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셜 믹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특정 계층만 모여 사는 주거 문화나 패턴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저소득층의 거주 공간은 슬럼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계층 간 불화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건축가들의 고민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

'소셜 믹스'(Social Mix)는 경제적·사회적 수준이 다른 계층을 같은 공간에 배치해 함께 살게 하는 사회적 실험이다. 계층 간 갈등이 심했던 19세기 영국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목적으로 1849년 제임스 버킹엄이 설계한 '빅토리아 모델 타운'이 첫 소셜 믹스 사례다. 버킹엄은 직업과 소득 수준이 다른 1만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타운을 제안했는데 17~18세기 크리스토퍼 렌의 런던 재건축 계획에도 비슷한 개념이 구체화되어 있다.

사회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 문화 개선 노력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3년 서울시는 공공주택 분양에서 소셜 믹스 개념을 도입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도록 제도화해 계층 혼합을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계층 갈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임대주택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 등 계층 간 단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의 "임대 거주 아동과 학군을 분리해달라"는 주민 게시글 논란이나 대구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집값 떨어진다"며 장애인 혐오 표현을 담은 벽보 사례는 소셜 믹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심지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에 아예 높은 외벽을 쌓아 차단하거나 고층(분양)과 저층(임대)으로 아파트 층수를 달리하고,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는 등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 잠재한 심각한 계층 차별의 현실이다. 소셜 믹스는 단지 개념으로 존재할 뿐 정작 연대의식과 사회통합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는 방증이다. 교육을 통한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성찰이 없다면 우리 사회 발전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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