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장님과 친하세요?

최창희 체육부장 최창희 체육부장

프로야구도 끝나고 프로축구도 막바지 몇 게임만 남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쉽고 허전해지는 계절이다. 이맘때면 체육계는 사실상 동면기에 접어든다. 일부 겨울 스포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종목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선수 영입과 동계훈련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체육계가 때 아닌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체육회 곳곳에서는 민간체육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대구·경북 체육회를 비롯해 구·군 체육회도 이달 내로 회장선거관리 규정 공고, 회장 입후보자 등록,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선거일 확정·공고 등 주요 일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지역체육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취임해 예산 지원과 행정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겸직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당선된 단체장이 체육회장직을 맡아 주요 직책에 선거 캠프 인사를 임명하는 등 체육회를 선거 조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체육계는 각종 선거 때마다 소위 '표밭'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왔다. 대구에만 53개 종목 단체가 있는 데다 생활체육계에 속한 유권자까지 포함, 무시못할 규모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어서다. 막강한 조직력으로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 심지어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민간체육회장 선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등을 위한 취지에서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인수 결정 및 배정 등을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색 짙은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선거 과열과 불·탈법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추대나 경쟁 등 선출 방식을 두고서도 지역체육계가 갈리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대구시체육회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는 "예산을 따기 위해서는 현 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도체육회장은 한 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으로 수십 개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지원을 관장하며 시·군 체육회 업무를 조율하는 매우 주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지역체육 발전을 이끌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보다는 단체장과의 친분이 회장 선출의 중요한 잣대로 평가받는 게 체육계의 현실인 셈이다.

민간회장 선거는 태생부터 '딜레마'를 안고 태어났다. 단체장과 코드가 맞는 회장이 당선되면 예산 확보에는 용이하겠지만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체육의 탈정치와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에는 예산 축소 등으로 지역체육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년 체육 관련 예산이 증가해왔고 올 들어 처음으로 200억원을 돌파한 대구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근본 원인은 체육회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 탓이다. 체육회가 자치단체로부터 체육 관련 예산과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등 안전 장치가 절실하다. 아울러 확보된 예산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칙도 만들고 감시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두 달 후면 첫 민간체육회장이 선출된다. 체육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회장 선출이 단체장과의 친소 관계가 아니라 지역체육에 대한 이해와 발전 의지에 달려 있음을 체육인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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