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고령 운전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운전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노익장 영감님이 승용차를 몰고 나갔다. 한사코 만류하는 할머니의 손길도 뿌리친 채 기어이 차를 몰고 장거리 운행에 나선 것이다. 한참 뒤에 집에서 TV를 보던 할머니가 깜짝 놀라서 영감님께 전화를 했다. '고속도로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뉴스 속보가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고속도로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런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영감님의 신바람 난 목소리에 할머니는 기절할 뻔했다. 영감님의 말인즉 "알고 있어! 안 그래도 지금 나 빼고 전부가 역주행이야…"라는 것이었다. 노인 운전과 관련된 우스갯소리이다. 그런데 최근 90대 운전자의 차량에 행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밤에는 고속도로에서 70대 운전자가 시속 30㎞로 운전을 하다가 뒤따라오던 차가 추돌하면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60, 70대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노인 사고 비율과 사망자 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고령 운전 제한론과 기본권 침해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기도 했다.

운전을 잘하는 노인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고령이면 사물 인지능력은 물론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교통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자발적인 운전 졸업자에게는 일정 기간 교통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탤런트 양택조(79) 씨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서 도로교통공단의 '어르신 교통사고 예방 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했다.

가장 현실적인 정책은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인지능력 진단과 안전운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령 운전은 본인은 물론 주변 차량과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통안전과 행복추구권이란 상반된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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