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거리마다 빈 점포를 보기가 어렵지 않다. 텅 빈 가게엔 어김없이 임대를 알리는 쪽지나 현수막이 붙어 있다. 그 빛이 바래도록 가게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 영업하는 가게들도 손님이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한때 잘나가던 상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수 부진에다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매일매일 폐업을 고민한다. 이들의 몰락은 수치로 확인된다.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에서 자영업자는 지난해 5만700가구가 줄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는 6만6천400가구가 늘었다. 소득이 한두 단계씩 내려앉으면서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 정부'가 만들어 낸 고용절벽에 허우적대고 있다. 직업도 없는데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어쩌다 결혼해도 아이 낳기가 겁난다.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다. 청년 4, 5명 중 한 명꼴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2016년 이후 내리 4년째 실업자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경제 활동의 허리인 40대는 민간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은퇴한 60대를 세금으로 유혹해 일자리 머릿수를 채우고 있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은 걱정이 많다.
거시경제라고 다를 바 없다.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긴다. 한국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네 번이나 낮췄다. 그렇게 낮춘 목표가 2%다. 정부는 이나마 달성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한다. 그래도 한국의 잠재성장률 2.5%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이의 하락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뜻한다. 한국은 2년 연속 성장률도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하락했다. 반면 미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최근 2년간 한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나라는 OECD 국가 중 터키와 아일랜드뿐이다.
수출로 일으킨 나라에서 수출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18년 6천억달러를 달성했던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세계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지난해 전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국이 경제 대국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절벽에 서 있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가 브이(V)자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매달 발행하는 'KDI 경제 동향'에서 '경기 부진'이란 표현을 '낮은 성장세'로 바꿨다. 대통령과 관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 낙관론을 펼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늘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시간이 흐르면 하향 조정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고성장을 말하고 저성장에 그치는 정부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낙관론의 근거 역시 지난해 고용이건, 수출이건 워낙 부진했던 데 대한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어설픈 경제 낙관론은 나라를 망친다. 여기에 기대다 보면 대책을 내놓을 수 없고, 대책을 내놓아도 현실과 동떨어지기 쉽다. 핑크빛 경제 전망에 민심이 차가운 이유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 그 주변 관료들의 부창부수는 계속된다. 아! 그러고 보니 4월 선거가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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