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국의 수신제가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는 공직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덕률로 과거는 물론 지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개인의 도덕적 정진은 정치·사회적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전자가 완성되면 후자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해석이다. 주자학을 종교의 반열에 올렸던 조선 유학자들은 이를 맹종했다.

그러나 일본 에도(江戶)시대 유학자들은 이에 반기를 들면서 조선 같으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됐을 '혁명적' 해석을 내놓았다. 야마가 소오코(山鹿素行) 같은 학자는 "몸을 닦는 것 한가지로써 천하의 일을 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단지 몸을 닦는 것은 근본이고 기틀이며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자동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다.

정약용도 감탄한 오규 소라이(荻生徂徠)는 이런 해석을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믿지 않으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며 또 백성을 편안케 하는 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닦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을 밀고 나가면서 그 나머지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수신제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민(安民)이라는 정치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도구적 합리성은 마침내 안민(安民)을 위해서는 '더러운 일'도 해야 한다는 데에까지 이른다. "군주(君主)된 이는 설령 도리(道理)에 벗어나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라 하더라도 백성을 편안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레닌도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은 궂은 사업이다. 흰 장갑을 끼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나"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도 못한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란 말인가'쯤 되겠다. 오규 소라이의 말처럼 수신제가를 잘하면 곧바로 치국평천하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치국평천하의 '도구'로써 수신제가의 가치는 현대에도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조국은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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