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기로에 선 한국당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정국에서 여야 4당이 일단 실리와 명분을 챙긴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이번에 눈여겨볼 대목은 자유한국당이 전략 부재와 투쟁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향후 어떻게 싸워야 할지 방향타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공격 타깃을 정확히 겨누지 못했을뿐더러 다른 야당이나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지도 못한 채 소총 대신 대포를 쏘는 형국을 만들며 패배를 자초했다.

패스트트랙 자체를 악법이나 불법인 것처럼 과도하게 포장해 여기에 투쟁력을 집중한 것은 가장 큰 패착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면 마치 3개 법안(공직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이 곧바로 통과되는 양 비분강개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이나 공분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현 정부를 1980년대식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인 것도 '너무 나갔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패스트트랙이 담긴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와는 상관 없는, 본회의 상정을 위한 절차일 뿐이다. 이를 두고 입법 쿠데타니 날치기니 하면서 결사 항전했으니, 큰 호응을 얻을 리 만무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설사 날치기였다 하더라도 과거 날치기 경험만 많았지 막아 본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당이 제대로 대응했을지 의문스러워하기도 한다.

정치적 싸움에선 명분과 머릿수가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도 이처럼 명분이 약한 상황에서 야 3당 또는 일부라도 내 편으로 만들지 못한 채 외로운(?) 싸움을 벌인 것도 한계였다. 특히 바른미래당 보수 세력과는 연대는커녕 조선 정조 때 당파 싸움과 다름없는 이전투구만 벌여 향후 보수대연합의 가능성마저 쪼그라들게 했다. 권역별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란 당근을 내밀며 야 3당을 끌어안은 민주당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그렇다고 개별 법안에 대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데 공을 들인 것도 아니다.

패스트트랙 막는 데만 급급했지 정작 법안 내용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거나 맹점을 끄집어내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3개 법안을 뭉뚱그려 반대하는 것도 전략 부재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공수처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수처 신설은 주로 정부 여당이 반대하고 역대 야당이 권력형 비리 견제를 위해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에 휘둘려온 검찰 고위직, 권력에 취하기 쉬운 대통령 친인척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그동안 견제 장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비리를 수사할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선거 연령 문제도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만 18세가 선거권을 갖지 못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한국당은 선거 연령 하향 불가를 고수하며 젊은 층에 인기가 없다는 점을 자인할 때가 아니다. 이를 과감하게 수용하고 젊은 층을 견인하는 정책과 정치력을 발휘해 지지층을 넓혀나가야 할 시점이다.

특정 지역과 계층, 연령만 겨냥해서는 지역 정당의 울타리에 갇혀 제1 야당 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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