 의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문 정부의 보육 공공성 관련 의지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 교육을 인구절벽 해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며, 마지막으로 보육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이다. 이 목표 설정 의지는 임기 내에 국공립 보육기관 40% 목표 달성을 제시하면서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완성을 통한 청년실업 극복과 초저출산 극복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문 정부가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확충을 위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보육 공급 주체의 85% 이상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즉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국공립 확충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공급 주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공공성 강화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만 국가 책임 보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간가정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의 핵심 과제는 보육료의 현실화이다. 보육료 현실화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보육료 현실화는 먼저 현재 무상보육 정책의 주요 목표를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운영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보조, 민간 어린이집 환경개선비, 보육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질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이미 최저임금조차 반영 못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비의 현실화는 보육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보육에는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제가 공존하며 동시에 국가의 생존 성장 번영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돌보며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진정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12-05 18:17:17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대통령들의 인사스타일

한 전직 정무 실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전 전 대통령은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온 한 전직 정무 실장을 앉혀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정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대화는 4시간을 넘겼다.다행히도 전 전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 한참을 웃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인재 등용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대통령에 당선되고 사흘쯤 지났을 때부터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어졌지. 그런데 한결같이 영어는 물론 독어·불어까지 섞어 가면서 자신들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유식한 말로 보고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평생 군대에만 있던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지. 그러다 한 보름쯤 지나니까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네.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만 끄덕인 것을 본 장·차관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개각을 단행했네. 그런데 또 내가 어떻게 전문가들을 선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각했네. '3심제'를 도입하자고. 요지는 이렇네. 과학기술 분야 장관의 경우 국내 최고 전문가 그룹에서 9명을 추천받고, 그 9명을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검증해 3배수로 압축하는 걸세. 또다시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최종 1명을 선정해 장관에 임명하는 거지. 발탁된 장관과 처음 만나서는 '나는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추천한 사람은 항상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모든 역량을 자네에게 몰아줄 테니 혹시나 내 이름을 팔면서 정책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시로 명단을 제출해 주시게. 바람막이가 돼줌세'라는 말을 힘주어 전했네."정무 실장이 놀란 대목은 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무식함'을 드러냈고 이를 기꺼이 보완했다는 것이다.현직 대통령에게 눈을 돌려보자. 최근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으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 민감한 문제는 일절 질문받지 않았다.대통령으로서의 독선인지,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국가 주요 정책도 영화 한 편 보고 뒤집어 버린다'는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기에 후자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2018-12-05 16:08:0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질문 받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 각하, 귀하는 공산주의자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자본주의자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사회주의자이신가요?" "(도대체 왜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닙니다" "그러면 각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철학이라? 나는 기독교인이고 민주주의 신봉자입니다. 그게 다요!"루스벨트 대통령과 기자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렇게 '살벌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기자들이 질문 대상과 내용에 '성역'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기자들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감시견)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아리 플라이셔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백악관의 일부이며, 불편하고 긴장된 때가 있을지라도 모든 정부는 워치독이 필요하다고 했다.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은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쓴 기사를 즐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관계의 특징이죠…여러분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칭찬이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에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의무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입니다.'이것이 미국 민주주의가 건강한 이유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에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2일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 문제만 물으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은 받지 않은 것이다.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여기자로 2010년 타계한 헬렌 토머스는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질문을 받지 않는 대통령은?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8-12-05 06:30:00

[관풍루]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자살골도 유분수지, 포탄조차 피아를 가리지 못하는군!○…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관련 '조국 엄호'에 나선 민주당 의원 '묵묵히 국민의 명령만 기억하라'고 역성. 그 '국민'의 뜻이 아리송.○…한국가스공사 등 대구로 이전한 9개 공공기관, 타지역 혁신도시에 비해 지역인재 채용 실적은 낙제점. 그걸 두고 '몸 따로 마음 따로'라고 하지….

