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늑대왕국, 양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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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양공화국'의 국민들은 목적지도 없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다 늑대에게 몰이를 당하기 일쑤다. 양들은 비옥한 풀밭이 있는데도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곳에서 자주 헤매다 길을 잃는다.

​양은 위험한 곳을 맞닥뜨려도 본능적으로 피하려 하지 않는다. 양은 숲속을 헤매다 골짜기로 들어가서 결국 늑대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동료 양이 늑대에게 잡아먹혀도 저항할 줄도, 도와주지도 못한다.

반면 '늑대왕국'의 늑대 무리는 뚜렷한 서열을 가지고 있다. 일사불란하다. 최고 서열 수컷 늑대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무리의 다른 늑대들은 모두 복종한다. 이런 충성의 구도는 무리를 결속시키며, 모든 늑대에게는 전리품 고기가 돌아간다. 늑대왕국은 오로지 늑대 무리의 이해관계와 보신만 신봉한다.

늑대는 양을 사냥할 때 치밀한 계획을 갖고 진행한다. 리더 늑대가 달리기 시작하면 나머지 늑대들은 더 공격적으로 양을 향해 달린다. 양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늑대 무리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른다.

이런 순하고 미련한 양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양들은 자신들의 '우리'를 빼앗기게 생겼다며 광장으로 나와 늑대를 향해 신발을 던졌다. 그러나 늑대 무리는 본체만체 "양들의 우리가 너무 넓고, 많으니 비우라"고 겁박하고 있다. 졸개 늑대들도 리더의 지시에 따라 먼 곳의 우리는 팔고 있지만 서울 강남의 우리는 굳건히 지킨다.

졸개 늑대들은 '양치기 개'를 쫓아내기 위해서도 혈안이다. 양치기 개가 있어 맘껏 먹이 사냥을 못 하고, 자신들이 다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사냥에는 나팔수 늑대, 사법 늑대, 의사당 늑대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양들은 늑대보다는 양치기 개가 더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아 가고 있다.

양들은 늑대 무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늑대들은 적반하장으로 "양들의 몸가짐이 바르지 못해서다"며 생트집이다. 양들이 실수이더라도 늑대들을 희롱하면 잡아먹을 듯이 할퀸다.

늑대들은 공산주의 적화와 맞서 싸워 양공화국을 지켜 낸 노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도 모욕했다. 침략전쟁의 원흉들인데도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는 게 그 이유다. 늑대 무리들은 조문소를 불법으로 설치했다며 과징금을 물리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며 노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은 어린 양들이 지켰다.

늑대들의 잘못된 정치, 잘못된 정책, 잘못된 행정으로 양들의 공화국에는 풀밭이 사라져 가고 있다. 양들은 이제야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늑대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승리만을 위해, 자기편들의 자리와 먹이와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양들을 내몰고 있다.

늑대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약속과는 딴판으로 순한 양들을 갈기갈기 분열시키고, 경제는 끝없이 추락시키고,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양들은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제임스 스콧은 '지배와 저항의 기술'에서 권력자가 피권력자를 강력히 지배할 경우 그 저항이 공개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이어 스콧은 '권력이 위협적일수록 가면은 두꺼워진다'고 썼다. 그러나 가면 뒤에 있는 진실은 비밀리에 저항 활동으로 서서히 드러난다고 했다. 약자의 개인적 저항 활동은 궁극적으로 '공공의 저항'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횡포 앞에 양은 한때 침묵하겠지만 그 침묵이 생존과 평화를 보장할 수 없을 때는 공개 저항으로 변한다. 아무리 순한 양이라도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행동하는 양심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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