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검찰 개혁 촛불, 타올라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독점은 폐해를 낳는다. 역사 속 그런 사례는 널렸다. 권력이든, 어디든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견제되지 않아서다. 특히 독점 권력은 독재로 흐르기 마련이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까운 역사에서 목격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권력 독점의 비참하고 초라한 종말에서.

지금도 그런 독점의 한 권력이 있다. 검찰이다. 법으로 보장한 기소 독점이 그렇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찮다. 수사하고 기소하든, 그렇지 않든 오로지 검찰 권한이고 편의대로다. 속된 말로 엿장수 가위나 다름없다. 힘 있고, 가진 이에게는 너무 좋은 잣대다. 반대의 맞은편 사람에게는 가혹하고 편파적인 법의 그물이다.

지금 유례없는 검찰 개혁을 외치는 촛불이 켜졌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벌어진 촛불 시위 참가자가 10만 명, 200만 명 논란이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이날 외친 구호는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이다. 조 장관 문제는 숱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두려워하지 말고 본연의 수사로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면 절로 풀린다.

그러나 검찰 개혁 목소리만큼은 반드시 짚을 일이다. 검찰 개혁 촛불 시위자가 이런 대규모인 사실만으로도 검찰 스스로, 오랜 세월 쌓인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을 터이니 말이다. 검찰이 독점 권력만 믿고 자행한 비리와 횡포는 '스폰서 검사' 같은 널린 악행을 굳이 들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럿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검찰에 대놓고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한 일은 조 장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드러낸, 분명한 잘못이나 발언 내용 자체는 새길 만하다. 검찰 수사에서 '절제되지 않은 검찰권 행사'로 하나뿐인 목숨조차 끊는 비극도 봤던 국민으로서 대통령 지적에 공감하며 검찰권 행사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검찰 불신은 지난해와 올해의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결과와도 통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 검찰 신뢰도는 지난해 꼴찌 국회(1.8%)보다 한 단계 위의 11위로 2%였다. 올해 역시 꼴찌 경찰(2.2%)과 국회(2.4%)에 좀 앞섰지만 3.5%로 10위였다. 두 해 연속 5.9%였던 법원 신뢰도에 많이 뒤지니 같은 법을 다루는 기관이면서 국민 신뢰는 딴판이다.

그래서인지 국민권익위원회의 검찰 청렴도 조사 결과도 별로다. 국민이 평가한 외부청렴도는 지난 2017년 4등급, 지난해 5등급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검찰 직원 평가인 내부청렴도는 2017년 3등급, 지난해 2등급으로 올랐다. 이상하지 않은가. 국민은 청렴하지 않은 검찰로 보는데 스스로 청렴하다고 생각하니 믿지 못할 검찰의 자체 판단이고 의아스럽다.

사실 검찰 개혁과 관련, 이런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쓸데없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대더라도 검찰은 법에 의해 독점 권력을 누리며 견제되지도, 절제되지 않아도 될 만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다. 지금껏 통치 권력과 검찰은 서로 잘 적응하며 지냈으니 굳이 개혁할 필요도 없었다. 검찰 개혁은 그저 말장난에 그쳤던 지난 역사는 그랬다.

그래서 이번 촛불은 조 장관 구하기와 지키기에 쓰이면 안 된다. 이날의 촛불은 절제되지 않은 검찰 권력 독점의 전횡을 막을 개혁이 이뤄지는 날까지 타야 한다. 검찰 개혁의 촛불이 조 장관 지지에 독점되고 변질되는 일은 곤란하다. 지금을 검찰 개혁의 적기로 삼으려면 더욱 그렇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 이번 촛불이 제대로 타면 성공이고, 또 다른 역사의 촛불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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