2018-12-05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스포츠 신화의 몰락

야구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을까. 컬링이 올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이유는.야구와 컬링은 경기 내내 빠른 두뇌 회전을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아야 하는 운동이다.우리 국민은 머리가 좋기에 야구를 좋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급속히 알려진 컬링은 머리를 굴리는 국민 정서에 부합했다. 두 종목은 올림픽 메달로 민족적 자긍심을 높였다. 야구와 컬링을 보는 관람객들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진다. 공 하나하나에, 스톤이 손을 떠날 때마다 경기 상황이 달라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의 도박이다. 나는 이렇게 던지고 치길 바랐는데. 성공과 실패가 순간순간 반복된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관람한다.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선수, 감독 등 종사자들의 머리 회전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두 종목 종사자들이 머리를 너무 많이 굴렸을까. 올해 야구 국가대표팀과 컬링 '팀킴'이 국민 인기를 제 발로 걷어찼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성공 신화를 만든 '국보 투수' 선동열과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 원장은 불명예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삶의 뿌리가 뽑혀 나간 형국이다.스포츠의 가치를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대변되는 스포츠 신화 탄생은 이제 국민 안중에 없다.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성적(메달)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인권과 투명한 돈 처리란 항목이 가세하면서 스포츠계의 기존 방식을 박살 내고 있다.한국 스포츠의 세계화를 이끈 성과주의 스포츠의 몰락이다. 일정한 인권 제한과 자유로운 돈 처리가 성과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선동열은 선수 시절의 영광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거둔 업적을 올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모두 잃어버렸다.물론 일부 평가이지만, 선 감독은 선수를 부정 선발해 형편 없는 대회의 금메달을 땄고,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선 감독은 소신껏 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무지한 정치권 추궁과 KBO의 책임 전가에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장된 감독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컬링 신화의 산증인 김경두 원장 가족은 팀킴이 던진 호소문에 파렴치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20여 년간 애써 일군 그들의 업적은 이미 풍비박산 났다.김경두 원장 가족에 대한 팀킴의 호소문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감사 중이다. 김 원장은 맨땅에서 가족 중심으로 살림을 일구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요구하는 인권과 투명함을 지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올림픽 후 선수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좀 들여다보면 팀킴의 호소문은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그들에게 컬링을 가르쳐 안정적인 직장과 올림픽 연금 등 큰돈을 안긴 스승에게 던진 호소문은 배은망덕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팀킴이 평창 대회 후 치솟은 인기와 유명세에 사로잡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김경두 원장은 팀킴을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어떤 목적을 가진 세력이 팀킴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선동열 감독은 왜 오지환과 박해민을 뽑았고, 팀킴은 무엇을 위해 호소문을 냈는지 진실은 감춰진 느낌이다.

2018-12-04 19:23:44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 민정수석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 대표 40명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개혁을 두고 토론했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가 노 대통령에게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 있다. 그때는 왜 전화하셨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청탁 전화가 아니었다. 그 검사를 입회시켜 토론하라면 하겠다"고 했다.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간담회에 배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밝혔다. 검찰 등 사정 라인을 맡고 있고 검찰 개혁 총대를 멘 민정수석으로서는 검사와의 대화 자리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문재인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됐고, 김 검사는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장이 됐다.청와대에 수석이 여럿 있지만 가장 힘이 센 자리는 민정수석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정보를 독점하는 까닭에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총리, 장차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도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문재인 민정수석처럼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에게 민정수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힘이 세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많아 민정수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람은 드물다. 박근혜 정권만 봐도 그렇다. 곽상도 수석은 4개월여, 홍경식 수석은 10개월 만에 부실 인사 검증 여파로 퇴진했다. 김영한 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문 속에 이른바 '항명 사태'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우병우 수석은 영어(囹圄)의 신세가 됐다.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조국 민정수석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당들은 조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 부담을 덜어 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권은 바뀌었는데도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다.

