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무엇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인가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김수용 서부지역본부장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언급하고 나섰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9억원 초과 주택으로 대폭 확대하고, 심지어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면서 강력한 대책을 계속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추이를 관망하다가 다시 기승을 부렸고, 정부는 맞대응 정책을 내놓기를 되풀이했다. 집값이 폭등해 시세 차익이 큰 폭으로 커졌을 때 거래세를 인상하는 식이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양도분부터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인상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한다. 세율은 최고 50%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 늘 일관성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가라앉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세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런 기억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고 숨죽여 기다린다. 수요는 여전한데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면 특히 학군과 교통까지 갖춘 노른자위 지역은 하루에 1억~2억원씩 오르며 부르는 게 값이 된다.

그러자 정부는 거래세가 아닌 보유세를 손대기 시작한다. 비싼 집을 갖고만 있어도 엄청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은퇴자가 세금 내려고 재취업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보유세가 올라도 집을 못 판다. 주변 집값이 다 올라서 내 집을 팔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느끼기에 주거 환경이 나쁜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불황이 닥쳐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집값이 급락하면 정부 정책은 한 걸음 물러서고, 현금 부자들은 집을 사 모은다. 그러자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투기 세력까지 등장해 하루가 멀다하고 집값을 올린다. 정부는 거래세와 보유세 카드를 번갈아 또는 동시에 꺼내든다.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이런 식의 사이클을 되풀이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 청와대가 나서 '강남, 9억원' 등으로 편을 갈라 '총선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물론 집값 폭등이 이번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며, 집값 안정이라는 큰 틀의 목표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를 떠나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이 깔린 부동산 정책이라면 국민들은 용납할 수 없고, 더구나 어설픈 협박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부터 진단해야 한다. 대입 제도 변화, 과세 형평성 논란, 지역별 인구 추이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 제도를 손보겠다며 지난 2018년 공론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결국 수시모집 비율도 줄어들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자 내신 성적 받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여론이 들끓자 대입제도 개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결국 정시모집 비율을 늘렸다. 그러자 강남 8학군과 수성구 등지의 학교가 다시 주목받게 됐고, 해당 지역 집값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냥 어설프다고 혀만 차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정부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니 양도소득세가 무섭고,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근처에 매입할 수 있는 집이 없다. 결론은 어떻게든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평 과세가 이뤄지고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인다면 그나마 용인할 수 있겠지만 행여 누군가의 우려처럼 총선 마케팅용 푯값으로 쓰일까 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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