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문 정권의 ‘대본영 발표’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일본어에 '대본영(大本營) 발표'라는 관용어가 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 전쟁 최고 지휘부였던 대본영이 전황(戰況)을 거짓 발표한 것에 빗댄 말로, '사실과 동떨어진 정부 발표'라는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 지난해 코로나19 검사 부실에 대한 아베(安培) 내각의 변명에 대해 마이니치(每日) 신문의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편집위원이 그렇게 비꼰 바 있다.

대본영은 1941년 12월 진주만 기습을 시작으로 일본이 연전연승한 첫 6개월 동안은 전황을 사실대로 발표했다. 하지만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 이후 종전 때까지 이기고 있다고 계속 거짓말을 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은 주력 항공모함 4척·중순양함 1척 격침, 항공기 약 300대 격추라는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대본영은 항모 1척이 침몰하고 1척이 대파됐으나 일본이 크게 이겼다고 발표했다. 이 거짓말에 일본 국민 대부분이 "미드웨이에서도 이겼다고 하네"라면서 들떴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첫 지상전인 과달카날 전투(1942년 8~12월)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투입한 병력 3만3천600명 중 1만2천여 명이 전사하고 1천900여 명이 부상으로 사망했으며 4천200여 명이 병사했다. 반면 미군은 6만 명 중 전사 1천 명, 부상 4천200여 명에 그쳤다. 일본의 완패였다.

이런 소모전을 견디다 못한 일본은 1943년 초에 철수했다. 하지만 대본영은 '전진(轉進)했다'고 발표했다. 부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 진격했다는 뜻으로, 실상(實相)을 가리는 전형적인 일본식 조어(造語)이다. 일본군이 이긴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대본영 발표가 문재인 정권에서 재연되고 있다.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만 발표한다. 중국은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시진핑의 방한 의지가 있다고 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연합체 쿼드(Quda)에 한국이 참여하라고 미국이 계속 요청했음에도 그렇지 않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꼭꼭 숨겼다. 외신 보도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얼마나 국민을 속였고, 속이고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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