2018-12-0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누가 이들을 불러내랴

'김연수·박만규·박수의·이춘수·정칠성·현계옥….' '강두안·박제민·박찬웅·서진구·이상호·이원현·이준윤·장세파·조형길·최수원….'이들의 공통점은? 대구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인물이다. 혹 낯익은 이라도 있는가?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도 있겠지만, 아마도 처음 듣거나 낯설 듯하다. 앞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이름을 새긴 대구의 여성들이다. 뒤는 1940년대 항일로 감옥에서 또는 풀려난 뒤 고문 후유증 등이 겹쳐 광복 전후 순국, 하늘의 별이 된 대구의 젊은이들이다.더 있다. 김진만-영우-일식의 3대(代)와 김태련-용해, 이현수-정호·동호의 부자(父子)들에다 김진만·진우, 백남채·남규, 이경희·강희, 이상정·상화, 서상규·상락·상일·상한, 정운일·운기, 현정건·진건 등 형제들이다. 권기옥·이상정 같은 부부에다 숙질(아재와 조카)의 이시영과 이인, 사돈인 윤상태·정운기와 이경희·정운일도 있다.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부자인 아버지(서우순)를 덮친 거사에 나섰다 효(孝)의 도리에 갈등하다 자살한 서상준 같은 삶도 있다. 독립유공자도 숱해 대도시에서 서울(401명) 다음(155명)이 대구다.또 대구를 먹칠한 박중양, 아버지(서상돈) 이름을 망친 서병조, 총명한 시인(이장희)을 요절로 내몬 비정한 아버지(이병학), 항일의 아들(윤우열)과 엇길이었던 아버지(윤필오), 자신의 제자조차 고문한 일제 경찰 최석현과 악명의 고등계 형사 서영출처럼 매국과 친일 행적으로 얼룩진 오명(汚名)도 적잖다.이들은 광복회 대구지부에서 최근 펴낸 '대구독립운동사'에 그대로 살아 있다. 책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아무런 울타리도, 뒷 보장도 없이 배움의 학생에서 차별에 울었던 기녀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항일의 한 역할을 맡거나, 반대편에서 일제 앞잡이의 변절자와 밀고자까지 뭇 군상이 지난날을 증언한다.대구는 바로 이들 항일 인물 덕분에 용광로였다. 독립과 항일에 보탬이면 뭐든 관용해서다. 어떤 장애도 없었다. 일찍 신라의 개방적 문화가 흘렀던 만큼 숱한 사조가 수용됐고, 다른 데로 퍼뜨렸다. 이런 흐름은 광복 이후까지 이어져 2·28 학생의거와 같은 역사가 이뤄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 자료도 그렇다.소위 '진보지표'를 잣대로 한 연구자료(손호철)는 좋은 사례다. 일제, 해방정국, 1952·1956·1963년 대선, 1960년 총선을 따졌더니 경북 특히 대구의 진보 수치는 뚜렷했다. 대구가 낀 경북의 진보지표는 다른 도(道)보다 월등했다. 주요 도시별 비교에서도 대구는 역시였다. 대구와 경북은 항일 시대 이후 줄곧 열렸지 결코 갇히고 닫히지 않았다.이런 대구가 어느 순간, 오해받으니 안타깝다. 지난달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의 토론회에서는 대구가 마치 영화 속 범죄 도시를 빗대 '대구는 고담 도시'라는 편견이 떠돈다고 걱정했다. 대구를 빛낸 앞선 인물만 봐도 그런 오해는 절로 풀릴 만하다. 그래서 이들을 책에만 묻어둘 수 없다. 세상 밖으로 불러내 목소리를 내게 하자. 맨몸으로 독립의 밀알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광복을 일궈낸 용기를 배워 대구를 바꾸자.이들을 알고 기릴 곳은 대구요, 바로 대구 사람이 아니던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어디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겠는가. 이제 우리가 이들을 부르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2018-12-04 06:30:00

[관풍루]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유일하게 관사를 쓰는 대구경북 유일의 민주당 시장이 되겠네!○…226억원 들여 조성한 대구출판지원센터가 출판 지원은 나몰라라 하고 딴 사업에 더 치중. 이름을 '대구딴판지원센터'로 바꾸면 어울리겠군….○…대구국제공항 주차 요금 16년 만에 최대 50% 인상.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공항 인근 불법 주차 단속은 강화됐으니 '배짱 장사'로 나가겠다는 말씀.

2018-12-04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원전과 죽음의 상인

"화학이니 전기니 하는 것은 필요 없어. 돈더미에 올라앉고 싶으면 유럽놈들이 서로 작살낼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야지." 발명가 하이럼 맥심(1840~1916)은 1882년 미국 친구에게서 삶의 지표를 바꿀 만한 충고를 들었다.전구의 발명 특허를 두고 에디슨과 싸웠던 맥심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데 가장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심기관총'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을 죽이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 대가로 맥심은 '죽음의 상인' '학살의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가장 잘 알려진 '죽음의 상인'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거부가 된 노벨은 1888년 프랑스 한 신문에 잘못 보도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게 됐다. '죽음의 상인이 죽다, 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 이 신문은 그의 형 죽음을 착각해 오보를 냈지만, 노벨이 이 기사에 충격받아 노벨상을 제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죽음의 상인'은 전쟁을 부추겨 무기를 제조·판매하는 장사꾼은 물론이고, 공해산업을 후진국에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최대의 산업재해는 '원진레이온 사건'이다. 신경독가스의 원료인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2012년까지 940명이 직업병 판정받고 150명이 사망했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이 기계설비는 1993년 한국 공장 폐업 후에는 중국에 수출돼 가동되고 있으니 끔찍하다. 미국·독일의 석면공장이 1970, 80년대 한국에서 가동됐다가 최근 동남아에 다시 수출된 것도 비슷한 사례다.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인 것은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 축소 정책을 펴왔고, 체코에서는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했다'고 홍보했다. 우린 싫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남에게 팔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한국은 공해산업 혹은 위험산업을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국가가 될 판이다.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챙기는 '죽음의 상인'은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8-12-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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