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촛불혁명은 실패했나?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2년 전 이맘때 신문을 펼쳤다. 주요 뉴스는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정유라 체포 등이었고 탄핵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1월 7일에는 세월호 1천 일을 기념한 11차 촛불집회, 14일에는 체감온도 영하 13도임에도 12차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불과 2년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인데도,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금세 잊어버리는 한국인 특유의 냄비 기질 때문인지, 그간 경천동지할 사건이 줄줄이 터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기억만큼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 몇몇 친구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사회에서 제법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임에도, 그런 꿈을 꾸고 있었으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들은 1987년 6·10항쟁을 대학 시절에 경험했기에 변화의 욕구가 강렬했다. 이제 편법과 부정이 없고 노력하면 잘사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으니 철이 없다고 해야 할까.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 탄생 등 촛불혁명의 결과물을 두고 친구들은 환호했지만 필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그 전리품을 챙긴 정치권의 권력욕과 무능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새 정부가 기득권층의 끝없는 탐욕을 제어하고 올바른 사회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의 표정은 어떠한가.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노래하기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우울한 분위기다. 문재인 정권은 한마디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자랑하고는, 남북관계만 일부 진전시켰을 뿐, 무엇하나 고치고 개혁한 것이 없다.

재벌 개혁을 한다고 떠들더니 감정풀이 비슷하게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공교육이 사라진 학교교육은 물론이고, 학생을 지옥에 빠트리는 입시 개혁도 손조차 대지 못했다. 검찰 개혁한다고 해놓고 '적폐 청산'의 첨병처럼 부리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 노조·시민단체 등을 우군이라는 이유로 옹호하기에 바쁘다. 일자리수석,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고는, 취업자 수가 더 감소한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과 자원을 총동원해야 함에도, 다른 곳에 이리저리 분배하고 같은 편 챙겨주다보니 마이너스 수치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 정권은 촛불혁명의 과실만 따먹고는, 정신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정신을 살릴 생각조차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촛불 정신을 계승했다는 이들이 이렇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저 보수 세력 쫓아내고 '자리 옮기기' '이권 챙기기'에만 관심 있을 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능력도, 의욕도 없는 것 같다. 결국,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고도 노태우 정권을 탄생시켰듯,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한국의 불행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잘하고 있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 2년 전보다 팍팍하고 힘든 사회가 돼 있음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데, 헛웃음만 나온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죽 쑤어 개 줬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추위에 떨며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열망을 떠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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