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우리의 'X자식', 너희의 '개·돼지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님. 조국 장관 일가(一家)가 뿜어내는 악취에 현기증이 납니다. 대통령님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이렇게까지 추잡하게 해먹었을 줄은 모르셨을 겁니다.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참여연대의 한 인사가 조국이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하고, 최순실을 고발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조 장관 부부 등 7명을 66억원 뇌물 혐의로 고발하는 등 진보 진영에서도 '조국 OUT' 소리가 나오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대통령님의 '조국 사랑'은 요지부동입니다. 대통령님을 곤혹스럽게 하지만 '대통령님의 X자식'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만 노파심에서 '해설'을 해드리겠습니다. 미국이 훈련시킨 니카라과 정부군 사령관 아나스타시오 소모사가 1936년 당시 민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게릴라 지도자 아우구스토 산디노를 살해하고 정권을 틀어쥐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소모사)는 X자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X자식이다."

미국이 소모사를 '우리의 X자식'으로 거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중미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 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통령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국을 포기하면 지금보다 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수 있습니다. 요즘 항간에는 조 장관이 대통령님의 치부(恥部)를 낱낱이 꿰고 있다는 괴소문이 나돕니다. 사실이라면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조국을 꼭 껴안고 있는 이유가 이해될 법합니다.

하지만, 어찌 이것만이 조국을 붙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되겠습니까.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립니다. 조국을 내치면 그 즉시 야당과 동조자들은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대통령님을 물어뜯을 것입니다. '조국 파면'이 '문재인 퇴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광화문 집회는 그 전조(前兆)로 보입니다. 그런 사태가 현실이 되면 '20년 집권'이란 원대한 꿈은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골이 송연할 겁니다. 박근혜 정권 몰락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조국을 지켜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진보 좌파의 장기가 무엇입니까. 후안무치(厚顔無恥) 아닙니까. 자기가 받은 특혜 때문에 피해를 본 또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않는 조국 딸은 이를 '멘탈 중무장'이라고 했습니다. '욕이 배 따고 들어오느냐'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염치가 밥 먹여줍니까.

보수 우파는 그렇게 못 합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많은 고위 공직자 후보가 조국에 비하면 '깜'도 안 되는 흠결 때문에, 그것도 조기에 중도 하차했습니다. 보수 우파가 집권 세력이고 조국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진작에 항복했을 겁니다. 특히 조국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 "검찰권 행사를 자제하라"고 윽박지른 그 무지막지한 용기는 아마도 '대가리가 깨져도' 못 냈을 겁니다. '멘탈'이 이렇게 약해 빠져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러니 정권을 내줬지요.

여당은 조국을 옹호하는 서초동 집회는 "깨어 있는 국민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집회"이고, '조국 파면'을 요구한 광화문 집회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동원 집회"라고 규정했습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개·돼지'란 얘기지요. '광화문 개·돼지들'에 맞서 '깨어 있는 국민'이 지난 주말 서초동에서 또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들만 보고 가십시오. '너희의 개·돼지들'까지 껴안으려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철저히 내 편, 네 편 가르십시오. 그게 나라가 망하든 말든 보신(保身)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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