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문재인 정권에 북한은 무엇인가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기자는 한때 '지방분권 주창자' 노무현의 광팬이었다. 2002년 4월 한 달간 미국 연수를 갔을 때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전국 주요 권역을 돌며 대통령 후보 선출 이벤트를 했다. 노무현 바람을 뉴스로 접하기 위해 홈스테이하는 미국 집주인을 설득해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연결, 한국 뉴스를 보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고 2년 6개월 만에 마음의 지지를 거둬버렸다. 헌법 개정보다 더 힘든 규제를 통해 부동산가격 폭등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이 되면서다. 여기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에 대못을 치면서 언론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하자 관심을 꺼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성공을 바랐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 믿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전 정권이 바닥을 쳤고, 탄핵으로 종결됐으니 조금만 잘하면 국민의 초월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치솟던 지지율이 내려앉을 때도,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룰 때도 전 정권의 비극을 기억하기에 대통령이 반대 세력을 껴안으며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결심한다. 계기는 북한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눈감는 건 이해했다.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이리저리 뛸 때 잘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대통령의 구애와 남한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안하무인으로 구는 북한과 김정은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북한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문재인 정권. 엊그제 김정은이 '너절한' 금강산 관광지 시설을 다 때려부수라고 했다. 북한은 이 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문서로 할 것을 지시하다시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권은 성명서 하나 낼 줄 모른다. 오히려 우리는 통일부 명의로 만나서 협의하자는 요청을 했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국가의 존재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그 시설은 남북 합의에 따라 우리 돈으로 건설한, 엄연한 대한민국과 현대아산의 자산이다. 국민의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데 입도 벙긋 못한다.

2주 전 평양에서 벌어진 월드컵 축구 남북전을 떠올리면 분통이 치민다.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라는 선수들의 얘기가 전해졌다. 관중 한 명 없는 기괴한 경기장에서 북한의 거친 태클에 선수들은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우리의 중계 요청도 거부한 그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영상자료는 저질이라 녹화 중계마저 무산됐다. 북한이 얼마나 거칠게 플레이를 했는지 알고자 했던 국민들은 확인할 길이 없게 됐다.

어쩌면 정부로선 퍽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계 화면을 본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을 터이니 말이다. 이쯤되면 교감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중계도 못하게 하고, 응원단도 안 받아 주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중국을 거치는 바람에 이틀이나 걸려 입국시킨 북한. 그들에게 찍소리 못하는 정권.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을 필두로 한 북한 대표단을 우리가 어찌 대접했는가.

남북문제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이 정권을 보면서 내년 도쿄하계올림픽에 단일팀이라도 구성되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권 입장에서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김정은을 향한 일방적 구애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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